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Dancing tonight (2)
“여름 특집으로 보여드리는 특집 프로그램 Dancing tonight!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와아!
김성수 MC가 힘차게 오프닝 멘트를 외치자 무대에서 관객들이 힘차게 환호성을 질렀다.
“어떻게 다들 준비 잘하셨어요?”
김성수가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요.”
“진짜 이 악물고 준비했습니다.”
“저희는 2주 동안 연습실에서 살았어요.”
아무래도 진행에 있어서 방송 경력이 오래된 메이가 주도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깐죽깐죽 대는 캐릭터인 션이 오디오가 비지 않게 받아줬다.
그런데 션 다음에 말한 톰의 말이 나는 너무나도 웃겼다.
2주 동안 연습실에서 살았다는 의미가 다른 의미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저런 멘트를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방송용 이미지랑 본인의 이미지랑은 다른 것 같다.
“나라 씨. 메이 씨가 안 괴롭히던가요?”
김성수가 이나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아뇨! 언니? 선배님?”
“언니.”
하하하.
이나라가 김성수의 질문에 잠깐 당황하면서 말을 잇다가 메이를 부르는 호칭에 혼동이 오자 메이가 짧고 굵게 정리를 해줬다.
방송 초짜 같은 이나라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패널이나 관객들도 웃음을 지으며 바라봤다.
“네! 선배님이랑 너무 친해져서요. 도움을 무지무지 받았습니다! 연습 기간 내내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어요!”
이나라가 조금 긴장했는지 경직된 말투로 말했다.
스타즈 애들이랑 함께 있을 때는 저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확실히 혼자라는 부담감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메이 씨. 요즘 신인에게 세뇌 교육도 시키시나 봐요?”
“오빠!”
김성수 MC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화를 내는 메이였다.
물론 둘 다 방송용으로 하는 액션이었다.
둘 다 방송 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이쿠. 장난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김성수 MC의 초반 진행은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왔다. 완급 조절을 하면서 예능의 적당한 분위기도 챙기면서 지루하지 않게끔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누구에게 질문할지, 순서 같은 건 나와 있으나 어떤 질문을 택하고 이끌어갈지는 오롯이 MC의 몫이었다.
과연 프로그램 단독 MC를 하는 게 괜한 게 아닌듯했다.
그렇게 김성수 MC가 팀별로 근황을 물으며 진행하면서 마지막 순서인 션&진우 팀 차례가 되었다.
“이번에는 션&진우 팀에게 여쭤보고 싶은데요. 제작진의 제보에 의하면 연습 도중에 큰 사고가 있으셨다고요?”
“아, 그건요….”
“거기까지! 뒷부분은 화면으로 만나 보시죠!”
김성수 MC의 말과 함께 무대에 장치되어 있는 스크린에 션&진우 팀의 연습 화면이 나왔다.
VCR이 시작되자 션&진우 팀은 패널석에서 무대 뒤편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내 눈에 잡혔다.
무대 뒤편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팀별로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바로 무대 공개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나라와 메이의 경우 맨 마지막 순서였다.
그래서 그전까지는 마음 놓고 무대를 관람할 수 있었다.
편한 마음으로 VCR을 보고 있는데 VCR에서는 션과 진우가 같이 만나 무대를 어떻게 꾸밀지 의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보고는 우리와 비슷하게 녹화를 진행했구나 싶었다.
댄싱 투나잇 프로그램이 관찰 예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작진들이 밀착해서 녹화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경우에는 연습실과 메이와 합동 스케줄이 있을 때만 댄싱 투나잇 제작진이 방문했었다.
지금 틀어준 영상을 보니 다른 팀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 예상됐다.
- 아, 형. 저 믿어보라니까요. 이거 백프로 먹혀요.
- 야, 됐어. 따로 해.
영상에서 션과 진우의 격함이 느껴졌다.
션&진우 팀의 영상을 보면 아무래도 초반에 확 사로잡기 위해서 가장 자극적인 소스를 앞에 둔 게 아닐까 싶었다.
근데 순서는 저번에 녹화할 때 짜둔 거라 이렇게 자극적인 자료를 만들 수가 없었을 텐데, 방송용으로 따로 각본을 써서 건네준 것인지 아니면 둘이 정말 틀어진 건지가 궁금했다.
방송에 순도 100% 리얼은 없다. 짜인 각본에서 춤출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따로 대본이 온 게 없었기 때문에 션&진우 팀의 영상이 더 흥미로웠다.
영상은 션과 진우가 화해하고 춤을 맞추는 모습까지 나왔다. 그리고 이내 영상이 흑백으로 변하더니 세트장의 모든 불이 꺼지고 암전되었다.
드디어 첫 팀의 시작이다.
암전된 무대에서 심장이 뛰는 듯한 비트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이윽고 무대에 조명이 쏘아지더니 큰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션과 진우가 보였다.
쿵쿵대는 비트에 맞춰 둘이 몸을 들썩이다가 노래의 빠르기가 바뀌었다. 좀 더 빠른 비트로.
그에 철창 안에 있는 둘도 비트에 맞춰 분주하게 비보잉 스텝을 밟으며 현란하게 춤을 췄다.
보통 춤으로 표현을 할 때 각자의 주제가 있다.
리허설 때도 느꼈고 지금 본 무대를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션과 진우의 퍼포먼스 주제는 갇힌 곳에서 자유를 끊임없이 갈망한다는 것 같았다.
둘이 비트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철창 안에서 스텝을 밟아가며 난동을 부렸다.
그리고 중간마다 진우가 철창 안을 나가려고 몸짓하고, 이에 대조되어 두려워하는 션의 모습에 무대 구성과 짜임새는 다시 봐도 진국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션과 진우의 몸짓으로 철창을 부수고 퍼포먼스가 끝이 났을 때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끊임없었다.
첫 주자인데도 불구하고 임팩트가 상당했다.
와!
“와우! 첫 공연부터 엄청난 무대를 보여준 진우와 션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김성수 MC가 무대 중앙에서 헐떡이고 있는 션과 진우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퍼포먼스의 주제가 뭔가요? 제가 본 느낌으로는 감옥 같은 곳에서 막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거 같았는데.”
김성수 MC의 말에 숨을 고르던 션이 말했다.
“주제는 ‘자유’로 잡고 진행했습니다.”
“자유! 그럼 마지막에 철창을 부수고 나온 건 자유로 향한 갈망인가요?”
“네, 맞습니다.”
“크!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네요. 게다가 화려하게 스텝을 밟는 모습에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쫄깃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네!
김성수 MC가 관객들과 소통도 하면서 부드럽게 진행했다.
“그럼 그만큼 점수는 획득했는지 볼까요? 점수! 공개합니다!”
무대 정면에 있는 스크린에 점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보통 방송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편집으로 인해 기대감을 준답시고 점수 공개를 간질간질하게 하면서 늦게 보여준다.
그러나 현장에서 볼 때는 아니었다. 그런 기다림 없이 바로 깔끔하게 점수가 나왔다.
“네! 383점이 나왔습니다!”
“높은 건가요?”
점수가 나오자 진우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프로그램 오신 관객분들이 총 400명이거든요? 관객분들에 의한 투표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높은 점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김성수 MC의 설명을 들은 션이 넙죽 허리를 숙이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션과 진우를 바라보던 김성수 MC가 이번엔 패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정말 멋졌습니다.”
“아직도 철창을 부수고 나오는 션과 진우가 아른거리네요.”
“나한테는 연습 하나도 안 했다고 이야기하더니 다 블러핑이었던 거 같아요.”
각 팀의 대표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리쉬와 톰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이가 말했다.
메이의 옆에 있던 이나라를 보니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관객이 빙의된 마냥 망부석처럼 있었다.
“그럼 이 기세를 이어서 다음 팀 한번 보시죠! 다시 한번 션&진우 팀에게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김성수 MC의 말이 끝나자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그러자 스크린에서는 다음 팀인 리쉬&제인의 팀을 보여주었고, 션&지누 팀은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암전되었다.
베일에 싸인 리쉬&제인 팀의 영상은 앞선 영상과 달리 큰 임팩트는 없었다.
소소하게 그들이 어떻게 연습하는지, 어떤 장르를 준비하는지에 대한 모습을 주로 다뤘다.
앞에서는 관심을 끌기 위한 낚시였다면 이번엔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과도 같았다. 그리고 내용과 같이 리쉬&제인의 무대는 잔잔함이 주를 이뤘다.
영상이 끝나고 무대가 밝아졌다.
무대 중앙에는 고고하게 서 있는 백조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흑조의 모습이 대조되어 보였다.
무대에서 보인 모습에서부터 백조의 호수에서 따온 느낌이었다.
이 선택은 그들의 장기인 선을 살린 선택이라고 리허설 때 이나라가 설명해줬다.
때로는 나풀나풀 뛰어다니고, 때로는 격정적인 몸짓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앞선 무대와 다른 감탄이 튀어나왔다.
느린 박자의 잔잔한 멜로디에 손짓 하나하나와 표정 연기는 네 팀 중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것 같았다.
무대에서 춤을 출 때도 연기가 필요하다.
가사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도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이다.
아이돌 노래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무대에서의 표정 연기가 아이돌의 생기를 가르기도 한다.
리쉬&제인의 주제는 미운 오리 새끼를 모티브로 한 백조의 호수인 것 같았다.
그 이유로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알을 깨고 나온 듯한 모습, 그리고 천천히 성장해가는 모습을 춤 선을 느리게 강조해 살렸다. 그러고 나서 다 컸을 때의 그 격정적인 몸짓. 점차 힘을 빼면서도 절제를 잃지 않는 동작까지.
리허설 때보다도 그들의 춤은 완벽했다.
확실히 리허설과 본 공연의 무대의 힘은 틀린 것 같다.
이번 무대는 둘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는 넋을 놓고 봤다.
관객들의 반응 또한 나와 비슷한 걸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았다.
이윽고 둘의 무대가 서로의 손가락을 마주 대며 끝이 났다.
짝짝짝.
관객들도 한편의 서사를 본 느낌이었는지 앞선 무대와 같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무대에서 리쉬와 제인이 관객을 바라보며 인사하고 있을 때 김성수 MC가 등장하여 그들에게 다가갔다.
“브라보!”
“감사합니다.”
김성수 MC의 호들갑에 리쉬와 제인이 어색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와우! 제가 예술의 전당에 온 건가요?”
“너무 띄워주시니 부끄럽네요.”
“아뇨! 정말 그 정도였습니다. 여러분들도 동의하시죠?”
네!
“역시 관객분들도 동의하시네요. 그렇다면 그 동의만큼의 점수를 확인 안 할 수가 없겠죠? 겸손하셨던 두 분의 점수! 과연 몇 개일까요?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점수가 공개됐다. 점수는 345점이었다. 생각보다 박한 점수에 놀랐다.
“네! 345점이 나왔습니다. 아니 이 무대가 이것밖에 안 되다니요. 너무 짜게들 주신 거 아닙니까?”
김성수가 관객을 바라보며 짐짓 화가 났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앞선 경연자와 격차가 났기 때문에 무안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하하, 저희는 괜찮습니다. 이 정도도 충분히 많이 주신걸요.”
“이럴 때는 좀 더 점수를 썼어야 했다고 타박하시는 게 맞습니다.”
“제가 예능은 몇 번 안 해봐서….”
“제작진! 이런 분을 섭외하면 어떻게 합니까!”
하하하.
“자, 그럼 간단하게 무대에 대한 걸 안 물어볼 수가 없겠죠? 어떻게들 보셨습니까?”
이번에도 김성수 MC가 능숙하게 진행했다.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장르라 그런지 눈이 뜨인 기분이었습니다.”
“저도요!”
진우의 말에 이나라가 이어 대답했다. 그러나 이나라의 말을 들은 김성수 MC가 눈을 찌푸리더니 이나라에게 한마디 했다.
“나라 씨, 거기에서는 풀어서 설명해주셔야죠. 저도요! 같은 걸 제작진이 제일 싫어해요.”
“앗.”
이나라의 이런 모습에 나는 적응이 잘 안 됐다.
저렇게 어리버리 하는 것도 댄싱 투나잇 PD가 부탁한 컨셉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패널들과 티키타카하고 김성수 MC가 능숙하게 완급 조절을 하면서 패널들에게 의견을 묻고는, 세 번째 팀인 톰과 하연의 영상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제 우리 팀의 무대까지 절반까지 왔다.
내가 무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점점 긴장되어 손에 땀이 차는 것 같았다.
리허설 때 본 이나라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내 긴장감과 다르게 본 공연은 어떻게 더 바뀔지, 기대감이 차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