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9화.밀려드는 손님들 (250/278)

밀려드는 손님들

헤르쉬가 가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뫼비우스가 찾아왔다.누가 정보 단체의 수장이 아니랄까 봐 하룬이 요새에 들어온 것을 알아낸 것이다.

"길드는 좀 커졌나 ?"

"네.비류와 아레스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지금은 하위 정보원을 포함해서 1만 명 이상의 길드원들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뫼비가 애를 많이 썼겠군"

"아닙니다.모든게 대장님의 지원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겸양하는 태도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처음 보았을 때는 사기꾼처럼 보였고 나중에는 여자나 등쳐 먹는 제비처럼 보였던 뫼비우스는 정보 길드를 운영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중후한 사업가처럼 보인다.

"아니야.그나저나 참 보기가 좋군."

"하하하! 감사합니다!"

뫼비우스는 하룬의 칭찬에 멋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아레스와 매그럼은 어떻게 지내나?"

"아레스와 친구들은 이제 프리랜서로 돌아섰습니다.평소에는 저와 함께 길드의 일을 하다가 큰 건이 생길 때만 그쪽일을 하기로 했습니다.그 녀석들 출신 보육원이 얼마 전 통째로 돌풍기지로 옮겼습니다.녀석들도 그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유니온에 있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 저와 가까운 곳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매그럼은 GM직을 내놓고 저희 길드의 정보 분석실장을 맡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룬은 자신과 초창기에 인연을 맺은 이들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래.그쪽 세상은 요새 어떻게 돌아가나?"

뫼비우스가 만든 타이푼 정보 길드는 비욘드에서도 완전히 정착을 했지만 현실에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빅 유니온들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유니온 출신의 정보원들이 비욘드라는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두 세계의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이방인들은 최근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왜?"

"거의 모든 유니온들이 발전 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전기에너지의 부족과 보다 더 강력한 배리어를 명분으로 도시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하룬이다.

"그 일로 인해 수많은 주민들이 안전한 배리어 밖으로 밀려났는데 그 때문에 유니온 내에 남아 있는 주민들이 정부에 대해서 강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유니온들은 이번 조치로 그간 유니온을 좀먹는 무능력자들과 반체제 인사를 포함한 사회불안 요소를 제거했기에 이전보다 더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선전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언제라도 능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들면 배리어 밖으로 추방될 수 있기에 시간이 갈수록 전 주민을 대상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건 이미 예견하고 잇던 반응이며 실제로 코원 유니온에서도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거의 모든 유니온들이 장기적으로 대학들과 과학국에 더 많은 지원을 추가해서 이번에 문제가 된 발전 시설을 보수하거나 새로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판단력을 가진 주민이라면 유니온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을 리가 없다.그 정도의 기술은 쉽게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이전에 유니온들이 보인 행태를 생각하면 더욱더 믿을 수가 없다.

수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반체제 인사가 되어 공공연하게 살해되거나 배리어 밖으로 추방당했다.또한 그간 과학기술 계열의 교육은 초중고 교육에서 거의 완전히 사라졌고 대학도 최소한의 운영 인력을 제외하고는 정원이 계속 축소되어 왔다.

이번 배리어 축소로 인해 평범한 주민들조차 이대로 30년 정도만 지나면 유니온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각종 기반 시설이 폐기될 거라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걸 믿게 되었다.

현재까지 가동되고 있는 각종 생산 시설이나 기계류의 소재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해가 갈 수록 노후화되어 폐기되는 시설들과 기계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보수가 가능한 것은 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행동을 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합니다.이럴 때 나섰다가 피를 볼 게 뻔하니까요.그저 불안에 떨고 있을 뿐입니다.상위 섹터에 사는 자들 중에서도 노블이 아닌 자들은 심하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뫼비우스 역시 울분과 불안을 느끼는지 어조가 다소 불안정해졌다.

'가만!'

갑자기 머릿속이 찌릿해졌다.뭔가 큰 그림이 순간적으로 그려졌던 것이다.

'비욘드가 아니더라도 오르그들과의 교역이 아니더라도 돌풍 기지와 언더 시티가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금 아리가 하고 있는 작업 을 떠올린 하룬은 타이탄 워커의 숫자가 늘었을 경우를 상정해 보았다.

'지금은 페쇄되었거나 유니온들의 관리를 벗어난 지하 도로들을 개보수하거나 새로 도로를 내어 유니온들을 연결할 수 있다면?'

하룬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지금 유니온 정부들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교역의 양이나 규모가 최소한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주 빠르게 유니온 간의 물류 유통을 장악할 수 있다.그렇게 되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기존의 세 세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아무리 유니온이 배리어 밖으로 물품 반출을 금지해도 기업가들은 돈이 된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할 수밖에 없다.이 세상에는 세 세력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가들이 수없이 많다.

애초에 세 세력은 기득권을 위해 극소수의 인원만 조직에 받아들였다.코원 유니온에서 재계 서열 20위권에 들어가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세류의 아버지도 몇 년 전에야 겨우 노블의 자격이 되는 하원 의원이 될 수 있었다.

"이럴 때 누군가 불을 붙인다면 머지않아 강철처럼 굳건해 보이는 유니온 체제가 모래알처럼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유니온을 이루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차피 가진 것이 거의 없기에 생존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습니다.생존에 심한 위협을 받게 되면 그동안 양순하게 폭압을 받아들이던 일반 주민들이라도 일어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뫼비우스의 판단이 맞다.호아 박사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

'기회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벨과 아리 그리고 아즈만과 의논을 해 봐야겠다.잘하면 전 지구를 아우르는 아주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뫼비우스는 하룬이 뭔가 다른 생각에 잠긴 듯하자 잠시 그의 사색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아! 미안해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아닙니다 다만 큰 정보가 나오면 제일 먼저 타이푼에 부탁드립니다.어차피 타이푼은 대장님의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하하하 알았어 하지만 내가 지원을 했더라도 타이푼은 뫼비가 만들었고 잘 운영하고 있으니 그 말은 틀린 말이야."

",...."

뫼비우스는 하룬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커진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

"난 후원을 했을 뿐이야 앞으로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도움을 주기는 하겠지만 타이푼은 뫼비가 만든 것이니 그런 생각은 하지마."

"하지만 타이푼은 처음부터 대장님의 돈으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그리고 대장님이 전해 주는 정보로 이름을 알렸고 조직이 정비되었습니다.알 만한 사람들은 우리 타이푼의 뒤에 대장님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남들의 생각 따위는 아무 상관없어 네가 마음에 들어서 한 일이니까 물론 바라는 것이 없는 건 아니지만 타잎누 길드가 내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정 내 지원이 걸린다면 내가 부탁하는 일 정도만 처리해 주면 돼 물론 어느 정도 선까지는 내 이름을 팔아도 되고 난 타잎누 길드를 돌풍 용병대의 동맹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

이제까지 감히 하룬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뫼비우스지만 지금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마치 눈빛을 통해 하룬의 진심을 파악하고 싶다는 듯 말이다.

"후유!알겠습니다.하지만 한 가지는 허락해 주십시오."

"뭐지?"

"아직은 워낙 투자가 많아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익이 나면 일정한 자분에 맞추어 수익금을 드리겠습니다."

"수익금?"

"네.그래야 이제까지 유저들을 상대로 했던 말을 사실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우리 타이푼의 뒤에 대장님과 돌풍 용병대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타이푼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고 초기 투자금을 감당하셨으니 응당 지분과 그에 따르는 수익을 드려야 마땅합니다."

"뭐 그거야.....그렇게 해"

수익을 나눠 주겠다는 것까지 막을 마음은 없다 비욘드를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달리 지금은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하룬이지만 일부러 돈을 마다할 정도는 아니다.정당하게 버는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은가.

그렇게 조직에 관한 상황을 일단락 짓자 뫼비우스의 눈이 뜨거워졌다.이제까지는 한 조직의 부하가 상사를 대하는 마음이었다면 이제는 경영권을 절대 욕심내지 않는 든든한 후원자 혹은 동업자를 대하는 것처럼 바뀌었던 것이다.

"참!소식 들으셨습니까?"

"뭘?"

"얼마 전 신전 연합의 대표이자 빛의 신전을 대표하는 성녀가 파문되었다고 합니다"

"뭐라고?"

하룬은 의외의 소식에 깜짝 놀랐다.

"신전 쪽이 워낙 보안이 철저해서 세간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다크니스를 상대로 한 그간의 전투에서 빛의 신전 측이 거의 활약을 하지 못해 총교에서는 그것이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이끄는 성녀가 신앙심이 부족한 탓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그래서 지금은 신성력도 잃어버려 평범한 여인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좀 더 자세히 말해 봐!"

뫼비우스는 지금 요새에서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만 성녀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해 주었다.

하긴 강화 언데드가 출연한 이후 가즈 로드에 속한 세력중에서 신전 측은 거의 공험도가 없다시피 했다.성수도 크게 효과가 없었고 성기사들이나 사제들도 상대 흑마법사나 흑기사 들에 비해 무력에 형편없이 달렸던 것이다.

'뭔가 이상해!'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성수가 효과가 없다는 건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이미 몇번 이나 성수가 언데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던 하룬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종교 쪽이야 워낙 비밀이 많으니까요 다만 정보 관계자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총교 대신 장로원의 추천으로 빛의 신전을 대표하게 된 성녀를 껄끄러워하는 총교가,일부러 신앙심이 부족하거나 무력이 처지는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가즈 로드로 파견했다고 합니다.거기에 다른 신전들까지 전력 약화를 명분으로 보조를 맞추도록 설득했답니다."

"이런 미친 자들!"

가즈 로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 했던 신전들이 그런 짓을 했다니 정말 치가 떨렸다.어떻게 신을 믿는 자들이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거야 종말 시대의 종교들도 그런 행태를 보이지 않았습니까?적그리스도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말이 아니더군요 신의 뜻을 호도하여 자신의 권세를 지키고 금력이나 심지어 색정을 즐기는 사제들이 이곳에도 널려 있습니다."

"성녀가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나?"

"지금은 모르지만 찾으려고 마음을 먹으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왜요?"

"한번 만나 봐야겠어"

"알겠습니다.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모비ㅣ우스는 하룬의 급한 마음을 알아채고는 황급히 숙소를 떠났다.

늦은 밤.

뜻밖의 손님이 은밀하게 하룬 일행이 묵고 있는 숙소에 찾아들었다.

하룬은 딜런의 안내를 받아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버론님!"

"하하!오랜만이네.잘 있었나?"

후버론은 4명의 동행과 함께 나타난 것이다.

"아,네.안그래도 내일 찾아뵈려는 참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늦은 시간에?"

원래는 오늘 바로 후버론을 만날 생각도 했엇지만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보느라고 내일로 미룬 것이다.

"좀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조급증이 생겨 자네가 요새로 들어왔다는 소식에 단숨에 달려왔네.이 두 친구는 내 오랜 지우들로 이번에 가즈 로드를 돕기 위해 이곳에 왔다네.그리고 이쪽은 상인 연합의 대표인 펄세크란 상단주이고 이분은 파이린 제국의 황실에서 나온 후로트 국장이시네."

하룬은 후버론이 소개한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우선 후버론이 지우라고 소개한 두 사람은 걸친 로브로 보아 마법사였는데 후버론과 비슷한 연배로 1명은 푸근한 인상이었지만 다른 1명은 무척 깐깐할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상단 연합의 대표인 펄세크란은 50대 초반의 비대한 체형을 가진 인물로 편안한 인상의 소유자 였지만 하룬을 바라보는 눈빛은 무척 날카로었다.

파이린 제국에서 나왔다는 후로트 국장은 평범한 얼굴의 중년인이었지만 왠지 차갑고 이지적인 분위기의 소유자였다.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군.'

하룬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인사부터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돌풍 용병대의 하룬입니다."

"반갑네 블루브레인 마탑의 페루소라네"

"이렇게 얼굴을 드러내니 아주 헌앙한 청년이었군 알카서스 마탑의 노베인이네"

후버론의 지인이라는 두 마법사는 하룬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다른 두 사람은 짧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펄 상단의 전대 상단주인 펄세크란이오"

"후로트라고 합니다."

하룬은 왠지 자신을 탐색하는 것 같은 두 사람의 눈길이 신경 쓰였지만 후버론을 생각해 그냥 넘겼다.

"이 친구들이 생긴건 이래도 대단한 인물들이네."

이어지는 후버론의 설명을 들으니 두 사람의 신분은 정말 대단했다.그 둘 다 구 테론 제국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마탑의 전대 탑주들이었다.

"잘 오셨습니다.제 옆에 계신 딜런 경은 제가 개인적으로 아버님처럼 존경하고 따르는 분입니다.우리 용병대에서는 전사단 고문들을 이끌고 계십니다."

하룬은 딜런이 이들을 데리고 들어온 것으로 보아 대충 인사를 나누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한 번 소개를 했다.

딜런은 대단한 신분을 가진 손님들에게 담담한 얼굴로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했고 모두들 그의 존재를 별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후버론 일행은 딜런이 귀족 출신으로 검의 길을 걷기 위해 과감하게 용병이 되었다는 사연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하룬이 아버지처럼 따르는 인물이라는 소개에 큰 괌심을 보이면 인사를 나누었다.

"일단 앉으시지요"

사람들이 탁자에 앉자 딜런이 자연스럽게 차를 준비했다.

치이익!

딜런의 두 손에 잡힌 찻주전자가 순간적으로 끓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최소 중급이다!'

세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드 마스터 중급에 이르면 마법을 알지 못해도 원소 마법과 유사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했다.그런 말만 들었지 검사가 손으로 찻주전자를 데우는 광경을 실제로 처음 보는 세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일개 용병대에 이 정도의 강자가 존재하고 있을 줄은 알지 못했던 후버론 일행은 경악한 표정을 간신히 숨겼다.

그중 후로트는 누구보다 뜨거운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그가 검사라는 방증인 것이다.

하룬의 눈에도 순수한 기쁨의 빛이 떠올랐다.

'드디어 마나의 세부적인 성질을 분리하고 운용하는데 성공하셨군.'

시간이 날 때마다 명상을 하며 지혜의 파편을 파고들었던 딜런은 마나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런 노력을 기반으로 딜런은 고대 문명으로부터 전해진 지식을 받아들여 그 세부적인 마나를 인지하고 따로 끄집어내어 사용할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곧 상급에 오르시겠구나.'

그렇게 사람들이 놀란 감정을 각자 소화시키는 사이 딜런은 차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쪼르르.

마른 찻잎을 넣고 잠시 우러나오길 기다려 한 번을 따라낸 딜런은 두 번째 찻물을 받았다.차를 즐기는 하룬의 영향으로 인해 그 역시 차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기에 마시기에는 두 번째 찻물이 좋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하룬이 손수 차를 준비한 딜런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감사합니다.딜런 경"

"그럼 말씀들 나누십시오"

딜런은 담담한 얼굴로 방을 나갔다.

후버론 일행은 눈길은 잠시 딜런의 뒤를 쫒았다.

"저런 이가 고문이란 말인가?"

"후웃!정말 놀랄 일이군."

"허어!소드 마스터인 줄은 알았지만 저 정도 실력인지는 미처 몰랐엇군 도대체 돌풍 용병대에는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있는 건지."

펄세크란과 후로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지만 후버론을 비롯한 마법사들은 딜런의 경지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하룬은 세 사람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뿌듯해졌다.대원들의 실력이 올라가는 것이 자신의 발전 못지않게 기분이 좋았다.실력이 곧 목숨인 용병이니 아무리 기뻐해도 과하지 않았다.하지만 과도한 관심도 별로 반갑지는 않았는데 다행히 후버론이 화제를 돌렸다.

"그래. 데빌 산맥 북쪽에 갔었다지?"

"네.산악 부족들의 의뢰가 있었습니다.'

"수탕가 봉 인근에 위치한 다크니스의 세 성을 합락시켰다고 들었네만."

이런 소식은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네 우리야 정보 제공과 약간의 보조를 맡았지만 산악 부족들의 힘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더군요.흩어져 살아서 그렇지 일단 한곳에 모이자 다크니스도 쉽게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습니다."

"그렇겠지 그런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수들이 득실대는 이 데빌 산맥에서 수천 년 동안 살아올 수 있었을 테니까 거기다가 세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돌풍 용병대의 능력을 알아볼 정도의 눈도 있으니."

그동안 이종족 취급을 하며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던 산악 부족들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일단 하룬의 돌풍 용병대의 능력을 알아보고 의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능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가즈로드와 산악 부족을 연결시켜 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그건 하룬도 생각하고 있었다.가즈 로드와 이방인들 그리고 산악 부족이 연합하게 되면 다크니스의 저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이 하룬의 생각이다.

"그동안 별로 좋지 못한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긴 돌풍 용병대도 독자적인 정보 조직이 있으니 자제도 이미 알고 있겠군 사실 큰일이 연이어 벌어져 요즘 분위기가 아주 엉망이라네."

후버론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 다크 프린스의 출현과 이벨린 황녀의 실종 그리고 성녀의 파문 밀리고 있는 전선에 대해 상세히 털어놓았다.

"정말 상황이 좋지 않군요."

"그렇다네 안 그래도 고스트라고 불리는 자들로 인해 세 제국의 상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 이런 일들까지 벌어져 분위기가 무척 흉흉하네.'

그것 역시 하룬이 익히 아는 일이다.

현재 가즈 로드의 사기는 완전히 바닥이었다.벌써 다섯개의 성을 다크니스에게 다시 빼앗긴 상태였지만 명확한 명령을 받지 못해 지휘부가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그런 상황이니 근간이 되는 기사들과 병사들은 더 말한 나위도 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향후 6개월 이내에 다크니스는 모든 성을 되찾고 세 제국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말 걸세"

이미 하룬이 알고 있는 두 정보 조직에서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특별한 변수가 없는 상태라면 현재 가즈 로드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다크니스를 막을 힘이 없는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데 조직적인 한계가 있으니...."

아쉬운 듯 가즈 로드의 맹점을 언급하는 후버론의 태도를 보며 하룬은 무척 안타까웟다.

세 제국에서 보낸 기사들과 병사들은 하나같이 국경지대나 금지를 지키던 수비군 출신이다.실전 경험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험준한 산악 지형에 잘 적응한 이들인 것이다.그러니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할수는 없다

하룬이 알고 있는 가즈 로드의 지도 체제는 다섯 세력에서 파견한 대표들로 구성되었고 느슨한 합의체였다.

신전 연합이나 마탑 연합도 어느 한 군단에 속한 것이 아니라 협조 요청이 있으면 파견하는 식으로 운용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즉 이벨린이 수장이긴 했지만 그 명령권은 상당한 제한이 있었다는 말이다.

"사실 자네를 찾아온 것은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해서이네."

"네? 저에게 그런 수가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하룬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후버론의 말이었다.

"아니야 자네는 비록 용병이지만 우리와는 달리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있어 일전에 이방인들을 끌어들여 다크니스를 상대하는 방법도 자네가 제안한 것이 아닌가?"

"그거야....."

'끄응!'

하룬은 너무 과한 기대감을 표출하는 후버론의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고 말았다.

"나 역시 하룬 대장과는 처음 만나는 것이지만 그간에 돌풍 용병대가 처리한 일들에 대해 들으면서 그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해법에 감탄했소 부디 우리에게 지혜를 빌려주시오."

"내가 살아오면서 저 오만한 후버론이 누군가에게 감탄하고 마음을 주는 것은 별로 본적이 없소.평생 서로 경쟁을 하며 살아왔지만 내 호적수가 인정한다면 나 역시 인정할 수 있소 사실 세 제국의 황제들께서 작금의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를 하고 있소 그 때문에 원래는 마탑 깊숙한 지하의 연구실에서 지내야 할 우리와 같은 늙은이들까지 불려 나오게 된거라오 빛의 신전 성녀가 파문을 당한 것도 결국은 세 제국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취한 일이니 우리 마탑들도 현재 상황이 무척이나 곤혹스럽소이다.단지 제국들이 흔들리는 것이라면 모르되 자칫 마왕이라도 강림하거나 마게의 문이 열려 마물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지않았다는 원망을 사제들과 마법사들에게 퍼부을 것이오"

가즈로드와 별 상관이 없는 펄세크란과 후로트는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페루소와 노베인의 말을 들으니 현재 가즈 로드의 수뇌부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였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느슨한 조직으로는 다크니스를 상대할 수없습니다."

",....."

사람들은 하룬의 말에 강렬한 눈빛을 쏟아 내며 집중했다.

그들의 눈빛이 부담된 하룬이 눈치를 보자 후버론이 입을 열었다.

"계속하게나"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전력이 열세라면 어떻게든 충원을 하면 되겠지만 지휘권 문제가 성행되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강력한 지휘 체계를 가진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현재와 같은 체제라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다섯 세력이 겉돌게 되고 결국은 전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할 겁니다.누군가 나서서 다섯 세력을 하나로 끌어 모아야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맞는 판단이네."

실제로 이 다섯 세력중 세 제국은 적대국이나 다름없는 사이였고 그 연결 고리가 되어 줄 마탑 연합과 신전들도 암중에 세 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그런 상황이니 하나로 뭉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도착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언제 그렇게 깊이 생각을 했었나?"

"네?아니...."

"아!수시로 정보를 듣고 있었겠지 우리 역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네 하지만 다섯 세력을 하나로 묶을 방법이 없네."

자신이 묻고 스스로 답을 구한 후버론은 답답한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그들이라고 머리가 없는 것이 아닌데 왜 이런 결론을 얻지 못했겠는가.

"사실 자네를 찾아온 것은 몇 가 지 용건이 있어서이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자네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일세."

"그게 무슨?"

"세 제국의 황제 페하들도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을 하고 계시네 사실 이 두 친구는 각기 미르 제국과 신테론 제국의 황제 페하들로부터 각별한 부탁을 받고 은거를 깨고 이곳으로 오게 된 거라네.우리끼리는 물론이고 많은 이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들었지만 모두가 다섯 세력에 소속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 이 상황을 타개할 좋은 방책을 생각해 내지 못했네.하지만 자네라면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이고 우리 다섯 세력과도 별다른 관계가 없으니 좋은 생각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찾아온 거지."

후버론은 이제야 야심한 밤에 방문한 용건을 털어놓았다.

"가능성 따위는 따지지 말고 생각한 것이 있으면 말을 해 주게"

"으음"

하룬은 내심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눈빛이 워낙 강렬해서 말하기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다크니스가 득세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큰 손해이니 만큼 후버론의 말대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제 생각에는 다섯 세력이 모두 인정하는 분을 수장으로 모시고 다크니스를 박멸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가즈 로드의 지휘권을 그분께 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나중에 그 공에 합당한 대가를 드리는 것이 선행되어야겠지만 말입니다."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있었던 듯 후버론이 채근을 했다 하긴 명색이 대마법사인데 그 정도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룬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생각하고 있는 인물의 이름을 털어놓았따.

"아그레시아 님입니다."

"아그레시아 황녀 전하?오!그렇군."

"아그......아!"

"허엇!절묘한 인선이로다!"

아그레시아라는 이름을 듣고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세 사람은 잠시 후 환해진 얼굴로 무릎을 쳣다.

심지어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펄세크란과 후로트마터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그레시아 황녀는 다섯 세력 중 넷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세 제국의 주인들과는 인척 관계이며 그 관계 또한 나쁘지않다.마법 실력은 조금 낮은 편이지만 현자로 불릴 정도로 지혜로우며 구 테론 제국의 그늘에 있었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왔다.

가즈 로드의 주력인 기사들과 병사들은 소속을 가리지 않고 그녀를 따를 것이다.마법사들이야 당연할 것이고 문제가 되는 거라곤 신전 측이었다.

"신전 연합과의 고리는 좀 약하지만 그보다 더 합당한 인물은 없을 것이오."

"맞아,맞아! 그분이라면 모두가 인정을 하고 충심으로 따를 수 있지."

"허허허!우린 왜 그분을 생각하지 못한 거지?"

세 마법사는 하룬의 인선에 감탄하는 한편 아그레시아 황녀를 생각해 내지 못한 자신들의 부족함을 탓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어떻게든 가즈 로드의 힘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려는 욕심이 들어갔으니 아그레시아 황녀의 존재를 떠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다급한 상황도 아니었으니 더욱 그랬다.

후버론은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윽한 눈으로 다시 하룬을 응시했다.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보겠네."

"말씀하십시오"

"아까 자네가 말한 대로 병력의 충원에 대한 문제일세 현재 우리의 전력은 다크니스에 비해 크게 열세이네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는가?"

하룬은 후버론의 질문에 난감한 기분이 되었다.그걸 왜 자신에게 묻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던 것이다

그런 하룬의 표정을 읽었는지 후버론이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병력의 보충이 필요한데 세 제국 모두 그럴 만한 사정이 아니라네 자네도 알겠지만 상단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습격을 하는 고스트라는 작자들 때문에 병력을 뺄 수가 없다네."

하긴 세 제국의 입장도 난감하다.지금이야 상단들을 건드리고 있지만 그들의 공격 목표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니 병력을 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거야 고스트를 잡으면 해결되는 문제 아닙니까?"

"그렇지?근데 그 유령 같은 놈들을 누가 어떻게 상대하느냐 말일세."

"그거야 어렵기는 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영지 간의 긴밀한 협조와 소수 정예의 특수군이 있으면 충분히 처리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네"

"뜬김없긴 하지만 내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자네 용병대에 소드 마스터와 고서클의 마법사가 몇 명이나 되나?"

하룬은 정말 황당한 기분이었지만 후버론이 쓸데없는 질문을 할 리가 없다는 걸 알기에 적당히 대답했다

"소드 마스터는 모두 5명이고 6서클을 마스터한 마도사 2명과 이제 막 6서클에 오른 마도사가 2명 있습니다.모두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아직 다 밝힐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드러낼 시점이라고 생각했다.머지않은 미래에 돌풍 마탑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려면 미리 간을 봐야 할 때였다.그래서 적당히 실력을 숨긴 것이다.

현재 전력에 비해 현저하게 줄인 실력가ㅗ 숫자였지만 하룬의 말에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심지어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후버론마저도 경악한 얼굴이었다.

제국들이 보유한 소드마스터의 숫자는 비밀이었지만 각국이 20명에서 30명 안팎의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더구나 그중 상당수가 초급 경지다.

또한 마탑들이 보유한 6서클의 마도사는 평균적으로 10명 미만이었다.6서클을 마스터했다는 것은 언제라도 마탑을 열 수 있는 자격인 7서클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하룬이 말한 정도의 실력자들이라면 왕국을 열어도 충분할 정도의 강력한 힘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더구나 이미 소드 마스터 중급 실력의 딜런까지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내가 듣기로는 숨겨진 대원들이 꽤 많다고 들었는데 대원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나?"

"그건 비밀입니다.확실한 것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그 어떤 용병 단체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룬은 마지노선을 그었다.아무리 후버론이라도 거기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거래를 하는 자가 자신이 가진 패를 내보이는 것은 바보짓이나 다름없다.

"내 보기에는 이 친구에게 해결할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

갑자기 후버론의 눈길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펄세크란에게 향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하룬의 눈이 펄세크란에게 향하는 순간 벌떡 일어난 그의 입이 열렸다.

"상인 연합의 대표로서 이자리에서 돌풍 용병대에 정식으로 의뢰를 요청합니다.상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간악한 고스트들을 처리해 주십시오 원하는 것은 무엇이랃 들어드리겠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만 해도 겉으로 보이는 나이를 보고 하대를 펄세크란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태도가 바뀌었다.마치 구멍줄을 잡은 것처럼 다급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우리 가즈 로드 역시 정식으로 의뢰를 요청하겠네 고스트를 처리해 주게 우리 역시 역량의 한도 내에서 돌풍 용병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내줄 용의가 있네."

세 제국에서 병력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그 원인인 고스트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 가즈 로드다 때문에 후버론도 가즈로드의 임시 수장 자격으로 의뢰를 하는 것이다.

'고스트라?'

그간 많이 들어온 이름이다.하짐나 아직은 구체적으로 놈들을 처리할 생각을 해 본것은 아니다.골든 로드에 속한 그들보다는 다크니스에 신경을 더 많이 써왔던 것이다.

'그래도 괘씸한 놈들이지 한 번은 쓴맛을 보여 줘야 하고'

하룬은 잠시 생각할 여유가 필요했다.

"실망하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의뢰를 받아들일 수가 없군요.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게 듣자하니 돌풍 용병대는 의뢰를 받아들ㅇ기 전에 의뢰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그 성패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지 그러하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의뢰도 문제없이 완수하는 걸 테고 앞뒤 안가리고 돈 욕심에 덥석 의뢰를 받아들이는 놈들과는 차원이 달라 오히려 더 믿을 수 있네"

후버론은 당장 의뢰를 수락하지 않는 하룬의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다급한 얼굴을 하고 있는 펄세크란도 잠시 생각을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돌풍 용병대는 아직 실패한 적이 없다지 소문이 사실이라면 의뢰를 받아들ㅇ기ㅣ 전에 의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모으고 철저하게 분석한 후 최선을 다했으니 그런 결과가 나왔겠지 고문들이라는 자들의 실력도 그렇고 단순한 용병 단체로 보면 절대 안 되겠어.'

그때 이제까지 아무 말도 없었던 후로트가 하룬을 잠시 주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정식으로 소개하겠소.난 파이린 제국 정보국 국장인 후로트 폰 레이진이오"

어쩐지 평범한 외모지만 풍기는 기운은 음험하고 어둡다고 느꼈었다.

하룬 역시 다시 한 번 자신을 소개했다.

"돌풍 용병대를 이끌고 있는 하룬입니다."

"알단 사과하겠소"

"이게 무슨?"

후로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룬에게 허리를 굽혔다.당황한 하룬이 덩달아 일어나 그의 행동을 만류하려고 했지만 이미 사과를 한 후였다.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용병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그대와 돌풍 용병대를 함부로 예단했었소 내가 아는 용병들 중에는 그대만큼의 식견이나 판단력을 가진 자들이 없엇기에 그대를 만나 보나른 황제 페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보지도 않고 무시했었소 그 점에 대해서 사과하겠소."

'허!정보 단체의 수장치고는 정말 화통하군'

어쩌면 헤르쉬와 비슷한지도 몰랐다 그녀 역시 자신에게 보이는 얼굴과 타인에게 보이는 얼굴이 다르다 그리고 한 번 신뢰를 하면 철저히 믿는다 그러다가 배신을 당하지만 말이다.

정중하게 사과를 한 후로트의 인상은 전과는 달리 온화하고 솔직하게 느껴졌다.어쩌면 상대에 따라서 자신의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자인지도 모르겠다.

"이벨린 님을 찾아 주시오 지금 파이린 제국은 이벨린 황녀 전하가 반드시 필요하오 대가는 그 무엇이라도 드리겠소 황제 페하께서 직접 약속하신 것이니 의뢰를 받아 주십시오"

간절한 눈빛과 더할 수 없이 공손한 태도를 보니 거절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기세다.

"후유!"

협박이나 위세로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강력한 압박감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의뢰를 받아들일 때까지는 그 어떤 것도 불사할 마음가짐이 후로트에게서 느껴졌던 것이다.

"좋습니다..저 역시 이벨린 황녀 전화와는 개인적으로 교분이 있습니다.의뢰를 받아들이지요"

"고맙소 하룬경!정말 고맙소!페하께서 무척이나 기뻐 하실 거요"

후로트는 하룬이 이렇게 쉽고 빠르게 자신의 의뢰를 받아들일 줄은 몰랐엇는지 뛸 듯이 기뻐했다.소문이라고 치부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얼마 후면 이벨린 황녀가 다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다만 의뢰의 대가는 내일 정도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의뢰에 대한 실무는 우리 부대장이 맡고 있는데..."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야심한 시간에 종일 고문들에게 끌려 다니며 고생을 한 티노를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아,알겠소 내일 점심 물벼에 다시 들르겠소 그럼 난 이 기쁜 소식을 황제 페하께 보고해야겠소.먼저 일어나는 실례를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이곳까지 동행한 네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로트는 등에 날개를 단 듯 가벼운 걸음으로 방을 넛어났다.

"허허! 잘된 일이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고스트 문제는 뒤로 밀리는 건가?"

웃는 얼굴이었다가 심각하게 변하는 후버론의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펄세크란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생각해 보니 이벨린 황녀의 일 때문에 상인 연합의 의뢰가 거부되거나 무한정 연기될 수도 있었다.

"그건 아닙니다.고스트를 상대한느 일과 이벨린 황녀의 실종 문제는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심각했던 네 사람의 얼굴이 당장 제 색으로 돌아왔다.

"네.아직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묘하게 그런 기분이 드는군요."

"자네의 감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고스트 문제도 전향적으로 생각해 주게.상인 연합도 그렇지만 우리 가즈로드의 입장에서도 그들을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하니까"

하룬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를 강하게 신뢰하는 후버론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룬의 곁에 능력을 헤아리기 힘든 정보를 조직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후버론이다.

"알겠습니다.일단은 정보가 우선입니다."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시게 뭗느지 다 도울 테니까"

비록 의뢰에 대한 확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후버론 일행은 들어올 때와는 달리 많이 편해진 마음으로 하룬의 방을 떠날 수 있었다.

하룬은 지난 며칠 동안 바빠 신경을 쓰지 못했기에 미안한 마음으로 이벨린에게 의념을 보냈다.

-이벨린,이벨린!

-.....오빠?

-그래 나야 괜찮은 거지?"

-응 불안감이 사라져서 그런지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전과는 달리 뇌파가 불안정하지 않은 것이 정말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 같다.

-여전히 네가 있는 장소를 알 수 없는 거야?

-응 식사를 가지고 오는 여자에게 말을 시켜 보았지만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없어

곤란하다 어디에 갇혀 있는지를 알아야 구하러 가도 갈것이 아닌가.

-뭔가 방법이 생길거야 정보 길드들에 부탁을 해 놓았으니 조금만 더 참아.

-고마워 오빠 지금은 어디에 있어?

-마츠루트 요새에 와있어

-그렇구나 가즈 로드는 어때

-수장인 네가 그렇게 급작스럽게 실종이 되었으니 당연히 좋지 않은 상황이지

하룬은 굳이 숨기지 않고 최근 가즈 로드에 관한 상황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 아그레시아 황녀가 내 자리에 오는 거야?

-응 그 편이 너에게도 도움이 될 것같아

이벨린은 신생 제국인 파이린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가즈 로드보다는 제궁의 행정 업무에 더 집중할 필요가있다 피노세 황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긴 그 편이 더 낫긴해 욕심을 부리지 않는 건데

-욕심은 무슨 그때 상황은 네가 그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된 것에 불과해

-아무튼 가즈 로드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일이 그렇게 진행된다니 조금 편안해지네 이제 정말 이곳만 벗어나면 될 것 같은데

-아무튼 방법이 있을 거야

하룬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 미안했다.앞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벨린 문제를 생각해야만 할 것 같았다

-오빠만 믿고 있을 테니까 꼭 구하러 와야 해

-그래 주는 건 꼬박꼬박 먹고 운동이라도 해 움직이지 앉으면 기분까지 가라앉으니까

에전에 현실에서 그런 경험이 잇었다.몇 날 며칠을 방안에서 거의 움직이지도 않고 살다 보면 갈수록 기분이 가라앉아 아무것에도 의욕이 나지 않아 나중에는 사람을 아예 피하게 되곤 했던 것이다

-헤헤! 알았어 그렇게 챙겨 주니까 정말 든든해 역시 오빠가 있으니까 좋다 가족이라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인지 몰랐었어 

이벨린은 기분이 한층 좋아진 것 같은데 하룬은 왠지 가라앉고 있었다.단숨에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서 이벨린에게 미안하고 그런 자신의 능력이 안타까웠다.

-미안해 빨리 구해 주지 못해서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오빠 제국에서도 날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걸 오빠가 어떻게 쉽게 하겠어 그래도 난 오빠가 곧 날 구하러 올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열심히 노력해 줘 나도 나름대로 초감각에 대한 수련을 할 테니까

-그래 나만 믿어!

-너무 오래 이야기했나 봐 나 머리 아파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아무리 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이런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 쉬어!며칠 이따가 다시 통신하자

-응 오빠

하룬은 의지의 파동을 멈추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눈을 빛냈다

'가만!내가 왜 잊고 있었지?'

하룬의 머릿속에 고요의 땅에서 얻은 마법서가 떠올랐다.영능 마법에 대한 마법서로 나인과 레이스가 소속된 현실의 사이키스트조를 위해 타니엘라와 미루스에게 해석을 부탁해둔 적이 있었다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아직 제대로 해석이 되지 않은 모양인데 다시 부탁을 해야겠구나.'

본래부터 이능력을 타고난 이벨린의 영능 마법을 익힌다면 스스로의 능력을 자신이 갇힌 곳을 알아낼 수도 있다.

또한 제대로 된 교관이 없어 수련에 곤란을 겪고 있는 사이키스트조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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