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오르그들에게 억류된 아우터들과 노예로 지내다가 탈출한 이들을 데리고 기지로 무사히 귀환한 하룬은 기지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대를 받았다.
나갈 때는 은밀하게 움직였지만 다른 세 출행조가 복귀하며 그의 출타소식이 알려졌던 것이다.
오랜 여행과 억류 생활로 인해 초췌한 몰골을 한 아우터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기지로 들어왔다가 기존 기지 식구들로부터 진심이 가득한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소장의 안내로 내부를 구경하면서 점점 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신기한 각종 시설들은 물론, 화려하고 질 좋은 옷을 개인별로 한 보따리씩 받아 든 사람들은 점점 더 진해지는 웃음기를 띄고 안내자를 따라 기지를 구경했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보다 기지 규모는 엄청나게 컸고 시설도 더 좋았을뿐더러 오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진정으로 반겼다.
대식당에서 배식을 받아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를 한 후 회의실에서 돌풍기지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안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희망이 대신 자리하게 되었다.
이제는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될 집을 배정받아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모든 면에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설들과 가구들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때, 마음에 드나?”
젊은 날 교류가 남달랐던 인연으로 이곳 돌풍 기지를 소개했던 친구 우암소장의 말에 배산노인은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새가구 특유의 냄새가 아직 빠지지 않은 집은 그야말로 신천지나 다름 없었다. 방마다 큼직한 붙박이장과 서랍장 그리고 침대가 있었고 거실에는 안락한 카우치와 통합 비전시설이 그리고 부엌에는 최첨단 조리 시설들과 여러 용도의 그릇들이 가득했다.
척추 산맥의 고향 마을에 있는 집은 이곳에 비하면 그야말로 암흑시대의 주거지나 마찬가지였다. 평생 근처 광산에서 일을 하느라 허리가 굽은 그의 부인은 며느리와 함께 부엌의 그릇들과 조리 기구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들은 어린 손자와 함께 집 안을 구석구석 훑고 있었다.
“이, 이게 정말 우리 집이란 말인가?”
“그래, 조금 좁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지낼만 할 걸세.”
돌풍기지에는 3대로 이루어진 가족은 드물었다. 그렇기에 가장 큰 집을 배정하긴 했지만 조금 좁다는 느낌이 있었다.
“좁.... 지 않네, 전혀 좁지 않아. 우리가 살던 집은 제대로 된 방은 하나밖에 없었네.”
“하긴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살았었지. 벌써 그걸 잊어버렸네. 허허허. 그럼 다행이네. 그럼 아까 말한 대로 오늘밤은 푹 쉬도록 하게. 내일 아침 식사 후에 우리 기지에 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려 줄 테니까.”
“..........알았네. 다시 말하지만 정말 고맙네.”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소리를 다 하나? 나 역시 대장님이 아니었으면 매일 오르그와 하르크들을 겁내며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았을 텐데, 고마워하려면 이곳을 아무 대가 없이 우리에게 내놓은 대장님에게 하게.”
소장이 나간 후 가물 노인의 가족들이 거실에 모였다.
다섯 살 짜리 손자는 카우치의 쿠션이 마음에 드는지 연방 그 위를 뛰어다니며 좋아하고 있었다.
“아버지, 이곳이 정말 우리 집입니까?”
그의 아들 민치가 어리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손자를 제외한 네 어른은 아직 이곳이 자신들의 집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아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더구나, 이곳에서는 모두들 이런 집에서 산다더라.”
“아무 대가도 없이 말입니까?”
“그래. 아니, 저마다 잘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기지일을 한다니 대가가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런 대가라면 뼈가 부서져도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제까지 위험한 약초 채취를 하거나 그도 아니면 근처에 있는 광산에서 휴먼 가드로부터 죽을 때까지 노동력을 착취 당하면서 살아온 그들로는, 이런 상황이 적응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똑같이 노동력을 착취당하더라도 이곳이 훨씬 더 나을 거란 사실이었다.
민치가 무엇보다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 점은 다른 것에 있었다.
“기지에 대한 설명을 잘 들어보니 아이들을 연령별로 분리해서 교육시키는 곳도 있더군요.”
“그렇더라. 어린아이부터 시작해서 성년이 되기 전 바로 전까지 정규교육 과정을 무료로 받는다는데.”
“네, 너무 훌륭한 교육체계를 가지고 있더군요.”
민치는 촌장인 부친 때문에 어릴 때부터 비교적 질 높은 교육을 다양하게 받은 편이다. 때문에 또래에 비해 사고의 범위도 넓고 그 수준도 높은 편이었다. 또래는 물론, 마을 사람들 모두 그가 차후 촌장이 되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리더십도 강한 편이어다.
민치는 그 모든 것이 교육의 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유니온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아우터 마을은 소수만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 교육이 소수의 권력을 내내로 지속시켜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모두에게 교육의 기회가 열려있다고 한다. 그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재능을 발견하고 그 분야에 대한 심도 높은 교육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인간은 경쟁을 통해 더 높은 곳에 이를 수 있어.’
아버지와는 달리 광산에서 일을 해 온 그는 역시 같은 광산에서 일하는 다른 마을의 후계자를 인식했을 때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면 발전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민치다.
일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마을 사람들이다. 남의 자식 내 자식을 티 나게 구분하고 별개로 대우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가족이 확장된 개념의 공동체 생활을 해온 민치였다. 스스로를 개발하려는 이는 다른 이의 실력 향상에 자극을 받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젊은만큼 그의 사고는 열린 편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대를 이어 촌장 자리를 유지했으면 하는 욕심도 없지 않았지만, 아무런 기회도 받지 못하고 일만 하다가 죽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다른 것을 다 떠나 교육체계만 보더라도 갖은 고생을 다해 가면서 이곳에 온 보람이 있었다.
“큰 방 2개에는 욕실이 따로 붙어있으니 일단 들어가 씻어라. 우리도 좀 씻고 아까 받은 옷으로 갈아입자.”
카우치를 보니 방금 전까지 그렇게 좋아하며 까불던 아들은 벌써 곯아 떨어져 있었다.
“지금 깨워봐야 잠투정을 할 테니 그냥 들어가서 너희들부터 씻고 쉬어라.”
“네, 아버지.”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간 민치 부부는 잠시 입구에서 주춤거렸다. 하지만 곧 침대에 앉아 쿠션을 느끼거나 장과 서랍장을 열어 보는 등 내부를 샅샅이 구경했다. 아직 텅 비어 있었지만 아까 지급받은 그 많은 옷가지를 정리하면 절반은 채워질 것이다.
“여보, 여기 정말 좋아요!”
민치의 부인 하레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세 식구가 누워도 남을 정도의 큰 침대와 거울이 달린 화장대 그리고 서랍장 들을 만져보는 하레의 손길은 아직도 흥분에 겨워 떨고 있었다. 잘못 만지면 사라질 것같은 생각이 들어 가구를 만지는 손길은 조심스럽기만 했다.
“나 지금 꿈꾸는거 아니죠?”
“그럼.”
“깨고 나면 사라질 것 같아서 불안해요.”
민치는 하레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잘게 떨리던 하레의 몸이 서서히 진정되었다. 예전 집에서는 한 공간에 부모님과 같이 있었기에 이정도의 애정표현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꿈이 아니야. 우린 앞으로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이렇게 깨끗하고 큰 욕실이 붙어 있는 방에서 살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걸요.”
열여섯살에 이웃 마을에서 시집을 와서 줄곧 자신과 함께 광산 일을 해 온 아내의 말에 민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여긴 정말 천국이야.”
“혹시 우리를 어떻게 하는건 아니겠죠?”
“하하. 우리가 뭐 가진거나 있어? 이곳에서는 모두들 이런 곳에서 산다잖아. 아까 아버지 친구분께서도 뭐든 직업만 있으면 이렇게 살 수 있다고 하셨어.”
물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추방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천국과 같은 곳을 놔두고 추방당하기 위해 무위도식하려는 휴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너무 좋은데.. 왠지 불안해요.”
“걱정하지마.”
하레를 진정시키는 민치의 눈에서도 한 가닥 불안감이 머무르고 있었지만 이내 굳은 결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레가 추레해진 옷을 하나 줄 벗고 욕실로 향하는 것을 본 민치는 오랜만에 춘정이 끓어올랐다. 부모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왔기에 습관적으로 억제하고 인내하는데 익숙해졌기에 같이 욕실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억눌렀다.
아내가 씻고 이곳에 와서 새로 받은 속옷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는 그의 심장은 그 어느때보다 힘차게 뛰고 있었다. 이제 자신들만의 방이 생겼으니 앞으로 얼마든지 아내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방안을 둘러보는 민치는 새삼 이 방과 집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들만의 보금자리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주어졌지만 지키는 일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생활을 지키고 말 거야!’
이제 연로해서 힘든 일을 하지 못하는 부모님과 어린 아들 그리고 힘든 노동에 짓눌린 아내의 깡마른 몸을 떠올린 민치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빨리 이 곳에 적응해서 인정을 받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었다.
암무도 딸인 미앙과 함께 방 두칸짜리 집을 배정받았다.
배정받은 집으로 들어선 미앙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제까지 노예생활을 해 왔던 암무는 한 번도 본적없는 최상의 내부가 그를 잠시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어때요? 조금 좁기는 하지만 지내실만은 할거예요.”
“아, 아닙니다. 너무 호화스러워서...”
“호호호! 집을 보고 이렇게 놀라시면 앞으로 놀랄 일이 엄청나게 많을거예요. 일단 살 곳을 좀 둘러보세요.”
미앙이와 급속하게 친해져 굳이 안내를 자청한 벨의 말에 암무는 넋이 반쯤 나간 얼굴로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미앙아, 넌 어때?”
“........”
미앙의 반응은 암무보다 훨씬 더 심했다. 그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미앙은 아예 말을 잊을 정도였다.
“여기가 마음에 안 들면 언니와 같이 살까? 네가 같이 산다고 하면 하룬 오빠도 반대하지 않을거야.”
어딜 잠시 다녀온다던 하룬이 거지행색을 한 수천 명의 아우터들을 이끌고 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사정을 전해 듣자 그들의 불행한 삶과 보여 준 용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뿌리깊은 굴종을 용감하게 극복한 그들이야말로 돌풍기지의 주민이 될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
벨은 어른들보다는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아이들은 공포에 잠식되어 필사의 도주를 할 때와는 달리 안전이 확보되자 크고 작은 병증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벨은 가지고 온 상비약은 물론이고 자연에서 구한 각종 식물들로 아이들을 치료했고, 미앙은 그 자신도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벨의 조수 노릇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러는 가운데 별은 미앙의 능력을 알아챘고 그녀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푹 빠졌다.
미앙 역시 눈으로 보이는 나이와는 달리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벨에게 이끌렸다. 거기에다가 아빠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친근함을 느낀 하룬의 여동생이 아닌가.
둘은 그때부터 친자매처럼 꼭 붙어다니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하룬과 암무가 가볍게 질투를 느낄 정도였다.
“너, 너무 좋아. 파야나 퉁그리들이 사는 집보다 훨씬 더 좋아!”
미앙은 말문이 터지자 벨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과 함께 기이한 소리를 내지르며 방방 뛰면서 적극적으로 실내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같은 층의 인접한 집들에서도 미앙이 지른 기성(기이한소리)과 비슷한 소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악! 이게 우리 집이야!”
그날 오후 늦게 기지 수뇌부들은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새로운 식구들도 왔고 럼과 레이스의 결혼식도 있으니 늦었지만 축제를 한번 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오, 축제를 통해 한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쏘우의 말에 모두들 찬성을 했다. 이제까지 기지의 기틀을 잡느라 제대로 된 축제를 즐기지 못한 것이다.
“소장님, 결혼식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갑니까?”
오르그 마을로 향하기 전 하룬은 소장에게 럼과 레이스의 결혼식을 당부했었다.
“다 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문제가....”
문제라는 말에 하룬의 얼굴이 조금 변했다.
“그게.. 소식이 알려지면서 결혼하기를 원하는 쌍들이 더 나타났습니다.”
“그래요? 몇쌍이나 되는데요.”
“열다섯 쌍입니다. 그래서 대장님의 결재를 받지 않고 그들에 대한 준비까지 해 버렸습니다.”
우암 소장은 하룬의 결재 없이 예산과 작업 지시를 내린 것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다. 결혼을 할 이들을 위한 새로운 집과 가구들은 물론이고 결혼식에 필요한 예복과 각종 음식이며 행사 계획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필요했었던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예식과 같은 행사 부분은 소장님이 총괄해주싮시오.”
“알겠습니다.”
환해진 얼굴로 대답을 하는 소장을 보며 황박사가 눈을 찡긋거렸다. 그 눈짓은 마치 내가 말한 대로 되었지 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제는 절친한 사이가 된 우암이 이 일을 두고 걱정을 하자 하룬을 잘아는 황박사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미리 준비나 잘 해두라고 조언했던 것이다.
“그럼 이틀 후에 결혼식을 치르도록 준비해 주세요. 모두들 소장님을 도와 우리 기지의 첫 번째 행사를 치르도록 합시다.”
“네, 대장님.”
큰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수뇌부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이제 머지 않아 기지에는 아기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릴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있지만 어린아이는 극소수이기에 모두들 2세 소식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니 간직하고 있던 비밀 하나를 공개하도록 하지요.”
“비밀요?”
“네, 사실 아리 참모가 이럴 때를 위해 쏘우 조장과 함께 만든 곳이 있습니다.”
하룬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쏘우에게 쏠렸다. 쏘우는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하는 눈치였다가 곧 이해한 얼굴이 되었지만 굳이 입을 벌리지는 않았다.
“쏘우 조장과 아리 참모의 공동연구를 통해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작은 배리어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배리어 기술을 이용해서 기지와 인접한 호수 바닥에 파라다이스라고 부르는 휴양지를 건설했습니다.”
하룬은 홀로그램 화면을 띄우고 일전에 아리가 보내 준 파라다이스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화아! 너무 아름답다.”
“저런 곳을 어떻게 호수 바닥에 만들었을까? 정말 대단해!”
사람들은 호수를 하늘로 하여 푸른 풀밭, 만발한 꽃듯, 작은 숲 사이로 난 오솔길, 하얀색의 그림같은 3층 건물과 수영장이 있는 파라다이스의 정경 그리고 최신식 시설과 가구에 분위기 있는 건물 내부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앞으로 파라다이스는 결혼을 한 부부들의 허니문 장소와 주민들의 휴양지로 이용될 겁니다. 자세한 운영 계획은 아리참모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면 보고할 겁니다. 확실한 것은 우리 연구진의 기술력이 올라가면 갈수록 파라다이스가 커질 거란 사실입니다.”
“허허허! 쏘우조장, 앞으로도 부탁하오.”
“쏘우 오빠 멋쟁이!”
“염려들 마십시오. 아리참모의 지식과 내 기술력이라면 머지 않아 지상으로 생활근거지를 옮기게 될 겁니다.”
쏘우는 짙은 다크서클을 눈 밑에 매단 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큰소리를 쳤다.
“자, 다음으로 오르그들과 다른 아우터 마을들과의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봅시다.”
하룬을 위시한 출행조의 책임자들은 이번에 다녀온 여행과 거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언더 시티는 갑자기 늘어난 인구로 인해 식량 사정이 큰 문제가 되었다고 했다. 지하에 건설된 도시라는 점과 대단위 수경 재배에 관련된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단기간에 식량 증산은 어려웠던 것이다.
용광로 마을과 사이언스 마을의 경우는 약품류와 원자재의 원활한 수급을 원했다. 식량의 경우 어느 정도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마을이 돌풍 기지와 동맹을 맺기를 희망했던 것이다. 어느 정도의 자체 방어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규모의 오르그들이 침탈할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돌풍 기지의 수뇌부들은 토의를 거쳐 동맹 관계를 맺기로 결정했다. 용광로 마을이 가진 제련 기술과 사이언스 마을이 가진 과학기술은, 앞으로 독자적인 유니온을 희구하는 돌풍기지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우르슘 부족과의 거래에 대해서는 하룬이 직접 설명했다.
“정말 귀중한 것들을 얻어 오셨군요.”
참석자들은 하룬이 얻어온 결과물에 크게 놀라며 기뻐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은 물론 오르그와의 공생까지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온건 성향의 오르그들과 우호관계를 맺는 것은 돌풍 기지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오르그들과의 거래를 통해 유니온이 아니더라도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오르그들은 유니온처럼 잘 가공된 물품은 아니지만 기지가 필요한 많은 것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인구가 늘고 있는 기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식량이었다. 오염된 환경을 잘 극복한 오르그들로부터 식량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은 얌과 같은 뿌리 작물은 물론이고 다양한 과일들과 가축들을 기르고 있었기에, 식량 부족현상이 눈에 보이는 돌풍 기지는 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수뇌부 회의는 이 거래를 놓고 장시간 열띤 토론을 했다. 오르그와의 거래물품인 약품류와 의복의 증산 방안부터 시작해서 상단 운영에 대한 것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제들이 다뤄지고 많은 의견이 합치고 있었다.
이틀 후 돌풍 광장이라고 명명한 대광장에는 기지 주민들이 거의 모여 있었다. 중앙에는 사람 키 높이의 넓은 무대가 마련이 되어 있었고 기지의 수뇌부들이 그 자리에 모여 있었다.
먼저 하룬이 사람들에게 이끌려 모대 위로 올라갔다. 하룬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해 본 기억이 없었기에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지는 않았다.
“기지 주민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하룬입니다.”
하룬의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주목했다. 초기 주민들은 모두 그의 얼굴을 잘 알고 있지만 나중에 유입된 사람들 중에는 그의 존재를 듣기만 했지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평범한 얼굴이네, 카리스마가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무슨소리를! 대장님 뒤로 휘광이 비치는게 안보여?”
“나도 그런것 같아. 저 강렬한 눈빛을 좀 봐. 너무 멋져.”
하룬을 처음보는 주민들은 저마다 인물평을 하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우리 돌풍 기지는 신분이나 계급 따위가 없는 곳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희망으로 이곳을 만들었습니다. 약자라고 무시받지 않으며 능력이 없다고 소외되지 않는 곳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누구는 맹수와 변종 생물들에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왔습니다. 누구는 무능력자란 이유로 절망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또 누구는 어린 나이부터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우리는 이제 한가족입니다. 가족은 능력이 없음을 이유로 그 구성원을 사지로 쫓아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향유하는 것을 같이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며 가족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을 여러분들이 이제까지 해 왔습니다.”
가족이라는 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성행하고 있는 유니온 출신 주민들은 특히 가족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졌다.
“우리 모두는 함께 책임과 의무를 지며 모두가 그 결과물을 향유하는 곳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돌풍 기지는 유니온과는 달리 제법 살맛나는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밝은 미소와 웃음소리가 기지에 가득합니다. 저 역시 웃음을 잃고 살았지만 여러분들과 같이 이 돌풍 기지를 만들어가면서는 미소와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그랬다. 이너 출신도, 아우터 출신도 이곳에 정착해서는 늘 미소와 웃음을 매달고 살고 있다.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보람찬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따뜻한 가정이 기다리고 있다. 가정이 없는 이들이라도 자신의 작은 힘이 돌풍 기지 전체를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일조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은 험난하고 멉니다. 서로 돕지 않으면 절대 갈 수 없는 어려운 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기지를 위해 쓰고 있는 내 작은 힘이 이웃들의 힘과 결합하여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마음이 맞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처음의 그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힘을 기울인다면 이 돌풍 기지는 틀림없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더 살맛이 나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룬의 말은 어렵지 않았다. 현란한 수식어가 들어가지도 안았다. 그렇다고 선동적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며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힘껏 쥐었다. 하룬의 묵직한 중저음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들의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있는 것을 건드렸다.
“우리 기지를 살맛이 나는 곳으로 만들어 오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그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 짝! 짝!
하룬은 힘차게 박수를 쳤다. 연설을 하는 도중에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자신이 비욘드에 빠져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수많은 주민들이 힘을 합쳐 기지를 이렇게 멋진 곳으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짝!
짝!짝!
짝!짝!짝!
하룬의 박수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박수가 합치더니 결국은 광장 전체를 울릴 정도로 커졌다. 그러고는 우레와 같은 환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해 온 자신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우와아아! 돌풍기지 만세!”
“돌풍 기지 만세! 하룬 대장 만세!”
의도하지 않았던 열광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하룬의 무심했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왜 이렇게 주민들이 열광하는지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는 해야만 했다.
하룬이 손을 들었다. 주민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곧 수그러들었다.
“오늘은 우리 기지에게 크나큰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우리 기지 최초로 부부가 탄생하는 날입니다. 출신이 다른 기존의 가족들이 화합하여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염원하던 미래 중 하나가 바로 이들 부부입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겨난 날을 기념해서 축제를 열겠습니다. 오늘 하루는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하고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휘이익! 휘이익!
장내는 어느새 열광적으로 변해 버렸다.
양부모와 지인 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치르는 신랑과 신부의 얼굴은 그 어느때 보다 빛나고 있었다.
양가 부모님의 인사와 황 박사의 주례사에 이어 예물 교환이 끝나자 사회를 본 혜련이 결혼이 성립되었음을 선포했다.
“쳇! 첫 번째는 내가 하려고 했는데...”
“부러운 녀석들!”
“잘살아라!”
“애는 셋만 낳아라.”
럼과 레이스의 친구들이 팔짱을 끼고 행진을 하는 신랑 신부에게 농담과 덕담을 하며 색지조각을 뿌리는 것으로 식은 모두 끝이 났다.
하지만 럼과 레이스는 첫 번째 부부일 뿐 또 다른 예식이 이어졌다.
이너 출신들의 부부가 10쌍이나 되었지만 영흥마을 출신들이 이너 출신들과 맺어진 경우도 5쌍이나 있었다.
예식이 끝나자 바로 결혼 피로연이 이어졌다. 럼과 레이스를 필두로 차례차례 예식을 올린 신혼부부들은 예복을 입은채 테이블을 순회하며 축하를 해 준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신랑 신부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이들도 흥겨움에 들떠 축하 인사를 전했고 일찍 식사를 마친 이들 중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마시기 힘들었던 술가지 등장하자 피로연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음식물을 세팅했던 탁자가 치워지고 만들어진 자리에 알코올과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노소를 가리지 않고 나와 춤을 즐기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기지 않거나 벌써 지친 사라들은 저농도지만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를 들고 그간 격조했던 지인들이나 새로운 친구를 소개받아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아이들도 신이 났다. 광장 한쪽에 임시로 만들어진 놀이 공간에는 각종 놀이시설뿐 아니라, 크지는 않지만 튜브로 만들어진 수영장까지 있어 실컷 배를 채운 다음에는 모두 그 곳으로 가 버렸던 것이다.
모두가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인사를 다니던 럼과 레이스 부부는 식당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하룬의 테이블에 도착했다. 기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축하를 받은 두 사람은 긴장과 흥분으로 인해 피로한 얼굴이었지만 눈빛만은 밝았다.
“축하해!”
“너무 멋있었어요. 축하해요!”
“럼 오빠와 레이스 언니는 행복하게 잘 살거예요.”
막 식사를 마친 하룬과 벨은 다가온 두 사람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해 주었다.
“대장, 고마워!”
“대장, 정말 고마워요!”
평생 같이하겠다는 마음의 표시인 듯 손을 잡은 럼과 레이스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앉아서 좀 쉬어.”
“그래요. 신부가 너무 힘들어보여요.”
벨이 레이스를 이끌어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보니 임신 초기라서 입덧을 할 때라 무척 힘들 것이다.
하룬은 행복한 가운데서도 레이스에게 다정함과 우려의 눈길을 던지는 럼을 옆에 앉혔다. 돌풍기지에서 최초로 탄생하는 부부이니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바람에, 며칠 동안 사람들에게 시달린 럼의 눈 밑에도 거뭇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넌 괜찮아?”
“하하! 난 끄덕없어.”
“잘살아, 인마! 부럽다!”
“고마워, 대장. 정말 행복하게 잘살게.”
“이제 대충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다른 부부들과 함께 파라다이스로 출발해야지.”
파라다이스라는 말에 럼과 레이스의 눈에 강렬한 기대감이 떠오른다.
“알았어, 대장. 그런데 거기 정말 좋은 데야?”
“기대해도 좋을 거야. 나중에 나오기 싫다고 징징거리지나 말라고.”
하룬은 궁금한 표정을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눈을 찡긋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새로운 시크릿 대원들이 신혼부부들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를 해 놓고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제대로 된 허니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결혼식을 치른 신혼부부들이 파라다이스로 떠난 후 본격적으로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곳저곳에서 푸짐한 상품을 걸고 장기를 자랑하는 대회를 열었다. 노래 대회부터 시작해서 팔씨름 대회에 이르기까지 기지의 모든 주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각종 대회들이 열렸고 주민들은 참가자로서 혹은 관객으로서 즐거운 기분을 만끽했다.
음식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은 개별적으로 자리를 얻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자랑하는 음식을 선보였다. 그 모두가 공짜이기에 아이들은 이런 부스에서 군것질을 하며 돌아다녔고, 식탐이 많은 일부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더 흐르고 장기 대회가 모두 끝나자 이번에는 즉석 시장이 열렸다. 비록 공동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사유재산은 당연히 인정되는 곳이라, 각기 특별한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시장이 열리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우터들이 만든 수공품들이 최고로 인기가 있었다. 이너출신들은 늘 똑같은 공산품들만 보다가 아우터들이 다양한 재료로 만든 수공품들을 보자 환장을 했던 것이다.
음식을 제공하던 부스는 기지에서 제공한 식재료가 다 떨어지자 이번에는 돈을 받고 음식을 파는 가판대로 변했다.
차를 파는 가판도 나타났다. 술 종류는 더 이상 제공되지 않지만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축제를 즐기다가 잠시 앉아 다과를 즐기기에는 이런 가판이 최고였다. 어른들은 푹제 분위기에 들뜬 아이들이 이리저리 쏘다니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대화를 즐겼다.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숫자가 많은 청춘 남녀들은 결혼식으로 인해 크게 고무된 상태였다. 필이 꽂히는 상대를 찾기위한 청춘 남녀들에게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는 최고의 기회였다.
그동안 쾌락에 치우친 쉽고 가벼운 성생활에 물들어 있던 이너 출신들은, 황 박사를 주축으로 건전한 성생활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을 받으면서 사랑과 가족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에 젊은이들은 진지하게 사랑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하룬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별과 미앙 때문에 종일 대 광장을 몇바퀴나 돌고 또 돌아야만 했다. 이때만은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가 된 벨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하룬을 애교와 협박으로 각종대회에 참여시키고 실수하는 것을 보며 즐거워했다.
사정은 다른 기지 수뇌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몇 명씩 달라붙어 그들을 끌고 다닌 것이다. 그들 역시 각종 대회에 참가하여 실수를 연발하고 못보일 꼴을 보이며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야만 했다.
평소에 어려워하던 자신들의 우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주인들은 심정적으로 이전보다 더 친근하게 기지 수뇌부를 받아들였다.
“이녀석들, 나중에 두고 보자!”
하룬과 기지 수뇌부들은 이를 갈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심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한 번 망가지는 것이 힘들지 여러번 반복되자, 처음의 당혹스러움이나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주민들과 함께 마음껏 즐거워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룬은 특히 더 많이 시달렸다. 평소에 그를 보지 못했던 주민들은 한마디라도 그와 대화를 나누길 원했기에 그의 주변에는 주민들이 몰렸다. 결국 미소 한자락을 물었을 뿐 전체적으로는 굳어 있었던 그의 얼굴 근육도 힘을 잃고 제멋대로 풀어져 버렸다.
하룬은 성의를 다해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알려주었고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비록 힘들기는 했지만 이런 과정이 기지 수뇌부들과 주민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황 박사의 조언대로, 열린 마음으로 주민들과의 만남을 즐기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