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꽃은 핀다 (4)
‘오길 잘했어. 혼자면 어때.’
무대를 끝내고 손을 흔들며 들어가는 스타즈를 보며 장현수는 생각했다.
올해로 서른셋.
평범하게 회사에서 월급 타며 살아가던 장현수에게 있어 스타즈는 한 줄기의 빛이었다.
우연히 시청했던 ‘너아누’는 장현수의 인생을 백팔십도 바뀌게 해주었다.
‘이 나이에 아이돌 덕질을 하게 될 줄이야….’
장현수는 이전까지만 해도 아이돌 덕질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그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계기는 간단했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무심코 본 ‘너아누’ 경연 무대 영상에 매료되어 버린 게 시작이었다.
그때 경연 무대에서 화사하게 미소 짓던 유미소로 입덕을 시작해 스타즈 전원에게 입덕해 버렸다.
‘콘서트 사흘 다 티켓팅 할걸. 괜히 하루만 했네.’
그만큼 오늘 스타즈의 콘서트는 장현수에게 빛이자 활력이었다.
‘조금 전 무대에서 미소는 확실히 빛났지. 또, 박혜연의 음색은 진짜….’
그렇게 장현수는 스타즈의 무대를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그때, 장현수의 옆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끙… 이거 왜 이러지.”
장현수가 살펴보니 누군가 불이 꺼진 응원봉을 보며 난감해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충동적인 마음이 들었다.
“저기요.”
“네?”
“응원봉이 문제이신 거 같은데 도와 드릴까요?”
“아… 네. 도와주시면 감사하죠!”
장현수는 괜히 나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떤가.
콘서트에 온 이상 우리는 we are the world. 모두 하나였다.
장현수가 여성에게서 응원봉을 건네받아 이리저리 조작했다.
잠시 후, 응원봉에서 불이 들어왔다.
장현수가 불이 켜진 응원봉을 두어 번 흔든 뒤에 여성에게 응원봉을 건넸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여성이 장현수에게서 응원봉을 받아 들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이내 여성이 장현수에게 말했다.
“혼자 오셨나 봐요?”
“네. 원래는 친구랑 같이 오기로 했는데 친구가 시간이 안 돼서 혼자 왔어요.”
장현수가 여성의 질문에 쑥스럽게 대답했다.
오늘 한번 보고 말 사이임이 분명하지만 혼자 왔다고 말하기가 창피했다.
“저도요! 일 바쁘다고 못 온다고 해서 표 하나는 양도했거든요. 제 옆에 계신 분이 양도 받으신 분이에요.”
장현수가 슬쩍 여성의 옆을 보니 한 여성 팬이 무대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눈앞에 있는 여성이 장현수에게 재차 말을 걸었다.
“응원하시는 거 보니까 미소 팬이신 거 같던데….”
“네. 미소로 입덕해서 지금은 올 팬 지향하고 있어요.”
여성의 말에 장현수가 뜨끔했다.
곡마다 각 멤버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유미소 응원하는 구간에 목소리가 제일 컸던 듯했다.
확실히 본인이 생각해도 유미소가 나올 때 가장 열렬하게 응원했다.
모두의 팬을 표방했지만,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장현수를 보고 여성이 화사하게 웃었다.
“전 지영이로 입덕했어요! 방송 보는데 너무 웃겼거든요. 차애는 유코예요. 최애, 차애가 있긴 하지만 저도 다 좋아하는 편이구요.”
“아하, 저는 경연 무대로 입덕했 거든요.”
“경연 무대면 팀 평가했던 그 무대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거요.”
장현수가 여성의 말에 멋쩍은지 웃었다.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회사와 집만 오가며 같은 회사 직원 말고 여성과 대화한 건 꽤 오랜만이었다.
“무대 시작하나 봐요.”
여성의 말이 신호가 되었는지 중앙 무대로부터 불이 켜지며 양옆에서 강렬한 사운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장현수의 가슴도 쿵쿵 뛰기 시작했다.
장현수가 정면의 무대를 보다가 힐끔 옆에 있던 여성을 쳐다보았다.
환한 미소로 응원봉을 흔드는 여성이 괜히 신경 쓰였다.
* * *
“현진아. 왜 이렇게 떨리냐.”
“저도 떨려요.”
애들이 무대를 하러 이미 나갔고, 나와 남진수는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무대 중간에 우리가 들어가서 짧게 호흡을 맞추고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다.
남진수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웃겼다.
덩치도 제법 큰 사람이 이러니 안 웃길 수가 있나.
“햐, 진짜 이게 맞나 싶네.”
“뭐 어때요. 나가서 즐기고 오면 되는 거죠. 연습도 그렇게 많이 했으니 괜찮을 거예요.”
“게스트로 가수들이 온 건 봤어도 매니저가 이렇게 올라가는 건 아무리 봐도 좀 아니다 싶은데….”
남진수의 말처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벤트이긴 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매니저도 가수와 한 팀이라 보는 사람들도 많기에 상관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고, 내가 방송 출연을 했기에 짧게나마 꾸미는 건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렇긴 한데 이미 준비한 걸 어떻게 해요? 이미 다 이야기해놓고 인제 와서 무슨 소리세요.”
“흐….”
남진수의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무려 8,000명이었다.
100명 앞에서 발표만 해도 떨리는 게 사람이다.
안 떨린다고 말하는 게 이상한 거다.
나도 떨리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이 열기에 춥다는 듯 떠는 남진수 만큼은 아니었다.
“두 분 준비해 주세요. 곧 올라간대요.”
“네.”
박종수가 다가와 우리에게 말했다.
무대에 익숙한 박종수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우리는 조용히 타이밍을 보기 시작했다.
쿵. 쿵.
심장 소리와 노래의 멜로디가 함께 어우러졌다.
그리고 지금.
남진수와 같이 무대에 나갔다.
무대로 나가자마자 반기는 건 빼곡히 차 있는 관객석이었다.
그 광경에 순간 아찔함을 느꼈지만 꿋꿋이 정해진 자리로 가 자세를 취한 뒤 순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 뛰어!
유미소가 폭죽 소리와 함께 소리를 질렀다.
스타즈 애들의 뒤편에서 열심히 준비된 안무를 췄다.
사실 안무가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복고풍의 Pump는 안무 자체가 따라 하기 쉬운 구조로 만들었었다.
그래서 나와 남진수가 이렇게 뒤편에 나와 출수 있는 거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익힌 대로 춤을 췄다. 그러면서 스타즈 멤버들이 무대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관중석에 있는 팬들과 호흡하고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이 애들이 저만큼 사랑을 받는구나.
그렇게 무대는 빠르게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애들은 이제 돌출 무대로 나가고 있었고 우린 애들이 빠져, 휑해진 메인 무대를 채우며 열심히 흥을 돋웠다.
춤을 추면서 남진수와 눈이 마주쳤는데, 남진수도 분위기에 취해 흥분했는지 기분 좋은 얼굴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저 얼굴, 저 덩치로 저렇게 웃으니 징그럽네.
펑! 펑!
돌출 무대와 메인 무대에서 무대 효과로 드라이아이스와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어느덧 노래가 막바지를 향했고, 이윽고 노래가 끝이 났다.
이제 댄서들은 퇴장할 시간이었다.
돌출 무대에서 엔딩 포즈를 잡는 스타즈 애들을 보다가 재빠르게 무대 뒤편으로 갔다.
뒤편으로 오자마자 비 오듯 땀을 흘리는 얼굴을 손으로 닦아냈다.
짧게나마 무대에서 가수들이 어떤 심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게 해준 무대였다.
가수들이 괜히 무대가 마약 같다고 표현하는 게 괜한 게 아닌 것 같았다.
무대에 취한다는 게 이런 말이었구나.
- 이번 무대 보시면서 혹시 뭔가 발견하셨다는 분 계세요? 저희가 특별히 준비한 무대였는데.
이나라의 목소리가 큼직하게 들려왔다.
무대가 끝나고 잠깐 멘트를 치는 구간이었다.
관객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했지만, 무대 뒤편이라 관중석에서 웅성거림만 들릴 뿐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안 들렸다.
- 다른 게 아니라 저희랑 1년을 함께해준 매니저 오빠들이 백댄서로 나와 무대를 꾸며줬어요. 티 별로 안 났죠? 저희가 무리하게 부탁한 거였는데 들어주신 거였거든요.
- 1년간 저희를 봐주시느라 고생해준 매니저 오빠들한테도 박수 한번 부탁드려요!
짝짝짝!
애들의 언급에 조금 쑥스러웠다.
굳이 그렇게 안 해줘도 될 텐데 말이다.
- 다음 무대는요,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발라드곡을 들려 드릴 건데요. 무슨 노래일까요?
지금, 이 순간!
Fun한 안녕!
- 정답은! 지금, 이 순간이었습니다!
발라드라고 해봤자 몇 곡 없었다.
그래서 이건 대답하기 쉬워서 그런지 팬들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후, 잠깐 올라갔다 왔는데 땀 흘린 거 봐. 다음부턴 다신 안 한다.”
남진수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하하하, 전 나름 재밌었어요.”
“너도 참 강심장이야.”
내 태도에 남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아직도 무대를 갔다 온 게 두근거렸다.
물론 내가 노래한 것도, 주도적으로 무대를 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시없을 경험이었다.
남진수도 투덜대고는 있었지만 실상 나랑 똑같을 거다.
기분 좋은 표정이 그를 반증했다.
“그래도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근데 2일 더 뛰어야 하잖아.”
“그건 그러네요. 그래도 오늘은 끝났잖아요? 이제 맘 편히 무대 보면서 즐겨야겠어요.”
내 말을 들은 남진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무슨 소리야? 넌 아직 한 번 더 남았잖아.”
“아….”
그랬다. 나는 아직 한탕 더 뛰어야 했다.
무대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지금, 이 순간의 반주가 갑자기 쿵쿵대며 무엇보다도 크게 들려왔다.
* * *
[☆스타즈 1일차 콘서트 후기★-장문 주의]
다소 길 수도 있어 존댓말보단 반말로 진행하는 점 양해 부탁함.
본인은 서른셋의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는 직딩임. 아이돌 덕질은 스타즈로 처음이고, 입문은 너아누 경연 영상 보며 입덕함.
콘서트 내용은 꽤 훌륭했고 발표한 곡은 대부분 다 나온 것 같다. 아이돌 콘서트는 처음이라 혜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내 입장에선 혜자였음.
스포가 될 수도 있어 무대는 언급 안 하겠는데 전체적으로 무대들은 훌륭했다. 아, 그래도 하나는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미자 제외한 성인 멤버 셋이 무대 꾸렸는데 ㄹㅇ 미쳤음. 넋 놓고 봄. 근데 여기에도 관전 포인트가 있었는데…. 아 ㅋㅋ 뭐냐고? 궁금하면 유료결제해서 VOD 다시 보기 봐라 엌ㅋㅋ 아무튼 이번에 콘서트 끝나고 올콘 할 걸 괜히 첫콘만 한 거 후회했다. 다음엔 올콘 노려야지. 물론 다음에는 여자친구가 될지 여자사람 친구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랑 같이 티켓팅 할 거 같다.
ps.
웬 여자냐고? 어쩌다 보니 옆에 있던 여성 팬분과 번호 교환하게 돼서 나중에 만나기로 약속 잡았는데 느낌이 좋다. 너희들도 집에만 박혀 있지 말고 콘서트 다녀라. 덕질도 하고 연애기회도 주는 꿀 같은 스타즈 콘서트 가쉴? 츄라이 츄라이.
└마지막 ps보고 비추 드렸습니다.
└콘서트 보러 갔는데 남녀끼리 만나서 번호 교환을 한다!? 인증 없었으면 소설이라고 대차게 까였다 ㄹㅇ
└소설 쓰고 있네
└평소에 애들 귀엽기만 했는데 나도 그 무대 보고 침 삼켰자너 ㅋㅋ 그리고 매니저도 엌ㅋㅋ
└매니저 ㄹㅇ시강이었음 ㅋㅋ
└매니저가 애들한테 잘해주나 봐. 이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그 매니저는 항상 보이잖어. 행사장마다.
└예전 방송 나왔을 때 애들이랑 사이좋아 보이기도 했고, 방송을 떠나서 애들이 잘 따르는 게 보이기도 했음
1일 차 반응을 보니 꽤 성공적인 콘서트였던 것 같다.
내 이야기도 종종 보이는 걸 보니 조금 쑥스럽긴 했는데 확실히 그 무대가 인상 깊긴 했나 보다.
그만큼 그 무대는 준비를 빡세게 했다.
이 사람의 글이 사이트에서 화제가 높은 건 아무래도 콘서트에 와 남녀가 눈 맞을 것 같다는 뉘앙스 때문인 것 같다.
흔치 않은 경우 같은데.
이런 경우가 나올 만큼 스타즈가 대중을 많이 사로잡았다는 반증 아닐까.
이 사람 말고도 여러 후기 반응들을 살펴보니 전체적으로 팬들의 만족도가 높은 콘서트였다.
그렇다면 남은 두 번의 공연도 성공적으로 끝나리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