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Dream fantasy (2)
- 내일도 ‘Dream fantasy’!
“재밋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
방송이 끝나자 유코와 유미소가 한마디씩 했다.
Dream fantasy 방영시간에 모니터 룸에 모여 Dream fantasy를 다 같이 시청했다.
생각보다 잘 뽑힌 거 같다.
애들 케미도 잘 나오고, 취지도 좋고.
1회 촬영에 2회 방영치를 촬영해서 녹화 일정도 빡빡하지 않았다.
“시청률은 어때요?”
“음….”
“별로구나.”
“그냥 소소해.”
서지영의 물음에 답해줄까 말까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래서 몇인데요?”
“평균 2.1%. 최고 3.2%. 승기 형 나오고 나서가 제일 높았네.”
“잘 나온 건가?”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내 말에 서지영이 재차 궁금해하자 남진수가 끼어들어 말했다.
“높은 거예요?”
박혜연도 궁금했는지 남진수에게 물었다.
“잠재력이 있는 정도? 1회잖아.”
“왜, 애국가 시청률은 넘은 거 같은데? 그런 말도 있잖아. 애국가 시청률도 못 넘기면 망한 프로그램이라고.”
이나라도 거들어서 한마디 했다.
“언니는 어디서 그런 거 들었어?”
“인터넷.”
박혜연의 말에 이나라가 당당한 표정으로 자신의 출처를 말했다.
이나라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애국가 시청률은 집계하지는 않지만 대충 0.4~0.5% 선이다.
이보다 안 나온다면 망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애국가? 그거보다 낮은 게 어딨어.”
“안타깝게도 있던 프로그램들이 있단다, 얘들아.”
“우와.”
신희진의 말에 남진수가 웃으며 말했다.
“승기 오빠는 오늘 안 나오네.”
“목소리만 나오니까 이상해.”
“다음에 봐달라고 궁금증 유발하는 거잖아.”
서지영과 박혜연이 오늘 방송분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뭔가 울컥했다.
촬영하면서 홍승기와 친해진 애들이 홍승기보고 오빠라고 부르는 걸 보고 잘생기면 인생이 참 편하구나 싶었다.
애들의 이런 모습을 본 남진수가 애들에게 ‘야, 왜 나는 삼촌이고 승기는 오빠냐?’라고 물었더니, 애들이 ‘승기 오빠는 20대 같고 실장님은 30대 같아서요.’라는 말에 남진수가 바로 삐졌다.
“아, 근데 진짜 유코가 한 거 방송 탈 줄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유미소와 서지영이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이 둘이 말한 상황은 별거 아니었다.
우유를 담아둔 통이 엎질러졌는데 유코가 갑자기 ‘아야’라고 해서 애들이 어디 다쳤냐고 우르르 달려갔었다.
“뭐? 우유가 쓰러지는 소리라고?”
“난 처음에 무슨 소린가 했어.”
유미소의 말투에서 어이없음을 넘어 분노의 기색이 느껴졌다.
원인은 옆에서 킥킥 웃고 있는 유코 때문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나라도 공감하는지 코웃음을 치며 같이 말했다.
다른 이들보다 유코와 방송 활동이 많았던 유미소는 적응이 될 만도 한데, 아직도 개그 코드에 적응을 못 한 듯싶다.
물론 유코의 개그 코드에 적응한 인물은 우리 중 아무도 없었다.
“야! 너 웃지 마. 그게 웃겨?”
“응. 웃겨.”
유미소의 말에 유코가 약 올리듯 말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눈이 커지며 한마디 했다.
“아! 또 생각나따.”
“언니 뭘요?”
서지영의 말에 유코가 숨죽여 웃다가 말했다.
“우유가 우스면?”
“…….”
귀신이 들린 듯 갑자기 모니터룸이 정적이 흘렀다.
“나. 알아! 빙그레!”
“마자!”
그러다 린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유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이 광경을 보던 우리는 입이 자연스럽게 쩍하고 벌려졌다.
적응한 인물이 없는 줄 알았는데 린은 완벽히 유코의 코드에 적응한듯했다.
어쩐지 예전부터 종종 써먹더니….
외국 애들은 우리랑 코드가 다른가 보다.
애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 이나라가 말했다.
“이번엔 어디라고 했죠?”
“경주.”
남진수가 이나라의 말에 대답했다.
경주라는 이야기를 듣자 애들이 움찔하며 반응했다.
“경주? 수학여행 때 가보고 안 가봤는데.”
“어? 너도 수학여행 거기로 갔었어?”
“나돈데?”
여기저기서 경주로 수학여행 갔다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나 때도 경주로 수학여행 갔었는데 아직도 거기로 가는구나.
갑자기 열린 열띤 수학여행 이야기에 남진수가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짝!
“수학여행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숙소 가서 이야기해. 늦었다.”
“네~”
남진수의 말처럼 방송 모니터링이 끝난 지금, 시간은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 * *
“데뷔 기념으로 이런 기획이 괜찮다고 생각나는 게 있으신 분은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시면 됩니다.”
“간단한 영상편지랑 함께 Y앱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기획부와 마케팅부 직원이 서로 말했다.
“저번 넘버 6 때는 어떻게 했죠?”
“특별 팬 미팅했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그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이벤트 재탕한다고 욕먹을지도요.”
“딱히 다른 대안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 팀은 침묵을 지키며 기획부와 마케팅부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다 본인들끼리 과열됐다고 생각하는지 시선을 돌려 우리에게 말했다.
“다른 의견 있으신 분 있나요?”
그 말에 남진수가 내 팔을 툭툭 건드리며 해보라고 고갯짓했다.
“저….”
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하자 회의장에 있는 인원들이 나를 쳐다봤다.
“지금 스타즈 애들이 얼마큼 인기가 있는지, 나중에 콘서트 동원력이 얼마나 될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내 말에 기획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즈의 콘서트 대관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했다.
회사에서 고민 중인 건 콘서트 규모를 어떻게 짜야 할지 난감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이번 데뷔 일에 맞춰 게릴라 콘서트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요?”
“게릴라 콘서트요? 체육관을 대관해서 말입니까?”
“아뇨. 그렇게 크게 하는 건 아니고요. 말 그대로 그날 오전에 홍보해서 저녁에 짧게 올리는 거요.”
“음….”
내 말에 나를 상대하던 기획부 직원이 침음을 흘렸다.
“하루 만에 얼마큼 팬들이 오는지, 일반 대중들이 오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나중에 콘서트 좌석을 얼마나 열어야 할지도 견적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미도 있고요.”
“근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고작 팬 서비스로 그렇게까지 일을 벌이는 건 별로 좋은 투자는 아닌 것 같은데요. 방송에 타는 것도 아니고요.”
저렇게 이야기할 줄 알았다.
확실히 팬들에게만 서비스 하는 거면 과한 투자다.
“게릴라 콘서트를 열 때 지금 진행하고 있는 ‘Dream fantasy’ 제작진 측에서 마지막 화로 써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해 줬습니다.”
“네? 그거 카페를 테마로 한 예능이잖아요.”
“콘서트장이 카페가 되지 말란 법은 없잖습니까?”
규모가 큰 라이브 카페라고 들어는 보셨나 모르겠네.
* * *
[경주에 애들 있는 카페에서 한 잔.jpg]
└ 애들 다 너무 이쁨
└ 유니폼 ㄹㅇ 무대 의상으로 써도 될 듯
└ 이런 혜자 방송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충성충성^^7
└ 왜 카페 선정은 랜덤이냐 ㅡㅡ 저번에 찍었던 곳 매일 들렀는데 아…
└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바꾸겠지
└ ㅅㅂ
‘Dream Fantasy’가 2회분까지 방송이 나간 후, 방송과 애들에 대한 반응이 꽤 왔다.
그리고 그 반응은 특히 팬들에게서는 호평이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방송 출연이 뜸한 애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른 이유로는 팬 사인회처럼 애들이랑 대화하거나 사인을 받을 수는 없지만, 꽤 근접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팬뿐만 아니라 게스트의 효과도 있었는지 기사에서 대중들의 반응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쭉 댓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조금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다.
└ 근데 왜 얘네 방송 프로그램은 이거 하나밖에 안 하냐??
└ 음방도 딱 한 달 채우고 활동 끝냈는데
└ 근데 활동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함. 보통이라면 쉴 틈 없이 굴릴 텐데 유독 우리 애들만 텀이 이상함.
└ 지인 피셜인데 회사끼리 싸웠다는데??
└ 아 모르겠고 저기랑 집 가까워서 갔던 애들 다 부럽다… 방송 보니까 팬싸보다 혜자 같던데.
└ ㅇㅈ
인터넷에 떠도는 지인피셜 치고 제대로 된 피셜이 없는데 저건 진짜 정보였다.
다행히 카페 예능에 대한 반응이 오고 있는 편이라 방송국도 지금은 흔들리는 중이라고 알고 있다.
팬들이 우리 애들 출연 좀 시켜주세요. 하면서 항의 같은 건의하는 것도 덤이었고.
조만간 지상파 예능도 한두 개 하지 않을까.
└ 오늘 미소 생일인데 서포터즈 저기로 갔으려나?
└ 물품이 서울에 모여 있어서 그냥 소속사로 보냈다 함.
└ ㅠㅠ 직접 받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안녕히 가세요!”
서지영의 목소리가 들려 핸드폰에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것 같았다.
“끝났다!”
“삭신이 쑤신다, 쑤셔.”
유미소가 만세를 취하면서 말하자 옆에 있던 김민성 아나운서가 허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오늘 거 정산 해보자.”
“네!”
김민성 아나운서의 말에 애들이 우르르 나와 각 테이블에 있는 기부함을 찾으러 갔다.
카페에서의 음식 값은 정해진 게 없었다.
자기가 내고 싶은 만큼 내는 것. 그리고 그 수익금은 전부 기부한다.
대부분은 일반 카페에서 먹는 값만큼 내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물론 천 원만 내고 가는 사람도 있었으나, 더 많이 내고 간 사람도 있기에 균형은 어느 정도 맞았다.
“제 거는 돈이 많이 들어 있는 거 같은데요?”
신희진이 오면서 기부함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러자 서지영이 물었다.
“몇 번 테이블거야?”
“5번이었나?”
“거기가 가장 많이 앉았던 곳이라 그럴걸?”
“그래?”
“응.”
홀 담당인 서지영이 신희진에게 말했다.
기부함을 한곳에 모아 두 번째 정산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이나라가 내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나는 그 신호에 맞춰 숨겨두었던 케이크를 가지러 갔다.
카페 구석에서 케이크를 꺼내고 초를 꼽자 이나라가 내게 와서 말했다.
“다 됐어요?”
“어. 이거 들고 가면 돼.”
초에다 불을 붙인 뒤 이나라가 내게서 케이크를 건네받고는 조심조심 애들에게로 걸어갔다.
이나라가 다가옴에 따라 애들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유미소는 김민성 아나운서가 시킨 대로 열심히 돈을 세고 있었다.
“3번 테이블은 23만 원이고 4번 테이블은 17만 원이고….”
“미소야.”
“네?”
정신없이 계산하고 있는 유미소를 김민성 아나운서가 부르자 유미소가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자 준비하고 있던 스태프가 카페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불이 꺼지자 애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해!”
팡!
노래가 끝나자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유미소가 불이 붙은 초를 껐다.
초가 꺼지자마자 옆에 있던 서지영이 손에 생크림을 잔뜩 묻혀 유미소의 볼에 발랐다.
“야!”
“축하의 의미로 바른 거야!”
평소였다면 유미소의 신체적 차이 때문에 저렇게 장난치기가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아직 촬영 중이었다.
유미소가 꼼짝 못 하는 상황이 재밌어 보였는지 애들이 서지영 따라 손에 생크림을 묻혀 똑같이 공격했다.
“정말! 고맙네! 눈.물.나.게 말이야. 숙소에서 두고 봐….”
방송이라 강하게 거부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 당한 유미소의 한마디였다.
촬영만 아니었다면 저렇게 얌전하게 말하지는 않았을 거다.
애들도 나랑 똑같이 생각하는지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이렇게 유미소의 생일 파티를 끝으로 ‘Dream fantasy’의 경주에서의 촬영은 끝이 났다.
이다음 촬영 일정으로는 서울이 있었고, 그다음으로는 애들의 게릴라 카페 콘서트가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