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심장 떨리는 첫 (비)공식 콘서트 (2)
“와, B팀은 맛있는 거 많이 먹었다? 우리는 홍보만 했는데?”
“그쪽도 학식 가서 맛있게 밥 먹었잖아. 언제 그런 경험 해보겠어?”
신희진이 방송화면을 보면서 말하자 이나라가 되받아 말했다.
게릴라 공연이 끝난 지 일주일 뒤인 오늘.
그때의 방송을 다 같이 보는 중이었다.
애들이 떠들다가 기대감이 찬 눈빛으로 다시 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애들이 이러는 건 다른 게 아니었다.
게릴라 공연 당시 화제성이 꽤 뛰어나 기사도 많이 쏟아졌고, 유종의 미인 마지막 화였기 때문이다.
“유코가 제일 신나 보이네.”
유미소가 화면을 보다가 유코를 보고 말했다. 그러자 유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저 때 정말루 재미잇썻써.”
“홍보가 주가 아니라 먹거리 탐방이 주네.”
지금 서지영이 말한 것처럼 B팀은 A팀과 양상이 조금 달랐다.
홍보하라고 보내놨더니 먹거리 탐방을 하고 있었다.
물론 홍보를 안 한 건 아니었지만 왜 B팀의 주된 이야기는 먹방인지 모르겠다.
앞에 먼저 나온 A팀의 경우에는 홍보하는 장면 위주로 나왔는데 홍보하는 모습만 나오면 재미없다고 판단한 건가.
“내가 저기로 갔어야 했는데….”
신희진이 지금 화면에 비치는 애들의 먹방 모습에 눈에 띄게 아쉬워했다.
“근데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
“하… 꿈만 같다.”
방송화면을 보던 이나라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자 서지영도 몽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게. 아직도. 생생해.”
그리고 린 또한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물론 애들이 느낀 것만은 못하겠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나도 꽤 벅차올랐다.
이번에 얻은 건 꽤 많았다.
그중의 하나는 유코였다.
이번 게릴라 공연으로 유코의 매너리즘이 말끔히 해결됐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헤실헤실 웃으면서 화면을 보는 유코를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하고 시퍼.”
“오빠 우리 콘서트 언제라고 했죠?”
몽롱한 눈빛으로 화면을 보고 있던 유코를 보는 와중에 신희진이 내게 말을 걸었다.
“1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두 달… 아니, 세 달 정도 남은 거죠? 햐… 콘서트는 얼마나 짜릿할까?”
내 대답에 신희진도 유코처럼 몽롱한 눈빛으로 변해갔다.
상상 속에서 콘서트를 하는 모양이다.
“대학 축제도 짜릿했는데, 우리가 주인공이 된 무대로 서니까 기분이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아.”
이나라도 다른 애들처럼 당시의 기분을 떠올리는지 몇몇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너아누 마지막 경연 때는 경쟁이어서 그런지 즐길 여유가 솔직히 조금 없었는데… 저때는 너무 재밌었어.”
“나도 그때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실수만 하지 말자! 하고 되뇌었던 것 같아. 무대 끝나니까 드는 생각은 몇 등일까? 떨어질까? 붙었을까?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만 했던 것 같고… 솔직히 즐길 여유는 일도 없었어.”
“나도. 그랬는데. 그때 생각하면. 좋다가도. 우울해.”
박혜연의 말에 신희진과 린이 그때 당시의 느낌을 차례대로 말했다.
“아마 그때 자유로웠던 건 미소랑 유코밖에 없었을걸?”
“나?”
유코가 이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아누 당시의 투톱은 유코와 유미소였다.
지금도 유코와 유미소의 팬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때만큼은 아니고 고루 퍼져 있는 느낌이었다.
흔히 말하는 회전문 효과가 이런 느낌일까 싶다.
유코와 유미소가 방송을 많이 해서 그런지 팬들의 유입은 둘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은 스타즈 멤버 모두를 덕질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팬카페나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대체로 그러했다.
서지영이 불쑥 유미소에게 물었다.
“미소 언니는 어땠어? 쫄깃한 기분은 안 들었을 거 아냐. 데뷔는 확정이라고 생각했을 거고.”
“나? 나는 그냥….”
서지영의 말에 유미소가 머리카락을 배배 꼬더니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저거 봐. 저, 저 여유 부리는 거. 아우 얄미워.”
“흐흥~”
신희진이 유미소를 향해 입에서 불을 뿜으며 말하자 유미소가 한층 더 기분 좋은 미소로 화답했다.
“이제 조용해 봐. 우리 안대 쓰고 들어오는 거 보인다.”
“어? 그러네.”
이나라가 조용히 하라며 입술에 손을 대며 말했다.
나도 이나라의 말에 애들의 대화보다 모니터 화면에 집중했다.
“와, 지금보다도 소름 돋네. 아찔하다. 아찔해.”
“그치?”
이나라와 신희진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그런 둘의 대화를 듣던 서지영이 키득거리더니 박혜연을 보고 말했다.
“박혜연 쫄아 있는 거 봐. 아, 개 웃겨.”
“안 쫄았거든!”
서지영의 말에 박혜연이 얼굴을 붉히며 발끈했다.
확실히 그때 당시 안 떨었던 애들이 없었다.
유독 도드라졌던 건 박혜연과 서지영이었던 거 같다.
“화면 봐봐. 저걸 어떻게 몰라? 혜연이 특유의 쫄아 있음이 보이는데?”
“그러네? 지영이가 말 안 했으면 몰랐겠는데 말하니까 알겠다.”
서지영이 키득거리며 말하자 옆에 있던 유미소도 키득거리며 말했다.
이게 바로 선빵필승인가.
둘이 놀리며 말하자 박혜연이 부르르 떨더니 서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웃지 마! 서지영 너도 똑같았으면서!”
“너처럼은 아니었거든요~”
“조용!”
이나라가 탁자를 탁! 치면서 말하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내 박혜연이 호흡을 고르더니 서지영을 한껏 째려봤고 서지영은 그런 박혜연에게 윙크를 날리며 룰루랄라 하며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아마 혜연이는 전생에 지영이의 원수가 아니었을까.
흔한 스타즈의 풍경이었다.
- 이제 안대를! 벗어주세요!
김민성 아나운서의 말에 애들이 안대를 벗고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화면에 보였다.
- 어….
와아아!
- 아….
와아아!
어안이 벙벙한 애들이 화면에 나오고 이에 대조되는 열띤 관객들의 함성이 화면에 나왔다.
화면 내에 빽빽이 차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시 봐도 전율이 일었다.
- 어… 정말… 어…
- 많은 인원에 스타즈 친구들이 당황한 거 같네요. 여러분 소리 질러!
우와아아!
-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지금 모인 인원은 4천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오오오!
그리고 이날 모금된 기부 금액은 3천이 약간 안 되는 금액이 모였다.
지금까지 카페를 열고 팔았던 금액의 다섯 배 정도의 금액이었다.
팬들도 많이 왔고, 사람들이 관람료라 생각하고 많이들 사 갔다.
그중에는 공연 시작 전에 서포터즈에서 골든벨을 울린 게 꽤 컸다.
서포터즈의 금액만 해도 천만 원 가까이 된다고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금액이 따로 적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꽤 쏠쏠히 넣어준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삼천만 원이나 모일 리가 없을 테니까.
- 정말 이렇게나 많이 와주셨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요. 너무… 너무 떨리네요.
- 이나라 씨의 말 잘 들었습니다. 옆에 있는 유코 양. 기분이 어떠신가요?
- 너무너무 행보캐요!
화면에서 클로즈업되어 나온 유코의 표정은 이 세상 모든 걸 다 가진듯한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본 서지영이 한마디 했다.
“언니 표정 봐.”
“얘 아직도 그날 생각에 취해 있다니까? 숙소에서도 틈만 나면 히죽히죽 웃으면서 접때 찍힌 직캠 보더라. 지금도 히히 하면서 웃는 거 봐.”
유미소가 유코를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유미소의 말마따나 유코의 표정은 지금도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남진수나 이진성 실장의 말처럼 가수에게 특효약은 콘서트가 맞긴 한가보다.
유코의 만족도가 다른 애들보다 높을 뿐이지, 다른 애들도 저 날 이후로 텐션이 많이 올라갔다.
그리고 다음에 있을 본인들의 콘서트에 기대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 그럼 이제는 스타즈의 무대를 봐야겠죠?
네!
스타즈의 처음인 Lovely를 시작으로 2집 미니앨범 수록곡인 Sky train과 스타즈 최대 흥행 곡인 Love Up&Down. 그리고 1집 정규앨범 타이틀곡 Fairy와 수록곡 Fun한 안녕까지 총 다섯 곡을 선보였다.
나중에 콘서트 큐시트를 어떻게 짜고 연출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무대는 이렇게 다섯 곡을 했다.
이 다섯 곡은 스타즈의 대표 색깔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여러분 즐거우신가요!?
네!
어느새 화면에는 무대를 끝낸 애들이 마이크를 잡고 소통을 하고 있었다.
- 여러분이 즐겁다면 저희도 행복해요!
- 언니, 너무 비즈니스 말투야.
- 그런…가?
하하하
이나라의 말에 유미소가 끼어들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빵 터졌다.
이런 큰 무대에서 한 곡을 끝내자마자 자기 페이스를 찾아 현장을 잡는 이 솜씨를 누가 1년 차라고 생각할까.
이다음 진행은 똑같았다.
무대 하나 하고 관객들과 짧게 소통. 다시 무대에 서고 소통.
이런 식으로 흘러 마지막 무대인 Fun한 안녕까지 끝났을 때의 시간은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관객들의 이탈도 의외로 많이 없었다.
대세는 대세인가 보다.
- 금액은 얼마나 모였을까요?
-그래도 많이들 와주셨으니까 한… 5백만 원?
김민성 아나운서의 말에 근처에 있던 박혜연이 대답했다.
그러자 김민성 아나운서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과연 그럴까요?
- 더 적나요?
- 여러분들! 관람료는 주셨어야죠!
김민성 아나운서의 행동에 애들이 익살스럽게 반응하는 모습이 보였다.
김민성 아나운서가 그런 애들의 반응을 한껏 음미하더니 잠깐의 뜸을 들인 후 말했다.
- 모금액은… 총 2천 932만 5천 5백 원입니다!
-우와!
짝짝짝.
김민성 아나운서의 말을 들은 애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 했고, 관객들 쪽에서도 웅성거리면서도 열띤 박수를 보내줬다.
- 마무리 멘트는 우리가 하던 대로 마무리 구호로 끝내볼까요?
김민성 아나운서의 말에 무대 위에 있는 스타즈 멤버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내밀고 서로 눈을 맞추더니 힘차게 손을 위로 올리며 말했다.
- 내일도! Dream fantasy!
와아아!
구호와 함께 제작진들 이름이 나오면서 프로그램이 끝이 났다.
“아쉽다… 끝나서…”
“끝난 건 끝난 거고, 얼른 정리하고 나가자. 늦었다.”
아쉬워하는 애들을 재촉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 시간은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시각은 새벽 두 시가 조금 안 됐다.
“네~”
이제 내일 어떤 반응일지만 보면 된다.
프로그램 내용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이제 남은 건 화제와 흥행 여부였다.
* * *
[뻔하지 않은 Fun한 행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애들에 관련해서 어떤 기사가 떠 있을까 궁금했는데 내 흥미를 사로잡는 기사 제목이 보였다.
[차세대 걸그룹의 Dream fantasy는 성공적이었다. 하루 만에 모은 관객 수는 약 4,000명(주최 추산)이었다. 이는 놀라운 숫자였다. 게다가 프로그램과 연계했던 만큼 프로그램 취지인 기부금도 상당수 확보했다. 기부금도 3천만 원가량이 모였다. 이런 화제성 좋은 스타즈는 왜 방송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걸까 의문이다. 기자의 취재에 의하면 스타즈의 방송 활동은 K.net ‘Dream fantasy’ 외엔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ㅇㅈㅇㅈ인정 또 인정이구요. 왜 애들 방송에 안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됨.
└재미가 없으니 안 나오는 거지 뭐가 이해가 안 된다고
└재미는 니가 없는 거고
└애들 예능감 개 미쳤는데 개소리 ㄴ
└방송에서 애들 얼굴 보고 싶다.
└이날 애들 무대 봤는데 천상 요정이 따로 없더라 아니 여신인가?
└하... 콘서트 티켓팅 존나 빡셀 듯 콘서트는 얼마나 쩔까
흥행은 모르겠고 화제는 확실히 잡은 것 같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