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니스와 가즈 로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스폐셜 포스의 활약은 대단했다.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1팀도 그렇지만 비교적 짧은 거리의 상행을 호위하며 움직이던 나머지 팀들도 어렵지 않게 고스트를 처리하고 있었다.
고스트는 한동안 정지되었던 상행의 재개에 쾌재를 부르며 출동했지만 월등한 전력을 가진 스폐셜 포스에 눌려 습격하는 족족 전멸을 당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인원을 늘릴 방안을 모색했지만 간이 이동 마법진의 크기로 인해 그건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두 개조를 동시에 파견하기도 했지만 언제 어디라도 출동이 가능한 1팀이 가세하자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1팀의 신위는 적들에게보다 같은 스폐셜 포스에 깊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후유!1팀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어."
"그러게, 놈들도 이제 약이 올랐는지 꽤 센 놈들로 바꾸었더군."
방금 전 고스트 세 개조의 습격을 받았던 4팀 팀원들은 난장판으로 변한 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 한 개조가 습격을 해 왔을 때는 우습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곡 두 개조가 더 가세하자 금방 곤란에 처했던 것이다.
적들에 비해 상급과 중급 실력의 팀원들이 더 많았고 비축하고 있던 스크롤과 포션을 사용했기에 견뎌 냈지 숫자가 동일했다면 자신들이 죽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팀장이 비상 신호를 보내자 1팀은 금방 출동한 것이다.
7서클 대마도사가 이끄는 마법사들은 주술이 포함된 기이한 마법으로 상대 마법사들을 박살 내었고 대장까지 합해 무려 5명이나 되는 소드 마스터들은 6명이나 되는 상대 소드마스터들을 유린했다.
"제길!반으로 깍였어!"
4팀을 이끌고 있는 나바스론은 중상자 넷을 적들을 해치운 것은 기뻣지만 수당이 줄어 입맛이 썻다.
두번 당하고 나서부터는 습격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래 봐야 1팀이 가세하면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지만 수당이 주는 건 불만이었다.
더구나 다음 상행부터는 스폐셜 포스 역시 구간에 따라 두팀 혹은 세팀이 하나로 뭉친다고 하니 수당은 더 줄것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벌써 250만 골드를 확보했다고.'
단원들에게는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흐뭇한 나바스론이다. 그는 이제까지 이방인들의 출현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들로 인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몇 팀이나 당했다고 합니까?"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의 청년이 물었다. 검은색 로브를 걸친 청년의 말은 온화하고 부드러웠지만 좌중은 짙은 긴장감에 싸여 있었다.
"방근 전에 들어온 보고까지 합하면 서른세 개 팀입니다."
"피해는 어떻습니까?"
"462명 전원 사망입니다. 고스트의 유저들은 전원이 스폐셜 캡슐 사용자들이기 때문에 우리 측이나 휴면 가드 측 모두 사망에 따른 충격으로 이전의 우리 단원들처럼 뇌사 내지는 캡슐 자체가 폭발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합니다."
알파의 보고에 좌중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비록 자신들 다크포스에 소속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합 세력인 골든 로드에서도 최저예들로 구성된 고스트들이 절반 이상 사망했다는 소식은 심각한 일이었다.
골든 로드의 실질적인 무력 부대인 고스트는 본래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가 상대가 부르는 대로 개명했으며 인원을 총 50팀 70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팀마다 마왕의 파편으로 양성된 소드 마스터 2명에 6서클 마법사 1명을 포함한 마법사 3명이 배속되어 있었다. 그 정도의 무력이면 상대가 상단 호위대고 또 대부분의 강자들이 데빌 산맥에 모여 있는 상환에서 그들을 상대할 자가 없었다.
고스트가 정식으로 활동하자 기껏해야 익스퍼트 최상급에 5서클 마법사들이 포진한 호위대가 호위하는 대형 상단들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영지나 도시 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지나는 동안 호위에 가담하기도 했지만 희생자만 늘어났을 뿐이다.
고스트의 활약 덕분에 상단들의 상행은 극도로 위축되었고 원래 목적대로 가즈 로드로의 추가 지원은 재고 되었다. 또한 헤로파 상단의 영향력이 최대로 올라가서 양지로 나오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지난 보름 사이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떤 자들인지는 몰라도 함정을 파고 기다리다가 고스트를 작살내고 있었다. 속성으로 실력을 올려 주는 마왕의 파편이 그 효용을 잃어버린 상황이라 그 정도의 전력 누수는 이제까지 별반 피해가 없었던 골든 로드에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피해가 된 것이다.
"황당한 일이군요."
"그렇습니다. 보름 사이에 골든 로드가 보유한 실제 전력의 3분의 2가 날아갔습니다."
"도대체 어떤 놈들입니까?"
"그게''''''."
"그것조차 밝혀내지 못했다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조각과 같은 미남자, 즉 다크 프린스의 수석 보좌관인 알파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행히 다크 프린스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포커 페이스인 것이 이럴 때는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다만 책망을 하는 건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건지 알지 못하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않았다?)
"음지 계열의 정보 길드들에 의뢰를 했으니 조만간 밝혀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라면 양지에서 영업을 하는 정보 길드에 촉수가 닿아 있으니 곧 정보가 들어올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어떤 겁니까?"
"고스트를 요격한 자들이 스폐셜 포스라고 불린다는 것과 최소 10팀, 최대 30팀 정도가 움직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특별히 밝혀진 것이 더 없습니다."
"호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그렇다. 고스트의 전력을 생가하면 생대가 동원한 전력은 실로 엄청났떤 것이다. 그 정도의 전력이면 자신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다크니스가 골든 로드 소속의 고스트 건에 대해 회의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스폐셜 포스라고 불리는 자들의 행보가 자신들에게 미칠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속하의 생각으로는 제국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국들이?"
"네, 대형 상단들에 침투해 있는 휴면 가드의 세작들에 의하면 상행들은 상단 연합에서 직접 그 출발 시기와 노선을 지정해 주었다고 하니 세 제국이 모두 관여되어 있을 확률이 큽니다."
그정도의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따. 상단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자 다급해진 상단 연합에서 제국에 영향력을 행사했을것이다. 아니, 그들이 아니더라도 상계의 활동이 위축되자 제국들이 자발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이 높았다. 상단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제국들도 숨통이 막힐 테니까.
"아무래도 성이나 도시 안에 있는 상단 건물과 신전 들을 공격한 것이 제국 측의 공분을 불러온 모양입니다."
다크 프린스를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알파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상행만 공격했다면 제국 측에서 이렇게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이나 도시 안까지 들어와 상점들은 물론이고 신전들까지 습격해서 닥치는 대로 죽이고 귀중품들을 몽땅 털어 갔으니 제국 쪽에서도 기민하게 대응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아직 쓸 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는 거로군요."
알파는 다크 프린스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자신이 고스트를 직접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시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은 다크 프린스도 잘 알고 있기에 크게 질책하지 않는 것이다.
"골치가 아프군. 이쪽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다크 프린스의 말처럼 데빌 산맥의 상황도 급변하고 있었다.
가즈 로드에서 새로운 총사가 부임하고 난 직후부터 상황이 변했는데 그 이유는 이제까지 그들이 우세를 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근원이었떤 워프 마법진을 상대 역시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래 전투력은 수십년의 수련과 실전을 착실하게 거친 가즈 로드 측이 월등히 높았다. 다크니스가 강한 언데드와 마수 그리고 속성으로 경지를 높인 기사 들이 있다지만 그들이 거의 비등한 효율의 워프 마법진을 가지게 되자 그 우열이 확실하게 드러난 것이다.
파죽지세로 상대를 밀어붙이던 다크니스는 가즈 로드와의 전선에서는 이제 공격에서 수비로 돌아섰다. 자칫 욕심을 부리다가는 이제까지 겨우 수복했떤 성들마저 다시 넘어갈 판이다.
유저 길드들이 차지한 성들의 경우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워낙 길드월들의 숫자가 많은 데다가 빠르게 레벨이 오르고 있어 공성전에서 이기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길드끼리 연합을 결성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다크 프린스의 눈이 베가를 향했다. 그는 타르 분지에 있는 본단과의 연락을 맡고 있었다.
"포획단의 활동은 어떻게 되어 간다고 합니까?"
산악 부족들은 다크니스에게 강화 언데드의 중요한 재료 일 뿐 아니라 일부 부족이 가지고 있는 상급 마수 테이밍 스킬 등 활용도가 높은 재원이다.
"그게''''''."
베가가 주저하는 것을 본 다크 프린스의 눈썹이 좀 꿈틀거렸다. 그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주저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베가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툴람 호수를 중심으로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포획단들이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여섯 개의 대가 몰살당했습니다."
"공격을?누가 말이오?"
다크 프린스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긴장을 했다. 그쪽은 가즈 로드의 세력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산악 부족들입니다."
"격국 그들이 뭉쳐서 조직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군."
그건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무력이 심상치 않은 산악 부족들이다. 대대로 마수들을 사냥하고 살아왔던 이들인데 언제까지 짐승처럼 사냥만 당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기에 우리 쪽 조언을 좀 듣지. 돈만 밝히는 놈들이 잔머리만 돌아가서. 쯔쯔!"
골든 로드에는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는 이가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이 다크포스의 수장으로 취임한 후 다각도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한 후 그런 예측 결과들을 넘겨주었는데도 무시하더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에 관련된 극비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극비 정보라는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베가에게 쏠렸다. 베가는 그런 관심을 잠시 즐기더니 입을 열었다.
"얼마 전 포브스 원로가 죽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
베가의 말에 참석자들의 눈이 커졌다. 다크 프린스의 포커 페이스도 이 충격적인 소식에는 결국 깨지고 말았다.
포브스는 본단의 단주인 바이칼 원로와 함께 다크니스의 세 축 중 하나였던 것이다. 몇 명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고 원로회의의 1명인 포브스는 다크 프린스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대외적인 부분을 감당하고 있었던 거물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다크 프린스가 수장으로 알려졌지만 다크 프린스는 세 축의 하나에 불과했다. 실상 그가 지휘할 수 있는 전부 세력도 언데드와 마수까지 합해 10만에 불과했다.
".......정말입니까?"
"저도 우연히 입수한 소식입니다. 제 패밀리 중 1명이 본부의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데 한 일주일 전쯤에 들어온 의식 불명의 환자의 인상착의가 포브스 원로 같답니다. 은밀하게 끈을 풀어 확인한 결과 신빙성이 있더군요."
"확실합니까?"
"그의 가문에서 파벌 싸움이 벌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정도의 정황 증거라면 확실할 것이다.
"어쩌다가?"
"저 역시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본부 쪽에 알아본 결과 상급 마수 테이밍 스킬을 가진 타파족을 포획하기 위해 출동했던 포획단8대와 동행했던 포브스 원로와 그 휘하 병력이 돌풍 용병대로 추정되는 일단의 무리에게 척살되었다고 합니다."
"돌풍? 그자들은 겨우 수십명에 불과핟고 하지 않았나요?"
"속하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다만 산악 부족이 가세했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돌풍 용병대는 소수지만 그 전투력은 엄청나게 강하다고 알려졌으니까요."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군요. 그들이 가세했다고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거야 베가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다크니스의 전투단을 지휘하고 잇으며 몇번의 전투를 통해 레벨이나 보이는 실력과 실제 전투에서의 실력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다크 프린스도 그 점을 떠올린 듯 한참 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네요. 제가 이곳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름이 하룬과 돌풍 용병대였으니........"
"소문대로 그들에게 숨겨진 전력이 더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야 말이 된다 현재까지 세상에 알려진 돌풍 용병대의 대원 수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그 숫자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산악 부족들 중 일부가 돌풍 용병대에게 의뢰를 했다는 거군요?"
"그렇지요 그간 포브스 원로가 너무 심하게 사냥을 하는 바람에 산악 부족들 중 일부고 힘을 합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짐승과 같이 사는 산악 부족들이지만 마정석을 비롯해서 숨겨 놓은 보물이 있다면 의뢰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흠. 돌풍이라...... 아무튼 산악 부족에 더해 용병들까지 가세한 것은 확실하군."
아그레시아란 의외의 인물이 가즈 로드의 총사가 된 것이나 자신들의 것과 비견되는 새로운 방식의 워프 마법진의 등장도 큰 변수였지만 다크 프린스는 하룬과 돌풍 용병대의 등장이 더 신경 쓰였다. 아직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왠지 그 이름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그 인물이 튀어나온거지?'
어째 자꾸 자신과 다크포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상형신에서 이렇게 보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의 대에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숨어 있지 않을 것이다. 막후의 지배자에서 양지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 세계를 장악해야만 한다. 그래야 자신을 믿고 데드 벙커로 간 부친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나보다 강할까? 어떤 인간일까?'
급격하게 커지는 불안감과 함께 이제껏 느껴 보지 못한 흥분이 솟구쳤다.
'이런 상황....... 후후!아주 재미있어!'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그에게는 뭔과 배운다는 과정이 너무나 쉬웠다. 한번 보고 들으면 이해할 수 있고 따라 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는 누구에게도 패배감이나 그 비슷한 감점을 느낀 적이 없었다.
세상을 막후에서 조종하는 두 거대 가문의 결합으로 태어났으며 유일한 적자인 그가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느껴 봤을리가 없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자신의 힘이나 가문의 힘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손에 쥐었던 그가 게임에 불과한 세상에서 생소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보통 휴면과는 다르게 감정의 폭이 극도로 좁았던 그가 흥미를 느꼈던 적은 지금까지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남들이 다 몰입하는 것들도 그에게는 그저 그런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자신의 능력을 잘 알기에 불가능한 것은 거의 없었다. 신분 또한 누구보다 존귀했기에 더욱더 그랬다. 때문에 갈수록 사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희 삼아 접속한 비욘드에서 처음 접하는 강렬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뛰어들었음에도 속절없이 밀리는 이런 감정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포브스 원로가 사망했으니 본단에서 조만간 연락이 올 겁니다."
"그렇겠지요."
난리가 났을 것이다. 현재 비욘드에 파견된 세 수장 중 하나가 죽었으니 조만간 조직 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이번 건으로 조직의 변화가 가속될 수도 있다.'
최고 원로회의에 속한 가문의 수장이 이런 식으로 죽은 것은 수십 년 동안 유래가 없는 일이다. 더구나 조직의 재화를 관리해 오던 가문이다. 알게 모르게 엄청난 부를 쌓았을 것이다.
그런 가문의 수장이지만 안타깝게도 자식은 없으니 탐욕스러운 자들이 그걸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조직의 상층부인사들이 모종의 일로 코원 유니온 인근의 비밀 기지로 모조리 몰려가지 않았다면 피가 튀는 싸움이 일어났을 것이다.
'아니지. 나중에 더 큰 싸움이 벌어지겠지. 그 전에 내가 절반은 삼킨다.'
로드의 후계자지만 거만하지 ㅇ낳고 온화한 성정에 상벌이 명확한 것으로 자신의 이미지 콘셉트를 잡고 행동해 온 다크 프린스는 조직의 중하급 관리자들에게 크게 어필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를 만난 인물들은 어떻게든 신임을 받아 그의 패밀리가 되기 위해 안달하게 된다.
적당히 언질만 주면 혼자 날뛰어 포브스 가문을 난도질하고 그 속에서 얻은 수많은 재화를 싸 들고 자신을 찾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 총단주만 사라져 준다면 이 비욘드는 로드의 세상이 될 겁니다."
"맞습니다.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본단 쪽에 연결 고리를 단단히 만들어야 합니다. 잘못하다가는 고생만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크 프린스는 부하들의 말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흐흐흐! 그 일이 성공한다면 머잖아 비욘드뿐 아니라 현실까지 내 세상이 될 것이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순간 베가가 또 다른 보고를 해 왔다.
"또 다른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뭡니까?"
"가즈 로드 측이 뭔가를 획책하는 것 같습니다. 대규모 병력을 전 방위로 은밀하게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요? 후후후! 잘됐군요. 기를 꺽어 줄 필요가 있었는데. 발안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다크 프린스의 말에 회의는 급속하게 활기를 띠어갔다.
뫼비우스의 타이푼 정보 길드를 찾는 이방인들이 늘었다. 이방인들 사이에서 타이푼 정보 길드는 제국 정보 길드는 물론이고 돌풍 용병대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 정보 길드는 정보 길드의 대표 격이고 돌풍 용병대는 알려졌다시피 후크란 산맥과 고요의 땅 그리고 데빌 산맥에 걸쳐 활동을 하며 남들보다 빠른 행보를 보여 주었다.
그 때문인지 초창기와는 달리 뫼비우스가 나서야만 하는 특급 건수가 연이어 들어오고 있었다. 의뢰주들은 다름 아닌 데빌 산맥의 성을 차지한 길드장들이었다.
다크 프린스의 출현 이후 여섯 개의 성을 빼앗기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자 나머지 성을 차지하고 있던 길드들은 재빠르게 길드 연합을 결성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그러는 사이 다크니스에 밀리던 가즈 로드 측이 월프 마법진을 이용해서 사태를 반전시키자 정보 길드들을 통해 그 원인을 알아냈다.
길드 연합의 길드장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았지만 새뢔운 워프 마법진이 그 원인이라는 것만 알아냈을 뿐 누가 어떻게 그 마법진을 설치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가즈 로드의 총사로 취임한 아그레시아의 참모들을 통해 돌풍 마탑의 존재를 들을 수 있었다. 돌풍 마탑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그들은 돌풍 용병대를 떠올렸고 그와 연결되는 타이푼 정보 길드를 떠올릴 수 있었다.
노른자위 성을 차지한 대형 길드의 길드장들이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자 뫼비우스는 어떤 내용인지 미리 짐작했다.
-어떻게 할까요?
"뭐, 상관없겠지. 대신 대가는 확실하게 받도록 해. 코원 유니온 쪽은 현물로 받도록 하고."
하룬은 뫼비우스가 통신으로 가부를 물어 오자 선선히 허락해 주었다.
이미 가즈 로드 쪽에도 워프 마법진을 설치해 주었으니 안될 것은 없다. 아니, 다크니스의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일부러 찾아가서라도 설치해 주어야 할 판이다. 그간 너무 바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들이 먼저 찾아왔으니 들어줘야만 한다.
뫼비우스는 이제 서른 개가 넘게 늘어난 대형 길드들의 연합에 돌풍 마탑표 워프 마법진 설치 건 중계를 성공시켰고 100만 골드를 챙겼다. 물론 돌풍 마탑은 그 열 배에 해당하는 돈을 챙겼지만 말이다.
이미 마츠루트 요새의 지점 지하에 워프 마법진을 설치해 놓은 터라 스폐셜 포스 2팀은 수시로 넘어와서 뫼비우스가 가운데서 계약을 중개한 길드 연합의 성들 사이에 워프 마법 진을 설치해 주었다.
스폐셜 포스의 활약이 상단들을 통해 알려지며 심하게 움츠러들었던 상계는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그동안 창고에서 썩어 가거나 녹이 슬고 있었던 물품들이 햇빛을 보기 시작했다.
상단 연합에서는 스폐셜 포스가 고스트의 본거지를 정리 해 줄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을 알아내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였다.
워낙 강력한 무력을 지니고 있어 생포하기가 극치 어렵거니와 보안을 위해 흑마법으로 제한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에몬이 익힌 정신 마법으로도 상대방이 걸려 있는 제약을 풀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까운 곳이나 가벼운 상행은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벌기 위한 이방인 출신의 소상인들로 인해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이방인들은 여벌의 목숨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모험이 가능했던 것이다.
어쨋건 상계의 분위기는 확실하게 좋아지고 있었다.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는 산속에 가즈 로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법진 설치는 준비되었나요?"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파블로가 이끄는 마법병단의 고위 마도사들은 최근 돌풍 용병대가 제공한 간이 워프 마법진의 코어를 비롯한 필수적인 자리에 순정석을 기어 넣었다. 가죽의 남쪽과 북쪽에 4서클 마법사 2명이 정좌를 하고 앉아 자신의 앞에 있는 순정석에 손을 얹고 마나를 흘리자 은은한 진동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이잉.
워프 마법진이 가동하는 소리를 확인한 파블로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것을 본 수뇌부들의 얼굴에도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마법진을 이런 식으로 가죽에 새겨 편이성과 이동성을 향상시키다니."
가즈 로드의 고문 자격으로 이 자리에 따라온 후버론은 고개를 흔들며 감탄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돌풍 용병대의 저력은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네요."
5서클을 마스터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섭렵해서 현자라는 칭호까지 가지고 있는 아그레시아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저 간이 이동 마법진으로 인해 5분당 10명씩 이곳으로 이동해 올 수 있으니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별다른 특이한 정황이 없는 성들에서 최고의 실력자들이 올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전력 상승을 가져왔다. 각 성에는 6서클 마법사와 소드 마스터가 한둘은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돌풍 용병대는 저런 아이템을 어떻게 구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설마 돌풍 마탑에서 만든 걸까요?"
"돌풍 마탑의 경우 그 연원이 짧으니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하룬 대장이 드워프들이나 엘프들과 깊은 친교가 있으니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요."
유서 깊은 마탑들의 경우 수백 년 동안 연구해 온 지식들이 전승되어 오니 특별한 천재가 나타나 새로운 마법진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지만 이제 막 생긴 돌풍 마탑이 골든 로드에서 입수한 전리품을 기반으로 순정석을 사용하여 이 간이 워프 마법진을 만들어 냈을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타니엘라와 미루스는 마법진을 살짝 개량하고 코어가 되는 마정석을 순정석으로 그리고 일반 가죽을 마수 가죽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간이 이동 마법진의 효율을 극대화시켰다.
"하긴 그러네요. 저 정도의 높은 마나 전도율을 가진 가죽도 그렇지만 데빌 산맥의 극심한 마나 유동을 극복한 고효율의 마법진 회루에 대한 지식은 아직 분석도 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니까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마법진을 그릴 때 쓴 염료의 정체나 동력원 역할을 하는 마나석의 정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엘프들이라 하더라도 마법진의 경우는 특별하게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라 그 출처가 좀 궁금하긴 합니다."
"총사께서는 하룬 대장과 개인적인 교분이 있으시니 마탑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저 간이 워프 마법진의 출처를 알아봐 주십시오."
"그러지요. 저 역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으니까요."
두 사람이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통신을 통해 워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가즈 로드가 장악한 성들 중 후방에 있는 다섯 개의 성에서 각기 100명의 지원군이 도착하자 아그레시아는 회의를 소집했다.
아그레시아는 총사로 취임한 후 세 제국의 근위기사단 두개씩을 받아들여 조직을 1총단 3본단 6군단 2특수여단 18명단 체계로 개편했다. 총단에는 참모부와 군사부를 두어 지휘권을 일원화 시켰고 병단 급에는 개별적으로 참모부와 군사부를 운영하도록 해서 작전 수행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3개의 본단은 각기 2개의 전투 군단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군단은 5,000명으로 이루어진 병단 세 개씩이 배속되었고 병단은 천인대와 백인대 그리고 십인대로 세분화시켰고 특기에 따라 정찰, 전투, 지원의 임무를 맡게 했다.
또한 각 군단은 천인대 규모의 궁수대를 독립 부대로 편성해서 전투를 지원하도록 했다.
성기사들과 몽크들 그리고 사제들로 구성된 신성 연합과 마탑 연합은 만여 명으로 구성된 특수 여단으로 독립 편성하였고 배타성이 심한 것을 고려해서 신전이나 마탑별로 부대를 편성했다.
전력은 무력을 기준으로 병단장의 경우는 소드 마스터 이상, 천인대장의 경우는 익스퍼트 최상급, 백인대장은 익스퍼트 중급, 십인대장의 경우는 초급 이상으로 정했고 귀족들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직책을 맡도록 했다.
아그레시아 총사는 기존의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새롭게 계획을 짰다.
무엇보다 파격적인 것은 가즈 로드가 장악한 성의 경우 광산을 가지거나 거점이 될 만한 특별한 곳이 아니면 모두 파괴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에는 성을 빼앗은 후 주둔군이 필요했기에 전력이 갈수록 약화되었지만 이런 결정으로 전력의 누수를 최소화시켰다.
마탑 연합에서 제공한 아공간 주머니와 배낭으로 병참이나 군수 지원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오늘은 새로이 바뀐 가즈 로드로서는 의미 있는 전투가 있는 날이다. 모두 여섯 개의 군단이 각기 한 성을 맡아 같은 시각에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오늘 아그레시아가 동행한 부대는 3군단으로 각 1,500명 정도의 신성여단과 마법여단의 지원군이 포함되었다.
아그레시아는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 직성이 불리는 이벨린 황녀와 달리 지휘관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했고 자신은 뒤에서 참관만 했다.
그녀가 보는 앞에서 3군단장인 미르 제국의 시페라엘 후작이 마지막 작전 회의를 열었다.
"우리의 목표는 전형적인 다크니스의 성으로 정찰 결과 총9천의 전력이 머물고 있소. 그중 2천은 마수들이며 2천은 언데드이고, 나머지 인간으로 5,000명 중에 마법사는 1,000명 내외이며 흑기사들이 1,500명 그리고 마지막 전력은 흑전사들이오. 우리의 전력은 적들에 비해 우세하지만 공성전이며 공성 무기를 사용하기 힘든 만큼 어려운 전투가 될 것이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주시오. 신성여단은 힘이 들더라도 모든 대원들에게 축복을 걸어 주시고 언더드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해 주시오. 마법여단은 전력을 3분하여 그중 한 부대로 하여금 마수를 상대하는 동안 마법진을 해제할 준비를 해 주시오, 천인대 두 개가 그 임무에 지원할 겁니다. 31병단은 마수를 상대할 준비를 해 주시고, 38병단은 마법여단의 도움을 받아 성벽과 성문을 장악하시오. 그리고 나머지 병단은 각자 맡은 구역으로 진공하시고 특히 궁수대와 나머지 마법여단의 마법사들은 적들의 지원군이 워프하지 못하도록 화력을 집중시키시오, 지구라트 전체를 녹여 버려서라도 지원을 막으시오."
시페라엘 후작은 이미 몇 번에 걸쳐서 세부적인 사항까지 결정되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고 천인대장들은 굳은 의지가 드러나는 얼굴로 복명했다.
막 해가 뜨려는 시간에 드디어 3군단의 작전이 개시되었다.
사제들의 축복을 받은 31병단 대원들은 3인 1조가 되어 2부 능성에 위치한 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슬에 젖은 풀들이 낮은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마수들 중 상당수가 슬로크였는데 놈들은 야행성이라 이제 막 잠에 빠져들려는 시간이었지만 많은 인간들의 냄새를 맡지 못할리가 없었다.
크르르.
크와앙!
얼마 가지 못해 성벽 인근의 몇몇 포스트에 모여 있떤 마수들이 흉성이 가득한 포효를 터트리며 하나 둘씩 성으로 접근하는 31병단 대원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당장 성벽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뿌우우!뿌우우!뿌우우!
둥!둥!둥!
성벽 요소요소에서 뿔피리 소리와 북소리가 단속적(반복적?)으로 울리기 시작하자 막 잠이 들려던 성이 화들짝 놀라 깨어나기 시작했다.
"침입자들이다!"
"당장 예상 루트로 언데드들을 출동시켜라!"
성문 위에 모습을 보인 한 마법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성벽 지하의 참호 속에 들어가 있던 강화 좀비와 강화 스켈레톤들이 밖으로 나왔다.
크르르르.
이미 세상이 밝아지고 있었지만 강화 언데드들은 신경질적이고 격렬한 움직임으로 불편함을 호소했을 뿐 마법사들의 명령에 따라 미리 지정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파앗!
갑자기 성벽을 따라 신성한 기운이 가득한 광구光球가 나타나더니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사제들이 구현한 홀리 디바인 파워가 바로 그것이었다.
끼아아아!
강화 언데드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빛을 피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기를 내던진 채 바닥을 구르는 언데드들이지만 이미 쬐인 빛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순식간에 강화 좀비의 썩은 살들이 녹아내렸고 스켈레톤의 검은 뼈들 일부가 하얗게 변하여 가루가 되었다.
흑마법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따. 목에 건 목걸이를 풀어 검은 구슬을 사방으로 던지자 구슬은 폭발을 하며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성벽 인근이 검은 연기에 휩싸였고 신성력에 괴로워하던 언데드들은 그 연기 속에 몸을 감추었다.
"석션 다크파워!"
"인텐시파이 다크파워!"
흑마법사들의 주문이 울려 퍼지자 곧 언데드들이 끔찍한 비명이 멈추었고 대신 검은 연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출렁이더니 이내 언데드들이 몸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신성력에 녹아내리던 살이 굳었고 하얗게 변했던 뼈들이 다시 검게 변하며 번들거렸다.
그러는 사이 마수들과 31병단 간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 되었다.
"죽어!"
크르르!
31병단 대원들은 아그레시아 총사가 전수한 합격진을 이용해서 마수들을 상대했다. 워낙 강인한 가죽을 가지고 있어 검기가 아니면 제대로 처리하기가 힘들었지만 팔목에 찬 작은 방패를 이용해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막는 한편 눈과 귀 그리고 항문과 같은 여린 부분을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겨울 머칠 연습한 것으로는 손발이 맞지 않았던 터라 처음에는 혼선이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희생자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지능이 뛰어난 마수들도 자신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1명만 붙잡고 공격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만 프로즐리와 같은 놈들은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백인대장들이 직접 나서야만 했다. 그래도 이곳은 프로즐리와 같이 위험한 놈들이 그리 많지 않아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제대로 선기를 잡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수들과 31병단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 신성여단과 마법여단이 빠르게 성벽을 향해 움직였다.
신성여단이 성기사들이 앞장을 서서 일부의 마수들과 언데드들을 상대하는 상이에 사제들은 신성 마법으로 놈들을 공격했고 흑마법사들은 직접적인 마법 공격 대신 마수들과 언데드들을 지원했다.
1.500명의 신성여단과 2,000구의 언데드 간의 전투는 치열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우열은 확연하게 갈렸다. 신성마법에 큰 피해를 받지 않는 강화 언데드들인지라 사제들의 신성 마법은 차츰 성기사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어 갔지만 사제들을 제외하면 성기사들의 숫자가 부족했기에 전황은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때 31병단의 뒤까지 접근한 궁수대가 속사로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쐐액!슈욱!
조준해서 날린 화살들은 주문을 외우는 데 집중하고 있떤 흑마법사들과 그들을 호위하고 있던 흑전사들에게 날아갔다.
"커억!"
"캐액!"
몸으로 자신들을 애워싸고 호위를 하던 흑전사들이 쓰러지자 흑마법사들도 하나 둘 화살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살아 남은 흑마법사들은 깜짝 놀라 성벽 뒤로 피했고 언데드들은 버퍼를 받지 못하자 성기사들의 홀리 소드에 의해 난도질되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성광聖光에 노출되었던 터라 홀리 소드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예전에 파견되었던 사제들이나 성기사들과 달리 지금의 인원은 그야말로 신전 연합의 정예들이었기에 그 기량 차이는 엄청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기하고 있떤 마법여단의 마법사들 일부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빠르게 이동했다. 그들은 마나 디텍트 마법을 펼쳐 성 전체를 감싸고 있는 흑마법진의 주요 포스트와 코어를 찾기 시작했다.
"빨리 제어해라!"
"디그!디그!디그!"
마법사가 마나석이 묻힌 자리를 찾아내어 디그 마법으로 땅을 파면 병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구덩이를 넓히고 마나석을 찾아냈다.
어느새 성을 둘러싸고 있던 음침하고 칙칙한 기운이 차츰 시라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32병단과 33병단이 치열한 전장을 가로질러 빠르게 성으로 진군했다. 그들은 성벽에 도착하자마자 메고 온 사다리를 성벽에 걸쳐 놓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다리를 밀어라!"
"죽엇!"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성벽 수비대에 더해 비상 신호를 듣고 달려온 흑기사들과 흑전사들이 속속 성벽 위로 올라와 용맹하게 방어를 했지만 만여 명이 일시에 올라온느 것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어느새 성벽 인근까지 접근한 궁수대가 화살을 날리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성문은 활짝 열렸고 성안으로 들어간 두 병단 전력은 미리 맡은 구역을 항해 치달리기 시작했다.
성안 곳곳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마법여단의 나머지 마법사들은 확보한 구역의 가장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다만 공격 시점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주문 영창 속도를 조절했다.
아그레시아를 비롯한 총본부의 인물들도 성벽 위에 올랐다.
"결국 워프 마법진을 가동했군요."
워프 마법진이 구동하는 것 자체를 막을 생각이었지만 상대는 이미 지구라트의 첨탑을 가동시켰다. 첨탑이 보라색으로 물들고 그 끝에서 나온 광선이 하늘 높이 솟구치고 있었다. 아마 얼마 후면 지구라트의 오 층에는 워프로 도착한 다크니스 인원으로 꽉 찰 것이다.
"그래도 적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네, 다행이에요."
깊이 잠에 들었는지 아니면 자기 세계로 갔었는지 몰라도 강자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있다고 해도 제각각 떨어져 있어 상대하기가 편했다. 벌써 성의 절반 정도는 장악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는 쉽군요."
"그러게요"
전황은 시시각각 가즈 로드 측에 유리해지고 있었다. 가즈로드는 몸을 억누르고 있던 끈끈하고 음침한 기운마저 사라지고 있어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영지가 어둠의 숲과 붙어 있는 바람에 평생 마수들과 몬스터들과 싸워 온 시페라엘 후작은 수뇌부와 함께 성의 수뇌부로 보이는 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성의 수뇌부라고 해 봐야 소드 마스터 초급 셋과 6서클 흑마법사 2명이 고작이었다.
소드 마스터 중급의 시페라엘 후작은 물론이고 같은 초급인 두 병단장들도 상대를 그리 어렵지 않게 상대하고 있었다.
꽈앙!꽈앙!
오러 블레이드가 부딪힐 때마다 폭음과 함께 상대의 오러 블레이드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이 한눈에도 보였다.
심지어 시페라엘 후작은 오러 블레이드를 날리는 고급 스킬을 선보이며 다크 매직 필드를 펼치고 수십 발의 다크 에로우와 다크 스피어로 병사들을 학살하고 있는 두 흑마법사를 요격했다.
"실......케엑!"
"커억!"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던 두 흑마법사는 대인 마법에 약하닫는 평가를 그대로 보여 주며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너무 쉬운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크 매직 필드를 펼치는 것으로 보아서는 6서클이 분명한데 왜 저렇게 약한지....."
후버론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위험한 자들이 제거되었으니 기뻐할 일이다.
지지이잉!
지구라트에서 쏟아져 나온 흑마법사들은 지구라트 전체가 가볍게 진동하자 건물 전체에 실드를 걸기 시작했다. 이제야 첫 번째 지원군이 도착하는 것이다.
"힘을 내라!지원군이 온다!"
"다크 실드!"
"더블 다크 실드!"
흑기사들은 살아남은 흑전사들을 추슬러 방어를 단단히 했고 흑마법사들은 자신의 안위도 돌볼 겨를도 없이 지구라트를 보호했다.
첨탑이 완전하게 보라색 광채에 휩싸이는 순간 옥상에는 커다랗고 투명한 광구가 생겨났다. 그 속에는 한 덩어리로 보이는 인영들이 들어 있었다.
"지금이닷!"
후버론의 고함과 함께 일부로 주문의 속도를 맞추고 있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주문을 완성했다.
"파이어 플레임!"
"토네이도!"
"파이어 스피어!"
"레인지 밤!"
"파이어 필드!"
"익스플로전!"
오백여 명에 달하는 마법사들이 구현한 화염계 마법과 풍계 마법들이 일제히 지구라트를 향해 날아갔다.
꽈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순식간에 실드가 깨지고 지구라트는 화염에 휩싸였다. 보라색으로 변한 첨탑은 물론 이제 막 구체적인 내용물을 드러내려던 엷은 막도 시뻘건 화염에 잡아 먹혔다.
"케엑!"
"끄아아악!"
지구라트에 실드를 건 흑마법사들이 충돌의 여파로 곤죽이 되거나 비명과 함께 화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구라트와 가까이 붙어 있던 흑기사들과 흑전사들도 대부분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상성을 가진 200여 발의 마법이 한곳에 모이면서 충돌과 화합을 통해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쿠르릉, 쿠르르르.
"크아악!"
"끄아아악!"
오 층에 달하는 거대한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에 더해 끔찍한 비명들이 합창처럼 울려 펴지는 순간 성안에서 벌어지던 전투가 멈추었다.
부옇게 솟아오르는 먼지구름은 지구라트가 있던 부분을 가렸지만 곧 빠르게 가라앉거나 날아가며 완전히 폐허로 변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방인들이 죽었는지 먼지 사이로 엄청난 빛 가루가 피어올랐다가 이내 대기 중으로 사라졌다.
"도, 도망쳐!"
"아아악!"
살아 있던 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성 밖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승리에 고무된 가즈 로드의 병사들이 잠시 손을 놓고 있었던 사이에 벌써 많은 생존자들이 성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죽여라!하나도 놓치지 마라!"
그 명령을 들었는지 성벽까지 올라온 궁수대는 도망을 치는 자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도망자들은 완전히 전의를 잃고 무질서하게 달리다가 화살에 맞아 죽거나 무기에 맞아 죽어갔다.
그래도 잠시 틈을 준 것 때문에 몇백 명은 살아서 성을 벗어났고 승기를 잡기는 했지만 아직도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전장을 뚫고 도망치고 있었다.
"와아아! 우리가 이겼다!"
"가즈 로드 만세!"
"총사 만세!"
벌써 성안에서는 환호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걸 기점으로 죽을 때까지 싸울 것처럼 독기를 뿜어내던
언데드들과 마수들도 일제히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과 치열하게 싸우던 31병단과 신성여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놈들의 등을 망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쫒아가
라는 명령도 없거니와 이미 상당히 지친 것이다.
"좀 쉽군요."
아그레시아는 승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찜찜한
얼굴이었다.
"그러게요. 좀 이상합니다. 총사 덕분에 우리의 전력이
급상승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에 있던 자들의 대응이 다
크 프린스라는 자가 지휘했던 자들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져
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알겠어요. 성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다른 곳이 어떻게 되
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아그레시아와 후버론은 참모진과 함께 성벽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