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하룬의 의식은 뿌연 안개 속에 유영하고 잇었다. 안개 밖 으로 나가고 싶어 수없이 시도했지만 그의 의식을 둘러싼 안개는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왜! 왜!'
너무나 답답하다.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대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데 몸은 고사하고 의식조차 안개에 붙들려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했다.
바툰 현자와 햑속한 것도 있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이런 상태라니
'혹시 나 죽은 건가?'
문득 그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후(死後)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종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누군가는 자신을 인도하는 빛을 보았다고고 하고 또 누군가는 저승사자를 만나 인도를 받았다고도 했다. 다른 이는 천국과 지옥을 보았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영혼을 씻어주는 강물을 보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건 아닌거 같은데.'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몸과 영혼이 구속된 상태가 지속되자 하룬은 이곳이 지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기를 원하는 인간의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런 무기력한 상태가 최악의 상황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으니 더욱 미칠 노릇이다. 이대로 간다면 정신이 분열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하룬은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스로의 짧은 삶을 천천히 반추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당시 상황과 그에 따른 생각과 느낌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기억에서 사라졌던 일들도 마치 기록영화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까지도.
'정말 바보같이 살았네.'
어린 시절의 자신은 애정에 굶주린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모든 행위가 주위 사람의 감저에 집중되어 있엉다. 다른 아이들처럼 또래나 장난감 혹은 놀이에 관심을 두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감정에 신경을 썼다.
'도대체 왜 그렇게 불안했던 거지?'
지금 생각하니 이해할 수가 없다. 또래 아기들이 주변과 자신의 몸에 대해 본능적인 호기심을 보이던 시기에도 하룬은 누군가의 관심을 원하며 종일 울기만 했던 것이다.
'참 성가신 아기였군.'
아마 누구라도 귀찮아 했을 것이다.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기부터 하니. 하지만 하룬은 아기였을 때 자신이 수시로 느끼던 구 미칠 것 같은 불안함과 결핍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기억이 사라진 아기 시절의 자신을 보고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가 있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비밀을 였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ㅡ래서일까 하룬은 의식적으로 자꾸 더 어린 시기로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되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생후 한 달도 되지 않는 아기때의 기억이 떠오른단 말인가? 물론 선명한 것이 아니라 실루엣이 쳐진 듯한 기억과 감정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너무 시간을 돌린 것일까? 하룬은 자신이 불투명한 액체속에 담겨 있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자신이 태아 상태까지 올라간 것이다. 양수는 아닌 것 같은데 태아인 그는 무척이나 편안한 마음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때 들려온 음성이 있었다. 뭔가를 투과해서 들어오는 듯 불분명하게 들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기억 속의 음성은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음성은 노년의 남자와 중년 여자의 것이었다.
-SP들의 상태는 어떤가?
목소리가 차갑게 느껴지는 노년 남자가 물었다.
-특정 수정체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모두들 다 엄청납니다. 특히 이 SP11은 감정 지수의 항목별로 심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표에서 거의 모든 항목에 걸쳐 탑3에 들어가요
역시 냉정하게 느껴지는 중년 여자의 답이었지만 태아인 하룬은 그 여자의 음성이 들리자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호오! 별스럽군. 자네의 말에 반은을 하고 있어. 다른 SP들의 경우 감정 지수은 최저 수치인데
-그렇죠. 사실 SP11을 제외한 다른 SP실험체들은 감정지수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요.
-다른 9개 실험실에서 배양되고 있는 수정체들은 물론이고, 나누어 배양되며 수많은 연구가 진행중인 SP실험체들도 자네가 맡고있는 실험체들과 동일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네. 특히SP들의 경우 수정 작업의 와중에 두 초월적인 존재들이 무슨 짓을 해 놓은지는 몰라도, 다른 영역은 최상의 잠재 수치를 보이는데 감정 부분은 최악이네 이래서야 휴면 고유의 감정들을 제대로 느끼기나 할런지.
-불쌍하네요. 아무리 실험체라도 같은 휴면인데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니 말이에요.
중년 여자가 측은하다는 듯 말했다. 그 순간 불투명헌 액체를 통해 따듯하고 정감이 넘치는 모종의 기운이 전해져 왔다.
-그렇기는 하지만 냉정을 유지하게. 초월자들이 마지막 힘을 기울여 만들어 낸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이 SP들이니까. 이들은 미래의 휴먼을 이끌어 갈 존재들이며 다른 차원의 세상을 통해 휴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구해 올 테니 말이야. 거기에 먼 후대의 휴먼들에게는 선조가 될 테고. 어쩌면 잘된 것일지도 모르지. 리더란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최악의 독이니까.
-알겠어요 박사님. 명심하고 있어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런 존재들까지 탄생시켜야 했는지 의문이네요.
-그 점은 나도 의문이네. 설사 배리어가 사라진다고 해도 모두가 다 죽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휴먼들 중에서도 얼마든지 휴먼 구원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재원들이 있었을 텐데 말이야. 굳이 인공적으로 유전정보까지 삽입시켜 새로운 인종을 탄생시킬 필요가 있을까? 우주 전체까지도 정복할 것 같던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룩한 종말 시대도 결국 인간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종교 문제와 암중에 세상을 조종하려던 거대 재벌들과 권력자들으 ㅣ농간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는데. 결국 세상을 멸망으로 이끄는 것은 극한적인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드리고 부와 권력의 독점으로 인해서인데 말이야. WGC도 그렇고 죽어가는 초월자들도 그렇고, 뭔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아. 휴먼의 능력이 부족해서 세상이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힘과 권력을 추종하고 독점하려는 소수 엘리트의 행태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어. 이런 실험이 필요한 게 아니라 휴먼들을 제대로 끌어 나갈 정신적인 문화유산을 남기는 것이 더 시급한데 말이야.
노인은 현재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연신 혀를 찼다.
- 제가 아이를 낳지 않아서 그런지 이 아이들에게 무척 정이 가네요. 특히나 제게 특이한 반응을 보이는 SP11의 경유에는 마치 제 피붙이처럼 느껴지고요.
-허허허. 자네의 성정이 워낙 부드럽고 정이 많아서 그런 걸세. 아무튼 고생하게, 이 박사. 이 아이들이 튜브에서 나오는 대로 곧 빅 유니온들에 배분이 될 테니 그때까지만 고생하라고.
-고생이라니요. 그저 불쌍해서 그러지요
아직 미성숙한 태아인 하룬은 오가는 대화의 의미는 알지 못하면서 단지 중년 여자의 손길을 통해 따듯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에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런 건가?'
하룬은 기억의 역행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비밀의 편린 중 한 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정민이라는 이름 전에는 SP11이라고 불렸다느 것과 모종의 목적을 가지고 기획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박사?'
이름도 모르고 단지 성과 직업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룬은 자애로운 손길과 눈길로 자신에게 끝없는 관심과 애정을 주던 어머니를 연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태어나서부터 어머니의 정을 그리워 했던 것일까?'
기억하는 한 하룬은 한번도 애정에 충족감을 느낀적이 없었다. 야부모들 중에는 그에게 각별한 애정을 준 이들도 있었지만 하룬은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 불만족이 그로 하여금 불행한 삶을 살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박사라는 분을 꼭 만나고 싶었다. 그 이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그리움이 꾹꾹 차오른느 것이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소한 반응이 일어났다.
'더 올라가 볼까. 설마 전생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겠지?'
전생이라는 것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었다. 그렇게 과학이 발달한 종말 시대에도 결론이 나지 못한 것이다. 종교에 따라서 전생의 실존여부를 믿거나 혹은 없다고 결론 내렸을 뿐이다. 기억을 역행시키던 하룬은 순간 눈을 부릅떴다.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지식들이 머릿속ㅇ,로 쏟아져 들어왔던 것이다.
'뭐야, 이것들은?'
그것들은 빠르게 하룬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 나갔는데 그중 몇 가지는 제목 정도는 인식할 수 있었다.
'지구 이주 프로젝트', '지구 대기 조성 프로젝트', '모성(母星)과의 링크 방법', '진화 프로젝트', '시리우스 행성연합', '번식 프로젝트', '정신 에너지를 활용한 각성', 'DNA의 제작 기술', '암흑 물질의 정체와 그 활용', '지구구조와 생명장 형성에 관한 보고'…….
이름만으로는 감히 내용을 추측 할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양의 정보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대부분이 하룬의 흥미를 강하게 끌었지만 아쉽게도 너무나 빨리 사라져 버려 그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이 정보들을 초워자들이 내 DNA에 심어 놓은 건가?'
DNA가 유전정보를 후대에 전하는 물질이라는 것은 이미 종말 시대에 증명되었고 그 정보량은 슈퍼컴퓨터의 용량으로도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는 것도 알려졌다. 즉DNA는 이제까지 알려진 정보 저장 물질들 중 가장 효율이 높고 용량이 방대한 존재였다.
종말 시대에도 유전자를 변형시키려는 각종 연구들이 진행 되었고 또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진척이 있었지만 DNA의 내용에 담긴 정보를 추출 하거나 삽입하는 등의 조작은 불가는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룬은 의식을 집중해서 이미 자신의 몸속으로 사라진 정보들을 떠올리려고 시도했다. 지금의 기억 시점은 수정 직후인 것으로 추정되기에 육체라고 해야 수정란 상태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외게의 자극을 쉽게 받아들였고 현재 하룬의 의지가 관여해서 수정란 상태의 자신에게 들어간 정보를 쉽게 끌어낼 수 있었다.
'된……아니!'
막 정보들이 다시 떠오를 때 갑자기 하룬의 의식은 펠과 함께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어딘가로 쑥 빨려 들어갔다.
'훅!'
하룬은 강력한 흡입력이 사라짐과 동시에 눈을 떴다.
세상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어둠의 일부에는 행성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보였다. 그중 녹색으로 밝게 빛나는 행성으로 그의 몸이 빨려 들어갔다.
곧 그는 자신이 어딘가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룬은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어!'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자신의 몸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엉망으로 변한 자신의 몸이 보였던 것이다.
'설마 유체이탈?'
말만 들었지 그런 초현상이 실제로 가능할 줄은 몰랐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는 하룬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지만 오래지 않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어디지?'
그가 잇는 곳은 별빛이 들어오는지 환하게 보이는 곳은 지름이 지름이 35미터 정도 되는 공동이었는데 그 중앙에는 먹빛의 연못이 있었고 사방의 벽까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식물들을 자세히 살피려고 발걸음을 떼려던 하룬은 유체가 육체를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꺠달았다. 알려짐 바로는 유체 이탈의 경우 영혼체가 원하는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자신의 경우는 그것과 사뭇 달랐다.
'육체는 꺠어나지 못하고 영혼만 깨어나 건가?'
"펠!"
녀석을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하룬은 미들 오션과 연결되어 인ㅆ는 아공간에서 펠의 존재를 감지하고 몇번이나 펠을 소환했지만 녀석은 데미지를 회복하는 중인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녀석도 힘을 회복하는 중인가?'
그런 모양이다. 아마도 이곳까지 공간 이동을 한 터라 힘을 모두 소진했은 것이다.
그렇게 상황을 판단한 하룬은 외계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자신의 육체에 집중했다.
'다행이구나.'
그의 육체는 엎어진 체로 서서히 재생과정을 겪고 있었다. 뼈나 근육의 외관은 이미 정상이엇다. 아마도 펠이 엘프의 눈물을 먹였던 모양이다.
재생과정은 너무 느려 답답할 정도 였지만 소진되었던 마나는 다 채워진 상태였고,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 재생이 완료된 부위도 있었다. 아직 재생 과정니 진행되고 있는 다른 부분들과 달리 두뇌 부분은 완전히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었는데 묘하게 정신이 맑았고 빠르게 회전하는 것 같았다.
' 머리가 좋아진 건가? 아니면 정신력이 강해졌다?'
둘중 어느 것이 맞는 지는 몰라도 머리가 좋아진 것만은 확실했다. 믿기지 않지만 수정란 시기까지 역행했던 기억을 고려하면 좋아져도 엄청나게 좋아진 것 같았다.
"대체 이곳은 어디야?"
펠이 이곳으로 이동시켜 주었다는 것은 추측 할 수 있었지만 이곳이 어느 곳 인지느 알 도리가 없었다. 아무튼 자신의 육체가 정상이 되지 않고서는 움직일 방법이 없다.
'얼마나 지나 걸까?'
할 일리 많은 그이기에 시간의 경과가 제일 궁금했다. 바툰 현자와의 약속부터 시작해서 데드 벙커에 이르기 까지 당면한 일들이 산더미인데 육체는 이곳에 누워 있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답답한 마음에 로그아웃을 시도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가능한 일도 있었다. 두뇌 부분은 제대로 기능하고 있었기에 뇌파 통신은 가능했던 것이다.
하룬은 당장 일레인에게 뇌파 통신을 보냈다.
-일레인! 일레인!
-오, 오빠, 하룬 오빠야?
-그래, 나야. 잘 지냈니?
-이익! 왜 이제야 연락을 하는 거야?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해 죽는 줄 알았잖아!
일레인의 반응을 보니 그간 몇 번이나 자신에게 연락을 했었던 모양이다. 잔뜩 독이 올라 쏘아 붙이는 말이지만 자신을 걱정했었던 마음이 여실하게 담겨 있었다.
-일이 있었어. 다크 프린스와 붙었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가 겨우 살았거든.
하룬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서 이야기 해 주었다.
-휴우! 다행이다 어쨰 마음이 무지 불안했었어. 특별한 일도 없는데 연락을 받지 않을 오빠가 아니니까 지금은 괜찮은 거야?
-응. 말끔하게 다 나았어.
하룬은 일레인이 걱정할까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
사실 재생 괒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이 완료되다면 몸의 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다. 뼈의 강도와 밀도는 더 높아질 것이고 근육도 더 강렬한 힘을 낼 수 있을 거란 사실을 보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세 단전도 완전하게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아직 육체가 다 회복되지 않아 혈도의 상태에 대해서는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몸 안에서 감지되는 기느 더욱 순후해졌고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단전들 역시 이전보다 더 안정된 상태가 되어있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정령들은 어떻게 됐을까?'
순수석의 파편으로 인해 각성을 한 펠의 경우를 보면 네 정령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펠의 반응을 생각해 보면 그들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쨌거나 지금은 머리 부분만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상태였다.
-몸조심해, 오빠! 날 구해 줄 사람은 오빠밖에 없단 말이야
-하하하! 알았다. 그런데 수련한다던 것은 성과가 좀 있는거야?
-헤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종용해서 그런지 수련의 성과가 무척 커서 나도 놀라고 있어. 드디어 초감각을 이룬 것 같아.
-초감각?
-응. 오감을 극도로 올리느 것은 물론이고 육감이라고 말하는 이능력을 어느 정도는 얻은 것 같아.
그쪽에는 아는 것이 없어 신기해할 뿐 크게 호기심을 느끼지 못하는 하룬이다.
-그럼 그곳이 어딘지는 알아낸 거야?
-응.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내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사람의 체취에 묻은 냄새와 바람 소리 그리고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종합해 보면 이곳은 대형 투기장의 지하인 것 같아.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봐.
-내가 갇혀 있는 곳은 지하 5층에 있는 감옥이야. 아주 오래전에 건설된 곳인 것 같고, 일단 수감된 건 나 혼자야. 지하 5층이라는 건 내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인물의 걸음 소리에 집중해서 알아낸 것이고, 감옥이라는 건 초감각 중 영안으로 주변을 살펴봐서 알아낸 거야. 그런데 문이 잠시 열릴 때 가끔 들려오는 소리는 흥분한 사람들의 고함과 거친 숨소리뿐이야. 간간이 들리는 소리 중에는 '얼마를 걸었다!', '죽여 버려!', '고배당.'과 같은 것들이 있더라고. 그런 말투와 초감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로 짐작해 보니, 이 건물의 위에는 투기장이 있는 것 같아. 아! 그리고 파초 향기가 강하게 나는 것을 보면 파초릐 산지이거나 집산지인 것 같아.
'대형 투기장의 산지이거나 집산지라…….'
-알았어. 조금만 더 고생해. 내가 곧 고스트를 박살 내고 널 구하러 갛 테니까.
-그 고스트가 바로 골든 로드의 하부 조직인 거야?
-그래. 널 배제하고 만든 휴먼 가드의 비욘드 조직이 바로 골든 로드야.
하룬은 일레인에게 자신리 랗고 있는 정보들을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나쁜 놈들! 현실도 모자라 이 세상의 돈까디 모두 장악하려고 했네. 내가 이곳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아주 끝장을 낼 거야
일레인은 자신이 몸담고 있던 휴먼 가드에 대해 엄청난 증오심을 품고 있었다. 자신의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어릴 때 부터 사육을 당한 것은 물론이고 이용만 당하다가 그 꼴이 되었으니 이를 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밖으로 나오면 당장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 놔.
-걱정하지마, 오빠. 오빠 동생, 일레인은 음지에 있는 자들과는 달리 파이린 제국의 황녀이자 휴먼 가드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일레인은 최소한 자신을 따르는 이들은 자신을 절대 배반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돈이나 직위로서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공유한 동지들이었던 것이다.
-하하! 그래 알았다. 그럼 통신 끊는다.
하룬은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어둠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는 일레인이 너무나 기꺼웠다.
-오빠도 몸 조심해. 다시 다치면 내가 혼내 줄 테니까.
일레인은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홀로 오래 지내다 보니 유일하게 소통 할 수 있는 하룬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친남매는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더 깊은 유대 관계를 만들게 된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일레인!"
하룬은 말할 사람도 없이 외롭게 벌써 몇 개월이나 갇혀 있는 일레인을 생각하며 굳게 다짐했다.
다음은 대원들에게 자신의 안전으 알려야 할 차례다. 이곳은 지형적인 특성으로 인해 통신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하룬은 대원들을 1명씩 떠올리며 고심했다.
'그래도 타니엘라와는 통하지 않을까?'
하룬은 시험 삼아 타니엘라를 대상으로 뇌파를 보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휴우. 대마도사라도 이능력을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하룬은 이번에는 포머칸 출신의 아슈인 고문에게 뇌파를 보냈다.
주술사들은 태생적으로 어퍼 오션이 활성화 된 이들이기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에상이 맞았다. 아슈인 고문이 바로 반응했던 것이다.
-으응? 이건 뭐지? 누가 머릿속에서 날 부르는 거요?
몇번을 시도 한 끝에 아슈인 고문이 그의 뇌파에 반응했다.
-하룬입니다. 잘 들리십니까?
-대장님이라고요? 헛! 이런! 어떻게 이런 것을?
아슈인의 당황한 모습이 그려졌다. 고문들 중에서는 가장 근엄한 아슈인이라 공연히 웃음이 흘러나왔다.
-뇌파를 이용한 통신입니다. 달리는 영능 대화라고도 부릅니다.
-영능 대화라면은 현자들이 쓴다는. 저 역시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말로 가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이, 이게 문제가 아니지 대장님. 괜찮으신 겁니까?
아슈인은 자신의 머릿속으로 바로 전해지는 하룬의 의념에 당황했다가 금발 정신을 차렸다.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부상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모종의 장소에 숨어서 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펠도 황망 중에 공간이동을 한 터라 어딘지 알 수 없군요.
-아! 정말 당행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믿지 않았지만 다크니스 측에서는 대장님을 척살했다고 하도 떠들어대서 좀 불안했었습니다. 허허허! 역시 우리 대장님이 그 정도 부상으로 잘못될 일이 없지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알 수가 없군요. 그 일이 있은 지 얼마나 되는 겁니까?
-약 한달이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꽤 오래 의식을 잃고 있었나 보다. 생각해 보니 바툰 현자와 약속한 기일을 넘겨 버렸다.
-그럼 지금 용병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얼마 전 않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슈인은 베런이 이끌던 스페셜 포스 팀의 비극을 알려 두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하룬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까지는 그래도 큰 희생 없이 용병대를 운영해 왔는데 마침 그가 없는 사이에 그런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니.
-왜 도망을 치지 않았습니까?
화가 나고 답답했다.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목숨이 아닌가. 하룬은 굳이 놈들과 끝까지 드잡이를 하지 않고 적당히 물러날 기회가 있었을 거라고 샐각했다.
-저라도 물러서지 않았을 겁니다. 대장님이 평소에 말씀하신 대로 용병의 생명은 고객과의 신뢰가 아닙니까? 그들은 신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겁니다.
-그, 그건 그렇지만…….
용병이 가져야 할 마음 자세에 대해서는 하룬 자신이 수시로 강조 했었다.
앞으로 산악 부족이 세상에 순조롭게 융화되려면 장기적으로 용병생활을 해야 할 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용병 생활을 통해 바깥세상의 문물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에 용병으로 만든 것이다.
-그들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절대로 죽은것이 아닙니다.
대대로 마수들을 상대하며 죽음과 직면하고 살았던 만큼 산악 부족들은 죽음에 대해 바깥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이 약간 달랐다.
-그렇기느 하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군요.
가족이 없는 하룬이라 한번 맺은 인연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귀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그들이 해를 당하면 크게 상심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그런 소리를 듣자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아슈인은 하룬의 마음 씀씀이에 크게 감동했다. 자신들만 하룬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룬 역시 자신들 산악 부족에게 진한 정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감동받지 안을 수 없었다.
-그래도 베런 팀으로 인해 우리 용병대의 이미지가 크게 재고되었습니다.
-그랬습니까?
-네. 스페셜 포스 팀은 물론이고 용병대 전체의 이미지가 크게 올라가서 제국 정보 길드와 타이푼 길드를 통해 많은 의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죽음으로 지킨 신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 주고 있었다.
-그 잒에 다른 일들은 어떻습니까?
-그 일을 제외하면 대장님이 크게 신경 쓰실 일은 없었습니다. 부상자들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시 활동을 멈추었지만 다행히 버처리비크 대원들이 회복되었고 티노 부대장의 영도하에 추가적으로 고스트에 대한 작전을 다시 개시하고 있습니다. 펠 대원이 사라진 통에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견딜 만 합니다.
-다행이네요.
미노와 수니가 충격을 받은 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부상의 정도가 꽤 심각했었나보다. 그래도 지금은 회복이 되었다니 다행이다. 거기에 예정되어있던 작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더욱 다행이다.
-다만 펠이 없어서 기동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안 그래도 그 점이 걱정이었다. 스페셜 포스의 힘은 펠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녀석의 비중이 큰 것이다.
-전 회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펠은 상태가 그리 심각하지 않으니 회복이 되는대로 그리 보내겠습니다.
-허허허. 그럼 큰 힘이 될 겁니다. 모두들 대장님과 펠이 복귀하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다크니스는 어떻습니까?
-조용합니다. 놈들의 본대는 타르 분지에 있는 본부로 후퇴를 한 상황이고 이제 차지하고 있는 성도 이십여 개밖에 없습니다
-가즈 로드는요?
-거기도 아직 그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돌풍이 아니었다면 수뇌부가 몰살할 위기 상황을 겪어서 그런지 잔뜩 웅크리고만 있습니다. 이방니들 역시 가즈 로드와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거의 없습니다.
안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아그레시아가 총사에 취임한 이래 회심의 대공세를 펼쳤건만 매복계에 걸려 몰살을 당할 뻔 했으니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아슈인과 뇌파 통신이 끝나자 하룬은 주먹을 불끈 쥐고 눈에 힘을 주었다.
대충 자신이 부재중 일어나 일을 확인한 하룬은 이번에는 벨에게 의념을 보냈다.
-오빠!
벨은 의념을 보내자마자 반응했다. 무척이나 기다렸던 모양이다. 왜 안 그럴까. 하룬이 벨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벨도 하룬을 생각하고 있었다.
-잘 지냈지?
-괜찮은 거야?
-응. 아직 육체는 회복 중이지만 뇌 부분은 깨어있는 상태야
-조금만 더 기다려. 필요한 약재들을 채집하고 있는 중이니까 곧 회복이 될 거야.
벨은 지금 하룬의 육체와 정신이 연결된 이반된 현산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동화율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아리언니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 빨리 여락해 봐.
-알았어. 바로 연락할께.
아리는 하룬의 연락에 한동안 흐느끼기만 했다. 그간 아리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알 수 있었기에 하룬은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 뿐 이었다.
-이렇게 걱정을 하게 만들엇 정말 미안해. 이곳 일이 마무리되면 그때는 정대 마음고생 시키지 않을게. 정말 우리 셋이 한가롭게 여행을 떠나자.
-약속한 거예요
-그래. 약속할게.
물기 가득한 연인의 걱정은 미안함과 더불어 말로 표현 할 수없는 달콤함과 행복감을 선사했다.
-지금은 어디야?
-프아원 유니온 근처예요. 이제 몇일만 더 작업하면 유니온들을 연결하는 지하 도로망이 완성될 거예요.
아리는 벨과 함께 기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고 있었다. 유니온을 연결하는 지하 도로망은 차후 돌풍 기지는 물론이고 유니온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쨌든 빨리 돌아갈게요.
-나도 빨리 회복해서 아리를 보러 갈게. 사랑해!
-저도요 만이 보고싶어요
뇌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육체가 정상이 아니라서 그런지 연속된 뇌파 통신은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게 만들었지만 아직 연락할 사람들이 더 있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국이 궁금해 헤르쉬에게도 뇌파 통신을 시도해 보았지만 그녀는 이능력자나 주술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아쉬워하던 하룬은 이번에는 바툰 현자와 뇌파 통신을 시도했다.
바툰은 대현자답게 하룬이 보낸 의념을 가장 빨리 받아들였다.
-누, 누구신가?
당황한 바툰의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룬입니다. 현자님
-어, 어떻게 영능 대화를? 하긴 발몬의 힘을 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그나저나 무사했었군 자네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져 몹시 걱정하던 중이었네.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 약속을 못 지키게 되었습니다.
하룬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되도록 정리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호! 그렇게 된 거군. 마력 전이를 사용하는 7서클의 흑마법사라니. 정말 두렵군. 이럴 떄일수록 더 단단히 뭉쳐야 하거늘…….
하룬은 바툰의 말에서 강한 아쉬움을 감지 할 수 있었다. 뭔가 계획이 어긋난 것 같아 불안했다.
-산악 부족의 연합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연합을 결성하는 것은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었네. 하지만 자네를 수장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카족을 비롯한 세 부족을 제외하고는 다들 난색을 표면하고 있네. 자네가 산악 부족의 피를 잇지 않았다는 점과 발몬의 후예임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인 걸로 생각되네.
바툰 현자는 못내 안타까운 모양이지만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누가 얼굴도 모르는 이를 중요한 자리에 앉히려고 하겠는가?
하룬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다행한 일이다. 원하지도 않는 수장 자리는 진작부터 사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건 산악 부족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결정입니다. 그리고 저도 수장 자리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휴우. 자신들에게 찾아온 복을 걷어 찰 줄이야. 어쨌건 우리 산악 부족 연합을 도와줄 테지?
바툰은 여전히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럼요.
하룬은 아까 아슈인을 통해 알게 된 중요 정보를 바탕으로 반드시 취해야 할 곳들을 알려 주었다. 다크니스가 건설한 성과 하나로 뭉친 산악 부족들이 앞으로 거주할 성이 들어서기에 적당한 장소들은 물론 현재 데빌산맥의 상황과 더불어 산악 연합니 취해야 할 여러 가지 의견을 개진했다.
-허허! 고맙네. 자네가 말한 대로 성을 차지하고 새로운 성들을 건설한다면 앞으로 산악 연합이 데빌산맥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겠어. 나 역시 영능 대화가 가능하니 돌풍의 아슈인 고문과 수시로 연락을 해서 공조를 하겠네.
-네 그렇게 돌풍 용병대와 보조를 같이 취하시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지금 저들은 산악 부족들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니까요.
바툰 현자와의 대화를 끝낸 하룬은 가즈 로드의 일이 궁금해서 아그레시아에게 연락을 할까 하다가 포기를 하고 혹시 하는 생각에 다시 펠을 불렀다.
-아! 형, 깨어난 거야?
다행이도 펠이 응답을 했다. 하지만 현신하는 것은 아직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깨어나긴 했는데 정신만 차렸을 뿐 몸은 아직 회복이 안 됐어. 그런데 너 많이 다친거야?
-응 많이 아팠어. 형을 구하느라고 무리를 했거든.
-그랬구나. 고마워. 펠. 너 때문에 살았구나.
-헤헤헤. 조금 고생하긴 했어.
웃음소리는 여전히 경망스러웠지만 말하는 것을 보면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았다.
-지금 상태는 어때?
-거의 회복되었어. 형 몸속에 순수석의 파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야.
-그럼 회복이 되는 대로 코엠 성으로 가야겠다. 네가 빠지느 바람에 기동성이 떨어져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 역시 스페셜 포스 팀은 네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아.
-무슨 일인데?
하룬은 아슈인에게 들은 베런 팀의 몰살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씨이! 나쁜 놈들! 우리 편을 그렇게 만들었단 말이지.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헬은 하룬도 놀라 정도로 많이 분노했다.
-내 몸은 현실에서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회복이 될 거야. 그러니까 넌 회복이 되는 대로 코엠 성으로 가서 팀원들을 도와주렴.
-알았어. 원래는 형이 깨어날 때까지 능력을 더 키울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날 이렇게 필요로 하니 어쩔 수 없지. 나만 믿어, 형! 내가 멋지게 복수할 테니까.
-그래. 부탁해, 펠. 난 너만 믿고 몸을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형. 나 하룬의 동생 펠이야. 내가 형 몫까지 할 테니까 걱정말고 몸이나 회복하라고.
조금만 칭찬하면 의기양양해하는 것이 여전히 어린애였지만 펠의 능력은 확실히 스페셜 포스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제 자신이 빨리 회복하는 문제만 남았다. 이곳 비욘드는 펠이 합류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검술 실력이나 마법 실력으로는 하룬보다 고문들이 더 강하니 말이다.
몸의 회복 문제가 좀 걸렸지만 벨이 신경을 쓰고 있으니 아바타의 재생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할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니 급속하게 피로감이 밀려왔다. 육체를 쓴 것도 아닌데 너무나 피곤했다.
'이제는 좀 쉬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하룬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