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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34화 (134/200)

제134화. 점점 더 커지는 (2)

“잠깐 셋이서 따로 이야기 좀 할까요?”

“지금요?”

자리를 잡고 이제 레코딩에 들어가나 했더니 민서희 팀장이 끼어들었다.

“네, 녹음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렇게 하죠.”

“알겠습니다.”

민서희 팀장의 말에 나와 김동현 작곡가가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스타즈 애들을 힐끔 쳐다봤는데 우리를 동글동글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저희가 나가 있을까요?”

“아냐, 우리가 안에 들어가면 돼.”

“네.”

우리는 민서희 팀장을 따라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따로 조작하지 않으면 완전 방음이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나는 민서희 팀장에게 말했다.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오빠 어때요?”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래요?”

민서희 팀장이 나를 품평하듯 바라봤다.

믿는다더니 못 믿고 있었던 듯했다.

처음 나와 마주쳤을 때도 그렇게 격렬했는데 그 성격이 어디 가겠나.

민서희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다른 게 아니라 저는 그냥 구경하러 온 거예요.”

“네?”

“구경만 할 거라고요.”

“음….”

민서희 팀장의 말에 침음을 삼켰다.

나는 민서희 팀장이 중심을 잡으리라 생각했는데 민서희 팀장은 그게 또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제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요. 제 역할은 어디까지나 A&R팀으로서 서포트 하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기존에 짜놨던 컨셉에서 벗어나는 요구를 하신다면 그땐 개입할 거예요. 눈뜨고 망가지는 걸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맞아.”

내 단호한 말에 옆에 있던 김동현 작곡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동조해줬다.

민서희 팀장이 그런 김동현 작곡가를 찌릿해지고 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언제 또 동현 오빠를 이렇게 구워삶았는지.”

“서희야.”

김동현 작곡가가 투덜대는 민서희 팀장에게 강하게 말했다.

“알았어요. 맨날 나만 악역이야.”

“너 인수 형에게도 그러잖아.”

“그때는 결국 제가 맞았잖아요.”

김동현 작곡가가 민서희 팀장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렇게 편하게 서로 부르는 걸 보니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정인수, 김동현, 민서희.

이 셋은 확실히 음악 관련해서는 회사의 주축이라는 걸 느꼈다.

김동현 작곡가와 민서희 팀장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해봤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 틈이 없어 묵묵히 듣고만 있었을 뿐.

“저는 따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요? 그럼 시작하죠?”

내 말을 들은 민서희 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 *

녹음이 시작되었다.

원래 첫 녹음 컨디션이 제일 좋다고 하여 타이틀 곡을 먼저 들어갔어야 했겠지만, 애들과 나의 호흡을 위하여 수록곡 먼저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시작했다.

“혜연아, 다 좋은데 거기서는 그러니까… 좀 더 나긋나긋하게 해볼래?”

- 나긋하게요?

“응. 곡 분위기가 아무래도 슬로우 템포니까. 지금 톤은 너무 타이틀 곡 맞춤인 것 같아.”

- 으음.

내 말에 포인트를 못 잡는 것 같았다.

당장 떠오른 느낌을 박혜연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니까 차 안에서 너 자고 일어났을 때 그 느낌 있잖아. 오빠… 졸려요… 할 때 그 느낌.”

- 아! 알았어요.

“풉.”

웃음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뒤에서 녹음을 지켜보고 있던 애들이 숨죽여 킥킥거리고 있었다.

“너희 웃지 마.”

“네~”

애들의 건성 어린 대답을 듣고는 정면의 박혜연에게 집중했다.

- 어느 날 밤에 찾아와, 사뿐히 내려앉았어.

확실히 좀 전보다 좀 더 부드러웠고, 나긋했다.

역시 노래도 연기가 필요하다.

표현력에서 차이가 온다.

애들도 예전부터 나름의 감정을 담아 표현했었지만, 지금은 내가 좀 더 디테일하게 잡아주고 있었다.

“오케이! 어때요? 전 지금이 더 좋은데.”

내가 김동현 작곡가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요.”

김동현 작곡가도 마음에 드는지 엄지를 올리며 동의했다.

고개를 돌려 기다리고 있던 스타즈 애들에게 시선이 향했다.

“다음은 희진이지?”

“네.”

내 말에 신희진이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일어났다.

“혜연아. 오케이야. 나와도 돼.”

- 네!

김동현 작곡가가 부스에 있는 박혜연에게 나오라 이야기했다.

“혜연~ 제법인데?”

“난 원래 잘했거든? 언니나 잘하셔. 지켜본다?”

신희진이 부스에서 나오는 박혜연을 보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박혜연이 검지와 중지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다가 신희진에게로 향하게 하며 말했다.

“혜연쓰. 생각보다 괜찮지?”

“응. 딱 맞춤형 디렉이더라.”

“그치? 나도 놀랐다니까.”

박혜연보다 앞서 녹음을 진행한 서지영이 박혜연을 보며 말했다.

애들의 대화를 들은 나는 어색하게 헛기침이 나왔다.

“어흠.”

생각보다 애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처음은 달걀이 덜 익은 반숙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차츰 완숙으로 향하고 있었다.

애들도 처음엔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부스로 들어갔는데 점차 내 표현에 맞춰 깔끔하게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 들려요?

부스 안에 들어간 신희진이 헤드셋을 끼고 마이크 앞에서 말했다.

“어, 잘 들려.”

- 네. 준비됐어요!

유리창 너머로 신희진이 말하면서 손으로 OK 사인을 보내왔다.

“시작할까요?”

내 말에 김동현 작곡가가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작할게.”

- 네!

신희진의 말과 함께 녹음이 시작되었다.

-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혼자가 아니야.

“여기에서는 좀 더 호소력이 짙어야 해. 어려운 거 알지만 좀 더 감정을 꺼내 볼래?”

- 네.

“예를 들면….”

- 아, 무슨 말 하려고 하시는지 알 거 같아요.

“그래.”

신희진에게는 조금 아픈 기억이었겠지만 예전에 신희진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신희진이 눈치 빠르게 잘랐다.

그 일은 신희진에게 상처이기도 했지만, 성장의 증거이기도 했다.

“다시 가보자.”

- 네.

다시 들어보니 아까보단 좀 더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듯한 호소력이 짙어졌다.

그래도 이것보다 더 나올 거 같다. 내가 아는 신희진이라면 더 끄집어낼 수 있다.

“좀 더 몰입해보고 다시 해볼까?”

- …네

잠깐의 기다림 끝에 신희진이 한 손을 올려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혼자가 아니야.

그 확연한 감정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어떤 감정으로 가사를 토해냈는지도 제대로 느껴졌다.

신희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녹음실을 감싸 안았다.

“와, 퍼펙트.”

김동현 작곡가가 놀래며 말했다.

“좋네요. 정말.”

나 또한 웃으면서 좋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와 다르게 부스에서 차분한 눈으로 감정을 조절하며 멀뚱멀뚱하게 있는 신희진에게 말했다.

“들어볼래?”

- 네.

녹음된 신희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다.

정말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녹음은 순항 중이었다.

* * *

“잠깐 저녁 먹기 전에 이야기 좀 할까요?”

녹음이 끝나자 민서희 팀장이 나와 김동현 작곡가를 보며 말했다.

우리에게 다가와 말한 민서희 팀장 뒤편으로 우리를 눈만 끔뻑대며 보고 있는 스타즈를 바라봤다.

“저번에 녹음할 때 갔던 고깃집 있지?”

“네!”

“먼저 가 있을래?”

“네.”

애들이 내 말에 일어나는 걸 보다가 같이 갈 스태프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 아니다. 너희끼리 보내기엔 좀 그런데….”

“그럼 저희 잠깐 나가 있을게요! 이야기하고 오세요!”

“그래. 알았어.”

내 말에 이나라가 빠르게 상황 정리를 해줬다.

본인들의 물건을 챙기더니 우르르 바깥으로 나갔다.

애들이 나간 녹음실은 왁자지껄한 밖에 비해 무척 차분했다.

“애들이 눈치가 빠르네요.”

“이 바닥에서 눈치 안 키우면 죽으니까요.”

“하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요.”

민서희 팀장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내 옆에 있던 김동현 작곡가가 민서희 팀장에게 말했다.

“서희야, 무슨 문제 있어?”

“아니요. 생각보다 매끄러워서 놀라서요. 중간중간 헤매긴 했어도 이 정도면 놀랍죠.”

“하하, 그렇지? 나도 하면서 많이 놀랐어. 어제와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 내가 짚어 주는 건 별거 아냐.”

김동현 작곡가의 말처럼 애들과 우리의 호흡은 퍽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려와 달리 녹음도 상당히 수월했다.

오히려 이전에 정인수 대표와 녹음 작업했던 Love Up&Down 때보다 분위기도, 진행도 수월했던 것 같다.

“저녁 먹고 타이틀 곡 진행하실 건가요?”

“고민 중입니다.”

“녹음 일정은 아직 남았으니까 다음에 하는 게 좋아 보이는데.”

민서희 팀장이 담담하게 내게 말했다.

원래 일정은 저녁 식사 후에 조금 더 작업하는 일정이다.

타이틀 곡의 경우에는 오늘 하지 않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유가 있나요?”

“애들이 조금 지친 것 같아서요.”

“아….”

애들의 컨디션은 생각을 못 했다.

상태는 괜찮아 보이는 것 같았는데.

“부스 안에 들어간 애들만 보느라 모르셨겠지만, 벌써 일곱 시간째니까요. 컨디션 조절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리 있네. 확실히 방금까지가 최대로 쥐어짠 느낌이긴 했어요. 어차피 일정 남았으니까 여기까지 하시죠. 오늘 녹음은 잘 된 편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거로 하죠.”

“네.”

오롯이 녹음 작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애들의 컨디션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진 모양이다.

이점은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다음 일정부터는 저 안 올 거예요.”

“왜?”

김동현 작곡가의 질문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딱히 제가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우리의 의아한 반응에 민서희 팀장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래도 계속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굳이 제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고요. 노련하시네요.”

“아닙니다.”

그래도 누군가 봐주고 있는 것과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오히려 민서희 팀장이 뒤에 있기에 내가 잘못 가고 있으면 잡아주겠지 하는 심정도 있었다.

“확실히 애들에 대해서 파악을 잘하고 있으니 더 매끄럽네요. 정인수 대표님도 그랬는데.”

“인수 형도 어비스 애들이랑 밑바닥부터 같이 컸지.”

“두 사례를 보니까 그 그룹에 대해 겉핥기식만 안 채로 기획하는 것과 아티스트와 확실히 감정 교류가 있고 잘 아는 사람이 기획하는 것. 두 차이가 꽤 크네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근데 감 좋은 프로듀서들은 일이 많잖아. 이렇게 아티스트와 감정적인 교류를 한 채로 진행하는 프로듀서가 더 드물지.”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긴 하죠.”

갑자기 김동현 작곡가와 민서희 팀장이 담론을 펼쳤다.

이들의 말처럼 확실히 전담 매니저의 경우에는 보다 담당 연예인과의 교류가 활발한 편이긴 했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점차 많아지는 일에 현장을 떠나긴 하지만 현장에서 부대끼는 전담 매니저만큼 애들과 가까이 교류할 수 있는 인물도 드물다.

물론 이건 매니저가 맡는 아티스트에 따라 다른데 아이돌 그룹의 경우 자주 전담 매니저가 바뀌는 편이었다. 그러나 배우나 개그맨, 방송인 같은 개인 매니저는 생각보다 자주 안 바뀌는 편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인수 대표가 맡은 어비스 그룹의 케이스나 지금 내가 진행하는 스타즈의 케이스가 드문 편이었다.

“확실히 이래서 잘되는 걸 수도 있겠다.”

“그쵸?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색깔을 확실히 아니까. 더 완성도 있게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너무 금칠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내가 뭐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는지.

물론 기분은 좋았다.

“뭐, 이래 놓고 성적이 안 좋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요.”

“하하….”

민서희 팀장의 말에 어색한 웃음만 내보였다.

성적 이야기에는 한없이 작아질 뿐이다.

“자, 밖에서 애들도 기다리고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이대로 가다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는지 김동현 작곡가가 적절하게 대화를 끊었다.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스타즈 애들과 같이 예의 그 고깃집으로 향했다.

좀 전의 녹음실에서 있었던 대화를 곱씹으면서 다음에 있을 녹음 일정에 대한 자신감도 더 챙긴 채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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