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족의 위기
하룬 일행은 미노와 수니를 타고 마츠루트 요새로 향했다.
하룬은 가고자 하는 이들이 워낙 많아 정원을 초과한 탓에
미노의 목에 자리를 잡아야만 했다. 비록 안전대는 없지만
녀석의 긴 목 깃털 사이에 앉아 긴 깃털을 잡고 두 다리로 돌
출한 목뼈 사이에 끼우자 자세가 안정화되었다.
-가자, 미노, 수니!
하룬의 의념이 전해지자 미노와 수니는 마치 추락하듯 아
애쪽으로 몸을 던졌고 탑승한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바닥으
로 추락할 것 같은 긴박함에 안전대를 힘주어 잡았다.
거대한 동체를 가진 미노와 수니는 아래쪽으로 떨어지며
날개를 조금씩 펼쳐 하락하는 속도를 늦추더니 이내 위로 솟
구치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악!"
"크헉!"
50도가 넘는 각도로 빠르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처음
비행을 경험하는 이들은 내장이 입으로 튀어나오는 충격을
느끼며 비명을 지르고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순식간에 구름과 비슷한 고도로 올라간 미노와 수니는 마
침 부는 제트기류를 타고 빠르게 비행하기 시작했다. 워낙
힘ㅇ; 좋아 작은 날개짓으로도 기류를 안정적으로 탈 수 있
었다.
"커억!"
"헉!"
여기저기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이미 비행을
경험한 이들은 스쳐 지나가는 구름과 바람을 음미하며 비행
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르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던 초
험자들도 비행에 적응한 듯 하늘을 빠르게 비행하는 맛을 즐
기기 시작했다.
"정말 끝내주는군."
"그러게. 이게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라는 거군.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기류를 제대로 탄 덕분에 거의 요동도 없이 미끄러지듯 날
아가자 푸른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개미처럼 작아진 지상을
보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의식할 수 있었다.
'흐흐흐. 이 늙은이들도 나처럼 오줌을 지렸겠지?'
미루스는 그러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느껴지는 초
험자들의 얼굴을 보고는 장난기가 일었지만 같이 늙어 가는
처지를 생각해서 애써 참았다.
하지만 예외적인 사람도 있었다. 수니의 탑승대 맨 앞에
타고 있는 레미는 희열로 가득한 얼굴로 세차게 스쳐 가는
바람을 맞고 있었다.
'최고야!'
이렇게 짜릿한 느낌은 난생처음이다. 최고조까지 예민해
진 감각기관들은 극도로 확장된 감각을 보내왔지만, 그녀의
뇌는 이것들을 아찔함과 찌릿함 그리고 황홀함으로 귀결시
켜 버렸다.
이륙하는 순간 때문에 부끄럽게도 속옷은 좀 젖었지만 기
분만은 최고였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사람들이 비행을 즐기기 시작
했을 떄 미노의 목 깃털을 잡고 앉아 있던 하룬은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건 뭐지?'
아래쪽에는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경사가 완만한 작은 산
중턱에 목책으로 보이는 울타리가 불타고 있었고, 그 안쪽에
서는 개미처럼 작은 수많은 사람들이 엉켜 있었다. 틀림없이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노, 저기 아래쪽으로 내려가 봐.
하룬은 미노에게 의념을 보냈다.
-어디?
-저기 인간들이 보이는 곳 말이야.
-알았다. 친구.
속도를 늦춘 미노는 크게 선회를 하면서 아래쪽으로 내려
가기 시작했고 수니 역시 그 뒤를 따랏다.
빠른 속도감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 중 딜런은 뭔가 이상한
것을 제일 먼저 감지했다.
"무슨 일입니까, 대장님?"
딜런이 크게 소리치자 사람들의 이목이 하룬에게 향했다.
"아래쪽에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잠시 내려가려고 합
니다."
"일요?"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 산악 부족 같은데 다크니
스에게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고도가 낮아지고 안력을 집중하자 지상의 상황이 눈에 들
어왔다. 아카족과 다르지 않은 행색을 하고 있는 산악 부족
들이 강화 언데드를 앞세운 흑기사들과 흑전사들에게 공격
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마수들이 다크니스를 상대하고 있다
는 점이었다. 수백마리의 마수들이 전방을 채운 강화 언데
드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고 언데드들은 몸의 일부분을 물
어뜯은 마수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불타고 있는 목책 근처에는 수많은 사체들이 널려 있었
고 흑마법사들이 그곳에서 뭔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스켈레톤과 좀비로 구성된 언데드들은 이전에 보았던 것
들보다 한층 더 강화가 된 듯, 살아 있는 상태처럼 민첩한 움
직임과 뛰어난 합공을 통해 전사들을 상대했는데, 녹이 슨
무기들은 물론이고 놈들의 길고 강한 손톱도 전사들의 무기
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장대한 기골을 가진 산악 부족 전
사들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합공도 무서웠지만 전사들
이 가진 검과 도로는 강화된 스켈레톤과 좀비 들의 신체를
베거나 부러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사장들의 지휘와 일반 전사들의 기량은 보통이
아니었다. 비록 물러나고는 있찌만 전사장들의 지휘에 따라
번갈아 전위를 바꾸며 전력을 다해 강화 언데드들의 공격을
최소한으로 막아, 나머지들이 안전하게 후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마수들도 그들의 지휘를 받아 한몫을 하고 있었다.
하룬은 그 광경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대단한걸!'
겨우 몇백으로 천여 구가 넘는 언데드와 싸우면서도 사망
자는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중상자 몇 명과 수십의 경상
자들은 동료 전사들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이송되고 있었다.
직접 언데드들을 상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의 전투
력이라면 순정석과 수련 검술을 통해 마나 로드를 만들고 몇
달 동안 수련을 해 온 돌풍 용병대의 하부 대원들의 실력과
도 맞먹을 정도였다.
"호오! 제대로 전술을 이해하고 있군."
안력을 집중해서 상황을 지켜보단 딜런마저 감탄할 정도
였다.
일정한 고도로 하강한 미노와 수니는 넓게 선회를 하면서
고도를 유지했다. 그러자 타니엘라와 미루스는 호기심을 억
제하지 못하고 매직 아이 마법을 펼쳤다.
"우리 편은 아닌데."
"다른 건 비슷한데 특이하게 파란색으로 문신을 했네."
두사람의 말에 산악 부족 출신 고문들의 눈이 커지며 전
사들은 '사키의 눈'을 그리고 주술사들은 '심안의 눈' 주술
을 펼쳤다. 잠시후 고문들의 입에서 한창 밀리고 있는 산악
부족의 정보가 흘러 나왔다.
"타파족이다."
"타파족이 이런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니!"
감탄 섞인 소리들은 이들과 타파족이 거래가 별로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타파족은 어떤 부족이오?"
타니엘라의 물음에 고문들이 차례로 입을 열어 그들의 정
보를 알려 주었다.
"산맥의 중부와 동부의 험지에 소수가 모여 살고 있는 타
파족은, 신비한 존재인 에칼족과 함께 우리 산악 부족 중에
서는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로 산기슭에 거
주하며 사냥과 농사를 병행하는데, 전사들의 숫자는 적지만
타고난 신체 조건이 뛰어날 뿐 아니라 전승되는 무술이 강력
해서 중급 마수들이 득실대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산맥의 중부와 동부로 향할수록 더 강한 마수
들이 서식한다. 그곳은 땅이 기름지고 산과 산 사이에 적지
않은 초원들이 있어 수많은 초식동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당연히 이곳에 서식하는 마수들의 숫자도 많고 강한 놈들이
이곳을 영역으로 삼고 있다.
그런 마수들과 함꼐 살아가는 부족이니 만큼 강력한 힘들
가지고 있을 것잇다.
"타파족은 대대로 강골을 타고나며 힘이 좋아서, 다른 부
족의 전사들 서넛이 함께 상대를 해야 하는 마수도 혼자 상
대할 정도로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마수를
길들이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 더욱 강력하지요. 다만 마수랑
같이 살아서 그런지 성격이 폐쇄적이어서 다른 부족과의 교
류가 거의 없으며, 주술 쪽은 맥이 완전히 끊겨 그 강력한 힘
을 보조할 수 없는 것이 흠입니다."
타고난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강력한 무력을 가져서 그런
지 다른 부족과의 교류에는 배타적이 된 것 같았다. 굳이 교
류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에칼족도 마찬가지입니까?"
"비슷합니다. 다만 에칼족의 경우 숲 깊은 곳에 살며 주술
로 결계를 만들어 엘프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어, 더욱 폐
쇄적인 생활을 하지요."
듣다 보니 더욱 호기심이 인다. 엘프와 비슷한 생활을 한
다는 에칼족도 무척 궁금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타파족의 전사들은 바위 지
대 위로 후퇴를 했다. 그곳에는 노약자들이 이미 피신을 한
상태였다.
마수들의 기세가 흉험하고 선봉이 언데드들이라서 그런지
아직 바위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아 그 상태로 대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흑기사들과 흑전사들이 언데드들과 함께 바
위 아래를 장학하고 있고 산 위쪽으로는 언제 나타났는지 다
크니스의 전사들이 지키고 있어 꼼짝업이 갇힌 상황이다.
다크니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들은 100여 명의 호위와
함께 좀더 떨어진 곳에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높고 날카로운 바위들 때문에 다크니스의 무리가 함부로 공
격을 할 수 없지만 타파족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다. 완전히
포위가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는 상
태에서 얼마나 견딜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저 괴물들은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르겠네."
"그러게. 저렇게 강화된 뼈다귀라니."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룬은 샤키의 힘을 강
화시켜 강화 언데드들을 살펴보았다. 손상을 입은 스켈레톤
들과 좀비들의 뼈가 검게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마기를 직접 흡수한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포러스의 기억에 의하면 다크니스
는 마왕의 파편 몇 조각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마기를 이용
해서 많은 것을 획책하고 있었다. 마기를 이용해서 흑마법사
와 흑기사 들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흑마법을 이용해서 키메
라를 비롯한 마물들을 만들고 있었다.
포러스는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돌아가
는 정황만큼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포러스의 기억이 완
벽하게 재생되지 않아서 다는 알 수 없지만, 다크니스는 엄
청난 숫자의 언데드 군단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
고 있었다.
'어지간한 신성력에도 견딜 수 있는 가공할 언데드 군단
이 드디어 완성된 거군.'
다크 프린스라는 흑마법사가 이끌고 나타난 강화 언데드
들이 바로 이놈들일 것이다. 묘하게 불안했던 것이 이것 때
문이었나 보다. 한시라도 빨리 요새로 가서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이곳의 일은 처리를 해야겠지.'
이제는 한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세 부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다.
전황이 타파족에게 유리하다면 굳이 끼어들 생각이 없었
지만 이대로라면 소수 부족인 타파족이 몰살할 것이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전장은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는
지,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흑기사들을 선봉으로 마수들을
처리하고 바위 위로 올라가기 위해 공격을 개시했다.
마수들이 어느 정도로 버틸지 모르지만 다크니스의 힘으
로 보아,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모두 준비하십시오. 강화된 언데드와 마수 들의 힘이 얼
마나 강력한지 한번 시험을 해 보지요. 어차피 우리들에게도
적이 될 놈들입니다."
하룬의 말에 굳은 얼굴로 그의 눈치를 보고 있던 대원들의
얼굴이 풀어졌다. 그들 역시 교류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같
은 산악 부족이 다크니스에 의해 죽음의 위기에 몰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흐흐흐! 다른 부족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재수 없는 놈들
을 돕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더 재수 없는 놈들이
같은 산악 부족을 건드리는 건 더욱 볼 수 없었는데 잘됐습
니다."
"이제 타파족도 우리 세 부족의 힘을 재평가하게 될 테니
속이 다 시원하군."
"맞는 말이야. 지들만 잘난 줄 아는 녀석들에게 우리의 힘
을 보여 주자고."
"내려갑시다!"
하룬은 미노와 수니에게 의념을 전해 전장과 가까운 숲 입
구에 착륙하게 했다. 다행하게도 다크니스 무리는 전투에 집
중하고 있어 하늘의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탑 고문들은 흑마법사들을 맡아 주시고 나머지 분들은
신호가 떨어지면 바로 적을 칩니다. 공격 신호는 제가 공격
하는 시점입니다. 부대장은 절 잠깐 보고 가시고요."
마탑 고문들은 잠시 의논을 한 후 전장이 내려다보이는 바
위 위에 자리를 잡았다.
겨루를 비롯한 이방인 대원들이 그들을 엄호하기 위해 자
리를 잡았다. 그들의 손가락에는 실드 마법이 내장된 아티팩
트 반지가 10개씩 끼워져 있었다.
전사 고문들이 하룬의 양옆으로 퍼져 잠시 몸을 숨기는 사
이 마법 배낭에서 철시들을 꺼내 든 도네이스와 마리는 근처
의 높은 나무로 올라갔고 티노는 하룬 옆에 남았다.
하룬은 이공간에서 성배를 꺼내 빠르게 성수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언데드가 아니라 강화 언데드라서 무기로 처리하
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터였다. 순식간에 다섯 병 분량의 성
수가 만들어지자 한 병을 티노에게 주었다.
"언데드들에게 접근한 후 몇 방울만 머리 부분에 뿌리면
됩니다."
포러스의 기억대로라면 신성석을 이용해서 제련한 놈들이
라 성수에 크게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눈을 포함
한 머리 부위에 타격을 받으면 전투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성수 한 병은 두 사람의 무기에 뿌려 그 위력을 더했다.
준비가 되자 티노는 전사 고믄들 쪽으로 은밀하게 움직
였다.
-나이아, 소환!
하룬은 이전의 경험을 떠올리고는 무심코 나이아를 소환
했다. 하지만 나이아는 아직도 각성 중인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펠을 소환했다.
"펠, 소환!"
"형, 이번에는 빨리 불러 주었네."
소환된 펠은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그런지 흥분한 얼굴이
었다. 그러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응. 맡겨만 주라고."
"저기 마수들을 상대하는 강화 언데드를 상대하는 거야."
"불쌍한 놈들이네. 어떻게 할까? 태워 없앨까 아니면 바
람 칼로 난도질을 할까?"
"그러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이 성수를 이용하자."
"오케이! 내가 알아서 할게."
세 병의 성수를 받아 든 펠은 좋은 방법이라도 떠올랐는지
눈을 반짝거렸다.
꿀꺽! 꿀꺽!
펠은 성수 세 병을 단숨에 들이켜더니 몸을 투명하게 바꾸
었다. 그러고는 한 줄기 바람으로 변해 목표물들을 향해 날
아갔다.
하룬도 메신저 패스트 스킬을 펼쳐 빠르게 전장으로 달려
갔다.
"바리에람 튀어찬 아퀴지아슬람동 에쿠아짱'''''."
포머칸들의 주술이 낮게 울려 퍼지자 그에 맞추어 타니엘
라와 미루스가 마법을 준비했다.
"매직 에로우!"
"매직 에로우!"
고문들 앞에 매직 에로우가 생성되더니 빠르게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7서클에 이른 두 사람이 계속해서 펼치고
있는 매직 에로우는 무속성이지만 목표 인식과 함꼐 유도 기
능까지 있어 이렇게 흩어진 목표물들을 공격하는 데는 그만
이다.
계속 매직 에로우는 생성되었지만 주술의 효과로 인해 타
격 시점이 연기되자 급기야 이백여 발까지 늘었나다. 그리고
서서히 그 크기가 커지고 길이도 늘어나 두꺼운 창처럼 변해
갔다. 이것이 돌풍 마탑이 자랑하는 주술 공조 마법의 위력
이었다.
"어어어!"
마수들의 사체를 해체하며 마정석과 뼈, 힘줄 등의 마법
재료를 찾던 흑마법사들 중 일부가 질풍처럼 달려오는 하룬
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펠, 이때다!"
하룬의 말에 펠이 성수를 분사시켰다. 순간 성수를 머금은
물은 안개처럼 전장으로 퍼져 나갔다.
치이익!
펄펄 끓는 물이 금속에 닿을 때 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
려왔다.
끄아아악!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괴기한 비명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대원들과 전사들은 온몸이 곤두서
는 공포감에 부르르 떨었다.
청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끔찍한 일이 벌
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아직도 넓게 퍼져 있는 안개를 보던 하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제들의 신성 기도나 신성 마법에도 별 타격을 입지 않는
다는 괴물들이 녹아내리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토네이도!"
"윈드 블로우!"
상대 흑마법사들이 마법을 펼치자 펠이 전개한 성수 안개
가 서서히 사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성수에 의해
온몸이 녹아내리고 있는 강화 언데드가 모두에게 보이기 시
작했다.
좀비도 좀비지만 스켈레톤들은 성수에 닿은 뼈가 녹자 비
명을 지르며 쓰러져 강화 언데드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좀비의 경우도 시간이 지나면 스켈레톤과 같
은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칼을 들어라! 이제 복수를 해야 할 시간이 왔다!"
정신없이 몰리던 타파족 전사들은 이제야 확실하게 공포
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무리 칼질을 해도 베이거나 상처
를 입힐 수 없었던 강화 스켈레톤이나 좀비가 아니라면 기사
나 마법사 들도 두렵지 않은 용맹한 산악 전사들이 바로 그
들이다.
"모두 공격하라!"
하룬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기를 힘주어 잡고 있던 대원들
과 전사들이 용수철이 튕기듯 매복하고 있던 자리에서 뛰어
나와 적들을 향해 달렸다. 그 숫자는 비록 10여명 정도에 지나
지 않지만 그들의 무기는 오러에 휩싸여 있었다.
"죽어랏!"
"한 놈도 빠짐없이 쓸어버려라!"
대원들과 전사들이 썰물처럼 적을 향해 달려 나가는 순간
주술사들 절반은 마법사들과 공조를 이루어 공명 마법을 준
비했다, 나머지 절반은 전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신체 능력을
높이는 주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데르라늘 하르테찬 쿠암브롤동 에잉카르쨩''''''."
주술이 대기를 타고 울려 퍼지자, 몸부림을 치며 녹아내리
고 있는 강화 언데드 사이로 달려가는 대원들과 전사들의 발
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그 무엇도 자신들을 막을 수 없다는 막강한 힘을 느낀 전
사들은, 순식간에 마주 달려오는 흑기사와 흑전사 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케에엑!"
"크윽!"
"크아악!"
순식간에 비명과 함꼐 흑기사들과 흑전사들의 사지가 사
방으로 날아갔다.
딜런을 필두로 달리고 있는 고문들의 검에는 무려 1미터
가 넘는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나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상대할 수 있는 무기는 없었다. 기껏해야 검기를 생성시킨
흑기사들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사지가 절단되어
죽어 가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 다크니스를 향해 쇄도하는 타파족 전사들도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자신들의 적을 상대하는 이들이니 동
료일 것이다.
그렇게 동료라고 믿고 싶은 이들의 공격에 맞추어, 이제까
지 가족과 같은 마수들과 일족을 살해한 적들을 향해 달려드
는 타파족 전사들의 눈에서는 화염이 솟구치고 있었다.
포머칸들의 주술은 지친 그들에게 움직일 힘을 주었고, 수
많은 동료들을 잃어버린 그들의 복수심이 그들을 한층 더 용
맹하게 만들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언데드들이 힘을 잃고 쓰러지자 새로운 목표를 찾은 마수
들은 괴이한 포효를 터트리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상대
에게 들이댔다. 피 냄새와 살육의 향기에 완전히 침식되어
적을 향해 증오만이 남은 마수들이 내뿜는 기세는 흉포하고
살벌했다.
하룬 일행이 끼어들자 순식간에 전황은 완전히 바뀌고 말
았다.
전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방만한 태도로 전황을 지켜보
던 자들과 흑마법사들은 너무 놀라 몸이 굳어졌다.
"헛! 어디서 이런 자들이!"
"퇴각! 퇴각하라!"
뒤쪽에 있던 자들이 퇴각을 소리치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은 100여 개의 매직 에로우가 자신들
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매직 에로우라고 볼 수 없는 무식하게 큰 그것들
은, 너무나 빨라서 미처 실드 마법을 펼치기도 전에 그들을
직격했다.
콰아앙! 꽈앙!
"카아악!"
"실.......아악!"
"블링........ 카앜!"
"안.......돼!"
상황은 산 위쪽에 있던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산 아래쪽에
서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은 마법의 한계를 벗어난 듯 먼 거
리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빠르기로 모여 있는 자신들을 향
해 날아오고 있었다.
"피햇!"
"위 아니, 아래! 아니, 옆으로!"
달리 매직 미사일이 아니다. 거대한 창과 같은 매직 미사
일을 막아 내거나 피하기에는 그들의 능력이 너무 떨어졌다.
꽈앙! 꽈앙!
"끄아악!"
"카아악!"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