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38화 (138/200)

제138화. Fantasy (2)

우리 애들 전의 그룹이 내려가고 애들이 무대에 올라갔다.

“네! 밴시의 투나잇이었습니다! 민호 씨! 민호 씨! 특종이에요 특종!”

“네? 특종이라고요? 뭐가 특종인데요?”

“대한민국에 깜찍한 요정이 나타났다는 특종이요!”

“정말요?”

“네!”

애들이 무대에 올라감과 동시에 MC석에서는 MC인 박민호와 아인이 스타즈를 소개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리는 MC들의 멘트와 달리 애들은 여유롭게 팬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애들이 무대 준비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당장 바로 무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음악 방송 측으로부터 컴백과 동시에 2곡 정도의 시간을 받아냈다.

그래서 첫 무대는 어제 사전 녹화를 했던 무대인 ‘Fun한 안녕’이 방송으로 송출된 후 그다음으로 ‘Fairy’의 무대가 생방송으로 나간다.

“네, 그럼 우리 깜찍한 요정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Go go go~”

두 명의 MC가 깜찍하게 짓는 표정에 속이 살짝 매스꺼워졌다.

여전히 적응 안 되는 진행 방식이다.

매스꺼워진 내 속은 화면에 나온 애들의 모습을 보고 편해졌다.

쇼케이스 때도, 무대를 모니터링할 때도 느낀 거지만 서지영이 곡을 잘 뽑아냈다.

- 으슬으슬 추워지던 날. 나를 바라보며 말했던 그 한마디. 안녕.

서지영의 음색과 함께 밝고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Fun한 안녕은 서지영과 김동현 둘이 작곡했다. 작사는 서지영이 맡았다.

이전과 다르게 이 곡은 서지영의 지분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스타즈의 유종의 미를 담은 곡이기도 했다.

이 곡의 처음 멜로디를 들었을 때는 발라드 장르로 괜찮은 곡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작사까지 다 되고 가이드 녹음까지 끝낸 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토록 밝은 분위기의 곡이 슬플 수도 있구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 안녕. 그 한마디가 난 너무나도 좋았어.

- 안녕. 너에게 말을 건넸을 때. 나는 날아갈 것 같았지.

박혜연의 청량한 음색 다음으로 기쁜 듯 속삭이는 신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사에서 인사하는 대상은 지금까지 함께해 주었던 모든 이들.

이 곡은 스타즈가 자신들과 울고 웃고 함께했고 봐주었던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였다.

실제로 이 곡은 녹음할 때 애들은 울면서 녹음했다.

나도 몇 번이나 감정이 북 받아쳤지만, 꾹 참고 녹음을 이어나갔다.

게다가 가사에 맞춰 한 안무는 더욱더 몰입하기 좋았다.

노래를 들으면서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즈를 쳐다보았다.

담담히 Fairy의 무대 대형을 갖춰 준비하고 있는 모습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바라만 봤다.

- 뻔뻔하게. Fun하게. 뻔뻔하게. Fun하게.

- 뻔하지만 말할래.

- Fun하게 말할래.

- 안녕!

와아아!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 노래가 끝이 났음을 알게 되었다.

왜 ‘Fun한 안녕’이라고 지었는지 물었을 때 서지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슬픈 것보단 즐거운 게 더 좋잖아요.’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이나라도 거들어서 말했었다.

‘이게 왜 슬퍼요. 너무나 좋은데.’

그 말에 눈물이나 닦고 말하라고 했더니 슬퍼서 우는 건 아니라던 이나라.

녹음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청량하고도 시원한 ‘Fairy’의 전주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걸그룹의 성수기는 여름이다.

걸그룹의 이미지와 여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스타즈의 Fairy도 다르지 않았다.

- 너만의 Fairy Fairy Fairy.

사랑해!

- 네 옆에 있던 Fairy.

스타즈!

나풀나풀한 무대 의상을 입고 무대를 누비는 스타즈는 환상 속 요정이었다.

새침하게 웃는 유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의 린.

호기심 가득한 표정의 유미소.

각자 자신의 파트에 맞춰 다양한 표정과 안무를 보여주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시원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춤 선은 애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흐뭇한 미소와 함께 무대를 지켜봤다.

- 헤매지 않게 길을 알려 줄게.

- 나만 따라와. 난 너의 Fairy.

와아아!

어느덧 폭발적인 함성과 함께 무대가 끝이 났다.

이번 컴백은 공개 참여 인원도 상당히 많이 늘었다.

물론 스타즈의 네임벨류가 커지면서 참여 인원이 늘어 난 것도 있지만, 모집된 정원의 세 배가 가뿐하게 넘는 인원이 신청했었다.

대세가 되었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애들은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내게로 다가왔다.

“잘했어.”

“그건 당연한 거고요.”

내 말에 유미소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진짜 너무 좋아!”

“무대도 무대지만 팬들이 보고 좋아해 주는 게 느껴지니까 더 그런 거 같애.”

무대를 끝내고 흥분한 애들 사이에서 슬쩍 이나라의 표정을 보았다.

오늘 본 얼굴 중에 가장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대를 즐기고 팬들의 응원으로부터 힐링 받은 것 같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었지만 이나라의 반응을 보니 아까 화장실에서의 일이 많이 흔들린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일단 대기실로 가자. 여긴 좀 혼잡하니까.”

“네!”

남진수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늘 하루는 이대로 흘러 무난하게 끝날 것 같다.

앞에 가는 애들을 보며 시간이 참 빠르고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지금의 스타즈라면, 다른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애들이, 팬들이 곧 다가올 해체를 걱정하기에는 현재 스타즈의 브랜드 가치는 너무나 뛰어났다.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르려고 할까?

이 점에 대해서 나는 긍정적인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 *

컴백한 아이돌 그룹의 활동기는 대부분이 이와 같다.

일주일 4~5회 음악방송. 남는 날에 팬 사인회 및 간단한 스케줄.

이 일정이 약 한 달, 길면 두 달까지도 간다.

오늘은 음악방송인 아닌 팬 사인회 스케줄이 있는 날이다.

“햐, 어차피 손해 볼 게 없다고 생각하고 팍팍 감시 대상 명단 넣어서 관리하니 이게 관리가 되는구나.”

“이게 맞죠.”

“그래. 이 풍경이 맞아. 근데 모든 팬 사인회가 이렇다면 스트레스를 안 받지. 팬 사인회 진상이 좀 많아야지.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 앞에서 계속 버티거나 접촉하는 것은 예사고… 이런 진상들을 쳐내기가 은근히 힘든 게 얘네도 돈을 써서 온 사람들이란 말이야?”

“네, 그렇죠.”

“거기에는 보상심리 같은 것도 섞여 있거든. ‘내 돈 써서 왔는데 네가 뭔데?’ 같은 느낌으로.”

스타즈의 뒤편에 서서 애들과 팬을 주시했다. 그러면서 남진수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남진수도 나와 같이 애들을 주시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근데 그게 또 틀린 말은 아니야. 앨범에 팬 사인회 응모권을 넣는 것 자체가 상술이라 회사나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할 말이 없기도 해. 그래야 앨범이 팔리니까. 팬 사인회 응모권이 없으면 앨범이 팔릴까?”

“아무래도 덜 팔리겠죠.”

“덜 팔리는 수준이 아니야. 안 팔려. 요즘 누가 CD 사서 듣겠냐?”

남진수의 말처럼 예전에나 CD로 들었지, 요즘 CD 앨범은 소장용이 대부분이다.

“아무튼, 그래서 팬 사인회 열 때 회사에서 항상 생각하는 건 제발 정해진 룰 안에서만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가줬으면 하는 거야. 룰에 벗어나면 컷하는 거고. 근데 이게 예민한 문제라 까다로워. 돈이 얽혀 있으니까. 근데 제대로 확립이 안 되면 난장판이 돼서 아주 골치 아프지.”

“난장판이라….”

남진수의 말에 회귀 전, 스타즈의 팬 사인회를 떠올려 봤다.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었지.

자기가 덕질하는 멤버 아니라고 그냥 가는 팬.

각 멤버별 멘트 할 때 악! 하면서 소리 지르는 팬.

더불어 스태프 통제를 안 따라줘서 애들이 다치기도 했다.

“네가 처음에 강력하게 대응하자고 한 게 잘 먹혔다고 해야 하나? 팬들이 알아서 잘해 주잖아. 자기들 자체적으로 블랙리스트도 만들어서 우리한테 건네주기도 하고. 이런 팬덤 얻기가 쉽지 않아. 애들이 정말 축복받은 거지.”

남진수의 말처럼 지금도 우리 말고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경호원이나 우리 쪽 스태프가 상당수 투입이 되어 있다.

맨 처음에 투입된 인원으로는 이보다 두 배는 많았는데, 팬 사인회가 진행될수록 우리 쪽의 대응과 팬들의 대응이 합쳐져 생각보다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었다.

“야, 나 잠시 통화 좀 받고 올게.”

“네.”

남진수가 나에게 말하곤 자리를 떠나 밖으로 나갔다.

이내 나도 애들이 어떻게 팬들을 대하는지 집중하기 시작했다.

“와! 우리 전부 다 그려주신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예뻐요!”

“그… 미소 씨가 더 예뻐요.”

“정말요?”

팬의 말에 유미소가 꽃받침을 하며 팬 앞으로 훅 들어갔다.

“…네.”

미소의 앞에 있는 팬이 얼굴이 터질 듯처럼 붉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저렇게 대해준다면 나도 똑같지 않을까.

“다음에 또 만나요!”

“열심히 벌어서 다시 올게요.”

“무리하지는 마시구요. 약속?”

결연한 표정의 팬에게 유미소가 새끼손가락을 들이밀며 말했다.

유미소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한 팬은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옆으로 이동했다.

확실히 유미소가 팬 서비스가 좋았다.

저러니 인기가 많지.

이내 나는 끝자리에 있는 유코와 팬의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코 씨. 혹시 방송에서 하는 아재… 개그 말고 개인기 더 있어요?”

“으응… 귀여움?”

유코가 잠깐의 고민 끝에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서지영이 그걸 보고는 경악했다.

“이 언니 미쳤나 봐.”

하하하.

서지영의 말을 들은 팬들이 크게 웃었다.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오늘이 특히나 좋은 것 같았다.

큰 무리 없이 팬 사인회가 진행되던 와중에 멀리서부터 굳은 표정의 남진수가 내게 오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남진수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나보고 나오라며 손짓했다.

“혜미 씨. 저 잠깐 일 좀 보고 올게요.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 주세요.”

“네.”

곁에 있던 스태프에게 말을 한 뒤에 남진수를 따라갔다.

“무슨 일 있어요?”

“너 혹시 음방 돌면서 섭외 요청 온 거 있어?”

“뭐가요?”

“프로그램 섭외 요청.”

남진수의 말에 곰곰이 떠올려보았지만, 섭외 요청이 내게 온 적은 없었다.

“아뇨. 따로 저한테 이야기한 PD나 작가는 없었어요.”

“그래? 흠.”

“네.”

남진수의 고민하는 반응에 느낌이 싸해졌다.

“왜요?”

“방금 실장님한테 전화가 왔거든?”

“네.”

“지금 어비스 애들 해외로 나가서 어비스 애들은 프로그램 요청을 다 깠었어.”

“네.”

“근데 그 이후로 스타즈 애들한테도 예능 섭외가 하나도 안 들어오네?”

남진수의 말에 조금 의아했다.

어비스와 스타즈가 무슨 연관이 있다고 이렇게 말하는 걸까.

어비스 애들 스케줄로 프로그램 참여 못 한 게 죄도 아니고.

“그냥 저희가 아무 말 없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야, 지금 애들 위치면 알아서 모셔간다. 그게 정상이고. 저번에 섭외가 아예 없던? 이렇게 뚝 끊기는 경우는 하나야. 의도적으로 커팅하는 거지.”

“설마….”

“그렇게 생각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어. 명절 특집으로 아이돌 모아서 파일럿 프로그램 만들잖아. 그거 다른 회사 물어보니까 섭외 들어왔다더라.”

“어? 저희는 안 왔어요?”

“원래라면 벌써 왔어야 했는데 안 와서 이상하다 싶긴 했어.”

생각해보니 그랬다.

Love Up&Down 터지고 나서 들어간 프로그램만 몇 개였나.

우리가 따로 들이민 게 아니었다.

알아서 모셔갔지.

“이건 전형적인 방송사의 기획사 길들이기인데, 갑자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딱히 우리가 방송사 요청사항을 거부한 건 없는데 말이야. 보통 어비스 애들처럼 그룹 해외로 돌릴 때는 섭외 요청 안 받아줬다고 이러지는 않는데….”

남진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