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꽃은 핀다 (2)
짝짝짝!
“이 정도면 훌륭한 거 같아요!”
“팀장님. 안 되는 게 없죠? 하면 된다!”
“팀장님이 일취월장한 게 컸어.”
애들의 합동 무대인 Pump가 끝나자 애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하면 되더라….”
애들의 말에 남진수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고작 30초 춘 거로 헐떡이시면 어떻게 해요! 저희 운동할 때 같이 운동하시는 건 어때요?”
“춤을 못 춰서 긴장해서 그렇지, 내 체력은 걱정 안 해도 돼. 매니저는 체력이 기본이거든.”
유미소의 말에 남진수가 대답했다.
남진수의 말처럼 체력이 없었다면 매니저를 못 했을 거다.
물론 애들의 말한 체력과 남진수가 말한 체력의 개념은 조금 다르긴 했다.
“팀장님과 비교하면 현진 오빠는 땀도 별로 안 흘리는데요?”
“쟤는 젊잖아.”
나와 비교당한 남진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젊어서 안 흘린다기보다는 자기 관리의 문제다. 남진수가 비만은 아니었지만, 과체중은 확실했다.
육안으로도 보이는 토실토실한 뱃살이 그를 증명했다.
앉아 있던 남진수가 이내 손을 털고 일어났다.
“그럼 난 간다. 현진아, 고생해라.”
“네. 고생하셨어요.”
나는 남아서 애들이랑 합을 더 맞춰봐야 하기도 했고, 애들의 모니터링을 도와줘야 했기에 오늘 업무는 애들의 콘서트 모니터링이었다.
이제 하도 봐서 생각보다 지루했지만 일인데 어쩌겠나.
“팀장님! 오늘 기습 Y앱 한번 하면 안 돼요?”
“Y앱?”
문을 향해 나가고 있던 남진수가 서지영이 붙잡는 말에 뒤를 돌아봤다.
“네. 저희 이번 달은 한 번도 못 했잖아요. 콘서트 준비하느라.”
“음, 뭐 가지고 할 건데?”
“소소하게 이것저것 근황 이야기? 연습실에서 킨 적이 없기도 했고요.”
서지영의 말에 남진수가 고민하는 기색을 비쳤다.
시기상 지금 한번 하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콘서트 일주일 남은 시기이기도 했고, 팬들도 애들 뭐하나 궁금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컨텐츠를 준비한 다음에 트는 게 정석이었지만 이런 기습적인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내 남진수가 나를 쳐다봤다. 내 의견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는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흠. 마음대로 해. 실수만 하지 말고. 현진이는 내가 따로 말 안 해도 알지?”
“네!”
“네. 알겠습니다.”
남진수의 말에 나와 애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우리의 대답을 들은 남진수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손을 흔들고는 문으로 향했다.
“그럼 고생해라.”
“네! 들어가세요!”
남진수가 나가자마자 애들이 내게로 우르르 다가왔다.
그 중 이나라가 대표로 내게 말했다.
“오빠 Y앱 언제 켜면 돼요?”
“저녁 먹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씻고 간단하게 메이크업이라도 하고 진행해야지.”
지금 상태로 Y앱을 켜면 대참사다.
애들의 상태는 본인들이 간단한 화장만 한 상태였고 연습을 하면서 땀 때문에 그마저도 다 지워진 거지는 민낯 상태였다.
민낯도 이쁜 애들이었지만 그래도 메이크업을 하는 게 더 이뻤다.
물론 애들이 메이크업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괴리감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식 방송인데 기초화장은 하고 진행하는 게 맞았다.
굳이 민낯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서지영도 내 말에 공감한다는 듯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아, 맞네. 이 꼴로 하면 큰일 나겠다.”
“옷은 그냥 연습복 입고 하는 게 낫겠죠?”
“아무래도 그게 좀 더 자연스러울 거 같은데? 일단 연습마저 한 다음에 저녁 먹고 메이크업 간단히 하고 키자. 켜서 어떤 걸 진행할지는 아직 시간 좀 남았으니까 생각해보고.”
“네!”
오늘 컨셉은 꾸미지 않은 평소의 애들 모습이 좋을 것 같다.
꾸미지 않은 평소의 스타즈.
막상 떠올려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의 평소 모습은 고삐 풀린 망아지라는 표현이 딱 알맞았다.
그래도 한 번쯤은 고삐 풀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러나 이렇게 내가 생각을 해도 의외로 애들은 막상 방송이나 행사 등 외부에 나가면 꽤 얌전해졌다.
막상 연예인들은 방송으로 볼 때의 이미지랑 실제 모습이랑 다른 경우가 많았다.
스타즈의 경우에는 평소의 모습과 대외적으로 나온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오늘 저녁 뭔지 아는 사람!”
“나 아까 점심에 봤는데 제육이었어!”
“야호!”
이런 애들의 순수한 모습이 나는 좋았다.
* * *
“지금 저희가 뭐 하고 있을까요?”
Y앱을 켜자마자 서지영이 능숙하게 진행을 시작했다.
아까와 달리 간단한 메이크업을 한 애들은 화사했다.
진행하던 서지영이 집 소개를 하듯 팔을 벌렸다.
“짜자잔!”
“여기는 바로 연습실이랍니다!”
서지영의 감탄사에 맞춰 유미소가 짜두었던 멘트를 쳤다.
오늘의 컨셉은 연습실에서의 스타즈였다.
“다른 게 아니라 너무 팬분들과 소통을 안 한 것 같아서 팀장님 졸라서 Y앱 켰어요. 저희 잘했죠?”
눈웃음을 지으며 유미소가 말하자 채팅창이 잠깐 멈췄다가 쭈욱 올라갔다.
나는 촬영을 하면서도 수시로 채팅창을 보면서 모니터링 중이었다.
확실히 미소의 눈웃음과 입꼬리가 올라가는 웃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홀리기 딱 좋았다.
“콘서트 준비 중이냐고요?”
“당연히 준비 중이죠! 여러분들을 만날 생각에 밤잠 없이 연습 또 연습하고 있습니다!”
신희진이 글을 하나 읽자 옆에 있던 서지영이 냉큼 물어 대답했다.
서지영이 말하자 박혜연도 질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콘서트 준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기대 많이많이 해주세요!”
“콘서트 못 오시는 분들은요, 제가 알기로는 그… 콘서트 당일 날 유료로 Y앱에서 보실 수 있으세요. 그거 말고도 저희 콘서트를 따로 담은 CD도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맞죠?”
이나라도 신희진 옆에서 팬의 질문을 읽으며 소통을 시도했다.
그렇게 소통을 하다가 끝에 가서는 자신이 모르는 걸 내게 묻기에 나는 긍정의 표시로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의 인기가 너무 좋다 보니 콘서트를 Y앱을 통해 유료로 시청할 수 있게끔 했다.
이건 꽤 많은 기획사가 시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콘서트에 무조건 가야 콘서트 구경이 가능했다면 요즘은 방구석에서도 관람할 수 있었다.
모니터 화면 너머로 콘서트의 열기 자체를 느끼기에는 부족했기에 엄청 인기 있는 편은 아니었다.
“근데 왜 하필 연습실에서 Y앱을 켰냐고요? 사실 여러분들이랑 소통하면서 맛보기로 콘서트를 조금 보여드리려고 해요. 맛보기로만 살짝.”
별다른 것 없이 팬들과의 소통 방송은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많아 무엇을 할지 애들과 같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유코가 오늘의 컨셉을 콘서트 맛보기로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괜찮은 것 같아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콘서트에 쓸 무대를 다 스포일러 하는 건 아니었다.
콘서트를 위해 준비했던 곡들은 대부분 숨긴 채 기존에 했던 곡들 위주로 간단하게 보여주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콘서트 맛보기라기보다는 ‘연습실에서 우리 이렇게 연습해요.’라는 표현이 더 가까웠다.
“다 보여드리지는 않을 거고 단 3곡! 단 30초! 만 보여드릴 거예요.”
“어떤 곡이 좋으세요?”
신희진이 카메라를 보고 검지를 좌우로 흔들면서 상큼한 미소로 말했다.
그리고 이내 옆에 있던 이나라가 카메라 가까이 다가와 팬들에게 묻자 채팅이 우후죽순 올라가기 시작했다.
팬들의 신청곡도 다양했다.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던 유코가 감탄했다.
“와아, 올라가는 속도 봐.”
“유코가 골라.”
“나?”
“응.”
“Lovely!”
이나라의 말에 유코가 서슴없이 곡을 골라냈다.
사실 신청곡을 받았지만 어떤 곡을 할지는 Y앱 시작 전에 정해 놨다.
Lovely, Love Up&Down, Fairy.
이렇게 세곡에 마지막 서비스로 콘서트에서 선보이려고 했던 미공개 곡까지 총 네 곡이었다.
미공개 곡은 안무만 10초가량 정도 준비했다.
이건 팬들이 알아서 떡밥을 굴려 지지고 볶으면서 콘서트까지 놀고 있으라는 의도였다.
팬들은 의외로 이런 떡밥을 좋아했다.
“Lovely! 스타즈의 첫 데뷔곡이죠? 오랜만에 한번 보실까요?”
유미소의 말이 끝나자 애들이 무대 대형을 갖춰 섰다.
하지만 이전의 Lovely 첫 무대 대형은 아니었다.
콘서트 때문에 인트로를 살짝 바꾸었기 때문이다.
눈치 좋은 팬들은 무대 대형이 바뀐 걸 보고 의아함을 나타냈다.
이나라가 준비가 다 됐다고 신호를 내게 보냈다.
이나라의 신호에 맞춰 노래를 틀었다.
이내 연습실 스피커에서 Lovely의 흥겨운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피곤하다….”
박혜연이 차에 탑승하며 중얼거렸다.
애들이 피곤한 만큼 나도 피곤했다.
“숙소 가서 빨리 자.”
“그렇게 말 안 해도 바로 잘 거예요.”
내 말에 박혜연이 피곤함에 찌든 목소리로 답했다.
오늘 일정이 빡빡하기는 했다.
원래라면 좀 더 일찍 끝나야 했는데 Y앱을 하는 바람에 연습시간이 좀 더 길어졌다.
나는 Y앱이 끝난 뒤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가자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애들은 오늘 연습량을 못 채웠다며 남아서 연습하겠다는 말에 그냥 가자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내 퇴근 시간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어쩔 수 있나.
“혜연이, 너 오늘은 씻고 자!”
“씻고 자거든!”
“웃기시네. 어제 바로 잤잖아.”
“아, 언니!”
가만히 있던 이나라가 박혜연에게 잔소리했다.
누가 보면 엄마가 하는 잔소리인 줄 알겠다.
백미러로 애들의 모습을 보니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그래도 Y앱 반응 괜찮더라.”
“그래요? 연습하느라고 확인을 못 했는데.”
이나라가 오늘 Y앱 반응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스타즈 애들은 전체적으로 자신의 평판을 인터넷을 통해 모니터링하는 편이었다.
특히 그중에는 이나라가 가장 많은 확인을 했다.
“응. 팬들도 오랜만에 얼굴 봤다고 좋아해 주던데. 그리고 아직도 미공개 곡 가지고 무슨 곡인지 추리하고 있던데?”
“진짜요?”
“응.”
뒤에서 유미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에 타자마자 시체처럼 쓰러져 있더니 어느새 벌떡 일어나 앉아 있었다.
“내가 이래서 스포를 못 끊는다니까. 재밌잖아!”
내 대답을 듣더니 시트를 팡팡 치면서 꺄르륵 웃었다.
피곤한 줄 알았는데, 기운도 좋지.
백미러로 애들이 다 타고 앉아 있는 걸 확인하고 애들에게 말했다.
“출발할게.”
“네!”
차를 출발하면서 내가 꺼낸 Y앱의 주제로 애들이 활발하게 떠들다가 지쳤는지 어느덧 전부 곯아떨어졌다.
오늘 일정이 피곤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잠이 든 채로 숙소로 향했다. 그러다 숙소에 다가오자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얘네는 귀소본능이 있는지 숙소에 도착할 때쯤이면 대부분 다 일어났다.
“흐암, 다 왔네.”
서지영이 기지개를 펴면서 말했다.
그렇게 다른 애들도 다 일어나자 숙소에 도착했다.
이내 내가 차를 주차하자 애들이 천천히 일어나 나가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봬요!”
“고생했어!”
“갈게요! 뿅!”
그렇게 하나둘 나가고 차 안에는 신희진만 덩그러니 남았다.
왜 안 나가고 있지?
“오빠.”
“응?”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왜?”
“그냥요.”
여자의 감은 무시 못 한다고 했던가.
내가 자신을 조금씩 피한다는 걸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신희진에게 애써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딱히 무슨 일은 없는데. 그냥 피곤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닐까?”
지금은 이게 맞다. 서로의 위치가 다져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