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벼리의 선택 (156/278)

 <<벼리의 선택>>

마수의 가죽을 마저 가지러 여관을 막 들어왔을 때 오랜만에 안내음이 울렸다. 리얼 모드를 지향하는 하룬이 한동안 듣지 못하던 안내음이기에 반가운 생각마저 들었다. 리얼 모드에서는 게임에 관계된 안내음은 울리지 않지만 유일하게 현실의 캡슐을 통해 보내는 메시지는 안내음이 울렸다.

-띠링! 메시지가 들어와 있습니다.

하룬은 눈앞에 뜬 홀로그램 창의 하단에 있는 '메시지 내용 보기'를 클릭했다.

-오빠! 잠깐 나와 봐. 의논할 일이 있어.

내용을 보니 벨이 보낸 메시지였다.

'무슨 일이지?'

어지간하게 급한 일이 아니면 벨과 아리가 자신을 부를 일이 없다. 그녀들의 능력으로 모두 처리해 왔던 것이다.

하룬은 두르본 일행을 만나기 전에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룬은 방으로 들어가 안전지대 설정과 함께 로그아웃을 했다.

"잘 지냈지?"

지난번 이야기한 대로 타이탄 워커를 복원해 내기라도 한 것일까? 하룬은 자신에게 안기는 벨과 아리를 꼭 끌어안고 잠시 그 느낌을 즐겼다. 아리에 대한 감정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당분간은 벨처럼 동생같이 여기기로 했기에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정말로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가족 간의 정이 어떤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비욘드에 있을 때는 그 세계에 집중해 있어 잊기 일쑤였지만 이렇게 체온과 정을 느끼며 안고 있으니 현실의 일들이 궁금해진다.

'아무래도 며칠에 한 번은 잠깐이라도 현실로 나왔다 가야겠구나.'

마나 플로를 통해 피로를 풀 수 있으니 잠을 줄여도 크게 무리가 없다. 한번 빠지면 웬만해서는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산적한 일들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만 믿고 나몰라라 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사실 돌풍 기지는 이제 막 출범한 상태여서 신경 쓸 일이 많았다. 지도자로서 그가 반드시 알아야 하거나 결재를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모른 척한다는 것은 일종의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 무슨 일이야? 보고 싶어서 부른 것은 아닐 거고."

"헤헤! 나야 캡슐과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어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괜찮은데, 아리 언니가 쪼금 보고 싶어하긴 했지."

"어마! 얘는. 내가 언제?"

벨의 농담에 아리의 얼굴이 금방 붉어진다. 눈치를 보는듯 살짝 하룬을 훔쳐보는 아리의 얼굴은 제대로 잘 익은 과일의 그것처럼 붉게 달아올랐고 평소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염기艶氣가 흘러나와 하룬의 마음을 진탕시켰다.

'후우! 조만간 어떻게든 마음을 정해야겠구나.'

벨처럼 여동생으로 삼든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사귀든지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어중간하게 서로의 눈치를 보는 자신이나 아리가 편해질 터였다.

"호호호! 언니 얼굴 빨개진 거 봐."

"아리 언니 그만 놀리고 무슨 일인지 말해 봐."

바쁜 것은 아니었지만 자꾸 아리랑 엮으려는 벨의 의도가 부담스러워 다시 용건을 물었다.

"알았어. 사실은 벼리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요."

"벼리가?"

"응. 꼭 만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

무슨 일일까?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초인적인 회복력으로 거동하는 데 지장이 없는 벼리에게 하룬은 자유로운 기지 생활을 보장했다. 그게 그에게 무슨 영향을 주었지 싶었다.

"좋아, 만나 보자. 벨, 부탁해."

"알았어. 지금은 다른 대원들과 연무장에 있을 거야."

벨이 바람처럼 달려 나갔다.

"아리, 벼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아리의 역할 중 하나는 대원들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녀의 분체이자 이제는 독립된 개체인 아즈만이 기지 전체를 통합 관리하고 있기에 언제든 뇌파 접속이 가능한 아리가 대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기로 했던 것이다.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치료실에서 캡슐치료를 받는 것과 동료들의 상황을 체크하는 것, 그리고 기지를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일이 전부였어요. 오늘은 몸이 거의 회복된 것 같다고 연무장을 쓰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하룬은 아리의 보고를 들었지만 그가 자신을 만나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GG의 조직원들을 치료하는 건 어때?"

하룬의 물음에 아리는 아즈만과 동조 상태가 된 듯 매끈한 이마에 주름 한 자락을 만들며 대답했다.

"치료 캡슐에 들어간 자들의 평균 회복율은 방금 전 65퍼센트가 넘었어요."

"그럼 언제 나오지?"

"70퍼센트만 넘으면 일단 의식을 깨울 수 있어요."

"그럼 얼마 남지 않았군. 그런데 그들로부터 GG의 정보를 빼내야 할 텐데."

마늘이라는 여자는 팀장 이상의 신분을 가졌기에 아는 것도 많으리라. 하룬은 이 기회에 GG의 조직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얻어 낼 생각이었지만 그 방법을 생각하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훗! 고문은 하지 않아도 돼요. 반무의식 상태를 이용하면 본인의 의지에 상관없이 대상자가 알고 있는 정볼를 빼낼 수 있어요."

"그래? 다행이다."

"이미 아즈만에게 부탁해서 정보를 빼내기 시작했으니 조금만 있으면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다 빼낼 수 있어요."

"우리 아리가 정말 수고하는군. 고마워!"

하룬은 아직도 그의 품을 벗어나고 있지 않은 아리의 몸을 당겨 단단히 안아 주었다. 왠지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일일것 같았다. 풍성한 옷에 감추어져 있던 그녀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몸이 그의 품 안에서 꿈틀 거리며 묘한 자극과 흥분을 일으켰다.

'확실히 달라.'

벨을 안고 있을 때와는 정말 다르다. 따듯함이 아니라 뜨거움이었다. 자신과 일체화되는 것이 아니라 불길이 치솟는다.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강렬한 흥분과 안달이 생긴다.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갈증이 더해진다.

'혹시 이 감정이 사랑인가?'

알 수 없다. 진짜 사랑은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하지만 확실한 것은 홀에게 느꼈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더 강렬한 감정이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행복해, 오빠!"

눈을 감고 얼굴을 그의 목에 묻었던 아리의 팔이 그의 허리를 단단히 감았다. 온몸이 녹아 버릴 것 같은 달콤한 감각에 아리의 얼굴에는 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다다다닥!

벨의 것이 분명할 달음박질 소리에 하룬과 아리는 화들짝 떨어졌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하룬의 얼굴도 드물게 붉어져 있었고, 아리는 창피한 듯 자신의 달아오른 뺨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벨이 문을 여는 사이 주방으로 향했다.

"대장!"

벨의 뒤를 따라 들어온 벼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하! 어서 와요. 얼굴이 훤한 것을 보니 이젠 완전히 회복되었군요."

"네. 이젠 다 나았습니다. 원래 제 몸은 쇳덩어리보다 더 단단합니다."

대원들이 기지 내에서 착용하는 옷을 입은 벼리는 거의 정상을 회복한 상태였다. 그의 말대로 뼈가 단단해서인지 아니면 아즈만이 놀랄 정도의 강력한 회복력을 지녀서인지 몰라도 이제는 수련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이리 앉아요."

하룬은 탁자를 가리켰다.

하룬과 벼리가 앉자 아리가 차를 내왔다.

"그동안 기지 구경은 잘했습니까?"

"네. 정말 대단한 곳입니다. 각종 편의 시설은 물론이고 최첨단의 기기들이며 무기들의 성능에 하도 놀라서 이젠 눈이 두 배 정도는 더 커진 것 같습니다."

벼리는 우람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농담까지 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룬은 대원들에게 벼리가 마음대로 기지를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려 둔 상태였기에 그가 보지 못할 곳은 거의 없었다.

"하하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군요."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것은 대원들이 느끼는 행복감이었습니다. GG에 오랫동안 있었던 터라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편하고 자유로운 생활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꿀 수 있고, 청년들은 꿈을 위해 자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중년들과 노년들은 후대가 제대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하룬은 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덩치만 보면 미련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어 기지를 제대로 본 것이다. 아마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그저 시설과 같은 외관만 보았을 테지만 이 덩치는 기지가 가진 가장 귀중한 것을 제대로 보았다.

"그래서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벼리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하룬을 뜨겁게 바라보았다.

"동료들, 아니 형제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도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하룬은 벼리의 말에 눈을 빛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무력을 가진 대원들의 숫자가 부족한 돌풍 용병대의 입장에서도 더없이 좋았던 것이다.

"방법이 있습니까?"

"마늘 팀장을 데리고 다시 GG로 돌아가겠습니다."

"그게 무슨……?"

"제가 다리가 되어 조직에 남아 있는 형제들을 설득해 이곳으로 보내겠습니다. 어차피 휴먼 가드로 전향한 형제들 때문에 GG에서는 폐기 처분될 위기에 있는 형제들입니다."

"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마늘 팀장을 구한 것으로 가장해서 GG로 다시 잠입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저들이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닙니다. 일단은 데드 벙커로 갈 생각입니다. 오르그들과 마늘 팀장의 심각한 부상을 핑계 삼으면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것에 대해서 지도부를 설득하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데드 벙커라면?"

하룬은 로우취를 통해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몰랐다.

"조직에서 폐기 처분된 조직원이나 적대 조직의 요원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휴먼들이 인체 실험을 받는 끔찍한 곳이지요. 저 역시 두 번 호송조로 가 본 적은 있지만 안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내부에서 자행되는 비극적인 일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곳에는 현재 수많은 형제들을 포함한 실험체들이 끔찍한 실험의 대상이 되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크흠!"

하룬은 머리칼이 올올이 위로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실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렸던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없는 자라고 할지라도 일단 세상에 나온 이상 자신의 의지대로 살 자유는 있었다. 휴먼이 휴먼을 대상으로 끔찍한 실험을 자행한다는 그 자체로도 용서받지 못할 극악한 짓인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이곳을 쓸어버리고 싶었다.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하고 있는 휴먼들을 구해 내고 싶었다. 자신에게 힘을 준 존재가 신이든 아니면 에이션트 컴퓨터이든 그것은 상관없다.

'힘을 가진다는 것은 약자를 보살피는 책임을 진다는 것과 같다.'

언제부터인가 하룬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런 능력도 없던 보더러인 자신에게 어떤 이유로든 힘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는 느꼈다. 그 힘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곳은 어떤 곳입니까?"

"데드 벙커는 예전 종말 시대에 유명한 제약회사인 연구소였답니다. 그 회사는 당시 유전공학을 이용한 각종 약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핵폭발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연구 시설을 거대한 산의 중심에 건설했습니다. 그곳을 GG가 찾아내 수십 년째 인체 실험의 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곳에서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유니온 남쪽으로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럼 걸어서는 이틀, 바이크로는 반나절 정도의 거리다. 생각보다 무척 가까운 곳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어 상태는 어떻습니까?"

"지하 연구 시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곳을 갔을때 머물렀던 지상 시설의 방어력은 꽤 강했습니다. 중형 입자포가 수십 문이 있으며 파동포와 200면 정도의 수비대가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 전력으로 이곳을 공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벼리는 행여 하룬이 이곳을 공격하려는 무리수를 쓸까 봐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사실 그 정도 방어 무기들이 있다면 돌풍 용병대가 그곳을 공격하는 것은 절대로 무리였다.

"데드 벙커는 헤븐 컴패니와 걸어서 사흘 정도의 거리이니 바이크를 하나 주시면 부상을 입은 마늘 팀장과 다른 둘을 그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비록 며칠이 지나긴 했지만 오르그들의 이목과 부상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할 겁니다. 물론 그 전에 제 형제들이 정신을 차리는 것을 확인하고 갈 생각입니다."

"좋습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하룬은 일단 벼리를 내보냈다. 자신의 안위에 연연하지 않고 다시 사지死地로 들어갈 생각을 한 벼리는 하룬의 긍정적인 대답에 무척 고무된 얼굴로 연무장으로 돌아갔다.

"아리, 혹시 HG의 본거지를 찾을 수 있을까?"

"그건 왜요?"

"호호! 언니는, 둘 사이에 싸움을 붙이려는 거지, 우린 그틈에 사람들을 구출하려는 것이고. 맞지, 오빠?"

영리한 벨은 금방 하룬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HG가 그 정보를 알면 절대로 가만히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요."

"그것만이 아니라 오르그들까지 유인해 보자. 지난번에 보니 놈들은 휴먼들이 가진 모든 것을 원하는 것 같으니까."

오르그까지 끌어들이니 제법 그림이 나온다. 그럼 부족한 전력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물론 오르그들을 처리할 방법은 미리 생각해 놓아야 한다.

"그럼 벼리가 마늘 팀장이라는 여자를 데리고 유니온 내의 GG근거지로 귀환한 다음 일을 진행하면 되겠네요."

"바로 그거야. 아리 한번 제대로 계획을 세워 봐."

"알았어요. 시뮬레이션을 해 볼게요."

아즈만의 능력을 쓸 수 있는 아리라면 제대로 된 계획을 짤 수 있을 것이다.

"벨, 넌 놈들의 감지를 피할 수 있는 극소형으로 곤충형 사이보그를 만들어 봐. 벼리 편에 잠입시켜 데드 벙커 내부를 먼저 파악해야 해. 지난번 헤븐 컴패니처럼 비상구가 있다면 사람들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알았어, 오빠. 이참에 아예 웜형의 사이보그를 만들어 아예 벼리의 신체에 삽입하면 어떨까?"

"그것도 좋겠다. 일단은 데드 벙커의 구조나 방어시설 등을 확실히 알아야 해."

하룬은 시간을 가지고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하룬에 의해 자연스럽게 정보를 입수한 HG가 데드 벙커를 공격해서 입구를 무력화시키고 내부로 진공할 때, 유인한 오르그들로 하여금 그들을 공격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아마 갖가지 최첨단 방어 시설과 차단 시설이 있을 테지만 무식한 오르그들이라면 그곳마저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데드 벙커 내부 연구소의 인력이 오르그들과 맞서는 사이 실험체로 끔찍한 생활을 하고 있을 사람들을 구해 낼 생각이며, 마지막에는 당연히 그곳에도 있을 폭발 장치를 가동시켜 그 악마들과 오르그들을 다 죽일 셈이었다.

"와! 완전히 시간 싸움이 되겠네."

벨과 아리 역시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돌풍 용병대의 전력으로 그곳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절대로 무리였던 것이다.

"자, 먼저 할 일이 있어. 뭔지 알지, 아리?"

"네, 오빠. HG를 먼저 찾아 자연스럽게 정보를 넘기는 것 말이죠?"

"오케이! 한번 해 보자. 일단 마늘이라는 여자의 부상은 더 이상 치료하지 마라. 그 상태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테니까 말이야."

"알았어요."

"조장들을 좀 불러 줄래?"

"왜?"

"캡슐이 준비되었다니까 가서 가져와야지."

"응, 그렇구나. 그 일은 바란 오빠에게 연락해서 내가 알아서 할게. 그나저나 빨리 예전에 살던 집의 자장 발생 장치를 고쳐 엘리베이터를 사용 할 수 있어야 하겠네."

"그래 주면 좋은데 둘이 너무 바쁘잖아."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이 바쁜 두 사람이다. 최근에는 자신까지 게임에 열중하고 있으니 바쁜 거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건 제가 어떻게 해 볼게요."

"아리가?"

"네."

"그럼 부탁할게."

하룬은 언제고 시간을 내서 두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벨이야 유전적으로 완벽한 자신의 여동생이었지만 아리는 오직 그만 바라보고 사는 헌신적인 여자였다.

"그럼 종종 나올 테니 그때 이야기하자."

하룬은 다음을 기약하며 캡슐로 들어갔다. 이제는 자주 현실에 나올 생각이었다. 명색이 수백 명을 거느린 대장이 이렇게 게임에 집중하는 것은 직무 유기였다. 마나 플로로 인해 이젠 네 시간 정도만 자도 숙면을 취할 수 있었기에 그 정도 시간을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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