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6화.골든로드 (247/278)

골든로드

전투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정리가 되었다.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자들이 모여 있던 곳은 백여 발의 매직 미사일에 지격당해 완전히 페허가 되었다.

공명 마법으로 몇 배나 그 크기와 위력이 커진 매직 미사일은 다크 실드 정도는 우습게 부수었기에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딜런을 비롯한 전사단 고문들이 수뇌급의 흑기사들을 중점적으로 처리했고 도네이스가 철시를 이용해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들을 쏘아 쓰러뜨렸다.그렇기에 상대진형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주술의 효과를 받은 타파족 전사들과 그들이 부리는 마수는 나머지를 별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타파족 전사들은 그간 쌓인 원한 때문에 단순히 상대의 목숨을 끊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난도질해 버렸다.

마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살벌하고 잔혹해 보이는지 하룬을 향해 모여든 전사단 고문들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간 놈들에게 당한 게 많은 모양이군요."

"그러게요.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룬은 타파족 전사들이 시신까지 심하게 훼손하는 것을 보다가 이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언데드와 이방인 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랬다.이방인들이 사망했을 때 나타나는 빛 모래가 별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이건 이들이 현지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고 이제까지 다크니스의 구성원들 대부분이 이방인이라고 믿고 있던 것을 뒤집어 버리는 것이다.

'그럼 이들은 뭔가 특별한 일을 위해 편성된 부대란 말이군.'

하룬이 그 특별한 일에 대해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산 우쪽도 간단하게 정리가 되었다.

상 위쪽에 포진했던 적들은 좁은 곳에 모여 있다가 공명 매직 미사일에 의해 간단하게 전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설사 블링크와 같은 마법으로 피했다고 하더라도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가 된 매직 미사일의 빠르기와 그 위력을 피할 수가 없었다.

두 번의 마법 공격으로 엄청난 전공을 올린 마법단 고문들이 하룬 쪽으로 다가왔다.마나 포션으로 어느 정도 마나를 회복한 고문들의 얼굴을 무척 밝았다.

"허허허! 이 정도의 매직 미사일이라면 6서클 마법이라고 해도 되겠어"

"무슨 소리를, 족히 7서클은 되지, 3연속으로 블링크를 펼쳐 도망치던 놈의 실력이 6서클은 되는 것 같은데 결국 못 피하고 맞아 죽고 말았잖은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던 하룬은 다가오는 고문들의 이야기에 정신이 들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허허! 아닙니다.별로 어렺비도 않았는데요. 뭘 우리가 힘을 합쳐 만든 공명 마법이 이렇게 강력한 마법이라는 사실에 놀랍고 또 이런 기회를 주신 대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아슈인을 비롯한 포머칸 출신 마법단 고문들은 자신들이 만든 결과를 보면서 새삼 많이 놀라고 있었다. 공명 마법은 갈수록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발현 시간도 빨라지고 있었다.

마법단 고문들은 일반 공격 마법이나 주술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엄청난 파괴력과 힘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저쪽도 거의 정리가 되어 가는군요."

아슈인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한 무리의 타파족을 보며 말했다.어느 정도 나이가 든 이들이었지만

대부분이 큰 키와 장대한 체구를 가졌을 뿐 아니라 풍기는 그 기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살아 있는 다크니스와 무리는 없었다.타파족 전사들은 둘로 나뉘어 한 무리는 바위 지대에 피신한 부족원들을 챙기고 다른 한 무리는 사체를 처리할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발몬의 엄지인 타파의 아들 바라크라고 합니다.이들은 우리 엠롱 마을의 전사장 들입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이곳에서 간악한 적들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전멸했을 겁니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저자들은 모든 산악 부족의 공적입니다.전 하룬이라고 합니다"

하룬에게 인사를 건넨 이는 꽤 나이가 든 노인이었다.하룬도 작은 키가 아닌데 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에 얼굴의 주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중앙에 뿔처럼 세운 휜 머리카락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말끔하게 민머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의 뒤론ㄴ 중년의 전사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엄청난 체구에 단단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하룬은 그들의 머리를 유심히 살펴보고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그들의 머리는 선두의 노인과 비슷하지만 머리카락이 있는 부분의 크기는 각기 달랐는데 풍기는 기도로 짐작하건대 그것으로 일족에서의 위치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덕분에 일족의 많은 이들이 살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고마운지 다시 인사를 하던 바라크의 눈이 하룬의 뒤쪽을 향하는 순간 이채가 흘렀다.

"혹시 아슈인 포머칸이 아닙니까?"

바라크는 조심스럽게 물어보면서 확신이 들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아슈인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옆에 계신 분은 로번 대전사와 비슷하시고.어? 버컨 칸?"

그의 입에서는 아슈인에 이어 다른 몇 명의 이름까지 나왔다.서로 안면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하룬이 옆으로 살짝 걸음을 옮기자 아슈인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허허! 바라크 대전사도 결국 에버그린에서 나왔군."

"정말 아슈인 포머칸이시군요."

"허허!맞소,난 긴가민가했는데 금방 알아봤구려."

"너무 젊어지셔서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저야 당한 게 있지 않습니까.그런데 왜 그렇게 어려지신 겁니까? 그리고 다른 일족들과는 어쩐 일로 같이 다니는 겁니까?"

바라크의 어려졌다는 말에 당장 아슈인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흐흐흐, 좋은 약을 먹었소 그리고 우리 아카족과 에인족 그리고 부르카족은 여기 계신 하룬 대장님이 이끄는 돌풍 용병대를 중심으로 이미 하나로 뭉쳤소."

"네에?"

바라크는 뜻밖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 그대로요.우리 세 부족의 대전사들과 포머칸들은 대장에게 진심으로 감복하여 용병대에 가입했소."

아슈인의 말에도 바라크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부대장님, 우리는 마정석을 회수하도록 하지요.편하게 이야기들 나누세요."

아까부터 보니 타파족은 죽은 마수의 사체에서 마정석을 추출하지 않고 있었다.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일을 핑계로 하룬은 그들끼리 좀 더 이야기를 하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

끔찍하게 난도질당한 사체가 널린 전장으로 향하는 하룬의 뒤로 딜런과 티노가 뒤따랐다 하룬은 미노와 수니를 내려오게 해서 마수들의 몸에서 마정석을 추출하도록 부탁했다.

강철과 같은 녀석들의 부리는 앚 쉽게 마수의 몸에서 마정석을 추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제 전장에서 벗어나 바위 지대로 피신했던 일족에게 합류했던 타파족 전사들과 마수들은 미노와 수니가 땅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경계를 했지만 그들이 하룬의 지시를 받는 것을 보고 조금 긴장을 풀었다.

"하하! 오랜만이오 바라크."

하룬 일행이 자리를 피하자 아슈인이 편한 얼굴로 타파족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곳에서 이렇게 다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일족들의 상황이 다급해서 오래전에 나왔소."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럼 그곳에 아직 머물러 있는 친구들도 있소?"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제 예상으로는 아마 없을 겁니다.나와서 듣기론 데빌 산맥 전체가 저 죽일 놈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다더군요.한가롭게 수련이나 하기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으니까요."

"그럴 테죠."

아슈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외의 염이 담긴 시선으로 하룬 쪽을 쳐다보았다.

"세 부족이 정말 하나로 뭉친 겁니까?"

아슈인의 눈빛에 담긴 감정을 읽은 바라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세 부족의 대전사들과 포머칸들이 한 단체에 소속이 되었다는 것은 이들이 입고 있는 동일한 방어구로도 충분히 알수 있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여전히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타림 공방에서 제작한 마수 가죽 방어구를 입고 있었다.같은 방어구를 착용한 것만으로 아슈인의 말처럼 세 부족이 아니,최소한 에버그린에 은거하던 세 부족의 대전사들과 포머칸들이 한 단체에 소속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잇었다.

"그렇소. 우리 세 부족도 하룬 대장님이 아니었으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거요.적들과 달리 우리 산악 부족들은 마을 단위로 흩어져 살고 있어서 제대로 대항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오.다행히 대장님과 돌풍 용병대가 있었기에 이제는 안전한 주거지를 가지게 되었고 흩어져 살던 일족들도 속속 모이고 있소."

"그렇습니까?나이는 많이 젊어 보이는데."

바라크는 젊은 하룬에게 푹 빠진 것 같은 아슈인의 반응이 신기한지 마정석을 추출하고 있는 하룬 쪽을 잠시 쳐다보았다.

"나이야 문제가 안 되지요.더구나 ㅜ리야 대장님과 꽤 오래 함께 지내다 보니 나이 같은 건 이제 눈에 안 들어오는가보오"

아슈인은 바라크에게 자신들의 부족에 일어났던 일과 돌풍 용병대가 한 일 그리고 하룬에 대해서 상세히 말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바라크의 눈에 기이한 빛이 일렁였다.

"그럼 위대한 이가 맞습니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발몬 신이 예껸한 이가 아니면 대장님의 능력을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우리 세 부족은 이미 대장님을 위대한 이로 생각하고 있소."

"으음"

바라크는 엉망이 된 사체와 피바다를 이룬 전당 속을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는 하룬에게 눈길을 주며 뭔가 고심하는 얼굴이었다.

첫눈에 봤을때 부터 심상치 않은 기도를 가지고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저렇게 젊어 보이는 하룬이 세 부족의 문신 주술을 상당 부분 활성화시키는 ㅇ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거기에 엘프와 가이엘족만이 가능한 정령술은 물론 우리일족만이 가진 마수 테이밍 스킬까지 가지고 있다니."

가슴은 못 믿겠다고 하지만 머리는 이미 믿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아슈인은 각 부족의 최강자들만이 들 수 있는 에버그린에서도 최강자의 반열에 올라 있으며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인정한 사내라.

"하긴 저 버처리비크만 해도 보통 인간은 절대로 길들일수 없는 최상급 마수이니......"

바라크는 마수와 가족처럼 지내는 타파족이기에 버처리비크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선조들로부터 전해 받은 지식에 따르면 버처리비크는 마수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최상급 마수보다 강하면 강했지 뒤떨어지지 않는 가공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따.

바위 지대에 숨은 일족을 지키느라 직접 그의 무의를 본것은 아니지만 전사들로부터 보고를 듣고 하룬이 어떤 일을 했는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믿기는 힘들지만 신성력까지 썼으니.'

거기까지 생각이 마치자 바라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슈인 님 며칠만 저희와 동행을 해 주시겠습니까?"

"동행을?괜찮소.이제는 안전할 것이오."

"우리 부족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닙니다.산 두 개를 넘어 가면 일족의 고향인 툴람 호수입니다.타파족은 모두 그곳에 모이게 될 겁니다.얼마 전 모든 산악 부족들에게 대부족회의를 위한 집결령이 떨여졌습니다."

"집결령이라니?누가 대부족회의를 소집했단 말이오?"

아슈인은 경악한 얼굴로 소리를 높였다.

"아직 전갈을 받지 못한 것 같군요.곧 도착할 겁니다.그리고 우리와 아슈람의 긍지이신 바툰께서 회의를 소집하셨습니다."

"헛!아슈람족의 대현자이신 바툰께서 아직도 생존해 계신다는 말이오?"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아슈인이나 그의 뒤에서 대화를 경청하던 고문들 모두 크게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네.노환을 앓고 계시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합니다.우리 산악 부족들이 위기에 빠진 것을 듣고 기력을 차리신 바툰께서는 바로 집결령을 내리셨습니다."

"허허!놀랍구려,이미 이백 살이 훨씬 넘으셨는데."

"대장님 여기 살아 있는 자가 있습니다."

하룬에 앞서 위험 요소를 체크하던 티노가 소리를 질렀다.

황급히 걸음을 옮겨 티노에게 다가간 하룬은 흑마법사1명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디그 마법으로 땅을 파다가 등판에 심한 부상을 입고 기절한 자는 신분이 꽤 높았는지 그의 주변에 흑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에워싼 채로 죽어 있었다.

구덩이 안에는 몇 명의 사체가 더 있었는데 그들의 화려한 복색으로 보아 이들의 수뇌부가 틀림없어 보였다.생종자는 그들의 곁에 있었으니 무너가 아는 것이 많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이방인도 있었는지 꽤 등급이 높은 아이템도 몇개 떨어져 있었다.

"일단 치료부터 하지요."

확인할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딜런이 가지고 있던 포션을 꺼내 그자에게 반은 먹이고 반은 상처 부위에 넓게 뿌렸다.

치지직.

등판의 상처 부위는 넓기는 하지만 중상은 그리 심하지 않아 거품과 함께 빠르게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으으음"

신음과 함께 깨어난 자는 둥글게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일단의 사람들을 보더니 본능적으로 일어나서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자신이 마법으로 파던 구덩이의 깊이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따.

"마나 동결!"

타니엘라가 먼저 흑마법사의 몸에 마나를 사용할 수 없게 마법을 걸었다.

"헉!7서클?"

그는 6서클인 자신의 마나를 강제로 동결시키려면 최소한 한 서클 이상의 마법사라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경악한 얼굴이었다.

"누, 누구냐?"

"그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인데"

딜런의 차가운 말에 빠르게 눈알을 돌려 주위를 살펴본 흑 마법사는 곧 암담한 얼굴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다리 사이로 죽은 마수들과 동료들의 사체가 널려 있었던 것이다.

"소속과 이름은?"

"....."

딜런은 입을 굳게 다문 흑마법사의 어깨를 발로 걷어찼다.

빠악!

"크악!"

뼈가 부러지는 타격에 흑마법사는 비명을 토하며 옆으로 무너졌지만 구덩이 때문에 쓰러지지는 않았다.

"소속과 이름?"

"....."

빠악!

이번에는 딜런의 건너편에 있던 티노가 그를 걷어찼다.(은근히 님들 잔인 쵝오..)

"커억!"

이번에도 어깨 부위를 걷어차인 흑마법사는 양 어깨벼가 부러진 것을 생생한 고통 속에서 인지할 수 있었다

"소속은?"

"아니,아니요!말하겠소. 나,난 포획단 8대 고문 마법사 베이킨이라고 합니다."

포획단이라는 조직이 있다는 건 제리코에게 듣지 못했다.

뭔가 은밀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확실했다.

하룬은 강한 흥미를 느꼈다.

"당장 너희의 조긱 체계에 대해서 말해 봐!"

"그,그건.....아닙니다.전부 다 말하겠습니다"

하룬의 질문에 대답하기를 주저했던 베이킨은 딜런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황급히 손을 저으며 몸을 움츠렸다.

"포획단은 골든 로드의 세 단 중 하나로 마수를 생포하고 원주민을 포함한 목표물들 중 실력이 좋은 자들의 사체를 모으는 것이 임무입니다."

뜻밖에도 베이킨이라는 마법사는 다크니스가 아니라 골든로드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었다.

'다크니스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휴먼 가드?'

하룬은 골든 로드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바로 그 생각을 떠올렸다.

베이킨은 자신의 대답에도 추가적인 질문을 하지 않자 설명이 미흡하다고 생각했는지 좀 더 깊은 내용을 털어놓았다.

"우리 골든 로드의 포획단에서는 오래전부터 다크니스가 필요로 하는 재료를 제공해 왔습니다.그 대상이 바로 마수와 무력을 가진 자들의 사체였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포획했나?"

"전 다크문 마탑에서 수련을 하다가 나와 포획단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는 터라 지금까지의 실적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우리 8대가 최근 두 달 동안 데빌 산맥에서 생포한 마수의 숫자는 이천여 마리이고 산맥에 거주하는 원주민의 사체는 1500구 정도였습니다."

베이킨의 대답을 들은 하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휴먼 가드와 글로리 가이아가 확실하게 손을 잡았구나.'

이제까지 입수한 여러 정황으로 보아 확실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겠지.'

"포획단의 규모는?"

"총 20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한 개 대는 1,000명으로 200명의 골든나이트와 100명의 골든매지션 그리고 나머지는 워리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거기에 길들인 마수 삼백 마리와 그들을 조종하기 위해 다크니에서 파견한 마법사 30명과 흑기사 30명이추가되어 있습니다.보통 작전을 나갈 때는 100명으로 이루어진 조가 두 개 내지 세 개가 출동하며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작전을 수행합니다.이번에는 본단에서 특별히 높은 분이 동행하고 있어 8대가 모두 나왔습니다."

기함을 할 노릇이다.무려 2만이 넘는 자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강화 마수와 언데드의 재료를 이런 식으로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총 스무 개 대라면 최근 두달의 실적만 해도 마수는 사만 마리에 강화 언데드의 재료는 3만 구에 달한다.

믿기지 않는 정보를 입수한 하룬 일행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그 바람에 높은 분이란 자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포획 대상 중에 원주민이 아닌 자들은 어떤 식으로 생포하나?"

이자는 자신의 말대로 포획단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대답을 내놓았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듣기로는 세 제국이 출범한 후 신 체제에 거부하거나 척살 대상이 되어 깊은 산으로 숨어들어 산적이나 마적이 된 자들을 회유하거나 죽여 다크니스로 보냈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이제 강화 언데들의 재료가 누군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따.

제국들의 골칫덩어리였던 자들이 바로 그 대산이었던 것이다.본래부터 산적이나 마적이었던 흉악한 자들은 물론이고 세 제국의 건국 과정에서 축출되거나 불만을 가지고 심산계곡으로 숨어든 자들이 그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강화 언데드의 무력이 뛰어났던 거군.'

언데으의 경우 제련한 흑마법사의 능력에도 그 무력이 차이 나지만 근본적으로 생전에 가지고 있었던 무력에 따라 능력에 큰 차이가 난다.

하룬은 막연히 강화 언데드들이 최초에 다크니스에 납치된 이들일 거라고 생각해 왔었다.한데 그러기에는 강화 언데드의 능력이 너무 뛰어났다. 적어도 상급의 소드 유저 실력을 가진 병사라야 놈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이킨의 말을 듣고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포획단의 본부는 어디인가?"

"그,그곳은...."

베이킨은 그곳만은 밝힐 수 없다는 눈빛을 잠시 보였지만 딜런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재빨리 입을 열었다.

"타르 분지입니다."

"타르 분지라면 다크니스 본단이 위치한 곳이군 좋아 이제까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걸 믿겠다.그럼 포획단에 소속된 자들 중 이방인은 얼마나 되나?"

"절반 정도입니다.각 대의 수뇌부는 모조리 이방인들이지만 특히 11대부터 20대까지는 상당수가 이방인들로 구성되었는데 그들은 데빌 산맥이 아니라 세 제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룬의 눈이 빛났다. 좋은 정보를 얻은 것이다.

"포획단을 제외한 두 단에 대해서 말해 봐!"

"두 단은 골든 기사단을 주축으로 하는 전투단인 골든 배틀과 상계를 관할하는 골든딜입니다. 하지만 그 두 단의 규모는 우리 포획단에 비해 다섯 배 이상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베이킨은 이젠 완전히 포기를 했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수술 털어놓고 있었따.

그중에는 하룬이 그렇게 알고 싶었던 고스트에 대한 것도 있었다.하지만 고스트가 골든배틀의 주력 부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제외하고 베이킨이 더 아는 것이 없어 많이 아쉬웠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었군!'

이후로도 몇 번 더 질문을 했던 하룬은 내심 만족했다.

'다크니스보다 이쪽이 오히려 더 위험하군'

베이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랬다 휴먼 가드가 비욘드의 세상에 구축한 세력인 골든 로드는 이방인을 주축으로 하는 다크니스와 달리 비욘드 주민들을 대거 받아들여 그 영향력이 막강했다.

골든 로드는 세 제국의 개국과 맞물려 쓸 만한 실력자들과 막강한 세력들을 다수 받아들였던 것이다.

다크니스가 난리를 치는 동안 암중에 전쟁상인으로 악명을 떨쳐 온 헤로파상단을 손에 넣은 골든 로드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바탕으로 상당수의 소드 마스터와 고서클 마법사를 회유할 수 있었따.

베이킨의 사정도 들을 수 있었다.

다섯 살부터 마법을 익히기 시작한 베이킨은 쉰 살이 넘어서까지 4서클의 벽을 깨지 못한 평범한 마법사였다평민 출신인 그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스승은 마탑에서 아무런 권력이 없었고 그가 각종 교육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그것을 시기한 동료들과 선배들은 갖은 권모술수로 그의 평관을 나쁘게 만들었다.

마탑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그는 남들이 몇 년에 한 번씩 경험하는 마나집적 마법진도 들어갈 수 없었다.그저 그의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마법 아이템을 만들고 인챈트하는 하찮은 일만 해야 했다.

그가 속한 마탑에서는 몇십 년 동안 3서클에서 벗어나지못하는 그를 한직으로 돌렸고 그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더 높은 경지에 목이 말랐던 그는 골든 로드에 회유되었다.

골든 로드는 그와 같은 처지의 마법사들에게 숨낳은 마법서들과 각종 시약들 그리고 고대에서 유래된 흑마법을 소개했고 마왕의 파편을통해 흑마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이제까지 지지부진했던 경지를 단삼에 넘어선 베이킨은 더욱 흑마법에 빠져들었고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세번의 서클 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결국 다크니스와 골든 로드는 다크 문 마탑과 수련의 관을 공유함으로써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막강한 세력을 만들어 낸것이다.마치 한 조직처럼 긴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행태를 짐작하던 하룬은 이제까지 생각하던 가설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틀림없이 꼭대기는 하나다!'

하룬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전에는 별개의 조직이었는지 몰라도 어쨌든 지금은 1명 혹은 한 감누에서 두 조직을 운영하고 있어'

그렇다면 하룬이 상대할 조직은 글로리 가이아뿐 아니라 휴먼 가드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다.어차피 행태로 보아 휴먼 가드 역시 휴먼들에게는 해충이나 마찬가지이니 힘이 있다면 반드시 처리해야 할 자들이다 단지 지금은 자신의 힘이 미약하니 현실은 몰라도 비욘드에서만큼은 반드시 따끔하게 손봐 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나?"

천금과 같은 정보를 준 인물이니 굳이 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잘 모르겠습니다.마법을 더 연구하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고향으로 가고 싶습니다.부모님은 돌아가겼지만 아직 형제들은 그곳에서 살고 있습니다.마법에 미쳐서 결국 흑마법까지 익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이 할 짓은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살려 주신다면 고향으로 돌아가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구구절절 심금을 울리는 것을 보면 진심일 것이다.하지만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베이킨은 무려 6서클에 오른 흑마법사인 것이다.백마법으로 치면 7서클에 달하는 실력자이니 언제고 그 존재가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

"마법을 버릴 수 있나?"

"네!"

하룬은 단호한 의지가 드러나는 베이킨의 대답을 듣고는 타니엘라에게 그를 완벽하게 치료하도록 했다.

'어떻게 한다?'

영구적으로 마법을 쓰지 못하게 만들려면 심장을 돌고 있는 서클들을 파괴해야 한다.하지만 그럴 경우 부작용이 무척 심한 편이다.본래 허약한 마법사들이니 서클이 사라지고 그 마나들이 전신으로 흩어지면 마나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타니엘라가 큐어 마법으로 어깨벼와 근육을 심하게 다친 베이킨을 치료하는 사이 고심하던 하룬은 한 가지 생각을 떠 올릴 수 있었다.

'마나를 흡수하자!'

이미 포러스를 통해 마나를 흡수한 경험이 있는 하룬이다.

"눈을 감으시오."

하룬은 눈을 감고 누운 베이킨의 심장 부위에 손바닥을 대고 의지를 끌어 올렸다. 마나 서클이 없는 하룬이기에 쓸 수 있는 마법도 없지만 의지와 마나를 이용한 편법은 가능했다.

손바닥을 통해 마나를 주입한 하룬의 의식은 어느새 마나와 동화되었고 베이킨의 심장 부위를 돌고 있는 여섯 개의 서클과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두터운 마나를 감지할 수 있었다.

타니엘라의 마나 동결 마법으로 자연에서 끌어온 마나였다.

'빨아들인다!'

의지를 세우자 자연스럽게 하룬의 마나가 서클을 감싸고 있는 마나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연의 마나는 쉽게 끌려오지 않고 끈끈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룬은 하단전의 마나를 강하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시적으로 밀도가 높아지면서 마나 오션에 빈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이미 대로처럼 뚫린 마나 로드를 통해 강력한 흡력이 외계를 향해 뻗어 나갔다.

슈우우우.

마나 서클을 단단하게 엉키게 만들었던 마나가 순식간에 하룬의 손바닥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마나 동결이 풀리자 베이킨이 몽을 움찔거렸다.무너가 마법을 써 볼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베이킨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꺼멓게 죽고 말았다.

자신의 마나 서클이 마치 실타래처럼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외계로 풀려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슈우욱!

베이킨의 마나 서클은 무서운 속도로 하룬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너무 혼탁해!'

하룬은 베이킨의 마나를 흡수하면서 마나가 혼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마 3서클까지는 백마법을 익혔다가 나중에 흑마력을 흡수해 세 개의 서클을 더 만든 영향일 것이다.

'어?'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마나 오션으로 흡수된 베이킨의 마나가 테를 이루고 있는 뇌전의 마나를 통과하면서 순화되고 있었다.뇌전의 마나 층이 흡수되는 혼탁한 불순물을 태워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일이다.마나가 순수하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의지를 잘 받아들이고 빨리 반응한다는 것이니 말이다.순수한 마나는 극히 소량으로도 그 수십 배 이상의 마나가 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베이킨의 서클 마나를 모두 흡수한 하룬은 회전력을 줄였다.즉시 마나 로드의 흡력이 감소하며 마나 흡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 순간 하룬의 이식은 외계로 향했다.

'어? 이상한데.'

당연히 극심한 허탈감에 빠져 있어야 할 베이킨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마치 자신을 좀 먹고 있던 병균 덩어리를 떼어 낸 듯 시원해하는 베이킨을 보는 순간 하룬은 그가 흑마법에 대해 가지고 있었떤 사고가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흑마법을 배웠다고 다 나쁜 자들은 아니군.'

순간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된 하룬은 충종적으로 마나를 역순으로 돌렸다.하룬의 몸속에서 순화된 자연의 마나가 베이킨의 심장 주변에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는 서클에 감기기 시작했다.

'헉!'

경악한 베이킨의 부름뜬 눈을 보며 하룬은 의념을 보냈다.

-받아들이세요.

머릿속으로 직접 울리는 하룬의 목소리를 들은 베이킨이 충격에서 벗어나 마나 서클에 의식을 집중했다.

깨긋하고 끈끈한 마나는 이전에 비해서는 작고 얇았지만 순식간에 다섯 개의 고리를 만들었다.

'이건 최상의 마나다!'

흑마력처럼 심장과 몸에 부담을 주는 마나가 아니었다.또한 극도의 집중을 통배열한 룬어에 간신히 공명할 정도의 혼탁한 마나도 아니었다.작은 의지와 주문만 있으면 자연계의 마나와 공명하여 금방이라도 마음먹은 마법을 발현시킬수 있는 그런 마나였다.

아쉽게도 여섯 번째 고리는 생성되지 않았다.하지만 베이킨은 그 정도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마치 더러워진 옷을 깨끗하게 세탁한 것 같은 기분이다.아니,몸 전체가 다시 태어난 것처럼 깨긋해진 기분이 들었다.

베이킨은 이제 더 이상 흑마법을 펼칠 수는 없지만 그것보다 훨 씬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어설픈 6서클이 아니라 진정한 5서클 마법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베이킨은 다섯 개의 고리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자 벌떡 일어났다.

"마스터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극정의 예의로 오체투지를 한 베이킨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황당한 감정이 떠올랐다.

베이킨의 체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심성이 사악하지 않은 것 같아서 한 번 더 제대로 마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마법이 아니라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그런 마법을 익히세요."

하룬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를 통해 마나의 새로운 운용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준비는 되어 있지만 아직 마나 고리를 추가하지 못한 마법사들에게 마나 고리를 강제로나마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그렇기에 충동적이지만 베이킨을 제대로 된 5서클 마법사로 만든 것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타니엘라와 미루스가 흥분한 얼굴로 물어 왔다.그들은 어느 정도 베이킨의 체내에서 일어난 일을 짐작하고 있엇다.하지만 그 일은 마법사도 아닌 하룬이 절대로 할 수 없는 짓이었다.아니,7서클에 오른 자신들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베이킨의 마나를 순화시켰습니다."

"설마 흑마력을 정제한 겁니까?"

"그,그게 가능한 겁니까?"

하룬은 두 사람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단지 마나의 순화 문제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만 하룬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 것이다.

"역시 대단하군요."

"도대체 대장의 능력은 정말!"

두 사람은 마법에는 문외한인 하룬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에 경악하는 한편 시간이 날 때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어 볼 생각이었다.당장 자세한 과정을 듣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많은 죄를 지은 몸이지만 마스터께서 정화시켜 주셨으니 이제 여생 동안 마스터를 따르고 싶습니다."

베이킨은 오체투지를 한 상태로 간절하게 부탁했다.

하룬은 타니엘라와 미루스를 쳐다보았다.

"본디부터 사악한 성정도 아니고 자질도 좋으니 돌풍 마탑의 제자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본디 6서클이었으니 깨달음만 더해진다면 제 경지에 올라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하룬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욘드의 마법사들은 스킬북과 각종 포션을 통해 그 경지를 올릴 수 있는 이방인과는 다르다 

아무리 흑마력을 흡수했다고 하더라도 자질이 뛰어나지 않으면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 번이나 서클 업을 하는 기적적인 진경을 보일수는 없었을 것이다.

타니엘라와 미루스는 그것을 알기에 주저하지 않고 베이킨을 제자로 들이기로 한 것이다.사실 두 사람은 흑마법이 반드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주술 역시 흑마법의 한계열로 치부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베이킨의 상황이 일단락되었을때 타파족과 이야기를 나눈 고문들이 하룬 일행에게 걸어왔다.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고문들은 하룬에게 같은 권유를 했다.

"대장님 아무래도 툴람 호수에 한번 가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제 생각에도 대장님이 바툰 현자를 만나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룬은 고문들의 한결같은 말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를 만나러 갈 필요가 있는지 궁금했다.

다크 프린스라는 보스의 출현과 이벨린의 실종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바툰이라는 인물을 꼭 만나야 합니까?"

"네 꼭 만나셔야 합니다."

아슈인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물론 그 이유도 뒤이어 이야기했다.

"대현자 바툰은 우리 산악 부족들의 정신적 지주와 다름없습니다.그분과 만나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물론 돌풍 용병대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지만 산악 부족으로서는 그분과의 만남은 무척 유익할 겁니다."

그건 하룬에게 크게 공감이 가는 이유는 아니었다.

"도대체 그분은 어떤 인물입니까?"

고문들이 이렇게 강력하게 권유하니 마음이 마츠루트 요새로 가있다고 하더라도 들러야만 했따.

하지만 왜들 이러는지는 알아야했다.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 마수들이 크게 발호를 한 적이 있습니다.마수들이 수백 년을 주기로 발호를 했지만 그때 사건은 우리가 아는 한 가장 위험했습니다.산악 부족의 세가크게 약화된 것도 실은 그때 있었던 비극 때문입니다.당시 상급 마수들까지 가세한 마수의 난동으로 인해 우리 산악 부족은 거의 전 부족이 10분의 1정도로 인구가 줄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마수들이 이렇게 주기적으로 발호를 했다니 그런 상황에서도 선조들의 유훈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 데빌 산맥을 지켜온 산악 부족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당시 타르 분지는 물론이고 혼돈의 땅에서 넘어온 마수들의 숫자는 엄청났습니다.인간에 못지않은 지성을 가진 상급 마수들이 중하급 마수들을 부려 갖은 페악을 부렸는ㄷ 그 일로 인해 각 부족의 전사들은 물론이고 칸들까지 거의 다 죽어 나갔습니다.현재 남아 있는 산악 부족은 당시 마수대란을 피해 은밀한 곳에 숨어 있던 이들의 후예들입니다.만약 산악 부족이 그때의 전력을 유지했더라면 다크니스 따위가 감히 데빌 산맥을 자기 집처럼 여기지 못했을겁니다.당시에 후손들을 지키기 위해 죽어 갔던 전사들과 칸들의 비기가 실전되어 현재의 전사들과 칸들은 제대로 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그 마수대란을 바툰이라는 분이 해결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타파족과 아슈람족의 혼혈로 어려서부터 영특함이 남달랐던 바툰은 전승되는 부족의 지식을 빠른 속도로 습득하며 칸이 되고자 했지만 불운하게도 발몬의 인정을 받지 못해 칸이 될 수 없었습니다.그 떄문에 절망한 그분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갔지요 그리고 다시 나타난 것은 50년이 더 지나서였습니다.마법을 4서클까지밖에 익히지 못했지만 바깥세상에서 대현자라고 불렸다고 하더군요 마수대란으로 인해 산악 부족모두가 멸절 상태까지 이르렀을 때 홀연히 나타난 바툰은 전사도 칸도 아니었지만 뛰어난 지혜와 신기한 마법 물품들로 마수들을 분리시키고 지형지물과 각 부족의 장기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차례차례 처리를 했습니다.물론 그 와중에 열에 아홉이 죽었고 각 부족이 자랑하는 비기들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그분이 있었기에 산악 부족은 하나가 되었었고 멸족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4서클에 불과한 마법사가 대현자로 불렸다는 점도 그랬지만 수천 년 동안 화합하지 못하고 살아오던 산악 부족들을 잠시나마 통합시켰으니 말이다.

"인화와 지혜로움도 남달랐지만 타파족의 피를 이은 바툰께는 뛰어난 재주가 하나 있었습니다.바로 마수를 진정으로 따르게 만드는 비술입니다.바툰을 따르는 마수들은 마치 우리 전사들처럼 뛰어난 능력을 발휘합니다.듣기로는 일시적이지만 마수의 능력을 두 배로 높일 수 있었고 마수들과 대화를 나눈다고도 하는데,아무튼 그분이 길들인 마수들이 미리 짠 작전을 무리 없이 수행했기에 상급 마수들까지 모두 죽일 수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마수와 대화를 나눈다?거기에 능력을 두 배로 높인다?'

대현자로 불렸다니 지혜로움이야 당연했지만 마수를 길들여 군대처럼 부렸다니 그건 정말 대단했다.

정말 관심이 가는 말이다 하룬도 마수를 길들일 수 있다 아니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흑마력으로 녀석들의 영혼을 잠시 지배하는 것이지만 말이다.그런데 바툰이라는 이는 단순히 잠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따르도록 길들이는 재주가 있다 거기에 잠시지만 능력까지 높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좋습니다.갑시다!어떤분인지 만나 보고 싶군요."

"잘 생각하셨습니다.대장님과 그분이 만나면 반드시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말을 한 앗인을 포함해서 고문들 모두가 하룬의 결정을 크게 반겼다 그들 역시 전설로만 전해지는 산악 부족의 영웅을 꼭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거기에 아슈인과 같은 기대도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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