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9화.럼, 레이스 그리고 쏘우 (130/278)

《럼, 레이스 그리고 쏘우》

 하룬은 다른 건물들과 연결된 연결로가 있는 3층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갔다. 연결로 입구까지 올라간 하룬은 뒤따라 올라오는 럼을 기다렸다. 그때 4층으로 올라가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대단한 친구였군. 어째 여유가 있더라니. 그런데 몸을 피하는 것을 보니 특수군은 아닌 모양이네.”

 아까 하룬에게 맥주를 사 달라던 중년 사내였다. 어둠 속에서 연결로의 달빛을 향해 나오는 사내의 손에는 방금 전 오르그들에게 던진 것과 비슷한 모양의 주먹만 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그건 뭐요?”

 “흐흐흐. 내가 발명한 신무기지. 신경전달물질을 교란하는 화학무기에 연막탄의 기능까지 탑재했지.”

 하룬은 얼굴 가리개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격렬하게 움ㅈ기여서 그런지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필터 때문인지 숨 쉬는 것이 힘들었다.

 그사이 부상을 입은 럼을 비롯한 다섯 명이 연결구까지 올라왔다.

 “누구세요?”

 럼이 조금 주저하며 물었다. 오른팔이 덜렁거리는 것을 보니 어깨가 탈골된 것 같았다. 너무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 저렇게 탈골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리 와.”

 럼이 불안한지 망설였지만 옆에 있던 사내가 그의 등을 앞으로 밀었다. 굳이 구해 주고는 여기까지 와서 해로운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 확신한 것이다.

 하룬은 주저하며 다가오는 럼의 빠진 팔과 어깨를 잡아 단숨에 접골시켜 주었다. 용병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이다. 순간적으로 비명을 질렀던 럼의 눈이 커졌다. 어깨를 돌려 보니 이전처럼 움직였던 것이다.

 하룬을 바라보는 다섯 명의 시선에 다른 색감이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길게 이야기를 나눌 곳은 아니었다.

 “가자. 더 있어 봐야 좋을 게 없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는커녕 또 어디론가 끌고 가려는 하룬의 행동을 막은 것은 럼과 그 일행의 물리적인 저항이 아니라 같이 있던 한 여자의 말이었다.

 “하룬? 하룬이 맞죠?”

 놀란 하룬이 돌아보자 이십 대 초반의 늘씬한 미인이 그를 보며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법 매력적인 미모를 가진 여자지만 그로서는 전혀 모르는 얼굴이다.

 “나 몰라요? 같이 고블린 던전을 깼던 레이스예요.”

 “레이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난다. 럼과 함께 고블린 던전을 깰 때 일행이었던 여자 유저였다.

 ‘신관이었던가?’

 꽤 레벨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데 어째 얼굴은 거기서 보았던 것과 너무 다르다. 쌍꺼풀 없이 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간 눈과 작은 코. 눈은 기억과 너무 달랐다.

 “하룬은 외모 보정을 전혀 하지 않았군요.”

 알아본 것이 신기한 듯 기쁜 얼굴을 하는 레이스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그녀를 몰라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10%에 달하는 비욘드의 외모 보정 기능 때문이었다. 자신처럼 외모 보정을 거의 하지 않은 럼은 금방 알아보았지만 10%가 바뀐 것만으로도 여자의 얼굴은 천양지차로 달라 보였던 것이다.

 “오랜만이군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것도 이렇게 목숨까지 구해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네가 하룬이야? 어떻게……?”

 럼은 얼이 빠진 얼굴로 접골 부위를 매만지며 혀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도장으로 갑시다. 잘못하면 오르그들이 건물로 난입할 수도 있습니다.”

 삼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검사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말했다. 일행 중 가장 뛰어난 검술 솜씨를 자랑하던 이였다. 이 일행의 리더인 듯 그는 망설임 없이 연결구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여기서 이렇게 널 만날 줄은 몰랐어. 반가워, 하룬. 널 찾으려고 많이 애를 썼는데 결국 게임 안에서는 못 만나고 현실에서 이렇게 만나는구나.”

 건물 사이로 복잡하게 얽힌 연결구를 통해 도장이라는 곳으로 가는 사이 럼이 하룬의 손을 꽉 잡았다.

 “정말 하룬이었어!”

 단 한 번, 그것도 게임에서 잠시 만났을 뿐이지만 럼은 하룬에게 강한 친밀감을 느꼈다. 외모가 변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죽을 뻔했던 자신을 구해주어서 그런지 하룬이 홀연히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비욘드는 여전히 하고 있는 거니?”

 럼의 물음에 하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복잡하게 움직이는 앞사람들의 등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눈빛은 어두웠다.

 “하룬은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요른 성에 있다가 던전이 나타났다는 소리에 고요의 땅으로 갔어.”

 “아, 그랬구나! 나와 레이스 누나가 널 찾아 요른 성으로 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요의 땅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어. 여기저기 널 수소문하다가 네가 묵는다는 여관을 찾았을 때는 나흘 전에 출발했다는 말밖에 들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넌 지금 어디 있는데?”

 “뒤늦게 고요의 평원까지 가긴 갔는데 고요의 땅으로 올라갔을 때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는 북부군과 엘프 연합군에 놀라 다시 아래로 내려왔어. 참, 황자들이 다크 엘프들과 북부군단을 깨고 고요의 땅을 벗어난 것은 알지?”

 “응. 지금은 파로스 남작성 근처에 있어.”

 “아! 나도 지금은 요른 백작성으로 돌아가는 중이야.”

 “그렇구나. 곧 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겠네.”

 그 말에 럼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그런데 네가 진짜 돌풍 용병대 대장이야? 아니면 방송에서 나온 대로 그저 비밀을 위해 네 이름을 빌려준 거야?”

 “방송?”

 “응! 얼마 전 버추얼 방송사에서 게임 인물 탐구란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 돌풍 용병대 대장인 너도 나왔어. 근데 비욘드와 현실의 정보 조직들 대부분이 돌풍 용병대는 네가 이름을 빌려주어 등록한 용병대라는 거야.”

 “그랬냐?”

 그 이야기는 일전에 헤니에게 이미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럼 맞겠지, 뭐.”

 “무슨 그런 대답이 다 있냐? 굳이 부인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의 추측이 맞는다는 거네?”

 “편하게 생각해.”

 성의가 없는 대답이지만 NPC들과 뭔가 비밀스럽게 거래를 해서 확실하게 사실을 밝힐 수 없어 그런 거라고 럼은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으면 그러라지, 뭐.’

 자신의 정체를 두고 알아서 적당하게 해석해 주니 굳이 실체를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하룬으로서는 애써 변명할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걷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E구역과 경계에 있는 한 건물의 꼭대기로, 넓은 옥상 한쪽에 있는 옥탑 구조물이었다.

 “이곳이 우리 도장이오.”

 가장 연상이자 검술 실력도 가장 뛰어난 중년 사내가 문을 열었다.

 ‘해무검관? 정말 도장이군.’

 이런 곳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격투 능력이 발현된 이는 곧바로 군부에서 운영하는 군사 학교에 가기 때문에 이렇게 주민들을 대상으로 검술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는 것은 하룬으로서는 뜻밖의 사실이었다.

 “멋진 곳이군.”

 벽에 걸린 품이 넉넉한 검은 도복들과 목검 그리고 보호 장구들은 물론이고 용병 아카데미에서 보았던 수련용 인형들이 한쪽에 진열되어 있었다.

 하룬은 기분 좋게 웃음 지었다. 비록 실내였고 다소 좁게 느껴졌지만 용병 아카데미 시절이 떠올랐다. 그 역시 검을 수련하는 터라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대단치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서 만든 곳이오. 도와주어서 고맙소. 난 철웅이라고 하오.”

 “하룬입니다.”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은 손바닥을 잡는 순간 하룬은 철웅에게 강한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 한쪽을 가로지르는 엷은 검상이 좀 흉해 보였지만 호쾌한 언행과 수련 정도를 예측해 보니 현실에서 거의 찾을 수 없는 타고난 무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내 사매와 사제인 보련과 사용이오. 4품의 실력자들이오.”

 4품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그가 본 모습으로는 오르그 두셋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보련이라고 합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적으로 마른 몸매에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깍듯하게 인사하는 보련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호기심과 함께 경외의 감정이 엿보였다.

 “사용이라고 합니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긴 팔다리를 가지고 있어 어릴 때 놀림을 좀 받았을 것 같은 사용은 아직 앳된 얼굴이었는데 대뜸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무릎을 꿇었다.

 “허어, 이런!”

 하룬은 뭐라 할 말이 없어 당혹스러운 얼굴로 사용을 내려다보았다. 허락을 기다리는 듯 그를 올려다보는 사용의 시선에는 뜨거운 열망이 가득 차 있었다. 강자를 향한 동경심을 넘어선 감정이 전해지는 순간 하룬은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다.

 “사용, 은인에게 무슨 실례냐? 일단 은인에게 쉴 시간을 드리고 천천히 허락을 받아라.”

 “네, 사형.”

 철웅의 말이 떨어지자 사용은 몸을 일으켜 하룬을 도장의 한쪽에 있는 의자로 안내했다.

 “그런데 하룬과는 어떤 관계이신지요?”

 레이스의 말에 하룬이 고개를 돌려 보자 아까 보았던 그 중년 사내가 도장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어! 저 양반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제법 빠른 속도로 이동을 했기에 허약해 보이는 저 중년 남자가 이곳까지 따라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질 못했다. 물론 따라올 이유도 없었기에 놀람은 이내 황당함으로 변했다.

 “허험! 난 하룬과는 친구 사이야. 오늘 맥주 한 잔 산다기에 만났다가 그 일에 휘말린 거지.”

 “아하, 그러시군요.”

 알았다는 듯 대답하면서도 레이스는 눈에서 의심을 거두지 않고 계속 중년 사내를 주시했다. 친구라기에는 외관상으로 너무 많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눈치 챈 사내가 말을 이었다.

 “난 이 친구 조직에 특수 무기를 만들어주는 무기 기술자 쏘우라고 해. 뭐, 친구라는 말이 이상하긴 하지만 오랜 인연이 있으니 단순히 거래자라고 할 수도 없고, 술까지 얻어먹는 사이이니 친구라고 해도 무방하지.”

 “아!”

 레이스는 이제야 이해한 듯 그를 막아섰던 몸을 돌려 하룬 쪽으로 걸어왔다.

 “후훗, 기가 막히는군.”

 “뭐가?”

 하룬이 실소를 터트리자 럼이 물어봤다.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 정말 닳고 닳았군.’

 하지만 눈빛이 맑은 것을 보면 약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더구나 흥미를 일으키는 새로운 화학무기의 개발자라고 주장하니 잠시 모른 척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정말 환상적인 검술이었습니다.”

 찻잔을 주며 하는 철웅의 말에 하룬이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럼이 나섰다.

 “정말 환상처럼 보였어.”

 “검이 너무 빨리 움직여 잔상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래. 내가 보기에도 마치 검이 춤을 추는 것 같았어.”

 럼의 말에 레이스도 떨리는 목소리로 받았다. 아까 본 것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게 아른거렸던 것이다.

 코원 유니온 S구역의 모처.

 “강 팀장, SS10 캡슐은 아직 아무 통신도 보내지 않고 있나?”

 잘 다듬어진 콧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의 얼굴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의 질문에 차갑고 시리게 푸른 눈을 가진 중년 사내가 대답했다.

 “네.”

 “혹시 각인을 파괴한 것은 아닌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비록 SS10이 보통 캡슐들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제작되었고, 상당한 수준에 이른 인공지능을 가졌다고는 해도 가이아의 낙인이 소멸되는 경우가 아니면 제거할 수 없습니다.”

 “나도 그렇게는 생각하네. 하지만 이처럼 급작스럽게 소멸 징후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라 이상하게 불안하군.”

 “제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철저하게 파괴된 것 같습니다. 정기 통신은 물론 생존 신호도 감지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흐음.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자아 기능까지 가진 SS급이라면 아무리 급한 상황에라도 전언을 보냈을 텐데. 그 주인이 정민이던가?”

 “네, 수장 어른.”

 강 팀장은 이렇게 상세한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는 수장의 철저함에 놀랐다.

 “현재까지의 능력 발전 정도는 어떠했나?”

 “게임 안에서의 판단 기준인 레벨의 발전 속도로 보면 중상, SS10이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실제 육체의 발전 정도로는 상이었습니다. 배리어 밖 환경에 대해서도 가장 빠르게 각성했습니다.”

 “고무적이군.”

 “그렇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입니다. 그는 특이하게 다른 유저들과 교류조차 하지 않고 솔로잉을 즐겼기에 자료가 미흡해 상세한 플레이 모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그 발전 속도와 양태는 주시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으음.”

 노인은 침음성과 함께 두터운 흰 눈썹을 꿈틀거렸다.

 “지난번 보고에 따르면 SS10이 S-A1의 품으로 날아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S-A1을 통해 알아보면 될 텐데.”

 “정민과 SS10을 우연을 가장해 S-A1이 관장하는 비밀 기지로 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S-A1도 SS10과 함께 통신이 갑작스럽게 두절되었습니다.”

 강 팀장의 보고에 노인은 얼굴이 조금 더 굳어졌다.

 “설마 변종 생물의 습격을 받은 건가?”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둘 다 생존 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요.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기지에 대한 기존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해 보니 기지 폐쇄 이외의 다른 효과적인 방어 수단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기지 자체가 너무 노후화된 데다 전투형 사이보그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재료와 부품 부족으로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럼 정민의 생존 여부는?”

 “유니온 정부 내의 비선을 통해 확인해 보았습니다. 다행히도 그의 몸에 이식된 칩은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지를 벗어나 유니온 거처에서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선 활용은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게. 넥컴월이나 원로원의 다른 늙은이들이 주시하고 있으니 말일세.”

 “우리 글로리 가이아와 연관이 없는 조직이니 수장께서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지만 극도로 조심하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보고를 들은 수장이 뭔가 망설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소환해야 하는 상황인가?”

 “네.”

 “순순히 우리의 말을 따를까?”

 노인의 이번 질문에 강 팀장은 즉답을 내놓지 못하고 잠시 고민했다. 노인의 목소리를 통해 그가 정민이라는 수정체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까지의 결과가 그렇듯 조직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온몸을 해부했다가 사이보그의 몸을 대신 준다면 누구라도 거부하겠지요. 하지만 조직이 보유한 SS캡슐은 더 이상 제작할 방법이 없으니 안타깝긴 하지만 실험을 중지하고 강제로라도 소환해서 육체적 능력 변화는 물론 그동안 플레이한 환경과 그 상세한 내역을 알아내야 합니다.”

 노인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참이나 입을 열지 않았다. 때문에 ‘글로리 가이아’에서도 냉철하기로 소문난 강 팀장도 내심 식은땀을 흘렸다.

 “SS10도 그렇고 그 녀석도 청일과 인연이 있는 놈이라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그렇다면야 할 수 없는 일이지. 소환하게.”

 “네. 미트라 조가 사흘 후면 복귀하니 그때 작전에 들어가겠습니다.”

 “알겠네. 미트라가 이끄는 조라면 다른 늙은이들의 촉수를 피해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었지. 참, 기지는 어쩔 셈인가?”

 “일단 조사대를 파견한 후 복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다음 순번은 SS21에게 기회를 주려고합니다.”

 “그렇게 하게. 수고했네.”

 보고를 마친 강 팀장은 부드러운 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노인은 먼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 눈빛이 몽롱해졌다.

 ‘청일, 자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남은 휴먼들은 살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말 미안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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