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100화 (100/200)

제100화. 6월의 어느 날 (2)

잠깐의 휴식 후 녹화가 재개되었다.

아까의 상황에서 편집점을 찾고서 그 부분부터 안창석이 매끄럽게 진행했다.

애들이 나에게 어느 정도 수위까지 이야기해도 되는지 묻길래 가이드라인을 정해줬다.

회사는 나중에 스타즈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 기간에 대한 언급은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안 하게끔 하는 편이었다.

내가 정해준 가이드라인도 기간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은 아니고, 데뷔 후 흘러가는 내용에 관한 이야기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 정도는 그냥 소감 같은 거니까.

“데뷔 후 꽤 시간이 지났죠?”

“네. 활동한 지 벌써 반년 넘게 지났네요.”

“어때요?”

안창석이 매끄럽게 질문을 이어갔다.

애들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받아줬다.

질문의 답을 받아주는 건 이나라가 대표로 했다.

“너무 과분한 사랑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노래가 정말 좋아요! 저는 Love UP&Down을 지금도 들어요!”

“와! 감사합니다!”

이지수가 적절하게 끼어들어 히트곡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Love Up&Down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10위 안에 랭크되어 있다.

평범한 곡이었으면 활동기 때만 상위권에 있다가 활동기가 지나면 순식간에 50위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러니 생각보다 음원이 길게 살아남아 순위권을 유지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면 연간 10위 안에는 들어갈 수도 있었다.

생각을 멈추고 촬영장 안을 보니 안창석이 갑자기 일어나서 포인트 안무를 추기 시작했다.

“그거 안무가 이거잖아.”

춤이 어설프긴 했지만 어설픈 모습이 오히려 웃겼다.

작가와 PD도 이 모습을 보면서 작게나마 웃는 걸 보니 편집할 것 같지는 않았다.

“네, 맞아요. 잘 아시네요!”

서지영이 안창석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안무가 재밌더라고.”

“근데 오빠가 추니까 이상해요.”

안창석이 서지영을 보고 으쓱댔다.

그러자 이지수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안창석이 가소로워 보였는지 콧방귀 뀌며 말했다.

“뭐? 내가 뭐 어떻다고.”

“나이가 몇 갠데요. 주책이지.”

“나 정도면 현역이지.”

“애들 보기 부끄럽지 않으세요?”

“나 하늘 아래서 부끄럼 한 점 없는 사람이야.”

“네, 그러시겠죠. 여러분들은 이런 거 닮으면 안 돼요?”

“네!”

“네! 하면 어떻게 해!”

하하하.

이 둘은 티키타카 하면서 케미를 터뜨려 진행하는 식이었는데 조용한 프로그램과 대비되어 꽤 호평 받는 진행 방식이었다.

“이렇게 상큼한 오늘의 게스트분들을 위해 주방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요리가 있다는데요!”

“와!”

이제 드디어 음식이 나올 차례인가.

앞부분은 간략하게 게스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으로 넘어가는 코너였다.

조금 전에는 게스트인 스타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애들의 활동 기간이 언급되어 흐름이 끊겼었다.

그런데 다시 촬영에 들어가자 MC 두 명이 노련하게 요리하면서 매끄럽게 진행하고 있었다.

애들이 뭔가 말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너무 부드럽게 넘어가 버렸다.

그건 그렇고 애들 활동 기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았구나 싶었다.

아직은 일렀지만 헤어질 생각 하니 뭔가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예전에는 애들의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아쉽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먹기 전에 특별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준 주방장님에게 애교 한번 어떨까요?”

“애교…요?”

“이럴 때 아니면 주방장님이 언제 걸그룹 애교를 보겠어요?”

안창수의 말에 애들의 눈동자가 전부 흔들렸다.

상큼발랄한 컨셉에 비해서 애들이 애교가 무척 없는 편이었다.

방송에서도 몇 번 보여준 적 없기도 했고.

보니까 작가가 스케치북에 써서 요구한 사항 같았다.

“그럼 우리 스타즈의 모태 애교 여신 박혜연이 먼저 할 거예요!”

“와!”

“나…?”

이나라가 재빠르게 박혜연에게 떠넘기자 애들이 환호하면서 몰아갔다.

정작 당사자인 박혜연은 울기 직전이었다.

“오! 기대되는데요?”

안창석이 멍석을 깔아주자 안절부절못하던 박혜연이 두 눈을 질끈 감더니 애교를 시작했다.

“뀨. 뀨 완전 마이쪄요!”

“미쳤나 봐.”

“오 마이 갓.”

박혜연이 혀 짧은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방송용 애교를 했다.

정작 다 하고 나서는 자괴감이 들었는지 얼굴을 들지 못하고 푹 숙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열띤 반응은 덤이었다.

“주방장님 보세요. 흐뭇하게 웃고 있잖아요.”

“주방장님 너무 웃으시는데요?”

안창석은 만족스러운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이지수는 방송용 미소를 띠며 화제를 이어갔다.

애교를 보던 주방장이 아니라는 듯 아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딸뻘인 아이가 저렇게 애교부리면 흐뭇하려나.

“저 말고 미소 언니도 진짜 잘해요!”

“네?”

박혜연은 자기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유미소 이야기를 꺼냈다.

박혜연의 말에 유미소가 웃다가 정색했다.

“왜 나야. 말한 건 나라 언니였는데.”

“언니가 제일 얄미웠어.”

박혜연은 혀를 내밀더니 전형적인 ‘난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안창석도 상황을 쓱 보더니 재밌어 보였나 보다.

“그럼 미소 씨도 한번 볼까요?”

“아….”

짝짝짝.

내가 볼 때는 MC들보다 스타즈 애들이 더 무서웠다.

빠르게 박수로 호응하면서 빨리 죽으라고 판을 깔아주고 있었다.

“이게 끝이에요? 시러 시러. 더 먹꼬 시포요.”

유미소의 애교에 스타즈 애들 모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근데 나도 견디기가 힘들어서 싫어 소리 듣고 고개를 돌렸었다.

유미소도 애교를 하고 난 뒤에 몰려오는 자괴감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귀까지 빨개진 거 보니 본인도 힘들었던 듯했다.

그 뒤로도 서로 낄낄 웃으면서 음식을 먹으니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가끔 음식에 관해서 이야기도 하고 품평회도 하니 1차 장소에서의 촬영이 끝이 났다.

“컷!”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겠어요! 각 인물별 카메라 감독님들은 이동하면서 따라 붙어주세요!”

감독이 녹화 종료를 알리자 옆에 있던 조연출이 촬영 정리를 매끄럽게 했다.

“수고했어. 방송 잘하더라.”

“고생하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인사하는 출연진 곁으로 황종수 PD가 다가왔다.

“야. 아직 녹화 안 끝났어.”

“기분도 못 내? 알고 있어.”

황종수 PD랑 안창석은 꽤 친한 것 같았다.

메인이 되는 출연자들은 어느 정도 PD나 작가와 친분이 두터운 편이었다.

안창석과 황종수 PD가 웃으면서 촬영 이야기를 나누다가 안창석이 애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아빠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열심히 말하고 있었다.

우리 애들 섭외는 안창석 사심도 깃든 건가?

생각보다 애들에 대해 꽤 잘 아는 편인 것 같던데.

연예인이나 방송 종사자들도 사람이라서 은근히 아이돌 덕질 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 일례로 내가 프로그램 하나 낚아채지 않았나.

어찌 됐든 간에 다른 로비 없이 쉽게 섭외가 오는 방법은 매력으로 관계자를 홀리거나 화제가 높거나다.

우리는 뒤에 두 개를 모두 충족하니 섭외에 관해선 거의 프리패스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에게 섭외 요청 온 프로그램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고르고 골라서 몇 개만 하는 중이지만.

“정리할 스태프는 남아서 정리하고 출연진분들은 밖에서부터 촬영 다시 진행해 주세요!”

진행하는 조연출의 은근한 독촉이 이어졌다.

이제 우리 애들이 고른 맛집으로 갈 시간이었다.

* * *

“여기 떡이 참 맛있네요.”

“그죠!?”

이지수가 떡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표현하자 서지영이 과하게 좋아했다.

이 장소는 서지영이 고른 장소였다.

“떡이 참 쫄깃쫄깃해서 씹는 감이 있어.”

안창석도 떡을 먹으면서 같이 동조해줬다.

애들이 찾아온 맛집은 분식집이었다.

촬영 방식은 이전에 진행하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는 애들의 추억 담긴 학창시절 에피소드나 황당했던 이야기, 혹은 어떤 맛집이 가장 맛있었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로 녹화했다.

딱 프로그램에 맞는 토크 주제였다.

그리고 활발하게 MC들과 애들이 대화하면서 촬영이 끝에 다다랐다.

“오늘의 두 번째 Eating road는 매콤한 떡볶이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라면까지! 때로는 분식집도 어떠신가요?”

“지금까지”

“Eating road였습니다!”

이지수의 마무리 멘트에 이어, 안창석이 한마디 하자 우리 애들이 프로그램명을 외치며 마무리했다.

“…….”

“컷!”

황종수 PD의 외침과 함께 오늘의 촬영이 끝이 났다.

“고생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애들은 MC 두 명과 인사하고 여기저기 스태프들에게 인사했다.

황종수 PD가 메인 작가와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수고했어요. 애들 참 잘하네요.”

“고생하셨습니다. 편집 잘 부탁드려요.”

“그건 당연히 할 일인데요. 뭘.”

황정수 PD가 웃으며 말했다.

옆에 있던 작가는 내게 할 말이 있는지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

“회사에서 사전에 이야기 나눈 이야기로는 활동 기간에 대한 언급은 빼기로 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죠?”

메인 작가는 아무래도 사전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내용이 방송에 녹화된 게 마음에 걸렸던 듯했다.

아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 내용이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네. 괜찮을 것 같아요.”

“걷어내야 하면 미리 연락해 주세요.”

“네. 회사에 한 번 이야기해 볼게요. 별일 없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오늘 수고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황종수 PD가 내게 말하고 메인 작가와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

애들도 인사를 마쳤는지 다 같이 내 쪽으로 몰려왔다.

“인사 다 했지?”

“네!”

“가자.”

애들과 함께 밴으로 이동했다.

차에 탄 뒤로도 애들은 끊임없이 재잘재잘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포식을 해서 그런지 텐션이 몹시 올라간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스케줄은 이 촬영으로 끝이기도 했다. 지금 애들의 텐션이 총체적으로 하이텐션인 게 이해가 갔다.

“아, 배부르다. 있다가 야식으로 족발 콜?”

배부르다면서 야식 먹자고 하는 신희진을 보니 한숨이 푹푹 나왔다.

“콜!”

“너네 그러다가 한 번에 훅 간다.”

또 먹을 생각을 하는 애들에게 한마디 했다.

“삼촌! 저희는 활동량이 많아서 안 찐다구요.”

“너 진짜 그렇게 먹다가 큰일 나. 희진이처럼 살 안 붙으면 말이라도 안 해. 넌 먹는 대로 족족 찌잖아. 나라를 봐라. 나라는 아니까 안 먹잖아.”

서지영이 당돌하게 말하길래 현실을 짚어줬다.

이나라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이 나와 불똥이 튀자 내 말에 움찔했다.

내 말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서지영이 신희진을 삿대질했다.

“저 언니는 너무 사기 캐잖아요.”

정작 신희진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난 몰라. 알아서 하니까 놔두지만, 팍팍 찌면 또 팀장님이 잔소리 어택한다.”

“그건 좀 싫은데….”

“그럼 알아서 관리해.”

“그래도 오늘 먹고 싶은데….”

내 말에 서지영이 갈팡질팡했다.

서지영이 말은 저렇게 해도 은근히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아직은 자신이 정한 허용 범위인 것 같았다.

숙소로 이동하면서 애들의 하이텐션은 극에 달했다.

노래를 틀고 애들이 단체로 몸을 흔드니까 차량도 같이 흔들려서 식겁했다.

차체가 흔들려서 애들한테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말하자 그제야 흥을 가라앉혔다.

그 이후로는 다행히 별 탈 없이 숙소에 도착해 애들을 내려줬다.

“들어가.”

“네! 내일 봐요!”

애들을 보내고 차에 탑승하니 진이 쭈욱 빠졌다.

내일 회사 가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사고라면 사고였으니까.

그래도 애들이 그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촬영하는 내내 느껴져서 나쁘지는 않았다.

지잉. 지잉. 지잉.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지금 나한테 전화할 사람이면 남진수밖에 없는데.

무사히 끝나고 숙소 데려다줬는지 확인 전화인가?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의외의 인물이 찍혀 있었다.

이나라였다.

“어, 왜?”

- 아, 저 차에 두고 내린 게 있어서요. 출발하셨어요?

“뭔데? 급한 거야?”

- 네!

“아직 안 떠났거든? 내려올래?”

- 네, 내려갈게요.

“알았어, 잠시만.”

이나라와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내려 뒤편으로 건너갔다.

두고 내렸다길래 찾아서 주려고 했는데 두고 내린 물건이 없었다.

차에서 내려 이나라가 나오길 기다렸다.

이나라가 숙소에서 그새 옷을 갈아입었는지 옷이 편한 옷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손에는 검은 봉지를 들고 왔는데 뭐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차 뒤져보니까 두고 내린 물건 같은 거 안 보이던데. 촬영장에 두고 온 거 아니야?”

“그게 아니고… 저 상담 좀 해주세요.”

“엉?”

“상담이요. 상담.”

이나라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내게 말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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