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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65화 (165/200)

제165화. 꽃은 핀다 (3)

“무대 진짜 크다!”

“우와, 우와, 우와!”

콘서트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해서 무대를 보자마자 애들이 감탄했다.

이런 무대를 혼자 쓴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

스타즈 애들이 두근대는지 눈이 하트 모양으로 변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모습 같았다.

그만큼 콘서트가 기대되고 설레는 모양이다.

뒷짐 지며 무대를 구경하고 있는 와중에 서지영이 슬며시 내게 다가왔다.

“무대 올라가 봐도 되죠?”

“어. 근데 어차피 조금 있다가 올라갈 건데 굳이?”

“그래도요!”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지영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애들도 뒤따라 올라갔다.

무대를 이곳저곳 누비면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기운도 좋네요.”

어느새 한지연이 옆에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내일 있을 콘서트를 대비해 오늘 무대 점검 차 같이 왔다.

쇼 케이스 때와 다르게 하루 먼저 리허설을 하는 건 그만큼 콘서트 무대가 복잡하고 동선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서트를 3일간 진행한다고 하면, 장소대관을 보통 5일 잡는다.

1일 차에 무대 설치, 2일 차에 무대 리허설, 그리고 3일 차가 대망의 콘서트 시작일이다.

“그래서 힘들긴 한데, 이게 애들의 매력 같아요. 보면 저도 모르게 웃고 있으니까요.”

한지연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쵸? 저도 얘네 레슨하다 보면 그래요. 내가 아이 키울 때 얘네처럼만 커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아이요? 그럼 혹시 팀장님이랑….”

“몰라요!”

“하하.”

한지연이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졌다.

애들 혼내는 모습만 보다 이런 모습을 보니 꽤 신선했다.

반응을 보니 남진수와 한지연의 연애 전선은 청신호인가보다.

이러다 조만간 국수 먹는 거 아닌지 몰라.

둘 다 결혼적령기의 나이니까 언제 청첩장이 날아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저도 애들이랑 같이 무대 점검 좀 하러 가볼게요.”

“네. 알겠습니다.”

“고생해요~”

“고생하세요.”

한지연이 무대 위로 올라가 애들을 불러 모았다.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딱히 없다.

이따가 합동무대 준비할 때, 애들과 합을 맞춰보는 것이 전부다.

가만히 무대만 보고 있기에는 너무 지루해서 핸드폰으로 팬들의 반응을 찾아보았다.

먼저 스타즈의 팬클럽 ‘별님들’ 에 들어갔다.

[체육관에 애들 들어갔대요!]

[벌써 콘서트가 내일이라니 실감이 안 나네요.]

[올콘 성공하신 분 있으세요?]

팬클럽은 조금 정중한 분위기로 콘서트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공식 팬클럽 사이트다 보니 팬들이 자체적으로 필터링하는 모습이었다.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는 조금 더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내일 콘서트 가는 사람? 난 집에서 볼 예정.]

└콘서트 예매 못 한 흑우 업제??

└내일 첫콘 보러 간다. 첫콘이 진리라는데.

└ㄴㄴ 막콘이 진리

└첫콘은 너무 어리벙벙하고 막콘은 너무 노련하고 조금 미숙한 중콘이 최고야

└올콘 미만 잡

└올콘 성공 못한 흑우 없제~~?

한 게시글에서 때 아닌 콘서트 논쟁을 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 보였다.

나도 팬들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나는 애들의 무대는 질리도록 보았다. 그러나 모든 무대를 연습실에서만 보았기에 콘서트 무대는 어떤 느낌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감이 오는 건 하나 있었다.

대단히 만족스러울 거라는 것.

그건 확실했다.

* * *

“나가는 방향이 틀렸잖아!”

데자뷰인가? 왜 어디서 본 것 같지.

기억났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애들 데뷔 쇼 케이스와 겹쳐 보였다.

데뷔 쇼 케이스를 생각하니 그때가 생각났다.

이렇게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때와 다른 건 있었다.

“쌤, 그럼 이따 돌출무대 때 여기까지 가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네. 무대가 생각보다 넓어. 가능할 거 같아. 그렇게 할까?”

“쌤! 저도 의견 있어요! 저희가 돌출로 나가잖아요? 그럼 이쯤 지나고 나서 여기에 있는 건 어때요?”

유미소가 무대 구성 도안을 가리키며 한지연에게 말했다.

그러나 대답은 이나라가 했다.

“거긴 시야각이 너무 좁아. 사람들이 다 못 봐.”

“음….”

유미소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때는 무대 구성의 대부분을 한지연에게 맡겼다면, 지금은 애들 스스로가 본인들의 무대를 진두지휘했다.

게다가 무대에 오르는 게 익숙해지니 어떻게 무대를 장악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같이 대형 무대에서 홀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우왕좌왕했다.

긴장했다기보다는 상정했던 무대보다 큰 무대여서인 듯했다.

그래도 차근차근 한지연과 함께 맞춰 나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준비를 하다 보면 3일간의 콘서트를 진행하는 동안 꽤 능숙해진다.

그래서 똑같은 콘서트여도 3일 다 보러 가는 팬들이 있었다.

각각 다른 묘미가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성장해 가는 맛이라고 했던가.

멍하니 잡생각을 하다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무대를 보니 서지영이 나를 보고 오라며 손짓하고 있는 게 보였다.

“오빠! 올라 와 봐요.”

“나?”

서지영이 나를 부르기에 재차 확인했다.

내가 무대에 왜 필요하다고 나보고 오라는 건지.

“네. 오빠도 무대 리허설 해봐야죠.”

“그러네. 알았어.”

이어진 서지영의 말에 아차 싶었다.

무대에 필요하니 부른 거였다.

맞네. 나도 무대에 올라가는구나.

잠깐 망각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 올라가 애들에게 다가가자 내 파트너인 이나라가 내게 다가왔다.

“나오는 시간대는 기억하시죠?”

“당연하지. 몇 번을 연습했는데.”

자신만만한 내 대답에 이나라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연습실이랑 무대는 거리가 다르니까 여기까지 나오는데 몇 초 걸리는지 한번 세어 봐요. 아마 연습실에서 익혔던 타이밍이랑 안 맞을 거예요.”

“어. 알았어. 잠시만.”

나는 무대 뒤편으로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꽤 멀었다.

연습실에서 연습했던 타이밍이랑 안 맞을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하자마자 이나라가 핸드폰을 보더니 내게 말했다.

“10초 정도 걸리네요. 이러면 타이밍이 안 맞는데. 좀 더 빨리 걸어오셔야 할 거 같아요.”

“알았어.”

“다시 해봐요.”

나는 다시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뒤편에 도착하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댄서팀을 발견했다.

벌써 올 시간이 아닌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댄서팀 단장 박종수와 인사를 나누었다.

“일찍 오셨네요.”

“하하. 어쩌다 보니까요. 지금 진입 타이밍 맞추고 계시는 거죠?”

“네. 근데 언제 오셨어요? 애들도 알고 있어요?”

“막 도착했어요. 이제 인사해야죠.”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일 안 끊기려면요.”

박종수가 너스레를 떨었다.

이 사람은 이전에도 느꼈지만, 친화력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애들도 편하게 대하는 것 같고.

“저는 다시 타이밍 맞추러 가볼게요.”

“네. 근데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죠?”

“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시간보다 노래에 맞춰서 도착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더 편해요.”

“그래요?”

“네.”

박종수가 전해준 팁대로 머릿속에 노래를 떠올리며 무대로 향했다.

아까처럼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타이밍을 맞췄다.

물론 완벽하게 타이밍이 맞지는 않았다. 아직도 타이밍이 조금 늦어 막바지에는 걸음이 빨라졌다.

지금 모습을 남들이 보면 되게 우스울 것 같았다.

그렇게 이나라에게 다가가자 이나라가 내게 말했다.

“왜 이리 늦게 나왔어요?”

“뒤에 샤인 팀 왔더라. 인사하다가 늦었어. 그리고 나보고 진입 타이밍 맞추는 건 노래 들으면서 맞추라던데?”

“아. 오빠들 왔구나. 그리고 그건 이제 하려고 했어요. 대충 나오는 타이밍은 익히셨으니까 노래에 맞춰서 한번 와보세요. 이전에 진입했던 타이밍보다 2초 정도 빠르게 출발하시면 될 거에요.”

“알았어.”

이나라와 짧게 대화 후, 다시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원래 진입 타이밍이 1분 22초였으니, 1분 20초부터 하면 되려나.

애들 리허설이나 무대를 보면 무척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하려니 생각보다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무대를 직접 경험해보니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몸으로 깨닫는 중이었다.

그래도 몇 번 반복하니 얼추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자 우리를 보고 있던 한지연이 크게 소리쳤다.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가볼게요! 다들 준비해주세요!”

한지연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나도 혼나는 건 아니겠지?

* * *

“오빠 청심환! 청심환 주세요!”

“여기.”

박혜연이 내가 건넨 청심환을 받아먹었다.

그러더니 일어나서 양손으로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면서 정신없이 움직였다.

“다시는 이렇게 긴장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박혜연의 힘없는 말에 이나라도 조용히 보탰다.

그런 둘에게 서지영이 다가왔다.

“왜? 난 즐거운데.”

“넌 안 떨려?”

“그다지?”

“진짜 강심장이네.”

서지영이 멤버들에게 다가가 긴장을 풀어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유코 언니도 봐. 태평하잖아.”

“너랑 유코가 이상한 거야.”

이처럼 여기저기 끼어들며 무척 높은 텐션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서지영이 아니었다면 대기실 분위기가 무척 무겁지 않았을까.

“오빠. 밖에 사람 많아요?”

밖의 상황이 궁금한지 신희진이 나를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어, 무지 많지. 8000명이야 8000명. 그리고 아까 굿즈 줄 보고 놀랐다니까. 아마 굿즈도 다 팔렸을걸.”

굿즈 매물을 얼마나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팔렸다는 건 예상 수치 이상을 팔았다는 거다.

그만큼 매출이 좋다는 뜻이고, 콘서트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라는 이야기였다.

“저희는 굿즈 안 줘요?”

“너희 주려고 따로 빼 논 건 없을 걸?”

“굿즈 당사자가 굿즈가 없는 게 말이 돼요!?”

“원래 그런 거야. 굿즈는.”

투덜대는 신희진에게 남진수가 끼어들어 한마디 했다.

“와, 신기하다. 아이돌 굿즈랑 포스터 모으던 내가 이제 당사자가 되니까 기분이 묘해.”

“너 덕질도 했어?”

“말 안 했나? 나 신기루 오빠들 팬이었는데. 오아시스에도 가입했었어.”

유미소의 말에 스타즈 멤버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나중에 방송에서 신기루를 만나면 성공한 성덕인가.

이나라도 나처럼 생각하는지 내 생각 그대로 유미소에게 말했다.

“방송하다가 한번 마주치면 끔뻑 죽겠네.”

“내가 그날을 얼마나 기다리는데! 근데 오빠들이 해외 일정만 계속 도니까 만날 기회가 없더라.”

“언젠간 만나지 않을까?”

“그러겠지?”

수줍어하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유미소가 저런 면이 있었다니.

유미소의 색다른 모습에 긴장하고 있던 몇몇 멤버들도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번 물꼬가 트이니 평소보다 애들이 말도 많아지고 대화 주제도 다양했다.

아마 애들 나름의 방법으로 긴장을 풀고 있는 모양이다.

짝짝!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몸에 이상 있는 사람 없지?”

“네!”

남진수가 손뼉을 치며 애들에게 몸의 이상 유무를 물었다.

이제 정말 콘서트 시작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콘서트 시작까지 약 1시간 남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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