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57화 (157/200)

제157화. 준비 그리고 결실 (1)

“얘 어때요?”

“완전 조하요!”

“회사에서 같이 덕질할 수 있다니 너무 좋아요!”

“저두요!”

모니터 앞에서 스타즈 기사를 보면서 유미소와 유코가 히히덕거리고 있다.

왜 둘이 저러고 있을까.

콘서트에서 쓰일 VCR 촬영에 들어가기 전 총연습 중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촬영에 앞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둘의 컨셉은 간단했다.

바로 회사에서 ‘덕질을 들켰을 때.’였다.

지금에 와서는 사람들이 서브컬처 취미를 많이 존중해주는 편이지만, 불과 5~6년 전에만 해도 배척이 무척 심했다.

이 VCR은 그 점에서 착안한 에피소드였다.

“유 사원!”

“네?”

들려온 목소리에 유코와 유미소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들의 뒤편에 다가와 팔짱 끼는 이나라의 모습이 보였다.

오피스 복장을 하고 등장한 이나라의 모습은 묘하게 색달랐다.

스타즈는 전체적으로 베이비 페이스인데 이나라는 옷이나 액세서리에 따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금 복장은 정말 성숙하고 노련미가 물씬 뿜어져 나왔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일 안 해요?”

이나라가 안경을 치켜들며 둘에게 타박을 줬다.

“아, 잠깐 시간이 넘어가자고….”

“업무시간에 뭐 하는 짓이죠!”

변명하려던 유미소의 입을 틀어막고 호랑이처럼 토해내는 이나라.

게다가 애들의 리액션도 훌륭했다. 마치 진짜 사원이 돼서 딴짓하다 걸린 것처럼 움찔하는 디테일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 신희진이 다가왔다.

“이 과장님! 대표님이 찾으세요!”

“아, 신 대리. 알겠어요. 금방 가죠.”

신희진의 목소리에 이나라가 도도하게 화답했다.

“빨리 업무 보세요.”

“네….”

이나라의 말에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둘.

이나라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신희진이 다가간다.

“또, 또 일 안 하고 있다가 과장님한테 욕먹었죠?”

“…….”

마치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둘을 훈계하는 신희진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생각보다 신희진이 어벙한 캐릭터라 저런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과장님 있을 때는 그러지 말라고 제가 몇 번을 말했어요.”

“죄송합니다….”

둘이 모기처럼 작아진 목소리로 말하며 반성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휴.”

그러자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끼는 신희진.

이내.

“나는 거기 중앙에 있는 멤버가 좋더라.”

“네?”

신희진이 스리슬쩍 자신의 취향을 말하자 눈을 크게 뜨며 반문하는 둘.

물론 신희진이 말한 중앙에 있는 멤버는 신희진 본인이다.

“오케이! 디테일하게 좀만 더 보고 바로 촬영 들어갑시다!”

“네!”

이렇게 마지막은 너도나도 회사에서 덕질한다는 걸 알려주며 VCR이 끝이 난다.

지금도 괜찮았는데 리허설이라니 참 아쉬웠다.

“신 대리. 알겠어요. 금방 가죠.”

유미소가 이나라의 좀전의 연기를 따라 했다.

“야! 하지 마!”

그러자 얼굴이 붉어지며 광광대는 이나라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거기 중앙에 있는 멤버가 좋더라.”

이번엔 어느새 다가온 서지영이 신희진을 따라 했다.

“그거 아닌데. 나는 거기 중앙에 있는 멤버가 좋더라. 이름이 신희진이었던가?”

대사가 아까보다 더 디테일하고 새침했다.

“웩, 오글거려. 난 저렇겐 못하겠다. 포기.”

오히려 이런 신희진의 뻔뻔스러운 역공에 서지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뻔뻔해야 연기를 잘한다니까.

이 모습을 보던 이나라가 근처에 있던 박혜연에게 물었다.

“너희는 왜 여기 와 있어?”

“아니. 이제 우리도 찍어야 해. 찍기 전에 휴식.”

“리허설이 우리랑 비슷하게 끝났구나.”

이나라의 말에 박혜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린이는?”

“대기실에서 대본 보는 중.”

“아, 대사가 좀 있었지.”

다른 스튜디오에서는 서지영, 박혜연, 린의 VCR을 찍고 있었는데, 얘네의 컨셉은 학교생활이었다.

내용은 서지영과 박혜연이 동급생이자 연예인인 린을 동경하는 내용인데 이것도 꽤 재밌게 꾸렸다.

“서지영! 박혜연! 곧 촬영하니까 빨리 와라!”

“네! 갈게요!”

멀리서 들린 남진수의 목소리에 박혜연과 서지영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리고 내게 와서 인사를 했다.

“저희 가볼게요!”

“그래. 고생하고.”

“네! 오빠도요!”

나에게 인사하고 멀어지는 둘을 보며 손을 흔들어줬다.

그리고 이내 남아 있는 스타즈 애들에게 말을 걸었다.

“기운 빼지 말고 너네도 대본이라도 한 번 더 보고, 다 기억나면 조금이라도 쉬어. 막상 촬영 들어가면 힘드니까.”

“에이, 이미 완벽합니다!”

그러자 신희진의 자신만만한 대답이 들려왔다.

자신만만할 만했다.

스태프들 반응도 꽤 좋았고, 어찌 됐든 이걸 찍는 감독도 지금 리허설을 보고는 크게 터치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나쁘지 않았다.

소소한 재미.

콘서트 중간 타임에 틀만 한 용도로 딱 좋았다.

“그래. 그런 거 같더라.”

“히.”

내 태도에 신희진이 히죽 웃었다.

아까 리허설만 봐서는 VCR은 잘 나올 것 같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사고만 안 나고 무사히 잘 끝나기를 오늘도 기도해본다.

* * *

시간은 흐르고 흘러 12월 22일.

VCR을 찍은 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

K.net에서 역사가 이루어진다.

올해의 음원상은 힘들어도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 중 여자 그룹상은 탈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이 상을 받게 된다는 건 의미가 컸다.

그만큼 가요계에 획을 그었다는 소리다.

물론 이 상은 K.net과 우리 회사와 모회사가 겹치기 때문에 더욱 받을 확률이 높긴 했지만, 그렇다고 근거 없이 막 뿌리지는 못한다.

근거 없이 뿌렸다가는 시상식의 권위가 많이 손상되니까.

그렇다고 지금 시상식이 권위가 엄청 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한 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가수들에게는 웬만하면 다 상을 줬으니까.

그래도 부문별로 하나씩 받는 건 대중도, 업계도 이해할 만하다는 수준은 되었다.

그게 솔로 아티스트부문, 그룹 부문 그리고 올해의 음원 부문이었다.

솔로 아티스트는 누군지 예상이 안 되고, 그룹 부문은 아마도 어비스와 스타즈가 받게 될 거고, 올해의 음원 부문은 솔직히 모르겠다.

‘Love Up&Down’이 받을 만할 것 같기도 한데, ‘그 계절이 돌아오면’ 이 받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다.

‘그 계절이 돌아오면’의 경우 6월에 나온 곡인데 현재까지 상위 10위 안에 들어있는 곡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왔을 당시인 6, 7월은 장기간 탑3 안에 집권했던 곡이었다.

그런 기대감에 힘입어 오늘 애들 의상은 힘을 정말 빡세게 준 의상이었다.

애들에게 협찬 된 의상과 액세서리를 다 합치면 1억이 넘었다.

의외로 회사들이 스타즈 애들에게 매기는 브랜드 가치가 꽤 높아 협찬도 고가로 받을 수 있었다.

스타일리스트 팀장인 수연 누나가 일할 맛 난다고 매우 기뻐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애들의 의상에 대한 평가는 기사로 보답받았다.

[판타지에서 나올법한 요정 강림!]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열어 연예 기사 상단에 바로 떡하니 있는 이 기사가 우리 애들의 기사였다.

└애들 존예

└내 미래 와이프가 왜 저기 있지?

└망상은 니 뇌 속에서만 해라

└얘네 입은 옷 브랜드 올해 서울 패션위크에서 화제였던 멜랑티크 작품이라고 하던데

└뭔지 몰라도 좋은 건가??

└ㅇㅇ 좋은거임

“뭘 그렇게 보냐?”

“아, 팀장님.”

남진수가 슬며시 내가 보고 있던 화면을 보고는 내게 말을 걸었다.

“그냥 애들 기사 보고 있었어요.”

“오늘 같은 날 무슨 기사를 보고 있어. 그냥 무대나 봐.”

“다른 사람 상 받는 건 관심 없어서요. 안 지루하세요?”

사실 지금 시상식은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무대 할 때 잠깐 관심을 주는 정도였지 그 외에는 지루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 가수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종종 딴짓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지루하긴 한데, 이 정도면 뭐 양호하지.”

“애들보다 오히려 제가 더 떨리는 것 같아요.”

남진수는 이런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담담했다.

작년에도 이랬던가? 이랬던 거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나도 남진수랑 비슷했던 것 같다.

받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근데 이번에는 왜 내가 떨리는 걸까.

“떨릴 게 뭐가 있냐. 분명 받을 텐데. 아니면 뭐, 애들에게 네 손길이 많이 가서 그런가?”

“그런가요? 그럴 지도요.”

남진수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러네. 작년과 다르게 올해의 스타즈는 내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었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걱정 마. 애들이 웃으면서 트로피 가져올 테니까.”

“확신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부정적인 내 말에 남진수가 피식 웃었다.

“임마. 성적순으로 나열해도 못 받을 수가 없어. 화제성도 그렇고. 빽으로도 그렇고.”

“하긴요. 그래도….”

사실 괜한 걱정이긴 했다.

“걱정 마라. 난 이런 시상식이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한데, 없지는 않겠지? 예전에는 그나마 시상식 티가 났는데 지금은 거의 돌려먹기 급이라 상 안 주면 가수들 오려고 하지도 않아. 자기가 무슨 박수 셔틀이냐고. 여기 온 사람들은 다 하나씩은 가져가니까 걱정하지 마.”

남진수 말이 맞다.

요즘에 와서는 시상식에서 상을 못 타고 가는 가수가 없다.

오히려 상을 안 주면 참여를 안 한다.

그래서 시상식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의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매년 열리는 거였고.

“이제 남은 건 굵직한 거밖에 없잖아? 우리 애들은 아직 못 받았고.”

“네, 그렇죠.”

지금 시상식은 거의 후반부에 다다른 상태였다.

신인상, 인기상 등 다 나가고 이제 남은 건 굵직한 거 몇 개뿐이었다.

“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남진수의 말에 고개를 화면으로 향했다.

화면은 앞서 축하 공연을 펼친 가수가 내려가고 다시 MC석을 비추고 있었다.

“멋진 무대 잘 봤습니다.”

“이제 그럼 다음 부문을 발표할 차례겠죠?”

“네, 올해의 여자 아티스트 그룹 부문입니다.”

“후보로는 스타즈, 세러벨, 티어즈 셋입니다.”

남자 MC와 여자 MC가 각각 말하고는 메인 스크린에 후보 그룹 셋이 동시에 떴다.

그리고 큰 스크린 양옆의 화면에는 지금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세 그룹의 모습을 비춰줬다.

세 그룹 모두 웃으며 화면을 보고 인사했지만 긴장된 표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제일 밝은 건 역시 스타즈였고 나머지 둘은 살짝 체념한 모습 같기도 했다.

이내 MC가 봉인된 봉투에서 상을 받을 그룹이 누군지가 적혀 있는 종이를 꺼냈다.

“올해의 여자 아티스트 그룹 부문은….”

남자 MC가 말을 끌며 시선을 세 그룹 모두에게 주면서 시간을 끌었다.

요즘 MC들은 시간 끄는 게 기본 패시브처럼 장착되어 있는 것 같다.

요즘 MC의 기준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간질 나게 할 수 있을까부터 배우고 시작하나 보다.

우리 애들이 받을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이게 혹시나? 라는 생각도 있어서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바로!”

MC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손이 모였다.

“김지효 아나운서가 발표하겠습니다.”

하하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켜놓고는 발표를 옆에 있던 MC인 김지효에게로 미뤘다.

그 모습에 좌중들은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네,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여자 아티스트 그룹 부문, 올해의 여자 그룹상. 축하합니다. 스타즈입니다.”

김지애 아나운서가 지체 없이 바로 발표했다.

그리고 화면에는 꺅꺅거리며 난리를 피우는 스타즈의 모습이 화면에 꽉 차게 잡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이거지. 이거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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