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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50화 (150/200)

제150화. 모여지는 퍼즐 (3)

[올해의 여배우는?]

내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올해의 여배우라.

얼마 안 남은 지금 시기에 올해의 여배우라고 하면 한 명뿐일 거다.

[올해의 여배우는 누구일까. 이제 올 한해가 끝나가고 있다. 이번 여우주연상 물망에 오른 배우들은 누구일까. 많은 배우가 있지만 한 명은 확실하다. 그건 바로 마녀와 가을동화를 찍었던 이예진이다.]

이예진과 내기 선언 이후 가을동화가 개봉하고 3주가 흐른 지금 이 시점에서 이예진의 주가는 다시 뜨거워졌다.

[…가을동화의 경우 이예진의 역할이 크지는 않았으나, 영화의 핵심축이다. 그리고 지금 가을동화의 흥행 성적을 보아 400만도 무탈하게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 로맨스 영화가 400만이 넘은 것은 2016년 이후로 처음이다.]

예전과 달리 가을동화는 이예진 힘을 받은 영화가 되었다.

이예진의 ‘마녀’ 흥행이 너무 좋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전 스코어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었다.

예전 가을동화 스코어는 내 기억으론 300만 조금 넘은 거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예진과 내기를 할 때도 300만은 넘을 거라 이야기했던 거였다.

물론 예전과 같이 300만이 넘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아무리 못 해도 300만 근처는 가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은 그걸 훌쩍 넘어서 100만은 더 들어올 것 같았지만 말이다.

이예진은 300만이 넘자마자 차태수 팀장과 상의해 드라마를 하나 더 찍기로 했다.

내년 봄쯤에 들어갈 법정 로맨스 코미디물이다. 나에게도 대본을 줬기에 한번 봤는데 제법 괜찮은 것 같았다.

“현진아!”

“네!”

남진수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힘차게 대답했다.

스타즈 애들도 막힘없이 쭉쭉 나아가고 있고, 내가 밀고 있던 안재성의 앞도 고속도로가 깔려 있었고, 부탁받았던 이예진까지 말끔히 해치웠다.

요즘같이 일하기가 즐거울 때가 또 있었나 싶다.

남은 건 지금 정든 스타즈뿐인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얼핏 들은 소식으로는 아직 조율 중이라는 것뿐이다. 애들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나마 조율 중이라는 것도 이진성 실장에게서 얻어낸 정보였다. 자기도 그거 말고는 아는 게 없다나.

이제 콘서트 일정도 나왔고 애들의 활동 기간은 2개월 조금 더 남았을 뿐인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애들의 연장 여부를 확실히 알게 된 건 1월이었기도 했다.

‘계약은 여기까지 하죠’라는 말을 듣던 날에 돌아왔으니까.

“야! 안 와?”

“갑니다!”

남진수의 신경질 내는 목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급히 대답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내 할 일 하면서 틈틈이 생각해보자.

* * *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어요~”

오늘의 일정인 광고 촬영이 끝이 났다.

애들이 스태프들에게 인사한 뒤 옷 갈아입으러 대기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남진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스태프들에게 고생했다며 인사를 돌린 후 애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끝났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그러게.”

“팀장님은 내일 뭐 하세요?”

내일은 Dream fantasy 이후 바쁘게 달려온 애들과 매니저팀에게 주어진 휴식 일이었다.

‘Dream fantasy - 게릴라 편’ 마지막 방송 이후로 애들이 상당히 바빠졌다.

기존에 있던 CF나 행사 스케줄 외에도 광고나 방송프로그램도 꽤 쏠쏠히 섭외가 왔기 때문이었다.

그와 더불어 매니저팀도 바빠지기 시작했고 내일은 바쁜 와중에 방전하지 말라고 주어진 휴식 일이었다.

게다가 내일 쉬는 건 바빠진 이후로 처음 쉬는 날이었다.

남진수가 내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내일 여자친구랑 데이트.”

“어? 여자친구가 있으셨…어요?”

“이 새끼가. 콱! 그냥.”

너무 황당해 본심이 대뜸 튀어 나와버렸다.

그런 내 말에 남진수의 인상이 팍 찡그려지더니 흉흉한 기색으로 나한테 다가왔다.

그 기세가 무서워 움찔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난 없으면 안 되냐? 그리고 너도 아는 사람이야.”

“혹시… 한 쌤이에요?”

“엉? 어떻게 알았냐?”

내 말에 남진수가 놀란 얼굴을 보이며 화들짝 놀랐다.

덩치 큰 남진수가 허둥지둥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 애들이 팀장님이랑 한지연 안무가님이랑 같이 있다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분위기가 요상했다고….”

언젠지는 모르겠는데 애들이 내게 남진수랑 한지연 안무가랑 사귀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이 떠올라 물었는데 혹시가 역시였다.

“언제 봤지? 사귄 지는 얼마 안 됐는데.”

“저도 언제 들었는진 몰라도 아무튼 그때 알았어요. 그래서 혹시나 한 거고요.”

남진수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딱히 조심한 적은 없으니까 그럴 만도 하네. 그럼 넌 내일 뭐 하냐?”

“내일 재성이랑 승기 형이랑 약속이요.”

“술?”

남진수가 멤버 구성을 듣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이제 촬영 들어가니까요.”

“아, 촬영 다음 주지?”

“네.”

남진수가 말한 촬영은 성재원 감독의 Finder였다.

다음 주면 드디어 크랭크인이다.

지잉.

“아, 저 잠시만요.”

남진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락을 확인했다.

[괴짜홍 : 내일 예진 누나도 오겠다는데 상관없지?]

“이러면 내일 편하게 먹기는 힘든데….”

연락을 확인하자 탄식이 흘러나왔다.

“왜?”

“아, 승기 형이 이예진 선배님도 내일 껴서 먹는다고 해서요.”

“둘이 많이 친한가?”

“그런 거 같더라고요. 술친구라고 했던 거 같아요.”

“잠시만요. 답장 좀 할게요.”

남진수가 개의치 말고 하라며 손을 내저었다.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떨떠름한 티를 내볼까.

짧게 ‘음… 네.’만 써서 보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음…’이었다.

[괴짜홍 : 별로야? 그냥 우리끼리 먹을까?]

짧게 단답으로 보냈더니 홍승기가 바로 답장을 줬다.

홍승기랑 안재성까지면 몰라도 이예진이 끼면 좀 그랬다.

지잉.징.지잉.

전화 진동이 울려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예진]

이건 또 뭐야.

거절 문자는 홍승기한테 했는데 근데 전화는 왜 이예진한테서 오는 건데.

“여보세요?”

- 내가 불편해요?

“아… 그게 아니고요.”

- 그럼 내일 봐요.

이예진이 자기 할 말만 하고 바로 끊었다.

황당해서 얼이 빠졌다.

안 바쁜가?

통화 너머에서 홍승기 목소리도 들린 것 같은데 지금 같이 있나 보다.

“허….”

“누군데?”

내 모습에 남진수가 히죽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이예진 선배님이요.”

“뭐야, 인기 많네. 그러면 소속 배우 다 모이는 거네?”

“하하… 그렇게 되겠네요.”

“누구랑 술 마신다고요?”

남진수와 이야기하던 중에 어느새 우리 뒤로 애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 * *

“안녕하세요!”

신희진과 이나라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왔구나. 골칫덩이 두 명이.

“같은 회사 식구인데 보기가 힘들어.”

“오빠가 만나러 오시면 되죠!”

홍승기의 말에 이나라가 웃으며 말했다.

스타즈 애들과 홍승기는 이전 카페 예능 하면서 꽤 친해졌다.

왜 신희진과 이나라가 이 자리에 있는가.

어제 남진수와 나와 하는 이야기를 들은 신희진과 이나라가 오늘 자리가 재밌어 보인다며 합류했다.

그래도 사적인 술자리는 혹시 모르니 내가 안 된다고 말하자 그 자리에서 홍승기에게 전화하는 신희진의 추진력에 감탄했다.

게다가 전화를 받은 홍승기도 잠깐 기다리라며 이예진에게서도 오케이를 받아내고, 곁에서 지켜보던 남진수도 회사 소속 배우들이 셋이고 나도 있으니 문제 될 건 없다고 말하니 일사천리였다.

모든 원흉은 홍승기가 헤벌쭉하면서 허락한 게 문제다.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홍승기를 노려봤다.

“오늘은 컨셉 안 지키시네요?”

“야, 이런 날까지 날이 서 있어야겠냐. 나도 때는 가려서 한다고.”

“하하하, 그럼요. 승기 형님 말이 백번 옳습니다.”

“재성이는 컨셉 유지하잖아요.”

내가 안재성을 보고 말하자 안재성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그런 안재성을 보던 홍승기가 피식 웃고는 내게 말했다.

“야, 쟤는 애초에 활발한 캐릭터잖아. 그리고 원래 성격도 그렇고.”

“제가요? 그랬나?”

능청스럽게 홍승기의 말에 대꾸하는 안재성이 오늘따라 얄미웠다.

이나라와 신희진이 이런 우리의 모습을 멀뚱멀뚱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홍승기가 그런 둘을 보더니 손짓하며 말했다.

“앉아. 앉아.”

“네!”

홍승기의 말에 이나라와 신희진이 대답하고는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앉았다.

“선배님은요?”

“다 왔다고 연락은 왔는데….”

내 말에 홍승기가 말하면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도착했다는데?”

“그래요?”

“안녕~”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안녕하세요!”

“누나, 왔어?”

“선배님, 안녕하셨습니까!”

“오셨어요?”

이예진을 향해 가지각색의 호칭과 인사들이 다 나왔다.

인사를 받은 이예진이 웃으며 말했다.

“승기랑 재성이는 저번에 봤고, 희진이는 오랜만이네. 옆은… 같은 멤버겠지? 이나라… 씨?”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예전부터 팬이었습니다!”

이나라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반가워요. 오늘 잘 놀아 봐요.”

“네!”

이예진이 아이돌은 전부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웃는 얼굴에 침은 못 뱉는다고 웃으며 이나라를 대하는 모습에 내심 안도했다.

예전에 애들에게 까칠하게 대했던 전적이 있어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했는데.

하긴 불편하거나 싫었다면 애초에 홍승기를 통해 오지 말라고 했을 거다.

“희진이는 쫑파티 때 이후로 처음 보네.”

“네, 언니. 잘 지내셨어요? 가을동화도 지금 흥행 장난 아니던데, 축하드려요.”

사이좋게 말하는 신희진과 이예진의 모습이 신기했다.

둘이 언제부터 호칭이 저랬지?

“난 잘 지냈지. 영화는 뭐… 누구의 말처럼 성적이 괜찮아서 다행이야. 덕분에 자신감도 찾았거든.”

이예진이 신희진에게 대답하다가 영화에 대한 답을 할 때 나를 힐끔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 묘한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 예전에 가을동화 흥행 300만은 할 거라고 얘기했었거든요. 하하….”

쏠린 시선에 어색하게 대답했다.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우리?”

“그러네, 왜 다들 서 있었지? 누나 일로 와.”

이예진의 말에 홍승기가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치며 말했다.

이예진이 그런 홍승기 옆으로 가 앉았다.

“언니, 작품 안 하세요?”

“곧 들어가. 내년 봄쯤에?”

이예진이 앉자 신희진이 친근한 말투로 이예진에게 말을 걸었다.

둘의 대화를 들으니 둘이 친한 것 같은데, 왜 묘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단순 내 착각인가?

묘하게 둘의 모습이 연기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왤까?

* * *

“오빠, 들어가세요!”

“어, 간다. 희진이 잘 부탁해.”

“네!”

김현진이 인사하고 멀리 떠나자 이나라가 부축하고 있던 신희진을 툭툭 건드렸다.

“야, 너 아직 제정신인 거 다 아니까 일어나봐.”

“우웅?”

이나라의 어깨에 머리를 푹 기대고 있던 신희진 움찔했다.

“오늘 보고 확신했어. 너, 오빠한테 마음 있지?”

“…아닌데?”

이나라의 말에 신희진이 잠깐 머뭇거리다가 똑바로 서며 말했다.

“정말?”

“…….”

이나라의 단호한 말에 신희진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그런 신희진의 모습을 본 이나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늘 혹시나 해서 따라온 건데….”

“평소에 티 났어?”

“오늘 선배님이랑 신경전만 안 벌였으면 티 안 났을 듯. 평소에는 긴가민가했거든. 걱정 마. 아직 눈치챈 사람 나 말고는 없을걸. 그리고 이런 건 여자들 아니면 알기 힘드니까.”

이나라의 말에 신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야.”

“어휴, 근데 선배님도 오빠한테 호감 있으신 건가? 모양새가 둘이 현진 오빠 사이에 두고 밀당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나라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호감은 맞는데 이성적인 건 아닌 거 같더라. 이성적인 것도 있나? 그건 모르겠다.”

“너… 하아. 아니다.”

태연하게 말하는 신희진의 모습에 이나라가 아찔한 표정으로 말하다가 말았다.

“그래도 예전에 들킬 뻔한 적 이후로 잘 숨기는 중.”

신희진의 말에 이나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빠가 매력적인 건 맞는데, 이성으로 호감을 느낄 정도인가…는 잘 모르겠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 왤까?”

신희진이 애꿎은 땅만 푹푹 차면서 말했다.

“그 감정. 다 한때야 한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나라의 말에 신희진이 나직하게 말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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