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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87화 (187/200)

제187화. 대장정의 마무리 (1)

펑! 펑!

“시청률 10% 돌파를 축하합니다!”

펑! 펑!

여기저기서 폭죽 소리와 함께 이정수 PD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12화의 시청률이 드디어 시청률 10%가 넘어갔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목을 끌고 드라마의 재미가 더해져 그대로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청률 10%가 넘었다는 건 꽤 큰 경사이기에 촬영 시작 전에 자축하는 시간을 잠깐 가지기로 했다.

빡빡한 촬영 일정이었지만 잠깐의 유희 정도는 괜찮다며 제작진에서 진행한 일이었다.

드라마란 게, 많은 사람이 모여 만들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기가 굉장히 중요했다.

게다가 중간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사기가 많이 다운되었기에 지금의 조치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었다.

“먼저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힘을 써준 모든 배우, 스태프들에게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 남았지만 좀 더 우리 힘 내봅시다.”

잠시 말을 끊은 이정수 PD가 신희진과 장승훈을 바라봤다.

“중간에 스캔들 이슈가 나서 많이 당황했지만 그게 전화위복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네요.”

하하하.

이정수 PD의 말에 신희진과 장승훈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우리 승수와 미호의 케미가 좋고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힘써준 우리 스태프, 참여한 모든 배우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이정수 PD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 촬영장에 나온 작가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바쁜데 오라고 한 이정수 PD님이 조금 짜증나긴 했는데, 여러분들을 보니까 다 풀렸습니다!”

하하하.

요물에는 케미가 터지는 대표적인 커플이 셋이 있었다.

첫 번째로 미호와 승수를 들 수 있었고 그다음으로 드라마 내 조연 커플인 유선과 성진 그리고 작품 외적으로 이정수 PD와 김지선 작가를 들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작가와 PD는 물과 기름과 같다.

둘이 공존해 있으면 절대 섞이기 힘들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 초기에 둘의 기 싸움이 있었는데, 드라마가 잘 풀리고 나서부터는 꽤 괜찮아졌다.

아직도 서로 물고 뜯지만 지금처럼 꽤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편이었다.

아마 드라마가 잘 풀린 덕이 아닐까.

“저는 연기를 120% 발휘해준 승수와 미호 두 분의 배우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나머지 분들도 물론 감사하구요. 앞으로 남은 일정 잘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말을 마친 김지선 작가가 다시 마이크를 이정수 PD에게 건넸다.

“이제 우리 대표 커플들이 한마디 하고 출장 온 뷔페 먹고 촬영 들어갑시다.”

이정수 PD가 말하면서 신희진과 장승훈에게 시선을 줬다.

그 시선에 둘이 이정수 PD 쪽으로 향했다. 둘이 도착하자 이정수 PD에게서 장승훈이 마이크를 받았다.

“여러분들 덕에 좋은 드라마 찍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짝짝짝!

장승훈이 짧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들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신희진에게로 마이크를 건넸다.

마이크를 받아든 신희진이 잠깐 머뭇거리다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한 거 같아요. 여러분들 덕이에요. 남은 일정도 잘 부탁드려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물 화이팅!”

신희진이 마지막에 귀엽게 손을 들어 파이팅을 외치고 꾸벅 인사하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손에 쥔 마이크를 어떻게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자 이정수 PD가 신희진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받았다.

“자, 우리 모두 힘내서 남은 일정 마무리합시다. 요물 화이팅!”

화이팅!

“식사합시다!”

모두 밝은 웃음과 함께 마련된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 밝은 분위기에 감화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신희진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곁에 다가가자 들려온 말에 기분이 갑자기 확 안 좋아졌다.

“근데 작가님. 바로 들어가세요?”

“왜 바로 들어가? 오늘 키스신 있는데. 키스신은 보고 가야지. 호호호.”

그랬다. 오늘은 대망의 미호와 승수의 키스신이 있는 날이었다.

* * *

“컷! 오케이! 다음 씬 준비합시다.”

이정수 PD가 그렇게 말하고는 촬영 감독에게 다가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난 신희진이 내게 다가왔다.

가까이 온 신희진의 얼굴을 보니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다.

“가글이라도 줄까?”

“오빠!”

내 말에 신희진의 귀가 빨개졌다.

준비하는 다음 장면이 오늘의 하이라이트, 키스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신희진은 긴장한 듯했다.

그런 신희진의 긴장을 풀어주려 농담을 한 거였지만, 웃으며 말한 것과 달리 내 마음은 조금 복잡했다.

신희진이 안재성과 촬영할 때는 이런 기분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왜, 예전에 너 재성이랑 하기 전에 가글했잖아.”

“아, 진짜!”

재차 내가 짓궂게 놀리자 신희진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조금 더 건드리면 삐지겠는데.

그래도 내 말에 긴장은 꽤 풀린 듯했다.

굳어져 있던 표정이 조금 생기를 되찾았다.

“승훈 씨는 어때?”

“뭐가요?”

“이렇게 긴장한 티를 냈으면 촬영하면서도 티 났을 거 같은데. 무슨 말 없었어?”

내 말이 끝나자 신희진이 피식 웃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별로 긴장 안 됐거든요? 끝나고 준비해야 한다니까 그렇지. 안 그래도 오기 전에 저한테 한마디 하더라고요. 기대한다고.”

“여전하네.”

“그러니까요.”

촬영하면서 장승훈은 한결같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밀어내면 밀리는데 장승훈은 달랐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래서인지 장승훈은 신희진이라는 나무를 백번은 찍은 것 같았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해?”

고개를 돌려보니 장승훈이 우리 곁에 와있었다.

목적은 신희진인가.

장승훈은 요물 촬영 처음부터 줄곧 이랬다.

틈이 보이면 항상 신희진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게다가 스캔들이 터지고 난 이후 부쩍 적극적으로 신희진에게 들이댔다.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다.

물론 딱 거기까지였다.

“그냥 다음 장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오빠랑 키스신 찍게 되니까 막 기대되지?”

“미쳤나 봐.”

장승훈의 말에 신희진이 어이없어했다.

장승훈은 그런 신희진의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키스신은 처음 아닌가? 잘 리드 해줄 테니까 따라와.”

“처음 아니거든요?”

“한 적 없잖아. 너.”

“드라마 찍기 전에 영화 찍었는데 거기서 했었어요.”

“안 나오던데?”

“나올 텐데요?”

옥신각신 둘이 투덜거렸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항상 묘한 느낌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랄까.

“그게 무슨 키스야? 뽀뽀지.”

“어쨌든요!”

신희진의 대꾸에 장승훈의 입이 호선을 그렸다.

“귀엽긴.”

“아, 됐고! 다음 장면 저도 준비해야 하니까 이따 봐요.”

신희진이 장승훈을 밀어내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자 장승훈이 어어 하면서 쫓겨났다.

승수와 미호의 케미는 어떤 연인 사이들보다 달달했지만 신희진과 장승훈의 케미는 남매 그 이상도 아니었다.

장승훈을 쫓아낸 신희진이 터덜터덜 내게 다가왔다.

진이 빠지나 보다.

“그래서 가글 할 거야 말 거야?”

“…가글 줘요. 있어요?”

신희진이 머뭇거리다가 내게 말했다.

나는 품에 있던 가글을 신희진에게 건넸다.

“여기.”

“와, 이걸 준비해 뒀어요?”

가글을 받아든 신희진이 어이없어하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신희진이 눈을 흘겼다.

“아우, 얄미워. 일단 저 가글 좀 하고 올게요.”

“그래.”

멀어져 가는 신희진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알쏭달쏭한 것 같다.

* * *

- 네가 구미호인 건 중요하지 않아. 너는 나한테는 그냥 미호일 뿐이야.

승수의 대사에 얼이 빠져 있는 미호.

그런 미호에게 키스를 시도한다.

이내 입맞춤을 하는 둘의 모습이 화면에 보였다.

“꺄!”

“어머어머어머!”

애들의 비명과 함께 TV에서 OST가 흘러나왔다.

몇몇 애들은 흥분한 채로 TV에 시선을 고정했고 다른 몇몇은 부끄러운지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척하면서 TV에 시선을 주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시선을 돌려 키스한 채로 멈춰 있는 드라마 화면을 봤다.

그림 자체는 정말 예술로 뽑혔다.

저 장면만 여섯 시간을 찍었다.

중요한 장면이라고 일정이 빡빡해지는 걸 고려하고 시간을 많이 뺀 장면이었다.

그만큼의 퀄리티는 나온 것 같았다.

어느덧 드라마는 결말을 향해가는 중이었다.

미호가 승수와 함께 요리대회를 준비하면서 역경을 이겨내고, 그러던 중에 승수가 미호가 구미호라는 걸 지난 화까지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리고 오늘 방영된 14화는 미호가 요리대회가 끝난 이후에 자신은 떠난다고 말하니 승수가 미호를 붙잡고 끝이 났다.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나라의 말에 애들이 신희진 곁에 옹기종기 모였다.

“언니 어땠어!?”

“조용! 조용!”

소란스러워지자 이나라가 바닥을 치며 애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원래라면 드라마가 끝나고 나가야 했지만, 애들이 하는 행동이 재밌어 보여 가만히 지켜봤다.

“스타즈 제6회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청문회라. 6회인 걸 보니 종종 숙소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었나 보다.

애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게 능숙해 보였다.

“오늘의 안건은 ‘신희진, 키스하다.’입니다.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때는 어마어마한 벌이 기다리고 있는 거 알지?”

“이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문회라뇨!”

신희진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스타즈법 제12조 항. 청문회는 여섯 명의 동의가 있으면 개최할 수 있다. 반대하시는 분, 손?”

이나라의 말에 신희진 외에는 아무도 들지 않았다.

소꿉놀이처럼 보이는 이 상황이 제법 재밌었다.

안혜지도 어느새 내 옆으로 와서 이 모습을 키득거리며 보는 중이었다.

“혜지야, 팝콘 없냐? 먹으면서 보게.”

“애들 숙소 한번 뒤져볼까요?”

“아냐, 됐어.”

안혜지의 진지한 반문에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일 줄이야.

눈을 돌려 다시 애들을 살펴보니 애들은 신희진을 압박하고 있었다.

“키스할 때 어땠어?”

“뭘 어때. 그냥 입 맞추는 거지.”

“그거 묻는 게 아니잖아.”

서지영이 눈을 빛내며 집요하게 물었다.

그런 서지영의 시선을 신희진은 피했다.

그러나 서지영의 시선을 피해 유미소와 눈을 마주친 신희진에게 유미소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입술 이외의 접촉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입술 이외에…?”

애들이 유미소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유미소가 애들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검지를 흔들었다.

“그거 있잖아.”

유미소가 혀를 빼꼼 내밀었다.

“꺄!”

유미소의 꽤 수위가 높은 질문에 애들이 자지러졌다.

괜히 나도 민망해졌다.

“얘가 미쳤나 봐! 진짜!”

신희진이 얼굴을 붉히며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오빠! 얘들이 저 괴롭혀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게 다가온 신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쁜 마음이 들었다.

“근데 나도 궁금한데?”

“이 양반이 진짜!”

내가 짓궂게 말하자 신희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냥 입만 맞췄다고! 됐냐!”

애들을 향해 소리를 빽 지른 신희진이 바닥을 쿵쿵 찧으며 자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삐졌네.

“너무 놀렸나?”

“아, 재밌었다.”

“언니들. 너무. 무서워.”

서지영과 유미소가 키득거리자 린이 질렸다는 듯 대꾸했다.

“오빠가 편 안 들어주니까 삐졌잖아요.”

“이게 왜 내 탓이야.”

“어휴.”

이나라가 나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심하다는 듯 보는지 이해가 안 됐다.

자기들도 놀렸으면서.

“촬영은 언제쯤 끝나요?”

“다음 주면 끝날 거 같아.”

내 말에 서지영이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마지막 회 대본 나왔겠네요?”

“아니, 아직. 내일 준다던데?”

“그래도 마지막 회 전까지 나왔으면 결말은 알죠?”

“알지.”

서지영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요물은 마지막 회까지 2회만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그럼, 해피엔딩이에요 아니면 새드엔딩이에요?”

“비밀.”

내 말에 서지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둘 다 진짜 꽁꽁 숨기는 거 봐. 재미없게.”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언니나 괴롭히러 가야겠다.”

서지영이 내게 말하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신희진이 들어간 방으로 향했다.

애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자 나도 곁에 있던 안혜지에게 말했다.

“우리도 퇴근하자.”

“네.”

벌써 두 달간의 대장정도 끝나가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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