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9화.흑마법사 (170/278)

<흑마법사>

 언덕 위에 도착한 사람들은 과연 티노의 말대로 해골로 이루어진 병사들과 기사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경사진 곳에 배를 깔고 엎드려 얼굴만 드러낸 채 언덕 아래를 내려다본 사람들은 지금까지 지나 온 곳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주변을 느낄수 있었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하늘이 비 오기 직전처럼 어두컴컴해진 것과 기분 나쁜 음침한 기운이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확실히 흑마법진이군."

 세르파는 눈살을 찌푸렸다.

 흑마법의 흔적을 이렇게 빨리 찾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정도의 넓은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흑마법진의 존재는 껄끄러웠다.

 이렇게 일정한 구역의 기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마법진밖에 없었다. 마법진은 마나석을 이용하기 때문에 흑마법사가 수은 곳을 제대로 찾기가 힘들었다.

 마법진 안쪽의 안전한 곳에 숨어 가디언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암중에 숨어서 스켈레톤들을 조종하는 흑마법사를 찾아 처단하려던 의도가 수포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젠장! 엄청나게 많군."

 누군가의 말처럼 스켈레톤 병사들의숫자는 엄청났다. 대충 눈짐작으로도 천여구에 가까울 정도였던 것이다.

그 사이에는 몸집이 크고 녹슨 방어구에 제대로 무기를 갖춘 스켈레톤 워리어들과 검은색 오러가 깃든 무기를 휘두르는 스켈레톤 나이트들까지 있었다.

 놈들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하얗고 성스러운 오러를 뿜어내는 백색 플레이트 방어구를 착용한 스물 정도의 성기사들이 작은 원을 그리며 스켈레톤들과 다크 나이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쯔쯔!"

 타니엘라가 혀를 찼다. 수십구에 달하는 좀비들이 스켈레톤 사이에 끼어 있었는데 그 복장을 보니 용병들이 틀림없었던 것이다.

 신관들과 성기사들을 이곳으로 안내했을 것이 분명한 용병들은 이미 스켈레톤들에 의해 죽었지만 영면에 들지도 못하고 흑마법의 희생물이 되어 좀비로 변한 것이다.

 "홀리 라이트!"

 성기사들이 둘러싸고 있는 안쪽에는 다섯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소리를 지르자 그를 중심으로 성스러운 빛 무리가 생겨나더니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졌다.

 끄르륵!

 끄끄끅!

 그 빛을 대한 스켈레톤들이 기이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는데, 일부는마치 촛농처럼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머지는 움직임이 둔화되고  뼈를 뻐거덕거리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성기사들의 은색 검에 부서지고 있었다.

 놀라운 위력의 홀리 라이트였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따. 몸집이 크고 관젗의 움직인이 자연스러운 워리어들과 다크 나이트들은 빛을 피해 급하게 물러나며 좀비나 스켈레톤 병사들을 잡아 앞쪽을 가렸던 것이다.

 "희한한 일이군."

 세르파가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많은 교류는 없지나 신관이나 성기사들의 성력이 발휘되면 아무리 워리어나 나이트라고 할지라도 스켈레톤 정도는 당장 녹아 버려야 정상인데 이놈들은 피하기까지 한다.

 "흑마법진의 힘인가? 이런 경우는 들어 본적이 없는데, 해골들이 항성력까지 가지고 있군!"

  쉬프의 얼굴은 뜻밖의 장면에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어둠의 종자들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성력이 이렇게 미약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세르파와 쉬프의 말에 일행들의 얼굴은 절로 심각해졌다.

 하룬은 눈에 힘을 주었다. 지난 며칠 동안의 수련으로 인해 의지가 생겨나자 자연스럽게 샤키의 눈이 펼쳐지며, 백여미터 떨어진 전장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누구지? 신관인가?'

 온통 흰색으로 치장을 한 성기사들이 만든 원진 안에는 다섯 명이 있었는데, 네 명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세 남자는 나이가 지긋했고 두 남녀는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들의 복색으로 보아 사제인 것은 확실해 보였지만 신분까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오래 이상황이 지속된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얼굴에 피로한 빛이 떠올라 있는 것을 보아 꽤 오래된 것 같았다.

 얼굴 가리개까지 착용한 성기사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안쪽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얼굴로 보아 그들의 상태도 짐작할 수 있었다.

 "홀리 버퍼!"

 이번에는 젊은 여인이 입술을 달싹였다. 샤키의 눈을 펼친 하룬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가냘팠지만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 여인의 몸이 잠시 휘황한 빛 무리에 휩싸이더니 그 광채가 사방의 성기사들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빛의 신전에서 나온 성자와 성녀로군."

 쉬프의 말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하룬은 주로 빛 계열의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빛의 신전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다만 의외였던 것은 성자의 존재였다. 아마도 젊은 남자를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았다.

 '설마 빛의 신전에서 날 찾은 이유가 여기까지 호위를 의뢰하기 위함이었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하지만 좀비가 된 것도 모자라 그들이 호위를 하던 성기사들과 신관들에 의해 두 번째 죽음을 당하고 있는 용병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좀비들은 스켈레톤들과는 달리 신성력의 발현에 몸이 거의 다 녹아 버렸던 것이다.

 하룬 일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성기사들과 스켈레톤들 간의 전투가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성기사들이 구성하고 있는 원진의 범위가 자꾸 좁아지고 있었고, 이 안의 신관들이 가세해서 신성 마법을 펼쳤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아무래도 도와야 할 것 같소이다, 대장."

 세르파의 말에 하룬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성기사들 중 쓰러지는 자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 증거로 성기사들의 무기에서 피어나는 백색 오러의 길이는 자꾸 짧아지고 있었다.

 "일단 흑마법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저 세곳을 공격해 봅시다. 흑마법진만 흔들면 성기사들도 해골들을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테니. 머로이, 쉬프, 마력이 모인 곳으로 추측되는 방향에 마법을 동시에 날립시다."

 "알겠소. 그럼 난 가장 먼 정면 쪽을 맡겠소."

 "난 좌측에 해골들이 무더기로 모인 곳을 타격하겠소."

 세르파와 머로이, 쉬프는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매직 스피어!"

 "매직 미사일!"

 "파이어 밤!"

 세 마법사의 공격 마법이 동시에 언덕 아래를 향해 날아갔다.

 꽈앙! 꽝! 꽈앙!

 거리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도사들의 실력을 말해 주듯 타격음은 상당했다. 타격을 받은 곳의 수많은 스켈레톤들이 산산조각이 났고 주변 대기가 요동쳤다.

 그 공격이 효과가 있었는지 스켈레톤들의 기세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주변을 장악한 힘이 약화되어서 그런지 굳이 마나를 끌어 올려 탐색하지 않아도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언덕 아래에서 강력한 힘이 꿈틀거리는 다섯 곳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마법 공격을 펼친 세 사람은 만만치 않은 힘을 감지하고 굳은 얼굴을 풀지못했다. 비록 스켈레톤들의 기세가 약화되기는 했지만, 흑마법사들이나 마나석이 자리하고 있는 부분에 가한 자신들의 공격이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구릉 위에 다른 자들이 있다."

 한곳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린 순간 빛의 신전 사제들과 성기사들의 외곽을 포위하고 있던 수백구의 스켈레톤 워리어들과 병사들이 구릉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세르파는 마법사들에게 시선은 던졌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들이 나란히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마법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하룬 대장, 시간 좀 벌어주시오."

 세르파의 말에 하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딜런 경, 이곳을 지켜 주십시오. 전 대원들과 앞을 막겠습니다."

 "여긴 걱정하지 마십시오."

 딜런의 묵직한 말에 하룬은 안심이 되었다.

 "타니엘라와 미루스 경은 딜런 경과 같이 방어에 주력해 줘요. 도네이스와 마리는 세 분을 도와 놈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도록 거리를 지켜. 헤니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나머지는 모두 간다. 괜찮지?"

 하룬의 시선이 아카족 출신 대원들을 향했다. 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엇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응, 대장. 해골 뼈다귀 정도는 금방 다 부숴 버릴 수 있다."

 두르본이 호기가 이는지 가슴을 치며 말했다.

 "티노도 같이 갑시다."

 하룬이 티노와 아카족 전사들을 이끌고 질풍처럼 언덕 아래를 달려갔다.

 "무조건 관절 부위를 끊어야 합니다."

 하룬은 달리면서 티노와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스켈레톤을 상대하는 방법은 들은 적이 있었다. 생명이 없는 존재라서 목이 떨어지고 허리가 끊어져도 무기를 휘두르거나 손톱으로 할퀴려는 지독한 공격성을 가진 놈들이다.

 "알겠습니다, 대장."

 이제 막 익스퍼트 초급에 오른 티노에게는 힘겨운 싸움이 될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런 실전이 꼭 필요했다.

 아카족 전사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한동안 마수 사냥을 못한 데다가 싸가지가 정제한 마정석을 흡수한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마수의 힘은 먼저 쓰지마."

 달려가면서 하룬의 말을 들은 전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구릉을 내려온 하룬의 뭉툭했던 박살에는 어느새 오러 날이 솟아나 있었고, 그 궤적에 놓인 스켈레톤 워리어의 목이 댕강 잘라졌다.

 놈은 목이 떨어져 나간 것도 모르고 내처 달려가닥 바로 뒤에 따라온 티노의 검에 두팔이 잘렸다.

 마치 파도를 향해 나아가는 한 척의 배처럼 배는 파도를 타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첨단은 하룬이었다. 그의 박살이 시퍼런 날로 목을 날리면 티노가 놈의 두 팔을 끊었고, 아카족 전사들은 무시무시한 힘으로 하룬과 티노가 흘린 놈들의 몸통을 아예 박살 내 버렸다.

 하룬은 티노와 전사들의 속도에 맞추어 전진을 했다. 마음껏 마나를 끌어 올리고 싶은 유혹이 잠시 들었지만 이 전투는 티노와 전사들의 능력을 시험하고 증가된 힘에 적응하는 실전이기에 애써 그 마음을 눌렀다.

 싸악!

 스켈레톤 워리어 하나의 목이 박살의 날에 날아가자 하룬은 발로 옆구리를 살짝 차서 진행 방향을 바꾸었다. 목이 떨어진 워리어를 향해 티노의 검이 양어깨 관절 부위를 갈랐다.

 빠악!

 티노의 검이 하얀 뼈다귀를 쳤다. 하지마 어떻게 강화를 시킨 것인지 몰라도 스켈레톤의 뼈는 금이 갔을 뿐 부러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티노는 한동안은 제대로 관절 부위를 공격하지 못했다. 긴장했는지 마나가 과도하게 들어가기도 해서 검신 전체에 오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별거 아니니까 긴장하지 말고 대련할 때처럼만 하면 돼요!"

 보다 못한 하룬이 소리를 질러 조언을 해 주자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티노의 검날이 조금씩 스켈레톤들의 관절 부위를 제대로 가격하기 시작했다. 검에 주입되는 마나양의 조절에도 익숙해지자 검날 부위만 시퍼렇게 빛이 났다.

 써걱! 쓰악!

 티노는 오러가 깃든 시퍼런 날로 하룬이 두 팔을 자른 스켈레톤의 양 무릎 관절을 부드럽게 끊어 냈다. 그 움직임도 점차 작아지는 것을 보니, 이제는 최초의 흥분 상태를 벗어나 차분하게 가라앉은 것 같앗다. 이제 안심을 한 하룬의 시선이 아카족 출신 대원들을 향했다.

 꽈앙! 빠악!

 아카족 전사들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스켈레톤 병사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전사들의 대도며 대검, 그리고 배틀액스를 제대로 맞은 스켈레톤들은 머리통과 상체가 부서지고 팔다리까지 날아갔다.

 이성도 없이 본능에만 이끌려 몸을 움직이는 굼뜬 스켈레톤들은 어느새 하룬 일행을 에워싼 상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 구가 모두 박살이 나고 말았다. 땅에는 산산조각이 난 뼈다귀들과 끊어진 상태에서도 조금씩 움직이는 팔다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자 숨어 있던 흑마법사가 새롭게 만들어 낸 듯 다시 수백 구의 스켈레톤들이 네 구의 스켈레톤 나이트와 스물이 넘는 워리어를 앞세우고 그들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마나를 사용하는 놈들이라 무기에는 기분 나쁜 회색 오러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백골 상태지만 제대로 플레이트 메일을 갖춰 입은 스켈레톤 나이트들은 검은색 검기를 발현한 상태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빠르게 앞으로 달려왓다.

 "티노, 디온, 옥세르, 두르본! 마나와 마수의 힘을 끌어 올리고 하나씩 맡아!"

 생전에 익스퍼트의경지에 올랐던 기사들의 뼈로 만들어진 스켈레톤 나이트라면 제대로 실전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네 사람은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짓쳐 들어오는 정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차앙! 창!

 예상대로였다. 마나를 끌어올린 티노와 마수의힘을 끌어 올린 전사들은 회색의 다크 오러가 깃든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티노는 이제 겨우 감을 잡은 대로 마나를 적정량만 검신에 지속적으로 주입한 상태에서 나이트들의 검을 맞받아치고 있었다.

 시퍼런 오러 광이 어린 티노의 검은 관절 부위를 찌르고 베며 스켈레톤 나이트의 움직임을 최소화시키고 있었다. 그의 발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놈의 사각을 파고들어 관절 부위를 노렸다.

 두르본과 디온 그리고 옥세르는 저마다 프로즐리의 힘을 끌어 올렸는지 상체 방어구가 터질 것같이 부풀어 올랐다. 스켈레톤 나이트들의 다크오러가 깃든 검을 맞받아치는 세 사람의 무기는 이질적인 마수의 힘이 깃들어 있어 전혀 상하거나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하앗!"

 두르본이 터질 것처럼 몸 안에 가득한 마수의 힘을 한 번에 대검에 담아 휘두르자 그녀를 상대하던 스켈레톤 나이트가 주춤 뒤로 물러났다. 마수 특유의 투기와 마기가 놈을 위축시켰던 것이다.

 꽈앙!

 굉음과 함께 스켈레톤 나이트의 몸이 검과 함께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자 두르본의 대검이 놈의 허리를 향해 날아갔다.

 파악! 꽈직!

 강한 파공성과 함꼐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한 스켈레톤 나이트의 방어구를 가른 그녀의 대검은 놈의 척추를 반으로 가르며 몸을 두 동강 내 버렸다,

 "으하하하! 내가 아카족 전사 두르본이다!"

 여자답지 않게 호탕한 대소를 터트린 두르본은 그제야 전황을 둘러 보았다. 디온과 옥세르는 자신과는 달리 한 번에 처리하지 않고 스켈레톤 나이트의 팔과 다리를 부수고 머리통을 노리고 있었다.

 "그냥 한 방에 날려 버려! 나처럼!"

 이번엔 티노 쪽을 보았다. 티노느 시퍼런 오러 광을 아직도 유지한 채 스켈레톤 나이트의 팔 하나를 끊어 내고 빠르게 움직이며 관절 부위를 찌르고 베었따. 일부러 처리를 하지 않고 노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두르본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하룬을 찾았다.

 "하아!"

 절로 탄성이 나왓다. 자신들 네 사람 주위를 마술을 써서 움직이듯 여기저기서 모습을 보이는 하룬은 마치 춤을 추는것처럼 빠르지만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스켈레톤 워리어들과 병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묵빛 검산에 시퍼런 오러로 만들어진 양날을 가진 검은 스켈레톤들의 머리와 팔다리를 끊어 내고 있었고, 왼팔과 두발을 수시로 움직여 방해가 되지 않게 멀리 밀어내거나 차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 사방에는 잘리고 부서진 뼈다귀들이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엇지만 그의 몸은 아직도 부도럽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보기에는 부드럽고 느린 움직임이엇지만 그 때문에 네 사람은 다른 스켈레톤들의 협공을 받지않고 놈들과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엇던 것이다.

 '그래도 내가 도와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막 도약하려던 그녀는 발목을 잡아당기는 모종의 힘에 의해 넘어질 뻔하다 겨우 자세를 잡았다. 발목을 보니 자신이 두동강 내버렸던 스켈레톤 나이트의 두 팔이 잃어버린 검 대신 그녀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에잇!"

 단숨에 두 팔목을 끊어 낸 두르본은 다시 걸음을 옮기려다가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허리 아래의 감각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새 노출된 그녀의 발목은 시꺼멓게 변색되어있었다.

 "독?"

 그 독이 놈의 손톱 안에 쌓였던 시독임을 직감한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왜 다른 사람들이 놈의 팔다리부터 끊어내고 조심스럽게 상대하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 것이다.

 마침 그녀의 공포에 질린 눈이 하룬을 향했다.

 "입 벌려!"

 그의 외침에 아무 생각 없이 입을 벌린 두르본은 뭔가 입안으로 날아 들어온 것을 느끼고 서둘러 그것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마비되었던 허리 아래의 감각이 되돌아 오는 것을 느끼고 발목 부위를 보았다.

 "어엇!"

 해독단의 효력이 얼마나 뒤어난지 새까맣게 변색되었던 발목 부위가 어느새 제 살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제야 그녀의 위기를 알아챈 세 사람은 자신이 상대하던 스켈레톤 나이트의 목을 잘라 버리고 그녀에게 뛰어왔다.

 "괜찮아! 대장이 해독단을 던져줬더!"

 "이그, 조심하지! 다들 해골의 몸에 직접 닿지 않게 조심하라고!"

 옥세르가 그녀를 한 번 흘겨보고는 하룬을 돕기 위해 다시 나섰다. 하지만 그가 크게 도울 것을 없었다. 이미 상대하기 까다로운 워리어들은 모두 박살이 나고 부서진 상태여서 자신들 쪽으로 오는 스켈레톤 몇 구만 상대하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스켈레톤들이 나이트와 워리어를 주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이러다가는 끝이 없겠군. 마법사들이 잘해 줘야 할텐데'

 아직은 힘이 넘치지만 이렇게 싸우다가는 성기사들 꼴이 될 것이다. 아직은 여유있는 상황이지만 하룬의 눈은 초조함을 담아 언덕 위로 향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