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겐 성 공략》
사람들은 새벽같이 일어났다. 전투를 앞두고 있으니 제대로 잠을 잤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는 어느 정도 회복한 모습이었다.
하룬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헤겐 성을 정찰한 결과와 페일론에게 들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대뜸 일룸을 비롯한 황실 사람들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그럼?”
하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헤겐 성에서 노역을 하는 사람들은 실종자들과 병사들 중 일부입니다. 호위대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그 사건 당시 죽음을 당하거나 반죽ㅇ믕 상태로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합니다.”
모르긴 해도 기사들은 이미 주 ㄱ어서 놈들에 의해 다크 나이트로 제련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굳이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드디어!”
일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황실의 의뢰 하나가 이제 해결되려는 것이다.
“공격 시간은 앞으로 한 시간 뒤입니다. 페일론이 알려준 대로 식사 시간에 맞추어 공격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실종자들은 각자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니 애꿎은 희생을 피할 수도 있고 적들의 경계도 많이 풀릴 겁니다.”
하룬의 말에 성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습격을 하기에는 너무 환한 것 아닌가요?”
상대편의 숫자는 두 배가 넘는데 이쪽에서 습격을 하는 상황이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대신 흑마법사들이 곤하게 잠을 빠질 시간이니 몇 가지만 해결하면 이번 전투에서 저희 쪽이 유리해집니다.”
“아!”
흑마법사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했다.
“먼저 성 주변에 펼쳐져 있는 흑마법진을 해체시켜야 합니다. 마법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마나석들이 묻혀 있는 곳은 대충 알아왔으니 이 일은 마탑 분들이 처리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주경계를 위해 대원 1명씩과 동행하십시오.”
“알겠소, 대장.”
세르파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하룬은 타니엘라와 미루스, 그리고 황실 마법사인 베른하트와 몰보트와 일일이 눈을 맞추었다.
“네 분은 대원들의 공격에 맞추어 흑마법사들의 개입을 늦출 수 있는 마법을 부탁합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페일론의 말에 의하면 그곳을 다스리는 헤겐이라는 흑마법사는 6서클의 마도사라니 그가 마법을 쓸 시간 여유를 주면 절대로 안 됩니다. 도네이스와 마리도 여러분들이 마법을 날릴 때 함께 철시로 공격을 할 겁니다.”
“저희 황실의 의뢰가 걸린 일이니 최선을 다할 겁니다. 잠에서 깨어 허둥지둥 나올 흑마법사들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합을 의논해 보겠습니다.”
베른하트가 주먹을 쥐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딜런 경과 일룸 경은 가장 빠르고 파괴적인 공격으로 적들의 기세를 꺾어 주십시오. 그리고 흑마법사들이 잠에서 깬 후 밖으로 나오면 그들을 상대하는 데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두 분의 오러 블레이드라면 5서클 정도의 마법 공격은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소!”
딜런과 일룸은 이제야 자신들의 무위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에 잔뜩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성기사 분들은 세 신관분들과 함께 성 오른쪽으로 진입하십시오. 저희는 왼쪽으로 진입하겠습니다. 성녀님과 성자님은 언데드들을 처리해주십시오. 성벽 후면에 마련된 비밀 공간에 숨겨져 있는 언데드들 중 왼쪽에 있는 것들은 새벽에 제가 처리를 했으니 오른쪽만 처리하면 될 겁니다. 흑마법사들의 조종이 없으면 행동이 굼뜰 테니 처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밀스레드 경과 타운트 경이 성녀님과 성자님의 경호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성녀가 사제들을 대표해서 고개를 끄덕였고 두 기사는 이제야 제대로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이 좋은지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하하하! 그까짓 언데드들은 수백이라도 문제없습니다. 금방 처리하고 지원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대략적인 계획은 세워졌다. 제국군 십장인 페일론의 말을 토대로 완성했으니 큰 오차는 없을 것이다.
“대장, 그런데 마수는 어떻게 할 거냐, 아니 할 겁니까?”
두르본이었다. 그녀는 다른 아카족 대원들과 함께 요즘 딜런과 티노로부터 한창 존대어를 배우는 중이라 말투가 왔다갔다 하는 중이다.
“흑마법사들이 테이밍한 마수들은 브롤프와 람비 그리고 슬로크인데 그 숫자는 백 마리가 안 된다고 한다. 아이콘라드는 다행스럽게도 버처리비크가 모두 처리를 한 거지. 제대로 흑마법사들을 요격할 수 있따면 마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할 수는 없었다. 흑마법사들이 모두 자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하룬은 페일론의 말을 믿었다.
‘만약 마수들이 날뛴다면 미노와 수니에게라도 부탁을 해야지.’
생각해 보니 정신이 없어 녀석들이 정찰한 결과도 확인하지 못했다. 녀석들의 목에 채운 헤드 캠도 아직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각자 전투에 대비해 몸과 마음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가졌다.
하룬은 비도와 단검들을 손질한 다음, 인벤토리에 있는 포션들을 쓰기 좋게 준비해 두었다. 마법사들은 캐스팅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격 마법의 주문을 미리 메모라이징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전사들은 자신들의 무기와 방어구를 꼼꼼하게 챙겼다.
준비를 끝낸 하룬은 성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성자와 신고나들에 앞서 기도를 먼저 끝낸 상태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문제없어요.”
“성배가 필요하신 것은 아닙니까?”
“아니, 괜찮아요. 성자가 각성을 한 덕분에 저는 물론이고 모든 사제들의 신성력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답니다. 비록 이곳의 언데드들에게 항성력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신성력 수준이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요.”
“다행입니다.”
하룬은 아직도 기도에 열중하고 있는 성자를 흘끗 쳐다보았다. 미끈하고 귀티가 줄줄 흐르는 성자의 전신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결하고 고귀한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하룬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발 준비를 하는 대원들의 어깨를 일일이 두드리면서 격려했다. 다행하게도 겁을 먹거나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대원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레미와 헤니조차 말이다.
“너희 둘은 무리하지 말고 뒤에서 따라만 다녀. 부상자가 나오면 지체 없이 치료해 주고.”
“헤헤! 걱정하지 말아요, 대장. 나도 매일 수련 검식으로 수련하고 있다고요.”
“저도요. 급하면 마수의 힘을 쓸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튼 조심해. 전투를 하는 대원들도 중요하지만 치료사인 두 사람은 누구보다 중요하니까.”
하룬의 말에 두 사람은 자부심이 느껴진느 얼굴로 작은 주먹을 힘주어 쥐었다.
다시 걸음을 옮긴 하룬은 잔뜩 긴장한 마리에게 뭔가 이야기하는 도네이스를 보았다. 두 사람은 하룬이 다가가자 목례를 했다.
“두 사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 전투에 참가할 생각은 하지 말고 성안 중앙의 건물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잠에서 깬 흑마법사들이 나올 때 저격해야 해.”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흑마법사들을 해치우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마도사들께서 마법 공격을 하실 테니 기회는 많이 생길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할 일을 알고 있는 도네이스를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마리, 너무 걱정하지 마! 마법을 쓰지 못하는 흑마법사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니까.”
“알겠어요.”
마리는 연방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누그러뜨리려고 했다.
마탑의 마도사들이 흑마법진을 해체하기 위해 떠나자 하룬은 버처리비크들에게 그들 주변에 마수들이 나타나는지 정찰을 부탁했다. 성을 중심으로 높은 상공에서 선회한 미노와 수니는 별 이상이 없음을 알려 왔다.
-맛없는 고기들은 그 인간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
-몇 마리가 근처에 있긴 한데 자고 있다.
다행이었다. 마수들이 마나석 근처에 있었다면 인원을 더 투입해야 했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땡! 땡! 땡!
성안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식사 시간을 알리는 소리였다.
성을 중심으로 엷은 안개처럼 느껴졌던 무거운 대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흑마법진 고유의 음침한 기운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세르파를 비롯한 마도사들이 마나석을 속속 파내고 있는 것이다.
하룬이 손을 쳐들었다. 이제 일을 하던 사람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정도의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하룬의 손을 주시하던 사람들은 손이 아래로 떨어지자 힘껏 숲 밖으로 뛰어나갔다. 사람들은 각기 맡은 일을 위해 무리 지어 달려갔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던 하룬은 슬로크 열댓 마리가 성벽 아래 근처로부터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미노와 수니가 자고 있다고 했던 놈들일 것이다.
놈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은 아주 위협적이었다.
슬로크의 쇄도에 하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놈들을 직접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일행 중 일부는 발길을 멈춰야 했고 그렇게 되면 기습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하룬은 다급한 와중에서도 나름 쓸 만한 생각이 떠올랐다.
-미노, 수니, 저놈들을 처리해 줘!
-분명히 자는 것 같더니.
-재미는 있겠다!
하룬이 의지를 전하기 무섭게 일행이 나온 숲 상공에 있던 미노와 수니가 쏜살처럼 날아 마수들을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녀석들은 이미 근처에 와 있었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불러두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될지는 몰랐다.
날개를 접고 마수를 향해 내리꽂히던 미노와 수니가 땅에 부딪히기 일보 직전에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펴고 발톱으로 마수를 후려갈겼다.
끼아악!
표범을 닮았지만 덩치는 송아지만 한 검은 슬로크 두 마리가 버처리비크들의 강철 같은 발톱에 차여 비명과 함께 날아갔다.
쿠웅! 쿵!
한참 뒤로 날아가서 떨어진 슬로크들의 머리통은 그로테스크하게 꺾어진 상태였다. 즉사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미노와 수니는 강력한 힘을 가진 날개와 발톱을 이용해 10여 미터 위로 날았다가 떨어지며 슬로크들을 공격했다.
미노와 수니의 발톱에 차인 슬로크들은 구슬픈 비명과 함께 피투성이가 되었다. 차이기만 해도 살점들이 푹푹 떨어져 나갔고 뼈가 부러졌다. 정말 놀라운 괴력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하룬 일행은 공황 상태에 빠져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인간들에게 신경도 쓰지 못하는 슬로프들을 무시하고 달렸다.
하룬은 낮은 왼쪽 성벽 위로 뛰어올랐다. 5미터나 되는 폭을 가진 성벽 위에는 듬성듬성 경계병이 서 있었다.
“저…….”
막 하룬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려던 경계병이 자신의 목을 붙잡으며 쓰러졌다. 검은색 하드 레더를 걸치고 있는 그의 목에는 단검 한 자루가 꽂혀 있었다. 10미터 정도 간격으로 배치된 경계병들은 식사 시간으로 인해 20미터 간격으로 넓게 퍼져 있었다.
성벽을 따라 달리던 하룬의 손에서 단검이 떠날 때마다 경계병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그와 방향을 달리한 대원들이 2미터 높이의 중간 성벽을 뛰어넘었을 때는 이미 공사 중인 성벽 위에 서 있는 경계병은 아무도 없었다.
하룬은 다른 성벽이 다 올라가고 뒤쪽으로 원거리 공격과 정찰을 위해 망루를 쌓으려는 곳으로 단숨에 뛰어들었다.
“누구냐?”
짓다가 만 망루 속에서 경계를 하던 한 경계병이 그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자 다른 둘이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경계병들이 교대를 하거나 혹은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모인 것 같았다.
슈욱! 슈욱! 슉!
단검 세 자루가 그들을 향해 벼락처럼 쏘아져 나갔다.
“크악!”
“큭!”
“헉! 적이다!”
둘은 이마와 목에 단검을 맞고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쓰러졌지만 1명은 운이 좋아 목에 맨 호각을 ㄷ르어 올리다가 우연히 팔뚝에 단검을 맞고 살아남았다.
삐익! 삑! 삐익! 삑!
땅! 땅! 땅! 땅!
그 순간 시끄러운 호각 소리와 함께 종소리가 급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성기사들이 노출되었군. 안으로 진입은 했으려나?’
그쪽 상황이 궁금했지만 더 이상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곧 경계병들이 모여들 것이다. 하나라도 더 숫자를 줄여야만 했다.
박살을 꺼내 든 하룬이 마나를 일으켰다. 순간 그의 몸이 비호처럼 날아 호각을 불려는 자의 목을 찔렀다.
“끄르르!”
하룬은 눈을 까뒤집으며 죽어가는 경계병의 목에서 박살을 회수하는 즉시 성벽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경계병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30미터 간격으로 올라가고 있는 망루마다 1명씩 배치되었던 것이다.
싸악!
“큭!”
하룬은 몸을 숨기지도 못할 정도로 쌓다가 만 망루에 있는 경계병들을 박살과 단검으로 해치우며 빠르게 뛰는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다.
호각과 비상 종소리로 사주경계를 하던 경계병들은 육안으로도 하룬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기에, 단검이나 화살이 날아오기도 하고 두셋이 합세해서 그에게 쇄도하기도 했지만 하룬은 거칠 것 없는 기세로 막아서는 경계병들을 박살내며 이동했다.
중간에 익스퍼트 급의 전사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소드 마스터인 딜런이나 마수의 힘을 사용하는 아카족 대원들과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수시로 해왔던 하룬의 상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하룬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람비의 힘이 더해진 하룬의 몸은 잔상만 남을 정도로 빨랐기에 단검이나 박살이 급소를 노리는 것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하룬은 오랜만에 경험하는 집중 상태에 빠져 있었다. 상대방의 숨결 하나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해진 그의 오감은 박살에 찔리고 베어지는 상대방의 혈관과 근육의 움직임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하룬 대장!”
어느새 성을 반 바퀴나 돌았나 보다. 성녀와 성자가 밀스레드, 타운트와 함께 양쪽에서 포위한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상대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성벽과 아래쪽에는 박살이 나고 녹아내린 뼈다귀들이 즐비한 것으로 보아 치열한 공방이 일어났고 그 와중에 세 신관과 성기사들이 성안으로 진입한 모양이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스켈레톤 솔저들은 다 처리했지만 나이트들은 여전히 광란한 듯 날뛰고 있어 성녀와 성자의 신성 버퍼를 받고 있는 두 기사도 힘겹게 그 공세를 막아내고 있을 뿐 그들을 처리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놈들!”
하룬이 소리를 지르자 하룬 쪽에 있었던 스켈레톤 나이트 4기가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살아있는 자들의 기척을 귀신처럼 알아내는 스켈레톤 나이트가 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내 기척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정상은 아닌데 왜 이렇게 흉포하게 날뛰는 거지?’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그를 본 순간 마치 공포게 질린 것처럼 광란하며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소환자의 조종을 받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하룬은 그들에게 달려가면서 박살의 검신에 짧은 순간 많은 마나를 주입했다. 순간적으로 주입된 많은 양의 마나가 검첨에 응축되는 순간 하룬이 박살을 휘둘렀다.
“디스펄션!”
박살의 검첨에서 강렬한 빛이 폭발을 이르켰다. 마치 박살이 산산조각이 나듯 부서진 오러 조각들이 정면으로 날아갔다.
꽈광! 꽝!
꽈지직!
은은한 검은새 광택을 내고 있는 무기를 들고 광란하던 스켈레톤 나이트 4기가 그 한 방으로 한순간에 아무 비명도 없이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마나 소모가 크긴 하지만 내 경지가 올라가니 이 검술도 쓸 만하네.’
하룬은 오랜만에 펼친 디스펄션 검술에 만족하며 다시 박살에 마나를 집중해서 다량 주입했다. 마나로 펼치는 디스펄션 검술의 요체는, 오러로 변환되려는 마나를 일정 단위로 분리한 상태에서 최대한 응축한 다음 한순간에 검신이나 검첨을 통해 폭발하듯 쏟아내는 것이다.
딜런으로부터 익스퍼트 중상급을 상회한다는 인정을 받은 하룬이지만 마나를 세밀하게 다루는 것은 그 경지 이상이다. 하룬은 성녀 일행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착지한 순간 다른 방향의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향해 다시 한 번 디스펄션 검술을 펼쳤다.
꽈광! 꽝!
꽈지직!
응축되었다가 검첨을 통해 전방으로 쏘아져 낙나 오러 조각들은 순식간에 6기의 스켈레톤 나이트를 박살내 버렸다. 급소에 찔리고 베인 인간 병사들과 달리 스켈레톤 나이트들의 뼈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성녀 일행은 입을 벌리며 작은 탄성을 토했다. 신성력을 가진 자신들도 상대하기 버거웠던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눈 깜박할 사이에 해치운 하룬의 능력을 쉬 믿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제 성안으로 갑시다!”
하룬의 말에 성녀가 정신을 차렸다.
“네.”
하룬은 성벽을 타고 이동하는 대신 성안을 향해 뛰어내렸다. 성벽 위에 있는 나머지 병사들은 아마 조금 더 있으면 성내의 소요로 인해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성안으로 투입될 것이니 굳이 여기에서 상대할 이유가 없다.
성 중앙으로 향하는 길은 아무도 없었다. 간간이 죽은 전사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들의 복색은 모두 검은색 일색이었다.
“시체가 사라지고 있어요!”
뒤에서 들려오는 성녀의 목소리에 발을 멈추고 돌아보니 검에 찔려 죽은 사체가 빛 모래처럼 변하여 대기 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설마 이들도?’
충격적이었다. 흑마법사들 중 상당수가 다크니스에 소속된 이방인이라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일반 전사들까지 이방인일 줄이야.
어느새 피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체가 있던 자리에는 몇 개의 아이템이 떨어져 있어 그들이 이방인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유저들을 끌어들여 급격하게 세력을 키우고 있어!’
무엇을 윟마인지는 몰라도 글로리 가이아는 이 비욘드에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뭔가 큰 것을 획책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일반 유저들까지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 그런 의문을 떠올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성 중앙에는 한창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룬이 다시 달리기 시작하자 성녀 일행도 힘주어 바닥을 박찼다.
채앵! 까앙! 깡!
“죽어랏!”
“너나 죽어!”
“크아악!”
“아악!”
성 중앙이 가까워지자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 그리고 살벌한 고함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룬과 성녀 일행은 이동속도를 더 높였다.
드디어 좁고 밀집된 주거지를 통과한 하룬은 사각뿔 형태의 거대한 건물을 중심으로 뒤엉켜 살벌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층 높이의 배급소는 엉망이 된 상태로 이곳저곳에 혈흔이 낭자했고 사체들이 널려 있었다.
‘기습은 성공이군.’
하룬의 매 같은 눈에 대원들이나 성기사들의 사체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몇 명이 부상을 당해 레미와 헤니의 치료를 받고 다시 무기를 쥐는 것만이 보였다.
“성녀님, 신성 마법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지요. 성자, 신관들을 불러오세요.”
성자 예힘은 성기사들의 뒤편에서 3명의 보호를 받으며 신성 버퍼를 해주고 있는 신관들에게 달려갔다.
하룬의 시선은 치열하게 적들과 싸우는 대원들에게 향했다. 기습의 묘는 이미 사라졌지만 대원들은 아주 훌륭하게 싸우고 이었다. 검기를 뽑아낸 익스퍼트 급의 전사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단연 딜런과 일룸이었다. 두 사람은 작정을 한 듯 빠르게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는데 그 검을 막아내는 자가 없었다.
일룸은 오러를 두른 대검으로 상대방의 무기와 함께 몸까지 부수는 반면 딜런은 상대의 무기를 피하거나 빗겨 쳐 내며 상대의 요혈을 찌르거나 베었다. 두 사람의 활약인지 아니면 나머지는 다 해치운 것인지는 몰라도 남은 자들의 숫자는 채 스물도 되지 않았따.
걱정을 거둔 하룬의 시선은 이제 거대한 사각뿔 모양의 건물로 향했다.
‘저곳에 있을 흑마법사들이 문제야!’
비명과 살벌한 외침이 난무하니 아무리 곤한 잠에 빠졌다고 해도 흑마법사들이 거의 모두 깨었을 것은 확실했다.
‘어디냐?’
하룬의 매서운 눈이 건물을 훑어보고 있을 때 1층에 있는 문 몇 개가 연속해서 열리며 일단의 인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막 밖으로 나오는 흑마법사들이었다. 하룬이 비수를 던지려는 순간 그의 귀에 강한 파공성이 들렸다.
쐐액! 쐐액!
도네이스와 마리가 날린 철시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광장과 인접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정신 없이 시위를 당기고 있는 도네이스와 마리가 보였다.
“캐액!”
“컥!”
문 밖으로 나오던 흑마법사들은 사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황급히 나오다가, 예상치 못한 철시 공격을 받고 마법을 채 펼치기도 전에 쓰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열린 문 밖에 펼쳐진 장면에 사태를 알아차린 흑마법사들은 방어 마법이나 블링크 마법으로 대응했다.
“실드!”
“블링크!”
오러가 담긴 철시지만 4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작정을 하고 마법을 펼치니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무리였다.
이때 하룬이 전장 사이로 달려가며 딜런과 일룸을 불렀다.
“딜런 경! 일룸 경!”
두 사람은 지체하지 않고 전장에서 이탈한 후 건물로 달렸다. 소드 마스터인 두 사람의 몸은 마치 블링크 마법을 펼친 듯 움직여 흑마법사들을 요격했다.
“블…… 캐액!”
아무리 메모라이징을 했다고 하더라도 주문을 외워야 하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으면 된다.
람비의 힘을 다시 끌어 올린 하룬의 몸은 유령처럼 움직이며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흑마법사들의 요혈에 박살을 찔러 넣고 비수를 던졌다.
“블링크! 다크 핸…….”
싸악!
“큭!”
“이봐, 그러기에 옆을 잘 봐야지!”
딜런이 막 하룬이 휘두른 박살을 블링크로 피하고 공격이 마법을 펼치려던 흑마법사의 옆구리를 베어 버렸다.
그때부터 하룬이 선봉이 되어 공격을 하고 딜런과 일룸이 하룬의 공격을 요행히 피한 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제법 먼 거리로 피한 흑마법사들은 연속해서 날아오는 도네이스와 마리의 철시 공격에 제대로 된 마법을 펼칠 새도 없이 죽어갔다. 어느새 그녀들이 날리는 화살은 가늘고 짧은 철시로 바뀌어 있었다.
“지구라트로 들어와랏!”
“언데드를 소환해라!”
언제 열린 것인지 4층의 문을 열고 나온 9명의 흑마법사들이 마나를 담아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얼마 남지 않은 전사들과 흑마법사들이 건물로 향했다.
‘귀찮게 됐군!’
건물 내부에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상대하기가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지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것이다. 흑마법사들이 어떤 마법을 사용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때였다.
“홀리 파워!”
성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휘황한 빛의 기동이 하늘에서부터 놈들이 지구라트라고 부르는 건물로 떨어져 내렸다.
화악!
빛의 기둥이 건물의 첨탑과 충돌하는 순간 굉음 대신 마치 화염이 사방으로 퍼지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빛이 건물을 감싸고 흘렀다.
돌아보니 성녀와 성자 그리고 세 신관이 성기사들과 함께 기도를 올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몸에서 현란한 광채가 솟아나와 마치 거대한 빛의 덩어리처럼 보였다.
신성 마법의 효과는 엄청났다.
“아악!”
“카악! 내 눈! 눈이 보이지 않아!”
공격을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흑마법사들과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다시 밖으로 뛰어나왔다.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신성력이 건물 전체를 전류처럼 흐른 것이다.
“지금이닷! 공격!”
티노의 소리와 함께 대원들이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온 전사들과 흑마법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움직인 딜런과 일룸의 검이 순식간에 허둥대는 흑마법사 몇의 목을 날려 버렸다. 그러고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를 향해 날 듯이 달려갔다.
“당황하지 말고 빨리 다크 워터를 마셔라!”
“안티 홀리 마법을 펼쳐라!”
“신관들부터 없애!”
4층에 서 있던 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동요를 수습하려는 순간 대기하던 마도사들이 준비했던 마법을 날렸다.
“레인지 미스트!”
“기가 체인 라이트닝!”
“라이트닝 볼트!”
“선더 라이트닝!”
네 마도사가 날린 마법은 신성 마법으로 충격을 받은 4층의 흑마법사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순식간에 3층 이상이 안개로 휩싸였고 시퍼런 뇌전이 흐르는 전격 마법이 그 속을 파고들었다. 전격 마법은 안개를 매개로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했다.
“카악!”
“끄아악!”
“실드! 블링크!”
“메가 실드!”
“플라이!”
전격으로 인해 건물의 3층 이상을 덮은 안개는 신성력처럼 금방 사라졌다.
털썩! 툭!
안개 속에서 전격 마법에 직격당한 흑마법사 4명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티노와 타운트, 그리고 밀스레드가 신속하게 그들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끄악!”
다시 한 번 더 비명과 함께 2명의 흑마법사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도네이스와 마리의 철시 공격을 맞은 것이다. 그들은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절명해 있었다.
안개가 사라진 4층에는 3명의 흑마법사가 남아 있었다. 전격 마법을 막아 낼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그들은 옷과 머리털이 오그라든 모습이었다.
파악!
메신저 점핑 스킬을 펼친 하룬의 몸이 튕기듯 하늘로 솟아 올랐다.
순간적으로 자신들 눈높이까지 날아오른 하룬을 본 세 흑마법사들의 눈이 커지는 순간 하룬의 왼손이 벼락처럼 움직였다.
-부탁해!
-맡겨만 줘요!
-얘는 기분이 이상해서 싫은데. 치잇!
피닉스가 화염의 단검과 위신느가 들어간 어둠의 비수가 의념으로 던진 블리츠 대거와 함께 눈 깝짝할 사이에 흑마법사들의 면전에 도착했다.
“허억! 블링크!”
놀란 흑마법사들은 창졸간에도 블링크 마법을 펼쳤지만 세 자루의 비수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들을 향해 궤도를 바꾸었다.
“다크 실드!”
꽈앙!
“헉! 블링크!”
블링크로 몸을 피한 후에도 다시 날아오는 비수를 보고 실드 마법을 펼친 흑마법사들은 단숨에 실드가 깨지고 쇄도해 들어오는 비수의 기세에 놀라 블링크를 펼쳤다.
“블링크! 블링크!”
연속해서 블링크를 펼쳐 보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방위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지상 4층, 그것도 한 층의 높이가 무려 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거물의 위였다. 자칫하다가는 공중으로 이동할 수 있는 터라 제약이 있었던 것이다.
“컥!”
그러다 셋 중 하나가 도네이스와 마리가 날린 철시를 맞고 아래로 떨어졌다.
“이놈!”
딜런의 오러 블레이드가 실드를 깨고 단숨에 흑마법사의 몸을 반쪽으로 갈랐다.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재수 없게 비수를 피해 이동한 곳이 그만 딜런이 막 도착한 경사로 입구였던 것이다. 황급히 펼친 실드 마법으로는 소드 마스터가 만든 오러 블레이드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헤겐이라는 자로 추측되는 흑마법사는 다른 마법을 쓸 겨를도 없이 블링크 마법을 쉴 새 없이 펼쳤지만 세 자루의 비수가 움직일 수 있는 방위를 틀어막자 결국 비수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고 말았다.
“커억! 으아아악!”
팔뚝에 꽂힌 블리츠 대거에서 대량의 전류가 방전되자 그의 몸은 순간적으로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경지가 높은 흑마법사라 쉽게 죽지 않았지만 뒤이어 가슴에 꽂힌 어둠의 비수가 정혈을 빨아들이기 시작하자 결국 흰자위를 드러내며 경련했다.
“다시 봐도 적응이 안 되오. 비수가 꼭 살아있는 것 같소.”
일룸은 시퍼런 뇌전이 일렁이며 경련하는 흑마법사의 사체가 쪼그라드는 것을 보며 두려운 눈을 했다.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비수들의 공격을 자신이 받을 경우를 상상하니 절로 오금이 저렸다.
잠시 후 사람의 몸에 박혔다는 것을 의심할 정도로 깨끗한 모습을 한 세 자루의 비수는 바닥으로 착지한 하룬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듯 알아서 암기 벨트에 꽂히는 비수들을 본 일룸은 질린 눈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적으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자야!”
흑마법사들이 지구라트라고 부른 거대한 건물 앞에 임시로 대형 막사 세 개를 쳤다. 두 개는 부상자들을 위한 것으로 레미와 헤니가 그들을 돌보고 있었다. 나머지 한 막사 안에서 하룬은 부상 정도가 미약한 대원들과 함께 전장을 정리하고 돌아온 티노의 보고를 들었다.
“흠. 그럼 나머지 병사들은 홀연히 사라졌단 말이군.”
하룬은 티노의 보고를 받고 다시 한 번 확신했다. 그 병사들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
“저희가 해치운 전사들 거의 전부와 상당수의 흑마법사들이 죽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자신들의 물건 몇 개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전에도 의심한 것처럼 이방인들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용병들이 말하길 악행을 저지른 이방인들을 죽이면 묘하게도 눈에 띌 정도로 실력이 오를 뿐 아니라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귀중한 물건을 남기고 사라진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실력까지 오른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럼 이방인을 죽여도 경험치가 쌓여 레벨이 오른다는 건가?’
“그래서 용병들 중에는 현상금이 걸린 이방인들만 쫓는 자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본래 살벌한 실전을 벌이다 보면 실력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방인들을 상대할 경우에는 그 현상이 뚜렷하답니다. 그래서 일부는 그것이 이 세계에 이방인들을 허락한 주신께서 우리에게 선사한 선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제 이곳에 있던 자들 대부분이 이방인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인지하는 사실이다. 다만 그들이 다크니스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과 왜 이런 성을 쌓았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 어떻게들 하고 있습니까?”
“신전 측은 엄청난 힘을 쏟아서인지 다들 그 자리에서 기도와 명상에 들어갔습니다. 몸이 성한 대원들로 하여금 그들을 보호하게 했습니다.”
“대원들의 부상 정도는 어떻습니까?”
죽은 자가 1명도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한 터라 다행히도 마음을 졸이지는 않았다.
“경험이 부족한 카우치와 라쿰이 심각한 중상을 입었습니다만 레미와 헤니의 빠른 치료와 포션으로 경과는 무척 좋습니다. 당장 며칠 후면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황실에서 나온 타운트 기사를 비롯해서 소소한 부상을 입은 대원들도 12명이나 되지만 두 사람의 치료 실력이라면 그 정도는 심각한 것이 아니니 곧 좋아질 겁니다.”
익스퍼트 급의 전사들이 섞인 무리를 상대하고도 그 정도 피해에 그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이 버퍼를 통해 본신의 능력을 올려 준 사제들과 딜런과 일룸, 두 소드 마스터의 존재 덕분이었다.
“정말 모두 수고했습니다. 티노 부대장이 누구보다 고생했어요.”
이번 습격에서 성기사들과 대원들을 지휘한 것은 티노였다. 티노가 격전의 와중에도 시기적절한 지시를 내린 덕분에 최초 배급소에 모인 전사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아닙니다.”
티노는 하룬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딜런을 위시한 사람들은 그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성안의 사람들은 어떤 상태입니까?”
“두려워서인지 밖으로 나오질 않습니다. 나중에 정리가 되면 불러 보아 상황을 설명하려고 그냥 놔두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페일론이라는 자는 꼭 찾아 주십시오. 그의 정보가 있었기에 이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페일론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일룸의 눈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하룬도 그렇지만 그 역시 반드시 만나야 하는 자였다.
“달느 사항은요?”
“전ㅈ아을 대충 정리하면서 전리품들은 모두 수거해서 마법 배낭 하나에 담아 두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성공적인 전투를 했으니 모두에게 전리품을 공평하게 나눠 줘야지요.”
하룬의 말에 대원들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희열의 빛이 일렁였다. 수거해서 모은 아이템을 보았는데 쓸 만한 것들이 꽤 있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성 밖에서 마법진을 해체한 마도사분들을 좀 모셔 와야 할 텐데 무대장이 힘들겠지만 다녀오십시오.”
“당연히 제가 가야지요.”
티노는 제대로 피도 닦아내지 못한 상태지만 서둘러 막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