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6화.혼돈의 땅 (267/278)

혼돈의 땅

 르억의 영역을 지난 하룬 일행은 더욱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놈의 영역은 상당희 넓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시간을 이동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였다.

 쉬이익.

 하룬은 뭔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기척을 느끼곤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탄, 뭐 찾는 거라도 있으신지요?"

"아,아닙니다."

 당장 무슈가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고 물어 왔지만 특별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뭔가 움직였는데.'

 상급 마수들이 서식하는 구역이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감각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룬의 감각은 굉장히 예민한 편인데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아닌가?'

 하룬은 자신이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번갈아 가며 척후를 맡았던 무슈와 전사장들이 착용한 가죽 방어구는 어느새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검에 블러드 에센스를 주입한 상태에서 오감을 활성화시킨 채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었다.

 물 몇 모금을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 하룬 일행은 곧바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된 척후와 빠른 이동으로 인해 또다시 전사장들의 피로도는 높아졌고 다시 위험이 닥쳐왔다.

 스스스.

 척후를 맡지 않은 전사장들과 보조를 맞추어 걷고 있던 하룬의 걸음이 멈추었다.

"왜?"

 바로 곁에서 그를 호위하던 무슈가 손을 들어 행군을 멈추었다. 하룬은 대답 대신 눈매를 좁히고 예민해진 오감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분명히 뭔가 있어!'

 하룬은 시각이 방해가 되자 아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감각의 촉수를 주변으로 멀리 퍼트렸다.

 거의 느낄 수 없는 대기의 유동과 작은 벌레들의 움직임들까지 감각의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더 집중하자 지렁이가 땅속에서 지나다니는 정도의 미세한 소리들과 움직임들까지 인지할 수 있었다.

 스르르.

 하룬의 손은 어느새 황혼의 킨드잘을 집어 한곳으로 날렸다. 마나까지 주입된 탓에 그 빠르기는 벼락과 같았다.

 끼이이이잇!

 귀청을 찢는 듯 날카로운 비명을 들으며 눈을 뜬 하룬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비수가 박혀 있고 투명에 가까운 어떤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쉬익!

 하룬은 머리로 추정되는 위치에 극강의 혼을 더 던졌다. 하지만 극강의 혼은 그 부분을 통과해서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헛! 사라졌어!"

 전사장들이 탄성을 질렀다. 분명히 황혼의 킨드잘은 뭔가에 박혔는데 정체불명의 액체를 남기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황혼의 킨드잘과 극강의 혼은 곧바로 돌아왔다.

 하룬은 샤키의 눈을 활성화시킨 다음 자연의 마나를 눈에 주입했다. 그러자 하룬의 눈이 투명하게 빛나며 광채가 흘러나왔다.

"무슈, 당장 원진을 펼치고 뭔가 감지되면 바로 공격하세요!눈을 믿지 말고,"

 일행의 주변 풀 위에는 뭔가 이질적인 공기의 흔들림이 강화된 샤키의 눈을 통해 보였던 것이다.

"네, 파탄!"

 무슈는 조금 이상해 보였던 하룬의 행동에 이유가 있었음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이상 징후를 하룬 혼자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슈를 비롯한 전사장들은 안쪽에 네 정령을 넣고 작은 원을 만들었다.

 스스스.

 스르르.

 이제 전사들까지 사방에서 뭔가 자신들을 포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능이 발달한 전사들은 살이 따끔거릴 정도의 가공할 살기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상에!"

"무슨 마수지?"

"도대체 보이지가 않으니......"

 무슈는 전사장들의 속삭임에 퍼뜩 한 마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카므세카! 카므세카가 이곳에 있다니!"

 무슈는 너무 놀랐는지 이 상황에서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하룬은 금방 덮칠 것 같았던 미지의 존재가 일정 거리까지 접근한 후로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하던 찰나에 무슈의 외침을 들었다.

"카므세카? 어떤 마수입니까?"

"그게......"

 하룬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무슈였지만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카므세카라는 마수에 대해 아는 한도에서 설명을 했다.

 카므세카는 투명한 점액 덩어리로 추정되는 몸체를 가진 마수로 아무런 기척도 없이 접근해서 포획물의 몸을 통째로 감싸 순식간에 녹여 버리고 그 용해된 액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사냥을 한다고 했다.

"구전되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어떤 마수나 몬스터도 카므세카를 상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점액체粘液體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슬라임과 비슷하지만 대기에 녹아들 정도의 투명도를 가지고 있고 강력한 산성 소화액을 분사 하는 것. 그리고 미세한 공기의 유동을 타고 움직일 수 있어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공포의 마수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점액체

 무슈의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주변의 기척을 관찰하고 있던 하룬은 전사장들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수의 정체를 알고 나자 그 용맹하던 전사장들이 일제히 공포에 질린 것이다.

'하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움의 원천이지.'

 보이지 않으면 안 보면 된다.

 시각이 아니더라도 상대를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청각이나 후각도 좋은 방법이지만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것은 육감이다.

'이러다가 놈들이 한꺼번에 덮치면 막을 수 없어!'

 왜 아직 공격을 하지 않는지는 모르지만 공격이 임박한 것은 알 수 있었다. 미풍이 부는 것처럼 주위의 여린 풀잎들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

'보이지 않으면 보이게 만들면 되지!'

 자신에게는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네 정령 친구가 있다. 아직 자신들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해 활용도가 낮기는 하지만 하룬의 생각을 실체화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은 있다.

 하룬은 의념으로 그들에게 생각하는 바를 전했다.

-라이피, 나이아의 도움을 받아 습기를 머금은 흙을 넓게 퍼트리고, 나이아와 피닉스는 맞으면 폭발하는 워터 볼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 줘, 위신느는 최대한 많이 작은 바람칼을 만들어서 지상5미터의 범위까지 날려.

 네 정령은 하룬의 부탁을 받자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파앗! 파바밧!

 갑자기 멀쩡했던 바닥이 뒤집히더니 엄청난 흙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때를 맞추어 그 위로 수없이 많은 물방울이 덮쳤다.

 그렇게 젖은 흙 입자들이 사방으로 비산飛散했다. 그러자 젖은 흙이 카므세카에게 달라붙어 그 형체가 드러났다.

"저놈들이었군."

 하룬 일행의 눈에 마치 흙으로 빗은 골렘처럼 보이는 거대한 형상들이 드러났다. 뼈가 없는 점액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형상들은 같은 외양을 가진 것이 아니라 아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끔찍하군."

 젖은 흙가루가 흡착된 덕분에 놈들의 존재는 시각화시킬수 있었지만 개체수가 얼마나 되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다. 자유도가 높은 형체를 가진 만큼 그 숫자를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하룬 일행의 시야는 놈들로 꽉 차 있는 상태였다.

'빗나갈 일은 없겠군.'

 놈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피닉스의 손을 잡은 나이아의 몸 주위로 작은 물방울들이 수없이 많이 생성되더니 마치 탄환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꽝!꽝!꽝!

 물방울들은 뭔가에 닿는 즉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터졌고 금방 주변은 초토화가 되었다. 속살을 드러냈던 바닥으 다시 엄청난 흙먼지를 피우며 엉망이 되어 버렸다.

"와아아!"

"카므세카가 죽는다!"

 흙가루가 달라붙어 형체가 드러난 카므세카들은 폭발하는 워터 볼에 직격당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이런! 놈들이 다시 합치고 있어."

"아직도 안 죽었어. 정말 전설대로 지독한 마수야."

 지난번에 상대했떤 르억처럼 카므세카 역시 융합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산산조각이 난 파편이 꿈틀거리며 서로에게 다가가서 붙는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강렬한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공격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위신느가 만들어 내는 손바닥 크기의 바람칼들은 강력한 회전이 걸린 상태로 사방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수백 개가 넘는 바람칼들은 누가 조종을 하는 것처럼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이 찢긴 카므세카의 몸통들이 하나로 합치려는 것을 다시 잘게 찢어 놓았다.

 하룬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블리츠 대거, 가랏!"

 하룬의 의지를 전해 받은 블리츠 대거는 시퍼런 뇌전의 끈을 매달고 어느새 축축하게 젖은 땅으로 날아갔다.

 지지지직!

 츠츠츠즈!

 블리츠 대거로 보내는 뇌전의 양을 급격하게 늘려 방출하자 시퍼런 뇌전이 나이아의 워터 볼이 적셔 놓은 공간을 완전히 장악했다.

 끄아아아아!

 끼이이이이잇!

 몸통이 찢겻을 때도 나오지 않았던 카므세카의 끔찍한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조금만 더!'

 하룬은 블리츠 대거를 통해 어퍼 오션의 뇌전을 끊임없이 방출했다. 뇌전의 양이나 그 전압이 그가 알던 기준을 한참이나 초과했기에 마나 로드를 마나로 보호하는 한편 뇌전력을 일정하게 쏟아 내는 일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으으으!'

 금방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극렬한 통증이 찾아왔지만 하룬은 애써 참으며 뇌전을 쏟아 냈다.

'어퍼 오션에 이렇게 많은 뇌전력이 축적되어 있었나? 어떻게 된 일이지?'

 벌써 몇 변이나 호흡을 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아직도 카므세카의 비명들이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뇌전은 끊임없이 빠져나갔다.

 한 번도 뇌적력이 방전될 정도로 써 본 적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그 스스로 짐작하는 양이 있었는데 이건 그것을 한참 이나 초과하고 있었다.

 하룬은 마나를 운용해 마나 로드를 보호하고 뇌전력을 일정하게 쏟아 내는 일에 더해 의식 한 자락을 분리해서 자신의 몸 내부로 돌렸다.

 이렇게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가능할 것 같아 시도한것인데 의도대로 가능했다.

'후아! 마나 오션과 마나 스토리지의 뇌전이 모두 움직이는 거구나.'

 자연의 마나와 어둠의 마나가 태극 문양을 그리고 있는 외곽에 테를 만들었던 뇌전에 마나가 조금씩 어퍼 오션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양이 평소에 알고 있었던 것을 훨씬 상회한 것이다.

 츠츠즈즈.

 치지지직.

 카므세카의 비명이 그쳤다.

'이젠 끝이군!'

 하룬은 문득 그 사실을 인지하고 뇌전력을 다시 흡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블리츠 대거, 뇌전을 다시 흡수해!

 정령들과 오래 같이 지내서 그랬던 걸까? 하룬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블리츠 대거에 의념을 보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룬의 의지를 들은 걸까? 땅에 박혔던 블리츠 대거가 매개체가 되어 사방에 퍼졌던 뇌전력을 모아 일정한 양을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블리츠 대거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갔던 시퍼런 뇌전들이 다시 돌아와서 하룬에게 흡수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럼프족 전사장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

 그들로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신기한 능력이었던 것이다.

인간이 뇌전의 마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다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과연 발몬께서 예지하신 파탄답게 놀라운 능력이구나. 인간이 뇌전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니.'

 무슈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뇌전이란 그 위력을 불문하고 잠시 머문 다음에는 땅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하룬의 경우에는 뇌전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방전하더니, 결국 다시 그의 몸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전설에서 전하는 발몬은 마왕과 단독으로 싸울 정도의 신적인 힘을 가진 존재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뇌전력이라면 하룬도 마왕과 상대해도 밀릴 것 같지 않았다. 뇌적력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파탄의 네 부하가 가진 정령의 힘을 더하면 혼돈의 땅에 들어가겠다고 자신한 것도 무리는 아니야.'

 무슈는 이제 더 이상 하룬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바깥세상에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보기에 하룬의 능력은 이미 신 급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 여를 빠르게 이동한 끝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이 혼돈의 땅이라고요?"

 하룬의 눈앞에는 회색으로 가득한 땅이 펄쳐져 있었다. 몬스터 랜드에서도 비교적 높은 4개의 산에 둘러싸인 분지가 바로 그곳이었는데 뿌연 회색의 대기로 인해 그 안쪽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저곳은 무서운 곳입니다. 지금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고대나 고대 시대에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혼돈의 땅이 가진 신비를 밝히려는 모험가들부터 시작해서 행여 저 안에 보물이 있지 않을까 싶어 트레져 헌터들이나 심지어는 황실의 기사단도 저 안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저 안에서 살아나온 이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럼프족의 성지이기는 하지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던 겁니다."

 무슈의 말을 듣노라니 등골이 서늘했다. 수천 년에 걸쳐 이곳에 정기적으로 전사들을 파견해서 지키게 했던 럼프족이다.

 그들이 아는 한 이곳에 들어갔다가 살아온 이가 단 1명도 없었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들어가야 해!'

 혼돈의 땅에는 순수석이 있다.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순수석이 저 회색으로 가득한 땅 깊은 곳에서 인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순수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 물건인 다크니스의 손아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필연코 이 세상은 절멸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안 들어갈 수가 없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그곳에서 생명을 잃은 수많은 생명체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회색 기류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구역이 나옵니다. 그 구역이 보이는 곳까지가 블러드 에센스를 가진 우리 럼프족에게 허용된 탐사 한계였습니다."

"설마 저 안까지 들어갔다가 살아나온 생존자가 있었단 말인가요?"

"네. 최소한 몸의 일부를 가릴 정도의 블러드 에센스를 가진, 특별한 분들이 저 안을 탐사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탐사대는 일정한 곳의 안쪽은 감히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돌아 나와야 했지요. 과욕을 부린 자들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발몬 신의 순혈을 이어받은 마지막 선조께서도 그 안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순혈을 이은 선조라면?"

"혈통상으로 발몬 님과 아샤테 님의 마지막 후예였지요. 파탄만큼은 아니지만 몸의 일부분을 가릴 정도의 블러드 에센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럼프족들 중에서도 이곳의 신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선조가 은거했다고 알려진 곳이니 당연히 들어가고 싶었겠지.'

 그들은 혼돈의 땅으로 들어갔고 일정한 구역까지는 별 위협을 받지 않았지만 한계 이상의 구역까지는 모종의 이유로 인해 들어갈 수 없었던 것 같았다. 더 안으로 들어간 자들은 다시는 나오지 않았고 말이다.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같은 것은 전해지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없었습니다. 다만 혼돈의 땅에 들어갔다 나온 분들은 그곳이 살아 있는 곳이라는 사실과 블러드 에센스의 힘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곳이 거부를 하는 한 어느 누구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입니다."

 아무튼 다행이다. 적어도 자신은 블러드 에센스를 가지고 있으니 들어가서 일정한 구역까지는 특별히 목숨의 위협을 받지는 않을 테니까.

"어쩌시겠습니까? 이곳에서 잠시 머무르면서 일족의 대표들이 오면 만나고 나서 움직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하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목적지까지 왔는데 며칠이라도 헛되이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서, 누구도 들어갈 수 없으며 순수석을 얻을 수 없다는 확신이라도 가지고 나오고 싶었던 것이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무슈는 의외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린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파탄이 가진 블러드 에센스라면 안전할지도 모른다. 저분은 전설이 예비한 발몬의 진정한 후예가 아닌가.'

 하룬이 발몬이 예언한 파탄임을 굳게 믿는 무슈였다.

'설사 잘못되더라도 발몬 님의 징표는 누군가에게 다시 이어질 것이다.'

 스스로 주인을 찾아 움직이는 블러드 에센스는 하룬이 진정한 전설의 주인공이 아니라면 또 다른 후인을 찾아 이어질 것이니 무슈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저희는 저곳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무슈는 혼돈의 땅으로 내려가는 산허리에 나 있는 동굴을 가리켰다. 오래전 이곳으로 향했던 존재들이 남긴 흔적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하룬은 네 정령과 함께 마치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가는 것처럼 인사를 하고 혼돈의 땅으로 불리는 분지를 향해 빠르게 내려갔다.

 회색의 땅은 몽환적인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한참을 걸었지만 별로 전진하지 못한 그런 기분이 들었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하룬과 네 정령은 말없이 걷기만 했다.

 아지랑이처럼 계속해서 올라오는 회색 기류로 인해 시야는 채 5미터를 넘기지 못했고 어느 순간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이상해요, 하룬."

 묵묵히 걷던 나이아가 그의 팔을 잡으며 속삭였다.

"뭐가?"

"이곳에는 아예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세히 말해 봐."

"그게.......감각이 이상해요, 어느 순간은 이곳이 물로 가득 찬 곳이라는 느낌이 들다가도 순간적으로 물이 단 한 방울도 없는 곳이라는 감각이 느껴지기도 해요."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하룬은 다른 세 정령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이아만 그런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하룬의 시선을 받은 세 정령들의 얼굴에도 곤혹스러운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확실히 이곳은 이상해, 나와 관련된 마나가 넘칠 정도로 가득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혀 느낄 수 없기도 해."ㅍ

"나 역시 마찬가지야."

"나도"

 네 정령이 느끼는 감각은 동일했다.

'분명히 뭔가 있군.'

"그럼 한 번 힘을 써 봐!"

 하룬의 말에 나이아가 먼저 워터 볼을 만들었다.

"된......어?"

 물방울이 만들어지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을 본 다른 정령들도 각기 속성의 정령 마법을 구현하려고 했지만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희들은 정령체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

 하룬의 말에 네 정령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로 인간체에서 정령체로 변환한 다음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시 인간체로 현신할 때 많은 정령력이 소모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사이 순수석의 파편을 통해 능력을 올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혼자가 된 하룬은 다시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주변을 둘러본 하룬은 회색 안개가 좀 더 밑어졌다는 것과 몸에 닿는 대기가 무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설마 중력이 높아지는 걸까?'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몸을 짓누르는 압력이 강해졌다.

 하룬은 마나를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겨우 높아지는 압력에 견딜 수가 있었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사람들은 걸음을 땔 수도 없겠군.'

 점점 더 많은 마나를 끌어 올리고 있음에도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하룬은 이제 자신의 몸과 높아지는 압력에만 집중한 채 기계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압력에 맞추어 마나를 더욱 활성화 시키는 것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시간의 흐름도 잘 의식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하룬은 문득 익숙한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아이템들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멀쩡한 것을 보면 최근에 이곳에 들어왔떤 이들이 남긴 것일 텐데......'

 무슈가 고대나 초고대에 이곳에 인간들이 들어왔다고 한 것을 보면 자신과 같은 이방인들이 남긴 것이 틀림없다. 제법 귀중해 보이는 아이템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아 꽤 실력이 있는 이방인들이 남긴 듯했다.

"아!"

 멍청하기는.

 하룬은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일까?

 이곳에 들어왔을 무리는 다크니스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연 그들은 순수석을 손에 넣었을까?'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하룬은 아주 귀중해 보이는 아이템 몇 가지만 챙긴 채 걸음을 빨리했다.

'크윽!'

 사방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묵묵히 견디며 안쪽으로 걷던 하룬은 어느 순간 급격히 압력이 높아졌음을 깨달았다.

 몸이 저절로 구부러졌다. 뼈를 제외한 살들이 그 압력에 의해 몸 안쪽으로 밀려들었기에 하룬의 외양은 마치  스켈레톤처럼 보였다.

'더 이상 가면 위험해!'

 민감해진 감각이 위험을 경고했지만 하룬은 이를 악물고 계속 걸음을 옮겼다. 비록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걷던 하룬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어느 순간에는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방어구와 속옷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그나마 비도지존의 유물인 암기 벨트와 비수들만이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알몸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아!'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정신을 차린 하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하룬의 주변에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회색안개가 휩싸여 있었다. 그 회색 안개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하룬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건?'

 하룬의 눈이 빛났다.

 그의 몸을 으스러뜨릴 듯 짓누르는 것은 단순한 공기의 압력이 아니다. 공기와는 다른 무언가가 덩어리져 있는 느낌이 었다. 뜨겁고 차갑고 날카롭고 부드러운 감각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어떤 기운임은 분명했지만 뭔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그 기운 덩어리가 몸에 닿는 순간 피부를 통해 스멀거리며 들어와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훅!"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극통이 연쇄적으로 찾아왔다. 마치 비늘을 곧추세운 아이언 스네이크가 몸 안을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날카로운 비늘에 연약한 내장 기관과 속살이 찢겨 나가고 있었다.

"컥!"

 당장에 각혈을 했다. 마나 로드가 지나는 부위는 단련이 되어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다른 부위는 그렇지 않았다. 내장을 비롯해서 많은 부위가 정체불명의 기운 덩어리에 손상을 받았고 출혈이 발생했다.

 주르르.

 코와 귀 그리고 눈과 항문에서도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만져 보니 찐득하고 악취가 난다. 피 때문에 가물거리는 시야 속에 들어온 것은 시꺼멓게 죽은 피였다.

'순수석을 찾아야 해!'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움직일 수 있다.

 이제까지 몇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겪은 하룬의 정신력은 육체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두 다리를 일으켜 세웠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줄줄 흘러 몸 밖으로 나가는 피의 양은 엄청났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몸을 짓누르는 압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뼈는 가루가 될 것 같았다.

 겁이 난 하룬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기력이 다 사라진 발은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다크 프린스에게 당해 죽기 일보 직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것이 얼마 전인데 또 이런 꼴이 되다니.

 무슈의 모습이 생각났다.

'성급했었던 걸까?'

 그의 말대로 럼프족 수장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좋았을 것 같다.

 그들이라면 이곳에 대해 무슈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생생한 느낌은 정말 소름이 끼쳤다. 아마 캡슐 안에 있는 현실의 육체도 마찬가지 현상을 겪고 있을 것이다.

'제기랄! 또 벨과 아리가 한걱정을 하겠구나.'

 아즈만이 말해 준 자신의 동화율은 평시에도 90퍼센트가 넘는다고 했으니 벨과 아리가 알면 질겁할 것이다.

'돌아가야 하나?'

 하룬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난번만 해도 펠이 곁에 있어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번에 죽으면 현실에서도 영락없이 죽을 상황이라 갈등이 컸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하룬은 그 자리에 털썩 주어앉았다. 고민을 하느라 마나 조절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사방에서 조여 드는 기이한 압력이 더 강한 힘으로 온몸을 짓눌렀다.

'아악!'

 얼마나 압력이 강하면 비명을 질렀는데도 입이 벌어지지 않아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몸이 공처럼 축소되고 말 것이다.

 하룬은 격통 속에서 무심결에 마나 플로를 운행했다.

'크윽!빌어먹을!'

 마나 오션의 마나가 풀려 나가기 무섭게 멈추고 말았다. 마나 로드가 압력에 거의 막힌 상태였던 것이다.

 하룬은 고통을 잊을 방법을 찾았다는 듯 마나 플로에 집중했다.

 이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다른 뭔가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하룬이다.

 끊어질 듯 가느다란 마나였기에 더욱더 힘들었지만 무진 애를 쓰고서야 겨우 마나를 한 바퀴 순행시킬 수 있었다. 그러자 묘하게도 몸을 짓누르는 압력과 고통이 줄어든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하룬은 더욱 마나 플로에 정신을 집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일까?'

 하룬은 눈을 반개한 상태에서 마나 플로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뭐지? 유체 이탈인가?'

 그건 아니었다.

'그럼 의식이 분리된 걸까?'

 분명히 자신의 의식은 운통 마나 플로에 집중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의식이 생겨나 그 자신을 살펴보고 있었다. 기이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살들이 안쪽으로 밀려든 터라 뼈들만 도드라지게 보이는 그의 육신은 검게 변한 피로 엉망이 데다가 내장 기관들은 짓눌려 그 모습을 알 수 없었고, 전신의 세포는 괴사하고 있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마나 플로를 운행하며 고통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은 것은 그저 느낌일 뿐이었던 모양이다.

 어느 순간 마나 플로는 극도로 느려졌으며 몸의 활력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육체의 감각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영혼도 육체를 떠날 시간이 가까워진다. 하룬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이 육체를 벗어나면 영혼은 모종의 장소로 빨려 들어가 깨끗이 소멸되거나 세탁이 될 것이다.

 윤회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민 아니, 하룬이 고자 했던 삶이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과 감정들은 사라질 것이다.

 주마등처럼 짧았던 자신의 인생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런 하룬의 얼굴에는 아타까움이 가득했다.

 미워만 했던 양부모들부터 시작해서 그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떠올랐다. 까막득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수많은 만남의 순간들. 그 순간에 이루어졌던 감정의 교환. 자신을 대한 그들의 감정. 타인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고려하지 못했던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들과 전혀 쓸데없었던 비탄.

'바랄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갔어야 했어! 왜 난 주기 이전에 바라기만 했을까?'

 마치 고목처럼 감정이 메말랐던 자신. 하지만 유독 사랑에 목말라했던 자신의 예전 모습이 너무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아!이설아였어!'

 이제야 생각이 났다.

 태아 시절 하룬에게 각별한 정을 주었던 연구원의 이름은 이설아였던 것이다. 스치듯 들었던 이름이 생각날 줄이야. 그 이름이 생각나는 순간 갑자기 몸이 뜨거워졌다.

'내게 엄마가 있었다면 그런 분이었을 거야.'

 하루은 그녀가 준 애정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아이야,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렴. 네가 능력자가 안 되어도 괜찮단다. 세상은 능력자들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까. 가족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능력자란다.

하룬이 이설아 연구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질 때 이전에 멈추었던 기억의 회귀가 진행되었다.

 이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또 다른 말이 들려왔다. 의식 저너머에 각인되었던 기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불행한 운명을 타고 태어날 아이야, 열성인자가 많은 널 태어나도록 만든 죄를 범한 수호자 가이아란다. 네가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는 열성인자들로 거의 능력이 없으며 감정의 폭마저 최소한인 그런 것들이란다.

 원래는 폐기해야 할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날 것이기에 너는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점은 너무나 미안하구나.

 하지만 수호자로서 내가 짊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체가 필요했고 인간이란 본디 예정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니 널 태어나지 않도록 만들 수가 없었다.

 다행하게도 네가 무능력과 갖은 시련을 극복하고 우리가 기대하는 새로운 인간종의 시조가 될 수 있다면 부디 우리를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너와 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날 많은 아이들 중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내가 DNA에 새긴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우리 셋을 합한 것보다 훨씬 더 신비한 존재. 분명히 너희들 중에서 내가 흔밀하게 심은 세 번째 DNA 가닥을 생성시켜 새로운 능력을 가지게 된 아이가 나올 것이다.

 이제 뉴 휴먼 프로젝트에 나와 이레아 그리고 베라가 한 일에 대해 말해 주마.

 .........

 이제 곧 우리 셋은 소멸될 것이다.

 아이야, 부디 각성에 성공해 이 아름다운 땅에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켜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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