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96화 (196/200)

제196화. 그들의 마지막 앨범 (2)

“이번 미니 앨범도 민 팀장이 진행했으면 합니다.”

“음… 그거와 관련해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네.”

내 말이 끝나자 민서희 팀장이 끼어들며 말했다.

나를 보며 생긋 웃는 모습에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애들이 이번 미니 앨범은 꼭 김 팀장님이랑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랑요…?”

“네. 이번이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활동이라면서요?”

“네.”

“그렇다고요.”

“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그러니까 스타즈는 이번 앨범을 끝으로 나와 이별을 하게 되니, 애들이 이번 앨범 작업은 나랑 하고 싶다는 건가.

“예전에 애들이랑 앨범 같이 작업하셨잖아요? 이번에도 그때랑 똑같이 하시면 돼요. 느낌대로.”

“음….”

그때는 이것저것 내가 잘 알던 때고… 지금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내가 고민하자 민서희 팀장이 나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박혔다.

“이런 애들을 놔두고 간다니, 참….”

“놔두다뇨. 말씀이 좀… 그리고 다 들립니다.”

“어머. 제가 뭐 틀린 말 했나요? 그리고 들으라고 한 말인데요?”

“크흠.”

반발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이내 회의를 진행하던 기획팀장이 내게 물어왔다.

“김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 팀장님 말처럼 예전에 한번 프로듀싱 한 적도 있으시니까 무리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머, 예전에 그 패기 넘치던 분 어디 가셨나 몰라.”

나를 툭툭 건드리는 민서희 팀장을 쳐다봤다.

내가 쳐다보자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왜 이렇게 얄밉지.

“그때랑 지금이랑은 또 다르니까요.”

“그럼 김 팀장님은 이번 미니앨범 프로듀싱은 못 맡겠다는 말씀이시죠? 저번과 같이 민서희 팀장에게 맡기자는 쪽이시고요?”

“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기획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민서희 팀장이 손을 들며 말했다.

“이건 저랑 김현진 팀장이랑 따로 이야기해도 될까요?”

“음… 네. 그러시죠. 어차피 정인수 대표님이 이번 앨범 오더도 김현진 팀장의 의견에 따르라는 오더가 있었기 때문에 두 분이 합의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 나올 이야기는 없을 거 같으니 그럼 이번 회의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기획팀장의 말에 회의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하곤 썰물 빠지듯 회의실을 나갔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가려던 찰나에 민서희 팀장이 내게 눈짓으로 앉으라 무언의 압박을 해, 나는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자 회의실에는 나와 민서희 팀장 둘만이 남게 되었다.

민서희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실래요?”

“방금 회의에서 이야기 드렸듯이 민서희 팀장님이 진행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아치자 민서희 팀장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에휴, 진짜 똥고집이시네. 그냥 이번 앨범은 애들이랑 같이 해줘요. 정 부담되면 내가 도와줄게요. 왜 그렇게 내빼요?”

“으음….”

민서희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다른 것보다 애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앨범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부담됐다.

괜히 내가 손댔다가 시장 반응이 뜨뜻미지근하거나 트렌드에 맞지 않는 곡이 나와 버리면 애들 볼 낯이 없을 것 같았다.

“원래 이렇게 걱정이 많았던 사람이 아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하하….”

확실히 그간 내 이미지는 불도저였다.

그냥 일단 밀고 들어가는.

“뭐가 고민되는데요? 한번 말해 봐요.”

“제가 앨범에 손대서 더 좋은 퀄리티의 곡이 나올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요.”

“예전엔 있었고요?”

“네.”

내 대답에 민서희 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 참. 지금은 왜 없나 몰라.”

“…….”

이번에도 혼잣말이 아닌 혼잣말을 했다.

다 들립니다. 들려요.

“후… 좋아요. 이제 애들한테 가실 거죠?”

“…네.”

“거기 가서 다시 이야기하죠.”

나와의 대화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자 민서희 팀장이 한발 물러났다.

아무래도 애들과 같이 설득할 모양이었다.

* * *

“준비는 서희 언니랑 우리가 할 거예요. 오빠는 같이 와서 어떤지만 알려 주시면 돼요. 왜, 저번 Fairy 때 잘하셨잖아요.”

“음….”

이나라가 쉬운 문제 풀 듯 간단한 어조로 말했다.

내겐 쉬운 문제가 아닌데.

“왜요? 뭐 문제 있어요?”

“이제 너희들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도 했고, 민 팀장님의 경우에는 지금 트렌드에 빠삭하잖아. 내가 이제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그건… 그렇긴 해요. 그렇지만 저희는 오빠의 기획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그걸 Fairy 녹음할 때 느꼈어요. 정해진 컨셉을 활용하는 거나 노래 녹음할 때 가수가 편하게 감정 잡을 수 있게 가이드 짜준다거나… 막무가내로 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구요.”

“그건 인정. 저도 괜히 말하는 게 아니랍니다?”

이나라의 말에 민서희 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는 정말 뭣 모르고 눈 뒤집혀서 진행할 때였다.

그런데 공부하면 할수록 그때 내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알게 되었다.

사실 그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 운이 이번에도 작용할까?

“오빠의 미래를 위해 떠나는 거? 어 인정. 좋다 이거예요. 근데 이번 앨범은 왜 같이 안 하려 하는데요? 이미 같이해본 경험도 있으면서.”

“으음….”

유미소가 내 태도에 의아하듯 물고 늘어지자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애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네!”

내 물음에 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대답했다.

그 모습에 괜히 마음이 찡했다.

“뭐, 이상하다 싶으면 저희가 거를게요.”

“뭐?”

“저희도 이제 프로라구요, 프로. 갓 데뷔한 신인이 아니란 말씀! 이제는 아니다 싶은 건 거를 정도의 실력은 된다고요.”

“허허허….”

서지영이 어깨를 쭈욱 피면서 말했다.

콧대가 아주 에베레스트산만큼 올라갔네.

서지영의 유머러스한 행동과 말에 다소 경직됐던 분위기가 확 풀렸다.

이내 서지영이 민서희 팀장을 보며 말했다.

“근데 이번 앨범 컨셉이랑 노래는 아직 정해진 거 없죠? 생각해둔 거 있어요? 언니?”

“아직. 김 팀장님은 뭐 의견 없어요?”

민서희 팀장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노래는 모르겠다. 하지만….

“컨셉보다는 개인적으로 앨범 주제에 관한 건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

“뭔데요?”

“시간? 혹은 관계?”

“오… 느낌 괜찮은데요?”

애들이 내 말을 듣더니 생각에 잠겼다.

지금 생각한 키워드는 내가 애들을 보면서 떠올린 키워드였다.

시간은 시간을 거슬러 애들을 다시 만나게 해준 것에 대해 떠올린 키워드였고, 관계는 애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말한 키워드였다.

내 말을 들은 서지영이 손을 번쩍 들었다.

“어! 그거 들으니까 저 지금 막 떠오르는 게 있어요!”

“나도 뭔가 떠오를 듯 말 듯….”

서지영이 눈을 빛내서 말하자 옆에 있던 박혜연도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늘 그럼 회의 끝이죠? 저 동현 삼촌한테 가볼게요! 저 작업실 가 있을 테니 저 찾으실 땐 거기로 와주세요!”

서지영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 뒤 바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도요!”

박혜연도 뛰쳐나간 서지영을 따라갔다.

그렇게 나간 둘을 남은 애들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했다.

저런 모습이 애들 사이에서 종종 있었던 듯했다.

“그럼 저희 연습실에 가 있을게요. 변동 사항 있으면 나중에 다시 알려주세요.”

이나라가 일어나며 내게 말했다.

“어? 어….”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화이팅!”

“할 수 잇서요.”

이나라의 말을 끝으로 애들도 내게 한마디씩 하며 일어나더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앗! 하는 사이에 회의실에는 나와 민서희 팀장 둘만 남게 되었다.

“애들이 왜 김 팀장님이랑 하고 싶다고 말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애들은 같이 하는 거에 의의를 두는 거예요. 참 부러운 사람이네요. 김현진 팀장님은.”

“…….”

민서희 팀장이 부럽다는 눈으로 내게 말했다.

그리고 민서희 팀장의 말이 내 마음을 건드렸다.

“네. 저한테 과분한 애들이죠… 좋아요. 한번 잘해봅시다. 잘 부탁드립니다. 민 팀장님.”

민서희 팀장에게 말하면서 악수하자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민서희 팀장도 화답하듯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악수했다.

잘 만들어서 끝내면 될 걸 뭐 때문에 두려워했을까.

그래. 못 먹어도 고다.

일단 해보는 게 맞다.

지금 있는 이 자리가 그렇게 걸어온 길이지 않았던가. 잊지 말자.

* * *

내가 앨범 기획에 합류하게 된 이후 제일 먼저 한 행동은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펴보는 거였다.

물론 팬들이 원하는 게 전부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의외로 팬들이 원하는 거에서 정답을 찾기도 한다.

└애들 컴백 언제 하나 ㅠㅠㅠ

└희진이 드라마 끝났으니까 준비해서 하지 않을까?

└여름은 걸그룹 컴백시즌이니까 무조건 할 듯

└이번엔 뭐로 나오려나??

└계속 여리 여리한 컨셉으로 했으니 이번에도 또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뭐가 됐든 일단 나왔으면 좋겠다… 기다리기 너무 힘듬 ㅜㅜ Y앱도 요즘 잘 안하고 지영이 고정프로도 종료했잖아

└22222

그룹마다 색깔이 있다.

그 색깔을 지키면 일단 기본은 한다.

팬들이 그 그룹에 빠진 건 그 컨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4, 5년 차에 자신이 지키던 컨셉을 버리고 몰락한다.

4, 5년 차에 이러는 이유는 그룹의 이미지 소모가 될 대로 되어 변화를 주고 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렇게 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있던 팬들마저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익숙하게 봐왔던 그룹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그룹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타즈가 한 컨셉을 나열해보면 사랑스러움, 귀여움, 몽환적인, 요정, 발랄함이다.

이번 앨범 주제는 시간과 관계.

컨셉은 뭐가 좋을까.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 같은 동화 속 컨셉도 괜찮을 것 같았다.

기존 컨셉을 지키면서도 신선한.

내 생각이 맞는지 팬들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내가 올린 글을 찾아 들어갔다.

[※다음 컨셉을 유추해 봅시다.]

애들이 활동이 없으면 애들에 대한 떡밥이 없기에 이런 글을 올리면 꽤 건전한 토론이 가능했다.

엔터는 팬들에게 이미지를 파는 사업이다.

그럼 고객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별님분들은 어떤 컨셉이 스타즈에 가장 어울리는 것 같으세요? 이제는 걸 크러시 같은 것도 할 때가 된 거 같지 않나요?]

└나는 걸 크러시 조금 부정적임. 물론 애들이 어떤 걸 하든 좋아할 자신이 있지만… 아직 애들이 전부 성인도 아니고 귀엽기만 해서…

└나도 위 댓글에 동의

└걍 애들은 순수하게 나오는 게 최고임. 아직까진 와꾸랑 무대로 압살 가능. 어쭙잖게 컨셉 변화했다간 이도 저도 안 될 듯.

└저번에 Fairy 활동할 때 몽환적인 느낌이 좋던데. ㄹㅇ 신비스러웠음. 나 그때 무대 보고 입덕함.

└22222 애들 진짜 요정 같더라.

└동화같은 것도 괜찮지 않을까? 오즈의 마법사나 숲속의 공주님이나 신데렐라 같은 것도 어울릴 거 같은데

└오… 그럴싸한데?

중간에 내가 동화의 이야기를 던지니까 자기들끼리 어떤 게 어울리네, 마네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반응이 꽤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 이번 컨셉은 ‘동화’로 가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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