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의 신전에서 나온 성자와 성녀>
"파이어 밤!"
"윈드 스피어!"
"플레임 익스플로전!"
"매직 파워 미사일!"
"파이어 스피어!"
세르파, 머로이, 쉬프, 베른하트, 몰보트는 마나디텍트로 흑마법사가 은신한 곳으로 추측되는 위치를 확인하고 각기 맡은 곳에 마법공격을 날렸다.
6서클 마법사들이 날린 마법공격답게 4서클 마법이지만 시차를 두고 이어지는 그 공격력은 엄청났다.
꽈앙! 꽈앙! 꽝! 꽝! 꽈앙!
화르르!
굉음과 함께 마법공격을 맏은 곳에서는 커다란 폭발과 화염이 솟구쳤다.
이 정도면 마법진이 깨졌으리라고 생각한 세르파가 은은한 미소를 지을 때 타니엘라가 소리쳤다
"틀렸어! 마법진이 결계처럼 공격을 막아내고 있어."
자존심이 상한 세르파와 마법사들이 마법 공격이 직격한 장소를 자세히 보았다.
"이, 이런!"
타니엘라의 말 그대로였따. 마도사 다섯의 연합 마법 공격도 흑마법진을 깨뜨리지 못한 것이다.
다만 마법 공격으로 인해 다섯 곳 주위에 가득했떤 스켈레톤들이 모두 산산조각 나 버려 그곳의 모습이 모였다
다섯 곳 중 네 곳에는 흑마법사로 의심되는 검은 로브 차림의 마법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큰 피해를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벌써 산산조각이 났던 해골들이 서로 엉켜 붙고 있었던 것이다.
"제기랄!"
세르파를 비롯한 마도사들은 쓴 걸 먹은 것처럼 얼굴이 일그러졌다.
부려 다섯 명의 마도사가 동시에 가한 마법 공격을 막아내는 마법진이라니, 믿기지 않았지만 그건 분명 사실이었다.
만약 마법진이 깨지거나 흑마법사들이 충격을 받았다면 스켈레톤들의 기세가 약화되거나 역소환될 텐데 전혀 변화가 없었따.
오히려 스켈레톤 나이트들의 숫자가 더 증가한 상황이었고, 목이 잘리고 팔다리가 끊어진 뼈다귀들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우리 둘이 교대를 하겠소."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타니엘라와 미루스가 끼어들었다.
원래라면 무례한 일일 수 있지만 상황이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기사들의 근력이나 마나는 무한한 것이 아니다. 빨리 마법진을 구성하는 흑마법사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경지가 조금 떨어지는 몰보트와 쉬프가 창백한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타니엘라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다른 마법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굳은 얼굴로 이런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는 거이다.
"리벌스 펜타곤(역오망성) 타입이오. 다섯곳을 동시에 공격하지 않으면 소용없소, 사형."
타니에라가 주문을 외다 말고 미루스의 눈길을 따라 전장을 주시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마법진의 외곽선이 보였다. 세르파 등의 공격이 전혀 타격이 없었던 것이 아닌 모양이다.
"저런 크기가 가능한 건가?"
타니엘라와 다른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다가 말고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의 눈에 보인 역오망성의 마법진 크기는 각변의 길이가 족히 100미터가 넘었다.
다섯 개의 포인트 중 네 개에서는 희미하게 검은 형체가 보였고 한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네 곳은 흑마법사가 한 곳은 최상급 마나석이 배치된 것 같소, 사형. 그리고 마법진은 놀랍게도 미스릴 가루를 사용해서 그린 것 같소."
미루스의 말대로 지면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은색 선이 보였다.
"빌어먹을 놈들! 저렇게 미스릴 가루를 함부로 쓰다니, 쩌업!"
미스릴 가루로 저런 크기의 마법진을 그리려면 최소 미스릴 바가 열 개는 족히 들어갈 것이다. 상상하기 힘든 물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떤 것이다.
"매개물은 뭐지?"
"누군가의 피가 아니겠소. 필시 저 좀비가 된 용병들의 피를 사용했겠지."
그럴 것이다.
미스릴 가루만으로 마법진을 그리면 이렇게 격렬한 전투의 와중에 마법진이 훼손될 수 있으니,
뭔가 다른 재료를 더해 지면에 고착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역오망성 마법진이고 보면 틀림없이 피를 사용했을 것이다.
자신들 역시 마법 실험을 위해서라면 온갖 짓을 다 하는 부류에 속하지만 적어도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는 않는다.
그런데 저들은 이 마법진을 위해 죄 없는 생명을 희생시볐다. 이렇게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려면 적어도 용병 열 명 이상은 산 채로 피를 뽑아냈을 것이다.
마법진을 구성하는 흑마법사들을 향하는 타니엘라의 눈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해봅시다!"
"좋소! 그럼 난 상방, 당신은 좌중방, 머로이는 우중방, 베른하트는 좌하방, 미루스는 우하방을 맡으시오. 5서클 공격 마법이오. 공격 시점을 맞추는 것을 잊지 마시오."
세르파가 공격 포인트를 정해 주자 다섯 마법사가 자리를 잡고 마법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해 딜런이 대원들에게 위치를 정해주고 앞으로 나섰다.
"우리도 들어가겠소."
일룸과 두 기사의 몸이 들썩거렸다. 비록 피바다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살벌한 전장을 지켜보고만 있으려니 투기가 솟구친 것이다.
"잠시 기다리시오. 마법사들의 공격이 끝나고 상황을 지켜봅시다."
딜런은 고개를 흔들엇다. 대장이 전장에 있는 상황이니 그로서는 만약의 사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극이면서도 빛의 신전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작자들이다.
비록 4서클 공격 마법이지만 아무런 피해도 잆지 않은 것을 보면 과연 5서클 정도의 공격마법에 무너질 것인지 자신할 수가 없었다.
"당신이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소!"
밀스레드는 혈기가 끓어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언덕을 뛰어 내려가 저 해골들을 마음껏 부수고 싶었따.
"대장도 아니고, 부대장도 아닌자가 이리 무례하다니. 저리 비켜!"
호방한 외모를 가진 타운트다.
어느새 검을 빼 든 그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얼굴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투기를 제대로 젱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우리가 저 뼈다귀들은 다 없애겠소. 고귀한 분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 데 이렇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용병들은 실력이 안 되면 그냥 우리가 하는 거나 보고 있으시오."
두 수하의 대거리를 묵인하고 있던 일룸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딜런이 소드 마스터 초급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도 수하들처럼 혈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갈!"
벼락처럼 터진 딜런의 소리에 막 움직이려던 밀스레드와 타운트의 몸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굳었던 것이다. 그들의 눈은 어느새 1미터가 넘는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오른 딜런의 검으로 향했다.
"정말 귀찮은 자들이군! 당신들은 연락과 확인을 위해 우리 여정의 동행으로 허락된 것일 뿐이다. 귀하들의 경망스러운 행동 때문에 의뢰 수행이 어긋난다면 어떻게 책임을 질건가? 도대체 황실 친위 기사단에는 어떻게 들어간 건가? 더구나 이 여정의 주체는 우리 돌풍 용병대다.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으면 당장 돌아가랏!"
크지 않은 소리였지만 귿르의 몸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설마 이 돌풍 용병대의 대장도 부대장도 아닌 중늙은이가 소드 마스터일 줄은 상상도 못햇던 그들로서는 한순간 멍해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오, 오러 블레이드!"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은 자는 일룸이엇따.
이미 전에 딜런을 한 범 본 적이 있는 일룸은 당시 오러 소드를 보고 그가 소드마스터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설마 소드 마스터 중급이라는 사실은 짐작하지 못했다.
제국 정보 길드의 알짜배기들만 영입해서 만들었다느 황실 정보단의 정보는 완전히 쓰레기였다.
'제길! 뭐 하나 제대로 조사된 것이 없군. 일개 용병대에 소드 마스터 중급이라니! 이 괴물 같은...'
일룸의 시선은 시퍼런 광망을 흘리고 있는 오러 블레이드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같은 중급이긴 하지만 겨우 검의 형상을 만든 자신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딜런의 오러 블레이드는 선명하고 검신과 완전히 동일한 형태였다.
오러 블레이드의 형태와 길이를 보건대 최소한 자신에 비해 윗줄인 것은 확실했다.
'용병이니 전투 경험도 나에게 떨어질리가 없지.'
일룸을 필두로 기사들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벨린 황녀가 신신당부한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명심해요. 돌풍 용병대는 보통 용병대가 아니에요. 그 구성원드르이 실력이나 능력이 하나같이 심상치가 않아요. 아마 숨겨둔 것들이 더 있을 거예요. 그러니절대로 결례하지도 말 것이며 나서지도 말고, 그들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며 그들의 실체와 실력을 확인하세요. 당신들은 단지 그들과 동행하며 그들이 요청할 때만 나서면 되는 거예요.
'젠장! 그냥 한 소리가 아니었구나. 일개 대원이 소드 마스터 중급이라니. 더구나 저 늙다리들은 웬만한 마탑에서도 수뇌부에 속하는 6서클 마도사들이고 대장과 부대장이라는 작자들은 아예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니.........'
밀스레드의 부릅뜬 눈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명분도 없고 실력에서도 밀리는 판이니 딜런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야 며칠 동안 동행하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돌풍 용병대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엿본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다섯 마법사의 주문 영창이 마무리가 되었다.
"선더볼트!"
"기가 라이트닝!"
"플레임 밤!"
"매직 파워 미사일!"
"파이어 토네이도!"
듣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5서클 공격 마법이 각기 다섯 방향으로 날아갔다.
꽈앙! 꽝!
지직! 지지직!
화르르!
폭발음과 전격이 흐르고 불길이 치솟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다섯 곳에서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전장으로 향했다. 순간적으로 스켈레톤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하룬과 티노 그리고 전사들의 무기와 성기사들의 은색 검들이 석상처럼 굳은 스켈레톤들을 향해 화려한 춤을 추었다.
"박살 난건가?"
중얼거리는 미루스의 입매가 살짝 비틀어지려는 찰나 스켈레톤들의 다시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세르파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마법진은 어느 정도 타격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건재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마력을 더 끌어 올렸는지 부서졌떤 스켈레톤들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생성되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요?"
세르파가 타니엘라에게 물었다.
같은 마도사 반열이니 조심해야만 했다. 더구나 이들은 자신들처럼 마탑에서 연구만하고 살았던 마법사가 아니라 험한 임무를 수행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마도사가 된 이들이 아닌가.
"본 서클 마법을 펼칠 수 있겠소?"
타니엘라의 물음에 동료들을 본 세르파의 고개가 힘없이 흔들렸다. 4서클과 5서클의 마법을 연거푸 시전한 상태에서 6서클 마법은 무리였다.
자신은 몰라도 이제 갓 비기너의 경지에 오른 두 명의 경우 5서클 마법은 몰라도 본 서클 마법은 어림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거지?'
똑같이 5서클 마법을 펼치고도 이전과 다름없는 신색을 하고있는 타니엘라와 미루싀 얼굴을 본 세르파의 눈빛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6서클 마도사라고 해도 일반적으로는 그 하위 서클인 5서클의 경우 마법 두세 번을 겨우 펼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보다 윗줄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단 우리 대장에게 맡겨 봅시다. 지금이면 상황을 파악했을 테니 말이오."
".............알겠습니다."
잠시 놀랐던 세르파는 시선을 돌려 멀리 보이는 돌풍 용병대장의 표홀한 움직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6서클 마법사 다섯이 하지 못한 일을 처리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마도사가 굳게 믿는 마음을 기대할 뿐이다.
하룬은 타니엘라가 생각한 대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비록 마법진 안에 들어와 있지만 주변 상황을 살피고 일행의 대화에 신경을 쓸 정도의 여유는 있었던 하룬이다.
'동시에 다섯 곳을 부숴야 한단 말이군.'
하룬은 방금 전 마법 공격이 겉보기와는 달리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저 위에서라면 모르지만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던 덕분에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엇다. 저들은 동시에 마법을 날렸지만 다섯 방향에 있는 타격점에 도달한 것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엇다.
'좋아! 그럼 한 번 시도해 볼까.'
안그래도 뭔가 승부수를 던지려던 참이다. 티노의 검에서는 어느새 오러 광이 사라지고 없었따.
전사들 역시 자신들이 가진 마수의 힘은 모두 끌어다 쓰고 이제는 순수한 근력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 더 급한것은 저쪽이지.'
처음에 봤을 때보다 성기사들의 간격이 무척 조밀해진 상태였다. 어깨가 맞닿은 정도로 밀리고 잇는 것이다. 성기사들 상당수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스켈레톤들과 싸워 왔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그들이 무너질 거라는 것이다.
마음을 정한 하룬은 마나를 있는대로 끌어올렸다.
화르르.
박살의 날을 통해 오러가 넘실거리며 솟아나왔다.
단숨에 검의 크기가 두 배로 늘어난 것 같았다. 그렇게 커진 박살은 제자리에서 빠르게 돌면서 검의 물결을 사방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회전이 빨라지는 만큼 검의 물결은 점점 더 그 파장이 커지고 높이도 높아졌다.
"소드 빅 웨이브!"
크르르!
크륵! 크륵!
하룬을 둘러싼 스켈레톤들이 기이한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수십 배나 커진 검의 파도에 휩싸였꼬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가루처럼 부서져 나갔다.
언덕 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빠르게 회전을 하며 파도치듯 밖으로 퍼져 나가는 수많은 검이 보이더니, 삽시간에 하룬을 중심으로 거의 5키터에 가까운 공백이 나타났던 것이다.
"저건 무슨 검술이지?"
"대단하군요."
딜런에게 기세가 눌렸던 기사들은 하루닝 펼친 검술에 다시 놀랐다. 저렇게 무식하게 만를 검에 주입해서 엄청난 검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처음 보았지만 그런 검으로 펼친 검술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마나 양이 얼마나 되기에..."
가장 적절한 마나를 주입하여 검기를 만드는 것이 익스퍼트 급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믕ㄹ 잘 알고 있는 기사들은, 지금 하룬이 보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따.
저렇게 한번에 마나를 폭발적으로 발출해따가 어떻게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타앗!"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던 하룬의 신형이 대기에 강렬한 파동을 일으키는 기합성과 함꼐 순간 공중으로 치솟았다.
거의 6미터 이상 도약한 하룬의 몸이 한순간 체공하듯 멈추었다.
하룬의 의지를 바아들인 암기 벨트가 어느새 셔츠 밖으로 나와 이었다. 그의 왼손이 연속으로 다섯 번이나 빠르게 움직이며 무언가 아까 마법사들의 마법 공격이 가해졌던 다섯 방향으로 날아갔다.
화염의 단검, 어둠의 비수, 황혼의 킨드잘, 블리츠 대거 그리고 볼카윔 본 대거가 피치 스킬로 던져진 것이다. 하룬은 비수들은 던지기 직전 네 정령과 싸가지에게 의지를 보냈다.
-다들 부탁해!
-걱정하지 말요, 친구.
-우리만 믿어요.
-싸가지, 정확하게 시간 맞춰!
-걱정 마셔, 주인!
비록 피치 스킬을 통해 목표물에 닿는 시간을 얼추 맞추었지만,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만큼 정령들과 싸가지에게 부탁을 했다.
정령들이라면 정교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큭! 커억! 카악! 끄르륵!
동시에 네 방향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미친 듯이 움직이던 스켈레톤들이 석상처럼 굳어 버렸고, 안개처럼 흐릿했던 시야가 밝아졌다.
입가로 피를 게워내던 성기사 한 명이 자신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춘 녹슨 검을 흐릿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눈을 깜박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다섯 방향으로 흩어졌다.
"헉!"
역오망성의 다섯 포인트는 어느새 그 모습을 확실하게 보이고 있었다.
'예상 밖이군.'
타니엘라는 다섯 곳 중 한 곳은 최상급 마나석이 자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따. 한곳에서는 생명의 흔적을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곳에도 회색 로브를 걸친 흑마법사가 있었다.
'하나는 마력으로 몸을 숨길 정도의 실력자인데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었군.'
다섯 곳에는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이 자신들의 목을 관통한 비수들을 잡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한 명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또 한 명은 시퍼런 뇌전에 새까맣게 타고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명은 피부가 로브처럼 새까맣게 변하더니 이내 녹아내리고 말았다. 다른 한 명은 목을 관통한 비수를 빼려고 힘을 주다가 쓰러져 버렸다.
마지막 한명은 후드 사이로 마치 해골처럼 뼈만 남은 얼굴에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룬은 그 입 모양으로 그 소리를 읽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어! 내 마나를, 어둠의 마나를 비수가 빨아 들이고 있어! 안돼!"
허우적거리던 그 흑마법사의 희번덕 거리던 눈에서 어느새 생기가 빠져나가고 힘없이 쓰러졌다. 그의 목을 관통한 비수는 목표물의 정혈을 흡수하는 어둠의 비수였던 것이다.
-수고했어! 모두 돌아와!
하룬의 의지가 발해지는 순간 다섯 자루의 비수가 집을 찾아 날아드는 새처럼 그를 향해 날아들었따. 하룬은 비수를 맨손으로 잡아 암기 벨트에 하나씩 꽂았다.
그걸 본 사람들이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던 것이다. 마치 비수가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느껴졌기에, 스스로 본 것을 인정할 수 없어 잠시 공황 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타니엘라였다.
"역시 우리 대장이군! 어디 흑마법사나 한번 구경해 볼까."
"사형, 같이 갑시다."
미루는 타니엘라를 쫓아 언덕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그들이 움직이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세르파가 긴 한숨을 내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는이미 돌풍 용병대원들은 아래로 모두 내려간 상태였다. 언덕 위에는 그들과 황궁에서 파견한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도, 도대체 방금 봤던 그것 뭐였습니까, 스승님? 설마 비수 다섯 자루로 흑마법사들을 죽인 것은 아니겠지요?"
이제야 정신을 차린 프로스트의 물음에도 세르파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자신이 본 것에 현실감을 느낄 수 없었던 거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었다.
빛의 신전 성기사와 신관들 그리고 6서클 마도사 다섯도 하지 못했던 일을 그가 했다는 사실 말이다.
"돌풍......... 도대체 정체가 뭐지? 저런 실력자들이 한갓 용병이라고? 도대체 용병들이 맞긴 한거야?"
누군가의 혼잣말은 모두의 마음이 되어 한동안 언덕 위를 떠돌고 있었다.
스켈레톤들은 마법진이 그 위력을 잃자 쓸모없는 뼈다귀들로 변해 부서져 내렸다. 생전에 착용했던 녹슨 방어구들과 무기들만이 방금 전까지 움직이던 모습을 보여 줄 뿐이었다.
"일단 언덕 위로 올라갑시다."
뼈다귀들이 널린 장면은 정말 끔찍했다. 그것도 방금 전까지 움직이던 것들이라면 더욱 더 그랬다. 때문에 사람들은 하룬의 말대로 언덕 위로 이동했다.
그와는 반대로 행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세상에!"
"이게 다 돈인데."
타니엘라와 미루스는 마법진의 문양을 확인하는 한편 미스릴 가루를 흙과 함께 자루에 퍼 담고 있었다. 지금이야 마법서 해석으로 정신이 없지만 일단 그 작업이 완료되면 자신들도 수맣은 실험을 해야 하는데, 미스릴은 고서클 마도사들의 필수적인 실험 재료인 것이다.
"역시! 미스릴 가루와 마나석으로 완전히 도배를 했군."
"상급 마나석이군! 이랬으니 마법진이 그렇게 강력했지."
두 사람은 선과선이 교차하는 지점마다 심어져 있는 마나석들을 회수했다. 미스릴도 귀했지만 상급 마나석들의 숫자도 무려 수십개 이상이나 되었다.
타니엘라와 미루스가 부지런히 돈이 될 재료들을 챙기며 마법진을 살펴보는 사이 하룬은 언덕 위로 올랐다.
"수고하셨습니다"
언덕 아래에서 기다리고 잇던 딜런이엇따.
"경도 수고하셨습니다. 경이 위에 계셨기에 마음껏 힘을 쓸 수 있었습니다."
하룬은 소드 마스터인 딜런에게 겨우 호위를 맡긴 것이 미안했지만, 딜런은 개의치 않는 얼궁이었따.
그의 뒤편으로 세르파를 비롯한 마법사들과 일룸을 비롯한 기사들이 그를 향해 경의에 찬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대장, 수고하셨소."
"수고하셨습니다."
세르파와 쉬프의 말은 뜻밖이었다. 오만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자신에게 정중하게 구는 것은 이제까지 없었던 행동이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먼저 두 번의 강력한 마법 공격이 있었기에 지치고 정신이 분산된 놈들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비수라고 방심했거나 가디언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 미처 대비를 못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비수가 5서클 마법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가졌다고는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놀라고 감탄한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흑마법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조사대의 행방만 찾으면 되겠군요."
하룬의 말에 세르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법사들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 증거는 너무나 확실했다. 세르파의 제자인 프로스트가 모든 장면을 수정구에 저장했으니 1차 목표는 완수한 셈이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증거를 찾아냈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이로써 마탑들은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번 째 목표도 제대로 완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흑마법사들을 좀 살펴도 되겠습니까?"
두 마법사의 태도는 더욱 정중해졌다.
"네. 그러십시오."
사실 하룬의 허락을 받을 일은 아니었지만, 그가 방금 전 보여준 신위로 인해 세르파는 무의식중에 그를 이 일의 주재자로 의식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룬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탑에서 파견한 마법사들과 황실 마법사들은 조심스럽게 마법진을 살피는 타니엘라와 미루스를 향해 달려갔다.
"우리도 돕고 싶었는데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오."
일룸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별말씀을요. 여러분은 저희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니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아마 열러분들이 저희에게 손을 빌려주어야 할 상황이 곧 도래할 겁니다. 그때까지는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기대하겠소."
일룸은 정중한 태도로 하룬의 말을 받았다. 첫 만남에서 기세가 많이 꺾이고도 지금까지는 얼마간 하룬과 돌풍용병대를 무시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부대장, 이왕 이렇게 된거 여기서 숙영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장. 준비하겠습니다."
티노는 흉한 광경이 보이지 않는 언덕 반대편 조금 내려간 곳에 있는 편평한 땅을 찾아 숙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제까지완 달리 황궁에서 파견한 기사들이 티노를 도와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티노를 대하는 태도 역시 하룬을 대하는 것처럼 정중했기에 티노가 기묘한 시선을 보낼 정도였다.
티노의 익숙한 손놀림에 여섯 기사의 도움까지 받은 터라 숙영지를 만드는 작업은 금방 끝이 났다. 도네이스와 마리가 식사를 준비라는 사이 마법사들이 돌아왔는데, 그들의 뒤에는 긴 꼬리가 달려있었다. 신관들과 성기사들이었다.
그들 중 마치 여자처럼 고운 선을 가진 용모의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아의 종 예힘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이런 곳에서 고귀한 분들을 만나 반갑습니다. 돌풍 용병대의 하룬입니다."
돌풍용병대라는 이름을 들은 신전 사람들의 눈에서 기묘한 빛이 흘러나왔다.
예힘이라는 젊은 남자는 가을 하늘 처럼 맑고 푸른 눈에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기품이 흐르고 맑은 기운을 풍기고 있어 호감이 갔다.
"이쪽은 저와 같이 레아를 모시는 이들입니다."
예힘은 뒤에 있느 살마들은 한 명씩 소개해 주었다. 그들 일행은 모두 스물다섯 명이었는데 그 중 성기사들은 스무 명이었다.
신관은 그를 포함해서 모두 다섯 명으로 세명은 나이가 지긋한 노신관들이었고 나머지 한명은 눈처럼 하얀 피부에 여신처럼 성격하고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인이었다.
"이레안이라고 합니다. 레아께서 이곳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이르기를 걱정은 있으나 곤란은 없을 거란 말씀을 내려주시더니, 이런 곳에서 명성이 자자한 영웅과 인연을 맺게 해 주셨군요. 저희를 구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려요."
이레안의 말은 마치 깊은 산속에서 맞이한 맑고 청명한 아침에 듣는 새소리처럼 청아하고 듣기 좋았다.
"별말씀을요. 약간의 수고로움에 너무 과한 말씀입니다. 일단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도네이스. 차 좀 부탁해요."
하룬은 그들을 대형 천막으로 이끌었다. 눈치 빠른 티노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열다섯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천막을 친 것이다.
천막 안으로 들어온 신관들과 성기사 한 명의 눈이 커졌다. 천막 안에는 발목까지 차오르는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털이 난 카펫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하룬이 안내하는 대로 자리에 앉은 그들은 카펫의 효과를 금방 느낄 수 있었다.
"호오! 이건?"
당장 예힘이 관심을 보였다.
"데빌 산맥에 사는 마수의 털가죽으로 만든 것입니다."
비록 자투리를 기워서 만든 퀼트식이었지만, 타림 공방만의 솜씨로 마치 원래 한 마리에서 나온 것처럼 기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카펫이었다.
이레안은 특히 그 가목이 마음에 드는지 여러번 바닥에 손바닥을 대보고 있었다.
"역시 돌풍 용병대군요. 그럼 돌풍 용병대는 후크란뿐이 아니라 그동안 인간들에게는 출입이 금지되었던 데빌산매까지 드나들고 있었군요."
그녀의 말에 신관들과 성기사들은 물론이고 마탑의 인물들과 황실의 인사들도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인간의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오랫동안 알려진 곳을 돌풍용병대가 안방처럼 드나든다는 사실은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 알려주었다.
"하하! 자주는 아닙니다."
뭔가 오해가 있었지만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라 미소와 함께 가볍게 넘기는 하룬과는 달리, 신관들과 뒤이어 들어온 마탑의 마법사들과 황궁 기사들의 눈이 다시 커졌다.
그들 역시 며칠 동안 이 카펫을 깔고 잤지만, 설마 이것이 무시무시한 악마의 땅이라고 불리는 데빌 산맥의 마수들을 잡아 만든 털가죽이 그 재료인 줄은 모르고 있었다.
"후크란 산맥을 안방처럼 드나든다고 하더니 악마의 땅이라는 데빌 산맥마저도 돌풍 용병대의 발길이 닿았군요. 정말 탄복했습니다."
예힘의 말에 하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밖에 있는 아카족 전사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마침 헤니와 마리가 급히 끓여 낸 오미차를 들고 들어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