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16화 (16/197)

016 근딜 + 서포터 = 헬창?(2)

며칠 후.

한나가 태하에게 끌려 헬스장을 찾았다.

일단 기초 체력부터 테스트를 시작했다.

허나 초장부터 문제가 크다.

그녀는 근력 운동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근육량이 너무 적네요. 그 말인즉슨, 근력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뜻인데…….”

“그럼 아예 불가능할까요?”

근 비대를 이룬다는 것은 우선 근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나에게 근 비대는 꿈과 같은 얘기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방법이 있어요?”

“저는 당신을 순간적으로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대체재는 찾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아……!”

“강제 반복으로 근섬유의 미세 손상을 극대화시키는 것처럼 강제 운동으로 근육을 키울 수도 있겠죠. 안 그래요?”

태하는 그녀에게 스킬을 시전했다.

[부여: 한나의 근력과 교감신경을 강화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근력은 뻥튀기가 되었다.

우선 푸시업부터 시켜 보았다.

“……되, 된다!”

“심지어 운동 중에 말도 할 수 있네요. 이 정도면 뭐, 근 비대는 쌉가능이죠. 안 그래요?”

“내 평생에 팔굽혀펴기를 해내다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태하는 근 비대보다도 일단 근육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제일 먼저 스트렝스 훈련의 꽃이라 불리는 데드리프트를 전수해 주었다.

“바닥에 있는 물건을 잡아서 들어 올린다고 생각하세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요.”

“지렛대라…….”

데드리프트는 복합 다관절 운동 중에서도 거의 전신이 다 동원되는 프리웨이트의 꽃이다.

한나의 골반, 허벅지, 등, 어깨 등 고정이 되어야 하는 부분과 주동근이 되는 부위를 집어 주었다.

마치 무협지에서 사부가 제자에게 벌모세수를 해 주듯이 말이다.

“하체는 지면을 힘껏 딛고 일어선다는 느낌과 함께 고관절을 앞으로 살짝 밀어준다는 느낌을 주면서 텐션을 유지해 주는 거죠.”

“……이렇게요?”

힘은 들어가는데, 그게 자기 힘이 아니라서 적응하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았다.

자세가 다소 어정쩡하다는 느낌이 든다.

“허리는 일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나요?”

“좀 힘드네요…….”

“흠! 처음이라 그럴 거예요.”

역시 처음부터 쉬운 건 없다.

그는 복압을 주는 연습부터 좀 시켜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복압부터 좀 잡아 봅시다.”

“복압이요?”

“음, 뭐랄까. 복부를 사방으로 팽창시켜서 코어를 단단히 잡는 겁니다. 이것만 되어도 어지간한 운동은 껌이에요.”

보현 관장이 항상 강조하는 것이 복압이다.

복압은 허리디스크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으나 보디빌딩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엎드려 누워 봐요. 배를 땅바닥에 대고요.”

“쉬는 날 책 읽는 것처럼요?”

“아, 책을 그렇게 읽어요? 그럼 이해가 더 쉽겠네요. 책을 읽을 때 제일 불편한 게 뭐죠?”

“숨 쉬는 거요.”

“네, 맞아요. 그렇게 누우면 숨쉬기가 불편할 겁니다. 그래서 쿠션 같은 걸 많이 대고 눕잖아요?”

“아아! 그래요! 저도 그렇게 누워요!”

“그렇게 불편한 숨을 배로 몰아쉰다고 생각해 봐요. 마치 누워서 배로 몸을 들어 올린다는 생각으로요.”

태하가 시키는 대로 한나는 숨을 쉬기 시작했다.

태하는 그 중간에 숨을 잠깐 참아 보라고 지시했다.

“흐으읍!”

“참아요!”

“헙!”

“자, 이제 옆구리까지 팽창이 되는 것이 느껴지죠?”

“으읍!”

“이 참는 느낌, 이걸 발살바 호흡법이라고 해요. 잊지 마세요. 자, 이제 숨 쉬어요.”

흔히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압력밥솥에서 김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체내의 공기압이 올라가게 되면 자연적으로 복압도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압력만 올리고 숨을 참는 것을 발살바 호흡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발살바 호흡법을 배운 후, 다시 데드리프트에 돌입한 한나.

“자, 그럼 들어봅시다. 업!”

“흐으읍!”

“좋아, 허리 곧고! 이대로 갑시다! 리프트!”

“흐으으읍, 후우우우!”

“리프트 성공!”

아주 깔끔하게 데드리프트에 성공했다.

[스킬: 인연의 사슬]

[타인을 완벽한 트레이닝으로 인도하셨습니다. 탑의 수호자가 박수를 보냅니다]

[탑의 수호자에 의해 새로운 연계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연계 스킬: 인연의 사슬 - 완벽한 트레이너]

‘어엇……?’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스킬을 얻어 냈다.

허나 그 스킬은 실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제자를 양성하여 올바른 길로 인도하시면 육성 포인트를 얻습니다]

[제자 양성으로 인한 보너스]

[육성 포인트 1당 신체 능력 1 상승]

[육성 포인트 1당 스킬 포인트 1 상승]

[육성 포인트 1당 마법 저항 1 상승]

무려 스킬과 신체 능력이 상승한다고 한다.

허나 그보다 더 엄청난 것은 마법 저항력이 상승한다는 점이었다.

타격 계열 공격은 태하에게 있어서 그렇게까지 큰 피해를 주지 못하지만, 만약 마법 공격에 직접 노출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전에 겪었던 그레이트 오우거의 스턴 마법처럼 말이다.

‘마저가 상승한다고? 그럼 거의 사기급 능력 아니야?!’

[제자 슬롯 +1을 획득하셨습니다]

[‘한나’를 제자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태하는 당장 예스를 외쳤다.

‘당근 빠따 예스지!’

[제자 목록: 첫 번째 제자 한나]

[제자 ‘한나’에 대한 보너스 - 가르침의 버프]

[가르침의 버프를 받는 제자는 점진적 과부하 스킬의 버프를 일부 공유합니다]

[육성 포인트 1을 획득하셨습니다]

[앞으로 제자가 한 명씩 성장할 때마다 육성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성과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한나의 근육 성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동료 ‘한나’의 근 성장을 공유합니다]

[시드 액티브 스킬 ‘체력 단련’이 해금됩니다]

[액티브 스킬 5-1이 복직근에 장착됩니다]

[액티브 스킬 5-1에 대한 보너스]

[체력 +8]

[액티브 스킬 5-1에 대한 마이너스]

[힘 -1]

‘……복근에 답이 있었다니!’

드디어 체력에 대한 페널티를 상쇄할 수 있게 되었다.

***

운동 두 달째.

“후우, 후우……!”

실로 전투적인 기세로 바벨로우를 수행하는 한나.

그녀의 등은 두께감이 생겨났고 세퍼레이션과 데피니션이 잡혀서 어지간한 여성이 1년을 넘게 고생해야 만들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네거티브!”

“흐으으읍!”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아주 정확하게 사선으로 직선운동을 하는 한나의 바벨.

타점이 하부 광배근에 국한된 그녀의 운동 수행 능력은 그야말로 기가 막힐 정도였다.

그것도 정확한 네거티브가 동반되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녀는 두 달 동안 몸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운동에 대한 이해까지 성장한 것이었다.

보현 관장이 손뼉을 친다.

짝짝짝!

“예압, 베이비! 등의 세퍼레이션이 좋아졌잖아. 도대체 이런 괴물은 또 어디서 데리고 온 거야?”

“그럼 다음 종목으로 넘어갈까요?”

“오케이! 다음 종목은 시티드 로우야!”

“넵!”

이제는 한나의 근육량이 늘어나면 그 신체 능력도 동반하여 상승된다.

태하의 점진적 과부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비록 용팔만큼 폭발적이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했다.

운동을 마무리한 후, 관장이 주는 보충제를 마시는 한나에게 보현 관장이 은근슬쩍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제 우리가 함께한 지도 어언 두 달이 되었잖아? 그동안 보충제와 도시락을 가져다준 서포터가 있었어. 지금까지는 내 이름으로 서포터를 연결시켰었거든?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 이제는 우리 체육관 소속으로 자네 이름으로 서포터와 직접 계약하는 게 어때?”

“관장님이 제 몸을 만들어 주셨으니까 체육관 소속이 되는 건 당연하죠. 계약할게요.”

“후후, 그래! 자네도 이젠 우리 체육관 소속 선수야!”

“그런데 관장님은 왜 이렇게 인재들한테 유난히 후하세요?”

“나? 그래, 내가 인재에게 집착하는 면이 좀 있긴 하지.”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아니야, 맞아.”

보현 관장은 과거를 회상하며 감상에 젖어 들었다.

이내 촉촉해지는 그의 눈동자.

“예전에 보디빌딩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었던 시절이 있었거든? 거기 나가려고 체전이며 미스터코리아며 대회를 엄청 쫓아다녔었지. 그러다가 체육관이 망한 거야. 매일 합숙에 전지훈련이나 다니니까 체육관이 멀쩡할 리가 없었던 거지.”

“……그런 과거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아시안게임 출전에서 예선 탈락해 제자들이랑 트레이너들까지 다 도망가 버려서 재기할 수도 없겠더라고.”

“불쌍해…….”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리는 과거였다.

“이제는 지난 추억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늙어서 대회를 못 뛴다고 생각하니 그게 더 가슴 아파. 그래서 자네들처럼 장래가 밝은 청년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고 싶어. 나처럼은 되지 말라고.”

“그런다고 관장님이 선수로서 재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대회는 선수 혼자 뛰는 게 아니야. 트레이너와 교육자가 함께 나가는 거지.”

“……뭔가 심오한 뜻을 품고 계시네요. 점점 존경스러워지는데요?”

“하하, 그렇게까지야. 아무튼, 열심히 해! 나는 자네들 가르치는 게 인생의 낙이니까!”

이윽고 마저 운동을 끝냈다.

잠시 후, 운동을 다 끝낸 보현의 세 제자가 나란히 거울 앞에 섰다.

거대한 태하, 대단한 세퍼레이션의 용팔, 그리고 유망주 한나까지.

“……감격스럽군!”

심지어 보현 관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스킬: 인연의 사슬]

[대단한 교육자를 만나셨습니다. 이런 교육은 조금 더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당신의 교육자를 각성시킵니다]

태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뭐라고……?’

순간, 보현 관장의 몸이 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끼이이잉!

“어, 어엇?!”

“각성이다!”

체육관에서 각성을 하는 보현 관장.

[탑의 수호자는 당신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했습니다]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특성: 조사(祖師)]

[모든 길은 근육 안에 있습니다]

[당신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은 앞으로 무한히 성장할 것입니다]

[각성 보너스: 일파창시(패시브), 계보(패시브)]

[등급 판정: S급]

[당신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모든 능력치, 스킬이 인당 5%씩 상승합니다]

[당신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제자를 육성할 시에는 +5%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는 없었다.

헬스장에서 각성하는 사람이 생겨나다니!

세계 최초일지도 몰랐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탑의 수호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헬스의 신인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헬스 신의 가호를 받은 거야!”

사실상 헌터로서의 힘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허나 보현 관장은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인연의 사슬이 대단한 스킬이긴 한 모양이구나. 이제는 사람까지 각성시키다니!’

아마 본인은 잘 모르고 있을 테지만, 이것은 실로 엄청난 일대 사건의 시작이었다.

[일파 ‘보현’이 생성되었습니다]

[보현파의 1대 제자 ‘정태하’와 그 제자들이 보너스를 받습니다]

[1대 제자 ‘정태하’에게서 스킬 ‘대사형의 오러’가 생성됩니다]

‘대사형?’

***

헌터협회 수임 정산 관계자는 태하가 가져온 아이템 보따리를 풀어 보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걸 어떻게 2인 파티로 구해 오셨어요?”

“2인 아닙니다. 중간에 1명 합류해서 3인으로 구했죠.”

“2인이나 3인이나……. 허 참,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요. 이 정도면 당장 브론드 등급으로 올라가도 이상할 것 없겠는데요?”

“아무튼, 돈은 제대로 입금되는 거죠?”

“이를 말씀이세요?”

수임 정산 창구에서는 태하가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해 냈다고 다들 웅성거리기 바빴다.

태하는 그런 그들에게 넌지시 요구했다.

“뭐, 괜찮은 수임 있으면 좀 주세요.”

“괜찮은 수임이요? 가고일의 발톱이나 심장, 뭐 그 정도?”

“흠!”

“……아니면 와이번은 어때요?”

“와이번?”

“와이번 가죽을 가지고 오는 수임인데, 가격이 상당히 세요.”

“얼마나요?”

“한 마에 7~8억이라네요.”

“할게요, 합니다! 한 마에 7억이면 와이번이 아니라 와이번 할아버지라도 잡아야죠!”

어차피 뚫어야 할 길, 한 마(=yard)당 7~8억이라는 엄청난 돈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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