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암시장 (23/278)

《암시장》

 -어서 오세요!

 혼란스러운 가운데 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망하는 순간의 후유증으로 잔뜩 얼굴을 찡그렸던 하룬이 겨우 눈을 떠보니 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한번 더럽네.”

 -풋!

 하룬은 왠지 벨의 낮은 웃음소리에 기분이 상했다.

 “웃지 마!”

 그 소리에 벨은 동그랗게 변한 눈매를 힘껏 펴며 간신히 웃는 얼굴을 지웠다.

 -그래도 덕분에 오빠를 일찍 보게 돼서 좋은데요.

 “에구!”

 이젠 말로도 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가 게임하는 사이 벨은 인터넷을 통해 좀 더 폭넓은 정보를 통해 성장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난 지 이제 겨우 두 달도 안 됐는데 벌써 꼬마에서 소녀로 성장해 버렸다.

 자아를 가진 존재라서 그런지 비록 홀로그램 영상체이지만 그 외양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거의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었다.

 ‘인공지능도 성장을 한다는 건가? 아무튼 이대로 가면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하겠어.’

 벨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한 하룬이지만 곧 자신의 사망 사실을 떠올리고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싸가지가 경고할 때 짐작은 했지만 무리한 결과 사망하고 만 하룬이었다.

 -굳이 죽을 필요까지는 없었잖아요?

 마치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한 듯 날이 선 벨의 힐난에 하룬은 그저 웃기만 했다.

 벨의 말을 통해 하룬은 벨이 이미 게임 속에서 자신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전부 다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신에 가까운 짐작이지만 전자기파로 연결된 벨은 모든 상황을 자신과 함께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름의 자아로 하룬이 하는 행동들을 판단하고 있었다.

 “내가 죽지 않았으면 퀘스트를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오빠가 퀘스트를 성공시키지 않아도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물론 그럴 것이다. 날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벨의 능력을 이용한다면 등록되거나 소수가 공유하는 던전들이나 사냥터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인간이 사는 방식이야.”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요?

 벨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지만 하룬의 생각은 확고했다. 퀘스트를 떠나 자신과 일행이 된 사람들이 적들의 화살과 마법 공격에 당하거나 익사하게 만들 수 없었다. 유저인 그가 능력치의 하락을 감수하면 충분히 구할 수 있는데 굳이 자신만 살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은 하룬의 생각으로는 비겁한 일이었다.

 “일단 그 얘기는 끝내자. 너도 나와 함께 더 오래 경험하면 이해하게 될 테니까.”

 -알았어요.

 벨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를 가지긴 했지만 다양한 매체의 정보를 통한 간접 경험이 전부인 그녀로서는 이해하기에 무리일 수도 있었다. 그녀 스스로도 그런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전직은 하신 거예요?

 다시 게임에 대해서 모른 척 묻는 벨의 태도에 하룬은 그냥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아마 일전에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리라.

 “아, 그거? 했지. 운이 좋아서 도중에 했어.”

 -대단하네요. 전직 도시까지 가지 않고 전직한 유저는 거의 손에 꼽힐 정도로 희귀한데.

 벨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하룬은 몸을 일으켰다.

 “대단할 거 없어. 내 말대로 운이 좋았을 뿐이고, 다른 특별한 점은 없으니까.”

 하룬은 캡슐을 나와 몸을 씻고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사망 페널티가 현실 시간으로 하루 접속이 금지되는 것이니 이젠 뭘 하지?’

 비욘드의 세계에 푹 빠져 있던 하룬이라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죽기 전 상황을 떠올린 하룬은 모두 무사히 자작령에 도착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싸가지의 능력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비록 게임 속에만 존재하는 NPC들이었지만 그들과 적지 않은 시간을 부대끼며 지낸 탓에 그들을 인간처럼 받아들이는 하룬이었다.

 ‘이왕 시간이 났으니 일단 진수 형이나 좀 만나 보자.’

 이제 겨우 전직 도시에 도착했으니 거기서 다시 진수와 약속한 장소까지 가려면 보름은 더 가야 한다. 그사이 바뀐 사항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게임 전반에 대한 것을 유저의 시각을 통해 들어 보고 싶었다.

 캡슐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은 하룬의 옆에서 갑자기 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할 말이 있어요.”

 “어! 너?”

 하룬은 벨이 캡슐 내부가 아니라 방 안에 모습을 보인 것에 깜짝 놀랐다. 영상으로 구현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처럼 나타난 것이다. 캡슐 자체가 본신체인 벨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렇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호호, 와가 열심히 게임하는 사이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쳤어요. 덕분에 비록 아직은 이 방 안에 한정되었지만 인간의 외관을 가지고 본체와 분리되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게 가능했던 거야?”

 자아를 가진 존재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하룬은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제대로 믿기가 힘들었다.

 “어머니 가이아께서 심어 주신 방대한 지식을 조금씩 흡수해 가고 있거든요. 이제 겨우 십분의 일도 깨치지 못했으니 나중에 시간이 더 흐르면 인간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 기관도 상당한 수준으로 복제할 수 있어요.”

 인간을 복제하는 기술 지식을 배웠다는 말이다. 이전 문명에서 인간 복제에 대한 관련 지식과 기술 수준이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현 문명에서는 학술 교류가 거의 없는 유니온 체제라서 그런지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흠. 어쨌든 이렇게 캡슐 밖에서도 볼 수 있으니 좋네. 어디!”

 하룬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역시 온기는 느껴지지 않는구나. 그 외관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이야.’

 그래도 이게 어딘가? 단순한 이미지에 불과하던 벨이 물리적인 형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더구나 늘 혼자였던 집에 이렇게 둘이 있으니 마음도 푸근해지는 것이 벨이 진짜 여동생처럼 느껴졌다.

 “아, 할 말이 있다고 했지? 뭔데?”

 “그게…….”

 벨이 잠시 눈치를 보았다. 주저하며 눈치를 보는 벨의 모습에서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젠 눈치까지. 정말 대단한 존재야. 양아버지는 대단한 캡슐을 만들어 낸 거로군.’

 “사실은 약재 성분이 거의 다 떨어져 가요. 빨리 채우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육체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예요.”

 안 그래도 그 점에 대해 가끔 우려는 했었다. 자동으로 공급되는 영양 성분은 용병 학교를 수료한 직후에 채웠지만 약재는 조금 여유가 있다고 해서 나중으로 미루어 놓았던 것이다.

 “휴우. 벨, 필요한 약재의 양과 가격이 얼마나 되지?”

 “그게…… 오빠,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가격은 알 수가 없어요.”

 “그럼 어디서 구하지?”

 “암시장이 있어요.”

 “암시장?”

 암시장, 다크 마켓!

 아주 오래 전 학교에 다닐 때 아이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여자들에 관한 야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나이였으니 그런 것들이 화제에 올랐었다.

 “그곳에도 없으면 배리어 밖으로 직접 나가서 찾는 수밖에 없어요.”

 “암시장에서 모두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배리어의 바깥세상은 하룬에게는 상상으로만 떠올려 본 미지의 영역이었다.

 양부가 마지막으로 지낸 곳이 배리어 밖이니 당연히 그곳 어딘가에서 구했을 것이다. 걱정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약재 구입은 더 미룰 수 없는 일이니 빨리 행동에 옮기는 것이 상책이다.

 “좋아! 일단 아이템 몇 개를 경매에 올리고, 암시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자.”

 하룬은 한창 게임하고 있을 진수를 찾아가 볼까 했던 마음을 지우고 일단 경매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이 기회에 싸가지에게 먹히지 않은 아이템 몇 개를 팔아볼 참이었다. 골드를 현금화시키는 것은 부활하고 나서 은행에 들러야만 가능하지만 경매는 사망 시에도 가능했다.

 -넥컴월에서 운영하는 경매장이 제일 많이 활성화되었는데 그곳으로 안내할까요?

 게임사가 경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은 넥컴월만이 아니었다. 유명한 게임들의 경우에는 게임 계정비보다 아이템 거래로 창출되는 가치가 더 컸다. 넥컴월이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아니! 현금이 필요하니까 암거래 사이트를 찾아 줘.”

 혹시 몰라 순간적으로 한 생각이었다. 더구나 시간을 내서 양부를 보살펴 주었다는 아우터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했다. 예금 거래가 편하기는 하지만 유니온 정부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네. 벌써 찾아 놓았어요. 다크쥬얼리 사이트와 블랙온마켓이 가장 규모가 크고 안전해요.

 하룬은 벨이 찾은 두 사이트를 둘러보며 아이템 가격을 대충 짐작해 보았다. 하지만 실제 가격이 얼마나 올라갈지는 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다. 일단 아이템이 희소가치가 있는 상태에서 수요가 많아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경매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룬은 벨이 접속해 놓은 블랙온마켓 사이트를 더 둘러보았다. 이 암거래 사이트는 거래자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로 유지해 주는 대신 수수료가 좀 높았다. 부유하고 귀한 집 자식들이 현질로 고급 아이템을 구하는 일상적인 통로가 되는 곳이었다.

 하룬은 유니온별 거래 항목을 선택했다. 그러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365개의 유니온들이 알파벳 순서로 쭉 펼쳐졌다.

 하룬은 그중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유니온을 찾았다.

 “여기 있네. KO-1 유니온!”

 이전 인류 문명에서 코리아라고 불리던 국가의 수도인 서울의 자리에 위치한 유니온이기에 KO-1이라고 불린다.

 “으후, 유저들이 득실거리는군.”

 국가라는 개념을 벌써 없어진 지 오래지만 그래도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최고로 꼽혔던 코리아라는 나라가 있던 곳에 자리 잡은 KO-1 유니온이다. 아무리 휴먼임을 자부하며 이전 인류와의 연결을 무시하는 휴먼들이지만 그들의 피가 상당히 이어졌을 테니 게임 산업이 강세인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다.

 KO-1 유니온 안에서는 경매를 포함한 거래만 수만 건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중에서 직접 거래 항목만을 따로 분류했다. 역시 만 건이 넘는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게임이 활성화되어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정도면 암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과연 유니온 상층부는 이것을 아는지.

 하룬은 다시 게임 항목 중 비욘드를 선택해서 거래를 재배열했다. 비욘드의 인기를 증명하듯 수천 건의 거래가 떴다.

 잠시 내용을 검색해 보니 역시 전사들이 선호하는 무기 종류의 방어구들이 대다수였지만, 일부는 마법서나 신관들을 위한 스킬 북들까지 올라와 있었다.

 이제 유저들의 레벨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좋아. 일단 오크에게서 얻은 마나석을 경매에 올려 보자.”

 하룬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 마나석을 1시간 한정으로 경매에 올렸다. 물론 중개 역할을 하는 사이트 운영자의 확인은 필수였기에 잠시 비욘드에 접속하고 난 후였다.

 현물 직접 경매는 처음이었기에 내심 가슴이 뛰었다. 마나석이 제발 돈이 되기를 그는 간절히 소망했다. 물론 마법사들이 극히 선호하는 재료 아이템이란 사실을 알기에 어느 정도 가격은 되겠지만, 가격조차 알 수 없는 약재들이며 식재료들을 다량으로 구입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돈이 필요했다.

 드디어 마나석의 경매가 시작되었다.

『아이템명: 생체 마나석(재료)

등급: 레어

설명: 일반 마나석이 아니라 생물체의 체내에서 성장시킨 특별한 생체 마나석이다. 특히 몬스터들이 주워 먹고 성장하면서 무수하게 활용하던 마나석이어서, 모양은 투박하고 광채도 칙칙하지만 마나 전도율이 우수하다. 보스 몹이나 가지고 있는 아주 특별한 마나석이다.

경매 시작가: 30골드(환시세: 210만 원)』

 다행이 아직 환시세는 골드 당 7만 원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임 초기에는 골드당 10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이제는 서서히 내려가는 추세였다. 이미 활성화된 다른 가상현실 게임들의 경우를 보면 안정되면 골드당 1~2만 원이 된다.

 하지만 비욘드는 이제 겨우 생산직 유저들이 드롭되지 않는 노멀 아이템들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레벨에 올랐고, 상인 유저들도 그 활동의 기지개를 펴는 시점이어서 점차 아이템들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참이다.  아직 유저들에게 유통되는 골드는 많이 부족한 편이었다.

 ‘다행이다.’

 당장에 40골드가 올라왔다. 1골드씩 오르는 것이 보통인 경매가가 이렇게 뛰는 것을 보면 왠지 출발이 좋았다. 이후로 80골드까지는 빠르게 치솟았다. 하지만 아직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아싸! 560만 원이다!”

 그 가격으로 낙찰된다 해도 1골드=7만 원의 환시세를 고려하면 무려 560만 원이다. 평소 그의 생활비가 월 40만 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돈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번도 이런 큰돈을 벌어 본 적이 없는 하룬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정도라면 현실에서 다른 직업을 구할 필요도 없이 전형적인 다크 게이머의 길을 걸어도 될 것 같았다.

 문제는 암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 품목들의 가격이었다. 여기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그것들이 비싸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하룬은 잠시 벨이 출력해 놓은 구입 물품의 잔존량 리스트를 확인했다.

 “산삼 1냥/3냥, 인삼 10근/30근, 백석 5근/10근, 음양곽 2냥/10냥, 길극 1근/3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리스트를 살펴보니 벨이 이야기한 대로 약재의 소비량이 엄청났다. 그동안 자신의 육체를 비약적으로 올리는 데 대단한 역할을 했을 것이 분명하니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휴우, 얼마나 돈이 들까? 아니, 구할 수는 있을까?”

 아직 암시장을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걱정부터 앞서는 하룬이었다.

 그는 벨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양만 따로 정리해서 페이퍼에 출력했다. 뽑고 보니 필요한 물품은 이백 가지가 넘었고, 대부분 일반 상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가진 것들이었다.

 “그런데 벨, 암시장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당연히 알죠. 이 구역에도 있는걸요.

 “우리 구역에요?”

 -네! 총 네 곳이 있는데 모두 배리어 끝 부분에 있는 폐쇄된 지하도 안에 있어요.

 KO-1 유니온이 이전 문명에서 지하철이라고 부르던 교통수단의 종착역들을 연결한 영역이라는 것은 들은 적이 있었다.

 그도 배리어의 끝 부분은 시체 운반 때문에 몇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행여 하르크의 습격이라도 받게 될까 두려워 주변을 살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잘 모를 수밖에.

 폐쇄된 지하도란 이전 인류의 대중교통 수단이었던 지하철이 운행됐던 지하 통로를 말한다. 유니온 안에서 사람들과 물자의 이동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장을 이용한 수백 회선의 자장 로드를 이용하고 있었기에 그곳은 폐쇄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말?”

 -암시장은 그 규모를 추측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해요. 웬만한 사람들은 거의 그곳을 알고, 직접 이용하는걸요.

 혼자 폐쇄적으로 살다 보니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곳은 어떤 것들을 파는 거지?”

 -지금은 유니온에서 구하기 힘든 채소, 곡물, 약초, 기계부터 시작해서 없는 것이 없어요. 이전 인류가 썼던 물건들은 물론 심지어 여자까지도…….

 “그렇구나!”

 누가 어떻게 그런 물건들을 구하는지 몰라도 공공연하게 그런 물건들이 유통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놀라웠다. 어쩌면 자신에게 이 벨을 보낸 남자도 이런 곳을 이용했을 것이다. 그 물건들 대부분이 하룬이 처음 듣는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비싸겠지?”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정보를 검색해 보니 현금 거래만 한다는데요.

 “현금 거래라……. 뭐, 하긴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유니온에서 개인에게 열어 주는 계좌는 입출금이 철저하게 감시되는 만큼 현금 거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기라도 그런 거래는 피할 테니까. 세금은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을 것이다.

 “좋아, 한번 가 보자. 일단 여기에서부터 가는 지도를 좀 뽑아줘.”

 -네, 금방 빼 드릴게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모든 정보를 검색해서 그 물건들의 시세를 대충이라도 좀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어.”

 -알았어요, 오빠.

 그렇게 암시장의 위치를 파악하고 각종 정보를 찾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에 1시간이 흘렀다.

 경매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에 정신을 차린 하룬은 다시 눈앞에 사이트 화면을 띄웠다.

『아이템 생체 마나석의 경매가 종료되었습니다. 1시간 한정 경매 최종 낙찰가는 118골드입니다. 수수료 10%는 선입금해주시고 거래 당사자 간에 약속을 정하셔서 아이템과 현금을 교환하시면 됩니다. C급 거래로 인해 래프 님의 차후 거래부터는 1%의 수수료 할인이 발생합니다. 계속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됐어!

 마나석 하나에 118골드면 수수료 11골드 80실버를 제하고도 106골드 20실버, 현금으로는 742만 원이 넘는다. 번듯한 직업도 없이 살아온 하룬으로서는 태어나서 가장 큰 돈을 한번에 벌어들인 것이다. 가슴이 벌렁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화면에 메시지 창이 떴다.

 -해란 님으로부터 대화 신청입니다. 응하시겠습니까?

 해란은 낙찰자의 닉네임이었다.

 “네.”

 -해란이에요. 지금 어느 구역에 계신지 모르겠지만 암시장으로 오실 수 있나요? 전 거기서 장사를 하거든요.

 -가능합니다. 시간은요?

 -지금이 오후 5시네요. 장사 준비로 좀 바쁘니 7시 어때요? 어차피 아이템을 넘겨받으려면 캡슐방을 이용해야 하니 제가 있는 곳으로 오세요. 암시장 대장간 파트로 오시면 ‘작살’이라는 상점이 있어요.

 -알았습니다. 그럼 2시간 후에 거기서 뵙지요.

 -참! 저랑 쌍둥이가 있는데 헷갈리시면 안 돼요. 전 입술 위에 점이 있어요.

 -네.

 대화체도 그렇고 닉네임도 그렇고 상대는 여자였다. 그런데 대장간에서 일을 한다니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일단 움직이자! 오늘은 가서 암거래만 하고, 일단 시세를 확인하고 오는 거야!’

 벨도 하룬의 의견에 동의했다. 암거래 시세는 인터넷을 통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이 상수였다. 확인하고 나서 아이템 거래를 더 하든지 아니면 가지고 있는 골드화를 환전하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밖에 나가는 것은 오랜만이네.’

 생각지도 않았던 양부의 선물인 벨로 인해 비욘드를 시작하고 나서 캡슐 밖으로 나온 게 몇 번 되지 않았다. 그만큼 벨은 그에게 편안한 게임 환경을 제공해 주었고, 비욘드의 세상에 푹 빠진 하룬은 현실로 굳이 기어 나올 일이 전혀 없었다.

 자동영양공급 장치나 수면 장치를 가진 최상급 캡슐이라고 하더라도 배설이나 몸을 씻으려면 로그아웃을 해야만 했지만 벨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떻게 처리를 하는지는 몰라도 배설은 알아서 처리를 해주었고, 씻는 것도 샤워 정도는 가능했던 것이다.

 ‘내 생일날 비욘드가 출시되었고, 비욘드 시간으로 5개월이 훨씬 넘었으니 현실로는 거의 두 달 만이네.’

 캡슐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이제까지는 전혀 나가고 싶지 않은 현실 세계였는데 암시장에 간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껏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마음이 설레는 하룬이었다.

 하룬은 오랜만에 현실에서 샤워를 했다.

 벨의 놀라운 기능으로 비욘드에서 샤워를 하면 현실에서도 샤워한 것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달랐다. 일단 물의 감촉이 많이 달랐다. 비욘드의 물은 신선해서 그런지 진하고 상쾌한 물 냄새가 났는데 현실에서는 화학약품 냄새도 나고 감촉도 상쾌하지 않았다.

 “머리가 제법 많이 자랐네.”

 샤워를 마친 후 거울을 보니 앞머리가 눈을 덮을 정도로 길게 자라 있었다.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어차피 두건을 얼굴에 두를 테니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욕실에서 나온 하룬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항상 입고 다니던 낡고 긴 외투를 걸치고 낡은 두건을 머리에 둘렀다. 현실세계는 언제나처럼 더럽고 오염된 먼지바람이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금 나온 비욘드의 세상이 그리웠다.

 벨의 정겨운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지만 먼지바람이 거세게 부는 거리를 걷는 동안 하룬은 아는 얼굴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퇴근 시간이어서 지나는 사람들은 꽤 많았지만 그가 아는 얼굴도, 그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이럴 때는 좀 쓸쓸하기도 했다. 뭐, 이제는 포기하고 살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삶은 가끔 외로울 때가 있다. 자신이 만든 결과지만 한편으로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폐쇄된 지하도의 입구는 그가 살고 있는 F구역에서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다. 걸어서 약 30분 정도의 거리였다. 한 번도 직접 가 본 적은 없지만 공공근로를 했을 때 자기磁氣버스를 타고 가면서 지나친 적은 있었다.

 퇴근 시간이라 공중으로 난 수십 층의 자기도로는 지나는 버스들과 택시 그리고 자가용들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잡했다. 구역마다 세워진 높은 자기 도로 정거장 건물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시간만 되면 유일하게 살아있는 것처럼 활력이 넘치는 유니온이다.

 ‘물론 나같이 소외되고 격리된 인간들도 많겠지만…….’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기라도 하듯 하룬은 부지런히 다리를 놀렸다. 먼지바람 떄문에 그처럼 굳이 걷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어서 지면에 만들어진 도로는 오히려 한산했다. 자기 도로망과 수없이 많은 정거장 건물 때문에 사람들은 오래 걷지 않아도 집으로 금방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만! 혹시 메신저 워킹이 여기서도 통할까?’

 벨의 말대로라면 비욘드에서의 능력을 현실에서도 똑같이 쓸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비약적으로 변화된 그의 몸과 근력만 봐도 이것은 사실이었다.

 액티브 스킬처럼 게임상의 프로그램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벨의 뛰어난 기능을 통해 직접 몸과 머리로 이해하며 익힌 패시브 스킬은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

 마침 신고 잇는 신발은 샌들이었다. 스킬을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에 좋은 신발이었다.

 굽이 높고 질긴 가죽으로 만든 부츠가 유니온에서는 일반적인 신발이지만 하룬의 그전 상태로는 그런 비싼 신발은 그림의 떡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 한 마디씩 쌓이는 먼지 때문에 샌들을 신고 다니면 먼지가 달라붙는 것은 물론 오염 물질 때문에 몸에도 좋지 않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 보자!’

 발바닥 전체에 주의를 집중했다. 발가락과 뒤꿈치 그리고 움푹 들어간 발바닥으로 분리시킨 주의력을 이용해서 힘을 적당히 배분하고 걷기 시작했다. 땅에 닿는 순간은 발바닥에 힘을 가해 마찰을 줄이고, 땅을 박차는 순간은 발가라겡 힘을 주어 탄성을 높였다.

 비욘드에서는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항상 그렇게 걸어서 힘의 배분이 익숙했던 터라 금방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사사사!

 하룬의 몸이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메신저 기사단의 비전인 메신저 워킹 스킬이 현실에서 펼쳐진 것이다.

 정교한 호흡과 함께 의식이 집중된 발바닥은 땅에 닿는 순간 묘하고 이상한 느낌의 기운을 순간적으로 빨아들였다.

 ‘이게 마나? 아니지, 현실이니 기氣라고 하는 것인가?’

 발바닥 중앙의 움푹 들어간 곳을 중심으로 기가 조금씩 쌓이자 그 부분이 간질거렸다. 살면서 현실에서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기묘한 감각이었다.

 기의 개념과 그 존재는 이미 이전 문명에서도 어느 정도 밝혀진 바가 있었다. 하지만 그 기는 비욘드의 세계에서 말하는 마나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마나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과학기술을 신봉하던 이전 문명에서는 단지 치료나 정신 수련에 이용된 것에 불과했다.

 더구나 배리어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환경을 가진 현대에는 옛 문명의 확인되지 않은 지식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일반 사람의 경우 30분 거리인 암시장까지는 예전의 허약했던 하룬의 걸음으로 1시간 거리였지만 메신저 워킹을 펼치니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체력이 올라간 것도 한몫했지만 현실에서도 쓸 수 있는 스킬 덕분이었다.

 금방 목표했던 곳이 나타났지만 하룬은 걸음을 돌려 집 쪽으로 다시 움직였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한두 번 더 왕복해서 현실에서도 스킬을 몸에 확실히 익혀 놓자.’

 그렇게 집까지 왔다가 다시 암시장으로 가던 도중에 하룬은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이제까지 정교한 호흡과 동작을 통해 땅에서 빨아들여 발바닥 중앙의 한 곳에 쌓였던 기의 일부가 발가락들이 땅을 박차는 순간 가스를 분사하듯 뿜어진 것이다. 그 때문에 발은 강한 추진력을 받아 마치 뛰는 것처럼 보폭이 커지고, 몸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졌다.

 비욘드에서도 메신저 워킹 스킬을 틈나는 대로 수련했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한 적은 없었다. 늘 동료가 있었기에 정신을 분산시켜야만 했던 것이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마나를 빨아들일 정도까지 발전했지만 이렇게 마나를 폭발가스처럼 분사하는 경지는 현실에서가 처음이었다.

 하룬은 걸을수록 신이 났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걸음은 마치 뛰는 것처럼 빨라지고 있었지만 피로도가 증가하기는커녕 몸은 더 가벼워지고 쌓이는 기 때문인지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게임에서 사용하던 스킬을 현실에서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잘하면 소드 마스터리에 있는 센스 소드 스킬까지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가장 자신 있는 비도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검술이나 암기술이 아닌 이것만으로도 그는 새로운 능력을 갖춘 것이다. 무능력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았던 그 비참했던 시간들의 기억이 한순간에 날아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 1시간 거리를 20분에 주파했던 하룬은 돌아가는 길인 두 번째는 2분을 줄였고, 다시 출발한 세 번째는 3분을 더 줄일 수 있었다. 하디만 아쉽게도 그 후로는 시간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다. 쌓이는 마나의 양은 미세하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어떤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원래 예정한 1시간을 메신저 워킹 수련으로 채운 하룬은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치며 보았던 낡은 건물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암시장이 있는 곳이군.”

 오래전에 폐쇄된 낡고 위험한 장소라서 당연히 인적이 끊어져야 정상이지만 지금 이곳은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로 혼잡했다. 각양각색의 신분과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 인파면 유니온에서 가장 붐비는 마트에 비할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유니온에서 살아왔는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이르긴 하지만 구경하면서 천천히 가면 되겠지.”

 하룬은 다 무너져 가는 역 건물로 일단 들어갔다. 입구부터 각종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좌판을 펼쳐 놓고 호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주로 파는 것은 유니온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오래된 물건들이었다.

 레코드라 불리는 낡은 사각형의 본체와 동그란 판, 태엽을 감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인형, 충전하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음악 저장 장치, 가스를 사용해서 음식을 조리하는 조리기구와 숯을 사용하는 구이 세트, 핸드폰이라고 불렸던 휴대전화…….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전부 기록영화에서 보았던 낡고 오래된 것들이었다. 대부분이 휴먼들이 아니라 이전 인류가 쓰던 물건들이다. 이전 문명과 과학적 기반이 다른 휴먼들의 물건과 그 기능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동력을 사용하거나 다른 쓰임을 가진 골동품들의 존재는 정말 신기하고 새로웠다. 아마도 사람들은 장신을 위해서나 혹은 수집 취미를 위해서 이런 것들을 구입하리라.

 지하도는 길었다. 어떻게 한 것인지 몰라도 지하도의 천장에는 백 년도 훨씬 넘었을 전등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비욘드의 상가에서 보았던 것처럼 네 방향으로 갈라진 지하도에는 각각 다른 물건들이 팔리고 있었다. 일단 수공품들과 이전 인류가 입었던 의류와 가방 같은 소품들이 한 방향을 차지했고, 식료품들이 또 한 방향을 차지했다. 그쪽으로는 많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서로 흥정하고 있어 지나가기도 힘들었다.

 언뜻 보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각종 야채와 과일 그리고 물고기를 비롯한 해산물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새삼 자신이 너무 세상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 하룬이다.

 다른 곳은 유니온에서 거래되는 물품들이었지만 어둠의 경로를 통해 나온 것들이었다. 특히 전자기 제품들이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하룬이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게임 캡슐이었다. 시중에서는 300만 원에 팔리는 보급형 게임 캡슐이 여기서는 그 절반이 조금 넘는 180~200만 원에 흥정되고 있었다.

 ‘나중에 여기도 꼭 들러야겠구나!’

 더 안쪽까지 들어가 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뭔가 유용한 것들이 거래되고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마지막 방향은 지나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기계들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선반, 밀링, 발전기와 같은 기계류들이 전시된 이 거리는 기계를 직접 깎는 소음으로 말할 수 없이 시끄러울뿐더러 현 문명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오일류가 풍기는 냄새들로 지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기계류는 본 적이 없어서 소음과 냄새를 꾹 참고 한참을 들어가자 직접 쇠를 다루는 대장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런 곳이 필요한지 알 수 없지만 수요가 있으니 이들이 존재할 것이다. 정밀 로봇 기계를 이용하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요즘 세상에 직접 망치와 모루로 쇠를 다루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암시장이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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