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도 다시 매니저!-82화 (82/200)

제82화. 흔들리는 별빛 (3)

1분 전까지의 대화만 해도 화기애애했으며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이유가 있을까요?”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따로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획사를 좋게 보지 않아서요. 죄송합니다.”

“…….”

단호한 박정석 선생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말투에서 기획사에 대한 적대감이 서린 걸 알 수 있었다.

“희진이한테는 잘할 거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결국 아이돌도 사업이잖아요? 거기에 희생되는 아이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박정석 선생의 진중한 말에 왜 신희진이 이 선생을 신뢰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선생님. 잠시만요. 저는 확실히 수상한 사람 아니고요, 저는 회사 편이라기보다는 스타즈, 애들 편입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더더욱 도움 요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잠시만요.”

박정석 선생에게 진중한 어투로 말하고 난 다음에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고 스피커 모드로 바꾸었다.

내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자 아리송한 박정석 선생의 표정이 보였다.

- 여보세요!?

“어, 나라야. 희진이 좀 어떤가 해서 전화했어.”

- 여전히 힘이 없던데요. 침대에 틀어박혀 있어요.

“그래?”

- 네. 다시 또 바빠지고 쉬는 날 없으니까 오늘 뭐 먹으러 가자고 꼬셨는데도 입맛 없다던데요.

내 핸드폰에서 들리는 이나라의 목소리에 당황하는 박정석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방법이 먹히는 것 같다.

또, 신희진의 입맛이 없다고 하는 말에 헛웃음을 짓는 박정석 선생이었다.

학생 시절에도 먹는 건 엄청나게 좋아했던 듯했다.

“의외네. 오히려 먹는 거로 스트레스 풀 줄 알았는데.”

- 오히려 극심해서 생각도 안 나나 봐요. 근데 오빠. 회사 입장은 안 나와요?

“희진이한테 이야기 듣고 루머 중에 사실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그냥 놔두려는 것 같아. 오히려 손대면 더 시끄러워진다고….”

- 얘가 너무 힘들어하는데….

통화하면서 박정석 선생의 표정을 살펴보는데 표정이 다채로웠다.

이번에 내가 회사의 이야기를 하자 분개하는 표정도 보였다. 감정에 꽤 충실한 선생님인 것 같다.

박정석 선생의 표정을 보면서 이나라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냥. 단순 루머로 보고 빠르게 식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런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면서. 더 확대 재생산하면 아마 입장 정리해서 강경 대응한다고 발표하지 않을까?

- 저도 이거 겪어봤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전 혼자만 끙끙 앓았었는데… 그때 누가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거든요.

“너희가 많이 위로해줘.”

- 방 들어가기만 하면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이러는데 계속 붙들고 있기 미안하더라고요.

이나라의 말에서 안타까움과 걱정 어린 목소리에 깊게 고민에 잠긴 박정석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거의 다 넘어온 것 같네.

사실, 이 방법이 먹힐지 안 먹힐지 확신은 안 섰는데 왠지 먹힐 것 같다는 촉이 왔다.

희한하게도 내가 촉이 왔을 때는 거의 적중했다.

“일단, 알았어. 나도 방법을 한번 찾아볼게.”

- 아까 회사 데리고 가셨을 때 풀어주셨어야죠!

“야, 나도 노력 많이 했거든?”

- 오빠… 사람들은 노력한 걸 알아주지 않아요. 결과를 보죠.

그래도 신희진이 힘들어해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다운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원체 밝은 애들이라 괜찮은 듯했다.

신희진만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면 될 듯싶다.

“그거 어째 많이 듣던 말인데?”

- 그러니 결과를 만들어 오세요! 아무튼, 희진이 상태는 종종 연락드릴게요.

“그래, 알았어. 쉬어.”

- 네!

이나라와 통화를 끝내고 박정석 선생의 표정을 살폈다.

무언가 깊게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박정석 선생의 입이 열렸다.

“영업을 잘하시네요.”

됐다.

“아닙니다.”

“좋습니다. 도와드릴게요. 원래 이러면 안 되는데… 어떻게 보면 멤버들도 희진이 친구들이겠죠? 신뢰가 꽤 두터워 보이니 믿어도 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개인정보를 바로 알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먼저 희진이랑 친했던 애들한테 연락해서 물어보고, 괜찮다는 애들 한해서 연락처를 넘겨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철저한 박정석 선생님이었다. 신뢰를 받는 사람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도 경계심이 이제는 많이 풀렸는지 상체를 내 쪽으로 기울이며 답해줬다.

좀 전까지만 해도 나와 박정석 선생과 거리감이 있어 보였는데 꽤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그럼 저는 또 뭘 해드리면 되죠?”

“혹시 간단하게 희진이에게 영상 편지 하나 남겨주실 수 있으실까요?”

“영상 편지요?”

“네.”

“그건… 조금 민망한데요.”

내가 영상 편지를 이야기하자 머리를 긁적이며 당혹해하는 박정석 선생이었다.

당황하는 모습에 웃음이 지어질 뻔했으나 꾹 참았다.

“별거 없습니다. 그냥 희진아 잘하고 있어. 믿고 있으니까 화이팅! 이런 느낌이요.”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바로 시작하면 되나요?”

결정을 내리자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는 박정석 선생이었다.

과정이 조금 힘들었으나 결과는 좋은 것 같다.

“잠시만요. 네, 시작해 주세요.”

“희진아. 안녕? 오랜만이지?”

어색하게 웃는 박정선 선생의 모습이 좀 전의 냉정하고 단호한 모습과 사뭇 비교됐다.

그래도 확실한 건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는 점이다.

* * *

핸드폰에 담긴 박정석 선생의 영상편지를 컴퓨터에 옮긴 뒤, 영상 완성본을 보관할 USB를 사러 갔다.

단순한 USB보다 캐릭터가 있는 USB를 주는 게 그래도 보관하기 쉬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것보다는 크기도 크고 좀 더 생각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직 신희진의 별명이 생기기 전이었지만, 신희진의 시그니처 캐릭터였던 문어가 모양의 USB가 있길래 그걸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최대한 움직이면서 하루 안에 신희진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

아직 박정석 선생에게 따로 연락은 없었다.

그래도 곧 연락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은 있었다.

집에 들어와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컴퓨터에 앉아 편집 툴을 켰다.

이걸 다시 쓸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말이다.

전에 옮겨둔 영상을 편집툴에 올려놓고 나서 인터넷을 켰다. 제일 먼저 연예 뉴스란을 쭉 훑어보았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아직도 회사에서는 무대응으로 가려는 듯했다.

다시 커뮤니티 사이트를 살펴보았는데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불바다였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있는 힘껏 때리면서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악플러들과 사실 확인 후 있는 힘껏 막아주며 정화하고 있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창과 방패를 보는 것 같았다.

[선동하지마세요★☆★☆]

└선동은 니가 지금 하는 게 선동이고

└야 너무한 거 아니냐? 어차피 프로젝트 그룹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 잘나가는 게 죄야?

└아니~ 사실만 말하는데 느거덜이 선동이래잖아 ㅋㅋ

└여기도 pdf 땄습니다.

└응~ 열심히 따~ 소속사에서 대응 없는 거 보니 ㄹㅇ팩트인가 본데 ㅇㅈ? ㅇ ㅇㅈ~

└원래 이런 건 무대응이 기본이야 새꺄

└아니죠~? ㅋㅋ 요즘은 루머 퍼지면 훅가는 거 알아서 바로 대응해주죠?

더 보다가는 나도 정신병 올 것 같아서 창을 닫았다.

침대에 누워 머리를 식히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려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희진이 친구 신소진이에요. 쌤한테 연락받고 연락드렸어요. 010-1234-5678]

오케이. 한 명 왔고….

[안녕하세요. 연락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스타즈 매니저 김현진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들으셨나요?]

[네, 쌤한테 들었어요. 근데 제가 학교를 다녀서요. 급하신 거죠? - 희진 친구 소진]

[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요.]

일단 빠르게 번호 등록을 해놔야겠다.

누군지 헷갈릴 수도 있으니.

[안녕하세요. 희진이 친구 한성호입니다. 방금 소식 듣고 연락드렸습니다.]

[연락을 늦게 확인해서 지금보고 연락드렸어요. 내일 저녁에 찾아오시면 됩니다.]

[어딘지 알려주시면 제가 찾아갈게요.]

[아, 그럼 제가 비는 시간 알려드릴게요! - 희진 친구 소진]

신희진의 친구 신소진과 연락을 하는 도중에도 소식을 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하나둘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근데 생각보다 연락해준 친구가 많았다.

게다가 기다렸던 연락도 같이 와서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리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도 약속을 잡아가면서 느낀 건 신희진이 정말 잘 살아왔다는 것이다.

행실이 나빴다면 이렇게 도와주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기쁜 마음으로 약속을 잡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빨리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

* * *

- 필요하다고 하면 말을 하지 그냥 휙 하고 와서 휙 가버리면 어떡하니?

“아니, 급해서 그랬어.”

- 에휴,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알았어. 사고 치지 말고.

“엄마, 나 운전만 하고 다니는 거 알잖아.”

- 그거랑 이거랑 같니?

“또, 또, 잔소리. 끊는다.”

아침 일찍 집에 나와 부모님 집으로 가 차를 강탈해서 나왔다.

급하게 말하고 나오다 보니 전화로 한 소리 들었다.

오늘은 많이 움직여야 해서 차가 있는 게 좋은데, 내가 자주 몰고 다니던 밴은 회사에 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차를 몰고 일단 첫 번째 장소로 향했다.

* * *

“안녕? 잘 지냈어? 갑자기 이런 걸 하려니 부끄럽네.”

“안녕! 희진아! 우리가 졸업하고 나서 본 지도 1년 좀 넘은 거 같다.”

“헤이~ 돼지~ 요즘 잘 나가더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희진이!”

“야! 신희진!”

“희진아~ 우리 언제 봐?”

“잘 지내고 있어?”

서울 근처 제일 가까운 곳에서부터 약속 잡은 신희진의 친구들은 다 만났다.

점심도 거르고 만나다 보니 벌써 두 시가 다 되어갔다.

그냥 간단한 영상이기도 해서 찍어서 보내 달라는 방법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독촉하고 일일이 신경 쓰는 것보다 내가 직접 뛰어서 움직이는 게 낫다는 생각에 사서 고생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타즈 애들은 오늘 일정이 팬 사인회 일정으로 알고 있는데 잘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다.

얼른 움직이자.

* * *

“고생하셨어요!”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저… 근데 혹시 누구누구가 도와줬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네? 어렵지는 않은데, 이유가 있으세요?”

“다른 게 아니구요. 그냥 이렇게 된 김에 다 같이 한번 얼굴이나 볼까 싶어서요.”

“아, 네. 잠시만요. 그냥 명단 정리해둔 게 있는데 메시지 보내드릴게요.”

핸드폰을 꺼내서 정리해둔 명단을 메시지로 전송했다.

명단을 보자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놀라워했다.

“우와. 생각보다 엄청 많네요. 어? 얘네는 오늘 못 만나셨을 거 같은데요?”

“그 친구들은 따로 자기가 알아서 영상 보내준다고 했어요.”

멀리 사는 친구들은 내가 직접 만나러 갈 수가 없었는데 그 친구들은 자기가 알아서 영상을 보내준다고 했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래요? 희진이 진짜 인복 좋네.”

“그러게요. 저도 놀랐어요.”

“악플러들한테 고마워해야겠는데요?”

“그건 섣불리 공감을 못 하겠네요.”

“농담이에요. 농담. 갑자기 진지해지면 어떻게 해요. 센스가 없으시네.”

눈을 게슴츠레하면서 말하는 모습이 꼭 신희진 같았다.

친구는 닮는다더니 똑같네. 똑같아.

“하하하… 아무튼 감사합니다. 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우리 희진이 잘 부탁드려요!”

“네. 물론이죠.”

인사를 나누고 나는 차로 돌아왔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느라 사이트 확인과 뉴스란 확인을 안 했는데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신인 걸그룹. 난데없는 루머에 곤혹….]

연예란에 뉴스가 떠 있었는데 느낌이 우리 이야기인 것 같았다.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우리 이야기가 맞았다.

[인기 신인 그룹 스타즈 멤버 신희진 양이 난데없는 루머에 휩싸였다. 소속사는 악의적인 루머를 퍼트리는 사람들에 한해 강경대응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난데없기는 무슨….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각도기 조심^^

└이런 일이 있었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고….

아무래도 루머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확대 해석하고 재생산되자 결국 나선 모양이었다.

근데 이러면 팬들끼리만 알게 되는 내용을 일반 사람들도 전체적으로 알게 되니 썩 좋은 방법은 아니긴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경우가 있으니 끊기는 해야 했다.

그전에 불길이 사그라들었다면 또 대응이 달랐겠지만.

1위를 하고 난 뒤부터 부쩍 심해졌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잘 나가는 사람에게 향하는 질투는 무서운 것 같다.

어찌 됐든 내가 계획한 프로젝트는 끝이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 인물만 남았다. 이 인물을 끝으로 내가 계획한 신희진 치유하기 프로젝트는 끝이 난다.

이렇게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는데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괜한 생각도 들었지만, 잘 먹힐 거라고 계속 자기 암시를 했다.

고작 2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으면 남는 장사다.

차에 시동을 걸고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0