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3화.다크 프린스의 출연 (244/278)
  • 다크 프린스의 출연

    '나도 이제 진정한 남자가 된 건가?'

    파라다이스에서 아리와 함께 닷새 동안의 꿈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잠시 중앙 기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하룬의 얼굴에 이전과는 다른게 작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개방적인 성의식이 만연한 유니온은 물론이고 수명이 짧은 아우터들도 열다섯에서 열여섯 정도면 성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하룬은 상당히 늦었다고 할 수 있다. 하룬 역시 그런 경험을 바란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상대에 대한 사랑이 없는 즉흥적인 관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간에 쌓아 왔던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해서 그런지 헤어진지 얼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아리가 보고 싶었다. 그녀의 특별한 체향과 몸짓 그리고 눈빛이 마치 각인처럼 그에게 깊이 새겨졌다.

    하룬은 아리와 보낸 시간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충만함을 느꼈다. 굳이 관계를 맺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좁은 감정의 폭이 그 시간을 통해 크게 확장되엇음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미래에 대한 계획이다. 두 사람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두 사람과 돌풍 기지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룬은 미래를 제대로 계획할 수 있었다.

    '잘 갔겠지?'

    아리는 시크릿 대원들을 이끌고 서쪽 바다를 조사하러 갔다. 이 일은 하룬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아리가 아즈만과 따로 이야기를 한 후에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이어서 그도 자세한 사정은 모르고 있었다.

    벨을 만나는 것이 껄끄러워서 그런지 아니면 닷새 동안 두 사람이 속삭였던 달콤한 미래를 위한 건지는 몰라도, 하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리는 바로 움직였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힘들고 위험한 일이지만 효과적인 방어 수단을 가진 타이탄도 있고 전투에 특화된 시크릿 대원들이 동행했으니 걱정은 좀 덜었다.

    언제부턴가 기지수뇌부들이 즐겨 입는 평상복을 걸친 하룬은 아리가 남긴 향기를 잠시 음미하다가 중앙 기지로 향했다.

    '차라리 돌풍 기지로 갈 걸 그랬나?'

    다른 사람들을 보기가 부끄럽다는 생각에 중앙 기지로 온 하룬은 너무나 오랜만에 자신이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해 볼 요량이었지만 비욘드 말고는 특별한 취미도 없다보니, 이 시간이 너무 심심하다 못해 잊고 있었던 외로움까지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혼자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벨이 자신에게 온 이후로는 현실이건 비욘드에서건 거의 항상 다른 이들과 어울렸던 것이다. 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혼자만의 시간이 이제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하기만 했다.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안 그래도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카우치에 앉은 하룬은 오랜만에 아즈만에게 뇌파를 보냈다.

    -그동안 잘 지냈지?

    -네, 마스터.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아즈만의 대답에 온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말이다.

    -동식물의 조직 샘플은 분석하고 있어?

    벨이 동행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벨은 친위조의 도움을 받아 오가는 동안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생물의 일부를 채집할 수 있었다. 돌풍 기지는 지하 100층까지 확장을 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두더지처럼 지하에 살 수는 없기에 기지 발전 위원회와 연구조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네. 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즈만은 이미 하룬의 재가를 받아, 연구에 특화된 생체형 사이보그 대원들을 생산해서 중앙 기지에 은밀하게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어때?

    하룬은 대상을 지정하지 않고 물었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심심함을 면하기 위한 다소 성의 없는 질문인 것이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어요.

    -특이한 점이라고?

    -오르그들이 마가름이라고 부르는 식물이 토양으르 오렴시키는 방사능물질ㅇ르 흡수하는데 그 양이 엄청나요. 그리고 일단 마가름이 흡수함 방서성 물질은 어떤 원인에 의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비활성으로 변하고요. 마가름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빠르면 1~2먄 안에 토양에 스며든 방서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농사도 가능해요.

    -흐음.

    하룬은 오르그들의 농장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다. 휴먼보다 저급한 문명이기는 해도 그들은 오염된 환경에 아주 훌륭하게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ㄷ. 크혼 나무를 이용한 그늘 밑에 농장을 만들어 주식인 얌이나 다른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오르그들은 농장을 만들기 전에 마가름을 심고 뽑아서 토양을 오염시킨 방사성물질들을 제거해 왔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그 토양에서 재배한 식물을 먹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오르그가 휴먼보다 지능 면에서 한참 떨어지는 저열한 아인종이라는 사실이 그런 가설을 의심하게 만들지만 하룬은 편협한 시각이 없어서인지 금방 확신하게 되었다.

    '이건 어쩌면 우리 휴먼들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아즈만의 분석이나오는 대로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이 연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다른 특이한 사항은 없니? 오염된 환경에 적응한 식물들이라면 방서성 물질에강력한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 이유 때문에 샘플을 수집했다. 언제까지 지하에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넓은 지상으로 나가야만 하기에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다.

    -추측한 대로 분석하고 있는 모든 동식물의 세포에서 방서선에 대항하는 특별한 물질을 발견했어요.

    -정말?

    하룬은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벌떡 일어났다.

    -네. 원래 방사선에는 헬륨 원자핵을 방출하는 알파선과 전자를 방출하는 베타선 그리고 감마광자를 방출하는 감마선이 있는데, 이 물질은 세 종류의 방사선이 세포의 수분과 겹합해서 특별한 유해 화학물질을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방사능에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남았기에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세포 내에 방서선을 막을 수 있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물질이 정말 있었다니. 진화의 힘인가? 아니면 적응의 결과인가?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그건 생명체 특유의 힘이라고 저는 추정하고 있어요. 종말 시대의 일부 과학자들은 생물의 DNA에는 아무런 정보를 담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는데, 이 부분이 예기치 않은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 정보를 생성한다는 주장이 있었거든요.

    -아우터들은 어때?

    이건 중요한 질문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발견할 수 없었어요.

    그 대답에 하룬은 아쉬운 얼굴이 되었다. 하긴 아우터들의 세포에도 그런 물질이 있었다면 수명이 고작 40~50년에 불과할 리가 없다. 유전은 물론 어릴 때부터 축적된 바사능으로인해 아우터들은 각종 암으로 생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아우터들은 몸에 일정량이 축적될 때까지는 방사선에 ㅐ한 내성을 가지고 있어요. 해안가에서 살던 아우터의 경우는 내륙에 살던 이들보다 그 내성이 더욱 강하고요. 건강 상태도 훨씬 좋으며 수명의 경우도 5년에서 10년은 더 긴 것으로 조사되었어요.

    -이유는 파악된 거야?

    -아마도 해초류가 그 원인인 것 같아요. 미역이나 파래와 같은 해초류는 방사능을 예방하거나 해독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종말 시대에도 알려졌으니까요. 해안가에서 자라는 식물들 중에도 그런 효과를 가진 종이 있고요. 이번에 아리가 채집해 온 해초류에서도 그 사실을 확인했어요. 해초류들 중에서도 그 효과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종류의 샘플이 필요해요.

    하룬은 이제야 아리가 서쪽 바다로 가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또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오르그들이 즈식과 함께 먹는 향신료 중에서 새앙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새앙이라면 그 매우면서도약간 향긋한 맛이 나는 걸 말하는 거야?

    오르그들이 내온 음식 중에 그런 것이 있었다. 오르그들은 얌 가루를 반죽해서 발효시킨 후 화덕 위에 넓게 펴서 익힌 야마를 주식으로 하는데 그 야마를 먹을 때 반드시 같이 먹는 것이 바로 새앙이다. 새앙은 아이 손바닥만 한 덩어리로 속은 노란색이며 매운 맛이 나지만 향은 좋은 편이다. 오르그들은 새앙을 손으로 부숴 다른 반찬과 함께 야마 위에 올려 놓고 잘 싸서 먹는다.

    -네. 종말 시대에는 새앙을 생각이라고 불렀는데 방사능의 얘방과 해독에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어요. 더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생앙이 방사능 축적과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상당 부분 막아주는 것 같아요.

    -그럼 해초류와 새앙을 같이 먹는다면 더 좋은 효과가 있겠네?

    드디어 휴먼이 오염된 지상에서 살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한 것이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더 자세하게 분석과 실험을 해 보면 알겠지만 새앙이나 해초류의 특유한 효능도 종말 시대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해진 것 같아요. 잘하면 기지 밖을 자주 나가야 하는 용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잘 됐으면 좋겠다. 다른 방안은 없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방서선의 해를 막아주는 그 물질을 분리 추출해서 약처럼 복용하는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귿이 배리어가 없어도 휴먼들이 밖에서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마 ㄴ된다면 최상이다. 아우터들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환경으로인해 수명이 짧지만 이너들의 경우느 배리어 안에서 지내서 그런지 면역력이 약하고 기본적인 체력이나 적응력이 지극히 떨어진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세포 단위에 존재하느 ㄴ물질이면 분리하는 것이나 배양하는 일이 녹록치 않을 것이다. 미세 공정을 감당하기에는 기기도 부족하고, 그걸 수행할 기지 연구원들의 실력이 아직 미흡하다.

    -천천히 연구원을 양상하면 언젠가는 가능할 거예요.

    -그래, 아무튼 계속 수고해 줘.

    -네, 마스터

    아즈만과의 뇌파 통신을 끊은 하룬은 돌풍 기지로 향했다.

    '일단 식단부터 버꾸어야 겠네.'

    유니온에서 이동해온 사람들은 물론 아우터들 대다수가 체네에 방사성 물질을 축적하고 있는 상태이니 어떻게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방사성물질과 체내 수분이결합해서 나오는 유해 화학물질은 약으올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유발하는 것을 물론 꽈배기처럼 이중으로 꼬인 DNA구조를 뒤틀어 대대로 그 질병을 유전시키는 것이다.

    모르고 있었다면모르되 알았으니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하룬은 돌풍 기지로 이동하고 있던 중에 벨에게 연락을 받았다.

    -아직 파라다이스에 있는거야?

    -아니야. 나왔어. 지금은 중앙 기지에서 아즈마에게 연구소의 연구에 대히 보고를 받고 돌풍 기지로 가고 있어.

    -그럼 서둘러, 오빠.

    -무슨 일인데?

    -자세한 건 와서 들어.

    하룬은 급하게 움직였다.

    집부실 벽과 연결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벨이 초조한 얼굴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비욘드에 심각한 일이 일어나서 지금 상인조는완전 비상 걸렸어."

    현재 상인조가 관할하는 비욘드는 게임은 돌풍 기지가 안정되는 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잇다. 비욘드를 플레이하는 것으로 일하는 이들의 숫자만 해도 1,000명에 육박한다. 그들은 비욘드를 통해 돌풍 기지가 필요로 하는 재화를 벌어들이느 ㄴ중이다.

    "보라 언니가 그러는데 지난 나흘 동안 돌풍 상단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받고 있대."

    "얼나마? 도대체 누가?"

    벨이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렇게 묻는 하룬이다. 그만큼 충격이 컸던 것이다.

    "이벨린 황녀는 물론이고 세 제국 황실의 비호를 받고 있는 돌풍 상단을 누가 공격할 수 있는거지?"

    "그거야 난 모르지. 아무튼 보라 언니가 오빠와의 독대를 정식으로요구했어."

    보라는 외모는 가녀리고 청순하지만 당차고 대범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호들갑을 떨 그런 인물이 절대로 아닌데 독대까지 요구하는 걸 보면 큰일이 난 것이 확실했다.

    '이해가 안 가네.'

    돌풍 상단은 다른 상단과는 많이 틀리다. 주력 품목이 비욘드에서 일찍이 없었던 약품이고 그 약품으로 인해 영어 사망률은 물론 평균 수명까지 수년은 더 늘렸을 정도이니 제국들은 물론이고 서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약품 생산에 대한 기술이나 그 과정을 기밀로 하지 않았지만 그 마진율이 적다 보니 다른 상단에서는 욕심이 있어도 감히 끼어들지 못한다. 귀족이나 부호들을 포한한 상류층보다는 일반 주민들을 대상아로 하고 있기에 주민들의 호감도가 높아, 심지어 산적들이나 마적들도 돌풍 상단은 건드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일반 주민들에게사랑을 받다 보니 시기는 있을 망정 강도와 같은 피해를 보는 일은 절대로 없는 돌풍 상단이다. 그런데 무차별적으로 공갹을 받고 있다니, 이제 무슨 일안자 모르겠다.

    "대기하고 있으니까 바로 부를게."

    벨이 하룬을 대신해서 보라를 호출하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금방 집무실로 들어왔다.

    "얼굴을 보니 상황이 심각한 모양인데 일단 보고부터 듣지."

    급한 상황이라 목례로 인사를 대신한 보라는 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현재 돌풍 상단은 세 제국에서 거의 무차별적으로공격을 받고 있어요. 벌써 상행과 호위대는 물론이고 자부에 이루까지 습격을 받아 무려 900명에 가까운 다원들이 피해를 입었고 저도 5곳 상점과 창고까지 완전히 폐허가 될 정도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어요."

    "......끄응!"

    보라의 말을 듣던 하룬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얼마전 보고받기를 돌풍 상단의 총인원은 돌풍 기지의 주민 1,000여 명을 포함해서 2,200 명 정도라고 했는데 900명이라면 삼분의 일 이상이 습격을 당한 것이다.

    이제까지 아무 연락도 받지 앟고 파라다이스에서 지냈으니 왜 빨리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책망을 하기도 난처하다.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일이 발생했으니 처리부터 해야한다.

    "그정도면 정상적인 상단 활동이 불가능하겠군."

    "네. 약품 생산을 제외한 모든 상단 활동이 멈추었어요. 처음에는 다시 활동을 시작했지만 연속해서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지금은 제 직원으로 아예 활동을 중단했어요."

    하룬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막 비욘드 내에서의 상단 운영을 통해 제법 많은 돈을 벌기 시작하는 참이다. 이대로 라면 자신의 자금이 아니더라도 돌풍 기지의 재정이 어느 정도 돌아가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정체불명의 적들이 상행을 하 ㄹ때나 야밤에 습격을 했기 때문에, 약품 생산에 관여하거나 출퇴근을 하며 상점에서 물품 퍈매를 하던 현지 단원들의 인명 피해는 그리 크지 앟았다는 점이에요."

    그건 정말 다행이다. 돌풍 상단은 많은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상점의 판매원이나 생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습격한 자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파악했어?"

    보라는 하룬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사건이 일어난 영지를 관할하는 영지청 관리들이 많은 수사 인원을 투입해서 성의껏 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요. 전신을 가리는 검은색 후드를 입은 자들이 암습했다는 것이 당한 단원들이 기억하는 전부예요."

    "어쎄신들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아니라는 것이 우리 생각이에요. 암습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드러내 놓고 공격을 한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을 상대했던 단원들이 말하길 그들의 검술이나 마법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고 했거든요."

    어쎄신들이라면 이해할 여지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상대방의 정체는 더 오리무중으로 빠져든다. 드워프와 엘프 들이 만든 물품으로 세 황실과 거래를 하는 것ㅇ르 시기한 상단에서 청부를 했다는 가정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다. 

    "다른 상단에서 사주한 걸까?"

    "처음에는 그렇게도 생각했지만 그자들에게 공격을 받는 것은 다른 상단들도 마찬가지에요. 거대 상단은 물론이고 중소형 상단들도 습격을 받고 있어요. 저희 상단도 피해가 크지만 다른 상단들 역시 배상금을 포함해서 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놀고 있는상황이에요."

    "그게 가능한 건가?"

    전 상단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으로 습격을 하는 무리라니. 그정도라면 믕력을 떠나 엄청난 인원이 필요한 일이다. 어느 한 나라라면 모를까 그럴 만한 능력자들을 보유한 단체가 있을 리가 없다.

    "혹시 몰라 유저들 중에서도 꽤나 유명한 실력자들을 고용해서 꾸린 임시 호위대를 암습은 물론이고 정면으로 상대해서 모두 처리한 실력으로 보아 상대는 기사 급이거나 5사틀 마법사느 ㄴ확실한데, 그 정체를 알 수 없어요. 그런 처참한 피해를 입고도 저희가알 수 있었던 것은, 그 시체가 발현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서 이방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거라은 추측뿐이에요.

    "이방인이?"

    그런 심각한 일이다. 처음 하룬은 이 일에 대해 들었을 때 돌풍 상단을 시기한 다른 상단의 짓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습격한 자들이 이방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방인들 중 실력자들은 거의 데빌 산맥에 있을 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데빌 산맥이 태풍의 핵이 되어 있는 상황인데 그런 실력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우리 상단을 집중적으로공갹을 하고 있으니 영뭉을 알 수가 없어요. 

    "뭔가 전하는 메시지도 없는 거야?"

    무조건 공격만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하다못해 자신들의 정체라도 어느 정도 드러내는 것이 정상 아닌가?

    "없어요. 하다못해 야습을 당해서 부태워진 지단의 창고나 상점에도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

    게임을 경험해 보지 못한 벨은 그 자리에서 같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조언도 해 주지 못했다.

    "어떻게 할까요? 사기 저하도 문제지만 인명은 물론 약품이 전소되거나 파괴되는 둥 손해가 너무 커서 상단 재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예요. 이종족의 아이템 판매를 제외한 약품 판내로는 마진율이 너무 낮아, 현재까지 저축한 수익금은 그리 많지 않아요. 상점이나 창고 복구비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무한 공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후후!"

    하룬은 보라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와 꿈 같은 시간을 보낸 것이 미안해서 하루 정도는 벨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단 말이지."

    보라의 보고를 받은 하룬은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단의 피해가 휠씬 더 큰 것이다. 상단의 무력은 물론이고 자금 상황도 많이 경색되었다.

    "부상당했거나 사망한 비욘드 현지인에 대한 보상금이 너무 많이 나갈 걸로 보여요."

    현지인에 대한 사고 보상 기준은 이미 마련이 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보상금이 지급되었다. 하지만 자금 상황이 안 좋다보니 보라는 그것마다 아쉬운 모양이다.

    "그런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우리 상단의 신용이 걸린 문제니까."

    "그렇긴 하지만......"

    보라는 보상금을 너무 많이 지급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보였지만 하룬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돌풍 기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상단을 운양했지 이곳에서 이윤을 극대화시키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다른 상단의 경우 이럴 때 석달 정도의 급여로 보상을 한다고 했는데 돌풍의 경우 2년치의 급여로 보상을 했다.

    "뭐 어쨌건 보상을 후하게 하는 것으로 인해 상단의 이미지가 크게 제고가 되어 최근 활동을 멈춘 상태인 데도 불구하고, 그간 쌓아왔던 인맥을 통해 상단과 호위대에 들어오겠다는 인물들이 꽤 많긴 해요."

    그건 다행한 일이다. 제대로 된 인력을 구할 수 있다면 상단 활동을 쉽게 재개할 수 있다. 

    "풀린 약품들이 꽤 많아 몇 달 정도는 유통이 될 것 같지만 상단의 활동이 멈추자, 약값이 빠르게 올라가는 등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어요. 조만간 활동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민초들이 다시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을 수도 있어요."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일단 지부 확장은 멈춰. 돈이 들긴 하겠지만 원거리는 되도록 세류 상단의 위프진을 이용하고 남은 지부의 보안을 강화시킫록 해. 이번 참에 돌풍 기지의 무력대원들을 상단 호위대레 포함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잠시 멈춘 ㄳ일 뿐 걸어오는 싸움을 피할 생각은 애초에 없는 하룬이다. 이제 그간의 수련이 헛되지 않아 이곳에서도 통할 정도의 실력을 양성한 무력대원들이다. 필요한 것은 실전 경험이니 안 그래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 데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전투조가 할동하는 군요. 그런데 괜찮을까요?"

    "우리 기지의 전투 대원들 실력이면 익스퍼트 초급 정도는 우스워. 그러니 안심해도 돼!"

    "세다고 들긴 들었는데 그 정도예요?"

    "그래. 그동안 현실에서는물론이고비욘드 내에 있는 전사의 정당이나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곳을 찾아다니며 수련을 해왔어. 비록 레벨은 조금 약하지만 전투 실력만큼은 웬만한 기사들과 바등할 정도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마법조도 동행시키도록 하지. 그쪽도 본격적인 전투를 경험할 때가 됐어. 사이키스트들도 합류시키고."

    "알겠어요, 대장. 그럼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약간의 불안감이 가지고 있던 보라의 얼굴이 마침내 활짝 풀렸다.

    마법조는 직업으로 비욘드를 하는 상인조와는 달리 여흥으로 시작했지만 마법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을 따로 선발해서 최근에 만든 특수조다. 대가 세고 리더십이 뛰어난 다망이라는 인공수정체 출신의 주민이 이끌고 있는 마법조는 총 6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기지의 승인을 받아 직업 대신 하루 12시간을 비욘드에서 보낼 수 있게 되었고, 타니엘레와 미루스가 언급해서 만든 돌풍 마탑의 제자가 되어 본격적으로 마법 수련을 시작했다.

    그 구성원들 모두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고 이미 대부분 마법사 직업을 가진 이들 중 하이랭커였는데 타니엘라 사형제가 직접 저술한 마법서를 톻해 새로운 체계의 마법을 다시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모두 5서클의 경지에 올라 있다.

    사이키스트들은 조장인 레이스를 비롯해서 나인과 같은 이늘력자들을 말한다. 총 12명으로 구성된 특수조 대원들을 현실의 수련과 별도로 휴식과 스트레스를 풀 겸 하루에 네 시간씩 비욘드에 접속했는데 주술과 마법 분야에 엄청난 적응력과 발전을 보였다.

    남들보다 함참 늦게 플에이를 시작했지만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나인이 레벨 164에 5서클 비기너의 하이랭커가 될 정도로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주술과 마법의 결합으로 탄생한 공명 마법 혹은 주술 마법이라고 칭하는 새로운 마법에 특출한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보라도 기지의 수뇌부로서 내부 정보를 파악하고 있기에 마법조와 사이키스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그들 상당수가 자신들과 같은 인공수정체 출신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착 친한 사이라서 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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