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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79화 (179/200)

제179화. 밀고 당기기가 필요해? (1)

팀장이 되어서도 내 하루 첫 시작 일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도 애들에 대한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시작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종합 4월까지 스타즈 스케줄※ - 음방 제외]

글에 나와 있는 표를 보니 애들 스케줄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아직 제대로 정리를 안 했는데 이거 보고 정리해야겠다.

수요일은 이나라가 반고정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잡혔고, 금요일은 서지영 고정인 콜업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리고 각각 금요일 월요일이 녹화일이었다.

그 외에도 단체로 프로그램에 나가는 스케줄이 몇 개 끼어 있어서 작년 활동기 끝난 이후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잡힌 거였다.

원래 이렇게 잡아서 얼굴을 알렸어야 했는데 작년엔 회사 전략상 애들의 노출을 너무 꺼렸다.

└올해는 무슨 일이냐?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프로그램 많이 하네

└아 빨리 보고 싶다.

└계속 이렇게 떡밥 많았으면 좋겠다 덕질 하기 편하게. 작년에는 진짜 ㄹㅇ 너무 힘들었어 애들이 방송에 얼굴이 나와야 덕질하지. Y앱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야 소속사가 일 좀 하네

└그때는 그룹이 더 갈지 안 갈지 모르니까 안 나온 거 같은데

└그럼 이제 연장 2년 했다니까 이제 꾸준히 나오지 않을까??

└됐고 우리는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이거야~~ 본방 사수 ㄱㄱ

└희진이 드라마는 언제 찍음?

└그거 Dr. Sun 끝나고 하는 거라던데?? 그럼 아마 4월 말에 방영할 듯

신희진의 드라마 소식은 애들 스케줄 공개와 동시에 확 가라앉았다. 어쨌든 팬들의 불만은 딱 하나였다.

애들 모습을 방송으로 보고 싶은 것.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니 불만이 쏙 들어갔다.

그리고 또 하나.

이렇게 우후죽순 프로그램을 잡게 되면 이제부터는 애들의 이미지 소모는 가파르게 시작될 게 분명했다.

그 이미지 소모가 어느 정도 됐다고 판단되면 회사는 콘서트로 수익을 극대화하자는 이야기가 분명 나올 거다.

이미지 소모가 나쁜 건 아니다. 그만큼 유입이 늘고 코어 팬덤이 단단해지니까.

그래서 올해 초에 회사에서 콘서트 투어를 이야기할 때 나는 반대했던 거였다.

아직 애들은 이르다고.

그러나 회사에서는 지금이 콘서트 돌릴 적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내년에는 콘서트 투어를 돌 가능성이 매우 컸다.

콘서트 투어.

애들의 연차를 보면 확실히 빨랐다. 하지만 팬덤의 크기를 생각하면 또 이른 건 아니었다.

아이돌 성장 공식이 있다.

남진수가 일러준 공식이었는데 얼추 맞는 것 같았다.

1년 차 데뷔, 2~3년 차 이름과 얼굴 알리며 팬덤 모으기 4년 차 콘서트 투어.

이게 이상적인 아이돌의 성공 루트라고 했다.

스타즈는 데뷔와 동시에 3년 차까지의 루트를 대부분 생략한 일명 금수저였다.

그런 금수저도 망했었다.

지금의 이야기는 아닌, 나만 알고 있는 회귀 전의 스타즈였지만 말이다. 근데 그런 금수저조차 ‘앗’하는 순간 망하는 걸 보면 이 바닥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잉. 징. 지잉.

“김현진 팀장입니다.”

- 안녕하세요. 김 팀장님. 이정수 PD입니다.

전화 진동이 울려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른 후 들은 목소리는 이정수 PD였다.

“안녕하세요. 이 PD님. 잘 지내셨죠?”

- 스케줄은 확인하셨죠?

“네, 확인했습니다.”

이정수 PD와 몇 차례 통화하면서 느꼈던 건 이정수 PD도 자기 위주로 말하는 전형적인 PD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내 말에 인사치레로 뭐라도 할 법한데도 무시하고 자기 일을 먼저 꺼내는 걸 보고 다시 한번 여실히 느꼈다.

게다가 보통은 조연출을 통해서 할 말을 내게 전달했었다.

본인이 전화한 걸 보니 오늘은 무슨 용건이 있는 모양이었다.

- 전체 리딩에 앞서서 주연배우랑 몇몇 헤드 스태프들이랑 한번 자리를 가지려고 하는데요. 3월 27일로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주연 배우끼리면 희진이랑 승훈 씨 두 명만입니까?”

- 둘만 나오는 자리는 아니고, 저랑 작가 그리고 주조연인 이정연 씨랑 박승태 씨도 합류할 겁니다.

“27일이라… 잠시만요.”

이정수 PD에게 말하고 스케줄을 확인했다.

27일. 팬 미팅이 잡혀 있는 날인데.

“그날 팬 미팅이 잡혀 있어서요. 끝나면 저녁일 듯합니다.”

- 어차피 저녁에 보려고 했으니 끝나고 오시면 되겠네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이정수 PD의 말에 잠깐 말문이 막혔다.

“그게… 알겠습니다.”

- 그때 뵙죠.

“네, 알겠습니다. 뭐야? 끊었네.”

자기 할 말이 끝났다고 바로 끊는 싸가지 보소.

갑자기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아오, 진짜! 지 맘대로네, 지 맘대로야! 캭 퉤.”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이정수 PD 때문에 울분에 차 생각했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첫 드라마라 과감하게 도전했더니 이것저것 시행착오가 많았다.

제작진부터 배우까지.

다음에는 이러지 않아야지.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안혜지를 발견했다.

나는 그런 안혜지에게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일 봐요.”

“네. 팀장님.”

내 태도에 안혜지가 움찔하더니 안혜지가 다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예전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애들의 Hurricane 활동은 2주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내려왔다.

이건 꽤 유의미한 성적이었다.

아직 스타즈가 성장세라는 증거였으니까.

우리와 비슷한 덩치를 가진 티어즈도 비슷한 시기에 컴백을 했는데 우리 뒤 순서로 컴백을 했다.

그 모습에 조금 감개무량하긴 했다.

예전에는 우리가 눈치 봐가며 피해가거나 했는데 이제는 아무 상관 없이 컴백 날짜를 정하고 컴백하게 됐으니까.

“오빠, 시간 됐어요.”

“어, 벌써 그렇게 됐어?”

신희진의 말에 시간을 확인했다.

18시 20분.

지금은 신희진과 함께 ‘요물’ 리딩 전 주요 헤드 스태프와 배우들이 만나는 미팅 장소에 와있었다.

여기에 도착한 건 18시였다.

그리고 18시가 오늘 모임의 약속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먼저 스케줄이 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늦을 수 있다고 말을 했었고, 너무 저자세로 갈 필요가 없다는 이예진의 자문 하에 조금 늦게 들어가려고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이예진에게 자문하게 된 배경은 간단했다.

내가 드라마는 처음이기에 회사 내 소속 배우인 이예진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내 전화를 받은 이예진이 ‘제가 왜 그런 걸 알려줘야 하죠?’라고 해서 진땀을 빼긴 했지만, 잘 구슬려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요지는 간단했다.

얕잡아 보이면 끝이라고 했다.

얕잡아 보일 바엔 또라이가 되라고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 그대로를 신희진에게 이야기해주니 그건 자신의 전문이라며 좋아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신희진을 보며 내가 모르는 모습이 있었나 싶었다.

상상이 안 갔기 때문이었다.

“들어가자.”

“네.”

신희진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나도 차에서 내려 신희진을 찾았다.

아직 날씨가 제법 쌀쌀한지 신희진이 입김을 후 불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춥지?”

“아뇨. 적당해요.”

내게 대답하는 신희진을 쳐다봤다.

오늘의 신희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을 정말 많이 줬다.

팬 미팅 때도 팬들이 신희진 보고 연신 감탄했을 정도였으니까.

팬 미팅에서 애들 실물을 보고 긴장한 팬들이 제법 되는데 오늘 유독 신희진 차례에서는 그 빈도가 심했다.

“왜요? 얼굴 부었어요? 저 진짜 잠깐 잤는데….”

내가 계속 유심히 쳐다보자 신희진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걱정하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아니, 오늘 진짜 예쁜 거 같아서.”

“그쵸? 오늘은 내가 봐도 이쁘다니까요. 이 모습 남기고 싶어서 셀카를 몇 장을 찍었는지 몰라요.”

신희진이 배시시 웃었다.

오히려 이렇게 힘을 잔뜩 준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가뜩이나 장승훈한테 더 불붙이게 하는 게 아닐까?

이예진한테 장승훈에 관한 것도 물어봤는데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게 더 잘 먹히고 컨트롤하기 쉬울 거라고 이야기하던데 나는 도통 잘 모르겠다.

“가자.”

“네.”

신희진과 함께 미팅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이정수 PD가 알려준 회의실을 찾아 문 앞에서 노크했다.

똑똑.

“김현진 팀장입니다.”

“아,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가니 오늘 만나기로 했던 모두가 모여 있었다.

모두라고 해봤자 엄청 많은 인원이 모여 있던 건 아니었다.

배우 네 명, PD와 작가 그리고 배우 매니저들뿐이었다.

“와우! 실물로 보니까 더 예쁘시네.”

그리고 그중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건 장승훈이었다.

* * *

“안녕하세요. ‘미호’ 역을 맡은 신희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역시 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니까요? 그렇죠? 이 PD님?”

“그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김 작가님.”

김지선 작가의 말이 불편한 듯 이정수 PD가 눈을 찌푸렸다.

“왜요. 누구의 반대 때문에 이런 20대 여배우를 놓칠 뻔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드라마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지선 작가는 신희진이 무척 마음에 든 듯했다.

우리 편이 메인 작가라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희진이 쭈뼛쭈뼛 상황을 눈치 보고 있는 와중에 그 옆에 앉아 있던 이정연이 신희진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영화 잘 봤어요. 희진 씨.”

“아, 감사합니다!”

“이 감독님은 여전히 그대론가요?”

“이진철 감독님이요?”

“아, 이신형 감독님이요.”

“이신형 감독님이랑 제가 작업은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는 재밌는 분이셨어요.”

“푸흡, 그래요? 재밌던 분은 아니셨는데….”

이야기를 엿들어 보니 이신형 감독과 작업을 한 적이 있는 배우인 듯했다.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확인했을 때 접점을 못 찾았는데 내가 모르는 인연인가.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 사이로 이정수 PD가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짝짝!

“자, 이제 희진 씨를 끝으로 통성명은 다들 했죠? 오늘 이 자리는 다른 게 아니라 열심히 해보자고 모두의 바쁜 시간 쪼개서 모인 자리입니다. 이렇게라도 모이자고 하지 않으면 리딩 전까지는 아예 못 보니까요. 그때 어색해하지 말자고 모인 자리고요.”

이정수 PD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간단하게 식사라도 할까 합니다. 괜찮으시죠?”

“네, 좋죠.”

장승훈이 웃으며 대표로 말했다.

역시 여기서 발언권이 제일 높은 건 장승훈인가.

“그럼 일단 이동하고 거기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죠. 위치는 매니저분들에게 드리겠습니다.”

이정수 PD가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휙 하고 나가버렸다.

“어휴. 사람이 좀 둥글어야 하는데… 전, 이 PD님이랑 같이 갈게요.”

“네.”

김지선 작가도 우리에게 말하고는 이정수 PD를 따라갔다.

그러자 앉아 있던 배우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그리고 일어난 장승훈이 신희진에게로 다가왔다.

“희진 씨 핸드폰 있으시죠? 번호 좀 주실래요?”

주연 배우끼리 의사소통을 위해 번호 교환 하는 게 이상할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장승훈이 계속 신희진을 힐끔힐끔하는 모습에 무언가 행동을 취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행동할 줄이야.

신희진이 장승훈의 말에 나를 쳐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알아서 하라고 손짓했다.

이런 건 내가 끼어들어 봤자 명분도 약하고 모양새도 안 좋았다.

그러자 신희진이 장승훈에게 조곤조곤 말했다.

“아, 네. 근데 저 핸드폰 잘 못 써요.”

“요즘도 아이돌 핸드폰 못 쓰게 해요?”

“그건 아닌데요, 제가 필요 없는 연락은 대꾸를 잘 안 하거든요.”

능청스럽게 대꾸한 장승훈에게 신희진이 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교육했는지 몰라도 교육이 잘됐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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