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0화.스페셜 퀘스트 (201/278)

스페셜 퀘스트

 거의 나흘 동안 이어진 회의가 드디어 끝이 났다. 다들 각 세력에서 최상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었지만 그들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뇽이 아니었기에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하룬은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이방인들에게 알리는 임무를 맡았다. 다른 이들은 거대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이었기에 이 건을 처리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아 그럴 여유가 없었거니와 하룬이 원하기도 했다.

 '이 녀석들은 뭐하고 지내려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레스와 매그럼의 얼굴을 떠올렸던 하룬은 뜻밖의 반가운 손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장!"

 "하룬 대장님!"

 하룬을 기다리던 아레스와 매그럼이 반색을 하며 그를 반겼다.

 "오랜만이네. 일단 좀 앉자."

 하룬은 두 사람과 악수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여긴 어쩐 일이야?"

 "흐흐! 냄새 맡고 왔지요. 뭔가 엄청난 건이 있는 거 같아서요."

 하룬의 물음에 아레스가 음충맞은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옆에서 매그럼이 아레스의 옆구를 툭 친다.

 "징그럽다, 자식아! 그러니까 네가 꼭 흑마법사 같잖아."

 매그럼의 타박에 아레스가 부러 눈매를 옆으로 쫙 찢으며 음산한 얼굴을 했다가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 나 흑마법사다. 왜 어쩔래?"

 하고 노는 꼴이 영락없이 개구쟁이인 아레스다. 그래도 하룬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최소한 내숭을 떨며 음흉한 속내를 감추는 이들보다는 나았다.

 "사실은 뫼비우스 말이 대장과 돌풍 용병대가 이쪽으로 움직였다고 해서 상인들을 따라 왔습니다."

 "뫼비우스가? 그 녀석은 어디 있는데?"

 역시 정보를 다루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나중에 올 겁니다. 녀석의 볼일이 끝나면 같이 찾아오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돌아오기에 저희 먼저 온 거죠. 대장, 큰 건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곳에 온 거죠?"

 잠시 익살맞은 얼굴을 했던 아레스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아무래도 기자 생활을 좀 하더니 감이라는 것이 생긴 모양이다. 매그럼 역시 무척이나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그보다 둘 다 정식 직업을 얻었으니 이젠 잘나가겠네?"

 두 사람은 기대 어린 얼굴을 짓고 있다가 그 말에 갑자기 우거지상으로 변했다.

 "에이! 웬걸요. 벌써 석 달째 적자에요. 쓸만한 기삿거리를 찾아오라고 난리도 아닌데 요즘은 특별한 이슈가 없거든요. 그나마 얼굴이 받쳐 주거니 돈을 주어야만 딸 수 있는 걸요."

 "저도 그렇습니다, 대장. 대장 때문에 몇 번 재리를 본 수석 GM이 매일이다시피 괜찮은 정보를 물어 오라고 난리를 치지만 이젠 이방인들이 주축이 된 정보 길들이 많아서 위에서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 따기입니다."

 녀석들이 하는 말과 얼굴을 보아하니 힘겹게 지내는 것 같았다.

 "대장을 따라다닐 때가 내 최고 전성기였는데……."

 "나도 그래. 초른 형은 지금도 매일 그때 얘기만 해. "

 둘은 불쌍한 표정으로 하룬을 쳐다보았다.

 하룬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보에 대한 조건은 그때와 같은 거냐?"

 둘의 눈빛이 급격히 뜨거워졌다. 마치 하룬의 몸을 활활 태워 버릴 정도로 말이다.

 '자식들! 어지간히 굶었군.'

 "맡겨만 주십시오. 이참에 저도 정식 기자 때려치울렵니다. 까짓 제대로 안 주면 다른 방송사랑 거래해 버리면 됩니다. 이 바닥이 원래 의리는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는 비정한 곳이니까요."

 "저도 이제 경력이 좀 붙었으니 이전처럼 그저 주는 대로 받지는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기대와 흥분으로 눈을 빛내며 하룬의 입만 주시했다.

 "일단 이거부터 보고 이야기하자."

 하룬은 회의 때 참석자들에게 보여 주었던 영상의 편집본을 꺼냈다. 그것을 받은 아레스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영상을 나오게 만들었다.

 막사 한쪽 변면 위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라봤다.

 웅장하고 험준한 데빌 산맥의 정경과 아름다운 자연에 이어 의문의 성이 나오고 그 성을 쌓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나오자 두 사람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한 화면에 들어갈 정도로 축소된 데빌 산맥 인근에 점으로 표시된 성들이 역오망성을 이루는 마지막 장면을 끝으로 영상이 끝나자 그제야 두 사람은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이건 도대체 뭡니까, 대장?"

 이 데빌 산맥을 무대로 뭔가 심상치 않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아레스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흑마법사."

 "네에? 정말 성들을 쌓고 있는 자들이 흑마법사들이라는 겁니까?"

 "그래."

 하룬은 천천히 실종자 건부터 시작해서 다크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럼 저 역오망성을 이루고 있는 성들을 차지하면 그 인근의 일정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주겠다는 겁니까?"

 "아니지. 귀족 작위를 내리고 그 성을 봉토로 하사한다는거 아니야?"

 "두 사람 말이 다 맞아. 데빌 산맥은 세 제국의 국경이 되는 곳이지만 워낙 험한 곳이라 그 영토로 주장할 정도는 아니야. 그러니 각 제국의 사정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는 거지."

 두 사람은 하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하룬의 말 한마디가 바로 미스릴이나 다름없었다.

 "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성들이야 특별한 메리트가 없지만 산맥 외곽에 있는, 광산을 끼고 있는 성들이나 평야에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성들은 인근 30킬로미터까지 그 지배권을 주기로 했다. 지배권을 원하지 않으면 현금이나 보석으로 보상하리고 했고. 농사를 짓거나 광산에서 일할 주민이 부족하면 가까운 제국에서 지원을 해 주기로 했어."

 두 사람은 이제 하룬의 말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혹시 공성전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라도 있는 겁니까, 대장? 웬만한 전력으로는 성을 함락시키기 힘들 것 같은데요."

 "좋은 질문이다. 그래서 이번 공성전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최소 1천 명 이상 규모의 길드 혹은 대형 파티로 제한하기로 했다. 개인적인 참가의 경우에는 공헌도를 판단하기가 애매하니 그렇게 제한한 거야. 난 일흔두 개의 성 중에서 광산을 끼고 있는 서른여섯 개와 평야 혹은 약초지를 끼고 있는 열여덟 개의 성을 이방인들이 맡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하룬의 대답에 아레스와 매그럼은 극도의 흥분을 참지 못하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떨었다.

 "……대박! 대박입니다!"

 "이 정보라면……."

 매그럼은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아야 할지 감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방인들에게 있어서는 스토리 퀘스트에 버금가는 엄청난 퀘스트였다. 비록 시스템적인 퀘스트는 아니지만 날로 대형화되고 있는 길드들로서는 최고의 공선전이 될 것이다. 

 "안 그래도 비욘드는 다 좋은데 게임의 꽃인 공선전이 없다고 유저들이 불만이 많았는데 이 정도면 벌떼처럼 달려들거야!"

 "그러게. 그 동안 사냥터를 가지고 싸우는 데 골몰했던 대형 길드들은 모조리 달려올 거야. 원한다면 귀족이나 영주 혹은 한 성의 지배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려고 하는 바보는 없겠지!"

 아레스와 매그럼은 너무 흥분을 해서 하룬이 곁에 있다는 것도 잠시 잊을 정도였다.

 "자! 헤니도 이 정보를 방송사에 넘길 거야. 그러니까 독점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터트릴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해."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당장 헤니부터 만나 의논을 해보는 것이 좋겠네요."

 아레스와 매그럼은 인사를 하기 무섭게 헤니를 찾아 밖으로 달려 나갔다. 

 '후후! 어지간히 좋은 모양이네.'

 원래는 헤니에게만 맡길 생각이었지만 아레스와 매그럼이 마침 찾아와서 다행이었다. 이제 의뢰를 받는 단위가 예전과는 달리 엄청나게 인플레 되었지만 부가적이 수입이 들어오는 것을 마다할 하룬이 아니다.

 "대장, 너무한 거 아닙니까?"

 뒤늦게 찾아온 뫼비우스가 사정을 듣더니 엄청 서운한 얼굴을 했다.

 "녀석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것도, 대장님이 여기에 계신다는 것도 내가 알아낸 건데……."

 "그런데 왜 먼저 안 찾아왔는데?"

 "그건……."

 현실에서 정보 길드를 만들었다고 하더니 이곳에서도 영업을 했을 것이다. 아까 나간 아레스와 매그럼은 근황 이야기를 하면서 뫼비우스가 하렘 왕국을 건설했다고 거품을 물었다. S구역부터 시작해서 F구역에 이르기까지 그의 정보원이자 길드원 역할을 하는 여자들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을 헤아리며 그 모두와 뜨거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물론 사랑이나 섹스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기에 크게 신경쓰진 않지만 하룬 역시 남자인지라 본능적으로 질투는 어쩔 수가 없었다. 녀석보다 아레스와 매그럼을 더 챙기고 싶은것이 인지상정이라 먼저 정보를 준 것이다.

 "그래도 제가 대장을 얼마나 생각하는데, 서운합니다!"

 뫼비우스는 자신이 늦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엄청난 정보를 놓친 것만 서운하고 억울한 모양이다. 잘하면 한 대칠 기세까지 보였다.

 "그런 말할 시간이면 세 사람이 모인 곳을 찾아가겠다. 어차피 하루 정도를 여유를 두고 날짜를 맞추어 터트러야 하니 아직 안 늦었어."

 "흐흐! 정말이죠, 대장?"

 "그래. 지금 헤니와 함께 방송사와 시간, 그리고 그 내용을 두고 조율을 하고 있을 테니 빨리 가!"

 "헤헤! 역시 날 생각해 주는 것은 대장밖에 없다니까. 사랑해요!"

 뫼비우스는 지옥에서 살아난 것처럼 돌변해서 하룬을 끌어안고 볼에 뽀뽀까지 날리면 느끼한 멘트를 남기고 질풍처럼 밖으로 사라졌다.

 새벽부터 코원 유니원의 네 개의 게임 방송사 홈페이지는 그야말로 폭주 상태가 되어 서버가 몇 번이고 다운이 될 정도였다.

 "호오! 이런 일이."

 엘프족과 붉은 모루 드워프족들에게 식량을 전해 주고 아이템들을 받아 데모 시티에 도착한 진수는 오랜만의 한가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가 가지고 온 사백 개의 아이템들은 도착하자마자 파코추 마탑으로 넘겨져 성능을 강화시키는 인챈트 마법 처리를 받고 있었다. 그중 백 개는 파이린 황실에서 구매를 할 것이고 나머지 삼백 개는 다른 거래를 위해 비축해 놓을 것이다.

 "바위야, 이리 와 봐!"

 밤늦게까지 음주 가무를 즐겼던 친구들 중 그래도 체력이 제일 좋은 바위가 겨우 눈을 뜨고 나왔다. 스카이루트 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엘프족들을 찾아 길고 어려운 여행을 했기에 며칠 비욘드에 접속하지 않고 쉬기로 했던 것이다.

 "왜?"

 "비욘드에 재미있는 일이 생겼어! 네 개 방송사가 동일한 내용을 방송하고 있는데 관심이 아주 폭발적이야."

 "어디?"

 바위가 어렵게 접속한 한 방송사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눈으로 훑었다.(진수가 접속한 것을 잘못 쓴거 같은데요?)

 『특별 공고

 제목 : 데빌 산맥의 거대한 흑마법진을 펼치려고 하는 다크니스의 음모를 분쇄하라.

 개요 : 흑마법사들과 흑기사들이 주축이 된 의문의 세력인 다크니스는 데빌 산맥을 아우르는 거대한 흑마법진을 위해 코어 포인트에 성을 쌓았거나 쌓고 있다. 이 흑마법진이 완성되면 마계와 연결된 통로가 열릴지도 모른다. 혹시 모를 마왕의 현세를 막아라!

 내용 : 데빌 산맥과 접해 있는 세 제국과 마탑 연합 그리고 신전 연합은 다음과 같이 공고한다.

 -다크니스가 건설한 성을 함락시킨 길드는 전리품과 함께 그 성의 지배권을 가진다. 미노 제국과 신 테론 제국과 접해 있는 성을 함락시킨 길드는 귀족 자위와 해당 성의 반경 30킬로미터 내에 있는 광신이나 농지를 봉토로 받을 수 있다. 파이린 제국과 접한 성을 함락시킨 길드는 해당 성과 인근 30킬로미터의 영역에 대한 조세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마탑 연합에서는 스크롤과 포션을 일정량 제공하고 신전 연합에서는 치료 포션을 제공한다.

 -성을 함락시킨 길드는 향후 3년에 한하여 마탑에서 마법서를 포함한 물품을 구입할 때 40% 싸게 구매할 수 있으며 신전의 물품 경우도 마찬가지로 구매할 수 있다. 단, 그 판매 수량은 차후에 정한다.

 -성을 함락시킨 길드는 세 제국에 세금30%를 내는 한 그 지배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단, 3년간은 세금 납부가 면제되며 영지 안정화를 위해 그동안 매년 10골드를 국고에서 보조한다.

 -세 제국은 다크니스로 빼앗은 성에 각각 5천 명의 정착민들을 지원한다.

 -세 제국은 다크니스로 빼앗은 성에 마탑과 신전의 건립과 이방인 타운에 조성에 들어가는 자금을 지원한다.

 -세 제개국 향후 10년동안 성의 지배권을 보장한다. 그 이후 지배권의 승계 문제는 향후 세 제국 공동으로 발표할 예정임.

 참가자격 : 흑마법사와 흑기사 그리고 흑전사들을 위험성을 고려하여 최소 1천 명 이상의 길드나 대형 파티만 공선전에 참가 할 수 있다. 공적에 대한 내용은 이방인들이 정하는 바에 따르기로 한다.』

 "대박이잖아!"

 바위가 탄성을 질렀다. 술이 다 깨는 느낌이었다.

 "이거 완전 스토리 퀘스트와 마찬가지야. 대형 길드들에서 난리가 나겠는걸."

 "그러게."

 1만 명 이상의 길드원들은 가진 열세 개의 대형 길드는 물론이고 5천명 이상의 길드원을 가진 서른세 개의 중형 길드들이 모두 이 일에 참가할 것이다.

 "그뿐이 아니지. 나름 랭커라고 자부하는 치들은 모두 마츠루트 요새로 모여들 거야. 이번 기회에 길드들도 이힙집산을 하겠지."

 "완전 변혁의 계절이 다가온 거로군."

 "역시 당신이었어."

 요새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의 행방을 수소문해서 돌풍 상단으로 찾아온 세류가 만나자마자 한 말이었다.

 "뭘?"

 "하룬이 이번 일을 주도한 거지?"

 하룬은 의문스럽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세류는 검지를 세우고 옆으로 흔들며 의미 심장한 이모슬 지었다.

 "부인해도 소용없어.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여긴 무슨 일이야?"

 "대박 시장이 오픈을 했는데 내가 안 오면 되나! 다크니스와 공선전을 벌일 이방인들이 필요로 할 물건들을 잔뜩 가지고 왔지."

 역시 타고난 상인이다. 공고를 보는 즉시 대박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이곳으로 온 것이다. 워프 마법진을 사용하는 그녀의 상단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 바로 이 기동력이다. 아마 마차들은 요새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 세류는 똑똑해."

 "후훗! 이제 알았어?"

 세류는 이제 농담을 할 정도로 하룬을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런 세류의 태도에 하룬은 남아 있던 마음의 부담을 완전히 털어 낼 수 있었다.

 "식량은 얼마나 가지고 왔어?"

 "마차 사십 대 분을 실어 왔어. 추가로 칠십 대 분이 이틀 후면 도착할 거야."

 역시 통이 컸다. 다른 물품들도 많을 텐데 1차분 식량마차 사십 대분이라니!

 "방어구와 무기는?"

 "아이언 시티와 데모 시티에 있는 상점들과 대장간들이 보유하고 있는 걸 거의 쓸어 모으다시피 해서 마차 스물다섯대 분량을 채웠어. 거의 모든 종류의 무기들이 다 있지."

 두 도시의 상점과 대장간 들의 창고를 모두 비우게 만들었다면 그 수량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판단을 내리고 전광석화처럼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으리라. 세류는 생각할수록 대단한 상인이다.

 "다른 물건들은 뭐가 있어?"

 "흠! 나머지 열다섯 대 분량은 내의나 셔츠, 바지와 같은 의류, 그리고 각종 생활용품들이야."

 하룬의 눈이 빛났다. 이 정도면 추가적으로 다른 부족과 거래를 하려고 굳이 돌풍 상단을 동원해서 물품을 구입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얼마면 돼?"

 하룬의 말에 세류의 눈이 빛났다.

 "후훗! 아무리 친구라도 원가만 받으면 안 되겠지?"

 "원래 팔려고 했던 금액에 팔아도 돼."

 하룬의 말에 세류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도 한때 짝사랑하던 친구가 필요한 물건인데 너무 챙기면 안 되지. 식량이가 부피가 많을 뿐 그리 큰 금액은 아니고 무기류가 제법 많이 들어갔어. 아마 총 500만 골드 정도 들어갔을 거야. 원래 두배는 받을 생각이었는데 인건비를 고려해서 700만 골드만 받지."

 다른 사람들이 들었으면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거액이 너무 쉽게 언급되었다.

 "알았어. 줄게."

 너무나 쉽게 말하는 하룬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던 세류가 빙긋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하룬은 화통하다니까. 한 방에 가지고 온 물품을 해결했으니 내가 큰 이득을 본 거 같은데."

 시간이 곧 돈이라는 철학을 가진 세류다운 생각이다. 뭐 틀리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곳까지 힘들여서 운송한 물건을 겨우 40%가 겨우 넘는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은 일견 큰 이득을 취하지 못한 것같지만 자세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굉장한 이익인 것이다.

 그 물건들을 다 소화하려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이 걸리고, 그 사이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물품 보관이나 안전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생각했을 때 이 정도의 이익을 내려면 적어도 구입비 대비 세 배 정도의 가격으로 팔아야만 했다.

 "뭐, 이득이야 그렇다고 치고 부탁이 하나 있어."

 평상시와 다르게 자신을 만날 때부터 생글거리는 모습이 어쩐지 불안했지만 하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번에 당신을 따라가고 싶어."

 "안 돼! 너무 위험해!"

 하룬은 단박에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다.

 "돼! 친구가 날 지켜줄 거잖아. 나도 이제 돈 버는 일보다 모험을 해 보고 싶다고. 이번에 마음먹고 슈퍼 캡슐을 구했단 말이야. 하룬 당신과 똑같이 행동하고 느끼며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봐! 이젠 이곳 주민들처럼 성기까지 제대로 있단……. 어머!"

 기분에 취해 떠들던 세류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손은 망측하게도 자신의 하복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슈퍼 캡슐 사용자들은 서로 혹은 이곳 주민과 육체적인 사랑도 할 수 있다는 말이구나!'

 자신의 경우는 극히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했던 하룬은 세류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발적인 그녀의 포즈에 눈을 돌리고 말았다. 하룬은 하복부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불끈! 솟구치는 걸 간신히 가라앉혔다.

 '휴우!'

 난감했다. 설마 그녀가 슈퍼 캡슐까지 구했을 줄이야. 그녀의 아버지는 GPC의 요인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확인할 것이 있었다. 하룬은 그녀가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낮은 소리로 물었다.

 "세류, 당신오 GPC에 소속되어 있는 거야?"

 "흐업!"

 세류는 놀란 나머지 딸꾹질까지 하고 말았다. 하룬은 역시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인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현실은 결국 강대한 세 개의 세력에 의해 굴러가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니 오랫동안 고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니온들 개개의 고유한 정치체제나 독특한 문화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안 거야?"

 "일단 물건부터 처리하고 밥 먹으면서 얘기하자. 물건은 어디 있는데?"

 하룬은 대답을 회피하고 화제를 바꾸었다. 그녀의 얼굴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 때문에 다시 묻지는 못했다.

 요새 밖.

 족히 수만 명은 수용할 수 있는 비교적 평탄한 땅이 있었고 사람들이 머물렀던 흔적이 도처에 남아 있었다. 미노 제국과 신 테론 제국에서 파이린 제국으로 넘어가려던 유민들과 노예들이 머물 곳을 위해 마츠루트 요새에서 건설한 곳이었다.

 원래 이런 평탄한 곳이 아니었지만 수만 명의 유민들이 이곳에 머물기 위해 요새의 수비군들과 함께 공사를 한 끝에 만들어진 곳이다.

 그곳의 한쪽에는 물품을 보관하기 위한 거대한 창고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마츠루트 요새가 중립을 선언하고 새로운 중개 기지로 부상하면서 지어진 것들로 상단들은 요새 행정관에게 매일 일정한 보관료를 내고 가져온 물품들을 보관했다. 

 세류와 동행하지 않았던 비류와 수백 명의 상단 호위대는 한쪽에 짐을 쌓아 놓고 세류가 행정관에게 허가장을 받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보관 허가증!"

 청고와 줄지어 쌓인 물품을 본 세류가 그제야 자신이 왜 요새로 들어갔었는지를 생각해 내곤 뾰족한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실수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세류는 멈춰 서서 하룬의 어깨를 쳤다.

 하지만 하룬은 그녀의 행동을 받아 줄 수가 없었다.

 "어머! 하룬 오빠!"

 개념이 없다고 여길 만큼 과도하게 활달한 비류는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하룬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가상현실에서도 치장하는 데 신경을 쓰는 비류인지라 뭉클한 그녀의 동체와 함께 진한 향수 냄새가 하룬을 순간적으로 자극했다.

 "헤헤! 오빠는 여전히 무뚝뚝하네. 그래도 내 눈에는 멋있어!"

 엄마의 품에 안긴 아이처럼 하룬의 단단한 가슴을 뺨으로 비벼대던 비류가 하룬의 목에 팔을 감고 빤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푸훗!"

 하룬의 그녀의 하는 짓이 밉질 않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 정도로 친한 사이인지 잠시 생각을 해 봤지만 판단은 역시 아니라는 쪽.

 '뭐, 그래도 하는 짓이 귀여우니까.'

 사람들이 같은 시간을 만나고도 서로에 대한 감정의 크기는 천양지차일 수 있다는 것을 이 게임을 한 뒤에야 겨우 알게 된 하룬은, 그녀의 행동을 편하게 받아들이기로 작정했다. 첫인상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 마음을 풀고 나니 그런 행동도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잘 있었니?"

 "호호! 아니. 언니가 매일 부려 먹어서 이렇게 말랐잖아. 오빠가 언니한테 나 좀 자유롭게 살게 놔두라고 얘기 좀 해 줘. 애인 사귈 시간은 물론 친구들 만나서 놀 시간도 없다니까."

 "이것이! 너도 이제 후계자 수업을 받아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놀면서 허송세월을 보낼레."

 "헤엥! 오빠도 봤지? 언니는 재능도 없고 의욕도 없는 나를 아주 불행하게 만들기로 작정을 했나 봐. 요즘 사는 것 같지가 않아."

 비류는 울상을 하며 하룬에게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언니에게 부당하게 당한 것을 오랜만에 돌아온 오빠에게 이르는 것처럼 보여 그녀를 아는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들었다.

 "이 계집애가? 내가 언제 그랬어?"

 "그랬잖아. 게임을 제대로 즐기게 해 준다고 꼬여서 캡슐을 바꿨더니 몇 날 며칠을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이곳에서 일만 하게 만들었잖아!"

 "슈퍼 캡슐을 구해 달라고 단식투쟁까지 하며 아빠에게 조른게 누군데!"

 두 재마는 하룬을 중간에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세류의 말에 꼼짝도 못 하던 비류는 하룬의 한 판을 자신의 가슴에 단단히 끌어안고 그게 힘이 된 것처럼 언니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내고 있었다.

 "으아! 정말 적응 안 돼."

 하룬 대장과 인사할 차례를 기다리던 코탑 상단의 수뇌부들 중 1명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다들 세차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이 아는 세류와 비류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처음 보았기에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직접 제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연방 눈을 비비거나 귀를 파 보지만 명백한 현실이라는 것만 확인했다.

 코엠 길드의 부길마인 난도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후유! 여우도 저런 여우가 또 있을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공주처럼 오만하고 도도하게 굴면서 하룬 대장에게는 마치 막내 여동생처럼 아양을 떨잖아. 세류 단주도 하룬 대장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고. 이게 대체 무슨 그림이냐?'

 난도는 노블이라는 신분 때문에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며 살아온 세류 자매가 하룬 앞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알지 못했다. 가식적인 모습이 진짜이고 지금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하룬에게서 뭔가 얻어 내기 위한 가식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 뫼비우스도 요새에 와 있는데."

 "정말? 어디, 어디?"

 뫼비우스라는 말이 나오자 비류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더니 강렬한 빛을 쏘아 냈다.

 "지금쯤이면 아마 제국 정보 길드에 있을걸."

 뫼비우스는 물론이고 헤니와 아레스도 그곳에 있었다. 이번 공고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그곳에서 뒤지고 있는 것이다. 하룬은 헤르쉬에게 부탁해서 그들의 출입을 허락받았다.

 비류의 말에 세류가 하룬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비류가 뫼비우스를 다시 만나도 되겠냐고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시선을 따라 하룬에게 눈을 고정했던 비류의 눈에 희열의 빛이 번져 나갔다.

 "언니, 오빠, 나 먼저 갈게!"

 비류는 총알처럼 달려 요새로 달려갔다.

 "부단주! 부단주!"

 데스크라이를 비롯한 호위대 일부가 그녀를 부르며 뒤를 쫓았지만 비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비류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류는 언니로서 비류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나름 괜찮은 녀석이야. 최소한 만나는 시간 동안은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니까. 상대를 속이거나 나브게 하려는 마음을 먹고 사는 녀석은 아니야. 평생을 같이하거나 깊이 사랑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기에 나쁘지는 않은 상대. 서로 도움이 되는 것도 많을 것이고."

 뫼비우스나 비류의 사랑에 대해서 하룬이나 세류처럼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사랑과 이별에 익숙한 평범한 청춘 남녀인 것이다.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날도 어두워질 텐데 사람들을 요새 안으로 들여."

 "저것들은 어떻게 하려고?"

 세류는 줄지어 쌓인 엄청난 물품을 보았다.

   

 "마법 배낭들이 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게 다 들어갈지는 의문이다. 다만 네 정령이 각성해서 만든 아공간과 싸기지의 아공간이 녀석의 능력이 올라가면서 계속 확장되고 있으니 그걸 믿을 수밖에.

 "그래도 저건……"

 하룬이 아공간에서 꺼내는 마법 배낭의 숫자를 본 세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최상급? 어디서 구한 거야?"

 "사람들 눈을 피하고 싶으니까 빨리 저 사람들이나 처리하라고."

 "……알았어."

 세류는 상단원들 각자에게 지시 사항을 하달했다. 그녀의 명령을 받은 상단원들은 말과 빈 마차를 몰아 마시와 마차 보관소로 향하거나 요새로 들어갔다.

 하룬은 그 사이 엄청난 양의 물품들을 매법 배낭 안으로 집어넣었다.

 반족 상태의 갖가지 종류의 빵만으로 상급 배낭 하나가 가득 차 버렸다. 밀과 호밀 그리고 보릿가루가 들어간 자루는 최상급 배낭 두 개와 상급 배낭 세 개를 가득 채웠다.

 식량은 그게 정부가 아니었다. 각종 향신료들과 야채를 건조시킨 가루들 그리고 육포가 마차 두 대분이나 되었다. 무엇보다 다행한 것은 버처리비크들이 좋아하는 육포는 최소 상등급 이상이란 사실이었다.

 "엔터!"

 쌓인 물품에 마법 배낭의 열린 주둥이를 대고 주문을 외우면 집채만큼 쌓여 있던 물건들이 삽시간에 마법 배낭 안으로 사라졌다.

 마법 배낭을 다 채운 후에는 남은 물건들을 아공간으로 집어 넣었다.

 '겨우 다 넣었군.'

 세류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마차 팔십 대 분의 어마어마한 물량의 짐은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 괴물이라니까!"

 아마 이렇게 많은 양이 들어가는 마법 배낭을 혼자 가지고 다니는 인간은 이방인을 포함해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1인 상단으로 불러도 될 정도였다.

 "그런데 가지고 온 물건들을 처리했으니 이제 되돌아가야겠네?"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나도 이번 참에 하룬의 도움을 받아 한몫을 잡으려고 하는데."

 "한몫을 잡아?"

 "나 좀 도와줘. 성 하나 차지하게!"

 "뭐야?"

 설마 대형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세류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상단까지 운영하면서 길드원 수가 이미 1만명을 넘겼어. 이 세계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이곳 주민들을 점점 더 많이 고용하면서 길드원들이 남아돌고 있어. 더구나 워프 마법진을 이용한 우리 상단 일에는 실력자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고급 인력들이 놀고 있다고. 이참에 우리 소유의 성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아."

 뜻밖이긴 하지만 대형 길드를 운영하고 있는 세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긴 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GPC가 내린 임무 때문이라면 굳이 본거지를 데빌 산맥에 마련하지 않아도되는 거 아니야?"

 "으응, 뭐?"

 세류는 마치 유령을 보고 있는 것처럼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기후 조절 마법서를 찾는 일이라면 정보 길드와 긴밀한 관계를 맺거나 나중에 구입할 경우를 대비해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 두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

 세류는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하지 못했다. 너무 크게 놀란 것이다.

 "아무튼 괴물이야. 그건 또 어떻게 안 거야?"

 "우연히! 진짜 이유를 말해 봐."

 "길드원들 때문이야. 우리는 상단을 운영하기 때문에 자금력은 풍부하지만 다른 대형 길드처럼 점유한 사냥터가 없기 때문에 길드원들이 레벨을 올리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흐음!'

 하룬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방인들의 특성을 떠올리며 그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세계와 연결이 되고 나서 이미 이방인들의 평균 레벨이 100 가까이 오른 상태라 중급 혹은 상급 몬스터들이 나오는 사냥터가 필요한데 우리 코엠 길드는 상단에 신경을 쓰느라고 한 곳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야. 그렇다고 사냥터를 놓고 싸우기에는 전력이 달리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랭커들은 상단 일보다는 자신의 레벨을 올리는데 더 관심이 많으니……."

 요컨대 길드원들의 이탈 움직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곳 데빌 산맥은 최하 120 레벨의 하급 마수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마수들이 들끓는 곳이잖아. 성 하나만 차지하고 있으면 길드의 본거지 문제가 확보되는 것은 물론 사냥터 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이 되는 거잖아."

 "그런 이유가 있었군. 한번 생각을 해 보자."

 하룬은 세류를 이 요새에 있는 코엠 상단의 지부까지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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