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5화.거래 (206/278)

 <거래>

 "안 오려나?"

 "아니, 올 거에요."

 아버지 해마루의 말에 해수련은 누군가 올 것을 확신했다.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유니온과 GPC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해수련은 나름 사람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녀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이의 마음을 알아차리는것이었다.

 상대의 속을 알아차리는 능력과 경험이 더해지니 그녀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해마루는 그런 딸의 능력을 믿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조금 달랐다. 현실이 아닌 비욘드 내에서 한 약속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직접 가문의 힘을 동원해서 이곳으로 접근하는 자들을 예의 주시했지만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네가 그렇다니 맞겠지만 첩보망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해마루는 그 위치나 신분으로 보아 굳이 이곳에 나올 필요는 없었지만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룬이 넘겨준 정보는 그 정도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 절반의 정보가 더해진다면 해가는 앞으로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이다.

 그들 부녀의 앞에는 작은 산더미만큼 물건이 쌓여 있었는데 그것들은 하룬이 요구한 거래 품목들이었다.

 약속한 시간.

 폐발전소와 마른풀이 드문드문한 황무지가 만들어 낸 황량한 풍경 속으로 먼지바람을 뚫고 점 다섯 개가 나타났다. 마치 땅에서 솟아난 듯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듯 나타난 다섯 개의 점은 가까워지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보였다.

 "도대체 어디서……?"

 "방호벽 쪽에서 오는 것을 보니 유니온 밖이구나."

 유니온 밖에 근거지가 있다고 듣긴 했지만 설마 진짜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상단 호위를 위한 조직들은 모두 유니온 안에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들 부녀도 돌풍 용병대가 유니온 안에 둥지를 틀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었다.

 "그 친구 말이 사실이었군."

 최근 들어 그 숫자를 불리고 있는 변종 생물들 때문에 기존의 아우터들도 깊은 산속으로 피신하는 상황이라 유니온 근처에 근거지가 있다는 말을 의심했는데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런 것 같아요. 놀라운 일이네요."

 유니온 밖에서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힘을 알수 있기에 그들 부녀는 돌풍 용병대라는 신생 단체에 감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특이한 전투 슈트를 착용한 그들의 성별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중 1명이 앞으로 나섰다.

 "이번 거래를 맡은 아리라고 합니다."

 "난 해가의 수련이에요."

 수련은 상대방이 어두운 회색 전투 슈트로 전신을 가려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지만 몸매의 굴곡과 목소리를 듣고 자신처럼 젊은 여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앞으로 나섰다.

 "돌풍 용병대?"

 "네. 용병대 참모를 맡고 있어요."

 선두에 있던 휴먼이 헬멧의 가드를 올린 순간 해마루와 해수련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수련 또래로 보이는 여자는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굉장한 미모로군.'

 그녀가 본 아리의 얼굴은 청순하지만 그 속에 묘한 색감이 묻어 나와 표현하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별처럼 빛나는 눈은 묘한 감흥을 주었다.

 "대장님은요?"

 "그분은 현재 수행 중인 의뢰가 있어 못 나왔습니다. 이번 거래는 제가 책임을 지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대장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는데 아쉽군요."

 "의뢰 건이라면 저에게 말씀하셔도 됩니다만……."

 해마루는 아리의 말을 통해 그녀가 돌풍 용병대 안에서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일단 거래부터 끝내도록 하지요."

 마음 같아서는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애써 참은 해수련은 아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해수련은 세상에 알리진 않았지만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주로 색까과 진하기 그리고 그 움직임으로 상대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린다. 예컨대 상대방의 마음이 불안한 경우 상대의 전신이 붉은색으로 휩싸이며 심하게 요동을 하는것이 심상心象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안 읽혀.'

 해수련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이제까지 몇 번 없었던 경우가 다시 일어났다. 그녀의 능력은 현실은 물론 비욘드 게임 내에서도 발현되는 것으로 이제까지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경우는 열 번이 채 안 된다. 그 상대방은 주로 노회한 경륜을 가지고 있는 원로들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번 게임에서 만났던 하룬이라는 용병에 이어 이 현실의 젊은 여자 용병의 마음도 읽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군요. 하지만 아무 때나 그 능력을 쓰면 곤란해질 수도 있어요. 자신의 의사완 상관없이 다른 이에게 마음의 상태를 보여 주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기분이 나쁘거든요."

 "……."

 아리의 차가운 말에 해수련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잘게 떨었다.

 상대가 자신의 능력까지 알아차린 것이다. 이제껏 누구도 그녀의 능력을 이렇게 빨리 알아맞히지는 못했었다. 그렇다는 건 상대방의 능력이 자신과 비슷한 계열이며 자신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별로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질투심과 적의가 솟아올랐지만 이 거래의 중요성을 떠올리며 애써 그 감정을 눌렀다.

 "밤이 길면 꿈도 긴 법. 거래를 마무리하죠."

 아리는 준비한 칩을 내밀었다.

 "좋아요."

 해수련은 상대에게 왠지 기가 죽는 것을 느끼고는 막 하려던 사과의 말 대신 차갑게 대답하며 칩을 받고는 가지고 온 물품의 리스트를 건네주었다.

 칩을 받아 손목에 차고 있는 기기에 장착하고 구동을 시키자 작은 홀로그램 창이 떴다. 곁에 있던 해마루가 다가와 같이 창에 떠오른 내용을 한참 동안 확인하더니 미소를 떠올렸다.

 "완벽한 정보군요."

 해수련은 정보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작업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제대로 일을 처리했던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GG의 데드 벙커와 HG의 광산 그리고 GG의 세력에 대한 정보들이 세세하고 정확하게 들어 있었는데 그 내용과 범위는 그들이 기대하던 것 이상이었다.

 "제대로 된 정보라야 당당하게 대가를 요구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가 되려면 거래 물품이 최상이어야지요."

 아리가 준 칩에 담긴 흡족한 내용의 정보에 고무된 해수련은 가지고 온 물건들을 아리에게 넘겨주며 미소를 지었다.

 최고급 정보에 방금 전까지 품고 있었던 질투심과 적의가 눈녹듯 사라졌다.

 "맞아요. 그런 면에서 앞으로 우리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태가사남매가 빠르게 목록을 확인하고 약속한 신호를 보내자 아리 역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태범이 통신기를 통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원들을 호출했다. 나머지는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방호벽 너머에 있었던 것이다.

 "동감이에요."

 이제 거래는 끝났다.

 하지만 해수련은 아직 할 말이 있는 얼굴이었다. 아리가 눈을 살짝 치켜뜨자 해수련이 입을 열었다.

 "어디로 온 거죠?"

 사실을 이야기해 줄지 의심스러웠지만 아리는 해수련의 우려와는 달리 선선하게 말해 주었다.

 "유니온 방호벽에 비밀 통로가 있어요. 뭐, 그 정도는 알고 있지 않나요?"

 역시 생각대로였다. 하긴 유니온 안쪽에서 왔다면 자신들의 경계망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유니온 밖의 극도록 위험해진 환경에서도 이제까지 그들이 알지 못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유니온 밖에 신경을 더 써야겠군.'

 해마루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해수련은 아리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좋은 파트너가 되려면 서로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아야겠죠?"

 "뭐가 궁금하죠?"

 "당신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요?"

 "상당히 난해한 질문이군요. 유니온 밖에서의 전투 능력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특수군 수준은 될 거에요."

 아리가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답을하자 해수련은 대화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개인의 능력이 특수군 수준이라는 건가요? 아니면 용병대가 특수군의 전체 전력을 감당할 수 있다는 건가요?"

 "뭐, 그 둘 다라고 해 두죠."

 가묘한 눈빛을 뿌리며 말하는 아리를 보며 해마루와 해수련은 자신들도 모르게 크게 놀라 눈빛이 흔들렸다.

 용병 개인의 능력이 특수군과 비슷하다는 것도 놀랍지만 돌풍 용병대의 전력이 코원 유니온이 보유한 특수군과 비슷하다면 그야말로 놀랄 일이다.

 "확실하게 듣고 싶소만……."

 결국 해마루는 확인을 원했다. 같은 GPC에 소속되어 있으며 자신의 해가와 경쟁을 하는 사가史家는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데 그들의 최대 전력이 바로 특수군이다. 방위군이야 수석 행정관인 자신의 영향하에 있지만 특수군은 사가의 사병이나 마찬가지라서 항상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특수군이 증원되고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 전력이 우리와 비슷할 거에요."

 "오오!"

 해마루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상대는 자신도 잘 모르는 특수군의 규모와 전력 그리고 최근의 동향까지 알고 있는것이 확실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전력이 출현한 거야?'

 이제 보니 돌풍 용병대원들이 입고 있는 슈트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들이 슈트에 장착하고 있는 무기들도 하나같이 새롭다. 허리에 찬 건은 분명 입자건으로 보였지만 그 크기는 방위군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컸고 1명은 특이하게 생긴 포飽를 지니고 있었다.

 '입자건은 틀림없이 개량된 것일 것이다. 헛! 저건 RPPG?'

 해마루는 태가사남매가 어깨에 메고 잇는 것이 지금은 사라진. 개인화기의 최고봉인 RPPG-Rocket Propelled Particle Grenade(로켓 추진 입자포)라는 것을 알아봤다.

 '휴대용 입자포라니! 저건 이미 그 제작 기술이 사라진 것인데.'

 쏘우가 하룬의 양부인 청일 박사의 연구 일지를 통해 복원한 휴대용 입자포를 본 해마루의 눈빛이 뜨거워졌다.

 유니온이다 GG 그리고 HG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입자포다. 하지만 입자포는 필수적인 장치인 입자가속기 때문에 그 무게가 수백 킬로그램에서 수 톤에 이르기 때문에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입자가속은 극히 안정된 상태가 아니면 이루지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금물인 것이다.

 하지만 RPPG는 다르다. 지금은 실전된 기술력으로 제작되어 이동성과 휴대성을 극대화한 개인화기의 최고봉을 차지하는 무기인 것이다.

 "혹시 저 무기를 구입할 수 있겠소?"

 해마루의 말에 아리가 살짝 웃었다. 쏘우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 흐흐! 일단 유니온 쪽에서 이놈을 알아보면 아주 환장을 할 거야. 요놈이 아주 멋진 놈이거든. 누가 나오건 요놈을 알아보면 지가 입었던 속옷까지 홀랑 벗어 줄 정도로 환장을 할 거야. 거래를 하자거든 이번에는 튕기고 나중에 하자고 해. 내가 복원하기는 했어도 지금 당장은 대량생산을 할 수 없으니까. 우리 용병대원들을 무장시키고 여유가 생기면 그떄 판매를 하든가 하자고.

 "미안하지만 이건 거래할 수 없어요."

 "흐음! 그렇겠지. 나라도 거래할 수 없는 물건이니까. 다만 한 가지만 말해 줄 수 있겠는가?"

 "뭐죠?"

 "그 물건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은 이미 백 년이 넘었는데…… 혹시 복원한 건가?"

 "글쎄요."

 아리는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통해 해마루는 이미 어느 정도 사실을 추론할 수 있었다.

 해마루는 오늘 거래와 함께 모종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었다. 누가 이 자리에 나오든 그 배후를 캐낼 생각을 했던것이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생각까지 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한 방에 특수 슈트를 입은 방위군 수십 명을 죽일 수 잇는 가공한 개인화기를 지니고 있는 상대를 보자 그 계획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더불어 이런 전력을 가진 세력이라면 차후 세상을 바꾸려는 자신들에게 굉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오늘 이들의 뒤를 쫒는 건 포기해야겠군.'

 "좋은 거래였소."

 "우리 역시 만족스러운 거래입니다."

 해마루는 아리와 악수를 나누고 수련을 데리고 수하들이 잠복한 곳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당장 철수할 생각은없었다.

 그들의 시선에 괴물처럼 생긴 바이크 수십 대가 들어왔다.

 지름이 약 2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바이크들은 양옆과 뒤쪽에 화물을 적재할 보조 차량을 매달고 있었다.

 "저건 방위군들이 사용하는 바이크보다 훨씬 더 크군요."

 "그러게 말이다. 동원력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배리어 밖의 환경에 특화된 바이크로 보이는구나."

 해마루는 바이크에 물건을 싣는 자들의 숫자가 30명이 넘고 그들 모두가 아리가 착용한 전투 슈트를 입은 것을 보고 내심 놀라고 있었다.

 슈트의 사양은 모르겠지만 특수군 전용 슈트를 기준으로 본다면 저들은 단순한 용병으로 보기에는 엄청난 무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슈트의 외관은 보아서는 특수군이나 방위군들이 착용한 것보다 나아 보였다. 적어도 유니온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생산 시설이라도 있는 걸까?'

 그렇지 않고서는 말이 안 된다. 하지만 현재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는 배리어 밖 상황은 그런 정도의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다. 분명 자신들의 정보력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용병들은 힘이 얼마나 좋은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산더미처럼 쌓였던 물품들을 바이크에 실었고 돌풍 용병대는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방호벽 쪽을 향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냥 보내실 건가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해마루는 입맛을 다셨다. 여차하면 상대를 구금할 생각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한 돌풍 용병대는 가볍게 처리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상대로 보였고 결국 멀리보고 오늘은 그냥 보내기로 한 것이다.

 "아깝네요."

 해수련은 이제 자신들이 있는 곳까지 날려 오는 먼지바람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알아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유니온의 정보는 콱 틀어잡고 있다고 확신했는데 이런 세력이 나타나다니. 저렇게 큰 세력을 어떻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무래도 제4열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 같구나."

 해수련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리 가이아와 휴먼 가드 그리고 자신들의 GPC를 제외한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것이 이번 일로 여실하게 드러났다.

 처음에는 GG나 HG 쪽의 세력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만 다행하게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들이 받은 두 세력에 대한 정보는 자신들과 거래를 트기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큰 정보였다.

 하지만 그들 세 조직 외에 또 다른 세력이 나타난 것도 그들에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영향력에서 너무 크게 벗어난 것이다.

 "정보력도 그렇고 지닌 무력도 만만치가 않아. 우리 편이라면 모르지만 우리와 가는 길이 다르다면 장차 심복지환이 될지도 모른다."

 해마루는 침중한 안색이었다. 해수련도 같은 생각이었다.

 "저들은 그렇다 치고 유니온에서 암약하는 무리들이라도 파악해야 하는데……."

 돌풍 용병대의 소재가 유니온 밖이라는 것이 확실해지자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을 자들이 궁금했다. 돌풍 용병대가 유니온 내에 촉수를 뻗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찾아보자. 제4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 것만 해도 우리에게는 큰 수확이니까."

 세상을 세 등분해서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해마루에게는 자신들을 제외하고 또 다른 강력한 정보력을 지닌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놀랐다.

 "제4열이 개인들의 무질서한 집합체라면 상관없지만 저들이 주체이거나 막강한 단체의 하수인이라면……."

 해수련은 자신도 모르게 잘게 떨었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유니온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었던 확신이 사정없이 부서진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렇겠죠? 하긴 우리 세 조직에 노출되지 않는 단체가 있을 수가 없겠지요."

 그들이 사는 세상에 중립은 없다. 어느 한 군데에 소속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떨려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도 다크니스에서 운영한 카페에 대한 정보는 뜻밖이었다. 실시간으로 유니넷과 글로벌넷을 모니터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움직임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보더러들 중에는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많아서 담당자들은 일상적인 카페 활동으로 간주하고 수집하거나 해킹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저들 덕분에 GG의 또 다른 촉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도움을 받긴 했지만 속이 불편했다.

 "차라리 저들에 대한 정보를 GG나 HG 쪽에 넘길까요. 아빠?"

 해마루는 즉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용병이라니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으니 골치가 아프네요. 우리가 거둘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해마루는 딸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요즘 같은 상황에 배리어 밖에 본거지를 유지하고 있는것이나 이곳에 올 정도의 통로를 확보한 것도 그렇지만 사라졌던 RPPG까지 보유했다면 저들의 말대로 세 개 대대로 이루어진 특수군과 대등한 전력과 기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위험하지."

 "맞아요."

 "HG는 몰라도 GG의 경우에는 유니온 밖에 거점을 마련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니 저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알아서 처리를 할 것이다. 이제까지도 그래 왔으니까. 충돌을 해서 서로의 전력을 깎아 먹으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저들을 잘 견제할 것이다. 일단 안면을 텄으니 만약 GG의 핍박을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겠지."

 해마루는 적아가 드러나지 않은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강력한 세력이라면 분명히 그 배후가 있을 것이다. 아무런 기반도 없이 이런 세력이 나타날 리는 없다.

 "일단 저들이 GG나 HG의 손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전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 그때 가서 연수를 하든지 끌어들이든지 생각을 해 보자."

 "알겠어요. 은밀하게 저들에 대한 정보를 흘릴게요."

 두 부녀의 눈은 스산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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