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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92화 (192/200)

제192화. 발리에서 생긴 일 (3)

“너 진짜 못됐다.”

“왜요. 오빠가 그런 말 하면 안 되죠.”

“그래. 오구오구, 잘했다. 잘했어.”

“꺄핫.”

신희진과 대화하면서 래프팅 스타팅 포인트로 향했다.

신희진이 래프팅 파트너로 선택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처음에 장승훈을 쳐다보면서 장승훈을 선택할 것처럼 하더니 정작 신희진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나였다.

그 광경에 장승훈이 당황해 표정 관리를 못해 어버버했던 건 덤이었다.

아마 장승훈도 신희진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자기를 선택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았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바로 앞에서 이정연이 극 중 자신의 파트너를 택했기 때문이었다.

흐름상 신희진이 장승훈을 선택하는 게 맞았다.

근데 나를 선택하고 했던 말이 이런 위험한 스포츠는 듬직한 내가 좋을 거 같다며 나를 선택했다.

그 말에 장승훈의 표정이 썩어들어 간 게 킬링 포인트였다.

“오빠. 승훈 오빠 표정 봤어요?”

“봤지.”

“그러게 왜 자꾸 귀찮게 해서….”

“너한테 잘못 걸리면 국물도 없구나.”

“아셨으면 잘 하시라구요.”

“그래야겠다.”

신희진이 뿌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런 신희진을 보며 같이 걸어가는 게 왠지 모르게 설렜다.

마치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뭐 어떠냐는 생각이 충돌했다.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여전히 곤욕이었다.

그렇게 신희진과 함께 조금 더 걷자 래프팅 스타팅 장소에 도착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태닝을 한 남성이 우리를 보고 손짓했다.

“Hey! Come on!”

그는 우리랑 같은 구명조끼를 끼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입은 구명조끼를 보고 부른 것 같았다.

래프팅 초보자인 우리 둘만 보트에 탈 수는 없었다.

안전 요원 한 명과 함께 타게 됐는데, 문제는 나와 신희진 둘 다 영어 실력이 초급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나와 신희진이 그 손짓에 따라 남성에게 다가갔다.

“Hi.”

“Yeah, Hello.”

“어….”

내가 더듬거리자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피식 웃었다.

“한국인이니까 편하게 말하세요.”

“네? 한국인이세요?”

“네.”

어후. 다행이다.

안 쓰던 영어를 쓰려고 하니 울렁증이 왔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희진 씨 드라마 잘 봤어요. 여긴 일 끝나고 드라마랑 예능 보는 게 낙이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래프팅 끝나고 사인 가능할까요?”

“네, 물론이죠.”

안전 요원이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단정 지어 먼저 말한 건 신희진 덕분인 듯했다.

이런 곳에서조차 신희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꽤 신기했다.

예전에 해외로 리얼리티 프로그램 찍었을 때는 이렇게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발리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꽤 늘었다.

이게 드라마의 힘인가 보다.

안전 요원을 따라 보트로 향했다.

보트 앞에 도착하자 안전 요원이 웃음기를 빼고 사무적인 태도로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방향 지시해주는 곳으로만 가시면 큰 사고 없을 거예요.”

“네.”

“혹시라도 배가 뒤집히면 당황하지 마세요. 당황하면 황천길 갑니다.”

“…네.”

안전요원이 말하면서 살벌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신희진이 내 손을 꽉 붙잡았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내 손을 잡은 신희진 손을 두어 번 쥐여주니 신희진이 놀라 붙잡은 손을 재빨리 풀었다.

놀라서 반사적으로 잡은 듯했다.

우리 모습을 보던 안전 요원이 웃었다.

“농담이구요. 지시에만 잘 따라주시면 큰 무리 없이 즐기다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농담도 살벌한 농담을 하네.

“근데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요… 두 분 연인이세요? 비밀은 보장해 드릴게요.”

“네?”

“아뇨. 전 매니저입니다.”

안전 요원의 뜬금없는 질문에 신희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아, 그러셨구나. 희진 씨가 의지하시는 거 같아서요.”

“데뷔 때부터 같이 일했거든요. 붙어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까요.”

“아하.”

안전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신희진의 행동 때문에 묻는 듯했다.

신희진이 내 눈치를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

“다른 주의 사항은 아래에서 듣고 오셨죠?”

“네.”

“그럼 가볼까요?”

“네.”

안전 요원을 따라 보트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 * *

아찔하고도 재밌는 래프팅이 끝나고 난 후 점심이 되어 전통 음식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은 후 지금은 쨍쨍한 햇볕의 발리 해변에 나와 있다.

발리의 해변은 정말 아름다웠다.

바닷가가 투명하고 맑았고, 분위기가 너무 이국적이었다.

이래서 발리, 발리 하는 것 같았다.

“김 팀장님.”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장승훈이 와 있었다.

몸에 자신이 있는지 상의를 탈의한 모습이었다.

평소에는 옷에 가려져서 그런가 호리호리하게 근육도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 보니까 잘 잡힌 몸매였다.

하긴 몸이 재산인 배우라면 저 정도는 돼야지.

“네. 무슨 일이시죠?”

“드릴 이야기가 있어서요.”

“네, 말씀하시죠.”

“희진이… 너무 싸고도시는 거 아닙니까?”

“네?”

장승훈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는 대뜸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설마 희진이가 자기 밀어내는 게 회사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황당한 눈빛을 듬뿍 담아 장승훈의 눈을 쳐다봤다.

장승훈의 눈이 희번뜩 하는 게 보였다.

“회사에서 너무 속박하는 거 같은데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당최 모르겠네요.”

“아니, 그렇잖아요.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데. 제가 이렇게 물 먹은 적이 없거든요. 성인 남녀가 만나서 연애하는 게 나쁜 게 아니잖아요?”

미친놈.

모든 여자가 찍으면 넘어갈 거라 생각하는 미친놈이었다.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지금까지는 다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런 자신감이 올 만했다.

찍었던 드라마 상대 배우마다 사귀었다고 했던가.

“희진이가 아이돌이라 연애를 지양하라는 이야기는 했지만 무턱대고 막지는 않습니다. 그냥 희진이가 승훈 씨를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게 아닐까요?”

“아니! 그게 말이 안 된다고!”

내 말을 들은 장승훈이 흥분했다.

그 태도에 나도 목구멍까지 쌍욕이 차올랐지만 참았다.

여긴 보는 눈이 많았다.

장승훈의 외침에 지나가던 몇몇 사람이 우리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보는 눈도 많은데 그만하시죠.”

“그럼 회사에서 막는 게 아니다? 희진이가 자체적으로 미는 거다?”

내 말에 장승훈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하지만 흥분한 건 여전했다.

“네. 그런 거 같네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장승훈이 피식 웃더니 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멀어지는 장승훈을 보며 그의 광기 가득한 눈빛이 떠올랐다.

이걸 어쩐다.

일단 오늘은 신희진 옆에 쭉 붙어 있어야겠다.

저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누가 아나.

미친놈이 괜히 미친놈인 게 아니다.

마음을 먹자마자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희진을 찾았다.

찾는 건 쉬웠다.

김지선 작가와 계속 움직이기도 했고, 신희진이 입은 수영복이 특징짓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저 멀리 래시가드로 온몸을 꽁꽁 싸맨 신희진을 금방 발견했다.

여자 수영복 하면 비키니를 많이 떠올린다.

물론 신희진도 비키니를 소화할 몸매는 되었다.

스타즈의 운동량은 꽤 빡셌다.

그 스타즈 안에서도 몸매 관리 탑3 안에 들어가는 게 신희진이었다.

그러나 발리로 오기 전 신희진이 비키니를 챙기겠다고 해서 내가 뜯어말렸다.

장승훈도 마음에 걸렸고 어찌 됐든 수영복을 입으면 입은 모습이 찍힐 텐데 굳이 이미지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비키니 입은 신희진의 모습도 궁금하긴 했다.

남자로서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다.

나한테 톡 쏘던 장승훈이 바로 신희진에게 갈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옆에 꼭 붙어 있는 김지선 작가 때문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한테 먼저 와서 지랄하고 간 거였나.

어차피 장승훈과 마주칠 날도 이번 휴가로 끝이다.

김지선 작가와 웃으며 대화하는 신희진을 보며 생각했다.

남은 기간 동안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 * *

“지금 나가겠다고?”

“네!”

신희진이 늦은 밤 나를 불러내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나가고 싶다고 부른 거였다.

오후에 해변에서 아무 탈 없이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들어와 쉬고 있던 때였다.

“지금? 이 시간에?”

“네!”

“어디 가려고?”

“야시장이요!”

“야시장?”

“네!”

야시장이라. 발리에 야시장이 열리나?

“거길 왜…?”

“왜긴요. 가고 싶었으니까 가보려는 거죠. 해외 나오면 야시장 같은 곳 한번 가고 싶었다고요.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오잖아요.”

신희진이 몽롱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야시장에 대단한 건 없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야시장이 있는지였다.

“여기에 야시장이 있어?”

“있으니까 가겠다고 했죠.”

“그래? 근데 피곤하지 않아? 내일 가는 건 어때?”

“지금 가고 싶어요.”

“흐음….”

팔짱을 끼고 잠깐 생각을 해봤다.

다른 것보다 오늘 오후에 나한테 지랄하고 간 장승훈이 걸렸다.

물론 그 이후에 별다른 반응은 없어 다소 안심하고 있었지만, 장승훈도 우리와 같이 하루 더 묵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조금 불안했다.

신희진의 반응을 보니 꼭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 오늘이 안 되면 내일이라도 가자고 할 기세였다.

차라리 그럴 거면 오늘이 낫지 싶었다.

“그래. 가자. 어딘데? 위치는 알아?”

“네! 숙소에서 15분 거리예요!”

“지금 그대로 갈 거야?”

“지갑이랑 챙길 건 다 챙겼어요. 그냥 가면 돼요.”

“그래.”

신희진이 지갑과 핸드폰을 내게 보여주더니 흔들면서 말했다.

그렇게 같이 숙소에서 나와 밤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혹시나 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누가 따라오는 기색은 없었다.

“누가 와요? 왜 자꾸 두리번거리세요?”

“응? 아냐. 사생팬 붙었을까 그러지.”

“에이, 여기까지 와서 무슨 사생이에요.”

내가 얼버무리며 답하자 신희진이 웃었다.

스타즈가 인기 상승과 더불어서 사생팬들도 조금씩 붙고 있었다.

물론 여기까지 따라온 사생팬은 없었다.

따지고 보면 장승훈도 사생팬 수준 아닌가. 그것도 악질의.

그렇게 생각하니 우스웠다.

“왜 혼자 실실 웃어요? 같이 좀 웃죠?”

“아, 아냐.”

야시장으로 가면서 신희진은 들뜬 듯 재잘재잘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나도 적당히 받아주면서 걷자 어느덧 야시장에 도착했다.

야시장의 모습은 꽤 화려했다.

시장의 모습은 한국이랑 크게 다를 건 없었으나 한국과 다른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짜잔! 먹거리 야시장이랍니다~”

“또 먹어?”

“그럼요. 외국 음식을 이럴 때 먹어야지 언제 먹겠어요.”

신희진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먹는 걸 좋아하는 신희진다웠다.

야시장으로 들어가려는 그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징. 지잉. 징.

이 진동은 전화인데, 누구지?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권해철이었다.

그 이름을 보고 불안감이 물씬 올라오기 시작했다.

“희진아. 나 잠깐 통화 좀 할게. 근처에서 뭐 먹을지 고르고 있을래?”

“네!”

신희진에게 말하고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전화를 받았다.

시선은 신희진에게 고정한 채로.

“여보세요? 김현진 팀장입니다.”

- 김 팀장님. 혹시 승훈이 봤어요?

“승훈 씨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지…?”

- 얘가 연락도 안 받고 안 보여서요.

권해철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모자 쓴 남성이 신희진에게 다가가는 게 보였다.

“찾은 거 같네요. 있다가 통화하죠.”

미친개를 잡으러 가볼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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