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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200화 (완결) (200/200)

제200화. 안녕! 안녕? (2)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입사한 박성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어쩌다 보니 박성진 입사에 맞춰 배우 부서 매니저들이 총집합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서로의 스케줄이 맞춰져 한데 모였다.

“여기는 송민희 매니저 김명성 팀장이고 그 옆은 홍승기 매니저 한석호야. 그리고 나는 현재 이예진, 안재성을 맡은 김현진 실장이야. 잘 부탁한다.”

“선배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내 소개가 끝나자 박성진이 허리를 구십 도로 속이면서 인사했다.

“잘 부탁해요.”

“나이 몇이세요? 나보다 어리신가?”

박성진의 인사를 받은 둘이 각자의 성격대로 박성진에게 말을 걸었다.

“나이는 스물일곱입니다!”

“아… 형이네.”

“저보다 먼저 입사하셨으니 선배님이죠!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동생처럼 대해주십쇼!”

“그럴까?”

“한석훈!”

내 외침에 한석훈이 움찔하더니 금방 능구렁이처럼 대꾸했다.

“농담이에요. 농담. 거, 살벌하게 반응하시네.”

“하하하.”

한석훈이 투덜대자 김명성이 힘차게 웃었다.

“명성아….”

“왜요? 유쾌하잖아요.”

“에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차분하던 김명성조차 한석훈에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한석훈을 보면 가끔 서지영이 생각났다.

각자 개인 전담으로 맡아서 다행이지, 팀으로 움직였으면 난 울화통 터져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원래 이렇게 다 모이는 경우가 힘든데 어떻게 다 모이게 됐네. 다들 좋은 사람들이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실장님. 그럼 성진 씨는 누구 담당이에요? 재성이 형은 형이 계속 담당하셨잖아요. 예진 선배님으로 넘어가나?”

“음… 그건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 할 거 같아.”

“둘 다 현진바라기 잖아요.”

“음….”

한석훈의 말에 박성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한석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둘 다 실장님을 끔찍이 좋아하거든요.”

“아….”

박성진이 선망 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괜한 환상인데, 저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 당분간 예진 선배님 피해 다녀야겠다. 저번에 실장님이랑 대판 싸우고 나서 엄청 예민하셨는데. 근데 그때 왜 싸우셨죠?”

“작품 때문에. 난 쉬자고 이야기했는데 본인은 극구 더 하자고 하길래.”

“원래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한석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이예진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하고 나서 이예진은 쉰 적이 없었다.

드라마 두 개 영화 두 개를 찍었다.

성적은 넷 다 나쁘지 않았는데 마녀만큼의 흥행을 이루지 못해 이예진이 몸이 달아있는 상태였다.

“2년 동안 쉴 틈이 없었잖아. 번아웃 오면 훅 가.”

“하긴. 그렇죠.”

옆에 있던 김명성이 공감된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민희는 좀 어때?”

“좀 나아졌어요.”

김명성이 여전히 안색이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송민희는 이신형 감독 영화를 찍고 번아웃 상태였다.

이유는 과도한 감정 몰입으로 인한 우울증이었다.

영화는 꽤 잘 되었으나 송민희가 배역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배역에 집어 삼켜지면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 많이 케어해줘.”

“네. 그래야죠.”

김명성과 대화가 끝나자 나는 주의를 끌어올 요량으로 박수를 한번 쳤다.

짝!

“자! 그럼 해산하고 각자 할 일 하러 갑시다. 성진이는 나 따라오고. 예진 누나랑 재성이 소개해줄게.”

“네!”

이예진과 안재성은 지금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다.

둘 다 오늘 박성진을 소개해줄 겸 작품 이야기도 할 겸 해서 회사에 와 있었다.

* * *

“…그러니까 이 작품이 뭐가 이상한데?”

“누나. 마녀처럼 이미지 변신이 만능은 아니에요. 이건 안 어울리잖아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그때는 어울렸니?”

“그때는 괜찮았죠. 어찌 됐든 허용 범위였으니까요. 근데 이건 아니라니까요. 현진이 형도 똑같은 말 할걸요?”

이예진이 안재성의 말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누나. 누나 이예진이에요. 자신감 가지셔도 된다니까요.”

“자신감은 당연히 있지. 내가 누군데.”

휴게실에 들어가자 이예진과 안재성이 우리가 온 지도 모르는지 작품에 관해 열심히 토론하고 있길래 얌전히 지켜봤다.

둘이 언제부턴 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친해졌는데 종종 이렇게 작품에 대해 피드백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흠흠.”

내가 헛기침하며 인기척을 내자 둘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어머, 왔어?”

“안녕하세요.”

둘의 인사에 손을 들어 흔드는 거로 대신 답했다.

“옆은 누구?”

“우리 부서로 새로 들어온 매니저. 이름은 박성진이고 나이는 스물여섯.”

“안녕하십니까! 박성진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박성진이 아까처럼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반가워요. 근데 누구 전담이시지?”

박성진의 인사를 받은 이예진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게… 아직 정해지지 않긴 했는데요.”

“우리 둘 중 한 명인가 보네요?”

“아마…도?”

내 말에 이예진과 안재성이 서로를 쳐다봤다.

“재성이는 현진이랑 오래 했으니까 이제 다른 사람이랑 할 때도 됐지?”

“에이. 오래 했으니까 쭉 해야죠. 누님이 양보해주시죠? 그러고 보니 현진이 형이 누나 이제 좀 쉬라면서요? 바쁜 실장급 붙잡고 계시지 마시고 쉬엄쉬엄 일 하시죠?”

“뭐? 우리 재성이 많이 컸네?”

“제가 좀 크긴 했죠. 하하.”

둘이 하하 호호하면서 말하는 게 꽤 살벌해 보였다.

어쩌지.

이런 상황은 생각을 못 했는데.

“큼….”

절로 침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자 눈싸움을 하던 둘이 나를 쳐다봤다.

“나야, 얘야?”

“저에요, 누나예요?”

둘이 동시에 내게 말하는데 참 난감했다.

“그럼 우리 신입한테 결정하라고 할까요?”

내 말에 박성진의 눈빛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렸다.

미안. 나도 좀 살자.

“성진 씨라고 했죠? 저랑 같이하면 좀 힘들 거에요. 제가 좀 예민해서요. 감당할 수 있으면 저 고르세요.”

“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안재성이 혀를 차며 이예진에게 투덜거렸다.

그러자 이예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떻게 잡은 현진인데 놔줄 수 있겠니?”

“그래봤자…. 누나 밀릴 텐데요?”

안재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희진이 왔잖아요.”

안재성이 나를 슥 보면서 말했다.

“흥. 그 꼬맹이….”

이예진이 안재성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만, 희진이?

“희진이 이야기가 왜 나와?”

“어? 만나고 온 거 아니었어요? 인사하고 나갔는데.”

내 물음에 안재성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희진이? 왔었어?”

“네.”

안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자 이예진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신희진이 와서 한바탕한 모양이었다.

예전에도 이예진이랑 신희진이랑 만나면 항상 한바탕 한 거 같은데… 아직도 그러나.

“앙칼진 꼬맹이가 오랜만에 만나고 와서 하는 소리가… 어휴. 선배 알기를 뭐로 아는 거야 얘는? 방송 짬밥 먹더니 겁대가리가 없어졌어.”

“늙은 마녀.”

“야!”

풉.

신희진이 이예진 보고 늙은 마녀라고 했나 보다.

둘이 사이가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럼 희진이는 어디 갔어?”

“여기 와서 이야기 좀 하다가 형 만나러 간다고 하고 나갔는데… 엇갈리셨나 본데요?”

“그럼, 나 잠깐 사무실 좀 갔다 올게. 성진이는 여기서 두 사람이랑 이야기 좀 하고 있어.”

“네?? 네???”

박성진이 내 말에 당황한 듯했다.

사실 지금 교통정리를 해줘야 했는데 이것보다 조금 중요한 일이 생겨버렸다.

이렇게 두고 사무실 갔다 오면 알아서 정해져 있지 않을까.

박성진에게 폭탄을 넘기고 나한테 떨어진 폭탄을 처리하러 사무실로 돌아갔다.

* * *

사무실로 돌아오자 낯익은 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성도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화사한 미소와 함께 내가 알던 얼굴이 보였다.

“오빠!”

신희진이 반가운 얼굴로 내게 덥석 안겨 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밀어냈어야 했는데 엉겁결에 안아버렸다.

잠깐의 포옹 후 신희진이 떨어졌다.

오랜만에 본 신희진은 한층 더 예뻐졌다.

헤어질 때만 해도 조금 앳된 모습이었는데 2년 사이에 더욱 성숙해져 있었다.

애들의 모습은 기사 사진이나 영상으로 가끔씩 봤지만, 확실히 실제로 보니까 더욱더 느껴졌다.

신희진이 이내 조금 전까지 반가웠다는 표정은 어디로 가고 잔뜩 뿔이 난 표정으로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콘서트도 안 오고… 연락도 잘 안 하고….”

“콘서트는 시간이 안 됐어. 진짜야. 연락은 단톡으로 가끔 했잖아.”

“좋아요. 콘서트? 그렇다 쳐요. 연락? 바빠서 가끔 할 수도 있다 쳐! 일적으로는 끝났으니까! 근데! 그래도! 우리 활동하는 내내 어쩜 한번 얼굴을 안 비춰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었어요?”

내 변명에 신희진이 눈에 쌍심지를 켜며 나를 쏘아붙였다.

나는 준비된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너희가 바빴잖아. 작년 내내 해외투어만 돌았으면서. 한국에 있는 시간보다 해외에 있는 시간이 더 긴 거 알아? 그거 말고 너희 볼 시간이 어딨어? 어?”

“체.”

내 말에 신희진이 할 말이 없는지 인상만 찌푸렸다.

“그럼 한국 콘서트는 왜 안 왔어요? 표도 보내줬는데.”

“아니… 방금에도 말했지만, 그때는 진짜 스케줄 있어서 못 갔다니까. 중요한 영화 미팅 있었어. 단톡에도 인증샷 올려줬잖아?”

“네, 네. 어련하시겠죠~”

신희진이 눈을 흘기며 내게 말했다.

방어 성공인가?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여기 오기 전에 제가 예진 언니랑 재성 오빠 만났거든요?”

“응.”

나도 신희진이 왔다는 걸 알려줘서 사무실로 온 거였으니까.

근데 신희진이 그냥 평소 말하듯 말하는 것 같은데 왜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걸까.

신기하게도 이 느낌은 빗나간 적이 없었다.

“예진 언니가 오빠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던데?”

“어?? 그건… 예진 누나랑 일하면서 조금 편해지다 보니까….”

“누나??”

반문하는 신희진의 눈빛이 마치 귀기가 서린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생긋 웃으며 말하니까 더 기괴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내 등줄기에서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무 말 대잔치가 필요할 때다.

“어…. 참! 여긴 근데 왜 왔어?”

“?”

내 물음에 신희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연락 못 받으셨어요?”

“어?”

무슨 연락 말하는 거지? 금시초문인데.

“저. 이제 연기자 할건데요.”

“아니, 그건 듣긴 했는데….”

내 말에 신희진이 갸우뚱하더니 말을 이었다.

“스타즈 활동은 한 분기만 하잖아요. 준비 1달. 활동 1달. 콘서트 1달. 해서 총 3달이에요. 나머진 개인이 희망하는 분야로 활동할 수 있게끔 재계약했어요. 그리고 제 희망 분야는 연기고요. 콘서트 투어 돌면서 진짜 연기 생각 많이 났어요.”

“…그래.”

이전에 대표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신희진이 풀어서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2년 전 발리에서의 신희진과 겹쳐 보였다.

그리고 묻어뒀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내 상념과 상관없이 신희진은 밝은 얼굴로 입에 모터를 단 듯 재잘재잘 말을 계속 뱉어냈다.

“그리고 또…….”

그간 쌓아 왔던 이야기를 하려는 듯 끊임없이 말이다.

자, 그럼 이제 또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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