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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18화 (118/200)

제118화. Dancing tonight (3)

세 번째까지 오니 제작진이 어떤 의도로 연습 영상을 편집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각 팀이 준비한 주제에 맞춰서 영상도 그것에 맞게 편집한 것 같았다.

톰과 하연이 준비한 퍼포먼스는 탱고다.

즉, 연습 영상의 내용도 둘 사이의 미묘한 핑크빛 기류를 다루며 연습하는 거에 초점이 맞춰졌다.

슬쩍 둘의 반응을 보니 오히려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저게 바로 즐기는 자인가.

둘 다 연차도 꽤 오래된 아이돌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다.

아무래도 워낙 자유분방한 애들이라 걸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패널들은 오히려 웃으면서 영상을 즐겼다. 그러나 패널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난데없이 웃음이 빵하고 터져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태연자약한 데에 반해 이나라는 영상을 보면서 당사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안 웃을 수가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톰과 하연의 영상이 마무리되고, 앞에 두 무대처럼 무대가 암전되었다.

이 팀은 영상을 보니 다른 팀들과 다르게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와 연습했다. 그리고 그 영화는 바로 알 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였다.

그중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식당에서의 탱고를 재현하려는 듯 무대 구성 또한 그렇게 구성하였다.

이윽고 여인의 향기에서 썼던 Por Una Cabeza 노래가 흘러나오자 마치 여기가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때부터는 나도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영화 속 장면처럼 테이블에 앉아 하연에게 톰이 탱고를 신청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그들의 뒤편에 있는 스크린에 영화 속 장면도 같이 보여주고 있어, 모르는 관객들도 이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이윽고 톰과 하연의 탱고가 시작되었고, 영화의 장면처럼 잔잔하게 흘러갈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격정적이고 열정적이었다.

특히 내 눈에 띄었던 건 둘 사이의 감정과 표정이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사람의 눈빛과 표정에 감탄하며 극찬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야 둘의 관계를 시작 전에 들었기 때문에 저게 연기가 아닌 진짜 감정이란 걸 알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아닐 테니까.

둘의 눈빛과 표정은 끈적하고 애절하면서도 활화산 같았다. 그리고 스텝과 턴 손짓 모두 상대를 존중하며 구애한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무대는 어느새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둘이 붙어 춤을 추다가 갑자기 점점 멀어지더니 무대 끝에 각자 위치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스텝을 점차 빠르게 밟으면서 하며 점점 가까워지더니 둘이 만났다. 그리고 톰이 하연의 허리를 확 꺾고 마치 키스를 하려는 듯 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오오.

아찔하게 둘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을 때 관객은 물론이고 나도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둘의 입술이 거의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가 되자 노래와 함께 무대가 끝이 났다.

짝짝짝!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김성수 MC가 무대에 있는 톰과 하연에게 다가갔다.

“두 분 지금 연애하고 계시나요? 보는 내내 솔로인 제 심장을 불태우고 계시네요. 지금 연기한 거 아니죠?”

하하하.

둘이 사귀는 건 김성수 MC도 알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저런 과감한 멘트를 치는 걸 보니 방송이 정말 외줄 타기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관객들은 김성수 MC의 유머러스함에 웃고 있는 것 같았지만 속내를 아는 사람들은 다른 의미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제가 짝을 찾아 드릴까요? 탱고 한번 배워보실래요?”

“아유, 저는 몸치라 춤 못 춥니다.”

하연이 김성수 MC의 말을 받아치고 김성수 MC가 너스레를 떨었다.

“근데 이게 영화를 모티브로 하신 것 같은데, 제가 본 영화가 아니라서요. 뒤에 스크린으로 본 장면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맞나요?”

김성수 MC가 톰과 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사실 원래는 영화 속 주인공은 맹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맹인 연기도 해보려고 노력을 했는데요, 너무 어려워서 오마주 하는 정도로만 그쳤습니다.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격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추는 방향으로 바꿨지만요.”

“톰 씨의 탱고도 톰 씨의 색깔이 묻어 있는 열정적인 춤이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톰의 말에 김성수 MC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매끄럽게 진행했다.

“하연 씨는 따로 할 말 있으세요?”

“저는 영화 속에 나온 말을 인용하고 싶어요. 영화 속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연이 잠깐 말을 끊고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탱고는 실수할 게 없어요. 인생과 달리 단순하죠. 만약 실수해도 다시 추면 되니까. 실수해서 발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이런 대사가 영화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탱고가 인생과 달리 단순하다고 하지만 저는 톰 씨와 탱고를 준비하면서 둘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연의 말에 김성수 MC는 묘한 표정을 지었고 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말에 공감했다.

둘이 아주 깨가 쏟아지는구먼.

“그렇다면 점수 확인을 안 할 수가 없겠죠? 공개해 주세요!”

김성수 MC의 말에 스크린에 점수판이 뜨기 시작했다.

점수는 368점.

“368점으로 현재 2위입니다!”

“1위가 아니어서 아쉽지만, 만족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성수 MC의 말에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는 둘을 김성수 MC가 다급하게 붙잡았다.

“잠깐만요! 어딜 들어가시는 거예요! 아직 남았습니다.”

“네?”

김성수 MC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두 명의 모습이 코미디였다.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듣고 가셔야죠.”

“아.”

김성수 MC의 말을 듣고는 주섬주섬 다시 본인들이 위치했던 자리로 돌아갔다.

김성수 MC가 그런 둘을 보다가 패널들을 향해 질문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연 씨의 말에서 저도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두 분의 인생관을 알아볼 수 있는 탱고라 생각이 들어 잘 봤습니다.”

김성수 MC의 질문에 제인이 먼저 답하고 그다음으로 션이 부러운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패널들보다 옆에 있던 이나라를 바라보았다.

이나라는 이번 무대가 본인에게 자극이 됐는지 멍한 표정으로 무대와 패널들을 묵묵히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두 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자! 이 기세를 이어서 마지막 팀을 만나보시겠습니다!”

김성수 MC가 더 물어볼 것 같았는데 앞서 하연과 톰에게 할애한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진행을 했다.

드디어 화면에서는 마지막 팀인 메이와 이나라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 언니 저 왔어요!

- 어, 왔어?

이나라가 연습실에 들어가면서 메이에게 인사하는 장면이었다.

저 날이 메이 연습실에서의 첫날이었지.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뒤에 각자 상의했던 춤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나라는 스트리트 댄스계열 위주로 보여줬고, 메이가 보여준 춤은 복고풍이긴 했지만 걸스힙합 느낌에 가까운 것 같았다.

- 마냥 복고로만 가면 너랑 섞이기가 힘들 거 같아서 이건 타협했어.

- 전 좋은 거 같아요!

- 근데 너, 내 생각보다 센 캐릭터였구나?

- 아니에요.

- 깜찍한 것만 하는 줄 알았는데 화끈하네.

- 감사합니다!

그렇게 둘의 첫날이 지나고 다음 연습 장면에서는 둘의 대립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 그거 꼭 해야 해?

- 언니. 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위험이 너무 크잖아. 어렵기도 하고.

- 그래도 퍼포먼스에는 어울리잖아요.

션과 진우처럼 냉기가 풀풀 날릴 정도의 의견 대립은 아니었지만, 연습이 마냥 무난하게 흘렀다고는 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 뒤로는 열심히 연습하면서 선후배의 정석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난한 모습이 이어졌다.

컨셉이 신과 구의 조화이니 댄싱 투나잇 제작진은 영상의 컨셉을 조화로 잡은 것 같았다.

이윽고 영상이 끝나고 앞선 3팀처럼 무대가 암전되었다.

아쉽게도 연습 마지막 날 내가 본 이나라가 슬라이딩하는 연습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리허설 때도 못 봤는데 언제 나오는 걸까.

연습 영상들은 임팩트 있는 부분은 다 걷어내고 보여줬기에 완성된 무대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리허설 무대와 본 공연은 확실히 다르다.

레트로 장르와 일렉 장르를 섞은 흥겨운 비트와 함께 조명이 켜지며 무대에 두 사람이 보였다.

두 사람의 복장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힙하게 입은 이나라와 90년대 스타일로 입은 메이.

둘이 천천히 비트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양쪽으로 갈라져 댄스 배틀 같은 형태를 취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둘의 곁으로 메이의 크루원들도 합세했다.

어쩐지 연습실 갈 때마다 인원이 많더라니, 이래서였구나.

처음은 메이가 시작했다.

노래에 맞춰 90년대에나 볼 법한 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꿔서 선보였다.

디스코와 테크노 그리고 지금에 와서 재해석한 복고풍의 스타일까지.

관객들의 나이가 어린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메이의 춤에 맞춰 관객들의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메이의 춤이 끝나자 이번엔 이나라가 출격했다.

이나라는 비트에 처음엔 바닥을 쓸면서 비보잉을 했다.

그러더니 다시금 비트에 맞춰서 지금까지 봤던 4팀의 춤 스텝 중 가장 빠르고 현란한 발 스텝으로 눈의 호강을 더 했다.

그리고 이내 뒷주머니에서 캡 모자를 꺼내서 모자를 쓰더니 내가 추천해줬던 스트리트 댄스계열의 크럼프를 췄다.

파워풀하게 다리를 쿵쿵 찍고 절도 있게 손을 움직이며 춤을 추다가 모자를 이용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손에서 손끝으로, 손끝에서 발로, 발에서 다시 손으로, 그리고 손에서 다시 머리로 제 위치하는 현란한 동작은 오늘 모든 팀이 췄던 동작 중 가장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나 또한 리허설 때 못 봤던 장면이기에 놀라웠다.

그렇게 이나라의 화려한 퍼포먼스로 끝나는가 싶더니, 모두가 함께 나와 칼군무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눈에 띄었던 건 춤추는 모두의 표정이 ‘즐거움’으로 가득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팀들은 퍼포먼스의 중점을 맞췄다면, 이나라와 메이는 무대 자체를 그냥 말 그대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이 흥이 날 수밖에 없게끔 했다.

모두가 들썩이며 무대를 즐겁게 즐기고 있을 때, 이나라와 메이가 돌연 앞으로 슬라이딩하더니 무대가 끝이 났다.

둘은 슬라이딩하면서 그대로 누워 있었다.

바로 일어나지 않은 건 아마도 무대의 여운을 즐기는 게 아닐까.

무대 뒤편에 있는 화면에는 개구쟁이처럼 웃고 있는 이나라와 메이의 얼굴을 위에서 찍은 카메라로 보여주고 있었다.

무대와 별개로 김성수 MC가 무대 위에 누워 있는 둘에게 조금씩 다가가자 그때야 둘이 일어났다.

“이야,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재밌었어요.”

“너무너무 재밌게 잘 즐긴 무대였습니다!”

김성수 MC가 둘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둘 다 소감을 한마디씩 말했다.

그리고 메이와 이나라는 꽤 격하게 췄기 때문에 땀에 절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다.

“그렇군요. 그럼 재밌게 즐긴 만큼 점수는 그만큼 나왔을까요? 점수 확인을 안 할 수가 없겠죠? 얼마나 기대하시나요? 마지막이신데.”

김성수 MC가 이나라와 메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메이가 김성수 MC의 말에 찰나의 고민을 한 뒤에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음… 400점?”

“캽.”

“푸핫.”

메이의 근자감 가득한 말에 곁에 있던 이나라가 사레가 걸린 듯 기침을 해댔고 김성수 MC가 대놓고 웃었다.

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솔직히 400점짜리 무대는 아니라 생각한다.

“지금 웃으시는 거예요?”

“역시 메이 씨 예능감은 안 돌아가셨네요. 같은 팀원인 나라 씨 표정 보세요. 저게 진실입니다.”

김성수 MC의 행동에 메이가 짐짓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김성수 MC가 이나라를 가리키며 메이의 말을 노련하게 받아줬다.

“난 진심으로 말한 건데? 나라 너는 아니었어?”

“저도 400점이죠!”

하하하.

메이의 시선이 이나라에게로 닿자, 이나라가 화들짝 놀라 하며 대답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편의 콩트를 보는 것 같아 스튜디오 안은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김성수 MC가 제작진에게서 진행하라는 통보를 받았는지 대본을 잠깐 본 후, 관객석을 향해 시선을 돌린 뒤에 진행을 이어갔다.

“네! 두 분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의 근원은 어딘지 모르겠지만, 일단 먼저 확인해 볼까요? 과연 몇 점일까요!”

김성수 MC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화면으로 쏠렸다.

그리고 점수가 공개되자 장내가 술렁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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