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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05화 (105/200)

제105화. 사이에서 (1)

“영상 잘 봤어요. 느낌 있더라고요. 춤 선도 예쁘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창작 안무인 거죠? 회사 내에 안무가 도움 없이 창작한?”

“네.”

이나라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굉장히 훌륭했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굉장히 잘 만든 퍼포먼스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도 제작진도 나랑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았다.

지금 열심히 질문하고 있는 메인 작가가 긍정적인 걸 보면 말이다.

“연습생 생활이 8년이라고 하셨죠?”

“네.”

이나라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답변하고 있었다.

이런 자라면 긴장할 법도 한데 하도 항상 서지영과 진행을 해서인지 도가 튼 것 같다.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네.”

“너무 자신 있게 말씀해 주시니 궁금하네요. 말해주실 수 있나요?”

“전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때만큼 좋은 게 없어서요. 그리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따로 질문에 대한 걸 준비해 오지 않았는데도 이나라는 작가의 말에 차분히 대답하고 있었다.

혹시 당황하면 끼어들어서 수습하려고 했는데 그럴 일은 없어 보였다.

“돌아보는 계기요?”

“네. 저보다 연차가 높은 선배님들은 우습게 들리실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감사하게도 데뷔를 하게 됐지만, 막상 저 자신을 돌아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요. 오롯이 저 자신을. 그러니까 이나라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가 좋네요.”

작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있던 PD를 바라봤다.

PD도 작가와 눈을 마주치고는 이나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늦으면 다음 주 월요일까지요.”

“네! 감사합니다!”

작가와 PD가 일어난 뒤, 나와 이나라도 같이 일어났다.

“저희는 또 미팅이 있어서요. 조심히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고생하세요!”

작가가 우리를 보면서 말하자 내가 대답했다.

“다음에 뵙고 싶어요!”

“하하하.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PD는 이나라의 말에 이를 보이며 활짝 웃었다.

작가와 PD가 회의실에서 나가자 나는 이나라의 눈을 쳐다봤다.

“잘 될 것 같은데?”

“또 모르죠.”

“잘 될 거야.”

내 말에도 불안한지 이나라가 구시렁거렸다.

“근데 이 프로그램 인기 많나 봐요. 바로 섭외된 게 아니라 사전 미팅 후 통보면.”

“너 말대로 이런 프로그램이 잘 없으니까. 관심 있는 사람은 이야기한 거겠지.”

“됐으면 좋겠다.”

“반응 보니 될 거 같다니까.”

“할 수 있는 건 다했으니까요. 기다려야겠죠? 그럼 이제 어디 가요?”

이나라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게 물었다.

“너 회사 데려다주고 바로 희진이 데리고 촬영.”

“바쁘시네요.”

이나라가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 줄래?

우울해지니까.

“음방 돌 때보다는 안 바빠.”

“킥, 그때는 저희도 바빴다고요.”

이나라도 공감이 갔는지 소소하게 웃었다.

“너희는 잠은 잤잖아. 너희 픽업하려고 운전하느라 난 힘들었다고.”

“월급 받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죠.”

“이 정도 노동이면 월급을 더 받아야 해.”

“고건 인정.”

어쩌다 보니 내가 툴툴거리고 있었네.

시간을 확인하니 빠듯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가자.”

“네.”

이나라와 같이 회의실을 빠져나와 차로 갔다.

* * *

이나라와 회사에서 헤어지고 신희진을 픽업했다.

“오늘 촬영은 몇 시에 끝날까요?”

“오늘은 금방 찍을 거 같은데.”

“흐음.”

“왜?”

“아니에요.”

오늘 딱히 어려운 촬영은 아니어서 딜레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숙소에 일찍 가봐야 할 일이라도 있나 싶다.

아니면 기분이 안 좋은가 싶어 백미러로 슬쩍 쳐다봤는데 묵묵히 오늘 연기할 부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신희진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내 눈과 마주쳤다.

“아! 언니는 어떻게 됐어요?”

“미팅은 잘한 거 같은데 결과는 아직. 이번 주 중에 알려준다더라.”

“언니가 떨어지면 말이 안 되는데… 저 어제 보고 완전히 반했다니까요.”

저번에 나랑 같이 본 퍼포먼스를 생각하는지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그때 봤던 나도 감탄했었다.

남자 아이돌 애들처럼 아크로바틱이 난무하는 그런 건 아니었지만 꽤 파워풀했다.

게다가 중간에는 다른 노래랑 섞어서 반전으로 선을 강조한 퍼포먼스를 했는데, 앞에서 파워풀하게 춘 것과 대조되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PD랑 작가도 좋아하더라.”

“아~ 나도 그렇게 추고 싶다.”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를걸?”

애들이 전체적으로 몸치는 아니지만 그렇게 추려면 타고나야 한다.

아니면 뼈를 깎는 노력이 있던가.

이나라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했다.

“와, 말넘심.”

“뭐가 심해. 사실이지.”

“알고 있다고요. 그 정도는. 나라 언니랑 비교하면 우리 애들 전부 다 비교 대상이 안 되는데. 그나마 미소?”

신희진이 내 말에 투덜대면서도 인정했다.

인정 안 할 수가 없겠지.

신희진이 말한 것처럼 그나마 따라갈 수 있다고 하면 유미소 정도일 거다.

“미소야 팔다리 시원하게 뻗어 있으니까 그렇지.”

“저는요?”

“너?”

“네.”

무대에서 춤췄던 신희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냥 적당히 평범했던 것 같다.

“넌 그냥 적당한 피지컬 아닌가?”

“‘적당한’이 뭐예요, ‘적당한’이.”

“틀린 말은 아니잖아.”

“아, 됐어요. 대본이나 볼래요.”

요즘 신희진은 종잡을 수가 없다.

까칠해졌다가 풀어졌다가.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싶기도 하고.

건드리지 말라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길래 촬영장 도착할 때까지 조용히 운전만 했다.

* * *

“컷!”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임지예가 촬영 종료를 알리며 바쁘게 뛰어다녔다.

이진철이 윤진수 PD랑 다음 촬영을 논의하고 있길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가 둘이 이야기를 끝낸 것 같아서 나는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 이진철에게로 다가갔다.

“감독님.”

“네?”

“혹시 잠깐 시간 되세요?”

“아, 네.”

사람이 많으니까 편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들어 이진철을 데리고 한적한 곳으로 빠졌다.

“왜?”

“아니,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어떤가 싶어서.”

“뭐야. 난 뭐 배우 스케줄에 큰 지장 생긴 줄 알았네.”

“그런 건 아니고.”

이진철을 따로 불러낸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일하는 관계가 아닌 친구로서 한두 마디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경험상 영화 촬영이 진행되면 진행할수록 감독은 정신 차리기가 힘들다.

그래도 정신을 붙들고 있어야 하지만.

감독이 정신을 놓으면 현장은 바로 터진다.

서로 간에 아무 말 없자 이진철이 담배를 꺼냈다.

“필래?”

“아니. 나 안 피는 거 알잖아.”

내 말에 이진철이 더 권하지 않고 혼자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였다.

“너 촬영할 때는 폈잖아?”

“그건 연출하면서 스트레스 이빠이 받아서 그런 거고. 그 외엔 안 펴.”

연출할 때 말고 두어 번 더 피운 적은 있긴 했다. 그때는 영화를 연출했던 것처럼 버금가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피웠었다.

“그랬냐?”

“넌 안 그러냐?”

“나야 담배는 계속 피웠으니까.”

이진철이 말하고는 말없이 담배만 폈다.

그러다가 담배가 다 타자 조용히 내게 말했다.

“모르겠다.”

“뭐가?”

“그냥 다.”

“왜.”

“학생일 때 찍는 거랑 너무 다르네.”

“당연히 다르지.”

“이제 다 왔어. 잘 찍고 있고. 이대로 잘 마무리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내 말에 작게나마 이진철이 웃었다.

“그렇게 말해 주니 한결 낫네.”

“끝나고 둘이서 술이나 한잔하자. 쫑파티 말고.”

“그래.”

이진철이랑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현장에 오니 신희진이 날 발견하고는 내게로 다가와 옆에 있던 이진철에게 먼저 인사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네, 수고했어요. 조심히 들어가요. 오늘도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이진철이 신희진에게 말하고는 나를 봤다.

“가보겠습니다. 고생하세요.”

“네. 고생하셨습니다.”

내게 고개를 살짝 내리면서 말하길래 나도 똑같이 했다.

이진철이 내 곁에서 점점 멀어지자 신희진이 내게 물었다.

“무슨 이야기하다 오셨어요?”

“그냥 별말 안 했어.”

“뭔데요.”

무슨 말을 하고 왔는지 무척 궁금한 듯했다.

근데 진짜 별말 안 했는데.

“뭘 그렇게 궁금해 해. 그냥 친구끼리 이야기 나눈 거야.”

“아, 쫌 알려주면 덧나나.”

신희진이 입을 삐쭉 내밀고는 툴툴대길래 이게 그럴 일인가 싶어 한마디 했다.

“요즘 너 이상하다?”

“네? 뭐가요?”

“괜히 툴툴대지 않나 이것저것 궁금하다고 그러질 않나.”

“아, 뭐 그럴 수도 있죠. 숙소나 가요.”

“인사는 다 했어?”

“네.”

내 말에 신희진이 쭈뼛거렸다.

차로 오면서 계속 위축된 신희진을 보니 내가 너무 말을 세게 했나 싶었다.

신희진의 눈치를 살폈다.

차에 탄 뒤 숙소로 가는 중에도 신희진은 한마디도 안 했다.

이런 분위기가 어색했다.

항상 신희진이랑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제야 내가 너무 까칠하게 말했나 싶기도 했다.

아무 말 없이 숙소에 도착하니 신희진이 그제야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어. 고생했어.”

“들어가 볼게요! 조심히 가세요!”

“어. 잘 자라.”

차에서 같이 내리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신희진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나도 맞춰서 손을 흔들어주자 신희진이 숙소로 들어갔다.

그냥 피곤했던 게 아닐까.

얼른 집에 가야겠다. 피곤하네.

* * *

별 탈 없이 평상시 그대로, 스케줄은 스케줄대로 진행하면서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다.

오늘까지 저번에 미팅했던 댄싱 투나잇에서 출연에 관해 이야기해 준다고 했다.

연락은 언제 오려나.

“현진아.”

“네.”

남진수가 나를 불렀다.

“그 댄싱 투나잇에서 전화 왔거든?”

“아, 네.”

생각하기 무섭게 왔다.

잘 됐겠지?

“다음 주 수요일 있잖아. 28일. 그때 녹화래. 출연은 확정이고.”

“와, 진짜 빨리 녹화하네요.”

7월에나 녹화 들어갈 줄 알았는데 너무 빠르게 녹화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급히 편성 들어가는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근데 너 그날 희진이 촬영도 있는 거 알지?”

“아….”

남진수가 스케줄에 대해 말했다.

이나라의 일정에 신경을 쓰느라 신희진이랑 스케줄이 겹칠 수도 있다곤 생각 못 했다.

“어떻게 할래?”

“잠깐 희진이 스케줄 좀 볼게요.”

“그래.”

신희진 스케줄을 확인해 보니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촬영이 잡혀 있었다.

“댄싱 투나잇 촬영이 몇 시부터예요?”

“거의 하루 비워 달라는 거 같던데.”

“어… 그럼 둘 다 제가 진행은 못 하겠네요.”

이러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어떻게 하지.

“나라를 내가 갈까?”

“첫 녹화인데 그래도 제가 갈게요.”

남진수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그래도 내가 이야기했고 첫 녹화인데 이나라 녹화를 내가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신희진은 지금 워낙 알아서 잘하고 있어서 누가 가도 상관없으니까.

“그래. 그럼 내가 희진이 그날 대타 뛰거나 일정 비는 매니저 구해서 보낼게.”

“네.”

남진수랑 이야기를 하고는 생각했다.

28일이면 시간이 꽤 남긴 했지만 미리 말은 해놔야겠다.

리딩 도와주러 갈 시간이니 내려가서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았다.

업무를 마저 보고 신희진이 있는 연습실로 내려갔다.

연습실에 들어가니 혼자 묵묵히 리딩하고 있는 신희진이 보였다.

“잘 돼가?”

“네.”

신희진 곁으로 가서 신희진에게 물었다.

오늘 컨디션은 나빠 보이지 않네.

“오늘도 내가 맞춰줘?”

“네.”

신희진의 대답에 나도 대본 한 부를 들고 신희진 곁으로 왔다.

“근데 희진아.”

“네?’

“그… 다음 주 28일 촬영 있잖아.”

“네.”

“그때 나라 녹화가 있어서 아마 팀장님이 나 대신 갈 거야.”

“네?”

신희진이 내 말에 의문을 가지다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내게 말했다.

“나라 언니 녹화를 팀장님이 가신다고요?”

“아니. 너 촬영장을 팀장님이 가실 것 같아. 내가 못 가고.”

내 말에 신희진이 말이 없어졌다.

“…어째서요?”

신희진의 표정을 보니 뭔가 잘못 말한 것 같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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