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3화.마정석의 효과 (164/278)
  • 《마정석의 효과》

     마탑의 일을 본 후 시장 구경에 정신이 없는 아카족 전사들을 끌고 성 밖의 숙소로 돌아온 하룬은 수련에 푹 빠진 대원들의 얼굴을 잠시 보고는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특별한 일이 있다고 자신을 찾지 말라는 부탁을 하자 당장에 딜런이 그의 방문 앞에 자리를 잡고 명상에 들어갔다.

     ‘아무튼 못 말리는 양반이라니까.’

     딜런의 이런 행동이 부담스러웠지만 그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기에 불편함에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이도 많고 귀족 출신에다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실력의 딜런이 이렇게 나서서 하룬을 떠받들기에 다른 대원들이나 다른 용병 단체가 그를 존중하는지도 모른다.

     ‘어디!’

     하룬은 자리를 잡고 앉아 지혜의 파편을 꺼냈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책 모양의 돌에는 손바닥 모양이 선명하게 음각되어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그가 가지고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룬은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가지런히 펴서 음각된 부분에 넣었다. 그 순간 눈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나 싶더니 예의 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마법의 기원과 발전 과정 및 활용」

     역시 생각한 대로 이번에는 마법에 대한 것이었다. 첫 번째는 육체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는 마나에 대한 것. 그리고 세 번째로 지혜의 파편을 대하는 자는 마법에 대한 것을 배우는 것이다.

     하룬은 강의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눈앞에는 황금색 테두리를 두른 흰 옷을 입고 있는 노마법사가 있었다. 아마 고대 마법사들 특유의 복장인 것 같았다.

     「마법이란 마나를 사용해서 인위적이고 목적 지향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혹은 학문이다. 전 강의에서 말한 것처럼 마나는 이 세상을 존재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다. 다만 우리는 그 힘을 우리 식으로 세분화시키고 정의할 뿐 그 힘의 뿌리가 무엇인지 혹은 그 세세한 차이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이제까지 찾아낸 것은 유형의 물질도, 무형에 가까운 파동도, 모두가 마나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유일하게 여겨지던 마나가 실제로는 다양한 성질을 가진 마나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주 먼 고대 시대부터 이 마나의 존재와 개념이 발견되고 정의된 이후 인간은 마나를 어떻게 인간에게 이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연구해 왔다.

     마나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 마나가 인간의 의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우리 몸과 마음이 마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연한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의지에 반응을 보이는 마나는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었다.

     수많은 학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를 한 결과 인간은 자신의 특징적 성격이나 육체에 알맞은 마나를 의지를 세워 몸 안에 축적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건 수많은 인간 중 만의 하나에 해당할 정도로 희박한 확률일 뿐이지만 그 사실이 밝혀진 이래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다.

     마나는 몸 안에 자리를 잡고 단순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 여하에 따라 외부의 마나와 공명을 통해 그 어떤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또는 혈액의 흐름과 유사하게 흐르는 마나 로드를 통해 근육을 자극시키고 검의 강도를 증가시키는 신기한 현상을 보여주었다.

     우리 인간은 오랜 실험을 통해 의지를 소리로 변환하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그것은 태고로부터 주술사들이 사용하는 것에서 파용을 했는데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와는 달리 음성만을 사용해 마나로 특정한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그 말을 룬이라고 불렀다.

     또한 그 룬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룬 문자를 만들어 글자 고유의 뜻은 물론 발성법까지 전하게 했다.

     룬이 발견된 후에야 비로소 마법이라는 학문이 태동을 했다. 단순히 소리로 사물이나 동물을 조종하는 것은 주술이지만 체내의 마나를 담은 룬으로 외계 마나와 공명하여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마법이라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마법은 나크르스의 대에 이르러 원소 마법과 정신 마법, 죽음 마법, 변환 마법 등의 골격을 세웠고, 마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론소완트의 대에는 총 10서클에 이르는 단계와 각각의 서클에 따른 수련법을 정리할 수 있었다…….」

     마법의 기원과 그 역사에 대한 강의는 무려 두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이것은 단지 서론에 불과한 강의였지만 하룬은 손을 불끈 쥐고 환희에 차 있었다.

     잠깐 본 것에 불과하지만 하룬은 전혀 몰랐던 마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가 지혜의 파편을 통해 안 것은 현대 비욘드의 마법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세의 마법은 기사의 시대인 왕국 시대와 암흑기 동안 완전히 소멸하다시피 했다가 고대 마법서의 출현으로 다시 만들어져 이제 겨우 완성되어 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내용은 그가 그렇게 원하던 정령 마법에 대한 것이 나올 것이다.

     「마법의 종류와 그 개론

     종래 나크르스의 대에 마법의 종류가 정리되었다.

     마법은 크게 원소계 마법과 죽음계 마법, 중심계 마법, 변환계 마법, 정신계 마법, 치료계 마법, 그리고 정령계 마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원소계 마법은 세상을 이루는 원소들 중 가장 특징적인 원소의 성질을 가지는 마나를 이용하여 마법을 구현하는 것으로 파이어, 워터, 소일, 윈드, 라이트, 선더 등의 접두어를 가지는 마법을 통칭한다.

     파이어 계통의 마법은 불 속성의 마나를 끌어 모으는 특별한 룬을 연속하여 발성하는 것으로 그 조합과 룬의 숫자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진다.

     중략.

     죽음계 마법은 죽은 자들의 뼈나 피 혹은 그 영혼을 매개로 하여 현실계와는 다른 이질적인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사자의 혼을 소환하여 그 원념이나 소망을 들어주는 주술사의 주문으로부터 발현한 이 계통의 마법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그 수련 방법이 비교적 쉬워 많은 마법사들이 선택했다.

     죽은 자들의 뼈를 이용하는 마법은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과정에 있는 마나를 모으는 특별한 룬을 연속해서 발성하는 것으로 그 조합과 룬의 숫자에 따라 그 대상물을 공룡까지 움직일 수 있다.

     중략.

     중심계 마법은 마법사 본인의 몸을 마법의 대상물로 삼는 마법이다. 플라이나 헤이스트, 그래비티, 스트렝스, 체인지 마법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마나를 담고 있는 그릇을 대상으로 하는 마법이기에 비교적 빠르게 익힐 수 있지만 그 반면에 그릇이 되는 몸이 쉽게 상할 수 있으며 마법의 실패가 누적되면 그릇이 깨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중략.

     변환계 마법은 특별한 룬과 살아 있는 생물을 결합시켜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는 마법이다. 인간의 몸에 몬스터의 지체를 붙이거나 몬스터의 몸에 인간의 머리를 붙이는 마법이 여기에 속한다. 상위에 속하는 변환계 마법은 마법을 펼칠 때만 그 모습을 변화시키게 할 수 있으며 그 부작용 때문에 마계의 침공이 아니고서는 함부로 쓰지 않는다.

     중략.

     정신계 마법은 특별하게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룬의 고유한 진동파를 통해 상대의 정신에 침투하여 사실의 발설, 기억의 조작이나 망실, 세뇌, 무의식을 통한 조종 등의 현상을 일으키게 하는 마법이다. 변환계 마법과 마찬가지로 그 부작용이 심해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는 마법이다.

     중략.

     치료계 마법은 마나의 특별한 진동파를 이용해서 혈행을 막거나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물질을 제거 혹은 흩뜨려 놓거나, 신체 고유의 자가 치유력을 자극해서 치료를 돕는 마법이다. 특별히 치료에 도움이 되는 맑고 순수한 마나를 소유한 자가 아니면 그 대상자의 생명력을 극도로 끌어 올리는 것 때문에 수명이 짧아지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때문에 치료계 마법을 연구하는 마법사들은 보조적인 약재를 사용하여 그 부작용을 줄여야만 한다.

     중략.

     정령계 마법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친화력과 의지력을 바탕으로 정령계에 거주하는 정령과 계약을 통해 그들의 힘과 능력을 현세에서 쓰는 마법이다. 다른 마법과 달리 정령 마나라고 하는 특이한 마나와 친화력이 필요하기에 노력한다고 해도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다. 이종족 중 엘프와 요정들이 정령계 마법에 능하며 인간의 경우 상급 정령이 한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략.」

     대충 지혜의 파편 내용을 파악한 하룬은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받아들인 후유증으로 잠시 눈을 감고 복잡한 머릿속을 진정시켰다.

     ‘후유. 정령 마법에 대한 부분만 들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처음부터 다 들어야 하니 정말 고역이군.’

     마법에는 아예 문외한이다 보니 개념은 몰라도 이어지는 내용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태반이었다. 때문에 개론槪論만을 겨우 들었을 뿐 각론各論은 아예 포기하고 말았다. 하필이면 정령계 마법의 차례가 가장 마지막이라 더욱 곤란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타니엘라와 미루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 나머지는 나중에 시간이 날 때 다시 듣기로 하고 마정석부터 처리하자.’

     하룬은 지혜의 파편을 더 이상 연구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싸가지를 소환했다.

     -흐흐흐! 주인, 다 했다. 나 잘했지?

     녀석은 처음에 비해 엄청나게 작아진 마정석을 내놓으며 말했다. 과연 작업은 힘들었던 것 같았다. 피둥피둥했던 녀석의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진 것처럼 보인 것은 환각일까?

     -제대로 한 거지?

     -당연하지. 정수精髓만을 걸러 내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삐친 것 같은 태도지만 하룬은 녀석의 음충맞은 미소 한 조각을 볼 수 있었다. 녀석은 이번 작업을 통해 상당한 힘을 받아들였을 것이 분명했다.

     -수고했어. 그럼 가서 마저 수련하라고.

     -칫! 이렇게 고생했으면 뭐라도 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심통이 난 싸가지였다.

     -알았다. 여기 원소석!

     하룬은 진작 주려고 꺼내 놓았던 원소석을 녀석에게 던져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싸가지의 입이 귀까지 걸렸다.

     -흐흐흐! 바로 이거라고.

     녀석에게 준 것은 다른 네 원소석과는 달리 아무런 속성도 발현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녀석에게는 그것이 더 맞는 것 같았다.

     싸가지가 사라지자 하룬은 정순해진 마정석을 관찰했다. 손톱만 했던 것은 팥알 정도의 크기로 변했고 중급이나 하급은 쌀알만큼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마나석과는 달리 진한 마나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흡수한다?’

     잠시 고민을 하던 하룬은 보석 종류에 속하는 마나석과는 달리 마정석은 마나가 뭉친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주저하다가 삼켜 버렸다. 그리고 의식을 몸 내부로 돌려 반응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호오! 굉장하네.’

     순수한 마정석은 위에 들어가는 즉시 풀어지기 시작했다. 풀어진 마나들은 안개처럼 온몸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마나 플로를 돌려보자.’

     하룬은 마나 오션의 마나를 끌어내 마나 로드를 달리게 만들었다. 일부러 길게 풀어진 마나는 빠르게 마나 로드를 지나며 근처의 마나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그 흡입력에 마정석에서 풀어져 나온 마나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된다!’

     기존 마나에 합류하기 시작한 새로운 마나의 양은 엄청났다. 그 양도 양이지만 성질이 순후해서 마나 로드를 모두 거쳐 마나 오션에 안착할 때까지 이탈하거나 소멸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싸가지의 장담대로 순수한 마나 그 자체였던 것이다.

     마나 플로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마나의 양은 폭증暴增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마수가 살면서 축적한 순수한 마나의 양은 상당했던 것이다.

     하룬은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마나 플로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근육이나 뼈 혹은 미세 마나 로드로 흘러들어갈 마정석의 마나들이 기존 마나에 흡수되고 있었던 것이다.

     선더볼트의 기연으로 엄청나게 넓어진 마나 오션이다. 수백 번의 마나 플로를 통해 다시 마나 오션으로 돌아온 마나는 덩치가 훨씬 더 커져서 그런지 강한 충만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마침내 어느 정도 마정석의 마나를 흡수했다고 생각하고 반개했던 눈을 다 뜬 순간 태양처럼 밝은 광망이 흘러나왔다가 사라졌다.

     ‘거의 10분의 1정도는 흡수했다. 나머지는 근육과 뼈를 비롯한 온몸으로 흘러들어 갔지만 계속해서 마나 플로를 돌리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다 흡수할 수 있겠어.’

     몸 전체의 마나 로드를 일주하는 마나 플로가 아니라 상체의 정중앙만을 일주하는 비교적 간단하고 효율이 낮은 마나 플로지만, 순수해진 마정석의 마나는 극히 순수한 상태여서 그 효율은 무척이나 높았다. 순수한 마나이니 안전한 이편이 더 나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초 운동을 해서 굳었던 근육을 푼 하룬은 박살을 꺼내 마나를 주입해 보았다. 얼마나 늘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마나를 최대로 주입하자 박살의 두 날이 생성되더니 곧이어 검첨에서 손바닥 길이의 검기가 쑤욱 빠져나왔다. 새로운 마나를 받아들여서일까 색은 더 진해졌고 그 두께와 길이는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이 정도면 검기만으로도 중급은 확실하네.’

     지금은 마나의 양으로 그 경지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의미가 약해졌지만 어쨌든 검기의 길이나 그 두께가 굵어진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제 대원들 차례야.’

     마정석의 마나의 효능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대원들의 차례였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다. 문을 열고 나가니 딜런이 앉은 자세로 명상에 잠겨 있다가 눈ㅇ르 떴다.

     “수고하셨습니다, 딜런 경.”

     딜런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밝아진 하룬의 기분을 감지했다.

     “무슨 일입니까?”

     “좋은 일이긴 한데 내일 전 대원들 앞에서 알려 드리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푹 주무세요.”

     하룬은 가장 나이도 많고 실력도 뛰어나면서 그의 호위를 자청하는 딜런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실력을 가진 이가 이러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마 하룬은 그 욕에 수명이 엄청나게 길어질 것이다.

     다음 날 새벽.

     하룬은 다른 이들과 함께 연무장으로 사용하는 공터로 향했다. 그러고는 바로 각자 수련에 들어가던 다른 때완 달리 사람들을 자신을 중심으로 불러 모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한 사람들의 눈길이 하룬에게 쏠렸다.

     제일 먼저 마정석의 효능을 몸으로 받을 사람은 대원들 중 무력이 가장 떨어지는 티노였다. 하룬의 따듯한 눈길이 티노를 향했다.

     “티노!”

     “네, 대장.”

     “혹시 마나 플로에 대해 알고 있어요?”

     “아니, 모릅니다. 다만 이번에 딜런 경에게 지도를 받는 동안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갑자기 꺼낸 마나 플로라는 말에 대원들의 주의가 집중되었다. 하룬의 시선이 딜런에게 향했다. 그러자 다른 대원들의 시선들이 그를 향했다. 그러자 딜런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원래 이름난 검가에는 은밀하게 마나 연공법이라는 것이 내려오고 있네.”

     마나 연공법에 대해서는 다들 들어서 알고 있다. 마나를 온몸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획기적으로 쌓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쉽게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르게 만들어 준다는 신기의 방법이다. 하지만 마나 연공법을 가지고 있는 가문은 공, 후작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귀족 가문들밖에는 없었다.

     “마나 연공법은 극히 희소한 터라 상당수의 검기는 마나 연공법 대신 수련 검식을 가지고 있지. 바른 자세로 앉아 정신을 집중한 상태에서 마나를 쌓고 몸 안의 마나 로드를 활성화시키는 마나 연공법과는 달리 수련 검식은 일정한 동작을 호흡에 일치시킴으로써 마나 오션을 생성해서 마나를 몸 안에 쌓는 동시에 일정한 마나 포인트를 뚫는 방법으로 변형된 마나 연공법이라고 할 수 있네. 물론 효율 면에서는 마나 연공법에 비해서 미흡하지. 일단 마나를 몸에 축적하기 시작하면 몸 안에 마나를 저장할 수 있는 마나 오션이라는 것이 생기는데 그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나 로드를 활성화시켜야 하네.”

     여기까지의 설명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마리 정도만이 처음 듣는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특정한 장소에 마나를 축적하는 방법인 마나 플로와 마나 연공법은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과 의미를 가지네. 쉽게 말하자면 마나 연공법이 상위 개념이라면 마나 플로는 하위 개념인 것이지. 물론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그런 구별이 잘못된 거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이해하면 될 거야. 인간의 몸에는 크고 작은 마나 포인트가 존재하는데 큰 마나 포인트를 잇는 마나 로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바로 마나 플로라네. 이 마나 플로는 어떤 자세에서건 방해받지 않고 정신을 집중해서 할 수만 있다면 마나를 쌓는 것은 물론 마나를 마나 로드로 순행시켜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지. 마나 연공법은 크고 작은 마나 포인트를 연결하는 복잡한 마나 플로지. 크고 작은 마나 포인트를 일정한 순서로 순행한 마나는 거쳐 간 마나 포인트들의 성질 때문에 특유의 성질을 가지게 되지. 따라서 어떤 마나 연공법으로 마나를 쌓는가에 따라 오러의 색이나 성질도 달라지네. 부끄럽지만 이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일세.”

     개론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강하게 빛났다.

     “그럼 마나 포인트는 모두 몇 개인가요?”

     헤니였다. 비록 검사는 아니지만 치료사로서 손이나 발과 같이 신경이 모여 있는 부위의 작은 점들을 자극하면 전혀 상관이 없는 부위에 일정한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마나 포인트라는 개념에 대해서 금방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건 나도 잘 모르네. 예전 기사 아카데미에서 수학할 때 교수 중 한 분이 174개라고 했었는데 내가 최근에 실제로 느낀 것은 그것보다는 적어도 몇십 개는 더 많은 것 같았네.”

     “그럼 마나 연공법이라는 것은 그 마나 포인트를 모두 다 거치는 건가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네. 마나 포인트는 생각보다 단단해서 넓히거나 크게 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잘못하면 마나가 제멋대로 온몸으로 퍼져 신경조직이 상하거나 근육을 다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

     “그게 검사들의 마나 폭주라는 현상인가?”

     이번에는 타니엘라가 끼어들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나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나 폭주는 마나를 의지로 제어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극도로 흥분한 상태나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본인도 모르게 한순간에 모든 마나가 격발되는 현상인 것 같네.”

     “흐음. 마법사들의 마나 폭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군.”

     타니엘라의 말을 끝으로 좌중은 잠시 조용해졌다. 모두 마나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때 하룬이 티노에게 다시 물었다.

     “부대장, 그럼 수련 검식은 알고 있어요?”

     “네. 이번에 딜런 경께서 하나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딜런은 향하는 티노의 눈에는 고마움과 존경심이 가득했다.

     “다행이군요. 그럼 이걸 먹어봐요.”

     티노는 하룬이 내미는 마정석을 받아 들고 잠시 살폈다. 쌀알 크기의 빛나는 돌이었는데 묘한 기운이 나오고 있어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뭐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하룬의 말은그 무엇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티노는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것을 단숨에 삼켜 버렸다.

     “그게 뭐요, 대장?”

     물은 것은 딜런이었다.

     “마정석입니다.”

     “마정석이라면?”

     미루스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와 타니엘라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과 동시에 강한 우려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그들이 알기론 마정석을 복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짓이었던 것이다.

     “위험합니다. 마정석의 마나를 흡수하는 것도 어렵지만 설사 흡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미쳐 버리기 십상입니다.”

     둘은 마법사답게 마정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두 분이 아시는 대로 마정석은 마수나 몬스터들이 생전에 몸에 축적한 일종의 마나 덩어리죠. 하지만 지금 티노가 먹은 것은 제가 따로 알고 있는 비전을 사용하여 마수 특유의 불안정한 성질을 제거한 순수한 정수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하룬은 금방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티노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대, 장! 이 뜨거운 기운은 뭡니까?”

     “그것은 순수한 마나가 전신으로 풀어진 것입니다. 이제 절대 입을 벌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어서 수련 검식을 펼쳐 마나를 흡수하세요.”

     그 이야기를 미리 한다는 것이 마음이 급해 마정석부터 먹이고 말았다. 마치 붉은색 물감 통에 빠진 것처럼 전신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티노는 서둘로 방을 나가 바로 앞마당에서 수련 검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놀란 얼굴로 하룬을 따라 마당으로 향했다.

     “대장?”

     딜런이었다. 하룬이 티노에게 무엇을 바라고 마정석을 먹게 했는지 알고는 있지만 우려가 그득한 얼굴이었다.

     “직접 시험을 해봤습니다. 폭증한다는 말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마나가 쌓이더군요. 딜런 경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정도지만 티노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하룬은 그렇게 자신했다.

     “괜찮을까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마나를 흡수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내 경우에는 괜찮았습니다. 미처 흡수하지 못한 마나들은 온몸으로 흩어지지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계속 수련을 하면 조금씩 흡수할 수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사실 하룬의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이제야 인식한 것이다. 티노의 경우는 어떨지 좀 더 고심을 한 후에 권해봤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 것이다.

     하룬의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다른 대원들은 하룬의 말에 안심을 했지만 외려 그는 더 불안해지고 있었다. 티노의 몸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던 것이다. 수련 검식을 펼치는 티노의 동작은 느렸다. 호흡과 동작을 힐치시켜야 하는 수련 검식인지라 느린 것이기도 했지만 평상시와는 다르게 들끓고 있는 마나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대장이 직접 시험해 봤으니 괜찮을 거야. 이참에 마나를 최대한 흡수해야 해.’

     티노는 하룬의 말이라면 거의 신의 말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하룬과 딜런이 하는 대화를 들었다. ‘폭증’이라는 말에 그 누구보다 더 설레는 티노였다. 딜런의 세세한 지도를 통해 이제는 나름 검술에 대해 안 상태였고 몸 안에 퍼져 있는 마나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상태였다. 간절한 마음으로 익스퍼트가 되기를 기원하며 수련해 왔던 그였기에 수련 검식을 펼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티노는 곧 수련 검식과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용병 검술을 수련하면서 온몸으로 받아들인 마나들은 거대한 마나의 해일에 놀라 일제히 깨어났다. 그러고는 이곳은 자신의 몸이라는 것을 자랑이나 하듯 고대한 마나를 익숙한 길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하룬은 불안한 마음에 샤키의 눈을 활성화시켰다. 눈길을 티노의 몸에 집중하자 티노가 입은 방어구 가죽이 크게 확대되더니 이내 티노의 몸 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룬은 뼈나 근육 그리고 장기 대신에 마나에 집중했다.

     ‘오오! 되고 있어!’

     마나는 전신을 안개처럼 감싸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중 일부는 일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바로 마나 오션 자리를 향해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마나 오션 자리로 모이는 마나들은 서서히 회전을 하기 시작했고 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나 오션이 만들어지는군요.”

     하룬의 말에 딜런의 눈이 커졌다.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아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자신이지만 타인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기이한 광망을 발하며 티노를 쳐다보는 하룬은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보는 것 같았다.

     “어떻습니까?”

     “서서히 마나 오션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마나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압축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마나 오션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그 안에 상당한 마나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하룬의 말이라면 신봉을 하는 티노라서 그런 것일까? 마나 오션 자리로 빨려들 듯 모여드는 마나들은 반시계 방햐응로 회전을 빨리하며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티노는 그런 변화도 모른 상태에서 수련 검식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티노의 수련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보는 사람들이 지루할 정도이니 말이다.

     “허어, 부대장이 뭐에라도 씌웠나? 평소에는 채 5분도 못 하더니 벌써 한 시간이 넘게 수련 검식에 집중하고 있네.”

     “얻는 것이 많은가 보네요, 사형. 부대장의 아랫배 부위에 마나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아마 마나 오션을 형성하는 것 같은데요. 저 얼굴 보십시오. 빛이 나고 있습니다.”

     궁금했던지 디텍트 마나 마법을 펼쳤던 미루스는 티노의 변화에 감탄하고 있었다.

     “잘하면 단숨에 익스퍼트에 도달할 수도 있겠군.”

     이제는 확연하게 느껴지는 마나의 존재에 딜런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 역시 티노의 아랫배 부위에 뭉쳐진 마나가 자리를 잡은 것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네이스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남편이 수련 검식을 펼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홀린 듯 넋을 놓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리는 다른 대원들의 대화에 정신을 차렸다가 여전히 긴장한 얼굴로 티노를 지켜보는 도네이스를 보고는 그녀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었다.

     “언니! 미리 축하해요.”

     “……무슨 소리야?”

     “대장과 딜런 경이 그러는데 부대장이 마나 오션을 만들었대요. 그리고 계속 그곳에 마나를 축적하고 있거요.”

     “그, 그래?”

     도네이스가 깜짝 놀라 목소리가 커지자 하룬이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입에 댔다.

     “뒤로 더 물러나 있어요. 지금이 티노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니까.”

     하룬의 낮은 말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도네이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 나왔는지 아카족 전사들도 나와 있었지만 그들은 부러운 눈으로 티노를 바라보면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비록 오지에서 살아왔지만 그들 역시 마나와 마나 오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드, 드디어 티노가 익스퍼트에…….’

     도네이스는 손이 하얗게 질리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주먹을 쥐고 마음을 졸였다.

     딜런 경이 말하길 남편은 상당량의 마나를 몸 안에 축적한 상태라고 했다. 마나 오션을 형성해서 그 마나들을 한곳에 모으고 손으로 연결되는 몇 개의 빅 마나 포인트만 뚫는다면 익스퍼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비록 부대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남편은 언제나 자신의 능력 부족을 아쉬워했다. 스카우트들을 지도하면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돌풍 용병대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며 밤낮을 잊고 수련을 했던 그였다.

     ‘고마워요, 대장님.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하룬을 바라보는 도네이스의 눈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자신에 앞서 남편의 진가를 알아 준 고마운 대장이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는 남편을 그가 늘 바라던 경지에 오르게 해주고 있었다.

     대원들과 전사들이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티노의 수련은 두 시간이 넘게 이어졌지만 검을 쥔 그의 몸은 여전히 느릿한 속도로 호흡과 일치가 되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그의 얼굴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러닷!”

     누군가 놀라 외친 소리처럼 그가 쥔 검의 검신은 약한 오러 라이트가 흐르고 있었다. 수련 검식을 펼치는 동안 자연스럽게 마나가 검으로 흘러들어 검신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한계였을까? 마침내 티노의 동작이 멈추었다.

     “휴우~.”

     티노는 아랫배 깊숙한 곳에 생겨난 마나 오션과 그 속에 자리한 콩알 크기의 마나 덩어리, 그리고 양팔로 향하는 경로에 있는 마나 포인트들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쉰 티노의 얼굴에는 진한 미소와 함께 전에 볼 수 없었던 강한 자신감이 떠올라 있었다. 전신은 터질 듯 강한 활력에 차 있었다.

     “여보!”

     그 소리에 자신에게 깊이 침잠되어 있던 의식을 외부로 돌린 티노는 대원들과 전사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도네이스가 물기 어린 눈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축하해요, 부대장. 마나 오션이 제대로 생성된 것은 물론 빅 마나 포인트들이 제대로 뚫렸네요.”

     자신에게 생긴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세한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티노 대신 하룬은 그의 몸 내부에 생긴 변화를 알고 축하를 해 주었다. 전신에 가득 차오르는 활력과 성취감에 마치 새 몸으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낀 티노는 축하를 하는 하룬의 손을 꽉 붙잡았다.

     “고, 고맙습니다, 대장.”

     뭐라고 더 감사를 하고 싶은데 계속 말을 하다가는 눈물이 터지고 말 거 같았다.

     “하하하! 고생했네. 아직 몸 안에 많은 마나들이 흩어져 있는 상태니까 부단히 수련해서 다 흡수를 하게.”

     미루스가 어느 틈에 마나 스캔을 해보더니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껄껄! 이제 부대장도 익스퍼트가 되었군. 축하하네.”

     “이거 우리도 빨리 6서클의 벽을 깨야지, 쫓아오는 친구들 때문에 창피하군. 어쨌거나 부대장의 진전을 축하하네.”

     딜런과 타니엘라의 축하가 이어지자 티노는 비로소 자신이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 실남났다.

     “부러워요, 부대장. 난 언제 그 경지에 오르지.”

     마리에 이어 비록 어제 처음 보았지만 아낌없이 정을 주던 아카족 전사들이 다가와 차례로 축하를 해주었다. 비록 다른 종류의 힘을 쓰는 그들이지만 그들도 마나를 무기에 싣는 익스퍼트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축하를 해주던 사람들이 물러나자 창피한 것도 모르고 줄줄 눈물을 쏟아내고 있던 도네이스가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도니!”

     안아주려고 했지만 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더 큰 도네이스여서 그의 몸이 그녀의 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다른 사람들의 눈길 때문에 이런 우스운 꼴은 보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의 눈에서도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원했던 익스퍼트의 경지였다. 이제 발가락을 겨우 걸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경지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포기하고 살았던 시간들이 떠오르자, 벅찬 희열이 그의 눈물을 타고 도네이스의 풍만한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대장님, 전 뭐 없어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응석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리였다. 티노의 진전이 부러워서 하는 소리였다.

     “하하하! 우리 마리도 줘야지.”

     “저, 정말요?”

     “나는요?”

     헤니까지 눈을 빛내며 하룬을 응시했다.

     “그래. 그러니 당장 오늘부터 두 사람도 딜런 경에서 수련 검식을 배우도록 해. 일단 수련 검식이 익숙해지면 마정석을 줄 테니까.”

     하룬의 말에 헤니가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헤니의 경우는 치료사가 직업인지라 변변한 무력이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늘 남들의 보호를 받지만 그만큼 공헌을 쌓는 것은 힘들었다.

     같은 익스퍼트라도 본래 검술을 익힌 이들과는 많이 차이는 나겠지만 그래도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헤니는 마리를 붙들고 좋아했다. 기쁨이 과했는지 헤니와 마리는 서로 꽉 끌어안고 흐뭇한 시간을 보내던 티노 부부를 끌어안기까지 했다.

     “어머! 너희들 뭐하는 거야?”

     눈을 감은 채 남편을 안고 있던 도네이스는 헤니와 마리가 자신들을 끌어안자 펄쩍 뛰었다.

     “호호호! 언니! 대장이 우리에게도 마정석을 준대. 딜런 경에게 수련 검식을 배워 익숙해지는 대로 마정석을 준다고 그랬다고.”

     “정말?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으헤헤헤!”

     마리는 너무 좋은 나머지 급기에 기이한 웃음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정말이에요, 대장? 우리는 이미 마나를 쓸 수 있는데요.”

     “마리 말대로 마정석을 줄 테니까 이번 참에 마나 오션을 만들고 오러 궁술에 필요한 마나 포인트들을 뚫어 봐요. 그럼 마나 사용의 효율이 엄청나게 달라질 테니까.”

     마나 오션이 없더라도 마나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일단 마나 오션을 생성하면 마나 축적은 물론 사용 능력이 크게 올라간다는 사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흑!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대장!”

     도네이스는 남편에 이어 자신까지 챙기는 하룬의 마음 씀씀이에 감복한 나머지 줄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자 마리는 물론 티노까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네 사람이 보이는 모습에 하룬도 눈가가 축축해져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분위기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허허허! 보기 좋군. 우리도 잠시 안에 들어가 있도록 하지.”

     타니엘라가 부러운 눈으로 우스꽝스럽게 서로를 안고 있는 티노 부부와 마리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아카족 전사들도 부러움과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자신들의 방으로 향했다.

     “허흐~!”

     하룬을 따라 방으로 들어온 미루스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무슨 소리야?”

     타니엘라가 눈을 흘기자 미루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러워서 그러우.”

     그 말에 타니엘라의 얼굴도 굳었다. 오랫동안 6서클의 벽 앞에 주저앉아 있는 자신들의 처지가 떠오른 것이다.

     “제길!”

     자신들만큼이나 익스퍼트의 경지를 염원하던 티노였기에 아낌없이 축하를 해주었지만 자신을 생각하면 한심해지는 미루스였다. 연방 한숨을 내쉬던 그의 시선이 뭔가를 생각하던 하룬에게 향했다.

     “대장! 우리는 뭐 없우? 우리도 좀 챙겨 주시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루스는 이내 얼굴을 붉혔다.

     막막하기만 했던 6서클의 벽이었지만 그래도 고대 라 제국의 마법사 전문을 해석하면서 얻은 것이 많았다. 이번에 받은 마법서 본문을 모두 다 해석하고 연구를 하다 보면 틀림없이 6서클의 벽을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지금 한 소리는 아쉬움에 찬 볼멘소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룬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딜런을 쳐다보았다. 그는 어느새 무심한 얼굴로 돌아왔지만 눈은 따듯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도 기간이 짧아서 그렇지 어찌 보면 티노 역시 자신의 제자와 다름없었던 것이다.

     “딜런 경, 저 좀 따로 보시지요.”

     하룬은 일어나면서 딜런을 불렀고 그는 두말없이 하룬을 따랐다. 하룬을 믿는 것은 티노와 다름없는 딜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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