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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83화 (183/200)

제183화. 터지기 위한 조건 (1)

“촬영 에피소드요? 일단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첫날에 희진이 팬분들이 준비해준 샌드위치가 제일 먼저 기억나네요. 정말 맛있었거든요.”

장승훈이 멋들어진 미소를 지으며 모여 있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금 이 자리는 요물에 대한 제작발표회 자리였다.

그리고 오늘은 장승훈이 말한 촬영 첫날부터 9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9일간 총 2회 분량을 찍었다.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요?”

기자가 장승훈에게 질문했다.

다른 에피소드라.

9일간의 촬영 기간 동안 큰 사건 사고는 없었다.

단지….

그 기간 동안 저놈이 친화력이 대단히 좋은 놈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음… 저만 너무 말하는 거 같은데 이 대답은 희진이한테 넘길게요.”

“제가요?”

“왜 몇 개 있잖아.”

신희진의 대답에 장승훈이 친근한 척 신희진에게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확실히 장승훈은 사람을 대하는 게 탁월했다.

신희진이 촬영 기간에는 최대한 사적인 이야기는 철벽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꽤 친해졌다.

게다가 본인의 위치를 잘 이용했기에 신희진도 무턱대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장승훈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가령 연기 합을 맞춰본다던가, 파트너로서 이런 느낌은 어떻다던가 하는 식으로 의견을 물어오면서 대화를 섞었기에 대화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다 일로 관련된 이야기였으니까.

그 일과 관련된 이야기에 조금씩 다른 이야기도 섞더니 어느새 말도 놓았다.

그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친한 동료 배우 사이로 느낄 정도였다.

과연, 상대 배우와 백 퍼센트 스캔들이 터졌다는 배우다웠다.

“그럼 다음 질문인데요.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장승훈 씨에게 하겠습니다.”

“네.”

장승훈에 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신희진이 말하는 걸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기자들의 반응을 보니 무난하게 넘어간 듯했다.

“장승훈 씨가 지금까지 드라마 하시면서 상대 배우와 백 프로로 스캔들이 나셨잖아요? 이번에도 날 것 같나요?”

“네? 하하하.”

기자의 질문에 내 인상이 찌푸려졌다.

“저는 났으면 좋겠어요.”

저 새끼가?

“그만큼 케미가 좋다는 이야기잖아요? 저로서는 상당히 기쁜 일이 아닐까 싶네요.”

기자가 장승훈의 답변에 재밌다는 듯 웃었다.

무슨 타이틀로 보도가 나갈지 눈에 선했다.

아마도 ‘장승훈의 이번 피앙세는?’ 같은 낚시성 짙은 보도자료일 확률이 백 프로였다.

“희진 씨도 동의하시나요?”

기자가 이런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가 있나.

장승훈에게 질문한 기자가 방향을 틀어 신희진에게 물었다.

“승훈 오빠요? 미호는 몰라도 신희진은 이상형은 아닐걸요?”

하하하.

신희진의 재치 있는 답변에 모두가 웃었다.

그리고 신희진의 답변을 들은 장승훈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다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런. 차였네요.”

장승훈이 너스레를 떨었다.

촬영장 내내 둘의 관계는 이런 느낌이었다.

장승훈은 들이대고, 신희진은 유머러스하게 밀어내고.

나는 신희진이 저렇게 여우같을 줄 상상도 못 했다.

뭐, 나로서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장승훈은 피가 말리는 심정이지 않을까.

“이정수 PD님.”

“네.”

기자가 이번엔 타깃을 이정수 PD로 바꿨다.

“다음 주에 방영인데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배우들이 열연해줘서 만족스럽게 나온 거 같습니다.”

“시청률 공약 같은 게 있나요?”

“음….”

기자의 말에 이정수 PD가 머뭇거렸다.

그러다 다시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10%가 넘으면 어떻게든 포상 휴가로 해외 여행을 추진해 보겠습니다.”

“와!”

이정수 PD의 말에 신희진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저건 가식 없이 진짜 좋아하는 거였다.

“10%는 허들이 너무 큰 거 아닐까요? 케이블인데요. 아예 안 가겠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시죠?”

“네.”

이정수 PD의 말에 기자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도 솔직히 10%는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요즘 드라마 대세가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넘어가는 추세라지만 10%가 가능할까?

물론 촬영 내내 이 드라마는 어느 정도 흥행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무거운 드라마가 많아 시청자들이 가볍게 즐길 만한 드라마를 찾고 있었으니까.

요물은 가볍게 즐길 만한 드라마였다.

“그건 첫 화를 보고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정수 PD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답했다.

나도 궁금했다. 첫 화가 어떻게 나올지.

* * *

“시작한다, 시작해! 다들 떠들지 말고 착석!”

이나라의 말에 애들이 부산스럽게 위치를 잡기 시작했다.

“근데 드라마를 꼭 숙소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있어?”

원래는 ‘요물’의 첫 화는 모니터가 큰 회의실에서 볼 계획이었는데 애들의 결사 반대로 애들의 숙소로 오게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드라마는 편하게 봐야 한다고요.”

유미소가 내 말에 대답하면서 눈앞에 있는 오징어를 하나 집었다.

“회의실도 우리끼리 있으니까 편하지 않아?”

“집에서 편하게 누워서 보는 거랑 회의실에서 앉아서 보는 거랑은 무조건 다른데요?”

의아한 내 태도에 이번엔 서지영이 톡 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아니거드뇨!”

내 중얼거림에 유코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의외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애들에게는 드라마를 보는 장소가 중요한 것 같았다.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숙소로 왔잖아? 화내지 말고.”

“팀장님은 드라마 잘 안 보시죠?”

“잘 안 보긴 하는데….”

“그럼 저희 마음을 모를 만도 하죠.”

안혜지의 말에 애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내 편은 없구나.

“쉬잇! 시작해요.”

박혜연이 내게 조용히 하라며 검지를 들어 입술에 대며 내게 말했다.

이내 애들이 드라마에 집중하자 나도 조용히 입 다물고 드라마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승수가 산을 오르는 거로 시작했다. 그리고 묘지에서 한풀이를 한 후 여우 신사에 주전부리를 놓고 사라지자 미호가 등장했다.

“와, CG 봐. 자연스러운데?”

“진짜. 예뻐.”

신희진의 등장과 함께 박혜연과 린이 중얼거렸다.

“언니, 리얼 개 예뻐.”

“우리끼리 있는 거 아니다?”

“앗.”

서지영의 말투를 이나라가 지적했다.

그러자 서지영이 나와 안혜지를 힐끔 쳐다보며 눈치를 봤다.

내 앞에서는 그래도 내숭이 있던 거였구나.

숙소가 편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편한 모습이 튀어나온 듯했다.

그런 애들을 보다 신희진을 봤는데 신희진도 마침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눈을 마주치자 내게 눈웃음을 짓는 신희진을 보고 나는 바로 TV로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훅 들어오네.

TV를 보며 조금 전 봤던 신희진의 화장기 없는 얼굴과 수수한 옷차림,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

이내 나는 고개를 흔들고 드라마에 집중했다.

정신 차려야지. 홀릴 뻔했다.

드라마는 내가 잠깐 한눈판 사이에 주요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짧게짧게 지나간 것 같았다.

승수를 도와주는 승수의 요리 스승 성진이나 세상 물정 모르고 도시로 들어온 미호를 도와주는 무당 유선까지.

요물의 주요 인물은 크게 이렇게 네 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드라마는 계속 진행되어 어느덧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가고 있었다.

애들도 드라마에 몰입해서 보느라 신희진의 첫 등장 이후에는 조용히 드라마만 보고 있었다.

그냥 가만히 드라마만 보기 심심해 애들에게 말을 걸까 싶어 애들을 힐끔 쳐다봤다.

그런데 애들의 분위기가 지금 말을 걸었다간 욕만 잔뜩 먹을 것 같았다.

그런 애들을 보다 나는 다시 드라마에 집중했다.

- 그래서 저랑 대회 준비를 누가 하는 거예요?

- 너랑 대회 준비할 사람은….

승수가 성진에게 물어보는 장면이 나왔다.

요물의 메인 스토리는 다른 게 아니었다.

승수의 레스토랑 살리기다.

그리고 그 과정은 요리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고 그 유명세로 레스토랑이 살아나는 간단한 스토리였다.

지금 이 장면이 나왔다는 건, 곧 1화가 끝이 난다는 소리였다.

화면 속에서 문이 열리고 미호가 등장했다.

그리고 싱긋 웃는 미호의 얼굴이 화면 가득 담겼다.

-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죠?

미호가 앙큼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내 승수와 미호의 두 모습을 한 화면에 담으면서 OST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요물의 1화가 끝이 났다.

그러자 조용히 몰입하면서 보고 있던 애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아! 왜! 왜! 다음 편!”

가장 먼저 유미소가 아쉽다며 발버둥을 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나라가 조용히 말했다.

“리딩 때 본 거랑 찍은 거랑 완전 다르다.”

“아, 아아… 언니! 너무 재밌잖아!”

서지영이 신희진의 팔을 붙잡으며 흥분했다.

“요 근래 본 드라마 중에 가장 괜찮은 거 같애.”

“응. 나도. 그렇게 생각.”

내 근처에 있던 박혜연과 린이 차분히 자기 생각을 말했다.

반응이 꽤 좋네.

솔직히 나는 1화에서 뭔가 임팩트가 확 오지는 않았다.

딱 신선한 느낌 정도?

“오빠.”

“어? 어.”

잠깐 딴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내 곁으로 신희진이 와 있었다.

“시청률 몇이래요?”

“잠깐만.”

첫 화 시청률은 드라마가 끝나고 요물 제작진 측에서 스태프만 있는 단톡방에 올려주기로 했었다.

신희진도 그것을 알기에 내게 물어본 듯했다.

신희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도 확인하러 단톡방에 들어갔다.

“시청률은….”

* * *

[무난한 출발의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요물’ 첫 회 시청률은 3.8%]

요물의 첫 회는 말 그대로 무난했다.

사실 요물 같은 경우에 초반 화제성이 뛰어난 드라마는 아니었다.

제작비를 엄청나게 쏟아부은 것도 아니고, 배우들이 화려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대중들은 요물을 어떻게 봤는지 기사 댓글란으로 들어가 확인했다.

└이거 재밌냐?

└그냥 무난한 듯

└장승훈 나오네? 또 상대 배우랑 연애하겠네

└승훈오빠 나오는 거면 무조건 본방 사수!

└신희진?? 얘 아이돌 아니냐? 걸러야겠네

└아이돌임? 연기 꽤 하던데? 무대 찾아봐야겠다.

└넌 그게 연기 꽤 하는 걸로 보이냐? 팬 인데? 발연기던데?

└발연기까진 아닌 거 같던데…

첫 화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중간중간에 악플 비슷한 것도 보였지만 드라마 기사 댓글이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었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는 앞으로가 중요했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확 치고 올라갈 수가 있었다.

내가 기대하는 것도 그거였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 터질지는 모른다는 점.

“현진아.”

“네, 실장님.”

기사를 보며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내 뒤에 남진수가 와 있었다.

언제 왔지?

“너무 상심하지 마.”

“네?”

남진수가 갑자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했다.

“시청률. 별로 안 나왔다며?”

“아… 별로까진 아니고, 그냥 무난한 출발인 것 같아요.”

“항상 성공만 할 수는 없는 거야.”

남진수가 말하는 게 꼭 나를 위로하러 온 모습이었다.

“그건 그렇죠.”

“실패도 한 번쯤 할 수 있는 거니까….”

남진수가 앉아있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어제가 첫 화였다고. 이 양반아.

“실장님. 근데 왜 벌써 망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응? 야. 케이블이래도 첫 화가 4%도 안 나왔으면 뭐….”

남진수가 말끝을 흐렸다.

그 모습에 오기가 생겼다.

왜 벌써 재를 뿌리고 있어.

이건 위로가 아닌데?

“실장님. 드라마 안 보셨죠?”

“어? 안 보긴 했는데….”

내가 발끈하자 남진수가 움찔했다.

“보시면 빠져드실걸요?”

“그래?”

“네.”

남진수는 보지도 않고 기사만 슥 읽고 내게 온 모양이었다.

두고 봐라. 요물 코인은 떡상할 거다. 반드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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