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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화.대원들의 죽음 (212/278)

                                                     [[대원들의 죽음]]

서두른다고 서두르긴 했지만 블레이저 수십 마리의 시체가 풍기는 냄새는 이내 다른 마수들을 유혹했다. 게다가 마정석을 찾는다고 마수들의 머리통을 모두 부수어 놓은 터라 바닥에는 놈들의 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라이피가 정상이었다면 땅을 갈아 버려 놈들의 사체를 모두 묻어 버렸을 테지만 아쉽게도 정령들의 상태도 최악이었던 터라 놔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실크루라고 불리는 육식 거미들이 따라 붙었다. 숲전체에 진동을 하는 피 냄새에 마수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숲전체에 진동하는 피 냄새에 마수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실크루는 거미와 비슷하게 생긴 두려운 마수였다. 상급 마수는 아니었지만 그 능력은 두려울 정도였다. 크기는 손바닥 정도였지만 놈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발사되는 현란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독액은 신경에 즉각적으로 작용했고 한번 도약할 때마다 3미터는 족히 움직일 수 있어 어지간한 맹수나 마수는 놈이 쏘는 독액을 피할 수 없었다.

놈들이 거대한 나무 사이에서 홀연히 나타났다. 그리고 일행이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는 입을 통해 독액을 발사했다.

핑! 핑! 핑!

마치 현실에 있는 입자건이 발사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끼악!"

"큭!"

에리피안과 마리가 결국 놈이 쓴 독액에 맞고 말았다. 등과 옆구리에 독액에 맞은 둘의 몸은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 급격하게 경직되어 버렸다. 독액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사 되었는지 같은 마수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니켄, 마법! 겨루와 방커는 둘을 업어!"

가장 앞쪽에서 달리고 있던 하룬이 멈추고 소리를 지르자 걸음을 멈춘 겨루와 방커가 몸을 돌려 달려가 경직되어 있는 둘을 없었다.

그 짧은 사이에 수십 마리의 실크루가 일행을 향해 일제히 독액을 쏘았다.

"흑! 실드! 다크 실드!"

그동안 숲을 달리며 도망치는 와중에 꼴이 엉망이된 니켄이 급하게 일행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실드를 중첩해서 쳤다.

치지직!

분명 신경독임에도 불구하고 흑마력으로 만들어진 이중 실드가 대번에 구멍이 뚫리면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한 번 만 더 맞으면 실드가 다 녹아 버릴 것이다. 흑마력이 달리는 니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제기랄!"

하룬은 정찰에 소홀했던 것을 자책하며 짧은 순간 궁리를 했다. 아직 정령들은 힘을 되찾지 못했다. 블레이져만들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놈들이니 검이나 비수도 큰 역활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 성수라면?'

이제 까지는 성수를 떠올릴 여유도 없이 마수들의 공격을 받았기에 그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다크실드! 다크실드!"

실드가 녹아내리자 니켄이 악을 쓰면 마법을 펼쳤다. 니켄의 마법은 하룬에게 성배를 꺼내 성수를 만들 시간을 주었다.

하룬은 나이아를 소환하는 동시에 위터 레인을 펼치도록 했다.

쏴아악!

울창한 숲속에 갑작이 푸른색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비는 일행을 중심으로 반경 40미터의 공간에만 내리는 특별한 비였다.

끄륵! 끼르릇!

신성력이 포함된 비를 맞은 실크루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놈들의 비명은 듣는 상배방의 청각을 완전히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고통을 주었다. 일행은 일제히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바닥에 굴렀다.

하룬은 오만상을 쓰면서도 다시 성수를 만들어 나이아로 하여금 수막으로 놈들을 전부 감싸도록 했다. 그러자 겨우 그 끔찍한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휴우! 겨우 살았네."

아직도 머릿속이 엉망이었지만 수막 속의 실크루가 다 쓰러진 것을 확인한 겨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룬은 지친 나이아를 불러들이고 대신 싸가지를 소환했다.

-놈들의 독을 흡수해.

-헤헤! 정말 끝내주는 최고의 신경독이자 약이군. 

하룬은 싸가지의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약이라고?

-응, 주인.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임과 동시에 신진대사를 평소보다 수십 배는 활성화시켜 주는 약이야. 그 조그만 마수는 저 액체를 먹잇감에 발사해서 동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포화된 먹잇감을 싱싱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는 거지.

싸가지의 말을 듣는 동안 뭔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 그럼 부상자들에게 저걸 포션과 함께 사용하면 고통을 주지 않고 회복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겠는걸.'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시험해 볼 여지는 충분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싸가지는 처음 보는 구슬을 꺼내 실크루의 독낭은 물론 주변에 떨어진 독액을 모두 빨아들였다.

-그건 뭐냐. 싸가지?

-헤헤헤! 이제 내 경지가 좀 올라가서 오염 물질과 독을 분리할 수 있게 되었거든. 내가 원래 순수체라서 물질을 이루는 모든 마나를 전부 다 흡수할 수 있는데 이제는 종류별로 나누어 흡수하려고. 이건 독이 쌓여 만들어진 구슬이야.

녀석이 왜 분리해서 흡수를 하는지. 그 구슬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 의문을 풀 때가 아니었다.

-에리피안과 마리의 몸속에 침투한 독은 흡수한 거야? 

그 둘이 아직도 경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묻는 것이다.

-워낙 강력한 신경독이라 피부의 모세혈관을 통해 이미 심장 근처까지 이동한 상태라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녀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성수에 젖어 있는 실크루들은 이미 모두 죽은 상태였다.

둘의 상처 부위에 성수를 몇 방울 떨어뜨린 후 가까이 접근해서 살펴본 실크루는 무척 기괴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성인 손바닥 반만 한 크기의 몸은 절반은 머리통이고 나머지가 몸통이었는데 구별하기가 힘들었으며 몸과 다리에는 길고 질긴 털이 잔뜩 나 있었다. 가늘고 긴 다리가 네 쌍이었는데 앞다리 한 쌍은 마치 팔처럼 짧았고 세 갈래로 갈라진 손가락과 비슷한 부위도 있었다.

'타란튤라와 비슷한 육식 거미가 마기에 노출되어 마수화된 것일까?'

누구도 대답해 줄 수는 없지만 거미와 다른 것도 많았다. 몸의 절반을 차지하는 머리통과 그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입과 밖으로 빠져나온 긴 송곳니와 날카로운 이빨들은 거미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동 속도도 엄청났지.'

세 쌍의 다리를 이용해 걷는 대신 3미터 정도나 도약하여 움직이는 것은 차라리 벼룩과 비슷했다. 체고가 겨우 10센티미터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자기 몸의 서른 배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하룬은 발에 마나를 주입해서 놈의 몸을 꽁지부위부터 힘을 가해 밟았다.

빠직! 찌익!

그로테스크한 소리와 함께 놈의 벌어진 입을 통해 몸 안의 장기와 가능게 생긱 뼈가 연푸른 색깔의 마정석과 함께 빠져나왔다. 마정석의 그 크기가 몸에 비하면 상당히 큰 편이었다.

'이것은 쓸모가 있을까?'

몸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빠져나온 상태라 가죽만 남았는데 성수의 영향인지 마정석의 색깔처럼 변해 있었다.

하룬은 시험 삼아 비수 한 자루를 꺼내 마나를 주입해서 손바닥 크기의 실크루 가죽을 베어 보았다.

"호오!"

하룬은 탄성을 질렀다. 상당한 양의 마나를 주입해서 만들어 낸 검기에도 불구하고 실크루의 가죽은 잘 베이지 않았고 방법을 바꾸어 찔러 보았는데 그 역시 쉽게 찢기지 않았던 것이다.

'크기는 작지만 이제까지 맞닥뜨린 마수 가죽들 중 가장 질기네.'

실크루 가죽의 효용을 찾아낸 하룬은 일일이 발로 밟아 몸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큰 입을 통해 밖으로 빼내어 따로 모아 두었다.

그가 실크루 가죽과 마정석을 모두 거두어 아공간에 넣었을 때가 되어서야 마리와 에리피안의 마비되었던 몸이 풀렸다.

"몸은 괜찮아?"

방커가 부축하고 있는 마리를 향해 그윽한 눈빛을 던지며 물었다.

"괜찮은 거 같아."

이 상황에서도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는 마리였다.

"야! 정분은 나중에 시간 나면 안전한 곳에서 나누고 당장 움직여야 해!"

겨루의 말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떨어졌다.

"흐흐흐! 좋을 때……."

니켄이 뭐라고 농담을 하려는 순간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딱! 딱! 딱!

마수의 힘을 끌어 올린 하룬은 그것이 수백 마리가 넘는 실크루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실크루가 수백이 넘는다! 모두 뛰어!"

하룬의 고함에 일행은 전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룬 일행은 다행히 실크루를 뿌리치고 안전한 곳을 찾았다. 거대한 아그다왓트 나무의 뿌리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하루를 꼬박 쉰 다음에야 대원들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하루를 보낸 것은 대원들의 상태때문이 아니라 주변 상황이 그만큼 위험해서였다. 정찰을 나선 하룬은 숲 천체에 넘치고 있는 마수들의 살기에 몸과 마음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쨌든 하루를 쉬어서 그런지 원기를 회복한 하룬 일행은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뭐가 나올지 몰라 꼼꼼하게 정찰을 하는 바람에 이동하는 속도는 느렸지만 긴장으로 인해 반나절을 꼬박 움직인 일행은 무척이나 지쳐 있었다.

"힘내요. 얼마 안 남았어요."

에리피안은 헉헉거리면서도 오르막길을 빠르게 걸었다. 도대체 똑같은 풍경이건만 뭘 보고 그렇게 말하는 건지는 몰라도 그녀의 말은 지칠대로 지친 하룬 일행에게 작은 격려가 되었다.

하지만 마수와 조우하지 않고 반나절을 무사히 온 것이 일행이 가진 행운의 전부였다.

쐐액! 쐐액!

느닷없이 나무 위에서 붉은 화염 창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다크 실드!"

니켄이 펼치 다크 실드의 크기가 크지 않아다면 혼자만 뒤에 처져 있던 방커는 화염 창에 꿰뚫리고 말았을 것이다.

빠각! 빡!

검은색의 실드는 백마법사들이 펼치는 실드에 비해 그 강도가 높았지만 일시에 쏟아지는 수십 자루의 화염 창을 모두 막아 내지는 못했다.

"피햇!"

니켄은 실드가 깨져 나가자 일행에게 주의를 주며 자신은 블링크로 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이전의 전투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끼욧!

겨루는 실드가 깨지는 동시에 나뭇가지에서 있는 한 놈의 몸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전력을 기울여 검을 휘둘렀다.

깨륵!

성공이다. 겨루의 앞에 나타난 블레이져는 자신의 이동속도 때문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서 가슴까지 검에 베인 것이다.

"흐흐흐!"

겨루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블레이져와 싸웠던 장면을 복기했던 겨루는 놈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반응하면 늦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놈들이 공간 이동을 하기 전에 마치 크게 떠는 것처럼 몸이 흔들린다는 것도 역시 알 수 있었다.

그만이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정보는 모두와 공유했떤 것이다. 그 결과 방커의 배틀엑스에 머리통이 날아가는 블레이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매직 미사일!"

니켄의 낭랑한 주문과 함께 10발의 매직 미사일이 허깨비처럼 흔들리며 이동하는 블레이져를 향해 날아갔다.

피쓩! 피쓩!

마리의 철시 5발이 거의 차이 없이 넓은 간격을 유지한 채 날아가는 매직 미사일 사이로 날아갔다. 일부러 미세하게 속도를 조절해서 블레이져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같은 속도로 맟춪 철시는 마나가 주입되어 그 촉이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끼앗!

끼악!

징그러운 비명과 함께 블레이져 2마리가 철시에 꿰뚤린 모습으로 쓰러졌다. 아무리 공간 이동을 하는 놈들이라도 실채가 있는 이상 매직 미사일 사이로 5발이나 날아간 철시를 피하기는 힘들었다.

하룬도 가많이 있지는 않았다. 마나 플로를 운용하지 못한터라 정상 상태에 비하면 마나량이 절반밖에 없었지만 마나를 운용하는 건 무리가 없었다.

하룬은 마나 소모가 극심한 메신저 스킬을 펼치는 대신 마나를 주입한 단검과 비수를 마리의 철시처럼 매직 미사일 사이를 노리고 한번에 5자루씩 던졌다.

에리피안도 이곳까지 오면서 급조한 나무 화살이지만 같은 방식으로 공격했다.

그 공격 방법은 효과적이어서 삽시간에 10마리가 넘는 블레이져를 죽일 수 있었다.

"헉! 헉!"

"아무래도 안 되겠어!"

너무 지친 것이 문제였다. 있는 대로 마나를 끌어 올려 공격을 감행한 하룬 일행은 금방 지치고 말았다.

깨르르르!

일행을 에워싼 수십 마리의 블레이져들이 일제히 피어를 내지르자 숲 전체가 공포에 질려 떨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에 분노했던 것일까?

처음보다 더 빠르게 위치를 이동해서 마치 나무 사이에 검은색 커튼이 쳐진 것처럼 보이는 블레이져들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가늘고 긴 창을 입으로 발사했다. 그런데 그 속도는 마리가 근거리에서 날리는 철시의 속도와 비견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불의 마나를 몸 안에 축적하는 마수 블레이져의 강력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순식간에 눈앞까지 날아오는 화염 창을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한 겨루와 방커는 없던 힘까지 끌어 올려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다.

파앙! 파앙!

"크윽!"

겨루와 방커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며 비명과 함께 시커멓게 죽은 피를 토해 냈다. 화염 창의 열기와 예기보다 그것에 실린 힘이 마나를 주입한 자신들의 무기보다 더 컸던 것이다.

니켄은 감히 화염 창을 맞받거나 실드를 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연방 블링크를 펼치며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리피안은 불안하긴 하지만 빠른 몸놀림과 니켄이 간간이 공격 마법으로 도아주는 덕분에 간신히 화염창을 피하고 있었다.

하룬은 그나마 덜 지쳤던 나이아를 소환해서 놈들에게 아이스 에로우를 날리도록 했다. 화염 창을 피하는 건 이제 막 활성화시킨 마수의 힘으로 어찌어찌할 수 있었다.

일단 블레이져가 화염 창을 발사하게 되면서 전황은 단숨에 바뀌었다. 놈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쉴 새 없이 발사되는 화염 창을 피하는 것도 힘들었던 것이다.

깡! 깡! 깡!

마리가 날린 철시는 놈의 붉은 몸통을 맞추었지만 쇠가 부딪히는 금속성과 함께 튕겨 나왔다. 촉은 물론 나중에는 철시 전체가 오러에 휩싸였지만 그래 봐야 겨우 촉이 박힐 뿐 놈의 가죽은 화살이 꿰뚫을 수 없었다.

블레이져들은 자꾸 자신들을 귀찮게 만드는 철시를 날리는 마리가 성가신지 10마리 정도가 한꺼번에 그녀를 향해 화염 창을 쏘았 댔다.

슉! 슉! 슉!

마리였다.

블레이져를 향해 바달이 난 마나를 겨우 주입해서 간간이 철시를 날리던 마리는 10발이나 되는 화염 창을 피하지 못했다. 화염 창에 꿰뚫린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마리야!"

방커가 브통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엄청난 고열의 화염은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태워 버렸다. 화염이 사라진 곳에는 몇개의 아이템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빛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이노~옴!"

마리의 죽음에 광분한 방커의 도끼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오러를 발산하며 잠시 한눈을 판 블레이져의 옆구리를 베었지만 대신 다른 놈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퍼억!

"아악!"

전력을 다해 가한 공격에도 놈을 어찌하지 못하자 잠시 넋을 놓았던 방커는 이내 분노한 블레이져의 앞발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무려 10여 미터를 튕겨 나갔다.

"방커!"

겨루가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방커는 몇 번 몸을 꿈틀대다가 결국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엎어지고 말았다. 얼마나 강력한 힘에 격타당했는지 방커의 옆구리는 깊이 함몰되어 있었다. 함몰 정도로 보아 갈비뼈들은 모두 부러졌을 것이고 오공으로 피를 토하는 것이 심장이 파열된 것 같았다.

이제까지 용케 이곳까지 오면서 살아남은 마리와 방커의 허망한 죽음이었지만 그래도 그들 덕분에 니켄이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은 벌어 주었다.

"다크 핸드!"

니켄의 몸 주변에서 시커먼 안개가 뭉클 솟아오르고 그것이 거대한 손이 되어 블레이져의 머리통을 쥐었다.

크르르!

블레이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휘둘러 검은 손을 후려 쳤지만 안개처럼 흩어졌다가 이내 다시 재 모양을 회복했다. 거대한 검은 손은 블레이져의 머리통을 움켜쥔 상태로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크 핸드는 다른 마법과는 달리 시전자와 연결된 상태로 발휘되는 것으로 막대한 흑마력을 요구되는 터라 니켄의 얼굴에는 금방 땀이 흐르고 있었다.

"죽어!"

다른 마수 같았으면 벌써 머리통이 으스러져 죽었을 텐데 블레이져의 뼈와 가죽의 방어력은 상상을 불허했다. 니켄은 이를 악물고 흑마력을 끌어 올렸다. 마나 고리가 어느새 가늘어지는 것이 힘이 달렸지만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다크핸드를 후려치는 블레이져의 무시무시한 눈빛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으니 끝짱을 봐야 했다.

"꺄악!"

니켄이 다크 핸드에 전력을 기울이는 사이에 결국 그의 보호를 받던 에리피안이 세자르의 화염 창을 피하지 못했다. 그녀의 몸은 금방 화염에 휩싸이고 말았다.

끼르르.

블레이져들은 팔짝거리며 먹이가 화염에 휩싸인 것을 안타까워했다. 놈들은 위험하지 않으면 화염 창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번 화염 창에 맞은 상대는 여지없이 시꺼멓게 타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룬은 마리와 방커에 이어 이제까지 잘 버티던 에리피안까지 죽는 상황이 되자 미칠 것 같았찌만 오히려 마음을 더 차분하게 먹고 전장을 흩어보았다.

"조심해!"

하룬과 한 조를 이루어 다른 블레이져를 상대하던 겨루가 두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또 다른 화를 초래했다.

슉! 슉! 슉!

블레이져의 입에서 쏘아지는 화염탄의 속도는 마리가 날리던 철시와 비슷해서 지척까지 이동한 놈을 상대하며 분노에 이성을 잃은 겨루로서는 피할 수가 없었다.

화르르.

카악!

순식간에 겨루의 몸이 화염에 휩싸였다. 머리에 화염탄을 직격당한 겨루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불에 타고 말았다.

휘리릿.

이번에는 자신이 목표인 듯 10발이 넘는 화염 창 공격을 겨루의 몸에 붙은 화염 뒤로 피한 하룬은 겨우 자신이 가진 능력 중 가장 강한 검술을 펼칠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룬은 이질적인 두 마나를 박살을 잡은 양손에 주입시킴과 동시에 손바닥 중심에 모으고 의념으로 강하게 회전시켜 밀도를 높였다가 한순간에 박살로 주입했다.

"익스플로젼 소드!"

꽝!

광렬한 폭발음과 함께 하룬의 앞쪽 공간이 이지러지더니 블레이져들이 나무와 함께 사라졌다.

어느새 빛 모래가 되어버린 겨루의 몸과 전방 10미터의 부채꼴 공간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흐읍!"

창졸간이었지만 마나 오션에 남은 마나를 거의 다 쥐어짜서 익스플로젼 소드를 펼쳤기에 하룬은 가벼운 신음과 함께 비틀거렸다. 마나 오션이 텅 빈 후유증이었다.

'죽었겠지?'

하룬은 비틀거리면 일어나 니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에리피안도 그렇고 세 대원이 비록 이방인이라 부활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능력이 한번에 20%나 다운되는 피해를 입었으니 놈들도 처참하게 죽어야만 했다.

눈에 피가 흘러나온 걸까? 아니면 자신이 펼친 익스플로젼 소드 때문에 발생한 먼지가 눈에 들어간 것일까? 하룬은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쿠르르.

비틀거리면서도 조금씩 발걸음을 때던 하룬의 몸이 움찍하며 멈춰 섰다. 블레이져 특유으; 피어가 들렸던 것이다.

'니켄이 다 해치우지 못한 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니켄은 3마리를 상대로 다크 핸드를 펼치고 있었다. 그의 실력이나 다크 핸드의 위력이면 그 정도는 다 해치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럼 혹시 니켄도?'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한 상태지만 등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예기와 열기에 하룬은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은 몸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타앗!"

하룬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몸을 뒤집으며 황급히 소매로 눈을 비벼 억지로 눈을 떴다. 다행히 눈에서 피가 나는 것은 아니고 흙먼지를 흠뻑 덮어쓴 것이라 흐릿하게나마 사물을 인식할 수 잇었다.

"니켄!"

얼마 전까지 다크 핸드를 펼쳐 블레이져 3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던 니켄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미동도 없는 것을 보면 죽은것 같았다. 니켄의 주위로는 머리통이 짓이겨진 블레이져 5마리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깨릇!

소름 끼치는 피어와 함께 등 뒤에서 화염 창을 쏘았던 블레이져가 그의 전방에 모습을 보였다.

'블레이져 로드인가?'

다른 블레이져에 비해현격하게 큰 몸체도 그렇고 머리통에 삐죽 솟아오른 뿔을 가진 블레이져의 눈에서는 그 빛만으로도 자신을 죽일 것 같은 흉흉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슉! 슉! 슉!

놈의 눈빛이 강렬해진다 싶더니 놈이 자신을 향해 공간 이동을 해 오면서 화염 창을 쏘았다. 보통 1발이 전부인데 이놈은 연속 3발을 발사했는데 피할 것까지 고려해서 나란히 날아왔다.

'빌어먹을!'

늘력이 올라간 터라 동체 시력은 그 화염 창들이 날아오는 속도와 궤적을 알게 해 주었지만 몸에는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급했다.

-위신느, 날 위로!

의념이 전해지자마자 아래로 떨어져 내리던 하룬의 몸이 누가 잡아채서 끌어 올린 것처럼 위로 쑤욱 올라갔다. 중력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그 모습에 블레이져의 붉은 안광도 크게 흔들렸다.

-피닉스!

하룬은 급한 대로 손이 잡히는 비수를 던지며 피닉스를 소환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기에 피닉스는 위신느가 그랬듯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날아가는 비수와 동화되었다.

푹!

이제까지 검기나 시기에도 뚫리지 않았던 블레이저의 가죽이 기어코 뚫렸다. 피닉스가 동화된 비수는 극한의 열기를 발산한 상태로 놈의 몸통에 깊이 박혔다.

꾸워어어!

몸통에 비수가 박히는 순간 블레이저는 분노가 깃든 피어를 내지르더니 하룬을 향해 다시 5발의 화염 창을 발사했다.

그 자신의 정령력을 거의 다 소진한 위신느에 의해 공중에 뜬 상태로 있던 하룬으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놈의 영악한 자성은 5발의 화염 창으로 하여금 하룬이 피할 수 있는 범위를 모두 감싸는 화망을 만들었던 것이다.

맞는 순간 화염에 휩싸여 순식간에 뼈까지 타 버리는 고열의 화염 창에 맞으면 하룬도 죽고 만다.

'물론 맞는다고 진ㅉ로 죽는 것은 아니지……. 헙! 동화율!'

하룬은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능했다. 죽는 순간은 지내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던 말이 떠올랐다.

'안 돼!'

하룬이 강렬한 의지를 발하는 순간 라이피가 수백 개의 흙창을 세워 방어막을 만들었고 나이아가 하룬의 몸을 수막으로 감쌌다. 너무 급해서 정령체로 만든 방어막이었다.

콰과광! 퍼버벗!

창졸간에 라이피가 만든 흙 창은 강한 충돌은과 함께 화염 창에 부러졌고 수막 위로 수십 개로 부서진 화염창이 쏟아졌다.

-크윽!

-큭!

라이피는 엄청난 고열의 화염 창에 직격당한 충격으로 비명을 질렀고 그를 들어올리고 있던 나이아도 충격을 받았다.

쿵!

하룬의 몸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룬은 떨어진 충격에 골이 다 울리는 기분이었지만 통증을 무시하고 바닥을 구르며 일어났다.

"휴우!"

놈의 추가 공격을 대비하던 하룬은 몸에서 힘을 풀었다.

화르르!

하룬에게 마지막 공격을 가하던 블레이져 로드가 화염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룬은 다급하게 피닉스에게 의념을 전했다.

-어때?

-이놈 정말 엄청난 놈이에요. 내 청화로도 가죽조차 태우기 힘들었는데 의외로 턱 아래에 폭발성 물질이 잔뜩 품고 있어 발화시켰더니 이제 스스로 타고 있어요.

이제는 상황 끝이다. 화염에 휩싸여 근처의 나무들을 향해 돌진하거나 바닥을 굴러 보는 등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놈의 움직임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었다.

-모두 고생했어! 이제 됐으니까 다들 내 몸속으로 돌아가 부상을 치료해!

-위헙했어요. 조금만 더 지났으면 우리 모두가 소멸 직전까지 몰렸을 거에요.

다들 처음 당하는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아니면 그 정도로 부상이 심한 것인지 몰라도 피닉스 빼고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하룬은 상급 마나 포션과 체력 포션을 연속으로 마신 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무서운 마수로군."

수천 년이 넘도록 마수를 사냥하며 살아온 산악 부족들도 겁을 먹을 정도로 상급 마수들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놈들도 그렇디만 특히 블레이져는 강력한 방어력을 지닌 가죽과 함께 화염 창이나 화염 화살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더욱더 강력한 마수였다.

하룬은 이제 움직임이지 않고 화염에 휩싸여 타고 있는 블레이져를 잠시 쳐다본 후 대원들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만나면 돌려주가 위해서였다. 부활지점 설정을 자신의 곁이 아닌 코엠 성으로 설정했으니 당분간 볼 수 없었다.

'나중에 한가해지면 동화율을 다시 설정해야겠다.'

세 대원에게는 동화율을 40% 이하로 설정하라고 해 놓고 자신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평소 어느 정도의 동화율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지조차 관심이 없었던 하룬이었다.

하룬은 대원들의 아이템을 모두 수습한 후 에리피안의 사체로 향했다.

에리피안의 생전의 아름다운 모습 대신 새까맣게 탄 모습이었다. 고열에 탄 그녀의 사체는 무척이나 왜소했다.

크게 정이 든 사이도 아니고 원래 감정이 메마른 편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슬픈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다만 파인 홈을 지척에 두고 죽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잘 가, 에리피안. 네 염원은 내가 이어서 이루어 줄 께."

하룬은 에리피안의 사체에서 그녀가 말한 신물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목걸이었다. 어떤 것을 재료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지독한 화염에서도 전혀 손상이 되지 않은 목걸이의 팬던트는 영롱한 광채와 함께 상쾌하고 순수한 기운이 느껴졌다.

매장을 해 주고 싶었지만 지금도 간신히 운신할 정도의 힘 밖에 없는 터라 그것은 기운을 차린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자신의 익스플로젼 소드에 의해 죽은 블레이져들의 사체로 다가갔다.

'끔찍하군!'

블레이져의 몸은 그야말로 난장이 되어 있었다. 강력한 폭발로 인해 놈들의 사체는 뼈만 겨우 남은 상태였다. 상과 가죽은 사방으로 터져나가 단단한 머리통만이 겨우 그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하룬은 지친 가운데서도 마정석들을 빠짐없이 수거했디. 가죽까지 챙길 힘은 없었다. 그나마 격전 중에 엉망이 된 놈들이 많아 다행이었다.

마지막으로 로드로 추정되는 블레이져의 머리통에서 주먹 크기의 마정석을 수거한 하룬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이 무너졌다.

털썩!

몸이 너무 무거웠다. 이젠 정말 지칠 대로 지쳤다. 손가락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마정석을 모두 아공간에 넣은 하룬은 상급의 마나 포션과 체력 포션을 꺼내 마시며 싸가지에게 의념을 보냈다.

-싸가지야.

-왜, 주인?

의념이지만 하룬은 녀석이 평소와는 다르게 많이 지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순화시킨 상급 마정석이 있니?

-시간이 없어서 이제까지 슐레츠에게서 얻은 마정석중 세 개밖에 순화시키지 못했어.

-그래도 다행이다. 그거 나한테 줘.

-뭐하게, 주인?

-아무래도 내 힘을 더 올려야 겠어.

-알았어, 주인.

싸가지는 하룬의 말에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고 상급 순정석을 내놓았다.

'이게 상급의 순정석이군."

알사탕 크기의 마정석은 그 어떤 마수의 것보다 훨씬 더 영롱했다. 하룬은 그 광채를 감상할 여유도 없이 차례로 세 개의 순정석을 먹었다. 그 크기 때문에 조금 걱정을 했지만 일단 입안에 들어가 침에 닿는 순정석들은 금방 녹아 목을 넘어갔다.

하루은 아공간에서 일레인 황녀에게 받은 정령석 다섯개를 꺼내 모두 삼켰다. 이전에 복용했던 정령석들은 이미 쌀알만큼 작아져 있었던 것이다. 

의식을 내부로 돌린 하룬은 정령석들이 미들 오션에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 녹은 순정석의 자취를 찾았다.

'오오! 괭장한데.'

녹은 순정석에 막대한 마나가 뿜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마나 플로를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그 시도는 불가능했다. 마나 오션이 텅 빈 것은 물론이고 마나 로드중 상당 부분이 찢어지거나 막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막대한 마나를 흡수했으니 큰일이다. 하룬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세 개의 순정석이 녹은 물체에 의지를 부여해 단단하게 만들었다.

'성공이다.'

순수한 상태의 마나였기에 망정이지 불순물이 섞여 있어 그의 의지대로 통제되지 않았다면 막대한 양의 마나는 엉망이 된 그의 몸을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사태를 악화시켰을 것이다.

하룬은 다시 눈을 뜨고 내상 포션을 찾아 단숨에 마셔 버렸다.

'나이아가 힘을 좀 회복하면 치료를 해 달라고 해야겠어.'

마나가 어느 정도만 있어도 자신의 몸을 자가 치료를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이아의 진동 치료술은 내상에는 최고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차라리 잘됐어. 이런 곳에서 마나 플로를 돌릴 생각을 하다니 나도 미쳤지.'

이런 곳에서 마나 플로를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인 것이다. 차라리 아바타의 내상이 어느 정도 치료가 될 때까지 로그아웃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직 힘이 다 돌아오지 않아 몸을 일으키는 것도 꽤 힘이 들었지만 안간힘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난 하룬의 몸이 순간적으로 휘청하더니 결국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니……켄인?'

흐려져 가는 그의 망막에 비친 것은 틀림없이 니켄이었다. 죽은 죽로 알았던 니켄이 멀쩡하게 살아 자신을 향해 수인을 맺은 상태로 뭔가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본 것을 끝으로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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