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6화.조직개편 (197/278)

조직개편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처럼 일어나 수련을 하고 이른 아침을 먹은 하룬 일행은 에인족 전사들의 안내를 받아 잉체 산으로 향했다. 

 워낙 산길을 걷는 것에 익숙했고 이제 마수의 힘을 능숙하게 사용하게 된 대원들은 빠르게 이동하자 점심 무렵에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장!"

 "대장님!"

 마침 점심을 준비하던 도네이스와 헤니가 제일 먼저 달려와서 그를 반겼다. 헤겐 성에서 봤을 때보다 얼굴색이 밝은 것을 보니 하룬의 마음도 좋았다.

 "하하! 잘 지냈나 보군.'

 "할 일이라곤 그저 수련하는 것밖에 없었는걸요."

 도네이스의 기도가 전보다 더 진중해진 것을 보면 나름 얻은 것이 있었나 보다.

 "헤니도 잘 지냈어?"

 "네, 대장! 일주일 전에 보라가 요새로 와서 함께 수다를 떨면서 지내고 있었어요."

 비욘드에서 친구와 모처럼 오래 지내게 된 덕분인지 헤니는 무척 밝은 얼굴이었다. 

 하룬과 재회를 나눈 두 대원은 아카족 대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도네이스를 많이 따랐던 두르본은 그녀와 포옹을 하며 마치 친자매와 같은 장면을 연출했고, 서로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친밀한 사이였던 레미와 헤니도 다시 만나게 된 것을 기뻐했다.

 그러고 있는 사이 마수 사냥을 위해 숲으로 들어갔던 대원들이 죽은 체로키 네 마리를 끌고 나왔다.

 "대장!"

 하룬을 발견한 티노가 순식간에 백여 미터를 날아왔다. 그 궤적에 있는 풀들이 전처럼 심하게 요동을 치지 않는 것을 보니 티노의 메신저 스킬도 꽤 진전이 있어 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티노는 하룬의 손을 꽉 잡고 감격스러운 얼굴을 했다.

 "부대장이 수고가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세 고문님들이 계신데 제가 수고할 것이 뭐 있나요."

 티노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허어! 모르는 이가 보면 이상한 상상을 할 거 같은데. 대장 손을 이제 좀 놓지."

 어느새 다가운 미루스가 짓궃은 표정으로 티노를 놀렸다.

 "하하! 너무 반가워서……."

 얼굴이 붉어진 티노가 황급히 하룬의 손을 놓자 미루스가 덥석 잡고 흔들었다.

 "흐흐흐! 왜 이제 왔소, 대장. 얼마나 기다렸는데."

 "미루스 경이 이렇게 반가워할 줄 알았으면 좀 더 서두르는건데 그랬습니다."

 "그러지 그랬소. 안 그래도 마법서 해독이 다 끝나서 대장만 기다리고 있었다오. 어! 그런데 이 방어구 좀 보게. 성한 곳이 거의 없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요, 대장?"

 미루스의 말에 티노의 얼굴도 변했다. 이제야 눈에 들어온 하룬의 방어구는 그야말로 퀼트를 떠올릴 정도로 수선한 곳이 많았던 것이다.

 "이 녀석아, 부대장 놀리지 말로 너나 손 놔. 나도 좀 만져보자!"

 뒤늦게 다가온 타니엘라가 하룬의 손을 미루스의 손아귀에서 빼 잡았다. 따듯한 체온과 함께 그보다 더 따듯한 정이 마주 잡은 손을 통해 전해 왔다."

 "얼굴이 많이 상한 것 같습니다, 대장."

 "아닙니다. 수련 때문에 그렇겠지요."

 사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하룬의 얼굴이지만 누더기가 된 방어구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우리 대장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파이린 황실의 이벨린 황녀와 미노 제국의 미노스 공작, 그리고 신 테론제국의 란트렐 황사와 빛의 신전에서도 대장을 만나기 위해 요새에 왔더군요. 그 덕분에 우리도 요새 안에서 어깨에 힘좀 주고 다녔습니다. 뭐, 이제는 귀찮기만 하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제가 보기에 두 분은 귀찮다고 방에 틀어박혀 밖에는 나가지도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허허! 우리 대장의 눈은 속일 수가 없다니까. 우리 두 늙은이가 하는 짓을 어떻게 그 먼 곳에서 꿰뚫고 있었을까."

 타니엘라가 너스레를 떨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대장, 몸은 괜찮은 겁니까?"

 묵직한 딜런의 목소리였다. 겨루와 방커 그리고 마리를 대동하고 천천히 걸어온 딜런이 조금 걱정되는 눈빛으로 물어왔다.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딜런 경이 좀 아쉬웠습니다. 프로즐리 열 마리를 상대하다가 좀 심하게 다쳤었거든요."

 "이런 그런 일이라면 내가 갔어야 했는데. 최근에 마법서를 통해 익힌 라 제국의 고대 마법 한방이면 그깟 마수들을 몽땅 통구이로 만들었을 텐데!"

 타니엘라는 호들갑을 떠는 대신에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가라앉지 않도록 조절했다.

 "정보 거래를 위한 것이 아니면 다음부터는 혼자 다니지 마십시오. 대장은 혼자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딜런 경. 안 그래도 이번에 느낀 것이 많습니다."

 하룬은 딜런의 걱정 어린 눈빛에서 자신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엣허는 받아 본 적이 없는 따듯하면서도 강한 부정父情이 느껴지는 딜런의 말에 갑자기 울컥했지만 애써 눌렀다.

 "대장, 저희들도 왔습니다."

 "다로 행동해서 죄송했습니다."

 겨루와 방커는 미안한 얼굴로 하룬에게 인사를 했다.

 "괜찮아. 내가 이해한 사안이니 그런 얼굴 할 필요 없어."

 하룬은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불편한 마음을 털어 주었다.

 "겨루와 방커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 마리 얼굴이 모처럼 환한데."

 농담이었지만 마리는 하룬의 말에 얼굴이 확 붉어졌다.

 "노, 농담하지 마세요, 대장. 난 도네이스 언리를 도우러갈게요."

 마리의 행동에 놀란 하룬이 두 사람을 쳐다보자 마찬가지로 얼굴을 붉힌 방커가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왠지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할 일이 더 남아 있었다.

 "자, 소개할 사람들이 있으니 모두 이쪽으로 모이세요."

 하룬은 대원들을 이끌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새내기 대원들 앞으로 갔다. 니켄도 그 무리에 속해 있었는데 다른 때 같지 않게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룬은 먼저 니켄부터 소개를 했다.

 "여행을 하는 도중에 만난 흑마법사입니다. 5서클 마법사로 흑마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동행을 청하기에 허락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흑마법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니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셔도 됩니다. 정식 대원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일행으로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니켄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소개했다.

 "니켄이라고 합니다. 일찍이 스승님에게 거두어져 지금까지 줄곧 마탑 깊숙한 곳에서 수련만 하다가 얼마 전에 나왔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으니 많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잘생긴 얼굴에 나무랄 데 없는 예의까지 갖춘 니켄을 보는대원들의 눈에는 호감의 빛이 떠 올랐다. 특히 같은 마법사인 미루스와 타니엘라는 니켄을 향해 흥미로운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자유 마법사인 두 사람은 흑마법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었다.

 "어머! 나이도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5서클이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헤니를 비롯한 다른 대원들이 그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 친구들이 새로 받아들인 대원들입니다. 탄툰 마을에 가다가 만난 산악 부족의 전사들로 그 성정이나 실력이 마음에 들어 제가 부대장이나 세 고문분들과는 의논도 없이 그냥 독단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대장? 섭섭하게. 대장이 결정하면 우리야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루스는 하룬이 이렇게 말해 준 것을 고마워하고 있었다. 대장이 그들이 존중하기 때문에 외부인사들도 그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마츠 평원에서 확실하게 느꼈던 세 사람이었다.

 졸지에 후배 대원들이 100명 넘게 생기자 겨루와 방커는 입이 귀에까지 걸렸다. 현실에서도 특수군에 오래 복무를 했던 그들이었기에 자신들이 지휘할 수 있는 후배들이 많이 생긴 것이 즐거웠다.

 "이런! 새내기들이 왔는데 식사 준비를 못 했네."

 도네이스 역시 심상치 않는 기도를 드러내고 있는 후배을 받은 것이 기쁜지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양이 한참 부족한 음식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금방이라도 더 준비를 하려는 듯 배낭을 뒤지고 있었다.

 "선배는 가만히 계세요. 저희들이 다 준비할게요."

 두르본과 레미가 나서며 그녀를 말렸다.

 "오늘은 새 대원들과 만나는 자리인 만큼 저녁에 한잔할 생각이니 자세한 인사는 그때 하도록 합시다."

 "호호호! 오늘은 오랜만에 목에 낀 때를 벗길 수 있겠군요."

 "클클클! 안 그래도 대장이 같이 있었으면 마법서를 해독한 기념으로 작은 파티를 열어 줄 텐데 하고 투덜거렸더니 이렇게 일이 되는군."

 도네이스와 미루스가 저녁에 있을 파티가 기대되는지 너스레를 떨었다.

 저녁에 시작한 신입 대원들의 환영 축하 파티는 새벽이 이슥해서야 끝이 났다.

 사슴 열 마리를 사냥해서 바비큐를 했고 식재료를 넣어 두었던 마법 배낭에서 맥주와 독한 증류주들이 나왔다.

 처음 소개를 겸해 신입 대원들의 노래와 춤 그리고 장기를 구경했고 나중에는 같이 어깨동무를 하며 각 부족 특유의 춤을 함께 추며 놀았다.

 산악 부족 출신의 대원들은 과실주만 마시다가 맥주와 증류주를 맛보고는 술맛에 푹 빠져 버렸다. 덕분에 데모 시티에서 출발할 때 샀던 맥주는 중간에 동이 났고 결국 쓰로파이어까지 나오고서야 쓰러지는 대원들이 속출했다.

 결국 자제하며 술을 즐길 나이가 된 세 고문과 책임감이 강한 티노, 티노의 눈총 때문에 절제를 한 도네이스를 남기고 모든 대원들이 술에 취해 잠이 들고 말았다. 물론 헤니의 경우는 분위기에 취해 놀다가 잠이 들었다.

 만취하지 않는 대원들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구경하듯 줄지어 나란히 누워 대화를 하며 알딸딸한 기분을 즐겼다.

 "참 어지간한 놈들입니다."

 딜런은 질린 목소리였다. 신입 대원들이 얼마나 술을 잘 마시는지 고개를 흔들 정도였던 것이다.

 "제 가치를 하려면 꽤 굴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룬의 말에 딜런이 평소에 보이지 않던 음침한 웃을 흘렸다.

 "후후후! 굴리는 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단 시간 내에 쓸 만한 대원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요."

 "딜런, 자네는 어째 무지 즐거워하는 거 같아 보여."

 타니엘라의 말에 딜런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나도 잘 몰랐는데 내게 그런 성향이 있었던 모양이야. 내 자신이 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대원들이 강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무척 기분이 좋다네."

 "크크! 내게도 그런 재미 좀 주시오, 대장. 사형과 지금 내 실력이면 제대로 된 마법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미루스는 대원들의 수련을 지도하며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는 딜런이 부러운 모양이다. 타니엘라가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면 그 역시 그런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에 받아들인 주술사들 모두가 마법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번 가르쳐 보세요."

 "그러지요. 우리 딜런과 같은 즐거움을 가지고 싶으니 이제라도 제자를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타니엘라의 말을 수락한 하룬은 문득 딜런의 가족이 궁금했다.

 "딜런 경, 고향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미노 제국이 되었다고 하는데."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막냇손자 녀석이 벌써 진검을 쥘 때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나름 정보 길드에 의뢰를 해서 알아본 모양이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후로 무척 정이 많아진 딜런이니 가족 생각이 많이 났을 것이다. 그동안 무심하게 대해서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기회가 닿으면 우리 모두 딜런 경의 고향에 한번 가도록 합시다."

 "흐흐흐! 찬성입니다."

 타니엘라는 무슨 속셈인지 음침하게 웃으며 하룬의 말을 반겼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보라와 상단 식두들이 찾아왔다. 전날 헤니와 통신을 하던 중에 소식을 들은 것이다.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결국 말하고 만 것이다.

 "히유! 정말 엄청 머네. 대장님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렀는데도 어제 도착을 하지 못하고 노숙을 했어요."

 "고생했어. 헤니에게 말은 듣긴 했는데, 여기는 어떻게 온거야?"

 한창 가츠 노인과 범용 약품을 개발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보라가 나타난 것은 확실히 뜻밖이었다.

 "칫! 못 올 데를 온 것도 아닌데 좀 반겨 주시지."

 보라의 투정에 하룬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잘 왔어. 한창 가츠 노인과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반가워서 그랬던 거야."

 "호홋! 반갑지요, 그쵸? 헤헤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비욘드에서는 이제 겨우 두 번째로 보는 건데 보라의 말이나 행동이 너무 자연스럽다. 원래 성격이 이랬던가?

 "가츠 할배가 직접 보냈어요. 시제품이 나왔으니 보고도 할 겸 대장이 위험한 의로를 하는 것 같아 직접 조제한 약재들을 가지고 가라고 해서 왔어요."

 "그랬구나."

 자신은 까맣게 잊고 있어도 가츠는 자신을 잊지 않고 걱정을 해 주고 있었다. 보라의 말만 들어도 가츠 노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각종 유리병에 채워진 약과 그 설명서를 받아 든 하룬은 잠시 가츠 노인을 떠올렸다.

 "상단은 어때?"

 아공간에 가츠 노인이 준 약을 넣은 하룬이 물었다. 

 "범용 약제의 판매를 시작했어요."

 "잘됐군. 생각보다는 빠르네."

 "그렇죠? 가츠 노인과 우리 상단 식구들이 밤을 낮 삼아 일했거든요. 일단 대량생산이 가능한 설사약, 소독약, 외상연고, 두통약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보니 보라의 얼굴이 전보다 많이 갸름해졌다. 꽤 고생을 한 얼굴인데 표정은 더 없이 밝았다.

 "미드레는 그 일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하긴 일단 판매가 시작되었으니 상단주인 미드레가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상단주가 아닌 덕분에 보라가 여기에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헤니도 볼 겸해서 제가 직접 온 거예요."

 그러면서 보라는 데리고 온 상단원들을 소개했다. 안면은 없지만 이미 보라와 미드레를 포함한 상단 수뇌부를 통해 하룬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상단의 실소유자이자 유명한 용병대장을 보는 그들의 눈에는 선망의 빛이 가득했다.

 "히든 대원은 도착했나?"

 "네. 데모 시티에 들렀을 때 만났어요. 그들이 가지고 온 이종족의 아이템들은 모두 파코추 마탑으로 넘겼어요. 벌써 황실에서는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어요."

 하룬은 '그들'이라는 말에 잠시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빠르게 표정을 지웠다.

 '진수 형이 친구들과 같이 왔나 보네.'

 "타림 공방에서 만든 돌풍 용병단 전용 방어구와 이종족들이 대장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 아이템들은 요새 안에 있는 저희 상단 건물에 있어요."

 "상단 건물?"

 하룬은 보라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난데없이 상단 건물이라니.

 "네. 미드레가 말하길 이 요새에서 한몫 단단히 잡아야 하니 지부부터 내야 한다기에 대장에게 전할 돈으로 무기류와 포션류를 구입하고 남은 돈으로 상단 건물까지 구입했어요. 잘했죠?"

 가지고 온 돈이라면 아마 해란 자매에게 받은 돈일 것이다. 그 돈을 허락도 받지 않고 써버린 것은 괘씸했지만 상인답게 돈의 흐름을 제대로 볼 줄 아는 것 같아 화는 나지 않았다.

 "그래, 잘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먼저 보고부터 하고 움직여."

 "헤헤! 알았어요. 대장이라면 잘했다고 말할 줄 알았어요. 저한테도 통신기를 주셔야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거예요."

 하룬은 피식 웃으며 통신기를 꺼내 주었다.

 "이젠 대장과 직접 통신을 할 수 있게 되었군요. 후후후!"

 그와 직접 통신을 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만족스럽게 웃는 보라를 보니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다.

 "상단 건물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되지?"

 보라는 대원들을 한번 쭉 훑어보고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는 충분해요. 원래 여관으로 쓰던 건물을 매입한거라서 후원에 있는 큰 방만 해도 스무 개가 넘거든요."

 "잘했네. 수고했어."

 생각하지 못했던 보라의 행동이지만 덕분에 대원들 모두가 편하게 머무를 숙소가 생긴 샘이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기상 시간은 많이 늦었다. 대원들이 모두 기상해서 아침 식사를 한 후 하룬은 기존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이렇게 모이라고 한 이유는 신규 대원들이 다수 들어왔으니 새로운 편제를 짤까 해서입니다."

 그건 대원들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나도 나름 생각을 해 봤지만 일단 대원들의 의견을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하룬이 의견 개진을 청했지만 나서는 대원은 없었다. 조직 개편은 예상을 했지만 심도 있는 생각을 할 시간은 없었던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해니가 손을 들었다.

 "히든 대원들도 있긴 하지만 그들은 우리 용병대의 숨겨진 힘이니 빼면 일단 세 개의 대로 구성하면 좋겠어요."

 "대?"

 세무리로 나누어 봐야 40명 정도인데 대라고 이름을 붙이기는 좀 적었다.

 "어차피 앞으로 대원들을 증원할 거 아닌가요, 대장? 뭐, 그때까지는 조라고 불러도 되고요."

 헤니는 하룬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하룬이 묘한 눈빛을 한 채 동의하자 헤니가 말을 이었다.

 "어제 이야기를 해 보니 아카족은 근접전에 강하고 부르카족은 활을 잘 다뤄 원거리 공격에 강점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리고 에인족은 창을 잘 쓰기도 하지만 몸이 날래고 데빌 산맥의 지형을 잘 아니 척후로 활용을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각 부족의 특성을 살린 세 개의 조를 창설하면 어떨까 싶어요."

 좋은 의견이었다. 대원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대부분 찬성을 했지만 딜런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딜런 경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룬의 말에 딜런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헤니의 의견을 아주 훌륭합니다. 하지만 향후 우리 용병대의 규모가 커져 용병대가 용병단으로 바뀌면, 대隊 단위로 성장할 각 조가 하나의 의로를 수행하는 경우가 생긱 때를 고려해서 그들을 하나로 묶는 것보다 섞어서 장점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나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정찰과 연락에 특화된 대원을 1할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대원 2할, 치료사와 마법사 대원이 2할, 그리고 전투에 특화된 대원 5할로 각 조를 구성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타니엘라가 딜런의 의견에 구체적인 비율까지 언급하자 모두 그게 좋다고 찬성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에인족 대원들은 티노 부대장이 맡아 메신저 무빙 스킬과 스카우트 교육을 시키고 부르카족 대원들은 도네이스가 맡아 궁술 스킬을 교육하면 될 것 같군요. 마리는 도네이스를 보조하고요. 가장 수가 많은 아카족 대원들은 딜런 경이 맡아 수련을 시키고 겨루와 방커가 보조를 하면 되겠군요. 마법을 배울 의사가 있는 주술사들은 타니엘라 경과 미루스 경이 맡으면 되겠습니다. 지금은 마법사 전력이 부족하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두 분이 맡아서 처리를 해 주십시오."

 호명을 받은 대원들은 맡은 역할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용병대의 힘을 키우는 일이라 흔쾌히 하룬의 지시를 받아들였다. 

 "마침 요새로 오면서 이곳에 있던 상인들을 통해, 저희가 자유 마법사가 되면서 한동아 연락이 되지 않던 친분이 있는 아이들에게 소식을 전했으니 곧 요새에 도착할 겁니다. 그들 역시 마탑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고 저희와는 오랫동안 인연이 있으니 용병대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타니엘라와 미루스는 이미 손을 써 두었다. 하룬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기존 대원들은 오랫동안 용병대의 규모를 키우는 일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비를 해 왔던 것이다.

 "두 분이 이미 수고를 하셨군요. 감사합니다."

 "허허! 별거 아닙니다. 대장이 힘을 써 준 덕분에 그렇게 목을 매던 6서클에 오르니 새삼 스승의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 그들에게 연락을 했던 겁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가르쳐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사형 말이 맞습니다. 정말 우리 수족으로 부리려고 제자들을 부른 건 아닙니다."

 미루스의 말에 하룬이 소리 내어 웃었다. 나름 변명을 한다고 한 말이지만 다른 대원들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미루스의 속셈이 다 드러났던 것이다. 얼마나 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돌풍 용병대의 마법사 숫자가 현저히 적었기에 무척 기대가 되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조직 구성은 어떻게 할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이번에도 헤니가 먼저 나섰다.

 "대장님과 부대장님 그리고 세 고문님은 그 자리를 유지하시고 수석 교관 자리를 신설하여 도네이스 언니가 맡으면 어떨까요?"

 "그것도 괜찮은 의견이군. 그럼 거기에 대해 정보와 인사에 관한 일정 권한을 가진 참모부를 신설하여 헤니를 수장으로 하여 대장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면 되겠군."

 "그거 좋은 생각이군. 헤니는 치료사보다는 참모가 어울리니까."

 "나도 찬성입니다."

 딜런의 의견에 다들 동의를 해서 만장일치로 그렇게 정했다.

 새로 개편된 세 조는 각각 벼루와 방커 그리고 마리를 조장으로 하고 치첸과 두르본, 티난과 디온, 그리고 토르와 옥세르를 부조장으로 해서 각기 에인족 대원 9명과 부르카족 대원9명 그리고 아카족 15명 그리고 주술사 1명씩으로 구성했다.

 헤니가 이끌 참모부는 각 부족의 대원 중에서 머리가 비상한 이들로 선발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각자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한 하룬의 추천으로 인선은 금방 이루어졌다.

 "그럼 며칠 동안은 이곳에서 머무르며 새로 개편된 조직의 수련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서로 얼굴도 익히고 부족한 것들을 교육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일단은 요새로 들어갔다가 꼭 필요한 사람들을 빼고 다시 이곳으로 오는 것으로 하지요."

 이로써 새로운 용병대의 체계가 갖추어졌다. 모두 용병대가 커지는 것을 실감하며 기뻐했다.

 수련은 조직 개편이 발표가 된 후로 바로 시작되었다.

 순정석을 복용하고 수련 검식을 익혀 대부분의 대원이 마나 오션을 이미 생성한 상태라, 단기간에 급겹히 성장한 대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딜런과 티노 그리고 도네이스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아, 몇 단계 더 도약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놀랍도록 달라지는 자신의 능력을 직접 확인한 대원들이기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수련을 달게 받아 들였다. 부족 간, 개인 간의 경쟁도 치열했다. 특히 치첸은 약혼녀인 두르본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며 의지를 불태웠고 나름 각 부족에서 최고의 전사로 불리던 이들이라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그간 따로 떨어져 있었던 겨루와 방커는 하룬이 준 순정석을 복용하고 당장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데 더해 그간 딜런으로부터 수련 검식을 전수받아 열심히 수련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하룬은 그 닷새동안 집중적으로 딜런의 도움을 받아 마수의 힘과 마나의 힘을 동시에 끌어 올려 사용하는 것을 수련했다.

 둘은 잉체 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통해 수련을 했다. 마수의 힘을 끌어 올린 상태에서 마나까지 끌어 올린 하룬은, 딜런의 검술은 물론 2미터에 이르는 오러 블레이드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내일이면 요새로 가기로 했기에 오늘은 유난히 격렬한 대련이 이루어졌다. 몇 시간이나 이어진 대련을 마친 딜런 뿌듯한 얼굴로 땀을 닦으며 하룬을 보았다.

 "대단합니다, 대장. 이제 소드 마스터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 아직 멀었습니다."

 하룬은 딜런과는 달리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딜런은 생각이 달랐다.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대장의 검기가 가진 강도나 위력은 그에 버금갑니다. 방금만 해도 제 오러 블레이드를 충분히 감당하지 않습니까? 메신저 검술은 능히 제 검술을 감당할 수 있으며 그 오랜 시간 동안 대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나는 충만합니다. 마수의 힘을 사용하는 시간만 늘린다면 저조차 얼마 후면 대장을 상대할 자신이 없을 정도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으니 그저 탄복할 뿐입니다."

 딜런의 과한 칭찬에 하룬은 얼굴을 붉혔다.

 "딜런 경이 제 얼굴을 뜨겁게 만드시는군요."

 "아닙니다. 대장 때문에 제 수련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딜런은 요즘 오러 블레이드를 유지한 상태에서 멀리 있는 상대에게 날리는 이른바 '탄강'을 수련하는 중이었다. 지금까지는 수련 상대가 없어 진전이 미비했지만 하룬은 그가 날리는 탄강을 무난하게 받아 내고 있을 뿐 아니라 가공할 빠르기로 자신을 위협하기 일쑤였다.

 "제가 보기에는 대장의 몸속에 두 가지 이상의 마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나의 양으로 보면 이미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섞이지 않아 생성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문제입니다. 두 마나가 도대체 융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룬의 고민은 그것이었다. 자연에서 받아들인 마나와 어둠의 마나라고 명명한 마나는 서로를 인정하되 섞일 생각은 하지 않아 한 가지씩 이용해야만 했던 것이다.

 "제가 예전에 들은 바로는 오래 전에는 대장처럼 이종異種의 마나를 축적하여 마나의 충돌을 이용하는 검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실전되었지만 마나가 충돌할 때 일어나는 폭발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면 무척 위력적인 검술이 나올 것 같습니다."

 딜런의 조언을 들은 하룬의 머릿속에 벼락이 쳤다.

 '디스펄션, 아니 익스플로젼 소드!'

 디스펄션 검술을 기초로 해서 자신이 만들어 낸 검술 그새 잊고 있었다니!

 "딜런 경, 당장 다시 붙어 보지요."

 "알겠습니다."

 딜런은 자신의 말을 듣자마자 하룬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솟구치는 것을 보고, 하룬이 뭔가 얻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쥔 검은 최대로 끌어 올린 오러 블레이드로 인해 일시에 세 배로 커진 듯한 엄청난 대검이 되었다.

 "익스플로젼 소드!"

 하룬의 마나 오션에 똬리를 틀고 있던 두 마나나는 각기 왼팔과 오른팔을 통해 박살로 흘러들어갔고 엄청난 밀도로 수축했다가 강하게 충돌했다. 박살의 검첨으로부터 눈부신 섬광과 함께 전방을 향해 어마어마한 힘이 폭출暴出되었다.

 '이, 이건?'

 딜런은 전신의 힘을 모두 끌어 올려 이를 악물고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위력의 힘이 자신을 향해 폭사되어 왔던 것이다.

 꽈앙!

 굉음과 함께 주변을 가득하게 메운 먼지 속에서 하룬과 딜런은 땅에 깊은 고랑을 만들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멀리 튕겨 날아가고 말았다.

 흙과 풀 그리고 나무의 작은 파편들로 이루어진 엄청난 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할 때 안간힘을 쓰며 일어나던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앞쪽으로 향했다.

 충돌을 한 곳으로 짐작되는 곳에는 직경 3미터가 넘는 거대한 구덩기가 파여 있었고 그들 사이는 물론 주변의 땅은 시뻘건 속살을 드러낸 상태였다.

 "쿨럭! 정말 대단한 검술이었습니다."

 딜런은 감탄과 함께 시꺼멓게 죽은피를 몇 번이나 토해 내었다. 명색이 소드 마스터 중급인 자신이 내상을 입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의 검술을 대장이 이미 익히고 있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커헉! 쿨럭!"

 하룬은 뭐라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전신이 강력한 충격파에 직격당해 자신의 몸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살을 베고 뼈를 가는 것 같은 격렬한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더라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룬은 서둘러 상급 포션을 꺼내 딜런에게 힘겹게 던져 주고 자신도 하나를 꺼내 마셨다.

 후들거리는 몸으로 간신히 마나 플로를 몇 차례를 돌리자 뒤흔들렸던 내장이 제자리를 찾았고 겨우 입을 열 정도의 기력이 솟아났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요."

 "큭큭!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대장의 검술이 이런 경지까지 올랐을 줄은 몰랐습니다."

 딜런은 실제로 충격의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었다. 무심코 주변으로 눈을 돌렸던 딜런은 입을 쫙 벌렸다. 분명히 그들 사이에는 수십 그루의 아름드라나무들과 몇개의 거대한 바위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들이 모두 산산조각이 났단 말인가?'

 그들이 대련을 하던 공터는 이미 반경 10미터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그 새ㅔ 배는 커져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제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역시 우리 대장은 대단하군!'

 평생 수련만 했던 자신과는 달리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던 대장은 드디어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실력자가 된 것이다. 물론 아직도 검술의 세기細技와 마나의 운용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하룬은 딜런에게 충분히 존중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딜런은 힘겹게 엄지를 들어보였다.

 '당신은 이제 인품으로나 검술 실력으로나 영원한 마이 로드가 되었군요!'

 포션으로 겨우 몸을 회복하고 숙영지로 돌아온 오후에 타니엘라와 미루스가 찾아왔다. 책임감이 강한 딜런은 같이 오다가 그 몸을 하고도 다른 대원들의 수련을 도우러 따로 움직여 숙영지에는 그 혼자였다.

 "대단한 녀석들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주술사들을 비롯한 산악 부족 대원들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제 눈에도 좋은 재목으로 보였습니다."

 "마치 솜이 물을 흡수하듯 우리의 가르침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세 녀석 이미 마나 고리를 만든 것은 물론이고 1서클을 마스터했습니다. 아무리 기존에 주술을 익히고 있었고 나름대로 마나 친화력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빠른 진경은 처음 봅니다."

 "룬어에 대한 이해도도 최상입니다. 그들 말로는 주술에도 룬어와 비슷한 신성 그림자를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룬어의 원형을 그들이 익혀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니엘라와 미루스는 주술사 출신의 세 대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 해석된 마법서는 익히고 계신 겁니까?"

 "네. 아직 겨우 껍질만 겨우 만질 정도지만 얻은 것이 많아 기존의 마법보다 위력이 몇 배로 올라갔습니다."

 "제대로 된 마법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감탄하고 있습니다. 고대의 마법은 현재 마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니엘라와 미루스는 고대 마법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열심히 익혀서 7서클의 경지에 오르시면 좋겠군요."

 하룬의 말에 두 사람은 환하게 웃었다.

 "흐흐흐! 안 그래도 7서클 대마법사가 되면 마탑을 세울 참입니다."

 "이름도 미리 정해 두었습니다. 돌풍 마탑! 멋지지 않습니까?"

 두 사람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다. 목표에 매진하는 열정적인 삶의 태도가 그 미소 속에 녹아 있었다.

 '정말 보기 좋구나.'

 하룬은 자신이 얻은 마법 중에 광역 기후 조절 마법이 없다는 것에 적지 않게 실망을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미소를 본 후 그 실망감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참! 안 그래도 두 분을 따로 청할 생각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신지?"

 "이번에 요새로 오는 길에 흑마법사를 상대했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짧게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다.

 "수장으로 추측되는 자의 몸에서 몇 권의 마법서를 찾았습니다. 시간이 날 때 읽어 보았는데 전 이해를 할 수 없더군요. 하지만 두 분에게는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따로 챙겨두었습니다."

 하룬은 아공간에서 '오츠왈드 학파 마법 총람서'와 '정신제어', '정신지배', '테이밍 스킬', 그리고 '기초 마법진' 의 제목을 가진 마법서 다섯 권을 꺼내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오오!"

 "이건!"

 예상대로 두 사람은 마법서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지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당장 마법서들의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지금 자신들이 어떤 상황인지도 잊어버린 채 마법서에만 빠져 있었다.

 두 사람이 정신을 차린 것은 한 시간 이상이 지난 후였다.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하룬은 마나 플로를 돌려 몸 상태를 회복하느라고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건 흑마법서들입니다."

 "에구! 그건 대장도 알고 있다고요."

 미루스가 타니엘라의 말에 타박을 했다.

 "5서클 혹은 6서클로 짐작되는 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마법서들이니 아마 다크니스의 흑마법사들이 공동으로 익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두 분은 이 마법서를 토대로 놈들의 마법을 무력화시키거나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좀 생각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니켄을 살살 꾀어 흑마법의 기초적인 이론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마법서들이라면 흑마법을 상대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흐흐흐! 더불어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려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고대 마법은 흑마법의 이론을 적지않게 채용하고 있기에 대장이 구해 준 고대 마법서를 해석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이런 마법서들은 반드시 필요 했거든요."

 사실 하룬이 구해 준 고대 마법서들은 해석은 끝이 보였지만 그것만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지난至難한 일이라 마치 새로운 벽에 부딪힌 듯 절망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룬이 지금 준 마법서들은 그들에게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더욱 다행입니다."

 하룬은 두 사람으로부터 고대 마법서 중에 GPC가 찾는 기후 조절 마법이 없다는 보고를 접하고는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와락!

 갑자기 미루스가 하룬을 끌어안았다.

 "대장이 없었으면 우리 두 늙은이는 정말 말라비틀어진 미라처럼 인생을 마감하고 말았을 거요. 사랑하오, 대장. 쪼옥!"

 난데없이 미루스에게 볼에 뽀뽀를 당한 하룬이 정신적인 충격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타니엘라도 하룬을 끌어안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이 로드! 기사들은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어떻게 하는가 싶었더니 저절로 이런 칭호가 나오는군요. 정말 이 은혜는 남은 생을 통해 다 갚겠습니다."

 "이런! 이……건……."

 뭐라고 말을 하며 두 사람을 떼어 놓을까 고민하던 하룬은 어느새 두 사람의 얼굴이 닿은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이 지금 얼마나 감동을 받고 있는지 여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하룬 역시 가슴이 벌렁거리며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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