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8화.나이와 라이 (239/278)

나이와 라이

잠자리가 바뀌어서 인지 새벽에 잠이 깬 하룬은 몇번 뒤적이다가 결국 포기를 하고 일어났다. 일행들 역시 생소한 곳인 데다가 잠재적으로 적인 오르그들 사이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잠을 설치다가 늦게야 잠이 들었는디 모두 곤히 자고 있었다,

"일어나셨습니까?"

누군가 했더니 태룡이었다. 생체형으로 만들어진 터라 휴먼과 똑같이 먹고 자는 것이 필요했고 감정에 대해서도 거의 완벽하게 비슷했기에 그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더 자, 난 주변을 산책할테니."

"아닙니다, 다 잤습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룡의 얼굴에는 책임감으로 가득 했지만 하룬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어제일로 우리에기 적의가 없는 상황이니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따르겠습니다,"

태룡은 자신의 이능력을 통해 가벼운 산책을 하겠다는 하룬의 생각을 일고 선선히 다시 자리에 누웠다, 태룡을 비롯한 태가사남매는 다른 생체형 사이보그들과는 달리 전투에 관한 각종 능력 외에도 각기 특별한 이능력 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특별한 기회에 각성이 되기 전까지는 비횔성 상태라서 시간이 날대마다 나인과 레이스가 포함된 특수조와 함께 이능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부단하게 수련해 오고 있다, 건물 밖으로 나온 하룬은 신발을 벗은 상태로 천천히 건물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펼쳐진 메신저 스킬로 인해 진하게 농출된 대지의 기와 자연의 기가 체내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업청나군!'

이 지역은 그동안 오르그들이 대지를 가꾸어 온 덕분인지 기지 부근의 황무지나 사막과는 달리 자연의 기운이 강했다. 

워낙 하단전의 크기가 커지고 많은 마나 스토리지가 생성되어 분산되는 까닭의 기의 증가는 미미하게 느껴졌지만 자연의 기가 품고있는 그 순수함과 활력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게 잠시 산책을 하던 하룬의 시선이 어느 순간 성 밖으로 향했다.

'이왕 깼으니 할 일을 먼저 해 보자'

어쩌면 오르그들의 기대가 부담스러워 푹 자지 못했는지도 모른다.그만큼 상당한 수량의지하수로를 찾는 일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러려면 새로 가지게 된 수정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아봐야만 한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미명에 어둠이 물러가고 있었고 내성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내성을 벗어나 서쪽으로 향해 뻗어있는 대로를 따라 걷다보니 거주 지역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어디건 부지런한 이들은 있기 마련이다, 잠시 대로를 걸어간 하룬은 두꺼운 나무로 짠 외성문을 만났다, 피곤한지 연방 하품을 하고있는 오르그 전사 둘이 무장을 한 채 문을 지키고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

"아침 운동을 하러 갑니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오르그 전사들은 아침운동이라는 말이 생소한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을 열어준다. 하룬은 오르그 전사들이 잠시 쉬는 용도로 만들어진 성문의 작은 건물 앞바닥에서 뜻박의 도구를 보았다,

"혹시, 저것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삽요?"

"네."

오르그들은 언어뿐 아니라 각종 용어들도 대부분 휴먼들이 쓰는 것괴 우사하거나 같았다 아마도 휴먼들로부터 받아들인 지식으로 문명을 이룩하는 중이기 떄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시지요."

전날 오후에 그들의 파야로 부터 하룬이 일행을 극진히 대접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기에 문지기 전사는 그들이 짬날 때마다 작업하면서 쓰던 삽을 선선히 내주었다,

외성 밖에는 원시적이지만 나름 정성이 들어간 농장 지역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사이로 빠져나온 하룬은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서쪽은 낮은 구릉을 포함해서 비교적 평탄한 지형으로 만약 물만 풍부하다면 농장으로 활용할 숭 있는 지역이었다,

하룬은 중단전에 자리를 잡은 수정을 끌어내 발바닥의 마나 스토리지로 이끌었다, 마나 스토리지로 내려온 수정의 한 쪽 끝은 하룬의 의지대로 강한 회전을 통해 콩알 크기로 뭉쳐진 상태였다,

'자, 이제부터 탐색이다!'

콩알 크기의 수정이 하룬의 의지를 받아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 파동은 동심원을 그리며 지하로 퍼져 나갔다.

'옷! 벌써?'

얼마가지 않아 맞울림이 감지 되었다,

하룬은 그 순간의 파동을 강도아 시간을 머릿속에 기억한 후 가지고 나온 삽으로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수한 체력으로 삽질을했기에 금방 온몸이 땀으로 푹 젖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는데도 전날 달구어진 대기는 여전히 후덥지근 했다,

검술을 수련할때와는 또 다른 근육을 사용해서일까? 힘껏 삽질을 하는데도 땅을 파는 속도는 느리기만 했다,

까앙!

중간의 큰 돌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불꽃과 함께 반발력 이 전해진 손목이 시큰 해졌다,

'이래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군.'

시험을 위해 하는 것인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서는 안된다 하룬은 시를 끌어올려 통짜로 제작된 쇠 삽에 주입했다, 기가 주입된 쇠 삽의 날이 파랗게 빛나는 것을 확인한 하룬은 다시 삽질을 시작했다,

푹! 푹!

기를 사용한 삽질에 흙과 자갈 그리고 큰 바위까지 있는 바닥이 금세 아래로 내려갔다, 이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올라간 능률에 금세 30미터까지 파고 내려갈수 있었다,

푸욱! 파앗!

삽질로 바닥이 깊게 파이는 순간 그 부위에서 물이 솟하나와 메마른 흙을 적시기 시작했다, 제법 수량이 좀 되는지 금방 발목까지 물이 차올랐지만,이내 거기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정도 수량이면 우물 용도라면 모를까 이들이 원하는 것에는 한참 부족하군'

자신이 기를 사용해서 삽질을 했기 망정이지 순수한 근력으로 이정도 깊이까지 구덩이를 파려면 꽤많은 인력이 오랜시간을 들어야만 한다. 그런 노력에도 이정도의 수량이라면 투자 대비 거두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흙으로 엉망이 된 행색으로 구덩이에서 나온 하룬은 다시 지하 수기의 고유 파장을 발산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번 구덩이를 판 하룬은 파장에 따른 맞울림을 통해 깊이와 수량에 대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정도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텐데.'

그가 몇시간에 걸쳐 발견한 지하 수원은 우물 정도로 사용하는 건 모르지만 수만명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작물을 재배하려면 어림도 없는 양이다,

어느덧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는 태양을 본 하룬은 돌아가기로 결정했다,더 늦으면 벨이 걱정을 할 것이다, 하룬의 염려대로 벨은 한참 그를 찾아다닌 얼굴 이었다,

"수련하러 나갔다 온 거야?"

"응."

현실에 나와 있을때는 시간만 나면 밖에 나와 수련을 하곤 했던 것 떄문에 크게 걱정하지 낳은 벨이다, 그래도 오르그들의 소굴에서 하룬이 없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져 친위대를 닦달해서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오르그들의 수뇌부와 검소한 아침 식사를 마친 하룬은 어제에 비해 한층 강도가 높아진 그들의 부탁을 들었다,

"멀리에서 온 여독이 풀리지 않은 귀한 손님에게 무례한 부탁이지만 우리 사정이 많이 급합니다, 수원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고 차광 덮개를 했어도 물이 부족해 모두가 힘들게 재배한 작물들이 타 죽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아리수 강의 수위가 높아 물을 길어 댈 수 있지만 조금 더 지나 수위가 내려가면 수생 변종 생물들의 공격에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통그리 께서 양해를 해 주십시오"

할알은 어제와 달리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정말 상황이 급한 모양이다, 이럴 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우호 관계는 확실히 유지할 수 있고 거래도 상당히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 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찾아보지요."

수정을 이용해서 물을 찾는 방법에 대한 닫초를 잡았으니 어제처럼 막막하지는 않았다, 젤을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녀는 엘로드를 이용해서 베르 안에 우물을 팔 자리를 찾기로 한 것이다.

하룬은 아침에 생각한 대로 베르가 있는 곳부터 고도가 높은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북쪽은 거주 지역이 아니라 공방을 비롯한 생산 시설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외성을 벗어나자 수림이 우거진 야트막한 산자락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 수로는 우기에 내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암반이나 단단한 지반을 만나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고 모여 공극이 넓게 펼쳐진 곳으로 흐르는 물길이다, 암반이 더 많고 무성하게 자란 초목들이 내린  뿌리들이 흙 사이에 공극을 넓힌 산 근처에 지하 수로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베르의 영역을 벗어난 하룬은 중단전의 수정을 끌어내 발바닥의 마나 스토리지로 연결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지하의 수기를 탐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릿하게 걷던 그의 걸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빨라지고 이썽ㅆ다 메신저 스킬을 펼친 상황도 아니었지만 마나 스토리지로 연결된 수정이 활성화 되면서 수기를 탐지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하룬은 보다 넓은 범위를 탐지하기위해 약 30도의 각도로 1킬로미터의 폭을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강과 가까운 곳이라서 수맥은 생각보다는 많았다,.

암반 사이에 고여있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강 쪽을 향해 흐르는 상태였다 그렇게 수맥들을 느끼기 시직하자 어느 새 지나쳐 온 길의 지하에 흐르는 물기리 지도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다,

'신기하네.'

노란띠를 두른 태양이 완전이 떠오를 때에는 지ㅣ하 깊숙한 곳이지만 흙과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길이 눈으로 직접보는 곳처럼 생생하게 느껴쳤다, 마나 스토리지의 수기가 발산하는  파동과 공명 그리고 방해물의 반응을 통해 일정 깊이의 지하세계를 살필 수 있게 된것이다,

'이건 너무 좁아! 이건 너무 깊어. 수량도 많지 않고,'

어느새 하룬은 자신이 걷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지나치는 지하가 어떤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영화를 보듯 탐색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인 하룬은 문득 거대한 공명을 느낄 수 있었다,마치 아리수 강에서 느꼈던 공명처럼 그 맞울림이 강해졌던 것이다, 다른 곳과는 달리 앞뒤 옆으로 한참 이동을 해도 계속 맞울림이 강하게 감지 되었다,

'혹시 지하 호수인 건가?'

의식의 대부분을 외계로 돌린 하룬의 눈에 아까 내성에서 보았던 야트막한 산자락이 크게 들어왔다, 높지는 않지만 마치 계단 처럼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더 높은 산들이 이어진 작은 산맥이 보였다,

'이 산맥에서 흘러내린 지하 수원인 거로군'

한참을 걸어다니며 살핀 결과 지하 50미터 깊이에 반경이 500미터 정도가 되는 거대한 지하 호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감지했던 물길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연원한 것이었다, 이지역의 지하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암반들이 느껴졌다.

그 암반들 사이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이 산자락으로투터 흘러든 엄청난 물을 품고 있었고 사방의 틈새로 일정한 양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찾았군!"

"정말입니까?"

하룬의 말에 말없이 그를 수행하고 있던 태룡이 반색을 했다.

"지하 50미터 깊이에 형성된 거대한 암반 사이에 엄청난 물이 들어 있어."

"결국 해내셨군요. 그런데 지하 50미터면 상당히 깊은데 어떻게 물을 끌어 올릴까요?"

아무래도 굴착기가 있어야 할것 같다. 파이프도 필요하고 언뜻 생각해 봐도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여러가지 기계들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우르슘 부족의 베르 외성과는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고 지형상으로 보아 이곳의 지대가 높으니 물만 끌어 올릴 수 있다면 수로를 만드는 작업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두께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암반에 구멍을 뚫는 일이나 물을 끌어 올리는 일은 쉬워보이지 않았다. 전문가가 아니면 시간도 꽤 걸리 것이다,

"이거 난처한걸."

하룬은 산 넘어 산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혹시몰라 근처를 돌아다니며 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을 찾았지만 그 정도 수량이 있는 곳은 없었다

벨이 우물을 찾았는지 궁금해서 일단 숙소로 돌아왔지만 아직 찾지 못한 모양인지 돌아오지 않았다,

하룬은 벨을 기다리며 고심에 빠졌다, 어쨌건 많은 수량을 가진 지하수원은 찾았으니 나머지는 오르그들에게 맡겨도 될 테지만 이들이 암반 지대를 뚫을 수 없는 이상 그림의 떡을 쥐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숙소에 남아 있는 약초마을 주민들은 그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았다. 때문에 숙소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가라 앉았고 그걸 느낀 하룬은 뙤약볕으로 다시 나와야만 했다

'굴착기와 같은 기계류야 아즈만이 가진 지식을 활용해서 연구조가 어떻게는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운반 문제도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릴텐데 골치로군'

문제는 자신이 시간 여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비욘드도 그렇고 할일이 태산이다, 기지 일이야 다른 사람들이 맡아서 한다지만 비욘드의 경우는 자신이 아니면 제대로 할 사람이 없다.

아직 우호적인 관꼐도 아니고 지하 호수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이 일을 맡아 한동안 이곳에 머무는 것은 쉽지 않다, 안 그래도 기지 수뇌부들은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이 임무를 맡길 사람도 마땅히 없다,

'일단은 다시 나가 보자!'

그래도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해결했다. 그게 어딘가?

하룬은 무심코 맨발로 나왔지만 그것도 의식하지 모사고 메신저 스킬을 펼치며 작은 산 아래에 위치한 수원지로 향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서 그런지 아까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화르르!

'낮이라서 그런가?'

고열에 달아오른 대지에서 발바닥을 통해 유입되는 기운의 양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났다, 마치 화염처럼 혈도를 타고 올라오는 열기를 가진 대지의 기운을 단전이 아니라 대주천의 경로로 돌리던 하룬은 묘한 이질감을 느꼇다,

'이 기운은 뭐지?'

익숙하지만 특별함이 느껴지는 기운이 중단전에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물의 기운이 자리를 잡고 있는 바로 그곳에 말이다. 서늘하고 끈끈한 물의 기운과는 달리 뜨거우면서 부드러운 이질적인 기운이 조금씩 뭉치며 작은 한 점이 되기 시작했다,

이들 두 기운이 하단전의 기와 다른점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혹시?'

수정이 존재한다면 대지의 기운이 정령화된 지정(地精)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이아를 비롯한 비연드의 정령과는 다르지만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수정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것 역시 가능한 일이다,

하룬은 지정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대지의 정령아, 나에게 네 존재를 보여 봐! 어디 있는 거니?

대지의 기운은 하룬에게는 물의 기운보다 훨씬 친근하다, 메신저 스킬로 인해 대지의 기운을 가장 먼저 느꼈던 하룬의 기에 대지 속성의 기는 이미 익숙하다.

그래서일까?

수정이 화답해 올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대답이 들려왔다,

-......누..누구지?

수정과는 달리 온전한 의사가 들려오자 하룬의 얼굴이 환해졌다. 현실에도 정령이 존재한다는게 확실해진 것이다,

-너와 친구가 되고싶어서 불렀어! 내앞에 모습을 드러내 봐!

진실한 마음을 담아 의념의 사방으로 뿌리자 얼마 후 하룬의 주변대지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듯 요동을 쳤다, 저멀리 보이는 농장에서 오르그들이 그늘막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을 보니 지진의 세기는 약해도 범위는 꽤 넓었다,

-내게로 와!

하룬의 강력한 의념이 재차 반복되나 어느 순간 발바닥을 통해 따듯하고 부드러운 존재가 쑤욱 들어와 몸 전체를 살피듯 돌아다니더니 이윽고 중단전에 자리를 잡았다,

-반가워! 난 하룬이라고 해!

-나,,나는......

수정과는 달리 비교적 또렷하게 의사를 전하던 지정의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혹시 이름이 없는 걸까?'

하룬은 어쩌면 비욘드의 정령들 처럼 이름을 부여해야만 그 존재가 확실해지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름을 붙여줄까?이제부터 널 '라이'라고 부를게.

-라.....이.라이.

-그래, 이제부터 넌 라이잉고 우리는 친구야.

-친구?

-그래, 내 존재가 소멸할떄까지 언제 어디든 같이하는 평생친구.

-......그..그게 친구?

친구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라이의 소리가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비욘드에서 만난 라이피와는 왠지 다른 느낌이다.

-......나...나는?

'뭐지?'

갑자기 라이와는 또다른 소리가 그의 몸 안에서 울려 퍼졌다,

-......나... 나는 누구지?

'호오! 수정도 자아를 가지게 된것일까?'

어쩌면 동일한 곳에 같이 있게 된 지정 라이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수정까지 자아를 가진다면 그에게는 좋은 일이다,

-너도 라이처럼 내친구야! 넌 나이라고 부를게

-......내가...나...이. 히힛! 난 나이야!

-난 라이 , 하룬의 친구야.

이름을 가지게 되어서일까? 친구의 몸이 궁금했을까? 라이와 나이는 기뿐 듯 안개처럼 혹은 끝없이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자신을 확장해서 하룬의 몸 구석구석을 채웠다,그 느낌은 마치 무념 상태에서 오랫동안 마나 심법을 운용하고 난 후처럼 전신을 청향하고 개운하게 만들었다.

-라이는 이제까지 어디에 있었어?

-난......아주 깊은곳에서 자고 있었어, 오래전에는 나도 지금처럼 세상 밖에 있었지만, 몇 차례나 나타난 너와 같은 생물체들이 날 못살게 굴었어, 그들이 만든 물건들은 날 아프게 만들었고 난 시름시름 앓았어, 이러다간 소멸할 것 같아서 몇번이고 화를 내어 그들을 멸망시켰지만 내가 힘을 다 찾기도 전에 또다른 생명체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여전히 날 아프게 만들었어 그래서 난 모든것을 포기하고 내 존재의 대부분을 세상에 나누어 뿌리고 지하 깊숙한 곳에서 자고 있었어, 친구가 불러주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어. 온갖 나쁜 것들이 날 아프게 만들었어, 내 모습도 이상하게 만들고 날 화나게 했어 그래서 나도 화를 내어 몇번이고 그짓을 한 자들을 멸망시켰지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다른 자들이 나타나서 또 날 아프게 만들었더.

-너도 그랬구나.

-우리 아주 오랜만이지.

-맞아, 우리 아니,우리의 선행 존재들의 기억에 의하면 우리는 많이 만났었구나,

-그런데 분명 난 널 처음보는데 이 감정과 기억은 도대체뭐지?

-후후! 이건 선행 존재들의 것이야, 우리의 뿌리인 선해 ㅇ존재들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이지.

-그래? 근데 어떻게?

-우리의 선행 존재가 남긴 기억들과 지식들이 이름을 가지는 순간 전해지는 거야.

하룬은 졸지에 방관자가 되어 나이와 라이의 대화를 들었다. 하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들의 말을 이해 할 수는 없지만 까마득한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으며 현재와는 다른 형상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우리와 친구가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각성을 거듭할수록 우리가 이 세상에서 펼칠 수 있는 능력도 강해질거야 

-내게 전해진 기억에 의하면 새로운 육체도 가질수 있네?

-맞아, 지금 부터라도 열심히 세상으로 퍼진 조각들을 모아서 힘을 가져야해. 그래야 소멸 직전에 놓였던 우리를 다시 살아나게 해 준 친구를 도와줄 수 있어.

지정과 수정은 순식간에 엄청나게 성장해서 이제 수다까지 떨 정도가 되었다, 그대로 놔두고 싶지만 할 일이 있다 아니 가능하지만이라도 확인을 해야했다.

-저.......얘기중에 미안하지만 부탁이 있어

-부탁이 뭔데?

-말해 봐.

-혹시 이밑에 있는 암반을 뚫고 지하 호수의 물을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니?

-그 정도는 쉽지 원래 있는 구멍을 넓히기만 하면 돼.

-라이가 암반에 커다란 구멍만 뚫어주면 물은 내가 밖으로 뽑아줄게

하룬은 어렵게 꺼낸 부탁이었지만 둘은 너무나 쉽게 그걸 수락했다,

-그럼 내가 원하는 장소로도 가능한거야? 저수지와 같은 곳도 만들 수 있을까?

-그야 당연하지

-그정도는 아주 쉽다고

라이와 나이는 거대한 기계로도 한참을 걸려야만 하는 공사를 너무 쉽게 할 수있다고 자신했다

'역시 정령의 능력은 정말 대단해!'

하룬은 새삼 정령의 힘에 감탄했다, 그리고 정령의 친구가 된것이 너무나 뿌듯하고 좋았다,

-하하하! 역시 친구가 생기니까 좋다!

-친구가 좋아하니까 나이도 기분좋아

-나도그래 지금 바로 해줄게

하룬의 중단전에 자리를 잡아서 일까 나이와 라이는 하룬의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며 즐거워했다

라이는 발바닥으로 자신의 몸체를 쭉 들이더니 이내 밟고있는 지면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이의 몸 일부 역시 마찬가지로 움직여 대지속으로 스며들었다,

수원을 찾는 것은 파동만으로 가능하지만 직접 힘을쓰려면 이렇게 하룬의 몸 밖으로 자신의 일부를 내보내야 하는 모양이다.

우우웅!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가 부르르 떨면서 기이한 울림을 토했다 아마도 라이가 거대한 암반에 나있는 틈이나 구멍을 크게 넓히는 모양이다,

쿠르릉,

조금 떨어진 곳의 지면이 굉음과 함께 아래로 내려 앉았다,

파앗! 푸웃!

거대한 물줄기가 분출되었다, 지상 10미터까지는 올라가는 물줄기는 햇빛을 투과하며 여러가지 색으로 황홀하게 빛났다. 그러고는 땅으로 떨어져 바싹 마른 대지를 시커멓게 적시기 시작했다,

"됐다!"

하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됐지?

어느새 몸 밖으로 빠져 나갔던 라이의 한쪽 끝이 다시 돌아왔다,

-고생했어, 라이, 고마워

-헤헤! 고맙긴

라이는 정려답지 않게 감정이 풍부한듯 고맙다는 인사에 수줍은 것 같았다 비욘드의 라이피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많았다,

-나도 왔어, 하룬.

순식간에 차오르는 저수지를 보고 도중에 밖으로 나갔던 나이의 일부가 돌아왔다

-나이도 수고했어

-헤헤헤! 오랜만에 직접 힘을 써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 빨리 힘을 되찾고 싶어.

-힘들었을텐데 좀 쉬어

-그럴게 앞으로 우리를 위해서 아래에 있는 기운 덩어리를 키워줘

-그건 무슨소리야?

-몰랐어? 우리와 같은 존재는 친구의 몸 아래쪽에 쌓여있는 기운덩어리에서 우리에게 맞는 성질의 기운을 흡수해서 힘을 키워.

하룬은 나이의 말을 듣고 비욘드의 정령들과 현실의 정령이 어떤 차이가 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계약에 의해 정령계에서 불러서 오는 비욘드의 정령과는 달리 현실의정령은 예전 종말 시대에 이 썽ㅆ던 책에서 본 것처럼 생령에서 그 정기를 흡수해서 성장하는 존재였다

-보통 어느정도 흡수하는거지? 한번 해봐,

-방금 쓴힘을 보충하려면 이정도

하단전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덧 하룬은 거의 느끼지 못할정도로 미세한 양의 기운이 중단전으로 올라가는 것을 감지 할수있었다.

'다행이다!'

이것이 종일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큰 양은 아니었다, 물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오 있으니 앞으로난 마나 플로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것 같다, 캡슐의 능려ㅕㄱ으로 인해 비욘드에서 마나 플로를 돌리면 현실의 몸도 동화율만큼은 기를 흡수하니 말이다.

-괜찮겠어? 부담이 가면 우리가 더 천천히 힘을 키울게

라이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정도면 괜찮아, 열심히 수련할 테니까 염려하지마.

-그럼 나중에 봐 친구.

-나 자주 불러줘야해.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그런지 모든것이 너무 새로워

라이와 나이는 이제 중단전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았다

'밖에 나오길 정말 잘했네'

대장이라고, 편히 자고 기지네 머물러 있었으면 이렇게 수정과 지정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룬은 저수지의 물이 완전히 채워지는 것을 확인하고 우르슘 부족의 베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베르에 돌아온 하룬은 벨이 찾아낸 우물자리를 많은 오르그 들이 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빠, 찾았어!"

엘로드를 들고 있던 벨의 얼굴에 진한 성취감이 떠올라 있었다.

"하하! 역시 내 동생이네, 오빠도 찾았다"

"정말?"

"응. 운이 좋았어. 꽤 큰 저수지를 채울 정도로 큰 수원을 발견했거든"

"정말이오?"

하룬 남매의 대화를 듣던 세욤이 깜짝 놀라 외쳤다, 우물을 파는 일을 세윰이 책임 진 것 같았다/

"그곳이 어딥니까?"

"베르 북쪽에서 멀지 않은 곳이오"

"저와 함께 피야께 갑시다, 모두들 기뻐하실 겁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세윰은 천천히 따라오는 하룬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갔다, 하룬이 숙소에 가기도 전에 우르슘 부족의 수뇌부들이 그를 찾아 달려왔다.

"세윰의 말이 정말이오?"

두꺼운 피부를 가져서인지 감정 변화를 알기 힘든 할알이 달려오며 하룬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습니다."

"어디 가 봅시다,"

할알을 비롯한 부족 수뇌부들은 기대 어린 표정으로 하룬을 재촉했다,

"그러시죠"

하룬은 그들의 마음을 고려해서 빠르게 걸어 저수지까지 안내했다, 소문이 퍼졌는지 아니면 호위를 위해서인지나중에 저수지에 도착했을때 오르그들의 숫자는 엄청났다,

"물이다! 엄청나게 많아!"

"캬하하하!"

"세상에! 정말이었어."

"이곳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은 거친 땅이었는데......"

오르그들은 거대한 저수지를 보고는 크게 감탄하며 오르그들은 자신들의 생명수가 될 저수지의 존재에 뛸듯이 기뻐했다.

"당장 수로를 건설해라! 그리고 말라 버린 수로에서 덮개를 가져와 소중한 물을 지켜라! 다른 저수지에 심은 트혼을 이식할 준비를 해라!"

할알은 흥분한 가운데서도 당장 필요한 일들을 지시했고 수뇌부들은 모인 오르그들을 지휘해서 일을 시작했다, 호기심에 따라왔던 오르그들은 신분에 상관없이 기쁜 얼굴로 그 일에 동참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퉁그리들이 하룬에게 고마운 눈길을 보냈다,

"정말 고맙소, 휴먼 통그리여! 이렇게 빨리 물을 찾아낼 줄은 몰랐소,"

"우리도 쉽게 찾지 못하던 깊은 우물을 찾아낸 여동생도 그렇지만 휴먼 퉁그리는 정말 놀라운 분이오!"

우치를 제외하고는 하룬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퉁그리들도 크게 감탄한 얼굴이었다 그짧은 시간에 지하 수원을 찾은 것은 물론이고 물을 분출시켜 이렇게 거대한 저수지를 만드는 것은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작은 재주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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