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거래들》
“어때요?”
“끝내주는 기삿거리야. 수고했어.”
화상 속의 유한 PD는 입이 귀에까지 걸려 있었다.
“근데 이 정보도 돌풍 용병대로부터 받은 거냐?”
예상했던 질문이라 아레스는 부러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거 무지하게 힘들게 구한 정보예요. 돌풍 용병대장이 다리를 놔 주어서 이름 모르는 정보 상인들을 만나 거액을 주고 구한 거라고요.”
“정보 상인?”
“네.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돌풍 용병대와 예전부터 거래해 왔던 거 같아요.”
아레스는 하룬의 부탁대로 거짓말을 했다. 지난번 정보 누출로 인해 몸소 그 위협을 생생하게 체감한 터라 미안하기도 했고, 또 위험하기도 했던 것이다.
“하긴, 그 정도 되는 용병대라면 그 정도 정보 라인은 가지고 있었겠지. 아무튼 이번 정보 때문에 어쩌면 너희들 정식 기자로 채용될지도 모르겠다.”
“정말요?”
기대도 하지 않았던 소리에 아레스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하하! 정보료야 줘야겠지만 너희들에게 매 건마다 보상금을 주는 것보다는 월급에 건당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더 낫다고 내가 강력하게 주장했지. 또 함 수석 PD 역시 혹시 다른 방송사에서 너희들을 채 갈까봐 안달하고 있어서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제안하겠다고 했어. 아마 이번 건만 제대로 터져 주면 확실하게 결정될 거야.”
신중한 성격의 유한 PD가 이 정도까지 얘기한다면 거의 다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아레스는 잘 알았다.
‘앗싸! 이제 정식 기자다!’
“감사합니다, PD님. 하지만 막상 정식 기자가 된다고 하니 어째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고료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유한은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미소 지었다.
“욕심 많은 놈! 너희들이 언제까지 그렇게 재수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냐? 좋은 기회니까 괜히 돈 때문에 놓치지 마. 물론 돈도 좋지만 안정된 직업과 쾌적한 주거 환경은 평생 살면서 쉽게 이룰 수 없는 거니까.”
“나도 안다고요. 다만 아쉬워서 그러지요. 아무튼 이번에 챙기는 원고료가 마지막 보너스가 되겠군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아레스를 보며 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를 주기로 했는지 모르지만 챙길 수 있는 한 최대한 챙겨 둬라. 살면서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야. 지난번만큼만 시청률이 나와 주면 나도 좋겠다.”
“그거야 당연하죠. 일단 유저들의 숫자도 늘었고, 가히 태풍의 핵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정보이니 이번에도 1위는 문제없을 겁니다.”
“하하하.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이 바닥이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서 말이야.”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만족감과 기쁨이 가득한 유한의 얼굴을 보아하니 그 자신도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좋으면 된 일이지. 흐흐흐. 이 녀석들 오면 놀라 자빠지겠군.’
아레스는 통화를 마치고 오랜만에 텅 빈 집을 청소했다. 이제 이사를 하게 되었으니 미리 청소를 해 두어야 했다.
미료와 장료는 이사할 집을 보러 나갔다. 원래는 그들이 살 집을 구하려고 했지만 의논 끝에 보육원의 설비와 가구 그리고 게임 룸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보다 넓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엄마와 동생들이 살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일단 주거 환경이 좋으면 유니온으로부터 받는 지원금도 많아질 것이다. 원장 엄마와 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에이, 같이 갔어야 했는데. 공연히 녀석들만 칭찬받는 거 아니야.”
암만 생각해도 이건 좀 억울했다. 혼자 게임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서 만들어 낸 일인데 생색은 그 녀석들이 다 내니 말이다.
아레스는 짐짓 화를 내 보려 했지만 그의 얼굴은 꼭 유한 PD를 닮아 있었다.
“와하하하! 최고의 정보야! 최고라고!”
던전의 자세한 위치가 담긴 영상 지도를 받아 본 수석 GM은 매그럼과 초른의 예상대로 완전히 녹아버렸다.
안 그래도 제대로 한번 터트린 이후에는 그들만 보면 웃는 얼굴이던 수석 GM은 보고를 받자마자 대소를 터트리며 당장에 그들을 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기행까지 벌였다.
고요의 땅에 있다고만 알려졌을 뿐 아직 그 위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시기적절하게 나온 이 정보는 최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흐흐흐. 이 정도면 내가 지사 부사장이 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야. 부사장이라고.”
그는 괴소를 터트리면서 좋아하다가 이상한 얼굴로 그를 주시하는 두 사람을 봤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감정을 감추려고 노력했을 텐데 이번엔 아니었다.
“이구, 예쁜 내 새끼들. 너희들 때문에 내가 대박이 났다. 난 일단 이 정보를 보고하고 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는 서둘로 칩을 가지고 바람처럼 방을 나섰다.
꽝!
문이 닫히자 매그럼과 초른은 서로 얼굴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수석 GM의 반응이 너무 격렬해서 어떻게 평가하기가 곤란했던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비서가 들어와 차를 권했다. 이제까지 그 어느 GM도 수석 GM실에서 차 대접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기에 두 사람은 감개가 무량했다.
차는 귀한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배리어 밖에서 가져온 천연 녹차 종류는 웬만한 신분이 아니고서는 마시기가 쉽지 않았다.
차향은 담담했지만 약간 씁쓸하면서도 담백한 첫맛과 혀를 타고 목으로 사라지는 끝맛은 청량했다. 두 사람은 대화를 잊은 채 차향과 맛을 음미하며 팔자에도 없던 다도를 즐길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녹차를 다 마신 두 사람은 마치 좋은 꿈을 꾸고 난 것처럼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좋은가?”
매그럼이 키스를 받은 뺨을 연방 손으로 문지르며 물었다.
“뭐, 그럴 수도. 워낙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분이잖아.”
초른은 매그럼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매그럼도 이 방을 비롯한 전 시설에 걸쳐 보안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수석께서 보상이나 잘 받아 오셨으면 좋겠는데. 지난번에 형도 봤지? 아레스가 3만 골드 가까이 받아왔을 때와 달리 우리 돈을 받을 때 대장이 실망하는 얼굴 말이야. 내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니까. 명색이 전 지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넥컴월이 그렇게 돈이 없나?”
“그러게. 나도 좀 창피하긴 하더라. 한낱 방송사도 그 정도를 보상했는데 우리는 달랑 만 골드라니 너무했지. 어쨌거나 그때 일은 보고했으니 이번에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대장이 영 못마땅하다는 언질까지 주었으니 수석 GM님이 손을 좀 쓰겠지.”
“그랬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보고할 일이 많아질 텐데 계속 방송사하고 아레스에게 밀리면 나중에 대장이 정보를 주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그러게. 위에서도 그 정도 생각은 하지 않을까? 돌풍의 정보 수집 능력이나 임무 수행 능력을 보면 앞으로 비욘드에서 굉장한 활약을 할 텐데. 헤니한테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번 정보를 얻는 데 무려 10만 골드를 썼다는 거 같더라. 자신들도 필요하니까 그런 거금을 들여 정보를 얻었겠지만 아무래도 방송기자인 아레스와 우리 쪽에서 정보료를 줄 것을 감안했겠지.”
두 사람은 수석 GM을 기다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두 사람을 모니터를 통해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보료로 10만 골드를 썼다면 이 정보는 확실하겠군.”
“네, 사장님. 확실합니다.”
넥컴월 코원 지사 비욘드 팀 수석 GM인 나인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저 친구들 정보 보상금 때문에 불만이 좀 많은 거 같은데.”
“그, 그건…….”
지사장의 그 질문에 나인수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사정이 이렇다는 것은 지난번 초른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요정한 바는 없었다. 물론 서류상으로는 보고했지만 말이다.
“지난번 보고 말미에 이 사항을 적시했지만 반응이…….”
“아! 그랬지. 기억이 나네. 이봐, 최 이사.”
지사장이 자금 담당 임원인 최 이사를 불렀다. 그는 지사장의 최측근으로,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이 유력한 인물이었다.
“네, 사장님.”
“지난번에 내가 충분하게 보상하라고 했던 말 잊었나?”
지사장의 질책에 최 이사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 그게 말입니다. 1만 골드면 무려 3억입니다. 결코 적은 보상은 아니었습니다.”
“시끄러워! 저 친구들 하는 소리 못 들었나? 명색이 글로벌 슈퍼 파이브에 드는 우리 넥컴월이 돈 때문에 일개 게임 방송사에게 밀린다는 것을 지금 듣지 않았나? 그 허접스러운 방송사에서도 9억을 배팅했는데……. 쯔쯧! 자네는 다 좋은데 왜 그렇게 배짱이 없나?”
개인적으로는 인척 관계인 지사장이 역정을 내자 최 이사는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 노블이라서 그런지 누구에게도 지는 것을 못 참는 성정인 것을 익히 아는 것이다.
“저렇게 제대로 일하는 우리 GM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돈 때문에 기자 나부랭이에게 밀려서야 되겠나. 이게 어떤 정보인데. 지난번 정보로 나와 우리 코원 지사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모르나? 이번 일까지 잘 먹히면 본사 임원은 물론 나중에는 회장 자리까지 도전할 수 있단 말일세. 그런데 이렇게 말단 직원들까지 우리 경영진이 쪼잔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일을 처리하면서 앞으로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거 같은가? 에잉!”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최 이사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까지 지사장에게 이렇게 질책을 받아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나 수석.”
“네, 사장님.”
“내가 경리과에 얘기해 놓을 테니 한 5만 골드 챙겨 줘. 지난번에 미지급했던 것과 합산해서 지급한다고 하면 내 체면이나 저 친구들 체면이 어느 정도 설 거야.”
“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 친구들 직급이 어떻게 되나?”
“아직 보조 GM입니다. 초른은 3년 차이고 매그럼은 1년 차입니다.”
“그래?저런 정보를 물어 오는 것을 보면 평범한 친구들은 아닐 테고……. 흠, 이렇게 하지. 두 친구를 정식 GM으로 발령 내. 그리고 보상금으로 각각 3천 골드씩 지급하게.”
역시 지사장은 통이 컸다. 나인수의 입이 귀에 걸렸다.
“네. 저 친구들은 물론 전체 GM들의 사기가 아주 많이 올라갈 겁니다. 이번 조치로 GM들 간에 선의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결국 좋은 결과들이 많이 나오게 될 겁니다.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자신의 영향권에 있는 정식 GM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의 힘이 강해진다. 부사장 직책에 도전하는 그에게도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아래 직원을 잘 관리했으니 자네에게도 뭔가 보상이 있어야겠지?”
“아,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회사가 잘되고, 특히 우리 코원 지사가 넥컴월의 중심이 되고 사장님이 차기 회장님으로 영전하시는 데 보탬이 된다면 그게 저에게는 보상입니다.”
“하하하! 이 친구 보게. 평소 딱딱한 얼굴 때문에 못 봤는데 지금 말하는 것을 보니 애사심이 제대로 박혔네. 좋아! 자네 오늘 나랑 술 한잔하세.”
“영광입니다.”
나인수는 90도로 허리를 꺾어 감사 인사를 했다. 바닥을 향한 그의 눈과 얼굴은 강렬한 희열로 번들거렸다. 그런 나인수를 바라보는 최 이사의 입술은 단단하게 다물려 있었다.
뫼비우스를 보는 세류의 눈길은 마치 징그러운 벌레를 대하는 것 같았다.
‘씨발!’
욕설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은 뫼비우스는 말없이 꾸벅 인사했다. 세류를 만나기 위해 꿍쳐 놓았던 비상금까지 털었으니 참아야 했다.
독하지 않으면 사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하기에 중간 역할을 한 데스크라이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기어코 이 자리를 만들었다.
“무슨 일이죠?”
차가운 세류의 말에 뫼비우스는 경기가 일어나려 했지만 억지로 미소 지었다.
“거래할 정보가 있습니다.”
“정보? 또 누구 뒤 치기를 하는 건가요?”
“돌풍 용병대의 하룬 대장이 부탁한 거래입니다.”
“하룬 대장요?”
하룬의 이름을 듣자마자 세류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확실히 하룬이라는 이름은 세류에게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좋아요! 일단 이쪽으로 앉아요.”
비로소 그녀가 자리를 권했다. 넓은 창밖으로 진한 어둠이 깔린 배리어의 밤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는 자신도 이런 넓은 집에서 살게 될 것이다. 노블이 되어서 말이다.
“감사합니다.”
“그래, 내용이 뭔가요?”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그것은 이 자리가 불편한 뫼비우스도 바라는 바다. 행여 비류라도 나타나면 기분이 잡칠 것 같았다.
“던전의 자세한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호오! 사실이라면 엄청난 정보군요.”
4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넓이를 가진 고요의 땅 어딘가에 던전이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정확한 위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소식을 듣자마자 출발해 두 번째 사막을 막 건넌 참이다. 대부부의 유저들이 그 언저리에 있는 상황이다.
“던전의 자세한 위치는 사흘 후에 방송사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사흘 후?”
흥분했던 마음이 차갑게 식는다. 장난도 아니고 사흘 후에 공개될 던전의 위치를 가지고 거래를 하러 오다니.
“아이리드 산맥을 넘지 않고도 고요의 땅까지 더 안전하고 빠르게 도착하는 루트를 알고 있습니다.”
그건 흥미가 동하는 정보였다. 길드원 중 레벨 60 이상만 동원했지만 그래도 그 숫자가 무려 오백이 넘는다. 그 정도라면 던전 탐사에 한자리 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세류였다.
“뭘 원하죠? 행여 비류와 연관된 것이라면 그냥 일어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머리가 텅 빈 비류지만 언니 복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잘됐으면 자신도 처형 덕을 좀 봤을지도 모른다. 입맛이 썼지만 지금 자신의 곁에는 슈미르가 있다. 지금도 밖에는 그녀가 모는 자장 슈퍼 카가 대기하는 중이었다.
“3만 골드만 주십시오.”
“정보는 확실한 건가요?”
“하룬 대장과 함께 직접 그 길을 거쳐 지금 고요의 땅에 도착한 상탭니다. 위험한 구간이 있긴 했지만 대응책도 있으니 몬스터들을 빼면 별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어떻게 이 사기꾼이 하룬과 동행했는지 몰라도 운이 좋은 것 같았다. 요른 백작성에 도착해 그렇게 찾았지만 그는 벌써 떠난 후였던 것이다.
‘그이도 날 잊지 않았구나.’
가슴이 벌렁거렸다. 묘한 희열에 전신 세포가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뫼비우스의 방문이 하룬이 의도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매운맛을 봤는데도 찾아올 리가 없지 않은가.
“대장은…… 잘 있나요?”
세류의 물음에 약간의 망설임과 설렘이 들어 있음을 확인한 뫼비우스의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설마 이 차가운 성정의 노블이 일개 NPC에게 각별한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닐 테고 자신이 모르는 다른 은혜라도 받은 것 같았다.
“잘 있습니다. 천하의 돌풍 용병대 대장이 아닙니까? 이 정보 역시 하룬 대장이 선택한 사람들하고만 거래를 하는 겁니다. 전 물론 대행하는 거고요.”
사실은 그가 아는 비욘드 유저들 중 가장 부유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좋아요. 거래하지요.”
세류는 흔쾌히 거래를 받아들였다. 설마 하룬이 자신을 아직 기억할 줄은 몰랐다. 그녀를 직접 거명하면서 거래를 추천했다니 왠지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그리던 사람이 마찬가지로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기분을 붕 뜨게 만들었다.
‘별일이네. 행여 나중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하룬 대장에게 깨지는 건 아니겠지? 설마 둘이 나중에라도 만날 일이 있겠어?’
기자인 아레스와 GM들만 정보를 가지고 이득을 보는 것 같아 하룬에게 양해를 구했다. 자신도 정보를 유저들과 거래하겠다고. 당연히 보상은 하기로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세류의 코원 길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어떻게 지급할까요?”
“현금 4에 골드 6 비율이면 좋겠습니다.”
골드는 하룬에게 갈 것이다. 나중에 더 큰 건이 있을 때 횡령하려면 처음에는 원칙대로 챙겨야 한다. 그렇게 신뢰를 쌓은 후 한 방에 터트려야 하는 것이다.
“좋아요. 경리과에 가면 지급해 줄 거예요. 좋은 거래였어요. 나중에 보지요.”
“다시 만나 반가웠습니다. 그럼.”
인사를 하며 나오는 뫼비우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빌어먹을. 웬만하면 보지 말자. 네 얼굴만 보면 아직도 부러졌던 갈비뼈가 욱신거리니까.’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가장 큰 물주와의 거래를 성공시켰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고만고만한 물주들 서넛은 더 만나야 했다. 돈은 챙길 때 챙겨야 한다. 물론 여자도 마찬가지. 때문에 일을 빨리 마치고 슈미르와 달콤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깊은 관계를 만들어야 봉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