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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82화 (182/200)

제182화. 밀고 당기기가 필요해? (4)

“너무 방송 욕심내지 말고 멘트 해.”

“그럼요.”

“센 멘트는 자제하고.”

“아무렴요!”

“예의는 차리되 재미는 챙긴다는 마인드로 하고.”

“네, 네.”

내 말에 서지영이 반사적으로 고개만 앞뒤로 흔들면서 대답했다.

“지영아?”

“네, 네.”

건성으로 대답하는 서지영을 응징하기 위해 나는 손을 들어 서지영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악! 아파요!”

“까불래?”

감정이 실려서 그런지 힘 조절을 못 했다.

이마를 부여잡은 서지영을 보며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 알고 있는데 오빠가 자꾸 잔소리하잖아요.”

“너 진짜 언제 철들래?”

“김 꼰대!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변했어!”

한 톨만큼 남아있던 미안한 마음이 바로 사라졌다.

“그러게. 말 잘 듣고 귀엽던 서지영은 어디 가고 청개구리 같은 서지영이 여기 있을까? 이제는 아주 머리 꼭대기에 올라오려고 해?”

“우우!”

내 말에 서지영이 양손 검지를 아래로 내리며 야유를 보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진짜 걱정된다. 걱정돼. 내가 희진이 드라마만 아니었어도 내가 붙어서 오는 건데.”

“혜지 언니랑 오손도손 잘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서지영이 말을 하면서 내 옆에 있던 안혜지를 껴안았다.

“나는?”

“너는 고정 아니잖아.”

박혜연이 끼어들며 말하자 서지영이 타박을 줬다.

“요즘 너, 너무 안하무인이야. 나한테도 이러는데 혜지한테는 오죽할까.”

“쟤가 저러는 건 오빠랑 저한테만 그래요. 진짜 못 됐어.”

내 말에 박혜연이 끼어들었다.

나는 그런 박혜연의 말에 서지영을 쳐다봤다.

“진짜야?”

“글쎄요?”

음흉하게 웃는 서지영이 얄미웠다.

그리고 어렴풋이 예전에 신희진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서지영이 괴롭히는 건 나랑 박혜연뿐이라고.

그만큼 편하다는 거 같은데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일단 여기 대기하고 있어. 나는 박 PD님 좀 만나고 올 테니까.”

“네.”

셋을 대기실에 놔두고 박준석 PD를 찾으러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리고 근처 스태프를 붙잡아 박준석 PD의 위치를 물었다.

“박 PD님 지금 어디 계신지 아세요?”

“PD님 아직 안 내려오셨어요. 아직 예능국 사무실에 계실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어떻게 할지 고민됐다.

기다릴까, 아니면 올라가서 만날까.

마음을 정했다.

이왕 일찍 온 김에 먼저 눈도장을 찍는 게 낫지 싶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출연진 상대로 인사하러 다녀야 했으니까.

우리는 눈치껏 일찍 온 거였지만 차라리 이게 편했다.

지금은 많이 줄었다지만 이 바닥은 아직 꼰대가 많았다.

아직도 자신보다 늦게 왔다고 건방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항상 구설수를 조심해야 했다.

이내 나는 발걸음을 옮겨 콜업 회의실이 있는 예능국으로 갔다.

그리고 이내 콜업 회의실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스타즈 매니저 김현진 팀장입니다.”

“어? 벌써 오셨어요?”

“하하. 신인인데요, 일찍 다녀야죠.”

나를 발견한 박준석 PD가 반갑게 맞이해줬다.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면 제가 갔을 텐데요.”

“아닙니다. 이렇게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 주신 것만 해도 어딘데요.”

“부탁은 제가 드렸죠.”

분위기가 무척 훈훈했다.

이 정도면 기름칠은 얼추 한 거 같고 본론을 꺼내 볼까.

“다름이 아니라 제가 다음 주부터는 스케줄이 생겨서 콜업 녹화 때마다 오기가 힘들 것 같아 미리 이야기 드리려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네.”

별 상관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하긴 매니저가 누가 붙어 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남 팀장님이 오시나?”

박준석 PD가 자신이 알고 있는 남진수를 언급했다.

“남 실장님은 신인 개발팀으로 옮기셔서 이제 스타즈 쪽은 손을 떼셨어요. PD님은 못 본 친구인데, 제 밑으로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그 친구랑 같이 움직일 거예요. 있다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 실장으로 승진하셨구나. 그건 몰랐네요. 축하드린다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와 박준석 PD가 대화하는 사이에 어느새 작가 한 명이 다가와 박준석 PD를 불렀다.

“저… PD님.”

“아, 지금 막바지 회의하던 중이라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녹화 끝나고 하죠.”

“본의 아니게 방해했었네요. 가보겠습니다. 오늘 녹화 화이팅입니다!”

“네, 잘 부탁합니다.”

박준석 PD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서지영과 안혜지가 있는 대기실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 들려온 대화에 아찔함을 느꼈다.

“언니, 오빠 어때요?”

“네?”

“현진 오빠요. 솔로잖아요.”

오늘 촬영 잘 끝낼 수 있을까…?

* * *

“네, 여보세요.”

- 어, 현진아. 녹화는 끝났냐?

“아뇨. 아직 진행 중인데 곧 끝날 것 같아요.”

- 그래? 녹화 중에 별다른 일은 없었고?

“네, 잘 돼 가고 있어요. 확실히 예능은 서지영이네요.”

녹화 내내 서지영은 날아다녔다.

박혜연도 같이 있으니 더 그런 듯했다.

단지 녹화 내내 먹잇감이 된 박혜연에게는 애도를.

- 걔 감은 워낙 좋으니까. 샛길로만 안 빠졌어도 고정 한두 개는 더 했을 거야.

“뭐, 자기가 작곡 공부 더 하고 싶다는데 어쩌겠어요.”

- 그건 그래.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전화한 건 다른 게 아니라 조만간 희진이 드라마 첫 촬영 있잖아?

“네.”

- 팬들이 서포트 개념으로 희진이 첫 촬영할 때 자기들끼리 돈 모아서 간식 차 보내고 싶다고 연락 왔어.

“그래요?”

연예인이 팬덤이 크면 팬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서포트를 해줄 때가 있는데 이것도 장단점이 있었다.

장점은 서포트를 받는 연예인의 자존감이 무척 올라간다는 점이 있고 단점으로는 이로 인해 팬들이 갑질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 어. 원래 우리가 이런 건 잘 안 받는데 이건 또 성격이 좀 다르잖아?

“그렇죠. 아무래도 기 살려주기에는 그만한 게 없죠. 스태프들도 좋아하고요.”

일반적인 활동이라면 거절했겠지만, 드라마 촬영이나 영화 촬영은 좀 달랐다.

- 연락처 넘겨줄 테니까 이야기 해봐.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남진수에게서 바로 연락처가 넘어왔다.

넘어온 연락처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스타즈 팀장 김현진입니다.”

핸드폰 너머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가 좀 되시는 분 같았다.

하긴, 이런 걸 진행하는 사람이 어린 건 거의 못 봤다.

- 아, 푸매님.

“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별명이다.

푸우. 애들이 슬금슬금 말 놓으면서부터 사라진 별명이었다.

- 아아. 저희끼리는 별칭으로 불러서요.

“아….”

-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하하. 그 별명은 오랜만에 듣네요.”

- 그런가요? 지금은 안 부르나 봐요? 애들이 초기에 그렇게 부른 게 유명해져서 팬들 사이에서는 굳혀졌거든요. 방송에도 종종 탔고….

“하하….”

남성의 말에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바로 본론으로 가볼까.

“제가 연락드린 건 희진이 드라마 첫 촬영 때 서포트 해주신다고 들었는데요.”

- 예. 모금 끝냈는데 가능할까요? 헥사곤에서 팬 서포트는 잘 안 받는 건 아는데요, 이번엔 경우가 다르지 않나 해서요. 팬 내부에서도 희진 님 영화 찍을 때 안 해준 게 한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만약 안 되면 모인 금액은 애들 이름으로 기부로 돌릴게요.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걸걸한 목소리와 다르게 내용은 애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이번엔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엔 받으려고 합니다. 드라마 쪽은 아무래도… 기 싸움이 좀 있어서요.”

- 그렇죠? 그럼 촬영 날짜가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장소랑?

“날짜는 다음 주 화요일이고요. 장소는 제가 문자로 다시 연락드릴게요.”

- 네, 알겠습니다. 아 참, 지영 님 팬덤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건데요. 지영 님이 이번 프로그램이 고정이잖아요? 여기도 그래서 서포트 준비 중이라고 해서요.

“음….”

서지영?

생각해보니 애들이 고정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은 지금 콜업이 처음이었다.

작년에는 고정 프로그램은 없었고 다 게스트 위주의 프로그램만 돌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엔 팬들이 움직인 듯했다.

이것도 받는 게 아무래도 낫지 싶다.

- 고정인데 이왕이면 받아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알겠습니다.”

- 네! 그럼 진행해도 된다고 연락해둘게요.

내 대답에 기쁜 듯 목소리가 밝아졌다.

“네. 항상 감사합니다. 애들 예쁘게 봐주셔서.”

- 좋아서 하는 건데요. 항상 고생하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고생하세요.

“네.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고 생각해봤다.

팬의 정성에 뿌듯하기도 했고, 부담되기도 했다.

아마 애들도 비슷한 느낌이려나?

다음 컴백 때는 팬들을 위한 역 조공 이벤트를 건의해봐야겠다.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하는 거니까.

일단 지금은 녹화 중이니 다시 안으로 들어가 볼까.

나는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 * *

슬금슬금 추위가 가시고 벚꽃이 피는 4월이 왔다.

저번 주, 서지영이 첫 촬영을 시작으로 미리 잡아놨던 프로그램 스케줄도 우후죽순 시간에 맞춰 녹화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 스케줄 중 신희진의 드라마 첫 촬영 날이다.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기는 건 팬들이 신희진을 위해 준비한 간식 차였다.

나는 간식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인물에게 다가갔다.

언뜻 본 것 같은 인상이었다.

아무래도 서포트를 주도해서 할 정도면 팬 미팅도 몇 번 왔을 테니 낯이 익은 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이번 서포트 총대를 맡은 민진석입니다.”

민진석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인물이 이전에 들었던 걸걸한 목소리로 내게 답했다.

난 그냥 인사만 했을 뿐인데.

내 얼굴을 알고 있었나 보다. 생각해보니 내 별칭까지 알 정도면 얼굴을 아는 게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다.

“아, 저는 스타즈 팀장 김현진입니다. 반갑습니다.”

“네, 잘 알고 있죠. 반갑습니다.”

민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희진이가 지금 메이크업 받고 있어서 그거 끝나면 여기로 올 거예요.”

“아, 그래서 안 보였군요. 그럼 저는 희진 님 오기 전에 가볼게요.”

“네? 얼굴이라도 보고 가시는 게….”

내 말에 민진석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오히려 이럴 때 철저해야 해요. 이런 일로 팬들이 누구 특혜 줬네, 마네 하면서 싸우거든요. 멀리서 지켜보는 건 가능한가요?”

사심 없는 정말 건전한 팬이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렇게 가까이서 연예인을 볼 때 말이라도 붙여보고 자기 얼굴을 알렸을 텐데 말이다.

“네, 뭐… 촬영에 방해가 안 된다면 가능합니다.”

내 말에 민진석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인증 샷 찍어서 공식 카페에 올려주시는 거로 만족합니다.”

“알겠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민진석이 슬금슬금 안 보이는 장소로 사라졌다.

그사이에 메이크업이 끝난 신희진이 내게로 왔다.

“오빠!”

“어, 왔어?”

“네.”

신희진이 오자마자 누구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팬분들은 가셨어.”

“네?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잘 먹고 인증 샷 남겨달라더라.”

팬이 말한 그대로를 이야기해줄 필요는 없으니 적절하게 편집해서 신희진에게 말했다.

“그럼요. 그건 자신 있죠!”

신희진이 헤프게 웃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스태프처럼 위장한 민진석이 이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게 보였다.

“네가 개시해.”

“네?”

“네가 쏘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이정수 PD님한테 이야기했더니 우리가 준비한 간식 먹고 바로 촬영 들어간다고 말해주더라.”

“아, 네!”

내 말에 신희진이 심호흡하더니 크게 외쳤다.

“여러분! 신희진이 쏩니다! 와서 먹고 하세요!”

신희진의 외침에 주위에서 쉬던 스태프들이 슬금슬금 간식 차 주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희진 씨 잘 먹을게요.”

촬영 감독이 제일 먼저 샌드위치를 들고서 엄지를 내밀며 신희진에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준 팬들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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