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88화 (188/200)
  • 제188화. 대장정의 마무리 (2)

    딸랑.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에 승수가 문을 쳐다봤다.

    이내 승수가 들어온 인물을 보고 놀랐다.

    - 너… 왜 여기 있어? 승천한다면서.

    놀란 승수를 보며 미호가 웃었다.

    - 그러게.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어.

    또각. 또각.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미호의 높은 하이힐 소리만 들렸다.

    이내 주방과 연결되어 있는 테이블 바에 앉은 미호.

    - 이 집은 왜 주문도 안 받아?

    미호의 목소리에 승수가 정신을 차렸다.

    - 뭘… 드릴까요?

    - 왜 순 야채뿐이에요? 육류는 없어요?

    둘의 모습에 1회의 첫 만남이 오버랩 되어 보였다.

    - 지금 오픈 준비 중이라 당장 준비되어 있는 건 하나밖에 없네요.

    - 뭐죠?

    미호의 말을 들은 승수가 얼굴을 미호 앞에 들이밀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이내 승수가 말했다.

    - 나.

    승수가 조용히 읊조리고 미호에게 입을 맞췄다.

    이내 OST가 흘러나오고 둘의 모습이 담긴 화면이 정지된 채로 크레딧이 올라갔다.

    “와우!”

    휘익!

    스크린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감탄사와 함께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요물’의 마지막을 즐겼다.

    요물의 마지막 화는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 모여서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짝짝짝!

    이정수 PD가 일어나서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스크린에서 ‘지금까지 요물을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와 함께 마지막에 다 같이 찍은 단체 사진이 나오자 박수 소리는 더더욱 커졌다.

    이윽고 광고가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연출부 막내가 재빨리 스크린을 껐다.

    그리고 이정수 PD가 스크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 고생했고, 감사했습니다.”

    이정수 PD가 짧게 말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박수를 쳤다.

    오늘 팔자는 박수 기계가 될 팔자인 듯했다.

    그래도 드라마가 잘 마무리되었으니 기분 좋게 해줄 수 있었다.

    잠시간의 소란이 지나자 환한 얼굴의 조연출이 이정수 PD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조연출의 이야기를 들은 이정수 PD가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보며 말했다.

    “방금 들어온 속보네요. 우리 마지막 회의 시청률이 궁금하시죠?”

    네!!

    나도 궁금했다. 몇이 나왔을까?

    모두가 이정수 PD의 입을 주목했다.

    이정수 PD가 모두의 시선을 잠깐동안 즐긴 후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분당 최고 시청률 18.4%! 평균 시청률 12.4%!로 끝났습니다.”

    휘익!

    우오!

    다들 각자 자신만의 표현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케이블 채널에서 12%가 넘었다?

    대박이 터져버렸다.

    “이제 고삐 풀고 즐겨볼까요?”

    예!

    즐거운 요물의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 * *

    “진짜 중간에 스캔들이 신의 한 수가 될 줄 몰랐다니까?”

    김지선 작가의 말에 테이블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그때 스캔들 터졌을 때 정말 열 받았거든? 그래서 승훈 씨 따귀 씬이랑 희진 씨 물 싸대기 맞는 씬 진지하게 넣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하하하.

    알싸하게 취한 채 말하는 김지선 작가의 모습에 다들 웃었다.

    다들 술이 들어가니 촬영하면서 서운했던 점이나 말하기 조심스러운 주제를 조금씩 꺼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 촬영에서 가장 핫했던 건 아무래도 스캔들이었다.

    “작가님. 제가 안 말렸으면 진짜 넣으셨을 거예요. 옆에서 엄청나게 뜯어말렸다고요.”

    “어머, 그랬니?”

    “그랬어요! 제가 얼마나 설득했는데요. 이거 넣으면 우리 다 망한다고요.”

    자랑스레 말하는 보조 작가의 말에 모두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김지선 작가로선 날벼락이었을 거다.

    스캔들 터질 당시 시청률은 7%.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나쁜 지표는 아니었다.

    “근데 스캔들은 어쩌다가 난 거야? 타이밍이 너무 뜬금없지 않았어?”

    김지선 작가가 장승훈과 신희진을 보며 은근히 물어왔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나는 눈을 돌리며 상황을 살폈다.

    스캔들의 시발점은 우리였기 때문이었다.

    김지선 작가의 말에 옆에 있던 보조작가가 김지선 작가를 거들었다.

    “스캔들이 언제 타이밍 맞춰 터졌나요. 다 뜬금없었지.”

    “그렇긴 한데….”

    그런 둘을 보던 이정수 PD가 장승훈을 보며 말했다.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승훈아, 뭐 좀 물어봐도 되냐?”

    “네.”

    “너 처음에 스캔들 터졌을 때 모호하게 대응했잖아. 뭐라고 했더라?”

    이정수 PD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장승훈 옆에 있던 권해철이 대답했다.

    “지속해서 연락만 하는 사이요.”

    권해철의 말을 들은 이정수 PD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어! 그래! 그거! 해철 씨 고마워요. 난 그런 입장문 처음 봐서 뭔가 싶었어. 보통은 조심스럽게 만나고 있다. 이런 식이잖아.”

    이정수 PD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의 스캔들 기사는 거의 형식화 되어있다.

    안 만나면 친한 선후배 혹은 동료 사이.

    연인 사이면 조심스럽게 만나고 있다. 정도가 스캔들의 기본 토대였다.

    근데 연락만 하는 사이라니 이게 무슨 말장난 같은 말인가.

    그렇게 입장을 내놓으니 장승훈 말처럼 판이 엄청나게 커지긴 했다.

    기자도, 대중들도 사귀는 거다, 아니다 하면서 말이다.

    “음… 그게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요, 그때 갑자기 스캔들 터진다고 해서 다들 당황했었잖아요?”

    “그치. 그래서 해철 씨랑 현진 씨한테 물었는데 둘 다 안 만난다고 했다며? 이제 드라마 끝났으니까 말해봐. 둘이 만나고 있어?”

    “아뇨. 따로 만난 적은 없어요.”

    김지선 작가가 호들갑 떨며 끼어들자 장승훈이 웃으며 답하고는 이정수 PD를 바라봤다.

    “아무튼, 그때 김현진 팀장님한테 연락받고 한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뭔데?”

    “판을 한번 키워보자고요.”

    “뭐?”

    장승훈의 대답을 들은 이정수 PD가 얼굴을 굳혔다.

    이정수 PD뿐만 아니라 지금 테이블의 분위기가 싸했다.

    쟤 취했나? 사고를 치네. 저걸 알려봤자 좋은 게 없는데.

    “야.”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지 권해철이 장승훈을 툭툭 쳤다.

    장승훈이 자신을 툭툭 치는 권해철에게 그만두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그걸로 이목을 확 끌어서 탄력 받게 됐잖아요.”

    “그건 그런데… 오히려 더 안 좋아졌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이정수 PD가 여전히 얼굴을 굳힌 채 장승훈에게 물었다.

    나는 이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강 건너 불구경이 이런 기분이구나.

    저 불씨가 나한테만 안 튀면 된다.

    “모든 건 리스크가 있는 법이죠. 솔직히 그때 지표가 꺾이는 추세였으니 나쁜 시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 그렇긴 한데… 제가 드라마 할 때마다 스캔들 났었잖아요? 그래서 큰 영향은 없을 거라 생각했죠.”

    “흠.”

    자신만만한 장승훈의 답변에 이정수 PD가 팔짱을 꼈다.

    그러다 팔짱을 풀더니 잔을 들었다.

    “그래. 잘 됐으니까. 다 지나간 일이 뭐가 중요하겠어. 마십시다.”

    이정수 PD가 말이 끝나자 들고 있던 잔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었다.

    이게 뒤풀이의 묘미였다.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서 괜히 뒤풀이를 가지는 게 아니다.

    뒤풀이는 다 털자고 하는 자리였다.

    이 바닥에서 언제 또다시 만날지 모르니까.

    이정수 PD의 스타트로 무거웠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밝아진 분위기로 뒤풀이가 진행됐다.

    * * *

    “오빠아.”

    “어.”

    술에 취한 신희진이 내게 왔다.

    김지선 작가한테 붙들려 있더니 엄청나게 마신 듯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은 게 평소의 하얗던 얼굴과 비교됐다.

    김지선 작가가 주당이라고 했나. 애를 얼마나 먹인 거야.

    “저어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오.”

    “어, 그래. 같이 가줄까?”

    “실어요! 내가 애도 아니구 화장실을 따라온대.”

    그러더니 나를 살짝 밀쳐내고는 조금 휘청거리면서 밖으로 향했다.

    발음도 꼬이고 말도 늘어지는 거 보니 꽤 취한 것 같았다.

    별일 없겠지 하고 신희진을 보냈다.

    그런데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도 신희진이 들어오지 않자 조금 불안했다.

    그냥 따라갔어야 했나.

    나도 술이 들어가 있다 보니까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네.”

    나랑 같이 술을 마시던 스태프에게 말하고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오자 서늘한 밤공기가 나를 반겼다.

    나오기 전 직원이 알려준 화장실로 가는데 근처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여자 목소리와 남자 목소리.

    혹시?

    가까이 가자 목소리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신희진과 장승훈의 목소리였다.

    “…할 이야기가 뭔데요?”

    “드라마도 마무리됐고 인제 그만 튕길 때도 되지 않았어?”

    “네?”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나쁜 놈은 아니야. 봐서 알잖아? 내가 진짜 잘해줄 자신 있는데 나 어때? 한번 만나자.”

    저 새끼가 미쳤나.

    “어… 조금 당황스럽네요.”

    신희진의 목소리가 잠깐 떨리다 잦아 들어갔다.

    “당황할 게 뭐 있어? 남녀가 좋으면 만나는 거지. 아니면 만나가면서 알아가도 되지 않을까?”

    장승훈의 목소리는 능글맞고 태평했다.

    끼어들지 말지 고민됐다.

    하지만 지금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았다.

    저런 놈은 확실하게 말해놔야 한다.

    “일단 오빠의 대답에 제 대답은 No예요.”

    그렇지. No가 맞지.

    어느새 내가 신희진이 된 것 같았다.

    “왜?”

    “아이돌이라 조심스러워서요.”

    “안 걸리면 되잖아.”

    차분한 신희진의 대답에 장승훈이 애처럼 칭얼거렸다.

    저렇게 질척대면 매력 확 떨어지는데 쟤는 어떻게 연애를 한 걸까.

    “연애보다는 지금 제 직업이 더 소중해요. 오빠는 안 그래요?”

    “연애가 뭐 대수라고? 신기하네. 그 나이대면 다 연애하고 싶어서 안달인데.”

    “그건 사람 나름이겠죠. 그리고 이유는 또 있는데요. 오빠. 제 스타일 아니에요.”

    “뭐?”

    신희진이 조곤조곤 말하자 장승훈이 코웃음 치며 어이없어 하는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 오빠 같은 스타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가벼운 사람은 싫어요. 묵직한 사람이 좋거든요.”

    “재밌네. 더 해봐.”

    장승훈의 목소리가 변했다. 빈정이 상한 듯했다.

    그와 동시에 나도 끼어들 각을 보기 시작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술도 들어갔으니 쟤가 사고를 안 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신희진이 장승훈의 분위기가 변한 걸 인지 못 한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그래? 어쩐지. 연기할 때 감정 잘 담아내는 게 이유가 있었네. 누군데? 같은 아이돌?”

    “그걸 아실 필요는 없잖아요?”

    장승훈의 은근한 물음에 신희진이 까칠하게 답변했다.

    절로 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드라마도 대박 터트리고 끝낸 사이인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그리고 전 항상 이랬어요.”

    이쯤에서 끊어야 할 것 같았다.

    장승훈의 목소리가 아까부터 흥분한 듯 꽤 커진 상태였다.

    이러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크게 오해할만한 장면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내 나는 지금 위치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심호흡을 크게 한 뒤에 소리쳤다.

    “희진아! 희진아! 어딨어!?”

    내가 목소리 높여 부르자 신희진이 대답하며 코너에서 걸어 나왔다.

    “네!”

    “뭐 하고 있었어?”

    나는 모른 척 신희진에게 말했다. 그러자 신희진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술 깨려고 잠깐 나와 있었어요.”

    “밤공기 차다. 들어가자.”

    “네.”

    신희진과 같이 뒤풀이 장소로 들어갈 때까지 장승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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