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스레이드-9화 (9/197)

009 득근득근, 헬창 퀘스트(1)

생전 처음 들어 보는 퀘스트라는 것에 태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 - 수호자의 시련]

[목표는 집념과 함께할 때 빛을 발합니다. 집념을 가지세요]

[퀘스트 내용: 동료와 함께 주어진 아이템을 착용하여 바벨탑 29층의 보스를 처치하세요]

[보상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경험치 포인트 33,342 지급]

[동료 슬롯 +1]

[지원 사항: 아이템 ‘수호자의 방패 세트’, ‘추적자의 그레이트 보우’]

태하가 받은 퀘스트의 내용이다.

허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주의: 동료의 사망, 혹은 아이템 착용의 조건 미달 시에 퀘스트는 실패합니다]

[실패 페널티: 타격 저항 -4]

[동료 - 용팔]

[추적자의 그레이트 보우 착용 제한]

[힘: 12/100]

[민첩: 40/100]

던전에서의 경험치 포인트는 포인트 1당 통상 고블린 1~2마리로 환산된다.

보상으로는 최고이지만 난도가 제법 높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허어, 템을 줘도 못 끼게 만들면 어쩌라는 겨?”

[아이템이 귀속되었습니다]

[소환하시려면 ‘소환’을 외쳐 주세요]

“소환!”

[어느 것을 소환하시겠습니까?]

“으엉? 아이템이 또 있어?”

[현재 아이템의 상태]

[?????]

[암흑의 수정구]

[수호자의 방패]

“수호자의 방패는 방금 얻었으니까…… 나머지는 던전에서 얻었던 그것들인가?”

[어느 것을 소환하시겠습니까?]

“수호자의 방패!”

스스스, 파앗!

어디선가 아이템이 나타났다.

무형의 인벤토리 같은 게 있나 본데, 거기서 꺼낸 방패가 태하의 손 위에 올려졌다.

헌데 그 모양이 요상했다.

“……뭐야, 장난하나! 이건 스트랩이랑 바벨 원판이잖아?”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쓰는 장비들이다.

스트랩은 팔목에 감아서 쓰는 것이고 바벨 원판은 봉에 끼워서 근력 운동 따위를 할 때 쓰는 기구다.

이걸로 몬스터를 때려잡으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탑의 수호자라는 새끼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딴 짓을 왜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아이템을 받고 좋아하는 쪽도 있다.

스스스, 파앗!

“우오오오! 이거 뭐지?! 헌터님, 그레이트한 전설의 무기인가요?!”

“……그런 거면 좋겠는데. 아무튼, 이걸 못 쓰면 우리는 순식간에 알거지 되는 겁니다.”

“알거지요?”

“그 활, 한번 당겨 보실래요?”

용팔에게는 기분 나쁘게 생긴 그레이트 보우가 지급되었다.

태하의 말처럼 시위를 당겨 보는 용팔.

끼기기긱…….

무슨 단단하게 고정한 빗장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들린다.

“……안 되겠는데요.”

중학 시절까지 양궁을 했던 용팔은 사고로 슬개골이 망가졌고, 시력에 손상을 입어서 운동을 그만두었다.

허나 양궁을 했던 그 시절, 용팔은 제법 주목받는 유망주로 통했다.

비록 다치긴 했어도 활을 다루는 데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힘이 빠졌고 슬개골이 파괴되었어도 노하우가 있는데 이걸 아예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겉만 그레이트해 보이는 고물인가, 이거? 어지간히 큰 활도 일단 당기는 건 가능할 텐데.”

“우리는 앞으로 이걸 가지고 사냥을 나가야 해요.”

“아예 안 당겨진다니까요?”

“그러니까 당겨지게 만들어야죠.”

“왜 그래야 하는데요?”

“그야…….”

정말 순진무구하게 태하를 쳐다보는 용팔.

그런 그에게 태하가 말했다.

“강해지고 싶다면서요. 그걸 당길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강해져 있을 겁니다. 같이 던전을 공략하는 거죠.”

“오오오옷!”

태하는 용팔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용팔은 목적지가 어딘지 궁금했다.

“어디로 가는 건데요?”

“내가 저번에 말했었죠? 헬창이 되어 보자고요.”

“헬창?”

“헬스에 인생을 반쯤 갈아 넣은 사람들이죠.”

“……그게 그 뜻이었어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당신은 몸을 좀 키울 필요가 있어요.”

“음.”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뭔데요?”

“힘 스텟부터 좀 늘립시다.”

추적자의 그레이트 보우의 착용 제한 힘 스텟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높다.

그렇다면 답은 오로지 하나.

벌크업뿐이다.

***

용산의 덕림헬스.

용팔은 하루 종일 턱걸이만 죽어라 했다.

아예 철봉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손을 봉에 꽁꽁 묶어 두기까지 했다.

“으윽……!”

“어떻게 해서든지 이틀 안에 1세트 10개를 만들 겁니다.”

이것은 과연 운동인가, 고문인가!

그런 생각이 용팔의 머리를 수만 번이나 때리고 지나갔다.

“……벌써 죽을 것 같은데요?!”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요. 그리고 목숨 걸고 풀액셀 밟는다면서요?”

풀업은 결코 쉽지 않은 운동이다.

허나 용팔은 죽었다 깨어나도 풀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힘 스텟이 상승하려면 등 근육이 커져야 한다. 그러자면 복합 다관절 운동이 최고! 턱걸이가 정답이야!’

동료가 점진적 과부하를 적용받는다면 근육에 대한 스킬 각인 효과도 적용될 것이다.

그러므로 죽어도 풀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원래 운동은 다 힘들어요. 하지만 누구든 하면 됩니다. 일단 당겨요!”

“허억, 허억!”

“몸이 뒤로 밀리잖아요! 코어에 힘을 줘요!”

“몸통에… 어떻게…… 힘을… 줘요?”

“힘을 줄 때 숨을 내뱉어요. 이렇게, 쓰으으으으……. 이렇게 쉬어요. 마치 압력밥솥에서 김이 빠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땀으로 목욕을 한 것 같았다.

용팔이 거의 죽어 가고 있었지만, 태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죽어라 턱걸이만 시켰다.

“……으으! 이러다가 죽겠어요!”

“안 죽어요. 1분만 쉬었다가 다시 올라갑시다.”

이러다 정말 사람 죽겠다 싶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태하를 미친놈 보듯 쳐다보기까지 했다.

“쯧쯧쯧! 저러다가 사람 하나 잡지.”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 하는데.”

사람들이 태하를 씹어도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미치광이처럼 운동하는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을 테니 말이다.

허나 태하에게는 다 생각이 있었다.

“자, 시작합시다!”

“죽을 것 같은데…….”

태하는 용팔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그러자 용팔이 새 힘을 얻었다.

[부여: 용팔의 근력과 교감신경을 강화합니다]

이것이 바로 태하의 큰 그림이었다.

바로 ‘부여’라는 스킬.

“강해지는 겁니다. 득근하면 던전에 갈 수 있어요!”

“……득근. ……득근! 그래요, 득근 한번 해 볼게요!”

인간은 단련을 통해 강해진다.

허나 이렇게 하루 종일 턱걸이만 해 댄다고 몸이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근육과 신경의 내구도에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팔은 다르다.

점진적 과부하라는 패시브가 있는 한, 거의 무한으로 초과 회복이 이뤄지고 근육과 신경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패시브: 점진적 과부하]

[근육이 초과 회복에 들어갑니다]

[미토콘드리아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신경 전달이 원활해집니다]

[신경 물질이 초과 회복에 들어갑니다]

[용팔의 근육과 신경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태하가 손으로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바로 이거지!’

그가 노린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분명히 운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되고 있다. 또한, 그로 인해 근육과 신경이 발달하고 있기도 했다.

그러니까 용팔은 근육과 신경을 소모하고 있지만, 회복과 성장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었다.

다섯 시간, 여섯 시간, 일곱 시간…….

무려 장장 열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팔은 턱걸이를 계속했다.

마치 좀비처럼 어떻게든 1개라도 더 당기는 모습에서 악에 받친 눈빛까지 보였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콤한 법이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무려 열 시간 만에 1세트 10개를 만들어 냈다.

용팔은 그 자리에 쭉 뻗어 버렸다.

“엄마야, 나 죽네…….”

“드디어 10개 만들었네요! 축하합니다!”

하루에 턱걸이 10개.

아마 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루 만에 이 정도의 성장은 천지가 개벽한다고 해도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허나 용팔은 강한 집념으로 해냈다.

[패시브: 원 플러스 원!]

[파트너 ‘용팔’의 성장치를 공유합니다]

[액티브 스킬 ‘부여’의 하위 스킬이 해금됩니다]

[부여 Vol.2]

[액티브 스킬 3-2가 대퇴사두에 장착됩니다]

[액티브 스킬 3-2에 대한 보너스]

[민첩 +4]

[액티브 스킬 1-2에 대한 마이너스]

[체력 -1]

‘오호?’

***

그로부터 며칠 후.

용팔은 턱걸이를 한 번에 40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한 달 만에 폭풍 성장을 해 버린 것이다.

“요, 베이비! 스콰아아앗!”

“……으으으윽!”

태하와 용팔은 보현 관장에게 지옥의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최근 그들이 주목하는 운동은 바로 스쿼트.

얼마 전에 스킬 3-2가 해금되면서 대퇴사두를 키우면 스킬 레벨당 민첩성이 +4%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하체 근육의 장력, 네거티브를 명심하란 말이야!”

“허억! 허억!”

스쿼트는 대퇴사두를 주동근으로 하지만 대둔근과 대퇴이두의 근 비대까지 노려볼 수 있는 최고의 하체 운동이다.

역도는 물론이고 폭넓은 분야에서 사용되나, 문제는 동작의 난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보디빌딩 방식의 스쿼트는 그 난이도와 체력 소모가 거의 극악에 달한다.

이제 1rm이 500kg을 훌쩍 넘기는 태하도 네거티브 스쿼트는 쉽지가 않은 영역이다.

“대퇴사두보다는 지금 외측광근에 힘이 더 많이 실려. 이게 무슨 뜻인지 자네가 제일 잘 알지?”

“……쉽지 않네요.”

풀 스쿼트로 힘을 키울 때야 잘 몰랐지만, 네거티브 등장성 수축을 느끼다 보니 약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1세트가 끝났고, 곧바로 용팔이 들어왔다.

“하나, 둘……!”

“오케이, 라이트 웨잇! 이지, 베이비!”

전 세트 네거티브가 적용되는 운동법이다.

그런데 하프 스쿼트를 하는 용팔의 상체 각도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스무스하다.”

“고관절의 골반 드라이브와 힙 힌지를 적절히 사용하면 저런 동작이 나오지. 뭐랄까, 하반신 안으로 상반신을 스윽 담근다는 느낌이랄까?”

“……대단하네! 벌써 저런 디테일까지 잡아낸 건가요?”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거야. 그리고 저것 좀 봐.”

관장은 용팔이 이완 구간에서 둔근을 쭉 늘이는 것을 지목했다.

최대 수축, 용팔은 그 오의를 깨달은 것이었다.

“텐션이 유지되는 그 끝에는 뭐가 있겠어? 당연히 탄성으로 돌아오겠지? 그것까지 컨트롤하는 것도 스킬이야.”

“아아!”

“명심해. 어떤 운동이든지 간에 탄성이 중요해.”

평소에는 순박한 청년이지만 한 가지에 집념을 갖기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로 빠져들었다.

그것이 바로 용팔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것이다.

이윽고 다음 태하가 교대해 들어갔다.

그동안 중심을 약간 앞으로 쏟았던 태하는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옮기고 최대한 신전(伸展)에 집중했다.

그러자 대퇴사두에 엄청난 자극이 느껴졌다.

“……허엇!”

“오케이, 베이비! 바로 그거야!”

용팔에게서 답을 찾은 태하.

그는 세트가 끝나자마자 용팔과 포옹을 나누었다.

“헌터님, 고마워요!”

“뭘요. 우리는 파트너 아닙니까.”

[시드 액티브 스킬 ‘파트너 태그’가 해금됩니다]

[액티브 스킬 4-1이 대퇴사두에 장착됩니다]

[액티브 스킬 4-1에 대한 보너스]

[민첩 +8%]

[액티브 스킬 1-2에 대한 마이너스]

[체력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