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0화.급변하는 현신의 정세 (271/278)

급변하는 현신의 정세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 기분이 어떠세요?"

 아즈만이 조심스럽게 물었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룬이 걱정스러웠나 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아. 덕분에 미련도 떨쳐 버릴 수 있어 시원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리가 임신할 수 없다니 그건 좀 충격이네."

 "어쩔 수 없어요. 초월자들이 뉴 휴먼 프로젝트에 개입을 한 것은 마스터와 같은 신인류를 탄생시켜 그 유전 형질을 후대에 퍼트리려는 의도였으니까 굳이 아리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인걸요."

 그 말을 듣자 어깨가 무거워졌다.

 '내가 새로운 인류의 아버지가 된다?'

 "후후후! 우습네. 무능력자에 보더러의 표본이었던 내가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지?"

 "마스터는 세상 그 누구보다 더 멋진 능력자에요."

 "하하하. 그런가?"

 '하지만 굳이 마음에도 없는데 다른 여인과 만날 필요는 없겠지. 시간이 흐르면 내가 아니더라도 각성하는 자들이 나올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후훗. 내가 별생각을 다 하네.'

 복잡한 심경에 씁쓸한 웃음을 터트린 하룬은 아즈만과의 대화를 통해 가이아와의 만남이 준 충격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벨이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알았어. 나갈게."

 하룬은 다소 후련한 기분으로 캡슐을 벗어났다.

 "오빠!"

 와락 품으로 안기는 벨은 언제나 그렇듯 피붙이의 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 벨, 업무가 많은가? 왜 이렇게 말랐어?"

 사실은 모무게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 정도의 립 서비스는 할 수 있게 된 하룬이다.

 "히잉. 힘들어 죽겠어. 빨리 오빠가 나와서 내 짐도 덜어 줘."

 벨이 짐짓 우는 소리를 해서 미안하게 만들었다.

 "그래. 조금만 더 참아, 조금만."

 "칫! 알았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같이 비욘드를 여행하겠다는 약속은 꼭 지킬거지?"

 "그럼. 그래, 벼리에게서 들어온 소식이 있다고?"

 "응."

 하룬은 벨을 카우치에 앉혀 놓고 차를 탔다. (Nyd: 스캔본에는 벨은 이라고 되어있지만 오타인 듯..?)

 "헤헤! 우리 오빠가 이렇게 자상해졌을 줄이야."

 "후후. 이상하지는 않지?"

 "전혀. 여자들은 자상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돌풍 시티는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몇 번의 습격으로 인해 시민들도 한마음이 되었고 행정 체계도 무리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벼리가 뭐래?"

 "베일에 가려졌던 프로젝트의 실체가 어느 정도 밝혀졌대."

 "그래? 대체 무슨 실험을 한 거래?"

 "초인 프로젝트 혹은 인체 개조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실험인데, 변종생물을 포함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동식물의 세포를 대상으로 수많은 기초 실험을 진행했고 수많은 약들을 임상 실험해서 프로젝트를 진했는데 1차는 성공했다네."

 제목만 보더라도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자세한 사항까지 알고 싶었다.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온 거래?"

 "응. 1차 결과만. GG의 프로모터를 포함해서 총 일곱 명이 실험에 참가했는데 20대 중반의 육체를 가지게 된 것은 물론 상당한 수준의 이능력까지 가지게 되었대."

 "흐음. 그 저주받은 실험이 성공했단 말이지."

 데드 벙커가 지금까지 해 온 실험은 그동안 벼리가 전해준 정보를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변종생물들은 물론이고 아우터와 이너 중 강인한 육체와 높은 지적 수준을 가진 이들 그리고 이능력자들을 납치하여, 생명의 원천인 기를 뽑아내는 것은 물론 강제 세포이식과 뼈를 포함한 장기의 교환 등이 데드 벙커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데드 벙커의 분위기는 어떻대?"

 "1차 실험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전 세계의 유력자들이 데드 벙커로 몰려들어 엄청난가 봐. 수행 인원들까지 합류해서 연구원들과 수비군들은 방을 같이 써야 하고 일부 연구실은 숙소로 바꾸어야 할 정도라니까."

 "탐욕스러운 자들이 글너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심지어는 GPC의 요인들 중에서 상당수가 전향을 약속하고 실험에 참가시켜 달라고 했다나 봐."

 그 역시 예상할 수 잇는 일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재력을 거머쥔 자들에게 수명 연장을 넘어 새로운 육체를 가지게 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일 것이다.

 "어쨋거나 실험이 성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작전을 시작해 달라고 하네."

 "그래야지."

 곧 죽을 자들이 새로운 육체와 이능력까지 얻게 된다면 이 세상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곳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그들에게 유니온의 일반 주민들은 같이 살아가야 할 동료가 아니라 노예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마스터!"

 갑자기 아즈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기에 하룬과 벨은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기회라고 생각해요."

 "기회?"

 "네. 실험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저희가 제거해야 할 인물들로 분류한 자들이 대부분 그곳에 있는 상태에요."

 "정말이네?"

 벨은 금방 아즈만의 말을 알아들었고 하룬도 그 뒤를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우리에게는 기회로군. 그곳에 모인 자들만 없애면 점조직의 특성을 가진 GG와 HG를 무너뜨리는 것이 쉬워질 거야."

 "그래서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뭔데, 아즈만?"

 하룬은 오늘따라 아즈만이 묘하게 적극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들이 유니온 쪽에 신경을 쓰지 못하도록 오르그들로 하여금 공격을 하게 만들면 어떨까요? 거기에 더해 지하 도로를 통제하고 통신망을 마비시킨다면 그들은 한동안 유니온 쪽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될 거에요. 그사이에 우리의 일을 진행하는 거에요."

 "절묘한 방법이야. 오빠, 그렇게 해."

 하룬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런데 아직 혁명을 일으킬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하룬은 일레인을 구한 다음에나 현실에서 일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마침 최고의 패를 뫼비우스가 구해 왔어요."

 "맞아, 오빠. 그것 때문에 오빠를 나오라고 한 거야."

 "뫼비우스가 뭘 구해 왔는데?"

 "이거야!"

 벨은 테이블에 올려 두었던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를 열어 안에 있는 낡은 서류를 꺼낸 하룬은 제목을 보았다.

 "신세계 협약서? 이게 뭐야?"

 "일단 읽어 봐."

 벨의 말대로 궁금할을 가지고 서류의 내용을 살펴보는 하룬의 눈이 빠르게 커졌다.

 "이, 이럴 수가!"

 사기!

 유니온의 주민들은 구노블들에게 거대한 사기를 당한 것이다.

 구노블 대부분은 암흑시대 동안 비교적 오염이 덜 된 남반구의 섬이나 거대한 지하벙커에서 살아왔다. 그들은 종말 전쟁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던 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하거나 벙커를 건설해서 끝까지 살아남았던 것이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암흑시대가 끝나고 방사는 오염도가 어느 정도 떨어졌지만 초월자들은 더 이상 인간들을 방치하면 멸종할 것으로 판단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초월자들은 유니온 건설에 필요한 자원가 기술자들이 필요했고 선대가 축적해 놓은 수많은 재화(財貨)와 지식 그리고 기술을 가진 구노블들의 선조들은 그 일에 동참했다. 그들은 겨우 생명을 유지해 가는 데 급급한 대부분의 인류와는 다르게 가진 것들이 많았기에 단숨에 인간들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암을 유발하는 강력한 자외선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생물들이 살기 힘든 암흑시대에도 많은 인류가 살아 남았다. 그들 대부분은 종말전쟁의 전화가 비켜 간 오염이 덜한 곳이나 깊은 산속으로 피신해서 살아남은 인류들이었다.

 인류들은 새로운 지도자들이 나타나 안전한 주거지를 건설하니 동참하라는 말에 열성적으로 노역을 제공했따. 그 엄청난 전쟁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인류의 숫자는 무려 수천만명에 이르렀기에 유니온의 건설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전 세계적인 유니온 건설이 마무리가 될 무렵 초월자들은 가장 공을 많이 세운 인간들을 모아 자신들의 의지를 전했다.

 수많은 인간들이 힘을 합쳐 건설한 유니온은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 그럴 수는 없어! 우리는 누구보다 많은 공을 세웟는데 같은 취급을 받다니 안 될 말이야.

 - 이대로라면 일은 우리가 다 하고 저 천하고 능력 없는 자들과 똑같이 취급될 수 있어.

 불만이 극에 이른 구노블은 초월자들의 의지에 반해 자신들이 영원히 유니온들을 장악할 음모를 꾸민 것이다.

 초월자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사이보그들이 유니온을 건설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동안 그들은 종말 시대부터 축적했던 재물과 앞으로 유니온에서의 이권을 앞세워 인원과 무기를 구해 사병으로 양성했다.

 그리고 유니온 건설이 일단락된 시점에 일제히 그 사병들을 동원하여 초월자들과 사이보그들을 공격했다. 그 일로 인하여 타이탄 워커들을 비롯한 각종 건설 장비들을 다룰 수 있는 사이보그들은 몰살했고 초월자들은 최소한의 기능만 남은 상태로 무력화되었다.

 구노블들은 대외적으로는 초월자들의 존재를 은폐하는 동시에 유니온 건설을 자신들이 한 것으로 선전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초월자의 존재를 아는 수많은 초기 휴먼들이 비밀리에 그들의 사병들에 의해 죽어 갔다.

 그들은 그럼 음모를 통해 자신들이 유니온을 건설했기 때문에 유니온을 소유하는 것이 정당하단 주장을 폈고, 힘없는 주민들은 그들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니온에서 살려면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음모는 초월자들이 자신들의 존재가 모두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렸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비교적 소수의 인간들만이 초월자들의 존재와 그들의 역할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당시 초월자들은 수많은 일들을 맡아서 했기에 그들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일 여지가 없었다.

 구노블들은 초월자들의 존재를 아는 자들만 없애면 자신들이 유니온들을 건설했다고 주장해도 된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음모는 결국 성공했다.

 으드득.

 빠르게 내용을 다 살펴본 하룬은 이를 갈았다.

 "놀랐지, 오빠?"

 "정말이지 할 말이 없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었던 거지?"

 "인간의 욕심은 정말 대단해!"

 "그래, 그런 것 같다."

 감히 자신들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초월자들을 제거할 음모를 꾸미다니

 "아무튼 이 서류로 인해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일은 탄력을 받을 거 같아.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도 용이할 거고."

 그건 그랬다.

 신세계 협약의 내용이 알려지면 그동안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살아왔던 수많은 휴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유니온의 주민들이 구노블들의 지배를 용인했던 근거가 바로 안전한 주거지를 그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데 있었다. 그것이 음모라는 게 밝혀지면 세상은 완전히 뒤집히고 말 것이다.

 "조만간 이 일을 의논해야 할 거 같네. 아리는 지금 어디에 잇는 거야?"

 "언니는 지하 도로망을 오나성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이제 막바지니까 며칠 정도면 다 끝날 거야."

 "좋아. 아리가 기지로 돌아오는 즉시 이 일을 의논해 보자."

 "알았어. 그동안 난 아즈만 언니와 미리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볼게."

 "그렇다면 안심이지. 아무튼 우리 벨과 아즈만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헤헤! 웬일로 그런 말을 다. 우리 오빠가 변하긴 한 모양이네.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니까 좋기는 하다."

 하룬은 말없이 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벨의 몸에 손을 대는 것도 힘들지 모른다. 벌써 꽤나 성숙해진 벨이었다. (Nyd: 본문에는 숙성해진이었지만 성숙해진이 맞겠죠?^^)

 "아! 제리코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고?"

 "응. 그 오빠가 몇 번이나 뇌파 통신을 시도했는데 오빠가 반으잉 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직접 사람을 돌풍 기지로 보내왔어."

 아마 자신이 혼돈의 땅에 있었던 때 연락을 시도했던 모양이다.

 "그래, 무슨 일이라는데?"

 "여기 정리해 두었어."

 벨은 테이블에서 다른 서류를 가지고 왔다.

 "뭔데?"

 하룬은 직접 보는 것보다 벨이나 아리 혹은 아즈만이 말로 설명해 주는 것을 더 선호했다.

 "다크 프린스에 대한 정보와 현재 글로리 가이아의 정황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보내왔어."

 다크 프린스에 대한 정보라는 소리에 하룬이 서류를 재빨리 훑었다. (Nyd: 책에는 정보는이라고 써있네요.. 이번 책에는 오타가 좀 많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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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칭 : 다크 프린스

본명 : 송명인

이력 : 글로리 가이아의 지배자인 프로모터와 휴먼가드의 지배자인 골든 퀸 사이의 아들

 인공수정체로 태어나 5세에 친부모가 찾음.

 홀로 모종의 장소에서 영재 교육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나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음.

 현재는 글로리 가이아의 빈욘드 총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음.

 성격 : 냉정하며 호불호가 확실함.

 최근활동

 프로모터와 조직의 수뇌부들이 데드 벙커로 간 사이에 급속하게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음. 조직 개편 방향으로 보아 음지뿐 아니라 양지에서도 활동할 것으로 사료되며 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음.

 특이사항

 시린이라는 20대 중반의 여성이 현실에서는 개인 비서로, 비욘드에서는 총참모장으로 보좌하고 있음. 뛰어난 머리와 조직 장악 능력을 지니고 있는 시린은 다크 프린스와 항상 같이 행동하고 있으며 근거리에서 살펴본 조직원들에 의하면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많은 부분에서 시린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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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게도 하룬이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다크 프린스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정보에 그쳤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정보가 뒤에 첨부되어 있었다.

 그것은 조직 개편에 대한 것이었는데 상세한 내용을 읽은 하룬의 눈매가 좁아졌다.

 "오빠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응. 이건 좀 이상한걸."

 제리코가 파악한 사실로 판단하건대 다크 프린스는 지금 조직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려는 엄청난 짓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조직을 슬림화시키는 것은 물론 기존의 간부들은 배제하는 것을 보면 프로모터에게 완전히 조직을 물려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러게. 제리코를 비롯해서 기존 중간 간부들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한직으로 쫓겨나거나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프로모터의 부재를 틈타 조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거 같아. 무력 조직도 기존의 간부들과는 관련이 없는 새로운 것들이고. 하지만 프로모터가 그것을 허락했을 리가 없을텐데."

 "그럴 리가 없지. 더 오래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자가 권력을 손에서 놓을 리는 없을 테니까."

 벨과 의견이 일치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다크 프린스가 글로리 가이아를 자신의 것으로 바꾸려는 모양이다.

 "게다가 말미에 있는 내용을 보면 휴먼가드에서도 심상치 않는 변화가 감지된다고 하니 이상하긴 해."

 이럴 때는 이벨린의 존재가 아쉬웟다. 그녀만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휴먼가드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결전의 그날이 빨리 올 것 같아."

 "내 생각에도 그래, 오빠."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하룬은 본능적으로 거대한 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빨리 비욘드로 돌아가야겠다. 그곳 일을 어느정도정리하고 현실에 집중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래, 오빠. 아리 언니가 도착하는 대로 오빠에게 연락을 할 테니까."

 하룬은 언제나 자신을 응원하고 믿어 주는 베로가 아즈만을 뒤로하고 비욘드로 향했다.

 "미치겠어요!"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아그레시아가 소리를 빽 질렀다. 회으하는 도앙ㄴ 내내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진정하십시오, 총사!"

 "어떻게 갈수록 적들의 전력이 더 강화되느냐고요."

 후버론은 총사의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얼마 전 다크니스가 다크 나이트와 다크 매지션을 선보이면서 전황이 극도로 나빠졌던 것이다.

 가즈 로드와 연합군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적들의 전력은 갈수록 증강되고 있었다. 특히 언데드와 마수들의 숫자는 이미 50만이 넘어간다. 이런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된다면 가지고 있는 성들까지 내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설마 그 의문의 습격 사건과 묘지 도굴 사건이 다크니스와 관련이 있을 줄이야.'

 사실 어느 정도는 의심을 했지만 그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특별한 대응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그것은 그런 황당한 일을 당한 세 제국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걸 막아야 할 영지나 도시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당시 난동을 부리는 이방인들로 인해 꼼짝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들이 설마 이방인들에게까지 손을 썼을 줄을 몰랐지.'

 이방인이 세운 타이푼 길드에서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다크니스는 질 나쁜 이방인들에게 엄청난 액수를 걸어 용병처럼 고용을 했다고 했다. 난동을 부린 자들은 잡아 가두면 되는 일이지만 초창기와는 달리 이방인들의 무력 수준이 경비병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오른 터라 진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다크니스의 사주를 받은 이방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동시간대에 사고를 치는 터라 경비 인력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스승님, 자금을 확보할 방법이 없을까요?"

 아그레시아의 말에 후버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즈 로드의 총사직을 수락하면서 받은 돈은 벌써 써 버린 지 오래였고 세 제국으로부터 매달 받기로 한 300만 골드는 수령하는 즉시 각종 물품대금과 급여로 모두 소진되고 있어 여유는 전혀 없었다.

 "상인 연합에서는 아직도 미적지근한 반응인가요?"

 "네. 고스트 건이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터라 그들 역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스트의 전력 중 상당 부분을 돌풍 용병대가 처리를 했기에 지금은 소규모 상행의 경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대형 상단들의 경우 아직 상행을 시작하지 못했다. 예전에 비하면 비교적 안전해졌지만 그래도 일격을 당하기라도 하면 그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돌풍에서 만들어 낸 스페셜 포스에게 각개격파를 당했던 달리 고스트도 지금은 두세 조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터라 스페셜 포스도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상인 연합은 돌풍 용병대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돌풍의 스페셜 포스 때문에 놈들에게 어느 정도 복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방인들의 대규모 난동까지 겹친 상황이라 세 제국은 아직 상인 연합이 원하는 지원을 해줄 입장이 못 되었다.

 "하룬 대장은 아직도 소식이 없나요?"

 "네."

 "설마…… 아니겠지요?"

 아그레시아는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아닐 겁니다. 돌풍 용병대의 움직임이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전해 온 말로는 부상을 치료하는 중이랍니다."

 "후유! 어서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아그레시아는 창밖 멀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라면……'

 잘생기지도 않았고 용병에 불과한 하룬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 누구보다 더 그리웠다.

 어려울 때마다 절묘한 수를 생각해 내는 지모를 가지고 있고 말 한마디에 천금의 가치가 있는 사내.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볼 때마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상한 매력의 소유자.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현재의 어려움이 모두 해소될 것 같은 믿음을 갖게 해 주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

 그 사내가 바로 하룬이다.

 '주책이지만 그가 보고 싶어!'

 잠시라도 그의 품에 안겨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맛보고 싶었다. 그의 넓고 단단한 품속이라면 언제든지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하룬이 비록 최고의 검사는 아니지만 그만큼 아그레시아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라면 분명히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비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데빌 산맥의 이름 모를 봉우리 사이로 아그레시아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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