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5화.몬스터 랜드 (266/278)

몬스터 랜드

몬스터 랜드는 말 그대로 몬스터들의 천국이였다.

 넓게 펼쳐진 초지는 높은 기온과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초목이 무성했고 그 땅 위에 수많은 초식동물이 살아가고 있었다.

 떄문에 수많은 몬스터들이 각기 영역을 차지하며 번성할 수 있었다

 "여기 몬스터 랜드에서는 무엇보다도 체온조절에 주의해야 합니다" 

 "체온조절요?"

 "네, 파탄. 이 지역은 햇빛이 강하고 기온이 높습니다. 건기와 우기가 따로 없고 하루에 평균 세 번 정도 비가 내리기떄문에 동식물들이 생장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지요. 하지만 이곳에 내리는 비는 후크란 산맥을 넘어왔기 떄문에 비교적 차갑습니다. 내리는 양도 많아서 그냥 맞으면 흠뻑 젖을 정도인데 가죽 옷 떄문에 쉽게 마르지 않아 몸에 이상이 생깁니다."

 아마도 감기를 말하는 모양이다. 기온의 급격한 변화로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쉽게 걸리는 것이 바로 감기가 아닌가.

그런데 왜 그것을 주의하라는 것일까?

"몬스터 랜드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생물들이 공기 중에 섞여 번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에 이상이 생기면 몸 안으로 들어온 그런 미세한 생물들이 급속도로 번식해서 몸을 망가뜨립니다. 그런 몸으로는 몬스터나 마수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그렇군요."

 하긴 이런 위험한 곳에서는 몸을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할 것이다.

하룬은 그저 다양한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땅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이곳 몬스터 랜드가 실은 한순간도 방심하면 안 되는 위험한 곳이란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몬스터 랜드에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쨰 비가 내렸다.

"이걸 쓰십시요."

무슈가 준 것은 투명도가 높은 천이였는데 전사들은 허리춤에 두르고 있었던 주머니에서 조끼 비슷한 것을 꺼내 입은 다음 투명도가 높은 천을 머리까지 둘러쓴 채 휘어진 검으로 주변의 빗물이 흘러갈 작은 길을 내고 있었다.

투두둑! 투두둑!

비는 제법 새차게 내렸다. 

대기와 비의 온도 차이가 심해서 그런지 뿌연 비안개가 급속하게 피어올라 시야가 좁아졌고 코끝으로 느껴지는 대기는 서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온은 급격하게 떨어져 무슈의 경고가 사실임을 알려 주었다.

아까에 비해 적어도 10도 이상은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이 천은 뭡니까?"

"투앵이라는 수생 마수의 가죽입니다. 원래 이렇지는 않은데 한 번 끓이고 나면 투명하게 변합니다. 질기고 물에 젖지 않아 우기나 이곳에 올 떄는 반드시 소지하고 다니는 중요한 물건입니다."

투엥가죽은 정말 신비로웠다. 

어느 동물의 가죽이 이렇게 투명할 수 있을까?

한 번 끓인 것으로 어느 정도 빛은 투과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를 가질 수 있다니 말이다.

투엥 가죽이 아니였다면 잘 단련된 전사들이라고 해도 쉽게 감기에 걸릴 것이다. 

후크란 산맥 정상을 넘으며 냉기를 받아들인 차가운 비가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서너 번은 내린다니 말이다.

몬스터 랜드라는 이름답게 오크들은 물론이고 놀이나 고블린 들이 지천이엿다.

먹이사슬의 하단부를 차지하는 초식동물들이 풍부하다 보니 몬스터의 숫자도 많은 것이다.

그리고 오우거와 트롤 그리고 와이번과 같은 상위 몬스터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하룬은 그 많은 몬스터들이 어떻게 처리하며 이동할지 걱정했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럼프족 전사들은 각 몬스터들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으로만 이동했고 몬스터들 역시 먹잇감이 많아서 그런지 굳이 공격을 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포악한 성정을 가진 트롤이나 오우거 그리고 와이번의 경우에는 몇 번 공격을 해 왔지만 자이언트 오우거와 같은 최상급 몬스터도 아닌 마당에 오러까지 쓰는 럼프족 전사들을 당해 낼 수 없었다.

나중에는 네 정령의 전투 기술을 위해 일부러 몬스터들을 찾는 경우까지 있었다.

어쩄든 럼프족 전사들과 네 정령 덕분에 하룬은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외곽의 몬스터 지역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위험한 지역은 마수들이 출몰하는 안쪽으로, 어느 순간부터 럼프족 전사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초원이 끝나고 관목 숲이나 작은 숲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에 도착하자 무슈가 조심스럽게 경고를 했다.

"이곳부터는 마수들이 출몰하는 지역이니 파탄꼐서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마수들이라는 말에 강한 흥미가 일어났다.

'이곳에 서식하는 마수들도 길들일 수 있을까?'

"마수들은 맹수처럼 체액을 뿜어 곳곳에 묻히는 것으로 영역을 표시합니다. 이곳의 마수들은 자신의 영역만 침범하지 않으면 공격을 하는 법이 거의 없지만 으리가 지날 영역의 경계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합니다."

"이곳에 서식하는 마수들은 뭐가 있습니까?"

마수들이라면 하룬도 볼 만큼 봤다고 생각했다.

"일단 중급 마수로 분류되는 볼칸과 케베스, 애핀이 있고 상급 마수로는 카바르와 노크트론들이 있으며 최상급 마수들은 천 년 안쪽으로는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선조들께서 위험하다고 놈들의 영역 안으로 출입을 엄금했지요. 더 안쪽까지는 저희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알 수 없습니다."

무슈의 설명에 의하면 볼칸은 표범을 다섯 배 정도 거대화시켰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 마수였고 케베스는 다리가 달린 거대한 뱀으로 머리가 3개인 마수였다.

볼칸은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생명체는 용납을 하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 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흉표한 놈이었고 케베스는 10미터가 넘는 3개의 몸과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마법을 쓴다고 했다.

애핀은 전신에 쇠보다 더 강한 창처럼 생긴 거대한 가시를 가진 놈으로 입에서 불을 뿜기까지 해서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마수라고 했다.

하지만 상급 마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했다.

카바르는 원숭이와 비슷한 덩치와 외관을 가지고 있는데 마법사들의 블링크에 비견될 정도의 공간 이동 능력은 물론이고 그 작은 손으로 볼칸처럼 거대한 마수의 머리통을 박살낼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노크트론은 평소에는 땅속에 거대한 굴을 파고 가족 단위로 살아가는 마수로 지진을 일으키는 능력을 이용해서 상대가 선 지반 주위를 붕괴시켜 지하로 끌어들인 다음, 검보다 더 강하고 날카로운 이빨과 손발톱을 이용해서 상대를 죽이는 놈이였다.

팻펫은 고양이 정도로 조그만 덩치를 가진 마수로 이마에 날카로운 뿔이 있고 3개의 꼬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였다.

덩치는 작지만 카바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세모꼴의 눈에서 뿝어 나오는 빛은 상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이 팻펫은 거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흉성이 폭팔하면 스무 배 이상으로 거대화되는 팻펫은 강철같은 이빨과 손발톱은 물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긴 꼬리들을 이용해서 상대를 묶거나 공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르억은 설명이 모호해서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을 만날 수 있었다.

무슈와 전사들은 용케 마수들의 체액이 묻은 곳을 찾아내 영역들이 겹치는 완충지대를 알 수있었다.

그렇기에 하룬일행은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지 사흘쨰가 되던 날 주변을 둘러보던 무슈가 긴장한 얼굴로 보고했다.

"여기부터는  '르억' 이라는 최상급 마수의 영역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하룬은 무슈의 경고에 새삼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벅지 높이까지 자란 초지가 사라지고 이제부터는 사람 키 높이의 관목들이 숲은 이루고 있는 곳이였다.

"지난번에 들은 설명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던데 한 번 더 이야기 해주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작으면서도 거대하고 상대하기 곤란한 최상급 마수입니다."

작으면서도 거대하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게 설명하기가 좀 힘들어서. 음, 평소에는 작은 벌레로 지내다 먹잇감이 나타나면 서로 뭉쳐 거대한 또 다른 모습이 되는데 신가하게도 여러 개체가 하나처럼 움직이는 마수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더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지만 무슈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앗다.

"르억의 영역을 지나기 위해서는 '포튜니아' 진액을 몸에 발라야 한다고 합니다. 그와 더불어 절대로 피를 흘려서는 안됩니다. 르억은 피 냄새에 격렬히 반응하니까요. 놈들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피 냄새를 맡으면 순식간에 달려듭니다. 그런 경우에는 놈들이 싫어하는 포튜니아 진액으로도 제어할 수 없습니다. 일단 르억이 한 마리라도 몸에 붙었다면 목숨을 포기해야 하니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여야만 합니다."

그러면서 작으 주머니를 기울여 끈끈한 흑갈색 진액을 손바닥에 붓더니 노출된 부위를 세심하게 바르기 시작했고 하룬에게도 권했다.

르억이라는 마수는 본 적도 없는 데다가 설명을 들어도 감이 잡히지 않으니 일단은 무슈의 말을 따를수 밖에 없다.

"이곳부터는 저와 다섯 명의 전사장들만 파탄과 동행하겠습니다."

위험한 곳이기는 한 모양이다.

무슈의 명령이 떨어지자 5명의 전사장과 나머지 전사들은 기다리는 동안 머물 곳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무슈는 천사장 2명을 척후로 앞장세웠는데 척후들은 하룬이 예비용이라고 생각했던 검을 꺼내 들었다.

그들은 길이 70센티미터에 예리한 날을 가진 검을 전우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길을 뚫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는 검은 힘든 일이라서 금방 다른 전사들이 그 자리를 맡아야만 했다.

하룬은 위신느를 활용할 생각을 했지만 그들의 표정이 너무나 경건하고 열심이여서 차마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마치 파탄을 위해 길을 여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전사들을 마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흐르자 행군을 멈추고 휴식을 지시했다.

하룬은 전혀 지치지 않은 상태였기에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포푸락 관목을 유심히 관찰했다.

관목의 잎 끝에는 쉽게 떨어지는 작은 가시가 나 있어 지나는 동물의 털에 달라붙을 수 있었는데 무슈는 그것이 단순한 가시가 아니라 포푸락이라는 이 관목의 열매라고 했다

어느새 따라온 무슈가 포푸락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 대로 설명을 했다

"포푸락 열매는 끝에 매우 위험한 가시가 달려 있지만 열매 10개를 먹으면 한 끼에 해당하는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맛도 굉장히 좋은 편이고 보존이 용이해서 좋은 비상식량이지만 이상하게 이 지역에서 멀어지면 금밤 썩어 버리기 떄문에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요?"

하룬은 땅바닥에 떨어진 포푸락 열매를 하나 집어 형태를 살펴보았다.

새끼손톰의 크기게 길쭉하게 생긴 포푸락 열매의 한쪽 끝에는 갈고리 형태의 가시가 나 있었다. 

휘어진 가시의 안쪽에는 작은 톱니처럼 생긴 가시들이 나 있어 한 번 걸리면 여간해서는 뗴기 힘든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하룬이 하는 행동을 보던 무슈는 가시 부분을 뗸 다음 잎의 끝 부분과 연결되어 있더 한쪽 끝의 꼬투리를 비틀었다.

'콩깍지와 비슷하네'

꼬투리의 안쪽에는 솜털로 감싸인 하얀 고치 모양의 열매가 들어 있었다. 

무슈는 그것을 손으로 집어 입에 넣은 다음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우물거렸다. 그런 무슈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럼프족 전사들도 무슈와 같이 포푸락 열매를 물과 함께 씹어 먹고 있었는데 제법 맛이 있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번 먹어 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무슈가 잇몸을 드러내며 그에게 열매 몇 개를 내밀었다.

하룬은 열매를 입에 넣은 후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씹기 시작했다.

'호오!'

하룬의 눈이 커졌다.

정말 고기를 씹는 것과 비슷한 질감과 맛이 느껴졌기 떄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포만감마저 느껴지니 뛰어난 비상식량이라고 말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무슈와 럼프족 전사장들은 이전처럼 2명씩 척후를 맡아 길을 열었지만 갈수록 교대 시간은 짧아졌고 피로도는 급속하게 올라갔다.

검에 주입되는 힘이 떨어지다 보니 관목의 가지가 쉽게 잘리지 않아 하얀 진액이 날에 묻기 시작했는데 그 진액은 점성이 강해 쉽게 제거되지 않았고 결국 절삭력이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렇게 반나절 이상을 행군을 하자 럼프족 전사장들이 주의력은 급속하게 떨여졌고 길을 여는 척후들의 간격도 줄어들어 길 자체도 좁아졌다. 

기온과 습도가 높다보니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그 결과 쉽게 지치는 것이다.

무슈가 연신 경고를 하고 있었지만 주의력은 빠르게 떨어졌고 결국 사고가 생겼다.

"악!"

갑자기 척후를 맡아 길을 뚫고 있었던 전사 1명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않은 것이다.

"비켜!"

무슈가 그 전사 앞으로 달려갔다.

"이런!"

전사의 손아귀에는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포푸락 열매의 끝이 붙어 있는 가시가 박힌 상처였는데 피가 몇 방울 솟아 나 있었다.

"불 피워!"

아쉽게도 불은 무슈의 생각대로 빠르게 피워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 내린 비로 인해 주위의 풀들이 모두 젖어 있었고 미리 준비한 풀마저 습기를 머금고 있어 쉽게 불이 붙지 않았던 것이다.

하룬은 당장이라도 피닉스를 소환할 수 있었지만 워낙 일들이 급박하게 진핸된 탓에 어떻게 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방관자가 되어 있었다.

럼프족들은 산악 부족들과 만찬가지로 천판이나 동판으로 만든 팔각형의 작은 상자 안에 불기가 있는 숯을 보온력이 강한 나무를 태운 재 속에 묻은 불씨 통을 가지고 다녔다.

보온을 위해서 뱀 껍질이나 닭 껍질로 주머니를 만들어 불씨통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황해서인지 아니면 불씨에 이상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불은 쉽게 피워지지 않았고 럼프족 전사들의 얼굴에는 진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스.

그러는 사이에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소리와 비슷하면서도 점점 더 커지는 소리에 무슈를 비롯한 전사장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절 놔주십시요!"

상처를 입은 전사가 소리쳤다.

"이미 늦었어, 놈들이 주위를 포위했어."

'세상에!'

그동안 기이한 일들을 꽤 경험했다고 생각했던 하룬도 입을 딱 벌렸다.

모두가 부상자에게 신경을 쓴 짧은 시간 동안 어느새 사방은 온통 흰색으로 변해 있었다.

포푸락 관목들은 물론이고 풀들까지 모조리 하얀색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꼭 눈이 두텁게 쌓인 것 같았다

'움직인다.'

스르르. 스르르.

기이한 소리와 함께 주변의 경물이 빠르게 움직였다. 

꼭 하얀 파도가 자신들을 향해 밀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였다.

스르릉.

전사장들은 일제히 검을 뺴 들고는 둥글게 진형을 만들었다.

어느새 전사장들은 검에 블러드 에센스를 주입했기에 그들의 무기에는 검은 오라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런 전사들의 얼굴은 가면을 쓴 듯 딱딱하게 굳어 있어 이들이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느지 알려 주고 있었다.

하룬은 샤키의 눈을 활성화시켜 눈처럼 보이는 물체를 주시했다.

'벌레? 생긴 것은 꼭 애벌레 같은데 입이 머리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고 이빨이 나 있구나.'

르억은 새끼손가락 정도의 크기와 몸통을 가지고 있었고 배에는 많은 다리가 나 있는 것이 영락없는 애벌레였다.

'저런 몸으로 순식간에 이동해서 이곳을 포위했다고? 도대체 평소에는 어디에서 서식하고 있었던 거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큰 입과 날카로운 이빨이 아니였다면 긴장을 할 필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형태였던 것이다.

'이 놈들이 최상급 마수라고?'

하룬이 이런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무슈가 소리를 질렀다

"온다!"

무슈의 외침에 전사장들이 일제히 검을 휘둘렀다.

그들을 향해 르억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던 것이다.

'날개가 있어!'

샤키의 눈을 활성화시키고도 몰랐는데 놀랍게도 르억의 동체 옆에는 두 쌍의 투명한 날개가 있었던 것이다.

멈춰 있을 떄는 접혀 있었는지 전혀 몰랐는데 일단 날개짓을 하자 햇빛에 투명한 날개가 약간 드러났다.

파앗! 파앗!

르억들은 오러가 깃든 전사장들의 검에 난자되었다.

그러자 금방 원형진 밖에는 르억들의 난자되 사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체액마저 흰색일 줄은 몰랐네. 그나저나 이 정도 가지고는 긴장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난자되 르억들의 사체가 서로 융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 산처럼 쌓였던 르억들의 사체는 빠른 융합 과정을 통해 거의 인간만큼이나 커졌는데 마치 애벌레가 변태를 한 것처럼 새로운 생명체로 변해 있었다.

'저건 뭐야?'

융합 과정을 거친 르억은 크기를 제외하면 영락없는 곤충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길고 흰 털로 뒤덥힌 하얀 각질의 껍질과 잘록한 관절 부의를 가진 기이한 생김새였다.

머리 부분은 더욱 특이했다.

채찍처럼 긴 더듬이 두 쌍이 머리 양옆에 나 있었지만 눈과 귀는 보이지 않았다.

몽툭한 형태의 코와 머리의 반에 해당할 정도의 큰 입을 가진 기이한 생김새를 가진 새로운 르억은 애벌레 형태와는 완전히 달랐다.

르억은 2개의 뒷다리와 4개의 앞발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검만큼이나 긴 앞발은 마치 가위처럼 날카롭고 예리해 보였다.

날개도 있었다.

그것도 네쌍이나 되는 크고 작은 다양한 생김새의 날개를 가진 새로운 르억은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투명에 가까운 네 쌍의 날개는 빛을 투과할 정도로 얇진 않았지만 각 날개에 담긴 힘은 강력해서 체공이 자유로운 것은 물론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이를테면 변태를 한 것인데 한 개체가 그 과정을 겪은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애벌레 형태를 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이 되면 수백 수천의 르억들이 융합 과정을 거쳐 새롭고 강력한 마수로 탈바꿈 하는 것이다.

'이제야 무슈의 말이 이해가 되는군.'

이런 식으로 생존하는 마수라니

하룬이 감탄을 하는 사이 새롭게 탄생한 르억은 네 쌍의 날개를 이용하여 비행을 자유자재로 하며 전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까앙! 까앙!

분명히 앞발이였는데 오러가 깃든 검과 맞받을 정도의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힘은 얼마나 좋은지 앞발 공격을 맞받아 친 전사장들의 몸이 뒤로 날리거나 바닥에 발목까지 박힐 정도였다.

"다들 조심해!"

이제까지 공중까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벼렸다

비교적 약한 전사들은 원형진 내부에 배치했는데 놈의 비행 능력이 워낙 뛰어나고 속도가 빠르기에 무척 위험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또 생긴다!"

누군가의 외침에 눈을 돌려 보니 포위를 하고 있던 르억들에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르억들이 광기에 빠진 것처럼 서로에게 맹렬하게 달려들어 물어뜯으며 서로를 죽이는 미친 짓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융합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방치하면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저 마수들을 처리해. 난 위에 저 놈을 처리할 테니"

자신들의 능력을 펼쳐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정령들에게 지시를 내린 하룬이 나르스의 날개를 활성화시켜 하늘로 날아올랐다.

"헛!"

"파탄!"

무슈와 전사장들은 원형진 중앙에 있던 하룬이 직접 움직이자 깜짝 놀랐다. 마치 날개가 달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하룬이 손에 쥔 검에는 2미터가 넘는 회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나 있었다.

휘익!

하룬의 검은 연신 새로운 르억을 향했지만 놈은 엄청난 비행 속도와 방향 전환으로 피했다.

'엄청나게 빠르군'

나르스의 힘을 최대로 활성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따라잡을수 없는 빠르기라니, 하룬은 고개를 저었다.

최상급 마수이니만큼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을 본능적으로 느낀 모양이다.

그래도 도망은 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것이 절대 물러서지 않은 마수의 본능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까앙!

쐐액!

하룬의 회색 오러 블레이드가 르억의 날카로운 앞발과 할께 동체를 베었다.

놈의 앞발이 비록 단단하기는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견디지는 못했다.

하룬의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곧 실망과 할께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르억의 몸이 눈처럼 부서졌다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합쳐졌던 것이다. 

그런 놈에게서는 아무런 타격의 흔적을 볼수 없었다

하룬은 오기가 나서 르억을 쫓아 날아가 놈을 베었다

그렇게 하늘에서 쫓고 쫓기는 다소 지루한 형태의 전투가 이루어지는 동안 지상에서는 두 정령이 큰 활약을 하고 있었다.

피닉스가 사방으로 주먹 크기의 화염구를 날렸는데 그 화염구는 르억과 충돌하는 동시에 폭팔했고 엄청난 고열을 가진 화염이 일어났다.

치지지직. 츠즈즈즈.

애벌레 형태의 르억들은 화염에 휩싸여 기이한 비명을 지르며 타기 시작했다.

"앗싸아! 신 난다!"

목표야 널리고 널렸기에 피닉스는 신나게 화염구를 던졌고 금방 원형진 주변에는 새까맣게 탄 르억을의 잔해들로 가득 차 버렸다.

그건 뒤이어 나이아가 펼친 활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이나는 피닉스가 화염구를 날리는 동안 막 생성되고 있던 르억의 몸통을 통쨰로 얼려버렸다.

그 떄문에 융합 과정이 멈추었고 막 완성되려던 새로운 르억은 얼음동상으로 변해 버렸다.

"위신느, 같이 처리하자."

뭘 하려는지 나이아가 위신느에게 손을 내밀었다.

"호호, 알았어."

위신느는 흔쾌히 대답을 하며 나이아의 손을 잡았다.

"워터 볼!"

나이아는 머리 위에 거대한 물 덩어리를 만들었고 그것을 터트리는 순간 위신느가 강력한 바람으로 사방으로 날려 보냈다.

그렇게 몇 번이나 같은 행동을 반복했기 떄문에 전사들이 물에 푹 젖었지만 꽤 먼 거리에 있는 르억들까지 물에 젖었다.

나이아는 전사장들로 하여금 안쪽으로 모이게 했다.

전사들은 피닉스가 보여 전 놀라운 능력에 감탄햇고 그녀가 어리긴 하지만 파탄인 하룬의 부하였고 지난번 자이언트 오우거와 싸울떄도 놀라운 능력을 보여 준 적이 있었기에 의문은 있었지만 신속하게 안쪽으로 모여들었다.

그다음은 위신느의 차례였다.

그녀는 빠르게 회전을 하며 자신의 몸을 3미타 정도의 상공으로 끌어 올렸고 팽이처럼 돌아가는 위신느의 몸이 어느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회전이 빨라졌을떄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블리자드!

하늘에 떠 있는 위신느의 몸을 중심으로 강력한 냉풍이 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냉기는 접하는 사물은 순식간에 얼음으로 만들고 있었다.

촤자자작!

지층의 대기가 마치 천이 찢기듯 광폭한 블리자드에 의해 찢겼고 점점 더 풍속이 빨라지고 그 위력이 강해졌다.

나이아로 인해 젖은 포푸락 관목들은 물론이고 풀들은 뿌리쨰 뽑혀 르억들과 함께 얼어붙은 상태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으으으."

"추, 추워!"

바로 아래쪽에서 모여 있던 전사들이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일교차가 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열대에 속하는 후크란 산맥에서 살아온 럼프족 전사들은 평균 영하 12도에 달하는 강한 냉풍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보다 못한 라이피가 나섰다.

"어스 월!"

전사들 주변으로 흙벽이 세워지더니 안쪽으로 말리며 거대한 흙집 형태가 되어 블리자드의 영향을 막아 주었다.

전사들은 그제야 겨우 냉기로부터 해방이 되었지만 르억들은 라이피와 같은 능력이 없었다.

물에 젖은 르억들의 몸통은 순식간에 냉기에 얼어붙었고 강풍에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단순히 날아가는 것에 그친것이 아니었다.

위신느가 연속으로 블라지드를 생성시키는 동안 그 방향과 세기를 각기 다르게 만들자 주변에는 작은 토네이도가 생기는가 하면 엊갈리는 강풍으로 인해 얼어붙은 상태로 날아다니던 엇갈리는 강풍으로 인헤 얼어붙은 상태로 날아다니던  르억이나 포푸락 나무가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하룬을 피해 날아다니던 르억도 블리자드의 영향을 받았다.

갑자기 몸을 세차게 흔들리더니 바로 비행속도가 느려졌던 것이다.

'후후! 냉기나 열에 약하군.'

하룬을 녀석을 잡을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검에 찔리거나 베이는 것으로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는 르억이라 이제까지는 별도리가 없었지만 지금부터는 다를 것이다.

쇄액! 쇄액!

회심의 미소를 지은 하룬의 손에서 비수가 날아갔다.

그리고 연이어 붉은색의 비수가 그 뒤를 바짝 붙었다.

휘리릭!

과연 르억이었다.

비수가 피할 수 있는 방위로 날아갔지만 녀석은 놀라운 속도로 솟구쳤다.

'그게 다가 아니란 말이지.'

날아가다가 한순간 직각으로 꺽어 위로 솟구치던 르억은 더듬이로 전해지는 공기의 파동으로 통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비수를 감지하고 다시 직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아래쪽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던 한 자루의 비수가 놈의 몸통을 파고들었다.

캐애액!

화르르.

끔찍한 비명과 할께 르억의 몸통은 날개와 함께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르억의 비명소리를 들은 하룬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위낙 순식간이라 놈은 몸을 유지한 상태로 불길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치던 놈을 드디어 잡은 것이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쫓기만 했으니 어지간히 약이 올랐던 하룬이다.

하룬이 보는 가운데 르억은 각질의 껍질은 물론 내부까지 고열을 동반한 화염에 순식간에 타버렸다.

르억의 최후를 지켜보던 하룬은 재가 되어 날리는 놈의 잔해와 함께 떨어지는 주먹 크기의 마정석 하나를 건질 수 있었다.

'드디어 최상급 마수의 마정석을 얻었구나'

화염의 비수가 아니었으면 정말 상대하기 곤란할 뻔했다.

애초부터 비수를  쓸 생각을 했으면 조금은 더 상대하기 편했을텐데, 그러고 보면 소드 마스터가 된 이후 비수를 쓸 생각을 너무 안 한 모양이다.

마정석을 인벤토리에 넣은 하룬은 아래쪽을 내려 보았다.

'후우! 굉장하네.'

라이피를 제외한 세 정령은 이미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렸다. 아까는 르억으로 인해 주변이 하얗게 변했다면 이제는 그 사체들과 얼음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겨울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블리자드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곳에서도 더 이상 르억을 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모두 도망을 친 모양이다.

하룬이 땅으로 내려서자 정령들이 모여들었다.

"굉장하네. 모두들 수고했어!"

네 정령은 하룬의 치사와 스킨십에 기분이 좋아졌는디 실실거렸다.

"친구, 그런데 저건 어떻게 하지?"

라이피의 말에 하룬의 시선은 막 융합이 끝난 찰나에 얼음 동상이 되어 버린 르억을 향했다.

"어쩌긴"

하룬은 어둠의 비수를 르억의 동상에 던졌다.

어둠의 비수는 얼어 버린 르억의 몸속에서 마나를 빨아들였고 껍데기만 남은 르억은 곧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하룬은 그 잔해 속에서 마정석 하나를 더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보이네'

어느새 뜨거운 햇볓이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있었다.

하룬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르억의 사체에 주의를 기울였는데도 다행하게도 일단 냉기에 얼어붙었던 르억들은 녹은 후에도 아무런 생명반응이 없었다.

아무튼 이제 상황이 끝난 것이다.

그러자 럼프족 전사들이 생각났고 흙집처럼 생긴 구조물에 시선이 갔다.

"저 안에 갖힌 럼프족 친구들이 답답해하겠다."

"아!"

하룬의 말에 라이피가 흙집처럼 만들었던 어스 월을 해제했다.

잠시지만 갇혀 있었던 럼프족 전사장들은 순식간에 흙집이 사라지자 잠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가 완전히 겨울이 되어버린 주변을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파탄,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 친구들이 일을 벌였습니다."

"우와!"

하룬의 설멸을 들은 럼프족 전사들은 일제히 네 정령에게 존경의 염을 담은 시선을 보냈다.

그들에게도 주술사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대낮에 주변의 사물을 꽁꽁 얼릴 정도의 주술은 쓸 수 없다.

"마법사이셨습니까?"

"아니, 정령들입니다."

"그럼 엘프들과 비슷한......?"

"그렇습니다."

"오, 정말 대단합니다. 엘프들도 이런 정령마법은 쓸수 없을 겁니다."

럼프족들은 드워프나 엘프와 어느 정도의 친교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흙벽을 세우는 것이나 폭팔하는 화염구 그리고 냉기 어린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엘프들도 할 수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구현한 마법의 질과 양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럼프족 전사장들의 시선에 담긴 감정을 읽은 네 정령들은 쑥쓰러우면서도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