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의 사정》
무사히 기지로 귀환한 하룬은 부상의 정도가 심해 의식이 없는 포로 일곱 명의 사지를 결박한 상태로 창고에 감금한 뒤 아즈만과 헤니로부터 연이어 치료를 받았다.
“무슨 일이에요? 왜 대장이 이런 부상을 당한 거예요? 도대체 어딜 다녀온 거예요? 사람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치료를 받는 동안 헤니의 걱정과 잔소리를 들었다.
하룬이 입은 내상은 심각했다. 내출혈이 심해 뱃속에는 썩어 가는 피가 한 바가지나 되었다. 아즈만의 로봇 팔을 이용한 응급 수술과 치료까지 받고서야 제자리를 이탈했던 내장들과 뼛속 깊이 생긴 울혈을 제거할 수 있었다.
놈들의 괴물과 같은 바이크가 승차감이 좋았고 그와 포로들의 부상을 고려해서 천천히 오지 않았다면 상처는 훨씬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심각한 중상은 다른 이들의 눈에 띄기 전에 아즈만이 먼저 치료했기에 다행이었다. 드러난 외상이야 대부분 세 겹의 방호복으로 인해 타박상에 그쳤고 자상은 손가락뼈가 드러날 정도로 베인 것과 목덜미 부위밖에는 없었다.
“이젠 괜찮아. 별거 아니야.”
아무튼 이번에 입은 부상을 통해 메신저 마나 플로가 ?(알아볼 수 없음)상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요? 무력조도 대동하지 않고 자꾸 이렇게 위험한 일을 벌일 거예요? 대장은 도대체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나 있는 거예요? 대장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나면 대장을 믿고 따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어떤 신세가 될지 모르는 거냐고요?”
하룬은 헤니의 잔소리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암 소장의 그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내용에 하룬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게임과는 또 다르네. 이건 완전히 잔소리 마왕이야.’
조신한 줄로만 알았는데 귀가 따가울 정도로 잔소리를 해대는 것을 직접 경험하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게임 속에서는 자신에게 이렇게 행동하지 않던 헤니가 현실에서는 마치 무서운 간호사가 된 것처럼 구는 것이 영 적응되지 않았다.
급기야 하룬은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하룬은 그 회의를 통해 우연히 마약을 제조하여 유니온에 유통시키는 무리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 확인을 하러 간 길에 피할 수 없는 전투가 벌어져 이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고 설명을 했다.
대원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격렬했다. 그런 중요한 일에 대장이 직접 움직이면서 무력조를 대동하지 않은 것에 섭섭함과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무력조와 동행하도록 하지요.”
그렇게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에고!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럴 때는 곤욕이군.’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대원들의 진정이 느껴져 한동안 가슴이 따듯했다. 무론 개중에는 자신이 잘못되면 미래가 불안정해질까 봐 걱정을 하는 이도 있겠지만 어쨌든 기분만은 최고였다.
헤니가 놀랄 정도로 빠르게 외상이 회복된 후에야 하룬은 대장의 포스를 되찾을 수 있었다.
“헤니, 포로들의 상태는 어때?”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심각해요.”
“죽지는 않겠지?”
“네. 치료 캡슐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니 서서히 회복될 거예요. 하지만 그중 셋은 회복이 되어도 사지는 쓸 수 없을지도 몰라요.”
치료 캡슐은 호수 중심의 기지에 있던 것으로 벨과 아리가 옮겨 놓은 것인데 이번에 적에게 먼저 쓰이게 되었다.
“그중에 벼리라고 눈 밑에 긴 흉터가 있는 자는 상태가 어때?”
“그가 가장 상태가 좋아요. 내상이 심했지만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요.”
“그를 좀 데리고 와.”
“알았어요. 그런데 그가 누군데요?”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지금은 궁금해도 참아.”
헤니는 호기심이 극에 달한 듯 콧등에 주름을 만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단호한 하룬의 표정에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로수와 대산의 부축을 받고 들어온 벼리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여기저기 붕대를 감은데다가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이지만 죽기 일보 직전이던 이틀 전과 비교하면 그 회복 속도는 하룬에 못지않았다.
“다들 나가주세요. 이 친구와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룬의 말에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머뭇거렸지만 하룬의 단호한 눈길에 결국 집무실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당신들은 누구지?”
궁금한 것이 많을 텐데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정체였다.
“GG를 증오하는 사람이오.”
하룬의 짧은 대답에 벼리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약자를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인공 수정체들은 물론이고 휴먼들을 일개 실험체로 여기는 글로리 가이아의 비인도적 처사와 사고를 혐오하고 부숴 버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오.”
“우리 조직을 알고 있나? 혹시 HG?”
벼리는 하룬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자 눈을 부릅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이름이라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다.
“휴먼 가드는 아니오.”
“……그것까지 알고 있다는 이야기는?”
벼리는 많이 놀랐는지 잠시 말을 잊었다.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한 빛을 담고 있던 눈에는 어느새 강한 의혹과 놀람의 빛이 대신 떠올라 있었다.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전에 알고 싶은 것이 있소. 그것을 먼저 성심껏 대답해 준다면 귀하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모두 말해주겠소.”
벼리는 대답 대신 하룬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귀하가 이끄는 조는 어떤 임무를 수행해 왔소?”
질문 여하에 따라 대우를 달리할 생각이었다. 벼리가 인공수정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좋게 대해 줄 생각은 없었다. 하룬의 질문에 눈매를 좁히고 한동안 고민을 하던 벼리는 마침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끄응! 좋아. 말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 뭐, 사실 제대로 중요한 일도 맡지 못했으니.”
벼리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우리 조는 평상시에는 유니온 주변 오르그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코원 유니온 지부의 요인이 유니온 밖으로 출행할 때 호위를 하는 역할을 수행했소.”
“흐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와 좀 다른데…….”
“내 비록 이 꼴이 되었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소.”
대번에 벼리는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이 달아올랐다.
“우리가 알기론 귀 조가 그 마약 생산 공장의 책임자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오?”
“헉! 그걸 어떻게?”
벼리는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놀랐다. 믿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몇 차례 죽억거리던 벼리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 정보는 정확한 것이 아니오. 우린 한 달 전에 오르그들의 공격으로 거의 전멸을 당한 그곳의 경비조 대신 임시로 투입된 것에 불과하오. 마침 그곳과 가장 가까운 포스트에 있었기에 부름을 받은 것일 뿐, 본부에서 그런 중요한 곳을 우리에게 맡길 리가 없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 했다.
“마늘이라는 여자의 정체는 뭐요?”
벼리는 눈을 부릅뜨고 하룬을 응시했다.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눈을 질끈 감고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에 대해서 나도 아는 것은 별로 없소. 단지 그녀가 노블 출신으로 코원 본부의 요인이며 직함은 팀장이되 실제 영향력은 팀장을 한참 벗어났다는 것. 젊고 잘생긴 남자들이나 예쁜 여자를 보면 환장을 하는 색녀라는 것.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한 성정을 가졌다는 것 정도가 아는 것의 전부요.”
하룬은 그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진짜요. 다른 것은 몰라도 그녀에 대한 것은 내 숨기거나 거짓을 말하지 않소.”
정말인 듯 그의 눈에서는 잠시 하룬의 몸이 반응할 정도의 격렬한 적의와 살기가 느껴졌다.
“좋소. 믿도록 하지요. 그럼 해손 원로에 대해서 말해 보시오.”
해손이라는 이름까지 나오자 벼리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당신들 정말 누구요? 누군데 그분까지 알고 있는 거요?”
“일단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들어봅시다. 궁금한 것은 나중에 말을 해주겠소.”
“휴우! 당신들이 진정 조직의 반대편에 있다면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죽을 수 있겠군. 무서운 정보력이오. 휴먼 가드 쪽에서도 모르는 이름일 텐데.”
벼리는 긴 한숨과 함께 강직했던 얼굴 표정을 풀었다. 고문을 한다면 차라리 비밀을 지키겠다고 버티겠지만 이 상대는 자신과 조직에 대해 그가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벼리는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그……분은 우리 인공수정체 출신 조직원들을 유일하게 챙겨주신 분이오. 그분 때문에 나 또한 인공수정체 출신으로 유일하게 조장이 되었고, 조원들을 챙길 수 있게 되었소.”
“챙겨준 이유를 알고 있소?”
벼리는 고개를 저었다. 하룬은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게 거짓이라 해도 큰 상관은 없었다. 잠시 들었던 이름이기에 물어본 거니까. 대신 진짜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
“흠. 마늘 팀장이 당신과 당신 조원들을 홀대한 이유는 뭐요?”
하룬의 질문에 벼리는 눈을 부릅뜬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내밀한 사정까지 파악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벼리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 사정까지 알면서 뭘 묻소? 마늘 팀징은 물론이고 다른 팀장들이나 다른 조들 역시 평소에도 인공 수정체 출신으로 구성된 우리를 싫어했소.”
“그 이유가 뭐요?”
벼리는 하룬이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기에 더욱 당혹스러웠다.
‘혹시 상부 조직인가?’
그럴 수도 있기에 사실대로 말하기가 힘들었다. 점조직으로 구성된 조직이라 직속 상사 이외에는 자신들의 위에 어떤 조직과 존재들이 있는지 하부 조직원들은 알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실험체 주제에 살아남은 것은 물론이고 당신은 조장까지 되어서 그런 거요?”
“……댁은 도대체 누구요?”
벼리는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통해 하룬이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휴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투 중에 보았던 그 놀라운 능력은 물론이고 이런 기지의 존재와 자신보다 조직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함부로 이야기를 하거나 상대할 그런 존재가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그럼 질문을 달리해 보겠소. 인공수정체들은 귀하와 조직원들 말고 얼마나 더 존재하오?”
“그, 그건…….”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니 제대로 대답하기가 힘든 모양인 듯 벼리는 말을 더듬었다. 그렇다고 마냥 묵비권을 행사하기에는 너무 마음의 부담이 컸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떨까? SS급 캡슐의 주인공으로 비욘드에서는 어떤 아바타를 가지고 있소? 글로리 가이아가 게임 속 당신에게 내린 명령은 뭐요?”
“…….”
벼리는 얼마 전까지 잃지 않았던 강렬한 눈빛을 더 이상 보이지 못했다.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자세하게 알고 있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서늘하고 깊은 하룬의 눈빛에 자신이 마치 발가벗겨진 듯 모든 것이 다 드러난 기분이었다.
‘이자, 두렵다!’
마치 게임 속에서 경험했던 7서클 대마법사나 소드 마스터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었던 엄청난 위압감이 하룬에게서 흘러나와 심혼을 꽁꽁 묶어 버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심장은 쪼그라들고 몸은 얼어 버린다.
잠시 후 벼리는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감히 그 눈빛을 마주할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런 구속도 없는 상황이지만 어느새 심혼을 장악한 공포와 위엄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벨이 안으로 들어왔다. 벨과 아리만이 유일하게 노크 없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존재였다.
“오빠!”
“벨이구나. 어서 와라!”
“식사 시간인데 어떻게 할까? 이 오빠 것과 함께 챙겨올까?”
오빠라는 소리에 앉은 상태에서 하룬의 기세에 심혼이 제압당해 있던 벼리가 벨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래 줄래? 그래도 같은 형제에, 조직에서도 견제를 받아 아직까지 별다른 나쁜 짓을 한 것 같지도 않으니 다른 자들처럼 막 대할 수는 없지.”
“알았어. 준비해서 올게.”
팔랑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가는 벨을 쫓는 벼리의 시선에 조금씩 힘이 돌아왔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리고 형제라니?”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 역시 인공수정체 출신이오. 현재는 돌풍 용병대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소.”
“아!”
벼리가 놀라서 낸 탄성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동생은?”
벨 때문에 벼리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하룬이 인공수정체라는 사실을 못 믿고 있었다. 그 전에도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었지만 벨이 그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휴먼체로 재탄생한 이후로는 그와 벨이 남매라는 사실을 의심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했던 것이다.
“사연이 있소. 아직 누구에게도 밝힌 적은 없지만 내가 인공수정체 출신이며 당신처럼 한때 글로리 가이아의 음모에 의해 나 스스로도 모르게 실험체 역할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오.”
“정말이오?”
하룬은 힘을 주어 벼리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말을 잊고 하룬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의 진위를 생각하던 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겠습니다. 그런 눈으로 거짓을 말한다면 그건 이미 거짓이 아니라 또 다른 사실일 테니. 하지만 어쩐지 나와 같은 시기에 태어난 또래라기보다는 차라리 형으로 생각되는군요. 나도 힘겨운 삶을 살았지만 대, 댁은 나보다 더 슬픈 눈빛을 가졌군요.”
이제 벼리는 마음의 몸을 완전히 연 것 같았다. 이미 말투며 태도까지 바뀌었다. 다만 그것은 하룬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내 이름은 하룬. 현재 돌풍 용병대를 이끌고 있소.”
“그 이름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듣기론 하룬이라는 유저가 자신의 이름을 비욘드의 한 인물에게 넘겼다고…….”
“내가 그 하룬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비욘드의 그 하룬 본인이라는 겁니까, 아니면 현실의 돌풍 용병대를 이끌고 있다는…… 아! 얼마 전 상행을 성공시켰다던 호위대의 이름이 무슨 용병대라고 하던데 그게 돌풍이었습니까?”
무척이나 정보가 빠른 조직이다. 암시장의 상인들을 중심으로 약간씩 돌고 있는 그 소문이 언제 그들에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맞습니다. 이곳이 현실에 존재하는 돌풍 용병대의 본부이며 이곳에 약 300명의 대원들이 기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르그들의 동태가 수상해서 당분간 활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현실에도 그 유명한 돌풍 용병대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벼리는 이제 완전히 경계심을 푼 듯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이곳에는 수십 명의 인공수정체들이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 명의 형제들이 이곳으로 오게 될 겁니다. 아까 댁을 데리러 갔던 그 눈이 큰 여자가 바로 인공수정체들의 모임인 백사회의 운영자 혜련으로, 유니온에서 버려진 존재나 마찬가지인 인공수정체들에게 새로운 세상과 꿈을 꾸게 해주겠다고 이곳으로 데리고 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백사회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좋은 분이었군요.”
게임을 하며 수시로 홈페이지에 뜨는 백사회의 공지를 그 역시 본 것 같았다. 벼리는 헤니를 떠올리는 듯 눈썹을 꿈틀하더니 감복한 얼굴이 되었다.
“신념이 강한 대원이지요. 난 나이와 성별을 떠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노력하는 휴먼들을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벼리는 잠시 무슨 생각에 잠겼다가 하룬에게 강렬한 눈빛을 던졌다.
“대장이 인공 수정체라는 게 사실입니까?”
“맞습니다. 여동생의 존재와 내 외모가 노안이라 좀 나이가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당신, 벼리와 같은 인공수정체라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대장은 부모를 찾은 경우로군요. 이제 믿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인공수정체들 중에도 대장과 같은 능력 있는 분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마음이 든든합니다.”
같은 나이에 수백 명에 달하는 용병대와 이런 거대한 기지를 본거지로 가질 정도의 힘을 가진 것에 감탄하는 것이리라.
‘이 친구는 자의로 글로리 가이아에 들어간 것은 아니군.’
그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글로리 가이아라는 이름을 뱉거나 들을 때마다 그의 눈에서는 강한 증오와 적의가 생생하게 묻어 나왔으니 말이다.
이제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특수 캡슐 사용자였습니다. 정확하게는 SS10이라는 캡슐에게 종속된 실험체였지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경로를 통해 얻게 된 캡슐로 인해 나도 모르게 한동안 글로리 가이아의 실험체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특수 캡슐이 내 동태를 수시로 조직에 보고하는 것도 모르고 그저 뛰어난 기능을 가진 캡슐로 게임을 하며 게임 속 스킬을 현실에서 쓸 수 있다고 마냥 좋아했습니다.”
“아! 캡슐! 그랬군요. 저 역시 최근에 제 캡슐인 부르마가 은밀하게 제 정보를 어딘가로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직에서 제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조사를 했지요.”
벼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의혹에 찬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부르마는 저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게 제작된 캡슐인데……?”
“그건 부르마의 의지와는 상관없습니다. 내 경우를 보면 캡슐조차 자신이 나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일정한 곳으로 보내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아! 어떻게 그런 일이…….”
벼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하룬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경우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캡슐에 얽힌 비밀과 그 뒤에 숨어 있는 글로리 가이아의 음모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랬군요. 전 그것도 모르고 혹시 글로리 가이아의 상위 조직을 이끌고 있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벼리는 이제 완전히 마음을 놓은 듯 편해진 얼굴이었다. 자신도잘 느끼지 못하지만 한번 심혼을 굴복당했기에 하룬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감추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벼리 씨의 사연을 좀 듣고 싶습니다. 자의로 글로리 가이아와 같은 조직에 들어갔을 리는 만무할 텐데.”
하룬의 말에 벼리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자신의 사정을 이미 짐작하는 하룬이라면 말하지 말라고 해도 자신의 사연을 꼭 털어놓고 싶었다. 그동안 너무 외로웠던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만 것이다.
벼리는 하룬과는 또 다른 경우였다.
그는 열 살에 불과하던 어린 나이에 글로리 가이아의 코원 본부에 의해 유니온 밖 한곳에 수용되어 강제로 수련을 받게 된 케이스였다. 고아원은 아니지만 지원을 노리고 많은 아이들을 입양한 그의 양부모는 심지어 그가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 당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
그곳은 코원 유니온의 어린이들 중 유니온 정부가 찾아내지 못한 능력 발현아들을 갖가지 수단으로 납치하거나 벼리의 경우처럼 바꿔치기를 해서 차후 글로리 가이아의 일꾼들로 길러내기 위해 만든 거대한 지하 기지였다.
이곳에서 벼리는 축약된 교육 과정은 물론 특기로 기록된 운동성을 계발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처음 같이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숫자는 거의 700명에 달했습니다. 모두가 저와 같은 인공수정체 출신들로 교육 분위기는 참 좋았습니다. 같은 날 태어난 한 형제자매들이라는 공통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수련은 해가 갈수록 힘겨워지고 탈락자들이 늘어났습니다. 6년이 흐른 후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겨우 140 정도만 남았더군요. 탈락하거나 사라진 동기들 중에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있어서 조사를 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에 벼리는 수련 기지에서 누구보다 모범적인 수련생이었다고 했다. 조직에서 말하는 모든 것들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으며 조직이야말로 휴먼 가드라는 간악한 자들에 의해 불행하게 태어난 인공수정체들의 구세주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와중에 조직의 실체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던 동료들을 알게 되고, 몇 번이나 들킬 위험을 감수한 끝에 이런 수련 기지가 몇 곳이나 되며 ,정해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동기들은 데드 벙커라는 곳으로 끌려가 강제로 해부당하거나 위험하고 끔찍한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실체를 알게 되었지만 벼리와 그 동료들은 몇 겹의 감시망을 어찌할 수 가 없었다고 했다. 그저 전과 똑같이 조직이 시키는 대로 교육받고 수련을할 뿐이었다.
“나와 스물두 명의 형제들은 수많은 논의의 시간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언젠가 조직의 중추에 진입해서 조직을 파괴하는 것으로 복수를 하기로 말입니다.”
조직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욱 커지는 적개심에 그렇게 결정한 그들은 이를 악물고 수련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2년 전 모든 수련이 끝났을 때 수료 성적이 좋은 그를 포함한 여섯 명은 유니온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위조된 주민칩을 이식받은 그들은 포상으로 받은 게임 캡슐로 당분간 어떤 게임의 베타테스터로 게임을 즐기라는 명령을 받았다.
비록 유니온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의 거처는 일정한 곳으로 정해져 있었고, 엄중한 감시가 있어 서로 만나거나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 상황에서는 그저 게임을 즐길 뿐이었다.
포상으로 받은 SS급 캡슐의 기능은 엄청났다. 동화율만큼 아바타의 움직임을 실체 육체에 반영할 수 있는 상상 이상의 그 기능과 엄청난 현실도를 가진 게임에 매료된 그들은 복수를 잊을 만큼 게임에 빠졌다.
“제 캡슐의 경우 최고 64퍼센트의 동화율까지 올려 주었습니다. 그 정도면 게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을 수밖에 없는 수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 그 정도 위험은 감수했습니다. 시간으로 1 대 3의 비율이기에 현실에서 수련하는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수련 성과가 좋았습니다.”
호쾌한 성품을 가진 그는 베타테스터의 생활을 통해 다른 빅 유니온 출신의 유저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 중에는 인공수정체들도 많았다고 했다. 당시 게임의 무대는 테론 제국 전체가 아니라 남부의 오지인 마수의 숲 인근으로 한정되었다고 했다.
“당시 전 500명의 베타테스터 중 약 200명 정도가 각 유니온의 특수군 출신이고, 100명 정도는 역시 각 유니온의 과학국에서 촉망받는 과학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나머지 200명은 우리 글로리 가이아와 휴먼 가드 그리고 일부의 순수한 유저들이었을 겁니다.”
비욘드 게임을 시작하며 벼리와 그 동료들이 받은 목표는 최대한 레벨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력은 숨겨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었다.
게임인 재미있었고 슈퍼 캡슐의 존재는 자신이 유저가 아니라 NPC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기에 나중에는 복수도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빠져버렸다고 했다. 워낙 능력이 뛰어난 유저들이기에 베타테스트 기간이 지난 후 그들의 평균 레벨은 110대가 되었다.
마수의 숲 근처에는 실전을 중시하는 전사의 전당들이 많아 검사들은 대부분 그곳에서 자신에게 맞는 무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는 지금보다 레벨을 올리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아마 지금의 경우라면 같은 기간에 130대 정도까지는 올렸을 겁니다. 특히 80 이후부터는 극악스러울 정도로 레벨 업이 힘들었죠.”
1년의 베타테스터 생활이 끝난 후 조직에서 내린 명령은 현실에서 비욘드에서 얻은 무기술을 수련하라는 것이었다. 따로 현실에서 수련한 것도 아닌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머리와 몸이 기억하는 검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현실에서도 검기를 쓸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내 손에 쥐어진 검첨에서 파랗게 빛나는 검기가 솟아오를 때의 그 희열과 환희는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때부터 벼리는 뛰어난 실력으로 전투조에 배속 받아 유니온 밖을 나돌아 다녔다. 그의 주 임무는 배리어 밖에 있는 몇 개의 생산 시설에서 제조한 물품들을 유니온의 모처로 안전하게 호송하는 것이었다.
비록 그 일을 하며 많은 오르그들과 맹수들, 심지어 하르크와도 조우했지만 검기를 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수련한 그는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그 일을 하며 가끔 수련소 동기들을 볼 때도 있었지만 조원들은 조장과의 대화를 제외하고 서로 간에 대화를 금지하는 규율로 인해 이야기조차 하지 못하고 오고가는 눈빛으로 안부만 확인할 따름이었다.
“임무가 없을 때는 포스트라고 부르는 거주지에서 게임을 했습니다. 개인 캡슐을 소지하는 걸 허락했거든요.”
그런 생활을하던 중 몇 건의 호송에서 많은 활약을 한 벼리는 조장이 되었다고 했다. 조원이었을 때와는 달리 조직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된 벼리는 140명이 넘는 동기 중 절반 정도만이 겨우 살아남았으며, 자신이 다른 조장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으며 그 이유가 인공수정체 출신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처음에는 자신을 벌레 보듯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2차 조장 교육을 받을 때 해루라는 조장을 통해 조직에서는 인공수정체들을 변종 생물, 혹은 사이보그처럼 보고 있으며 유전 실험의 결과로 탄생한 실험체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루는 같이 비욘드의 베타테스터를 경험한 인물로 당시에는 같은 조직원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 게임을 하며 몇 번 어울려 파티를 하면서 지질한 짓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면박을 당하거나 창피를 당했던 기억밖에 없던 그가 조장 교육 때 조장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해루는 만날 때마다 그를 교묘하게 괴롭혔다. 그때는 몰랐다. 그가 해루를 비롯한 많은 조직원들의 질투를 받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근무 성적은 조직원들 중에 톱이었고, 해루는 상급 능력자로 유니온에서도 꽤 명망을 날리는 집안의 자제였지만 늘 그와 비교를 당하며 이를 갈았다는 것을 나중에 우연하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보호막도 있었다. 조직의 상층부에 해손이라는 원로가 인공수정체들을 측은하게 여겨 신경을 많이 쓴다는 말을 은밀한 거래를 통해 알아냈다. 그리고 그가 인공수정체 출신을 자신의 조에 배속시켜주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언젠가 그분과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분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복수의 기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초급 관리자에 지나지 않는 조장의 신분으로 그분의 위치는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로 까마득했습니다. 그저 그런 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죠.”
최근 벼리를 비롯한 인공수정체 출신 조직원들의 위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와 함께 복수를 맹세한 몇 명의 조직원들이 휴먼 가드 쪽으로 전향을 한 것이다. 그 일 때문에 조직에서는 드러내 놓고 인공수정체 출신들을 배신자 무리로 몰아붙이며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 일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더 이상 구속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까지도 충분히 구속당하는 삶을 살아온 벼리가 아닌가. 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 자유로운 삶을 주고 싶었다.
벼리는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단지 쉬고 싶을뿐입니다.”
“좋습니다. 우리 벨이 숙소를 안내해 줄 겁니다. 손님으로 알릴 테니 이 기지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쉬십시오. 그리고 할 일이 마음에 서면 그때 다시 이야기합시다.”
“고맙습니다.”
하룬은 벨을 호출하려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물었다.
“벼리 조장은 그곳에서 어느 정도 실력자였습니까? 그 정도면 순수한 검술 실력으로는 당해낼 자들이 별로 없었을 텐데요.”
“뭘요. 제 실력이야 글로리 가이아에서는 상위 50위권 안에 겨우 들어가고, 휴먼 가드나 각 유니온의 특수군을 합하면 저 정도의 실력을 가진 이들은 많습니다.”
그의 대답에 하룬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굳었다.
‘제길, 현실에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실력자들이 그렇게 많았다 이건가?’
그동안 완전히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살아온 것이 후회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잠시의 틈이라도 수련에 매진했어야 했다.
“그런데 벼리 조장은 어디에서 플레이했습니까? 그 정도 실력을 가진 유저라면 소문이 나도 벌써 났을 텐데.”
“전 황도에 있었습니다. 피노세 대공의 거사가 바로 휴먼 가드의 작품이라는 건 아십니까?”
“네에? 휴먼 가드가 피노세 대공의 배후였다는 겁니까?”
“네. 대공을 부추겨 빈집털이를 하게 만든 양아들과 양딸이 바로 휴먼 가드의 핵심 조직원들입니다. 그들은 제국 정보 길드의 요인들을 회유해서 고요의 땅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풀어 마침 골든 배틀을 하고 있던 황자들과 고위 귀족들 그리고 그 휘하 기사들의 관심을 그곳으로 돌린 사이 황도를 뒤엎어 버린 겁니다. 우리, 아니 글로리 가이아도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역공작을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습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쉽게 믿어지지 않았지만 벼리가 거짓을 말할 리는 없다.
“그럼 요즘은요?”
“잘 모르겠습니다. 계속 임무를 받아 수행하느라 두 달이 넘게 플레이를 하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듣기로는 다크 엘프들과 관련한 일 때문에 게임 속 조직원들을 어둠의 숲 인근으로 모두 소환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조직이 비욘드라는 게임에 뛰어들게 된 것도 그것 때문인데, 그 일만 성공한다면 현실 세계의 주도권까지 장악할 수 있다고 조직의 고위 간부가 말했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일까?
벼리의 말을 듣는 순간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벼락에 맞은 것처럼 전율이 흘렀다. 뭔가 수상한 냄새가 짙게 풍겼다.
‘빨리 비욘드에 가 봐야겠다!’
하룬은 현실과 비욘드의 세계를 뒤흔들 엄청난 소용돌이의 태동을 느끼며 벨을 호출했다.
‘나머지는 다른 대원들에게 맡기자. 저들의 부상 정도가 심하니까 일단 회복이 되는 대로 글로리 가이아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얻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