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0화.서로를 알아 가는 사람들 (141/278)
  • 《서로를 알아 가는 사람들 》

     마을 주민들이 몇 시간에 걸친 환영회를 마치고 저마다 집을 정리하기 위해 들뜬 기분으로 돌아가자 하룬을 비롯한 대원들만이 남았다. 술이 제법 오른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이스는 술기가 올라 발그레한 얼굴로 럼과 어깨를 맞대고 황 박사를 비롯한 몇 사람과 같이 앉아 있었다. 그동안 럼과 레이스는 완전히 연인이 되어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윽했고, 한시라도 떨어지기 싫은 듯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이야기가 돌고 돌아 지금은 황 박사가 그 대상이었다.

     “황 박사님은 왜 그 좋은 회사에서 나오셨어요?”

     레이스의 질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넥컴월이라면 유니온의 노블들이 소유한 기업들과 차원이 다른 세계적인 대기업이다. 그 보수는 물론이고 대우마저 유니온 굴지의 기업들 보다 훨씬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허헛!”

     황 박사는 겸연쩍은 미소로 질문을 피할 생각이엇지만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모두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쏘우마저 눈을 빛내고 있으니 피해 갈 도리가 없었다.

     “원래 내 전공은 인류학이었네. 하지만 그 분야는 돈이 되는 분야가 아니었어. 한동안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생활은 쉽지 않았네. 그래서 지질학까지 더 공부를 하게 되었지. 내가 공부를 할 당시에는 이전 문명에서 전해진 태반의 지식들이 유실되어 불모지나 다름없었네. 더구나 그 학문의 대상이 땅이니 밖으로 직접 나가야 했기에 누구도 그 영역에 도전한 이가 없었지. 오만 곳을 다 돌아다니면서 실전된 지질학에 관계된 자료들을 모으고 이론화시켜 지질에 관계된 일반 이론을 담은 책 한 군을 발간하는 조그마한 성과를 거두었어. 그랬더니 유니온이 성姓과 함께 일거리를 주더군. 유니온 부설 연구소에 부소장 자리를 주고 종말 전쟁의 와중에 터진 거대한 지진의 여파로 일어난 지형 지질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지.”

     믈런 헤니처럼 황 박사에 대해 알던 사람도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주시했다. 한 가지 분야도 아니고 두 가지 분야를 전공한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1년이면 절반 이상은 유니온 밖에서 살았네. 물론 항상 특수군들의 경호를 받았지. 그리고 나머지 반은 대학에서 내 전공에 관련된 강의를 하거나 연구실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했지. 그렇게 살다 보니 결혼은 고사하고 남들이 예사롭게 하는 연애 한 번을 못 하고 이 꼴로 살아왔네.”

     타고난 열정과 노력으로 존경받는 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박사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회한이 담겨 있었다. 헤니는 안타까운 눈길로 황 박사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후학後學들이 박사님을 존경하잖아요. 박사님의 순수한 학문적 열정은 존경받아 마땅해요.”

     “허허! 그것마저 없었다면 내 인생은 껍데기밖에 남지 않지. 암. 헌데 지나고 보니 제대로 휴먼답게 살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되네 남들 다 하는 거 같이해 보고 같이 대화하고 공유를 하지 못하고 나 혼자 동떨어져 살아와서 그런지 후회가 많이 남아.”

     이제 처연하게 느껴지는 황 박사의 말에 사람들의 분위기도 가라 앉는 것 같았다.

     “나이를 먹고 후배들을 위해 교수 자리를 양보하려던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넥컴월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어. 다들 한다는 가상현실 게임이 어떤 것인지도 궁금했고, 그 게임을 통해 내 학문적인 궁금증을 풀고 싶었어.”

     그의 말에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이상해졌다. 넥컴월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알겠는데 학문적인 궁금중을 푼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 표정을 읽은 황 박사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건 비밀인데…… 사실 비욘드라는 게임은 넥컴월이 만든 것이 아니거나 혹은 만들었어도 통제를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라오.”

     “그게 무슨 말이예요?”

     당장에 레이스의 질문이 나왔다.

     “내가 넥컴월에서 맡은 임무가 바로 그거였어. 표면적인 것은 비욘드의 무대가 되는 데론 제국의 지질이나 기후 등과 같은 것을 파악하여 버그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었지. 하지만 난 이내 알아차렸지. 사실 넥컴월도 이 비욘드의 세계에 대해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황 박사의 말은 충격이었다. 비욘드를 제외하고는 게임을 별로 접해 보지 못한 영흥 마을 출신들이나 해무검관 출신들은 그래도 덜했지만, 쏘우나 럼 그리고 레이스와 같이 게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릴 정도였다.

     “그런 소문이 있긴 했습니다. 비욘드는 다른 게임에서 신과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운영자가 없다는 사실과 패치가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해서 거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메인 컴퓨터를 넥컴월에서조차 통제하지 못한다는 소리가 한동안 돌았죠.”

     쏘우의 말대로 한동안 그런 소문이 있었다.

     “난 지질학적으로 게임에 접근을 했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시도였지. 그곳은 과학 대신 마법이 자리한 세상이라 기본적인 기계류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난 다양한 영역에서 접근하기 시작했어. 특히 천문학과 기상학적인 조사와 연구에 전념했지.”

     사람들은 이제 마른침을 넘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오늘 비욘드에 대한 거대한 비밀 한 조각을 넘겨볼 수도 있을지 몰랐다.

     “현실로 약 6개월, 특별한 보조 연구 인력의 도움 없이 내가 직접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가 나왔는데 그것이 참으로 기가 막혔네. 내 연구에 의하면 비욘드의 세상은 가사현실이라기 보다는 실제에 가까웠거든. 그래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게 되었지. 그중에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지구공동설, 즉 지구 안에 거대한 세상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속에 재앙을 피해 들어간 고대 인류가 존재한다는 이론도 있었지.”

     “그건 과학정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종말 시대에 이미 결론이 나지 않았나요?”

     레이스도 그 이론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었나 보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지. 종말 시대에는 수많은 극비 사실들이 강대국들에 의해 숨겨졌거나 왜곡되었거든. 지금은 사실이라고 알려진 외계인의 존재와 그들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에게는 늘 숨겼지. 지구공동설 역시 마찬가지야. 그런 세상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증거들과 증언들은 당시 세계 과학계를 좌지우지 했던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술센터ESTEC 에 의해 헛소리로 치부되었거든. 나 역시 비욘드의 세상이 지구 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오히려 다른 행성이나 다른 차원에 존재할 가능성이 많지. 계절마다 변하는 천체의 움직임이나 별자리를 보면 다른 은하계겠지만. 아무튼 난 비욘드의 세상이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네. 아무리 에인션트 컴퓨터가 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NPC들에게 독립된 인격이나 능력을 부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더구나 비욘드의 자연현상이나 깊은 역사 그리고 다양한 학문과 문화는 제아무리 많은 슈퍼컴퓨터들이라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라오.”

     “그럼 그 세계는 대체 뭐지요? 설마 에인션트 컴퓨터가 다른 차원의 통로라도 열었다는 건가요? 아니, 그래도 말이 안 돼요. 차원 이동이라면 육체 자체가 이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잖아요.”

     헤니는 이전에도 황 박사의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간 이동에 관한 사례들은 꽤 많았다. 종말 시대 이전은 물론이고 현시대에도 갑자기 한 유니온에서 사라진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다른 유니온에서 발견되는 일들은 가끔 일어난다고 들었다.

     “나도 물리학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 자세한 이론은 모르네, 자네도 알다시피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달콤한 기술력에만 혹해 그 기초인 순수 과학을 사장시켜 버린 유니온들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앗으니까. 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는 여지는 있네. 종말 시대의 과학 문명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일련의 물리학자들로부터 제기된 초끈 이론에서 출발한 차원에 대한 이론은 여러 가설과 검증 과정을 통해 우리가 공간 9차원과 시간 1차원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지. 하지만 종말 시대 말에 태동했던 정신물리학의 영역에서는 우주 자체가 우리의 마음, 혹은 정신에 투영된 세상이기에 그 정신력의 확장에 따라 수많은 차원에 걸쳐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네. 따라서 그 이론에 따르면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의지를 부여하여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자신이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고 하네. 일부 과학자들은 비욘드의 세상을 그런 식으로 정의하고 있네. 신급 능력을 가진 에인션트 컴퓨터와 슈퍼컴퓨터들이 우리의 뇌를 자극해서 평소에는 전혀 보거나 인지할 수 없었던 다른 차원의 세상을 보여 주고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단지 꿈과 다른 것은 본인이 인위적으로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되겠네. 물론 이론적인 토대는 너무 빈약하기에 자신 있게 주장할 수는 없네.”

     지금은 순수 과학이라고 불리는 화학곽 물리학의 소중한 지식들과 이론들이 사라진 시대. 그 달콤한 과실만이 남아 모래 위에 위태롭게 쌓아 올린 문명에 살고 있다. 따라서 황 박사의 말이 맞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혹하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레이스는 너무나 사실적인 비욘드의 세계와, 유저와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뛰어난 인공지능을 지는 NPE들의 존재에 놀란 적이 많았기에, 자신의 말대로 빈약한 이론적 토대만을 가지고 있지만 황 박사의 말에 끌렸다.

     만약 비욘드의 NPC들의 인격이나 지능, 행동 패턴, 사고 수준까지 컴퓨터들이 만들어 내고 운영하는 것이라면 그 컴퓨터들은 이미 휴먼을 새로이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능력을 가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건 신이지!’

     아무리 관찰해도 인간과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완벽한 인간형 NPC를 창조했다면 그 육체를 만드는 일 역시 가능할 것이다. 이미 종말시대에는 육체적으로 인간과 동일한 사이보그까지 만들어낸 바가 있었다.

     그렇다면 비욘드의 메인 컴퓨터는 그 세상에서는 적어도 시의 위치에 있으며 현실적으로 새로운 휴먼을 창조할 능력이 있다고 봐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려운 이론이 떠올랐던 것이다.

     ‘배빈 마커라는 사람은 휴먼이나 이전 문명의 인간이 그 어떤 존재에 의해 정교하게 세팅되어 탄생한 컴퓨터 생물체라고 했던가?’

     어디선가 봤던 주장이었다.

     종말 시대 중반의 과학 기술력은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컴퓨터 조작으로 유전자를 설계하고 인공으로 배양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생명체는 생식을 통해 고유한 유전 정보를 후대에 전하고 진화가 가능할 정도였다고 했다.

     10억분의 1인 나노미터의 극미시적 영역을 넘어 1조분의 1인 밀리나노미터나 1,000조분의 1인 나노미크론의 단위까지 정복한 기술력은 이 시대에서 보면 신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종말 시대 말과 휴먼 시대 초기에 잠시 등장했다가 사람진 휴로봇. 즉 인간형 사이보그들 중에는 밀리나노 단위의 반도체와 정밀 기기들로 설계되어 인간과 거의 동일한 육체와 지능을 가진 것들도 있다고 했다. 그들은 심지어 인간들과 섹스를 해서 후손을 보는 경우까지 잇다고 했다.

     공연히 몸이 떨렸다. 마치 신의 영역에 발을 내딛은 것처럼 오싹하는 공포가 정신을 잠식했다.

     “아무튼 내 주장을 넥컴월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네. 하긴 나 자신도 확신이 없는데 누가 그런 이론을 받아들이겠나. 넥컴월에서는 더 이상 비욘드의 실체가 가상현실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쓸 것으로 보이네.”

     황 박사가 왜 넥컴월에서 나오게 되엇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가 스스로 나왔는지 아니면 회사 차원에서 쓸데없는 연구를 한다고 사직을 시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 이 시공간에 난 자네들과 함께 있네. 아마도 내 인생의 마지막은 자네들과 함께할 걸세. 모쪼록 잘 부탁하네. 내게는 자네들이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존재이니 말이야.”

     이제 황혼기에 들어선 노인의 쓸쓸한 말이 묘하게 심금을 울렸다.

     어쩌면 그는 행복한 휴먼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모두 먹고사는 것에 온 힘을 쏟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할 기회를 가졌으니 말이다.

     그 반면에 그 시간들로 인해 인생의 노년기에는 아무 추억도, 인연도 챙기지 못한 채 이렇게 배리어 밖에서 유니온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이들과 같이하고 있으니 불행한 것일지도 모른다.

     “난 지금까지 행복한 삶을 살아왔네. 내가 추구하던 길을 제대로 걸엇으니 말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달라지는 법. 지금의 나에게는 이전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거야. 지금은 소중한 인연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길이니 말이야.”

     장내가 숙연해졌다.

     그저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을 쳐왔던 그들에 비해 황박사의 삶 또한 단조로움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 한길을 걸어온 이의 삶은 지켜보는 것만드로도 가슴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하룬은 촌장을 비롯한 마을의 원로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이 쉬기 위해 내려간 후 자신을 찾아 술잔을 들고 온 조장급과 함께 술을 마셨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로수와 철웅이 합류했고 이리저리 기지를 돌아다니며 시설과 기기들을 구경하고 돌아온 쏘우도 곁으로 왔다.

     벨과 아리는 여행을 하지 않은 대원들과 함께 음식을 치우느라 바빴지만 하룬 주변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더니 태룡과 대산을 보냈다. 거기에 마을 사람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온 나인까지 합류하자 다른 대원들은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었다.

     “난 게임에서나 돌풍 용병대가 강한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도 우라 용병대읨 힘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어.”

     “그러게, 이 정도면 한 도시를 세울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도대체 대장은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지게 된거요?”

     대원들의 의문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럼과 같은 나이, 이제 겨우 슬물이다. 그 나이에 검기를 발현하는 검술에 어지간한 돈으로 어떻게 구할 수도 없는 이런 거대한 기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을 넘었던 것이다.

     로수와 철웅의 말에 하룬은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성인식 이후에 그에게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말하면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비욘드의 세상을 포함해서 새로 경험한 많은 인간관계를 통해 이젠 그도 보통 휴먼들과 많이 동화가 되고 있었다.

     “그건 나중에 말할 때가 있을 겁니다. 여러분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사정이 있어서 그럽니다. 지금은 그냥 편하게 이 상황을 즐기세요.”

     다행히 하룬의 말에 토를 거는 대원은 없었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의 의식주까지 해결해 주니 불만이 있을 리가 없다. 그것도 예전과 같은 죽지 못해 사는 수죽의 생활이 아니라 유니온에서도 최소 C구역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이 아직 하룬에게 대원으로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뿐이었다. 아직도 구체적으로 돌풍 용병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듣지 못했기에 든 감정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대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산과 태룡도 아무 말이 없으니 다시 물어볼 수도 없다.

     조금은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쏘우가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음식 대신 술병을 붙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쏘우의 얼굴은 불콰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런 엄청난 기업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았든 아니면 혼자 일으켰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우리가 의지하고 같이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는 동료들이 생긴 것이 중요한 거야. 난 이 나이가 되도록 내 잘난 맛에 살아와서 한 번도 느끼지 못했지만 돌풍 용병대에 가입하고는 느끼는 게 많아.”

     사람들의 시선이 쏘우에게 쏠렸다.

     “내 어릴 때부터 천재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워낙 성격이 더러워 누가 날 귀찮게 하는 것은 질색이었어. 난 혼자서도 언제나 할 일이 있었고 전혀 심심하지 않았거든. 뭐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거기에 몰입해서 몇 날 며칠이든 빠지는  성격이었어. 남들이 일상적인 것들을 배우고 일힐 때 난 내 호기심을 끄는 것들에 집중해 있었어. 아마 남들은 난 무척 재수 없게 생각했을 거야. 사람들과 이렇게 같이 대화하고 배려하는 것을 배운 것도 사실 몇 년 되지 않았으니까. 아마 전에 날 봤더라면 저게 뭐 하는 휴먼인가 했을 거야.”

     쏘우의 말을 듣던 하룬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자신 역시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한참 떨어진 삶을 살아온 것을 익히 아는 까닭이다.

      

     ‘지금까지 내가 원헀던 것은 그저 강해지는 것이 전부였어. 그 힘도 한계도 알지 못하고 그저 강해지려고만 했지.’

     요즘은 강해진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어린아이들보다 더 약한 몸을 가지고 있을 때는 그저 건강하고 강한 근력을 가지는 것으로 강해진다고 생각했지만, 게임 속에서 한동안 딜런과 수련을 하며 여러 가지 가르침을 받은 후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강해진다는 것. 진정으로 강한 것은 정신이야. 강한 정신력은 충분히 육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딜런의 이야기일 뿐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강한 육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아니 육체와 정신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진정한 강함이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약한 육체를 가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나약한 육체가 낼 수 있는 한계를 정신력으로 극복한다느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지금 느끼는 것이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평범한 휴먼이 되는 것이었다. 어릴 때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야 나이가 있으니 더 이상 바라거나 꿈을 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능력자로 판정되어 보더러가 되면서 그는 자신이 정말로 쓸모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지만 생활을 건사할 수 있는 주급이 주어지는 직장을 얻어 가족들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을 품고, 누군가를 질투하며 정을 나누며 사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육체적인 나약함이었다. 그래서 강해지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운이 좋아 육체적인 나약함을 극복하니 이제는 자신에게서 또 다른 큰 결함이 보였다.

     인간미가 없다! 휴먼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감정들은 발아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말라죽엇는지 남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감정을 그는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니, 그 크기가 너무 작아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것들도 되찾아야지!’

     그가 잃어버린 것들은 많았다. 

     정상적인 삶이라면 반드시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 그것들은 이제 막 느끼기 시작한 타인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부터 시작해서 사랑이나 우정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았다. 그러려면 이전처럼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 관계들을 통해 남들은 벌써 배우고 익힌 믿음과 신뢰는 물론 질투와 시기,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층 더 성숙하고 높은 새로운 관계로 도약시켜야 한다.

     돌풍 용병대를 만들고 영흥 마을 주민들을 이 기지로 불러들였지만 그것은 반드시 돈을 벌고자 하거나 자신만의 세력을 가지고 먼 미래를 대비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결정할 때는 현실에서 뭔가 가치 잇는 일을 해야겠다는 짧은 생각으로 결정한 것이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대인 관계를 맺으면서 자꾸 당위성이 부여되었다.

     오랜만에 목청을 드높여 자신의 삶과 지론을 역설하며 그것들을 감명 깊게 듣는 사람들을 보며 하룬은 자신의 깊은곳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그렇게 남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며 경험하고 정립한 것들을 하룬은 이제야 감을 잡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장들이 자신들의 조원들을 챙기러 간 사이 황 박사와 헤니가 앞으로 왔다. 헤니는 하룬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많이 마셧나 보네요? 대장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갛게 변했어요.”

     “네. 기분이 좋아서 술잔을 거부할 수가 없었어요.”

     “저도요. 술이 워낙 비싸기도 했지만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아 별로 마신 기억이 없어요. 이렇게 기분 좋게 술을 먹는건 처음이예요.”

     헤니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비록 술기운에 몸이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눈빛은 찬란한 광채를 발하고 있어 아주 특별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도 오늘처럼 기분이 좋은 적은 없었소, 대장.”

     “일단 술 한 잔 받으시고 말씀하시죠.”

     세 사람은 건배를 하며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대장은 여기에서 멈출 거요?”

     뜬금없는 황 박사의 말에 하룬은 잠시 당황했다. 정확하게 무엇을 물어보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돌풍 용병대가 용병단으로, 그리고 이 기지가 희망과 꿈이 있는 도시로 발전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느냐는 말이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룬은 알지 못할 짜릿한 흥분을 느꼇다. 자신은 단순히 앞으로 현실에서 먹고살 수 있는 수단으로 용병대를 창설했다. 그러다가 영흥 마을 주민들의 이주까지 고려하게 되엇다. 그렇게 먼 미래까지 보고 한 일이 아니다.

     “그건 당연한 거지 뭘 물어요, 박사님?”

     “그런가? 하긴, 숭고한 목표가 없다면 아무 대가도 없이 아무것도 쥐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이 엄청난 시설이며 각종 편의 시설까지 제공할 수는 없겠지.”

     황 박사의 말을 듣는 순간 뭔지는 몰라도 기분이 상하려고 했다.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 주민들이나 대원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크윽! 숭고한 목표라?”

     술잔을 비운 후 비어 버린 잔을 보며 하는 그의 혼잣말에 어린 씁쓸한 감정을 읽은 헤니가 잽싸게 술잔을 채웠다. 하룬은 술기가 올라 붉어진 눈으로 두 사람을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숭고한 목표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전 많이 배우지도, 남들과 어울리지도 못하여 정상적인 감정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힘겨웠던 성장기를 보냈기에 강해지는 데 진력을 기울여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치도 짐작하지 못할 돈도 벌게 되었고 절 따르는 대원들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강해지는 데 최선을 다해 살던 중,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내가 보통 휴먼들과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느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피해 의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으며 사람의 정을 제대로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자각한 후에야 비로소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돌릴 수 있었지요. 하지만 혼자 사는 데 익숙해서 한동안은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서로 어울리며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들과 그 관계를 저도 이제는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뭔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을 따름입니다. 좀 더 힘을 가지게 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고, 나처럼 자라지 않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돌풍 용병대를 확장시키는 진짜 이유입니다.”

     하룬은 자신도 모르게 본인의 진짜 심경을 밝혔다. 혼자 생각했을 때는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상대가 잇는 가운데 대화를 하다 보니 자신의 진짜 마음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황 박사나 헤니가 아직은 몰라도 되는 GG와 HG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하룬의 말에 황 박사의 눈빛이 숙연해졌다.

     “이런! 노망난 늙은이 말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으면 술김에 가벼이 말한 난 어떻게 처신하라는 거요, 대장. 단지 대장이 새로 입대한 우리 대원들과 영흥 마을 주민들에게 너무 과한 대우를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무심결에 나온 거니 저어하지 마시오.”

     “대장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잇는 줄은 몰랐어요.”

     헤니까지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자 자리가 당장에 이상하게 변했다.

     “미안합니다. 술을 마셨더니 평소에는 드러내고 싶어도 드러낼 수 없었던 속마음이 나오는 군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이 자리를 즐기세요.”

     “아니오. 내가 실례했소. 아무튼 대장의 말을 들으니 가슴한쪽에 답답하게 자리하고 있던 것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오. 대장이 돌풍 용병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았으니 이제 나도 아무런 의심 없이 우리 기지가 파라다이스가 되고, 우리 용병대가 누구나 선망하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소.”

     “저도요. 열심히 할게요. 이젠 게임도 그만하고 현실에 집중하겠어요.”

     “고맙습니다. 저도 노력할 테니 우리 멋진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자, 건배!”

     하룬의 건배 제의에 두 사람도 잔을 비우고 머리 위로 거꾸로 들어 흔들며 활짝 웃었다.

     “그나저나 이제부터 할 일이 많겠어요.”

     헤니의 눈빛이 다시 반짝거렸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럴 떄는 게임 속의 아바타와 하는 행동이 똑같았다.

     “할 일이 태산이겠지. 하지만 이제 이곳이 집인 사람들이 있잖아 모두가 이곳을 지키고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할 거야.”

     황 박사의 말에 헤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사람이 더 많으면 좋지 않을까요?”

     말은 황 박사에게 하면서도 시선은 하룬을 향했다. 하룬은 헤니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자신을 모르지만 자신은 그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후후! 헤니는 우리 용병대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모양이군.”

     “빙고! 맞아요, 대장. 이곳으로 오면 어울릴 사람들을 알고 있어요. 대장처럼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그걸 이겨 낸 대장과는 달리 여전히 불우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이라면 이곳에서 새로운 꿈과 미래를 꿈구고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전 그들에게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요.”

     헤니의 말에 황 박사는 빙그레 웃었지만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오로지 대장이 결정할 일인 것이다.

     “헤니가 인공 수정체 출신이며 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내 분신에게 들어 알고 있어요. 혹시 그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 건가?”

     하룬의 말에 헤니와 황 박사는 깜짝 놀랐다. 그가 정확히 헤니의 마음을 짚어 냈던 것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미 고려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고, 아직 말이 없었다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작년에 성인이 된 젊은이들이라면 또 다른 활력을 줄 수도 있겠지. 원하는 것에 따라 용병대원이 될 수도 있을 거고, 아니라면 기지에 정착할 수도 있겠지. 좋아요, 받아들이기로 하지요.”

     “정말이요? 꺄악!”

     헤니가 괴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이미 좌중은 술기운이 과도하게 오른 사람들이 큰 소리로 말하거나 웃는 등 무척 시끄러운 상황이었기에 크게 주의를 끌지는 않았다.

     “정말 잘 생각하셨소, 대장. 내 고문으로 한동안 그들을 지켜봤는데 개개인이 한 가지 방면에는 뛰어난 점을 가지고 있었소. 비록 유니온에서야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이곳이라면 그 능력을 활짝 꽃피울 수 있을거요.”

     황 박사 역시 무척 기꺼운 얼굴이었다.

     어차피 유니온 안에서는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인공 수정체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직업은커녕 파트 직업도 얻지 못해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 대부분이니 이곳이라면 좋은 안식처가 될 것이다.

     ‘여기라면 희망을 가질 수 있어.’

     비록 배리어로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지만  최소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이다. 헤니는 영흥 마을 사람들과 동행을 하면서 인공 수정체 형제들 때문에 많이 안타까웠다. 제대로 된 일은 물론이고 먹고 자는 최소한의 생활까지 위협을 받는 형제들에게 이곳은 제대로 된 안식처가 될 것이다.

     “당장 데려올게요.”

     “숫자가 얼마나 되지?”

     이제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들기로 했으니 적극적으로 모든 사항을 점검해야 했다.

     “현재까지 찾아낸 형제들은 223명이에요. 그중 안전한 주거지가 필요한 형제들의 숫자는 약 8할 정도고요. 성비는 4대 6으로 여자들이 조금 더 많고요.”

     그럼 175명 정도가 된다. 젊은이 숫자가 그 정도라면 이곳 분위기는 더 활성화될 것이다.

     “그럼 그 점을 고려하도록 하지요.”

     “고마워요, 대장.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게요.”

     헤니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자신의 일도 아닌데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밝히지는 않았지만 같은 인공 수적체로서 헤니가 참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그녀에게 여성으로서의 감정은 한순간 느꼈을 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같은 휴먼으로서 참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벨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쳤다.

     “오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래?”

     정신을 차린 하룬이 장내를 둘어보았다. 이곳저곳에 비척거리는 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술에 취해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장내 분위기는 이제 정리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더 이상 끌다가는 술기운을 억제하지 못해 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었다.

     ”주목!”

     하룬이 큰 소리로 주의를 끌자 대원들이 일제히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다행하게도 아직 긴장감을 풀지 않았기에 완전히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대원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껏 이 자리를 즐겼습니까?”

     “네에!”

     “끝내줍니다!”

     대원들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그 기분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간입니다. 내일은 아침 7시에 회의가 예정되어 있으니 푹 쉬고 소회의실로 모여 주십시오.”

     술로 인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대원들은 서로에게 어깨를 기대고 식당을 나섰다. 그동안의 여행으로 많이 친해졌지만 이제는 영흥 마을 출신과 해무검관 출신 그리고 기존 대원이라고 믿는 사이보그 대원들이 서로를 보며 어색하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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