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24화 (124/200)

제124화. 여행에서 생긴 일 (1)

“아무리 못 해도 네 시까지는 여기로 와야 한다. 현진이 너는 따라다니면서 시간 체크 잘하고.”

“네.”

남진수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타즈 애들은 남진수의 말은 잘 안 들리는지 이미 정신은 딴 곳으로 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있었다.

최종 도착지는 유럽의 휴양지라고 불리는 크로아티아였다.

“공항 내부 협조가 안 돼서 촬영은 없지만, 너무 신나지 말고.”

“네!”

한국에서는 협조를 얻어 어느 정도 선까지의 촬영이 가능했으나, 경유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촬영할 수 없었다.

애들도 카메라가 꺼지자 얼굴이 바뀌더니 더 텐션이 올라갔다.

“언니. 우리. 저기로.”

“응. 응.”

린과 유코가 손을 잡고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남진수와 리얼리티 제작팀 몇 명도 같이 움직였다.

둘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은 갈아타기 위해 남은 시간 동안 공항 내부투어를 하기로 했다.

나도 카페에서 앉아서 편하게 있고 싶었지만, 그 몫은 지금 떠난 남진수가 차지하게 되었다.

나도 편하게 앉아서 쉴 자신 있는데.

내 바람과 다르게 다섯 명의 인원은 눈을 빛내며 남은 시간 동안 프랑크푸르트 공항 내부를 다 탐사하겠다는 듯 갈 곳을 정하기 시작했다.

“저기 가보자. 마카롱 파는 곳.”

“어디 어디?”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행히 여기에서는 한국만큼의 인파가 우리에게 몰리지 않았다.

애들의 첫 해외 출국이라는 타이틀은 단연 화제성이 좋았다. 촬영의 목적으로 나가게 된 거였지만, 공항에서부터 화제가 끊이지를 않았다.

화제성을 위해 우리 측에서 정보를 푼 것도 있었으나 처음이라는 게 주요했다.

기자들과 팬들이 상당히 많이 왔었다.

협찬도 꽤 많이 들어왔고 스타일리스트들 또한 칼을 갈며 애들의 공항패션을 준비했는데, 애들의 공항패션은 확실히 단순하면서도 눈에 띄었다.

팬과 대중들의 반응이 궁금했으나, 일단은 애들을 따라다녀야 했기에 확인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오빠!”

“왜.”

“저희 정산 아직이잖아요. 근데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어떻게 해요?”

“음.”

이나라가 내게 물었다.

두 번째 미니앨범 Love Up&Down이 터지면서 애들의 정산 시기가 빨라졌다.

보통의 기획사라면 연습생 때의 비용과 이것저것 들어간 비용 때문에 정산 시기가 상당히 늦어졌을 텐데 스타즈는 그게 아니므로 정산이 빨랐다.

“잠시만, 이건 나도 여쭤봐야 알 것 같다. 어디 가지 말고 있어 봐.”

애들에게 말하고 난 뒤 남진수가 들어간 카페로 향했다.

“팀장님.”

“어, 왜?”

카페에서 핸드폰을 하는 남진수에게로 다가갔다.

핸드폰을 하면서 내 인기척에 나를 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애들이 뭐 사고 싶은 거 있다는데 어떻게 하죠?”

“사라 그래. 지들 돈으로 사면 되지, 뭘.”

그걸 왜 물어보냐는 듯 남진수가 말했다.

“아뇨. 애들이 정산 이야기를 하길래요.”

“정산? 정산하려면 좀 멀었는데?”

“아무래도 거기서 당겨 쓸 수 있냐고 물어보는 거 같던데요.”

“아아.”

내 말에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내게 주며 말했다.

“이걸로 쓰고 영수증은 다 뽑아와.”

“네.”

남진수에게서 카드를 받고 근처에 있는 린과 유코를 쳐다봤다.

둘이서 도란도란 음식과 음료를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나를 보고 손을 흔들길래 나도 똑같이 흔들어 주고서는 기다리고 있는 다섯 명에게로 되돌아갔다.

“근데 너희 여기서부터 쇼핑할 거야? 한국 들어갈 때 사지.”

“여기에서도 사고 크로아티아에서도 사고 한국 들어갈 때도 살 건데요?”

“짐만 많아지잖아.”

“쇼핑의 매력을 모르시네요.”

유미소가 한 손 검지를 들어 좌우로 흔들며 내게 말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모여 있는 애들에게 말했다.

“시간만 잘 지켜줘.”

“네!”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은지 다섯 명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밝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이나라에게 받아온 카드를 건네줬다.

“그리고 결제는 이걸로 하면 돼.”

“얼마까지 쓸 수 있어요?”

“너희 정산에서 까는 건데… 알아서 조절해서 사.”

“네!”

내 손에서 나온 카드를 확인한 애들의 표정은 데뷔할 때보다도 더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역시 돈을 쓰는 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트레스 풀기 제일 좋은 것 같다.

얘들도 아이돌이 된 이유가 대중의 관심과 사랑도 있었겠지만, 그중 돈도 있었을 테니까.

애들과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졸졸 뒤를 쫓아다녔다.

마카롱 가게, 화장품 가게, 명품 가게.

애들은 지치지도 않은지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구경에 삼매경이었다.

정신없이 애들을 따라다니다가 문득 싸한 느낌이 들어 핸드폰을 확인하고 식은땀이 흘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현재 시각 15:55분.

시간을 보자마자 애들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얘들아! 얘들아! 가야 해! 시간 없어!”

다급한 내 손짓에 애들의 표정이 벙찌더니 시간을 확인하고 점점 다급해져 갔다.

“일단 뛰어!”

그리고 내 말에 모두가 뛰기 시작했다.

* * *

“장거리 비행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시간이 늦어서 숙소로 들어가 짐 풀면 오늘 촬영은 종료입니다. 내일은 플리트비체로 아침 일찍 떠나야 하니까요.”

“네!”

스타즈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Stars travel’ 담당 메인 PD인 장지수가 스타즈 애들에게 말했다.

“코스는 위에서 내려오는 C코스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H코스, 두 코스로 나뉘는데요, 두 팀으로 진행할 예정이니 숙소로 돌아갔을 때 그것도 짜주시면 됩니다. 지금 짜실 필요는 없고, 카메라 돌 때 해주세요.”

“네.”

“10분만 쉬었다가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네.”

PD와 작가가 말한 뒤에 조금 떨어져 자기들끼리 회의를 다시 시작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도착하니 현재 시각 20:30분.

본래의 일정대로라면 수도의 밤거리를 애들이 거닐고 다니는 걸 촬영했겠으나 시간이 늦어 밤거리를 걷는 건 다음 날로 넘겼다.

크로아티아에서 스타즈의 여행 일정은 1일 차 자그레브 숙소 2일 차 플리트비체 - 3일 차 두브로브니크, 4일 차 귀국인 3박 4일 일정이다.

“다행히 여기 있는 기간에는 비가 안 오네요.”

“비 왔으면 큰일 나. 뒤집히지. 그래도 제작비 꽤 되는 프로그램인데.”

핸드폰으로 남은 일정의 날씨를 확인하고 남진수에게 말했다.

남진수도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동조해줬다. 그러나 남진수의 다음 말은 내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근데 너, 내가 네 시까지 오라고 했지?”

“그게… 잠깐 멍하니 애들 따라다니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내 말에 남진수가 인상을 찌푸리긴 했으나 큰 힐난의 어조는 아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비행기 떠났어, 인마.”

“죄송합니다.”

“어휴.”

다행히 시간 안에 맞춰 도착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 남진수가 샤우팅하고 있을 거다.

남진수가 타박을 하긴 했으나 크게 뭐라 하지는 않고 잘 넘어갔다.

시간은 내가 체크를 잘해야 했던 문제라 할 말이 없었다.

할 일이 많아지고 생각할 일도 많아지다 보니 조금 소홀해진 것 같다.

이번 계기로 조금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네!”

담당 PD의 말에 애들도 준비하기 시작했고, 제작진들도 준비를 끝마쳤다.

카메라 앵글이 안 잡히는 곳에서부터 멀찍이 떨어져 애들을 따라갔다.

공항 내부에서부터 오프닝을 시작했으나, 잡힌 숙소로 가기까지의 여정이 험난했다.

공항버스를 타야 했는데 어디서 타는지 모르고 헤매고 다녔다.

중간중간 나를 향해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난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공항버스를 타고 자그레브 시내로 향했다.

* * *

“연장자 공경 몰라?”

“연장자니까 애들한테 양보하시죠?”

“하.”

박혜연의 말에 유미소가 코웃음 쳤다.

“민증에 잉크도 안 마른 것들이 너무 하네.”

“꼰대.”

유미소의 말에 서지영이 조용히 읊조렸다. 그러나 서지영의 말에 유미소가 광분하기 시작했다.

“너 나랑 나이 차이 한 살밖에 안 나!”

그 말에 광분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구경까지 끝난 뒤, 한곳에 모여 팀과 코스를 짜기 시작했다.

팀 구성은 의외로 간단하게 끝났다. 아직 미성년인 급식 셋과 성인 네 명.

팀 구성은 쉽게 끝났으나 코스에서 격렬한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우리 민주주의로 하자고.”

“그래, 그러자.”

유미소와 서지영의 불꽃 튀는 눈싸움이 끝나고 서로의 팀에게로 돌아갔다. 잠시 서로 의견을 나누는가 싶더니 박혜연이 유미소의 팀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 대표는 누구예요?”

“내가 할게. 상관없지?”

“응.”

박혜연의 말에 유미소가 자신의 팀을 바라보며 말하자 세 명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유미소가 고개를 끄덕인 뒤에 박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는?”

“나도 내가 할게. 이의 없지?”

“응.”

린과 박혜연의 대답을 들은 서지영이 성큼성큼 유미소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서지영과 유미소가 결연한 표정으로 마주 보고 서 있는 구도가 그려졌다.

“단판?”

서지영의 말에 유미소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가위, 바위, 보!”

서지영은 가위 유미소는 보.

“야호!”

“아….”

희비가 엇갈렸다.

난 민주주의로 한다길래 투표를 할 줄 알았더니, 자기들의 민주주의적 방법은 가위바위보였던 모양이었다.

“우리가 H코스 가게 되었습니다!”

“와!”

서지영이 펄쩍펄쩍 뛰면서 본인의 팀인 급식팀에게 다가가 말하자 환호를 내지르며 좋아했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성인팀의 네 명은 낯빛이 흑색으로 물들어갔다.

“아….”

“너네는 창창하잖아. 언니들 무릎 좀 생각해주면 안 되니?”

“안 돼.”

이나라가 짐짓 불쌍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박혜연이 단칼에 거부했다.

그냥 보통의 여행이라면 이렇게까지 당길 필요가 없었으나 지금 애들은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중이었다.

결국, 이것도 방송의 일환이다.

“두고 봐.”

“두고 보란.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 없어.”

신희진의 말에 린이 한마디 했다.

얌전했던 막내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듯 신희진이 충격 먹은 표정을 지었다.

신희진이 영화를 찍으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진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표정과 감정이 무척이나 풍부해진 거였다.

물론 예전에도 다양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해진 걸 넘어서 생동감이 넘쳤다.

좋은 발전이었다.

“자, 이제 각자 방으로 돌아가자. 내일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니까.”

“네~”

이나라가 교통정리를 하자 애들이 한 입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선 슬쩍 제작진들의 눈치를 살폈다.

“컷.”

메인 PD가 촬영 종료를 알렸다.

“고생하셨어요. 오늘 촬영은 여기까지입니다. 각자 방에 카메라가 달려 있으니 그것만 유의해 주세요.”

“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메인 PD의 말에 제작진도, 출연진도, 스태프도 한마음 한뜻으로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제작진이 촬영 철수를 시작하자 애들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 너희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유미소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쇼부!”

“가위바위보 잘하면 됐지~ 그건 맞지~”

“우리도 언니들이랑 똑같다구. 올라가는 코스는 힘들어.”

유코가 손을 번쩍 들면서 말하자 줄줄이 소시지처럼 박혜연이랑 서지영이 성인팀의 멤버들을 향해 놀렸다.

“너무해.”

유코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그래도 뭐, 올라가는 코스는 천천히 경치 즐길 수 있대.”

“팀장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남진수의 말에 신희진이 버럭했다.

“힘 빼지 말고 얼른 들어가 자. 내일 그래도 네 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데.”

“맞아. 얼른 올라가자 얘들아.”

내 말에 이나라가 애들을 다독이다가 본인들의 숙소로 향했다.

나와 남진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철수하고 남아 있던 메인 작가에게로 갔다.

“고생하셨습니다. 특이사항 있나요?”

“아뇨, 이대로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남진수와 작가의 대화에서 우리의 촬영이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꼈다.

다행이었다.

이것도 어찌 됐든 내 건의로 이루어진 기획에서 출발한 거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긴 했다.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 쉬세요.”

“네, 수고하세요.”

작가와 대화를 나눈 뒤 남진수와 같이 우리가 쉴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저 짐을 풀고 있는데 남진수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현진아, 너 어디로 갈래? 이번에 선택권 줄게.”

생각해보니 애들이 두 팀으로 나뉘면 우리도 둘로 나뉘어야 했다.

어디가 좋을까.

“저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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